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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Q 인터뷰]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 우미영 저자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 이 책은

정보통신업계에서는 하루에만 수십개 이상의 첨단 기술 및 기기가 나온다. 유행과 주도하는 기술이 하루가 멀다하고 바뀐다. 변화를 이끄는 장이다. 정보통신기업의 수장은 누구보다 민감하게, 열린 사고 방식으로 기업을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다.

한국어도비시스템즈 신임 대표, 우미영 대표는 정보통신업계의 이단아로 꼽힌다. 비전공자, 게다가 업계에 드문 여성 리더다. 우미영 대표는 30여년간 정보통신업계에서 거둔 수많은 성공 사례와 경험담을 모아 책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을 냈다.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 / 퍼블리온

이 책에는 우미영 대표가 동료들과 함께 쌓은 성공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겼다. 스스로를 믿고 추천했을 때에만 얻을 수 있는 성취, 힘들고 지쳐 슬럼프에 빠졌을 때 현명하게 벗어나는 법, 직장인을 위한 따뜻한 위로와 따끔한 지적이 녹아들었다.

나아가 우미영 대표는 차세대 여성 리더를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부드러운, 공감 잘하는 리더가 각광 받는 지금이야말로 여성 직장인들의 장점을 발휘할 시기라고 주장한다.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을 쓴 우미영 저자에게 다섯가지 질문을 던졌다.

Q1. 나를 믿고 일하는 법, 이 책의 저술 동기를 알려주세요.

-2020년 초 계획 없이 회사를 그만뒀다. 거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겹쳤다. 다음 어떤 일을 할지, 어떤 회사를 갈지 계획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30여년간의 직장 생활을 돌아보게 됐다. 과거를 돌아보면 앞으로 갈 길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꾸준히 회상 글을 썼고, 그 글을 모아 이번 책을 냈다.

Q2. 30여년간 직장생활 가운데 가장 큰 슬럼프, 그리고 거기에서 벗어난 과정을 말씀해주세요.

-슬럼프가 정말 많았다. 영업 담당이었고, 나중에는 영업 조직을 이끌었다. 영업 조직은 항상 성공할 수만은 없는 조직이다. 수주할 때도, 실주할 때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이 나를 슬럼프로 이끌었다.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큰 슬럼프에 빠졌지만, 그 중에서도 ‘성장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때’ 가장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이 슬럼프를 극복한 비결은 ‘상황을 바꾸는 것’이다. 반복되는 일이 힘들게 느껴질 때 ‘나만의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그냥 영업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영업 사례를 참고하고 1년에 걸쳐 분석해 ‘나만의 영업 방법론’을 만들었다. 그러면 지금까지의 영업 경험이 정리된다.

이 노하우를 혼자만 알고 있는 게 아니라, 팀원과 공유하고 공부한다. 이처럼 성장감이 들지 않는 부분에 새로운 시도를 가미해 극복했다.

Q3. 가장 큰 성공의 순간, 거기에 이르는 과정도 말씀해주세요.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실행력’이 아닐까. 뭔가 해야 한다고 마음을 먹으면 바로 실행한다. 뭔가 해보고 싶다, 필요할 듯하다 하면 일단 시작부터 하고 본다. 처음부터 너무 크게 시작하지 않는다. 부담스럽지 않게, 작게 시작한다.

처음 하는 일이라면, 남들은 이 일을 어떻게 하고 있나 먼저 한 사람들을 살펴보며 벤치마크도 한다. 나 혼자 하기 부담스럽다면, 누구와 같이 해야 잘할 수 있을까 파트너십도 생각한다. 나 혼자, 혹은 나를 가장 잘 보완해줄 수 있는 이를 찾아 함께 실행한다. 그러면 성공할 확률이 커진다.

Q4. 이 책에서 가장 추천하는 문단 혹은 문장은 무엇인가요?

-책의 첫장 제목이 ‘나를 믿는 것도 능력이다’다. 그 안에 ‘나를 추천하는 용기’라는 에피소드를 권한다. 이전 다국적 회사 입사 6개월만에 지사장 권한 대행을 맡게 됐다. 이 때 본사에 먼저 제안했다. 지사장 권한 대행을 6개월쯤 길게 주면 성과를 낼 테니, 이를 보고 정식 지사장으로 발령해달라는 것이다. 결국 6개월만에 성과를 냈다. 나를 추천한 용기를 낸 덕분에 이른 나이에 지사장이 됐다.

‘회사 일 말고 딴짓하기’라는 챕터도 권한다. 예를 들어 동영상을 만든다든가, 책을 쓴다든가 하는 것이다. 흔히 회사 일에 지치면 ‘어떻게 해야 회사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다른 일을 해 보면 회사 일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회사 일로부터 오는 부담도 덜 수 있다. 이를 통해 나도 몰랐던 내 재능을 발견하기도 한다. 회사 일이 힘들다면, 회사 일과는 다른 뭔가를 꼭 시도해보라.

Q5. 곧 데뷔할 예비 여성 리더들에게 도움이 될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여성이라는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이 장점을 살려서 성공하자. 세상이 너무나 빨리 변한다. 시대는 이미 변했다. 리더가 혼자 답을 정하고 그 답을 따라가자고만 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답을 찾아나가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

이런 시대에선 여성의 장점, 커뮤니케이션과 공감, 다양성을 포용하는 능력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여성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해 많은 여성들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 우미영 저자 5Q 인터뷰 / 편집 차주경 기자

저자 우미영은 어도비코리아 첫 여성 대표로 일한다. 대학 졸업 후 스타트업에 입사, 30년 가까이 IT 산업에 몸 담아온 베테랑이다. 소비자 요구를 잘 이해하고 리더십을 더해 숱한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엔터프라이즈 고객사업본부 부사장, 델소프트웨어 남아시아 및 한국총괄 사장 등을 역임했다.

우미영 저자

우미영 저자는 여러 기업에서 ‘전략적 판매’, ‘성과를 내는 리더십’, ‘네트워킹’ 등 강연을 폈다. 일하는 여성을 위한 리더십 개발에 유독 관심이 많아, 사단법인 WIN(Women in INovation)에서 10년째 멘토 활동 중이다. 직장인의 고민을 듣고 상담을 전하는 유튜브 채널 ‘어른친구’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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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Q 인터뷰] ‘문정희·정호승 시를 강병인 쓰다’ 강병인 저자

‘문정희·정호승 시를 강병인 쓰다’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입술을 타고 들어와 가슴 속 감성을 울리는 시집. 그리고 볼 때마다 눈과 뇌리에 깊이 박힐 인상을 주는, 아름다운 캘리그라피(멋글씨)가 만났다. 한국 문학계를 빛낸 시인과 한국 대표 글씨 예술가의 합작이다.

문정희 시인의 시집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와 정호승 시인의 시집 ‘꽃 지는 저녁’을 강병인 작가가 쓴 ‘강병인 쓰다’가 11월 출간됐다.

▲ 꽃 지는 저녁, 정호승 시를 강병인 쓰다 / 파람북

강병인 작가는 서예와 한글에 디자인을 입힌 멋글씨를 대중화한 선구자다. 우리 주변에 있는 수많은 상품, 대형 행사장의 배경, 영화 포스터 속 글씨와 기업 로고 등이 그의 작품이다. 한글의 창제 원리를 철학으로 삼아 한글 글꼴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큰 가치와 변화를 가지고 있는지 알려온 작가이기도 하다.

문정희, 정호승 시인과 함께 ‘강병인이 쓴다’를 만든 강병인 작가를 만나 다섯가지 질문을 던졌다.

Q1. 시와 글씨의 만남, 이 책을 어떻게 구상하셨나요?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처음에는 시집 한권정도만 글씨로 옮길 생각이었지만, 역으로 제안을 했다. 시인마다 한권의 책을 골라 글씨와 함께 만들자, 평생 많은 시인의 시를 글씨로 옮기자는 생각에 의기투합해 이번 책을 만들었다.

Q2. 글씨로 옮길 때, 시마다 주는 느낌이 다를 듯합니다. 쓰면서 가장 따뜻한 마음이 들었던 시는 무엇이었나요?

-첫권이 문정희 시인의 시집이다. 강렬한 이야기가 많다.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는 시가 와 닿았다. 많은 이들이 눈이 오면 눈송이 이야기를 한다. 어릴적으로 돌아간다. 우리 글자에는 ‘하늘아’라는 홀소리가 있다. 흔히 ‘아래아’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하늘아다. 이를 획이 아닌 ‘점’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를 점으로 찍어서 눈송이를 연상도록 했다. 이 시의 시어와 시인의 시적 감정이 눈송이에 고스란히 드러나듯, 글씨로도 이를 표현할 수 있다.

정호승 시인의 시는 희망을 노래한다. ‘몸’이라는 시가 있다. 겨울에 강이 얼면 한덩어리의 몸이 된다는 것을 노래한 시다. 몸이라는 글자를 분석해보면 재미있다. ‘ㅁ’이 두개다. 뒤집어도 비슷한 글자가 된다. 형태를 유지한다. 그래서 이 ㅁ을 두고 다양한 발상을 해 봤다.

ㅁ를 몸이라는 글자 바깥에 그리고, 초성 ㅁ과 종성 ㅁ 안에도 또다른 ㅁ을 넣어봤다. ㅁ이란 글자도 시에 나오는 강처럼 ‘한 몸’이 되는 셈이다. 사람과 사람, 생각과 생각, 마음과 마음이 한덩어리가 된다. 그러면서 또 완전히 가둬진 것은 아니다.

글과 글자가 만나 또 다른 이야기와 시어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모든 시가 중요하지만, 이 몸이라는 시가 특히 재미있었다.

Q3. 시를 글씨로 옮길 때 생겼던 고민, 어려움 등 출간 시 기억에 남았던 일을 귀뜸해주세요.

-정말 힘들었다. 시를 글씨로 옮기기 전, 시에 희노애락이 들어있는 것처럼 글씨도 희노애락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시인의 시를 평소에도 알고 있었던지라 금방 글씨로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작업하는데 2년쯤 걸렸다.

글씨를 다 써놓고 마음에 들지 않아 서너번 다시 썼다. 감정이입이 안 돼서 작업 맨 처음부터 되풀이하기도 했다. 모든 시는 제목과 내용이 다르기에, 똑같은 글씨로 쓸 수는 없다. 시에 맞는 글씨를 찾는 것도 어려웠다. 시의 내용, 그 내용을 함축한 핵심 시어를 찾는 것도 힘들었다.

그런데, 시를 읽다 보니 놀라운 발견을 했다. 문정희 시인의 시는 한 대목을 따로 떼어 봐도 그 자체가 하나의 시가 된다. 그래서 책 왼쪽에는 시의 중간 대목을 떼어 배치했다. 온전히 봐도, 따로 떼어 봐도 시가 된다는 것을 표현했다. 한편의 시에서 시 열편을 본 경험을 했다. 이를 깨닫고 나서 작업을 시작하니 편해졌다. 문정희 시인도 놀라운 발견이라고 즐거워했다.

정호승 시인의 책을 만들 땐 문정희 시인과 다른 발상을 했다. 시의 ‘한 단어’에만 집중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시어에서는 ‘외’에 집중했다. 외롭기에 ‘외’를 외롭게 써 봤다. ‘달팽이’라는 시는 달팽이를 닮은 글씨로 썼다. 글자 서체를 시어에 맞게 정했다.

또, 큰 제목에는 종성만 써 놨다. ‘달팽이’라는 시를 ‘ㄹㅇㅇ’로 표현했다. 종성이 있고, 나머지 초성과 중성은 독자가 스스로 상상하고 채울 수 있도록 글자 곳곳을 빈 칸으로 배치했다. 글자 자체를 비워두기도 했다. ‘꽃같은 놈’이라는 시어는 ‘ = 놈’으로만 표현했다.

‘꽃 = 놈’이면 ‘꽃같은 놈’이 되는 셈이다. 독자가 스스로 생각한 단어를 넣어볼 수 있게 장치를 넣었다. 시를 다르게 해석하고, 빈 곳을 채우며 시의 의미를 더 깊게 음미할 수 있도록 했다.

Q4. 캘리그라피, 예쁜 글씨를 쓰고 싶어하는 분들께 도움이 될 말을 주실 수 있을까요?

-캘리그라피보다는, 순 우리말 ‘멋글씨’가 어울린다. 예쁘고, 멋만 부리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예술을 의미하는 ‘멋’에 글씨를 붙여 멋글씨로 부르는 것이 더 좋겠다.

글씨를 잘 쓰려면 공부해야 한다. 서예는 기본이고 디자인의 표현 방식도 알아야 한다. 세상의 움직임을 자신만의 눈으로 분석하는 법, 많은 경험도 쌓아야 한다. 글씨를 예쁘게 쓰려면 글이 가진 뜻을 자기만의 해석으로 이해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글씨를 쓸 때, 뭔가를 글씨로 옮길 때 내 글씨가 아니라 남의 글씨가 된다.

좀 더 글씨를 예쁘게 쓰려면 가독성을 높여라. 한글은 가독성을 높이기 쉽다. 초성, 중성, 종성 등 소리를 세 음절로 나눈 문자다. ‘책’을 예로 들면 ‘초성 ㅊ’ ‘중성 ㅐ’ ‘종성 ㄱ’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우리는 한글을 가르칠 때 가갸거겨로만 가르친다. 이에 흔히 초중종성을 모두 붙여서, 흘리듯 글씨를 쓴다. 초중종성을 모두 떼어 쓰기만 해도 가독성이 높아진다. 사실 글씨를 흘려 쓰면 가독성도, 품격도 떨어진다.

한글의 제작 원리, 초중종성을 나누고 합하는 훈민정음의 원리를 이해하라. 초중종성은 각각 하늘과 땅, 사람의 관계다. 이 관계를 뚝뚝 떼어놓은 후 조금씩 좁히면 아주 좋은 글자가 된다. 공간을 좁히고 넓히면서 사람의 마음, 사람의 소리를 이해할 수도 있다.

시집 끝에 부록처럼 내가 강조하는 글씨에 대한 태도, 뜻문자 한글 이야기를 실어뒀다. 한글이 만들어진 원리도 써 놨으니 참조했으면 한다. 예쁜 글씨에서 더 나아가 쓰는 사람의 마음과 여유, 자연의 행상, 마음을 제어하고 표현하는 ‘더 좋은 글씨’를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Q5. 글씨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실 것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글씨를 쓴 지 20여년이 넘었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렸다는 생각에, 원래 올해는 스스로 유배를 갈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광화문 현판 교체 운동에 나섰다. 기존 현판 문제에 문제가 있어, 이를 훈민정음체로 바꾸자는 운동을 했다. 이 바람에 유배를 못 갔다.

2021년에는 유배를 갈 것이다. 글씨를 위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20년 전에는 서예, 디자인계가 한자만 인정하고 한글은 다소 홀대했다. 취미생활 정도로 치부하고 예술적 가치를 낮게 봤다.

20년간 가진 목표가 ‘우리말이 고운 만큼 한글도 충분히 곱고 아름답다. 한자 못지 않은 조형성과 독특함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었다. 노력한 결과 서예 및 디자인 업계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또다른 글씨를 보여주려면 공부해야 한다. 2년쯤 공부하겠다. 한글을 어떻게 새로 해석하고 발전, 가꿀 것인지 고민할 것이다.

글씨도 바뀔 것이다. 2년 후에는 작품에 한글 이야기가 빠질 수도 있다. 홈페이지 표어가 ‘한글의 아름다움이 보일 때까지 나의 붓은 춤추리라’라는 것이다. 목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예술적 가치를 넘어서는, 글씨가 하나의 예술성을 갖춰 그 가치를 한단계 올리도록 하는 글씨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정희·정호승 시를 강병인 쓰다’ 강병인 저자 5Q 인터뷰 / 촬영·편집 차주경 기자

1962년 경남 합천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절 한글 서예를 접했다.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후 서예와 디자인을 접목한 캘리그라피를 개척했다. 전통과 현대의 융합, 재해석으로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앞장선 예술가다.

3·1운동 100주년 기념 ‘독립열사 말씀, 글씨로 보다’ 순회전 등 개인전시 16회,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에 書 : 한국 근현대 서예전’ 등 130여 회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글씨 하나 피었네’, 그림책 ‘한글꽃이 피었습니다’ 등 책도 수 권 냈다.

한글의 디자인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를 확장해온 노력을 인정받아 2009년 한국출판인회의 선정 올해의 출판디자이너상을 수상하고, 2012년 대한민국디자인대상 은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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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발레리 줄레조, 아파트 공화국

아파트 공화국(발레리 줄레조 Valerie Gelezeau)을 소개합니다.

저자 줄레조는 파리4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학 연구로 명성을 쌓은 프랑스 지리학자입니다.

줄레조는 1993년에 서울을 방문, 거대한 아파트단지에 충격을 받아 한국 아파트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물를 프랑스어로 먼저 출간하고, 이어 2004년 ‘한국의 아파트 연구’라는 제목으로 한국어판을 출간했습니다.

‘아파트 공화국’은 첫 책을 수정 보완하여 2007년에 출간되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 정치판에서 부동산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언론에서 자주 인용되는 점입니다. 외부 시선으로 제대로 다룬 한국 아파트론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재 한국의 부동산 이슈는 줄레조의 책이 나올 때보다 복잡도가 급상승했습니다.

세금 인상, 전세난, 아파트 가격 폭등, 임대아파트 확대,선거 전략 등 새로운 변수가 서로 얽혀 무엇이 핵심인지 종잡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줄레조의 책을 부동산 이슈를 제대로 보기 위한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5장_한국의 아파트와 도시중산층 10줄 요약

1.한국 아파트단지의 엄청난 성공의 이면에는 ‘아파트에 사로잡힌 고객층’, 즉 중산층의 욕구가 있다.

2.인류학자 데니스 렛 (지위의 추구. 저자) 은 “현대 한국 중간계급의 전형에는 두가지 요소가 있는데, 강남에 사는 것과 아파트 단지에 사는 것” 이라고 지적한다.

3.렛은 도시 중산층이란 중간계급보다는 지배계층에 더 가깝고, 사회전체적으로 볼 때 하나의 계층모델을 형성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사실은 이 책의 조사결과와 일치하고 있다.

4.한국에서 도시 중산층을 의미하는 가장 함축적인 상징으로 고층 아파트가 자리잡았다는 것은 분명 특이한 점이다. 프랑스에서는 작고 소박한 것이­라도 단독주택이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5.외형적 관점에서 아파트는 여러 계층과 범주로 이루어진 중간계급 일반의 주거지임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상류사회적 형태로 인식되는 것이다.

6.기업과 학교를 강남으로 분산시킨 정부주도의 적­극적인 정책은 아파트로의 부유층 이전을 부추겼다. 압구정 개발 당시 현대가 고위 공무원과 국내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상당량의 주택을 분양했다.

7.정부가 주도하고 재벌이 공급한 대단지 아파트를 상층의 도시 중산층이 수용하게 되었을 때 한국에서 아파트 신화의 역사는 시작된 것이다.

8.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이 이윤의 원천이었던 것이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가구는 중간계급으로 편입되고 체제의 수혜자가 됐다. 한국에서 아파트 단지는 ‘중간계급 제조 공장’ 처럼 보인다.

9.권위주의 국가는 이 성장을 관리하고 봉급 생활자들이 경제발전에 헌신하도록 가격이 통제된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려 했다. 그리하여 중간계급을 대단지 아파트로 결집시키고, 이들에게 주택소유와 자산 소득 증가라는 혜택을 주었으며 그들의 정치적 지지를 획득할 수 있었다.

10.한국의 아파트 단지는 권위주의 산업화의 구조와 특성,여기서 비롯된 계층적 차별구조와 획일화된 문화양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자 그 산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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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신간] 12월 3주 기업을 살리는 설득의 기술·진 달래 아리

문화와 교양, 소설과 에세이 등 순수 문학, 명사의 저술서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우리 주변 시인 및 소설가의 작품까지. 마음을 살찌울 따끈따끈한 새 책을 소개합니다. 신간 소개를 원하는 출판사는 하단 메일 주소(books@chosunbiz.com)로 연락 주세요. [편집자주]

기업을 살리는 설득의 기술 (학지사)

저자 : 조재형(피알원 대표)

우리 모두는 커뮤니케이터다. 다른 이와 소통하며 살아간다. 자신, 소속 단체의 정보를 알리며 살아간다. 그러다보니, 하루에만 자신을 알리려는 콘텐츠가 수천만개 이상 쏟아진다. 이 가운데 내 정보를 눈에 띄게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 대형 홍보기업 피알원의 조재형 대표도 마찬가지다. 35년간 2000개가 넘는 기업과 함께 소통하고 정보를 알리는 일을 해 온 그가 책 ‘기업을 살리는 설득의 기술’을 냈다. 그는 이 책에 사람의 관심을 끄는 것에서 한단계 나아간 ‘사람에게 신뢰를 주면서 설득하는 비결’을 다뤘다.

▲기업을 살리는 설득의 기술 / 학지사

조 대표는 정보를 그저 알리는 것 이전에, 사람이 얼마나 불합리한 존재인지 먼저 생각해보라 권한다. 그래야 적확한 홍보와 소통, 내 콘텐츠를 알리고 공감을 이끌 수 있다는 논리다. 얼핏 보면 이 ‘인지부조화’ 역시 사람의 불합리로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인지부조화를 잘 꿰뚫어봐야 한다. 그 속에 사람을 이해할 길이 숨겨져 있는 까닭이다.

나아가 사람을 이해하면, 기업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사람과 기업은 닮았다. 사람이 모여서 기업을 만든다. 조 대표는 이번에도 적확한 조언을 전한다. 기업이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내세워 공감과 소통을 유도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 책에는 사람과 기업을 이해하고, 이들과 알맞게 소통하는 법이 담겼다. 설득 기술과 토론 승리 비결, 지금까지 저자가 증명한 숱한 홍보 이론도 모였다. 성공한 소통 사례, 미래형 설득 전략과 비결을 알고 싶어하는 이에게 가뭄에 단 비같은 책이 될 것이다.

진 달래 아리 (연두)

저자 : 윤성의

지금까지 수십개국을 다녀왔고, 6년 연속 우수 여행 블로거 선정에 책까지 썼을 만큼 여행에 빠졌던 한 젊은이가 이번엔 고양이의 매력에 빠졌다. 그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 늘 새로움과 설렘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여행과 고양이가 닮았다고 말한다. 고양이의 눈과 몸짓을 보고 있노라면, 세계 곳곳의 여행 기억이 되살아나는 신비한 경험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진 달래 아리 / 연두

윤성의 저자의 ‘진 달래 아리’. 달래와 아리는 저자가 기르는 고양이의 이름이다. 달래와 아리 뿐만 아니라 그에게 다가온 맥주, 삐노 등 여러 고양이들의 기억, 그리고 그 기억과 자연스레 이어지는 여러 여행지의 풍광이 이 책에 담겼다.

이 책은 고양이 집사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여행을 즐기지만, 시국 때문에 가지 못하는 이들에게 책 속 저자의 경험은 대리만족이 될 것이다. 도도한 고양이와 한낱 사람 집사일 뿐인 저자와의 신경전은 부담없이 읽고 재미있게 웃을 수 있다.

저자가 묘사한 ‘고양이의 시선에서 본 사람과 세계’를 되뇌어보면, 우리가 곳곳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들을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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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마크 베니오프의 트레일블레이저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블레이저가 쓴 ‘트레일 블레이저’를 소개합니다.

세일즈포스는 CRM를 클라우드 형태로 서비스하는 IT기업입니다. 클라우드 시대 돈을 긁어들이는 선두 업체중의 하나입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세일즈포스의 성공스토리 도는 창업자의 영웅적 성공에 초점을 맞추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업의 사회 책임과 공헌에 초점을 맞추고 쓴 책입니다.

SDG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가 이 테마에 대한 관심을 더 높였습니다.

트레일블레이저를 통해 기업의 사회공헌 트렌드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2장 10줄 요약

1.2015년 인디애나 주의회가 종교자유회복법을 통과시켰다. 표면적으로 종교적 신념에 따른 행동을 처벌하지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는 종교관에 따라 성소수자 고객을 차별해도 처벌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2.나는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대공성을 거뒀다. 신뢰, 고객 성공, 혁신이란 세가지 기본 가치에 따라 우리가 만들어온 긍정적이고 목적의식이 뚜렷한 문화가 자랑스러웠다. 이 법이 ?끔찍하게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성소수자 직원을 차별하는 이 법에 어떻게 대응할 지 몰랐다. 기술기업의 CEO였지 정치인이 아니었다.

3.직원들은 CEO에게 이법에 맞서 싸우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격려하는 것이 아니라 요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낯선 땅에 홀로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4.나는 134자 성명서를 트위터에 올렸다.

우리는 종교자법에 때한 우리 직원과 고객의 분노에 근거에 인디애나 투자를 대폭 줄일 수 밖에 없다.”

5.나는 심장이 쿵쿵 뛰었다. 나는 한낱 개인일뿐이고 세일즈포스는 일개 회사일 뿐이었다. 내가 대놓고 드러낸 내 협박을 책임질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6.나의 오랜 멘토 콜린 파월조차 나의 태도때문에 회사가 원치 않는 조사를 받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나무 위로 높이 오를 수록 조심하게. 자네 뒷모습이 드러날 걸세.”

일부 정치인들은 민주적 절차를 붕괴시키려고 경제적 협박도 마다하지 않는 악당기업이라고 불렀다. 몇몇 주주와 고객들은 우리 주식을 팔거나 우리 소프트웨어를 폐기했다.

7.인디애나 펜스 주지사는 “우리에게 인식의 문제가 있었다”라고 인정하고 사업주들이 종교자유법을 성적 성향에 근거해 차별할 명분으로 삼을 수 없다고 명시한 개정안에 서명했다.

8.나는 전 계층의직원들이 결집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것은 회사의 길과 CEO로서 나의 역할에 중요한 분기점으로 다가왔다.

직원들은 근본적으로 나를 시험했다. 내가 결과에 상관없이 기꺼이 원칙에 입각하는 알야야 했다. 그들은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며 마음껏 자신의 본성대로 일할 수 있었다.

9.과거에 양심은 회사의 대차대조표에서 기타로 분류하는 무엇이었다. 하지만 더이상 그렇지 않다. 미래에는 가치가 가치를 창출한다는 개념을 수용하기 전에는 어떤 비즈니스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10.세일즈포스 소프트웨어를 완전히 익히고 회사안에서 실행하는 법을 배우는 전문가를 트레일블레이저로 부르기로 했다. 그들은 배우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하며 탐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을 갈망하며 문제해결을 즐기고 사회에 돌려주는 걸 좋아한다.

나는 소프트웨어 컨퍼런스인 드림포스에서 트레일블레이저를 기조 연설 주제로 삼았다. 또 세일즈포스 기업문화의 중심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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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데이비드 브룩스의 두 번째 산

뉴욕타임스 명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의 ‘두번째 산’을 소개합니다.

국내에도 브룩스 팬들이 꽤 많습니다. ‘인간의 품격’ ‘소셜 애니멀’이 꽤 많이 읽혔습니다.

브룩스는 이번 작품은 자신의 이야기라는 점을 서문에 밝힙니다.

그는 서문에서 “외로웠고 굴욕감에 시달렸으며 목표를 잃고 떠돌았다”면서 이혼 과정에서 겪었던 추락의 고통을 털어놓습니다.

최고 신문의 명 칼럼니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첫 번째 산에서 거둔 성과가 실제 자기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추락을 통해 깨달은 것입니다.

브록스는 “자신을 내려놓기”라는 이 책에서 핵심 개념으로 사용합니다.

서문 10줄 요약

1.기쁨을 발산하는 사람은 내면의 빛을 환하게 발한다. 이들은 상냥하고 평온하고 작은 즐거움에 기뻐하고, 큰 즐거움에 감사할 줄 안다. 기쁨이란 감정이 아니라 인생관일 수 있다. 자기 자신을 다 내려놓는 사람이다,

2.사람에게는 두개의 산이 있다. 첫 번째 산은 특정한 인생과업을 수행하면서 오르는 산이다. 정체성을 확립하고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재능을 연마하고 족적을 남기려 노력한다. 그래서 평판 관리가 중요하며 모든 것이 점수로 기록된다.

3.첫 번째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실패와 시련을 겪게 된다. 평판, 가정, 직업 커리어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또 옆길로 갑자기 빠지는 경우도 있다. 자식이 죽거나, 암이 발병하거나 약물에 중독되는 경우다. 계곡으로 추락하여 헤매는 일은 어떤 연령대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4.계곡에 추락하여 고통을 겪는 시기에 내면을 들여다 본다. 자신이 생각하는 모습이 진정한 자기의 모습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어떤 강렬한 열망이 살아 숨쉬는 것을 느끼고 어떤 기질이 실제 자기 모습이라는 것을 자각한다.

5.계곡 추락은 자기를 발견하고 성장하는 계기다. 남을 보살피는 것이 본질적인 능력이라는 점을 알게 되고 자아를 초월하여 타인을 돌보는 것을 열망하게 된다. 전인적인 인간이 될 준비를 하는 것이다.

6.계곡에 추락하면 이상적 자아와 주류 문화에 반기를 든다. 즉, 좋은 소비자가 되는 것보다 스스로 소비되는 존재가 되기를 원하고 독립보다 상호의존적이며 따뜻한 인간 관계망을 갖기를 원한다. 개인적 자유를 추구하지 않고 친밀함 책임 헌신을 추구하게 된다.

7.두 번째 산에 오르는 것은 또 하나의 여정이다. 첫 번째 산을 내팽개치고 다른 산을 찾는 것이 아니다. 하던 일을 내 던지고 티벳을 찾거나 도시 학교 교사가 될 수 있고, 기업을 경영하면서 유치원과 건강센터 건설에 힘을 쏟을 수도 있다.

8.두 번째 산에 오르는 것은 자기를 내려놓고 남에게 주는 것이다. 또 첫 번째 산 등정 처럼 내가 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산이 나를 정복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소명에 굴복하는 것이며 인간 관계를 중시하는 것이다.

9.두 번째 산에 오르는 사람은 내 이웃이 누리는 영광의 무거운 짐을 날마다 내 등에 지우고 사는 사람이고, 그런 조직은 구성원의 마음을 건드려 영원한 어떤 흔적을 남긴다. 두터운 인간관계와 헌신의 결단으로써 사람을 바꾸어 놓은 조직이다.

10.(이혼후)지난 5년간 나는 헌신에 실패한 채로 어떻게 하면 헌신을 잘할 수 있을지, 세속적인 성공이 내 인생을 온전하게 충족시키는 데 실패한 뒤 어떻게 하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 하는 문제를 놓고 생각하고 책을 읽기도 하면서 세월을 보냈다. 이 책은 그런 탐색 과정에서 나온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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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Q 인터뷰] ‘AI 최강의 수업’ 김진형 저자

인공지능(AI)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영화, 소설 속 AI처럼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의 질문을 제법 잘 알아듣고 단시간에 대답하는 점은 놀랍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영화, 소설 속 AI가 현실이 될 날도 머지만은 않아 보인다. 모두가 AI를 희망적인, 낙관적인 눈으로 바라볼 때 김진형 카이스트 교수의 시선은 그보다 너머를 향한다. 개념이 모호할 때부터 AI를 공부하고, 숱한 제자들과 함께 한국 AI 업계를 일궈온 주역이 김진형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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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기_비밀과역설

우리나라는 휴전국가이자,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이다. 이 때문에 매년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된다. 해외에서도 휴전·분단상태를 우리나라의 위험 요소로 꼽는다. 그래서 통일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 방안을 논의하자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높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였다 통일한 독일의 사례를 주의깊게 살펴보고 분석해야 한다. 1949년 동독과 서독 이중 건국 후 1990년 분단선이 무너지기까지, 독일 통일 과정을 살펴보면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과 여러 부분이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해야 할 오류들까지.

이동기 강원대학교 평화학과 교수는 독일의 통일 사례를 연구해 책 ‘비밀과 역설-10개의 키워드로 읽는 독일통일과 평화’를 썼다. 역사를 상세히 되짚고 정치·사회적 상상력을 가미해 재미있게 풀어냈다. 이를 우리나라에 대입하면서도 중요한 함의를 제시한다.

이동기 저자는 ‘흡수통일’이 낳은 통일독일의 문제들을 딛고 독일통일의 과정에서 제기된 오류들을 되풀이하지 않으며 동서독 교류의 역사에서 한반도 평화와 평화정치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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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수전 손탁, 영혼과 매혹

1.다니엘 슈라이버의 수전 손택은 1933년 1월 16일 뉴욕의 유대계 집안에서 태어나, 뉴욕과 파리를 오가며 비평가, 소설가, 에세이스트, 영화감독, 연극연출가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하면서 ‘뉴욕 지성계의 여왕’으로 살았던 수전 손택의 일생을 다룬 평전이다.

2.이 책은 청소년 시절 가족관계에서부터 지적 성장 과정, 결혼 연애 등 사생활, 뉴욕 지성계 데뷔과정, 정치 참여 등 손택의 일생을 사생활과 사회적 활동을 지그재그로 교차시키면서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3.손택은 유적으로 물려받은 지능과 미모에 편집증적인 독서와 문화예술 현장 탐구심을 계속 보태어 지성계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자신만의 세계를 늘 어필하고 지지를 끌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4.손택은 10대에 대학강사 필립 리프와 결혼하고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하버드대 박사과정 프로그램으로서 런던과 파리에서 공부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하고 결혼생활을 끝냈다. 그는 “5명의 여자, 4명의 남자를 사랑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사랑마저 탐구과 실험의 테마로 삼았다.

5.사진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은 손택을 ‘사진에 관하여’로 연결된다. 암과 같은 질병을 만나면 ‘은유로서 질병’이라는 책을 찾을 것이다. 롤랑 바르트 등 유럽의 지성계를 탐구하다 보면 유럽와 미국 지성계 가교 역할을 했던 손택을 주목한다.

6.지식인의 현실 참여를 떠올리면 손택의 북베트남 기행기 ‘하노이 여행’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9.11 사태 당시 손택이 쓴 에세이속 문장(살인자는 비겁자가 아니다. 다 같이 슬퍼하자. 하지만 다같이 바보가 되지 말자)를 진정한 지식인의 용기있는 발언이라고 평가할 것이다.

7.양성 평등에 관심있다면 남성중심 지성계에 맞서 싸웠던 손택을 페미니스트로서 삶을 알고 싶어할 것이다. 또 성소수자 권리 운동가는 동성애자로서 손택의 사생활을 주목할 것이다. 하지만 손택은 페미니스트와 동성애자라는 프레임을 갇히는 것을 거부했다. ‘손택은 손택이다’라는 선언이었다.

8.슈라이버는 손택이 여러가지 명성중에서 소설가로서 명성을 죽는 순간까지 추구했다고 해석한다. 손택은 단편 ‘은인’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해 ‘화산의 여인’ ‘인 아메리카’를 썼다. ‘인 아메리카’로 전미도서협회 상을 수상했으나, 평단의 평은 그리 좋지 않았다.

9.이 책을 읽는 재미를 꼽으라면 2차대전이후 뉴욕을 중심으로 구축된 지식 산업 생태계를 손택을 통해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점이다. 특히 잡지및 출판사(파르티잔 리뷰, 뉴욕 리뷰오브 북스, 뉴요커,보그 등)-작가-문화예술 활동가이 어떻게 지식 테마를 기획하고 대중이 소비하도록 만드는지를 잘 보여준다.

10.이 책을 읽으면서 손택과 교류했거나 연애했던 인물 한명씩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가령 니콜 스테판을 통해 영화 ‘앙팡 테리블’, 마리아 아이렌 포네스를 통해 연극 ‘진흙’을 접할 수 있다. 특히 존 레넌와 오노 요코 사진으로 유명한 애니 리버비츠가 손택의 세계와 연결되는 점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