정용창 조선비즈 인턴기자 mycitystory.korea@gmail.com
이태원 이슬람 사원 근처에는 서너 곳의 미용실들이 영업 중이다. 이들과 약간 떨어진 곳에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이발소가 있다. ‘THE BARBER SHOP (남성컷트전문점)’ 이라 써 있는 단순한 간판만큼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가게다.
약간 좁은 듯한 가게 안에 대기용 의자 5개가 바짝 붙어있다. 이발용 의자는 3개, 하지만 이발사는 한 명뿐이다. 근처의 다른 미용실에 비해 이 이발소가 가진 경쟁력은 가격 뿐이다. 그러나 이 좁은 가게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손님 중 대부분은 외국인 남성이다. 김 사장은 “무슬림 뿐 아니라 근처에 대사관이 많다 보니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가게가 이태원역과 떨어져있어 외국인들이 쉽게 찾을만한 곳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가게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주인의 실력이다.
영국에서 5년 간 이발사를 했었다는 사장은 “외국인은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머리카락이 많이 다르다”며 “한국인이 머리가 뜨는 타입이 많다면, 외국인은 착 달라붙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만 미용한 사람들은 외국인 머리를 자르기 힘들 것”이라 말했다.
외국에서 살다 온 사람들에게서 “머리 자르기 힘들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손님에게 외국 미용사들의 실력에 대해 묻자, “우리처럼 미용실이 많지않지만 그 나라 미용사들이 한국 사람 머리를 많이 잘라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외국인 머리를 잘 깎는 사람도 드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손님의 대부분은 단골로 보였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문을 열며 “안녕하세요”라 인사하자 사장은 어떻게 깎겠냐는 질문도 없이 손님을 의자에 앉히고 바로 머리를 자르기 시작한다. 손님들 역시 당연하다는 듯 거울만 한 번 확인한 후 “갈게요”라며 만족한 표정으로 가게를 나선다.
‘영국 유학파 이발사’라는 말에 손님과의 유창한 영어 대화를 상상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김 사장은 “머리 자르는 데는 영어가 별로 필요 없더라”며 웃었다. 중간에 여행객으로 보이는 외국인이 들어왔지만 사장의 질문은 한 마디, “How?(어떻게?)” 뿐이었다. 손님의 짧은 대답에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머리를 자르고 나자 “세븐사우전드”, “바이바이”로 손님을 배웅했다.이 세 마디가 이 날 이발소에서 들은 영어의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