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나 조선비즈 인턴기자 mycitystory.korea@gmail.com
서울 미술관을 지나 상명대 방면으로 길을 따라 10분쯤 걸어가면 석파랑(石坡廊)이라는 현판이 눈에 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붉은 감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감나무가 손님을 맞는다. 150년 나이에 걸맞게 듬직하고 풍성한 모습이다. 그 뒤에 보이는 나무 계단을 따라 오르면 단아한 자태의 석파랑이 있다.
석파랑은 대원군 별장인 석파정(石坡亭)에 딸려 있던 별당이다. 사랑채에 속해 있던 이 건물은 1958년 서예가 소전 손재형(孫在馨) 선생이 집을 지으며 뒤뜰 바위 위로 옮겨왔다. 현재 복원 된 석파정에서 파손이 심했던 네 채 중 하나다.
동북향의 기역(ㄱ)자 구조로 된 집은 대청방을 가운데 두고 왼쪽에 큰 방, 오른쪽에 건넌방이 있다. 큰 방이 흥선대원군의 거처였고 건넌방은 손님 맞이용이었다고 한다. 대청방은 대원군이 사군자의 난초를 그릴 때 머물렀던 곳이다. 이 집의 특징 중 하나는 둥근 창문이다. 큰 방 측벽에 반원형, 건넌 방 벽면에 동그란 창문이 달렸다. 조선 말기 중국 청나라 건축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이 집은 1994년 9월부터 한국궁중요리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개인 소유 식당이지만 석파랑이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돼 일반인이 자유롭게 들어가 둘러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