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 교수의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를 리디북스앱의 TTS기능을 활용해 들었다. 이 책과 함께 ‘조선을 탐한 사무라이’(이광훈 저), ‘료마가 간다‘(시바 료타로)와 함께 들었다. 세 종류 책을 접한 소감을 솔직하게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메이지유신 전후 스토리가 흥미진진하다. 솔직하게 표현하면 삼국지, 초한지 등 중국 역사와 그 역사를 소재로 만큼 재미있다. 왜 재밌나? 무대가 일본을 중심으로 바다를 통해 사방팔방으로 펼쳐져 있어 재미있다.
중국 역사 무대는 중원을 중심으로 중국 대륙에 국한돼 있고, 외부와 연결점이라고 해봐야 북방 유목민, 서쪽 이슬람과 동쪽 한반도 정도다. 중국 역사 스토리엔 바다가 등장하지 않는다.
메이지 유신 무대는 북쪽으로 러시아,만주, 조선과 연결된다. 서남쪽으로 오키나와, 타이완,필리핀이 위치하고 있다. 동쪽으로 미국와 만난다. 또 바다를 통해 포르투칼,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와 상호작용한다. 메이지 유신의 주역들은 바다를 통해 영국까지 닿았으니, 스토리가 가히 글로벌하다.
등장 인물 캐릭터가 뚜렷하고 다양해서 재미있다. 그래서 동 시대에 다양한 인물 군상이 경쟁하거나 협력하거나 배신하면서 메이지 유신 역사를 만들어 간다. 선각자,교조주의자, 실용주의자,현실주의자,기회주의자 등 비슷한 시기에 다양한 캐릭터들이 같은 공간에서 입체적으로 부딪히고 손잡으면서 스토리를 만든다.
특히 중국 역사나, 한국 역사에서 보기 어려운 캐릭터가 많다. 이 점은 일본이 사무라이라는 독특한 계급과 관련이 깊다. 사무라이 계급은 칼과 붓을 동시에 다룬다.
둘째, 재미를 느낄수록 속이 불편하기 그지없다. 메이지 유신의 최대 피해자가 조선과 조선사람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일본 역사를 객관적으로 보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재미를 느끼는 것 자체가 죄를 짓는 듯하다.
메이지 유신 역사를 공개적으로 제대로 공부하자, 객관적으로 공부하자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메이지 유신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면 친일파로 몰릴 것이고, 조선과 연결된 부문을 강조하면, 메이지 유신의 실체를 제대로 현시점에서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궁금증 또는 의문이 든다. 이렇게 역동적이며 입체적인 역사 스토리를 학교에서 안 가르쳐줬나, 미디어도 제대로 소개를 하지 않았나 싶다. 나의 스승이 고의로 메이지 유신을 빠뜨렸는지, 아니면 그 분들도 메이지 유신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는지 궁금하다.
넷째, 90년대 서울대학교를 기자로서 출입할 때 이성형 정치학자가 조선과 일본의 국력 격차는 이미 임진왜란 발발 1592년 이전인 나가사키 개항(1570년) 시점부터 벌어졌다고 말하셨는데, 그 관점이 책을 듣는 내내 떠올랐다.
메이지 유신을 공부할 수록, 조선과 일본 국력 차이는 나가사키 개항이후 계속 벌어졌고 메이지 유신 전후에 더 크게 벌어졌다는 점을 확인했다. 국력 격차의 핵심은 정보력이다. 메이지 유신의 주역들은 바다를 통해 외국어와 외국어에 담긴 지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16세기 이후 대항해 시대가 시작되면서 일본은 지정학적으로 섬이 아니라, 세계 정보 교류의 중심지였다. 따라서 근대화 시기에 중국과 조선에 비해 정보를 유통하는데 가장 유리한 지정학적 장점을 갖고 있었다.
다섯째, 메이지 유신을 공부하면서 운명적으로 조선과 오늘날 남북한을 생각했다. 한반도는 대륙권과 해양권 제국주의를 모두 상대해야 한다. 일본은 대항해 시대 이후 늘 제국이었고, 앞으로도 제국이다. 중국 역시 그러하다.
이런 지정학적 조건아래에서 스스로 제국주의가 될 수도 없고, 고립하여 자주만 추구할 수도 없다. 그래서 한반도는 자주와 사대 사이에서 왕복했다. 해방이후 북한은 자주를, 남한은 사대를 극한으로 추구했다.
메이지 유신 공부를 계기로 이 테마를 더 공부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