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팝니다”..부암동 카페거리

“고생 끝에 낙이 옵니다. 조금 만 더 올라 가세요.”

“여기가 커피프린스 나왔던 곳입니다.”

경복궁 역 3번 출구에서 녹색 버스를 타고 네 정거장을 지나 자하문 터널 입구에서 내리면 뒤편으로 북악산 꼭대기를 향한 가파른 출발 지점이 보인다.

시작부터 경사지다. 60도에 달하는 비탈길은 비가 내린 날이면 금방이라도 미끄러질 것 같아 허리를 앞으로 숙이며 걸어갈 수 밖에 없다.

두 번의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우측으로 꺾으면 ‘동양방아간’이 나온다. 이제부터 부암동 카페 거리 투어가 시작된다.

산 자락 아래부터 시작하는 이 길은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게 잘 정비돼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진정한 ‘고진감래’의 맛을 보기 위해서는 운동화를 신고 가벼운 차림으로 걸을 것을 추천한다. 산세 경치보다 활력소가 되는 ‘고진감래’벽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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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메시지를 주는 지도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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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찍으며 드라마 속 추억을 떠올리는 중국 관광객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한성이(이선균役)네 집으로 알려진 ‘산모퉁이카페’는 목인박물관장이 수장고와 작업실로 사용하던 곳이었다. 2007년 드라마 촬영지로 사용하게 되면서 카페 겸 갤러리가 됐다.

카페 2층으로 올라가자 중국에서 관광 온 두 여성이 사진을 찍으며, 5년 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의 장면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상하이에서 친구와 자유여행으로 왔다는 천쉬링씨(28)는 “드라마 속 배경이 너무 예뻐서 꼭 와보고 싶었다”고 했다. 한바오메이(28)씨 역시 “이곳에서 전화기를 들고 노래를 부르던 한성이의 모습에 반했었다”며 “여기 오니까 드라마 속 장면들이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산모퉁이카페 2층 창가에서는 북악산의 아름다운 경치가 훤히 보인다. 그곳 선반 위에는 전화기 한 대가 놓여있다. 수화기를 들면 드라마 속 한성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드라마를 보고 방문한 손님들은 이 또한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부산에서 온 최윤희씨(32)는 “작은 소품에도 드라마를 떠올리게 하는 장치들이 있어 구경거리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 부암동 일대는 내이름은 김삼순, 찬란한 유산 등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이야기를 녹인 장소들이 새로운 관광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