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포토그래퍼, 장진우식당

허미연 조선비즈 인턴기자 mycitystory.korea@gmail.com

‘간판도 없고 메뉴판도 없는 식당’, 이태원 경리단길 주택가에 위치한 ‘장진우식당’ 얘기다. 포토그래퍼 장진우(27)씨가 운영하는 16.5m² 규모(약 5평)의 이 곳은 원래 장 씨가  책을 읽거나 사진 작업을 하면서 자신의 친구들에게 요리를 해 음식을 대접해주던 개인적인 공간이었다. 그 후 입소문이 나면서 자연스럽게 식당이 됐다.

장진우식당의 특징은 매일 메뉴가 달라진다는 점과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님들은 장진우식당의 공식트위터(@321kitchen)를 통해 그날의 요리 메뉴를 확인할 수 있다. 트위터가 식당의 메뉴판인 셈이다. 그 중 남자 스테이크와 시금치 라자냐, 파스타 등이 인기있다.

장 씨는 트위터를 통해 손님들과 소통할 뿐만 아니라 직원도 채용했다. 이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그는 “SNS 시대잖아요”라며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신기할 정도로 겉모습이나 취향들이 비슷하다”며 “SNS는 감성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 같다”고 답했다.

단 한 개의 식탁, ‘원 테이블’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그는 “온전히 그 사람을 위해서 그 사람을 위한 음식을 준비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더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주방과 식탁의 거리가 가깝다 보니 손님들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손님 김영진(26)씨는 “신선한 재료로 깔끔하게 요리해주셔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최은형(27)씨는 “다른 식당은 시끄럽기도 하고, 빨리 일어나야 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여긴 내 집처럼 자유롭고 편안한 기분이 든다”며 “연말모임이나 생일파티 장소로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삼총사가 뭉쳤다 ‘방범포차’

11월 장진우씨는 평소 친분이 두터운 이태훈 시네마서비스 미술감독(34), 이동욱 인디케이트 실장(35)과 함께 한식 실내포차  ‘방범포차’도 열었다.

이동욱 실장과 이태훈 미술감독은 “워낙 친한 사이다 보니 즉흥적으로 가게를 열게 됐다”며 “멋있는 무언가를 만들어겠다거나 상업적인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우리가 쉴 수 있는 곳, 우리가 편한 곳을 만들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 모두 투잡(two job)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동욱 실장은 우리에게 “방범포차는 일이 아니라 재충전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고 있다 보니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한 총알을 충전해야 한다”며 “감성이 멈추면 그 다음 게 잘 나오지 않는데 방범포차에서 사람들과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면서 영감도 많이 받기 때문에 방범포차는 일 이라기 보다는 재충전의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범포차의 주 메뉴는 바지락술찜, 모듬조개찜, 석화찜, 조기구이, 고등어자반, 구룡포 과메기, 포항 물회 지역 막걸리 등 산지 직송 재료로 만든 요리들이다. 이태훈 감독은 “영화 일로 지방 갈 일이 많다”며 “현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다 보니 서울 이태원에서도 이 음식들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