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블록체인
정민아, 마크 게이츠 지음| 블루페가수스|298쪽|1만3800원
“블록체인은 특정 조직이 모든 데이터를 관리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에서 시작된 기술이다.”
테크 PR업계에서 명성을 쌓은 정민아 민커뮤니케이션스 대표가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활동하는 마크 게이츠(Mark Gates)와 함께 블록체인 기술과 최신 트렌드를 소개하는 책, ‘하룻밤에 읽는 블록체인’을 출간했다. 엄밀히 말하면 게이츠의 책(Blockchain;Ultimate guide to understanding Blockchain)을 한국 사정에 맞게 재구성하고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여 펴낸 책이다.
책 제목을 보면 예상할 수 있듯이 저자는 손에 잡히지 않는 복잡한 첨단 디지털 기술 트렌드를 일반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5장 블록체인 기술로 공공도서관 만들기편을 골라서 손으로 분해매핑하면서 읽었다.
저자는 은행과 도서관의 공통점에 착안해 블록체인 원리를 풀이한다. 현재 도서관 시스템은 기본 책 정보부터 대출자 정보, 대출 이력 정보를 중앙에서 관리한다. 도서관 회원이 책을 빌리면 데이터베이스에 그 정보를 기록하고 보관하면서 다른 회원이 이미 대출된 책을 신청하면 대출중이라고 알린다.
도서관의 이와 같은 중앙집권화된 시스템에서 일반 회원은 ‘내가 원하는 책을 누가 빌려갔는지’ 알 수 없다. 만약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사람이 빌려갔다면, 두 회원은 중앙도서관을 통해서만 연결될 수 밖에 없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완전히 다른 공공도서관을 만들 수 있다. 먼저 내가 보유한 책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공개한다. 나와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이 책을 신청하면 빌려주고 보상으로 북코인을 받는다.
나도 원하는 책이 있으면 도서데이터베이스에서 책을 검색하고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에게 빌린다. 이때 내가 빌려주고 받은 북코인을 사용한다. 만약 내가 빌려준 책 보다 더 많은 책을 빌리려고 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서는 승인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룻밤에 읽는 블록체인’ 중 ‘제 5부 블록체인 기술로 공유도서관 만들기’ 편을 분해매핑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공개된 데이터베이스로 완전히 다른 공공도서관을 만들 수 있다.
중앙통제 시스템이 없는 분산시스템에서 어떻게 그런 검증이 가능할까? 저자는 블록체인의 기본 구조를 통해 쉽게 설명한다. 블록체인은 최초 거래의 블록부터 최신 거래 블록까지 모든 블록을 체인으로 엮고, 이 데이터를 검증참여자가 공유하면서 업데이트한다.
따라서 내가 빌려준 책보다 더 많은 책을 빌리려고 하면, 검증 참여자들이 모든 거래 블록을 검증하면서 승인 또는 불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50% 참여자가 승인을 하지 않으면 부정거래가 된다.
공저자인 정대표는 닷컴붐 시절에 컴팩 등 IT기업 홍보일을 하기 시작해 20여년동안 테크분야 홍보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여러 홍보 중에서 IT홍보는 한국어는 조사밖에 사용하지 않는 기술분야와 기술 밖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통역사 역할을 해야 한다.
저자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인터넷 도입 초창기를 떠올리면서 블록체인 흐름이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인식한다. 또 러시아, 체코 등 블록체인 활성화 지역에 뿌리를 둔 블록체인 기업의 국내 활동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한국 블록체인 산업의 현실을 꿰뚫어 보는 기회를 가졌다.
만약 블록체인이 현재 인터넷 산업구조를 초토화시킬 정도로 파괴력을 갖고 있다면, 저자 관점에서 한국의 현재 상황은 비관적이다. 외국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한국을 중요시하는 것은 암호화폐 소비처로서의 매력이다.
블록체인 기반 기술에 대한 투자와 인력도 부족하다. 더욱이 정부가 종합적 검토없이 ICO(Initial Coin Offering)를 금지하면서 국내 블록체인 기반 스타트업들이 발길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 정대표는[a] “(한국이)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소비국가, 비트코인 투기 국가가 아니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에 투자하는 생산적인 기술 국가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5장을 읽고 나서 서문부터 차례로 책 전체를 읽었다. 특히 알렉산더 이바노프 웨이브즈 플랫폼 창업자, 안명호 에덴체인 창업자 등 4명의 블록체인 리더 인터뷰를 담은 장을 눈여겨 봤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스타트업들이 벤처투자가를 찾는 대신 ICO를 준비하는 현장을 목격했다.
블록체인이 거품 제조기 역할을 하는 것은 확실하다. 거품제조기가 뿜어내는 수만개 거품 중에서 서너개 진짜가 나올 때 새로운 패권자가 새로운 질서를 지배할 것이다. 테크 버블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공부하고 경험해보는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