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작가의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를 골랐습니다. 이 작가는 오래전에 같은 직장에서 함께 일한 동료이자 대학 후배입니다.

홀연히 직장을 떠났던 이작가는 독립 저널리스트의 꿈을 이뤘습니다. 멀리서 이작가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그의 행보를 일본의 지성 ‘다치바나 다카시’와 겹쳐 보았습니다.

다치바나는 문예춘추에 입사해 기자생활을 하다가 1년만에 “책 읽을 시간이 없다”면서 사표를 냈습니다. 그는 퇴사후 독립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다나카 수상의 금맥과 인맥을 파헤쳐 일본 언론계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특히 하나의 테마를 잡으면 1미터 높이의 책과 자료를 쌓아놓고 치밀하게 공부하고 취재하는 탐사보도기법을 자신만의 무기로 삼았습니다. 그런 루틴덕분에 수집한 수만권의 책을 보관하게 위해 고양이 모양의 전용 빌딩을 짓고 ‘네코’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동진 작가도 영화기자로 이름을 날리다가 어느날 홀연히 사표를 내고 영화평론가로서 자립을 하였습니다. 그는 이어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진행하면서 영화에서 책으로 장르를 확장하였 습니다.

이작가는 다치바나처럼 자신이 수집한 2만3천여권의 장서를 보관하기 위해 별도의 장소를 마련해 ‘파이아키아’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작가는 이곳을 작업실 삼아 영화감독, 배우 등 다양한 셀럽을 초빙해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가 회사를 떠난 후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다양한 장르에서 쉼없이 지적 생산물을 쏟아내는 그의 활약에 늘 감탄했습니다. 현직 기자시절 영화기자로 이름을 날릴 때, 그의 저력이 독서에 있음을 알기는 했습니다.

독서관련 책을 찾다가 이작가의 독서법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구입했습니다. 22년에 출간된 책이라 제가 늦게 만난 셈입니다. 현재 이동진이라는 콘텐츠 팩토리가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그의 독서론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1.독서의 목적은 재미다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읽기도 하고, 있어 보이기 위해 책을 읽기도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목적 독서’입니다. 그러므로 그 목적이 사라지면 독서를 할 이유도 없어집니다. 지속적이지 않죠. 하지만 재미있으니까 책을 읽는다면 책 읽는 것 자체가 목적이니까 오래오래 즐길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아니, 책을 읽는 게 뭐가 재미있어, 세상에 재미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하면서 수십, 수백 가지 예를 댈 수 있을 겁니다.

2.재미있는 책은 12시간 읽을 수 있다

하루에 8시간씩 매일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딱 두 가지 예요. 일과 독서. 저는 영화평론가이지만 영화를 매일 집중적으로 많이 보게 되면 일종의 체증이 생깁니다. 영화를 보는 제 일을 정말 좋아하지만 그래도 하루에 3편 이상 보기는 힘든 것 같아요.

하지만 저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면, 매일 12시간씩 한 달도 읽을 자신이 있어요. 그래도 전혀 질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3.완독하지 않아도 됩니다.

강연이나 방송 등에서 독서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제가 꼭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책은 꼭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단 책을 손에 잡으면 끝까지 읽어야 한다고, 즉 완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더군요.

책을 읽기로 마음먹기까지도 힘이 들었는데, 그 책을 다 읽지 않으면 안 된다고 스스로 다잡고 있다면, 얼마나 벅차겠어요. 그래서 거듭 말합니다. 완독하지 않아도 됩니다.

4.완독 부담감 버려라

완독에 대한 부담감을 버리지 않으면 책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재미있어야 책을 읽을 수 있어요. ‘목적 독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사람은 사실 그렇게 의지가 강하지 않아서 목적만을 위해 행동할 수 없어요.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책을 읽을 때도 그렇습니다. 5.명작에 대한 로망과 부담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라는 유명한 책이 있습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1만 3천 년의 인류 역사를 지리결정론으로 풀어낸 역작입니다.

인류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잘 정리한 좋은 책이기도 하지만 몇 년 동안 ‘서울대 도서관 대출 1위 도서’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기도 하고, 미디어에서 ‘필독서’, ‘추천도서’로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평소 이런 빅히스토리에 관심이 없었거나 독서의 습관이 없다면 이 책이 쉽게 재미있게 읽히지 않을 겁니다.

6.재미없으면 일단 덮어라

아무리 노력해도 책장이 잘 안 넘어간다, 그런데 마침 평소에 책도 많이 읽고 좋아하는 선배가 『위대한 개츠비』가 재미있다고 이야기해준다면, 마침 영화로도 유명한 그 소설이 더 재미있어 보이고 읽고 싶어진다면, 과감하게 『총, 균, 쇠』를 덮고 『위대한 개츠비』를 잡아야 합니다. 구해서 읽어보는 거죠.

7.더 재미있는 책을 계속 찾아라

막상 『위대한 개츠비』를 조금 읽어보니 재미가 없을 수도 있죠.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시대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으면 약간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예민하고 정밀한 묘사 방식에 숨이 좀 막힐 수도 있고요. 그러면 또 다른 책에 눈을 돌리고 집어 들어도 됩니다.

그리고 그 책이 쉽거나 재미있거나 자신에게 잘 맞아서 끝까지 다 읽었다면, 그다음에는 다시 『위대한 개츠비』로 돌아갈 수도 있고 또 다른 책을 집어 들어도 됩니다.

8.책임질 필요 없다

책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그럴 필요가 없어요. 미안해할 것도 아니고 부끄러울 일도 아닙니다. 다 읽지 못한 책을 책장에 꽂아둔다고 큰일 나지도 않고요. 책을 좋아할 것 같은 사람에게 선물해도 좋겠지요.

그저 안 읽힌다면, 흥미가 없다면 그 책을 포기하시면 됩니다. 굳이 완독하지 않아도 됩니다. 소설이 아닌 책들은 꼭 앞에서부터 차례로 읽을 필요가 없기도 합니다.

9.발췌독서해도 좋다

대부분의 비소설, 논픽션 분야의 책들은 챕터별로 독립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차례를 보고 흥미가 생기는 부분부터 읽으셔도 돼요. 만약 앞부분이 어렵다면, 중간부터 읽어도 됩니다.

10.아님 말고 태도

박찬욱 감독의 딸이 중학생이던 시절에 학교에서 가훈을 붓글씨로 적어오라는 숙제를 내주었다고 해요. 우리 집 가훈이 뭐냐고 묻는 딸에게 박찬욱 감독이 ‘아님 말고’라고 했다죠. 정말 명쾌하고 좋은 말 아닌가요? ‘아님 말고’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으면 정말 인생이 행복할 수 있어요.

내가 이것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면, ‘아님 말고’라는 태도만 갖게 되면 다른 사람 앞에서 당당해질 수도 있을 겁니다.

11.필독서는 없다

아무리 유명한 책이라고 해도,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강추’한다고 해도 내가 읽을 때 재미가 없고 안 읽힌다면, ‘아님 말고’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저는 인생에서 꼭 읽어야 하는 책은 없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99명이 권해도 한 명인 내가 거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책에서 흥미를 느껴야 한다는 거죠.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은 없습니다. 반드시 끝까지 다 읽어야 하는 책은 없습니다.

12.인생을 바꿀 수 있는 책은 없다

저는 인생이 책 한 권으로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꾼 책이 내 인생까지 바꿀 리도 없습니다. 그러니 인생의 숙제처럼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은 없습니다. 베스트셀러들도 물론 그렇습니다.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어떤 책들은 지금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욕망하는지, 무엇이 결여되었다고 느끼는지를 직설적으로 보여줍니다.

13.책이 즉답을 주지 않는다

이런 책들을 주로 읽는 사람들은, 책이라는 것을 돈이든 성격이든 관계든 삶에서 뭔가를 급하게 허겁지겁 욕망할 때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도깨비방망이로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렇게 책을 읽는다고 삶의 문제들이 즉각적으로 해결될 리가 없습니다. 그 책이 약속한 천국이나 금은보화는 현실에 없습니다.

14.재미있는 책이 기다리고 있다

세상에는 살면서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과 읽어봤자 시간 낭비만 되는 책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그저 내가 읽었더니 좋았던 책이 있고, 내가 읽어보았지만 좋지 않았던 책이 있으며, 내가 아직 펼쳐 들지 않은 책이 있을 뿐입니다. 세상은 넓고 내 손을 기다리는 좋은 책은 많습니다.

15.닥치는대로 읽자

책 읽는 습관 중 하나는 시간이 나면 닥치는 대로 읽는다는 겁니다. 책을 읽을 시간을 정해두면 그 시간을 지키지 못하게 될 변수가 생기는 순간 독서는 미뤄집니다. 그러니까 아예 책을 들고 다니면서 시간이 나면 언제든 읽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좋습니다.

책을 읽어야 하는데, 많이 읽고 싶은데, 하고 생각하신다면, 가방 안에 책이 있는지 또 지금 가장 가까운 곳에 책을 두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세요. 그것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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