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전 회사 히타치는 지난달 자사 브랜드 TV ‘우(Wooo)’ 판매를 종료했다. 대신 지난 10월 중순부터 히타치 간판을 내건 계열 가전 판매점에서 소니 브랜드 TV ‘브라비아(Bravia)’를 팔기 시작했다.
가전 사업 핵심이자 60년 역사를 간직한 자사 TV 판매를 중지한 이유는 판매 대수 감소에 따른 수익 악화다. 우의 일본 내 판매 대수는 2010년 140만대에서 2017년 7만대로 급감하면서 시장에서 빛을 잃었다. 하지만 히타치는 가전 시장 후퇴 대신 경쟁사 소니 브랜드 TV 판매라는 이색적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히타치는 가전 부문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2019년 4월에는 가전 제조·개발 부문의 히타치 어플라이언스(AP)와 가전 판매 부문 히타치 컨슈머마케팅(CM) 2개 회사를 합병해 새로운 회사를 출범시킨다. IoT(사물인터넷) 대응 가전제품 개발을 서둘러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시장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히타치AP는 무선통신(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한 드럼식 세탁건조기 ‘빅드럼’을 11월 발매할 예정이다. 인터넷과 연결된 ‘IoT세탁기’는 히타치가 최초다. 세탁기 본체를 인터넷과 접속한 상태로 스마트폰 전용 앱을 통해 집 외부에서 조종해 ‘누런때 제거’나 ‘흙묻음’ 등 적절한 작동코스를 사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각 가정에 설치된 에어컨과 조명 등의 제품도 IoT 제품으로 대체하기 위해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미국 아마존이 인공지능 스피커와 연결한 전자레인지를 출시하는 등 가전 부문에서도 단순한 기능 제공에서 벗어나 IoT 서비스와 조합한 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는 흐름에 따른 것이다.
지난 9월 태국 방콕 남동쪽에서 약60㎞ 떨어진 태국 최대 공업단지 아마타시티·촌부리(Amata·Chonburi)에 히타치가 세운 세계 최초 IoT 전용 시설 ‘루마다(Lumada) 센터’가 문을 열었다. ‘루마다’는 히타치 IoT 플랫폼 브랜드로 히가시하라 도시아키(東原敏昭) 사장이 2016년 취임 이후 줄곧 핵심 성장 사업으로 강조한 분야다.
2016년 시작한 루마다 사업은 태국에 전용 센터가 문을 열며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됐다. 히타치는 이를 동남아시아로 사업 기회를 넓히는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동남아시아는 글로벌 제조 기업들의 대표적 생산 거점 기지로 주목받았지만 최근 인건비 상승 문제에 직면하면서 생산 현장의 비효율성을 개선한 ‘스마트 공장’이 주목받고 있다.
히타치는 공장에서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필요한 센서와 카메라 등 기기 판매와 함께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판매를 병행하고 있다. 히타치가 지난해 동남아시아에서 루마다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은 5000억엔(약 5조원). 2021년 예상 매출액은 약 7000억엔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히타치의 변신은 한국 기업에게 많은 점을 보여준다. 히타치와 히타치를 이끄는 히가시하라 사장의 리더십을 소재로 토론해보자.
교재
60년간 만든 TV 버렸다 소니TV가져와 팔았다 위클리비즈 11월 3일자 이위재차장
생각거리/토론거리
히타치가 왜 경쟁사 TV 제품을 자사 판매점에서 팔기로 결정했나?
히가시하라 사장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나?
히타치의 IoT 경쟁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