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시간(김민식)을 소개합니다. 2019년 4월에 출간된 책입니다.
코로나로 시작되어 코로나와 함께 했던 2020년을 보냅니다. 2021년을 앞두고 인류의 시간, 지구의 시간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아울러 나의 시간도 돌아볼 수 있습니다.
나무의 시간은 포유류보다 늦게 지구에 등장한 고등 생물체인 나무에 새겨진 인간과 얽힌 역사를 돌아보게 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서재 방을 둘러봤습니다. 책상, 책장, 문, 옷장 등 나무가 사방에서 저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나의 삶의 일부인 나무에 무관심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나무를 심어 도시의 풍경을 바꿔야만 각박한 시민의 심성이 바뀐다는 주장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한국 부동산의 문제를 안도의 풍경론에 대입해봤습니다.
안도는 도심 풍경의 축을 이루는 고층 아파트 스카이라인은 욕망과 질시, 허기, 분노를 일으킨다고 봅니다.
서울에 나무 숲을 곳곳에 조성하여 풍경을 바꾸지 않으면 한국의 부동산 이슈는 용광로처럼 식지 않을 것 같습니다.
3장 오지에 나무를 심어라 그래야 오래간다 편 10줄 요약
1.한국 사람들은 잣나무를 싸구려 목재로, 백두산 홍송을 최고급 한옥 목재로 여긴다. 하지만 홍송은 잣나무를 뜻하고, 한국에 들어오는 백두산 홍송이라 불리는 것도 실은 중국 하얼빈이나 라오스에서 생산된 잣나무다.
2.조지언 스타일 의자는 미국과 유럽 사람들이 소장하고 싶어하는 호두나무 소재 고급 가구다. 하지만 싼 목재에 고동색을 입히고 우레탄 도장으로 마감한 리프로덕션의 의자가 널리 퍼졌다. 오래전 한국 대통령의 행사에 조지안 스타일 리프로덕션 의자가 등장한 것을 보고 놀랐다.
3.시바 료타로, 찰스 디킨스, 조지프 키플링 등 유명 작가의 원목 소재 책상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그런 문화를 부러워했다. ‘토지’ 작가 박경리 선생의 원주 기념관에서 느티나무 원목 교자상을 보고 깊은 컴플렉스에서 벗어났다.
4.피트 하인 이크의 스크랩 우드 가구는 버려진 폐목재로 만든다. 트럭의 방수포를 재활용하는 스위스의 프라이탁 가방과 같은 개념의 작업이다. 피트 하인 이크는 홈페이지에 알렉시스 토크빌의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고 썼다. 디자인도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영감만으로 완성할 수 없고, 역사와 맥락에서 등장한다.
5.명품 업체 에르메스는 민속 조각품에나 사용하는 사과나무와 배나무를 사용해 가구를 만들었다. 슬로(Slow) 오거닉(Organic) 로(Low) 마일리지가 아닌가. 지금 로컬의 환경과 생태에 시대에 가장 치열한 글로벌 주제가 되어 있다. 부러움과 존경이 절로 나왔다.
6.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 진면목은 나무를 심는 철학에서 찾는다. 도쿄 쓰레기 매립장에 나무를 심는 ‘바다의 숲’을 조성했고, 지진피해를 본 고베에 30만 그루의 목련을 심었다. 안도는 “나무는 풍경이다. 시민 사회가 선한 관계를 회복하려면 나무를 심어 풍경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7.미국, 독일, 스웨덴 등 거대한 숲을 품고 있는 나라는 강국이다. 숲은 무엇보다 수자원의 보고다. 충주 인근 인등산에서 가래나무, 참나무, 자작나무 등 활엽수로 조성된 광활하고 깊은 숲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고 최종현 SK회장이 수십 년 전에 “나무를 오지에 심어라. 그래야 오래 간다”면서 조성한 숲이었다.
8.오동나무는 빨리 자라 무르고 비교적 싼 나무다. 무른 오동나무는 악기울림통, 장의 서랍으로 요긴하다. 약한 나무가 반에 필요한 곳이 있다. 오등은 살충. 방충효과가 있어 벌레가 잘 슬지 않는다.
9.빈티지 가구는 1920~1950년 무렵에 생산된 스칸디나비안 가구다. 너도밤나무, 자작나무, 참나무, 물푸레나무,티크, 마호가니, 로즈우드 등이 소재다. 핀란드 디자이너 알바 알토가 자작나무를 소재로 만든 ‘스툴 60’, 덴마크의 한스 베르너가 디자인한 참나무 의자가 대표적인 빈티지 가구로 인기를 끌었다.
10 하성란의 ‘카레 온 더 보더 ‘는 서울 변두리에서 지하방에 사는 주인공이 곰팡내를 없애기 위해 카레를 끓인다는 점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방수와 단열 공사를 생략했기에 지하 냄새가 나는 것이다. 더 문제는 싸구려 건축자재에서 발생하는 합성 화합물이다.
한국의 소설가가 언제까지 방수와 단열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곰팡내가 심한 불량주택에서
살아가는 군상을 그리게 내버려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