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진 조선비즈 인턴기자mycitystory.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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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할로윈 파티 입장을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매주 금요일 이태원 해밀턴 호텔 뒤 클럽 거리는 곳곳에서 화려한 조명과 고막을 찌르는 기계 음으로 가득 찬다. 사람들은 저마다 북적이는 거리를 돌며 ‘불금!’을 외친다. 금요일 밤은 불태워 늦게까지 놀아도 된다는 뜻이다.

클럽에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이재현씨(30)는 이태원 클럽 문화에 대해 “청담동의 고급스러움과 홍대의 젊음이 적절하게 섞여있다”고 설명했다.

10월 마지막 주 금요일(26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할로윈 데이를 앞둔 만큼 클럽 거리 인테리어와 사람들의 복장은 평소와 달랐다. 마녀 고깔 모자를 쓰기도 하고 만화에 나오는 복장을 입는 등 스타일에 신경 쓴 사람들로 북적였다.

서양의 할로윈 데이는 10월 31일로 죽은 영혼이 다시 살아나 출몰하는 날을 뜻한다. 귀신들을 놀라게 하기 위해 사람들은 유령이나 괴물 복장을 하거나 실제 혈흔으로 얼굴을 분장하기도 한다. 서울 속 ‘작은 지구촌’ 이태원도 할로윈 데이를 맞이하여 축제 준비로 한창이었다.

비가 온다는 예보로 이태원 지역 전체 할로윈 파티는 취소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태원 클럽에서는 자체적으로 할로윈 파티를 열었다. 개별 홍보전으로 이어지다보니 전문 파티 프로모션 업체가 행사를 주관하게 되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입장료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태원 클럽은 할로윈 데이를 비롯, 여러 파티를 개최하며 테이블 예약가나 양주 가격을 높여 이윤 창출의 찬스로 활용했다.

이태원 역 1번 출구로 나와 KFC 골목으로 걸어 올라가다 보면 클럽 네이키드가 나온다. 할로윈 데이 축제를 준비하는 다른 클럽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파티를 개최하는 중이었다. 일단 입장료가 5000원이다. 다른 곳에 비해 4분의 1 수준이었다. 또 바로 옆의 비원(B1NE) 클럽과 비교했을 때 입장하는 손님의 국적이 다양했다. 클럽 네이키드 앞에는 영어, 불어, 스페인어 등 다국적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보다 많았고 복장도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났다. 해골 분장부터 마법사, 요정까지 외국에서만 보던 할로윈 파티의 모습이었다.

클럽 안에서는 친목 도모를 위한 파티가 이어지고 있었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거의 비슷한 비율로 있었다. 다음 카페 ‘나의 외국인 친구들’과 ‘프렌즈인코리아’가 주최하는 이번 ‘외국 친구와 함께하는 파티’ 는 이미 매주 이태원과 홍대, 강남에서 꾸준히 개최된 전통 있는 파티였다. 2004년부터 시작된 이 파티는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하며 친구를 만들고 싶은 한국인과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싶은 국내 거주 외국인들 사이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 교류 파티로 자리 잡아왔다.

요정 분장을 한 미국에서 온 첼시(25)는 파티에 대해 “페이스 북을 통해 알았다”며 “ 주위의 다른 클럽보다 사람들이 분장도 잘하고 대화가 많아 흥겹다. 미국 파티 문화와 흡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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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외국인 친구와 영어로 놀아라’ 저자이자 프렌즈인코리아 대표인 김명호씨(31)는 “가볍게 맥주를 마시면서 다양한 문화 출신의 사람들과 새롭게 친구를 만드는 건전한 파티 문화를 정착 시키고 싶다”며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서로의 문화와 언어를 교류하고 만남이 이루어지는 자리”라 말했다.

김대표와 개인적인 친분으로 정기적인 파티를 개최하게 됐다는 크리스 클럽 네이키드 대표(38)는 “퇴폐적인 클럽 보다는 대화가 있는 건전한 파티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대화를 나누는데 불편함을 최소화 하기 위해 음악도 적당히 튼다”고 말했다. 클럽 음악이 크지 않아서 돌아간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주최 측은 대의를 선택했다.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의 볼륨을 유지했다.

“친구를 사귀러 오는 파티기 때문에 일회성 클럽 문화와는 다르다. 추가적인 정기 모임도 있고 동아리 같다” 대학생 박민지씨(23)의 말이다. ‘외국 친구와 함께하는 파티’ 에 처음 와봤다는 최용식씨(28)도 “단순히 마시고 노는 것보다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열린 느낌”이라고 파티의 첫 인상을 전했다.

한 파티 관계자는 “ 한국 사람들은 클럽 하면 소위 ‘작업을 거는 곳’이라며 좋지 않게 보지만 이 곳은 말을 자연스럽게 먼저 건내는 문화라서 그런 걱정을 전혀 할 필요가 없다”며 “ 파티를 통해 살아있는 영어를 배우고 외국 사람들은 한국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장”이라고 말했다.

조성욱 파티 관계자(30)는 “처음 참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속적인 친목 도모를 위해 오는 사람도 많다” 며 “단발성이고 정신없는 클럽 문화가 아니라 소통이 있는 파티 문화를 선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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