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동물의 여러 차이점 중에서 ‘후회’가 있습니다. 인간은 늘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후회를 합니다. 한국인들은 아마도 부동산 투자기회를 놓친 것을 가장 많이 후회할 것입니다.
후회할 때 미루고 미루다가 기회를 놓치거나 일을 망친 것을 많이 반성할 것입니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을 패러디하면 ‘미루고 미루다 내 이럴 줄 알았다’가 후회하는 사람의 묘비명으로 딱입니다.
그럼 인간은 왜 미루고 미룰까요? 또 미루는 버릇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동안 숱한 습관 관련 책과 자기관리 책을 읽으면서 미루는 습관을 고치는데 데이비드 앨런의 ‘다음행동 정의’론이 최고의 처방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비드 앨런의 ‘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해내는 법’의 영어 원제는 ‘Getting things Done’입니다. 그의 일처리 방법론을 줄여서 GTD라고 부릅니다. 한국어판 제목보다 영어 원제가 앨런이 추구하는 자기관리법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려줍니다.
GTD는 자기관리 분야에서 디지털 시대 이전부터 과학적이며 체계적인 방법론으로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앨런의 책에서는 ‘다음 행동(Next Action)’편을 발췌독서 대상으로 추출했습니다. 이 챕터를 정독하고 메모하면서 다음 행동을 정의하는 습관을 통해 시간에 쫓겨 마감을 놓치거나 부실한 일처리를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1.나의 사명
나는 ‘다음 행동이 무엇인가’를 세계인들의 일상활동이나 사고과정에 주입시키겠다는 사명이 있다. 나는 행동이 필요하다면 무슨 행동이 필요한지, 또는 누가 책임이 있는지 명확하게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떤 회의나 논의도 끝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또 인식 영역에 어떤 일이 들어온다면 행동이 필요한지 평가하고 그 결과 도출된 결정들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을 표준으로 삼는 조직들을 꿈꾼다. 이렇게 하면 사람들과 조직들이 더 중요한 문제와 기회에 초점을 맞출 여유가 생긴다.
2. 다음행동 결정의 힘
개인과 집단들이 ‘다음 행동이 무엇인가’에 대해 꾸준히 질문하게 되면 에너지와 생산성에 엄청난 변화가 생긴다. 다음행동이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면 상황이 금세 명확해지기 때문에 그러지 않는 사람과 환경을 상대하는 것이 악몽처럼 느껴질 수 있다.
실행하기로 한 일이 있으면 이를 정의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리고 완수하겠다고 마음먹은 어떤 결과에 대해 어느 시점이 되면 다음의 물리적인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일들이 생겼을 때 결정을 내리는 것과 문제가 터졌을 때 결정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2.1 다음행동 아이디어 뿌리
‘다음 행동’ 기법을 30년 훨씬 전에 컨설턴트 딘 애치슨(Dean Acheson)에게서 배웠다. 당시 딘은 컨설팅 대상 임원들에게 책상에 있는 서류들을 하나하나 집어 들고 다음에 해야 하는 일이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즉각적으로 엄청난 효과가 나타났다.
3.다음행동 정의 습관은 후천적이다
위기 상황과 괴로운 결과를 피하려면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사고 절차가 자동적으로 생길 것이다.
하지만 명백하게 무엇을 해야할 상황과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기 전에는 다음행동 정의 절차를 실행하는 것은 후천적으로 익히는 습관이다.
이 절차를 개인생활과 조직생활의 한 부분으로 체화하면 생산성이 향상되고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3.1 자동으로 진행되지 않는 것
머리를 비울 때 검토하는 목록을 다시 살펴보거나 적어도 머릿속에 웅크리고 있을 모든 프로젝트들에 대해 생각해보길 권한다. 그중에서 지속적이고 생산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게 있는가? 아마 당신은 몇 가지가 약간 정체되어 있다는 걸 인정할 것이다.
3.2 다음행동 모르면 그 일은 정체 상태다
바로 다음에 해야 하는 행동이 전화를 거는 것인지, 이메일을 보내는 것인지,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인지, 웹을 찾아보는 것인지, 혹은 상점에서 물건을 사는 것인지 확실히 모르면 그 일은 처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역설적인 것은, 목록에 있는 거의 모든 일들의 다음 행동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10초 정도만 들이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록에 있는 대부분의 일들에 대해 그 10초도 쓰지 않는다.
3.3 사고 터진 다음에 다음행동 결정
행동에 대한 결정이 대부분 언제 이루어지는지 물어보면 거의 예외 없이 “일이 터졌을 때”라는 답이 나온다.
한 글로벌 기업이 직원들에게 기업 문화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답이 팀 리더들이 사전에 적절한 결정을 내리지 않아 마지막 순간에 위기가 들이닥치는 데 대한 불만이었다.
4. 다음행동 정의 사례
4.1 타이어 교체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할 일 목록에 ‘타이어’가 있다고 하자. 타이어 교체 필요성을 느끼고 할 일목록에 ‘타이어’라고 적어둔 것이다. 문제는 다음행동을 정의하지 않았기에 타이어교체는 계속 지연될 수 밖에 없다.
타이어교체가 필요하다면 ‘타이어 제품과 가격조사하기’라는 다음행동을 미리 정의해뒀어야 했다. 그러면 자투리 시간에 다음행동 목록을 살피다가 인터넷에서 타이어 제품 조사를 할 수 있다.
4.2 자동차 정비
‘자동차를 정비한다’가 다음 행동일까? 작업복을 입고 직접 손에 스패너를 들고 자동차로 가지 않는 한, 이건 다음 행동이 아니다.
자동차 정비소를 찾아서 예약하는 것이다. 좋은 자동차 정비소를 먼저 찾아야 한다면 정비에 정보가 밝은 지인에게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물어보는 것이 다음행동이다.
5.똑똑한 사람이 더 잘 미룬다
아주 똑똑하고 예민한 사람들이 생활과 목록에 결정하지 않은 채 일을 남겨놓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머리속에서 골치 아픈 상황을 상상하면서 미리 겁을 먹거나 걱정이 앞서 실제 행동을 미루려고 하기때문이다.
이들은 가령 세금정산에 대해 생각할 때 “별거 아니야, 얼른 시작하자, 완료, 성공, 해냈어!”라고 상상하지 않을 것이다.
창의적이고 예민하고 지적인 사람들은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했을 때 나타날 온갖 부정적인 결과들을 머릿속에서 그릴 수 있기에 금방 질겁하고는 포기한다. 똑똑한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빠르고 극적으로 겁을 먹는다.
5.1 캐비닛이나 머리의 선반에 쌓아두는 사람들
코칭을 해온 수년 동안 나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보았다. 사무실, 집, 이메일, 머릿속에 정체된 일 무더기를 가장 많이 쌓아놓은 사람은 보통 가장 똑똑하고 교양 있는 부류들이다.
내가 함께 일한 대부분의 임원들은 적어도 몇 개의 크고 복잡하고 비정형적인 프로젝트들을 파일 캐비닛이나 머리의 선반에 쌓아두었다.
그들 안에는 ‘프로젝트들을 아예 보거나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 일 없겠지’라는 생각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5.2 미루지 않는 사람은 미련퉁이들
일을 미루지 않는 사람은 어떤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잘못될 수 있는 요소들을 생각하지 않은 채 묵묵히 하기 시작하는 무딘 미련퉁이들이다.
6.해결책은?
6.1 알코올
술을 한잔 걸쳤을 때처럼 머리를 무감각하게 만들고 침묵시키는 방법이 있다. 술을 좀 마시면 알코올은 신체기능을 저하시켜 부정적인 생각이나 미리 걱정하는 것을 순간적으로 줄여준다. 하지만 그런 해결책은 기껏해야 한순간뿐이다. 일거리도 사라지지는 않는다.
6.1 머리 침묵시키기
다른 해결책이 있다. 다음 행동을 파악하는 지적인 방법으로 머리를 침묵시키는 것이다. 바꾸거나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이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물리적 다음 행동을 판단하고 나면 어김없이 압박감이 완화될 것이다.
실행할 수 있는 과제라고 당신의 머리가 인식하는 무언가로 초점을 옮기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높아지고 방향성이 생기며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머리를 비우는 과정에서 당신의 주의를 끄는 일들을 정말로 모두 수집했다면 이제 그 목록을 다시 살펴보며 각각에 실행하기 위한 다음 행동을 하나씩 결정하라.
7. 중립지대는 없다
당신은 할일 목록의 항목들에 끌리거나 거부감을 느낀다. 중립지대는 없다. 행동을 완료하고 싶어 긍정적으로 이끌리거나, 아니면 그게 뭔지 생각하기 싫어 연루되지 않으려 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이 두 극단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대개 ‘다음 행동’이다. 생각하고 판단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8.궤도에서 벗어나는 이유
방법론을 실행하기 시작한 많은 사람들이 슬그머니 궤도에서 벗어나는 이유 중 하나가 행동목록을 개별적인 다음행동들로 구성하는 대신 과제나 하위 프로젝트 목록이 되도록 내버려두기 때문이다.
즉, 행동목록에 ‘연회준비위원회와 회의’ ‘조니의 생일’ ‘접수 담당자’ ‘슬라이드 프레젠테이션’ 등과 같이 막연한 내용을 그대로 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할 일들이 행동단계부터 출발하지 못하고 다시 ‘일거리’로 되돌아간다. 그러면 이런 목록을 볼 때마다 머리에 과부하가 걸릴 것이다.
9.최후까지 미루는 습성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음 행동이 ‘견인차를 부른다!’가 될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실행 판단을 미룬다는 것이다.
프로젝트가 당신의 레이더에 처음 걸렸을 때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것과 가급적 미루다가 결국 급한 불을 끄려고 급하게 행동을 생각하는 것중 어느 것이 삶에 도움이 되겠는가?
10.회의 마치기전 반드시 다음행동 정의하라
회의를 할 때 정말로 무례한 건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 않은 회의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회의를 마치기전에 실제 할 일들을 정의하고 담당자를 지정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면 회의참석자들이 아직 결정하지 않은 행동들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고 집단적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
다음 직원회의나 저녁 식탁에서 가족들과 대화하다가 한 주제에 대한 논의가 끝날 무렵, 약간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러면 이 문제에 대한 다음 행동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