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국인 밀집 지역 이태원에서 36년 간 양복 장인의 길 걸어

-친근감과 신뢰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즈니스 경쟁력

전효진 조선비즈 인턴기자 mycitystory.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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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유명인들과 찍은 사진이 걸린 힐튼 양복점 내부

 

“저는 20개 국어를 합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고객의 나라 별로 그 사람들 말을 해야 그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고 그들은 저에게 친근감을 느끼지요. 신뢰를 먼저 쌓는 게 우선이죠.”

이태원 역 3번 출구에서 나와 대로변을 걷다 보면 세계 유명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걸어 놓은 양복점이 있다. 천상의 목소리 루치아노 파바로티부터 육상선수 칼 루이스, 영화배우 스티븐 시갈까지 세계 명사들의 마음을 사로 잡으며 그들에게 한국 맞춤 양복의 매력을 알려준 사람이 있다. 바로 ‘힐튼 양복점’의 이덕노 대표(60)다.

2012년 3월 핵안보 정상 회의 때도 각 국 정상들 사이에서 ‘힐튼 양복 브랜드’는 화제가 됐다. 기존에 고객이었던 몇몇 정상들의 입소문 덕분이었다. 이 대표는 다양한 나라의 지도자들을 만족시킨 비결에 대해 “세계 정상들을 만나기 전 미리 각 나라에 대해 사전 조사하고 공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단 한번 방문한 고객이라도 체형부터 좋아하는 무늬 패턴 등을 기록한 장부를 보관해 둔다”며 “치수를 재는 동안 대화를 많이 하고 고객의 체격부터 취향, 특징까지 기억해 둔다”고 말했다. 그는 비즈니스 손님이기 이전에 개인적인 친분을 쌓아 ‘한번 손님을 영원한 손님’으로 만든다. 이 대표는 “고객은 감동하면 다시 찾게 되어있다”며 평생 고객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고객을 향한 넉넉한 인심을 담은 양복

슬림 핏의 기성 양복이 대세라고 하지만 누구나 옷을 처음 살 때의 몸매를 한결 같이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대표는 “‘힐튼’을 가진 사람은 단 한 벌을 가지고 있더라도 오랫동안 입으라는 뜻에서 양복 내부에 안감을 많이 뒀다”며 혹여나 있을 고객 체중 변화에도 신경을 썼다. 이 대표는 ‘힐튼’브랜드 옷감의 품질은 다른 외국 브랜드 못지 않게 좋다고 자부한다.

자부심은 그의 경영철학으로 이어진다. 그는“당장 옷 한 벌을 더 파는 장삿 속보다 고객들이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좋은 옷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50여 개의 외국 대사관과 세계 음식점이 밀집해 있는 이태원은 하나의 작은 세계다. 이 대표는 “이태원에서 자리를 잡은 것은 어찌보면 큰 행운”이라며 120여 개국의 단골 고객을 확보한 원동력을 이태원의 ‘글로벌’으로 설명했다.

이 대표는“이태원 상인들이 ‘민간 외교관’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평생 고객을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며 “호객 행위보다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노력하자”고 말했다. 고객에게 제품으로 이익을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땐 손해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태원의 글로벌 브랜드화 부진에 대해 이 대표는 “조금만 더 고생하자”고 말한다. “평생 고객을 만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점점 더 손님이 늘 것”이라며 “이태원 표 브랜드의 질을 높이는데 투자하면 이태원의 무궁무진한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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