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6년 역사, 살아 숨 쉬는 창의문

– 서울 4소문(四小門) 중 유일하게 옛 모습 간직하고 있어

허미연 조선비즈 인턴기자 mycitystory.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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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운동에 위치한 창의문

6일 아침 부슬부슬 내리는 가을비가 창의문 주변의 운치를 더했다.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은 창의문을 우산삼아 비를 피하기도 했다. 인왕산 가는 길에 들렸다는 홍진숙(62)씨는 “종종 이 곳을 온다”며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길을 걷다 보면 마치 서울을 떠나 교외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창의문은 ‘만남의 장소’ 역할도 하고 있었다. 교복을 입고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소녀들은 어느덧 예순을 넘은 나이가 돼 창의문 일대를 함께 걸으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있었다. 공영자씨와 이애희(65)씨 등 9명은 “친구가 가이드 해 준다고 창의문 앞에서 모이자고 해서 여기서 동창회 모임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여재천(51)씨 일행은 직장 야유회 겸 성곽길을 걸으려고 창의문에 모였다. 그는 “요즘은 예전처럼 힘든 코스를 택하기 보다는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코스를 찾는다”며 “가을 바람도 쐬고, 단풍 떨어지는 것도 보면서 하늘 공원 쪽으로 가려고 한다”고 했다.

창의문은 돈의문(서대문)과 숙정문(북대문) 사이에 있어 ‘북소문(北小門)’, 이곳의 계곡 이름을 따 ‘자하문’이라고도 불린다. 서울 4소문(四小門) 중 유일하게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역사적으로도 유서가 깊다. 창의문은 1396년(태조5년) 서울 성곽을 쌓을 때 세워진 사소문 중 하나로 북한과 양주 방면으로 통하는 교통로였다. 하지만 1416년 이곳 통행이 왕조에 불리하다는 풍수지리설이 제기돼 문을 걸어 잠궜다가 이후 1506년(중종1년) 다시 열었다. 1623년 인조반정 때는 능양군(인조)을 비롯한 의군들이 이 문을 부수고 궁 안에 들어가 반정에 성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