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계 및 연예계 유명 인사 즐겨 찾아

– 60년대부터 최신 음악까지···LP판 5만 장 보유

허미연 조선비즈 인턴기자 mycitystory.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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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지하에서 흘러나오는 ‘지지직~’하는 거친 소리와 음악이 온몸을 감싼다.

용산구 한남동 한남오거리 유엔빌리지 방향 골목(용산구 독서당로 67)에 가면 ‘LP 뮤직 바’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CD나 디지털 음원이 아닌 LP 음악을 튼다. 사람들은 술과 LP음악이 가진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며 여유를 즐긴다.

LP는 ‘Long Player’의 약자로, 원음의 울림 그대로 원판에 소리 골(groove)을 파서 만든 아날로그 레코드 앨범이다. 한남동 ‘LP뮤직바’는 생긴 지 7년 정도 된 곳으로, 30대~50대 손님들이 많다. 이곳 단골 손님 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정·재계 및 연예계 유명 인사들도 많다.

강호정 LP 뮤직바 사장(57)은 “가게가 동네 골목에 있다 보니 관광객들보다는 단골손님들이 더 많은 편”이라며 “이 근처에서 신청곡을 받는 곳이 이곳 밖에 없어서 이태원에서도 많이 온다”고 했다. 또 “유럽이나 미국, 일본에는 이런 곳이 거의 없어서 외국인들도 이곳에 오면 놀라워한다”고 덧붙였다.

흘러나오는 곡에 대한 질문에 DJ 김동우씨는 “1969년도에 발매된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Creedence Clearwater Revival)의 그린리버(Green River)라는 곡”이라며 “블루스 락 장르”라고 설명해주기도 했다. 김 씨는 종종 손님들과 흘러나오는 곡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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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뮤직바 강동우 DJ(좌)와 강호정 사장(우)

◆ “남들이 버릴 때, 나는 모았다”

LP뮤직바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강호정 사장은 “사실 별 계획 없이 시작했다”고 말했다. 7년 전, 주류 수입 관련업에 종사한 강 씨는 원래 이곳에서 지인들과 도시락 사업을 하려고 했으나, 동업을 못하게 되면서 큰 계획없이 시작하게 된 거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무려 5만 장의 LP판을 보유하고 있는 유별난 ‘LP판 수집가’다. 가게에는 약 1만6000개 정도의 LP판이 진열돼 있다. 그는 “CD가 대중화되면서 LP판이 버려질 때 나는 다 모았다”며 소리도 훨씬 좋고, 음폭도 넓은 아날로그 레코드 앨범의 매력을 설명하기도 했다. 또 ‘가장 아끼는 LP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전부 다 아낀다”면서 “굳이 꼽으라고 한다면 세르지오 멘데스와 브라질’66(Sergio Mendes & Brasil ’66) 앨범”이라며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LP뮤직바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블로그 등에서도 찾기 힘들기 때문에 단골 손님들에게는 숨겨둔 보물 같은 곳이다. 강 씨는 가게가 7년 동안 꾸준히 사랑 받아온 것은 “단골 손님들이 자신들의 지인들을 데리고 오기 때문”이라며 “뭐든 오래하면 잘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일부 사람들은 신청곡을 받아 음악을 틀어주는 방식의 뮤직바를 사양 사업으로 여기지만, 시대가 흘러도 사람들이 음악을 사랑하는 건 똑같다”며 “앞으로 가게를 확장하기보다는 지금처럼 신청곡도 받고 손님들과 대화도 나눌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LP뮤직바가 요즘 사람들에게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여유를 선물하는 보물같은 공간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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