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우아한 루저’란 제목에 끌렸다. 원문 ‘게으른뱅이’를 ‘루저’로 의역했다고 하니, 번역자 고혜련 교수의 ‘감’은 역사적이며 문학적이다.
고혜련 교수는 현재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한국사를 강의하고 있다. 2017년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연구년을 보내면서, 도서관의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자료들을 발굴해 이 책을 완성했다. 그녀는 도서관 구석에서 크노헨하우어의 강연문 ‘코레아(Korea)’ 전문을 처음 발견한 두근거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고혜련 교수가 발견해낸 사료들이 귀중하다. 3인의 여행기 뿐만 아니라, 그녀는 한국 관련한 의미있는 유럽 신문들의 기사를 많이 발굴했다. 예를 들면 ‘대한제국 사절단의 항변'(배를리너-폴크스 짜이퉁 1907년 7월 27일 자 기사)이 대표적 예다. 고종이 헤이그밀사를 보냈지만, 그들은 만국평화회의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그런데 기자협회의 도움으로 이위종이 ‘일본의 침략 행위를 규탄하는’ 멋진 프랑스어 연설을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당시 중국에 지사를 두었던 독일 신문들의 한국관련 기사를 찾아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많은 역사적 사실을 발굴했다.
고혜련 교수의 북토크를 듣고, 한국사도 지금보다 더 세계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어로 기록된 한국관련 자료들, 영어, 독일어 뿐만 아니라 중국, 프랑스,러시사 등의 기록까지 더 찾았으면 한다. 단지 기록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다양한 시각도 있는 그대로 알았으면 한다. 비록 그게 불편할지라도. 이제 우리는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사가 세계화된다면, 고혜련 교수의 바램대로 뷔르츠부르크대학의 한국관도 제대로 그리고 멋지게 만들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