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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좋은 불평등 작가,최병천

오랜 기간 진보정당에서 활동했다. 민주당에서는 정책 관련 일들을 해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마지막 정책보좌관,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부소장을 했다.

현재는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복지국가를 부탁해》 《2020 한국의 논점》 《2022 한국의 논점》(이상 공저) 등이 있다.

최근작 : <좋은 불평등>,<2020 한국의 논점>

저서 소개_좋은 불평등

110개 데이터를 통해,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불평등 상식’을 전복하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정책통인 최병천의《좋은 불평등》은 책 제목도 파격적이지만, 내용은 더욱 파격적이다. 책은 초반부터 후반까지 온통 불평등에 관해 우리가 그간 알고 있던 통념과 상식을 뒤집는다.

단, 110개의 데이터에 근거하여 치밀하고 꼼꼼하게.

문재인 대통령은 탄핵 촛불의 열망을 안고 2017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불평등’을 줄이면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포부를 담아 추진한 정책이 소득주도성장론이었다.

그러나 최저임금 1만 원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론은 2018~2019년 격렬한 논쟁에 휘말렸고,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며 결국은 후퇴했다.

어느 순간부터 소득주도성장론도, 불평등 이야기도 문재인 정부에서 사라졌다.

《좋은 불평등》은 서문에서 ‘문재인 정부의 숨겨진 업적’이 3가지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 문재인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진보세력이 주장하는 정책 대부분을 실천한 ‘25년짜리 진보정책’을 실천한 ‘25년짜리 진보정부’라는 점이다.

둘째, 성적표가 제출됐다.

셋째, 성적표를 잘 분석하면, ‘역사의 다음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평가한다.

최저임금 1만 원 정책도,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단지 대통령 개인, 경제참모 몇 명의 아이디어, 민주당만의 정책이 아니라 ‘한국 진보세력의 합의사항’을 이행했다는 것이다.

즉, 소득주도성장론의 정책 실패는 한국 진보의 ‘집단지성이 집단오류를’ 일으킨 경우였다고 지적한다.

한국 진보세력이 불평등 문제에서 집단적 오류를 일으킨 근본 이유는 한국 진보세력이 공유하고 있던 ‘불평등에 관한 통념’ 자체가 틀렸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불평등에 관한 5가지 통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불평등 확대는 1997년 외환위기부터 시작됐다.[시점]

둘째, 불평등 확대는 재벌, 신자유주의, 비정규직 확대 때문이다.[원인, 3대 적폐론]

셋째, 불평등 확대는 민주정부 10년, 보수정부 10년의 잘못 때문이다.[정치권 책임론]

넷째, 불평등은 경제성장에 해롭다.[불평등과 경제성장의 관계]

다섯째, 불평등은 국내적 요인에 의해 작동한다.[일국적 분석].

‘좋은 불평등’은 풍부한 데이터와 단단한 논증을 통해 이러한 5가지 통념이 ‘모두’ 사실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

5가지 통념은 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인가?

그럼, 한국경제 불평등은 어떻게 작동했다는 것인가? ‘좋은 불평등’은 ‘제대로 된 분석’을 보여주기 위해, 1980년부터 최근까지 불평등의 시계열 추이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한국경제 불평등은 ‘3대 변곡점’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1980년부터 최근까지 동일한 방법으로 조사가 진행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추이를 보면, 한국경제 불평등은 1994년에 최저점을 찍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 등락을 보이다가 2015년을 최정점으로 최근까지 하락하는 중이다.

1994년 최저점, 2008년 중간고점, 2015년 최고점이 한국경제 불평등의 3대 변곡점이다.

‘좋은 불평등’은 3대 변곡점 각각의 작동 원인을 데이터에 근거하여, 역사적 사건과 연결하여 추적한다.

한국경제 불평등은 ‘중국발 불평등’…

불평등 시작은 1997년 외환위기 아닌 1992년 한‧중 수교 이후부터

일단, 많은 경제학자들의 오해와 달리 한국경제 불평등은 ‘1997년 외환위기부터’ 증가한 것이 아니다. 1994년부터 증가했다.

다시 말해, 외환위기 이전에 이미 증가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1994년 즈음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좋은 불평등》은 그 원인을 ‘1992년 한‧중 수교’에서 찾는다. 저자 최병천의 말을 들어보자.

“한국경제 불평등의 시작점은 1997년 외환위기가 아니다. 1994년부터 시작됐다. 이는 한국경제 불평등이 1997년 외환위기가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해, 국내적 사건과 국제적 사건 3가지가 맞물려서 작동했다. 3가지 사건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1992년 1~2월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 1992년 8월 한·중 수교다.”

—4장 <1994년 불평등 미스터리, 그 해답을 찾아>, 59쪽

이를 입증하기 위해, 《좋은 불평등》은 8개의 데이터를 보여준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전후한 노사분규 추이,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제조업 임금 및 노동 생산성에 미친 영향, 노태우 정부 시절 공산권 국가의 수교 현황, 1980년부터 최근까지 한국의 해외직접투자(FDI) 추이, OECD 국가들의 저기술·제조업 고용 비중 추이, 산업별 취업자수 변화 추이, 신발산업과 의류산업에서 한국과 중국 수출액 추이 자료다.

이런 방식으로 1994년 변곡점, 2008년 변곡점, 2015년 변곡점을 모두 설명한다.

3대 변곡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국경제사의 주요 사건들, 세계경제사의 주요 사건들, 중국경제사에서 주요한 정책 변화가 한국 불평등 30년의 역사에 각각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수출이 대박 나면 불평등이 증가하고, 수출이 작살나면 불평등은 줄어든다.

상층 소득이 오른 경우는 ‘좋은 불평등’, 상층 소득이 작살난 경우는 ‘나쁜 평등’

예컨대, 노무현 정부는 당시 민주노동당 등의 진보세력으로부터 불평등을 확대한 신자유주의 정권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좋은 불평등》은 이에 대해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노무현 정부 때 불평등이 확대된 것 자체는 맞지만, 그 원인은 ‘신자유주의적’ 정책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이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것은 2001년 12월이었는데, 이후 중국경제는 급성장한다. 경제성장률은 약 12%,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약 25%, 한국의 대중국 수출증가율은 약 30%에 달했다. ‘중국에 대한 수출 대박’으로 인해, 한국 대기업 노동자들의 성과급(상여금)이 급증한다. 요컨대, 노무현 정부 때 불평등이 증가했던 진짜 이유는 ‘수출 대박과 연동된 불평등’이었다.

내용적으로 볼 때, ‘좋은 불평등’이었다고 진단한다.

불평등 개념을 ‘하층소득 대비 상층소득의 격차’로 정리하면 불평등의 변동요인을 세분화할 수 있다.

불평등이 증가하는 경우는 3가지다.

① 상층이 오르는 경우, ② 하층이 떨어지는 경우, ③ 중간층이 얇아지는 경우다.

불평등이 줄어드는 경우도 3가지다. ④ 상층이 가라앉는 경우, ⑤ 하층이 오르는 경우, ⑥ 중간층이 두터워지는 경우다.

중국의 2001년 WTO 가입 이후, 한국경제 불평등의 증가는 대중 수출의 급증이 한국 대기업 노동자의 성과급 상승으로 연결된 경우다.

즉, ① 상층소득이 오른 경우였다. 물론, 중국에 대한 수출 대박 덕분에 수출, 투자, 고용도 모두 증가했다. ‘좋은 불평등’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반대로, 좋은 불평등이 있으면, 나쁜 평등도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다. 그 해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 불평등은 오히려 줄어든다. 경제위기가 터졌는데, 왜 불평등이 줄었을까?

그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선진국발 경제위기’였기에 세계 교역량 축소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세계 교역량이 축소되자 한국 수출이 줄어든다. 이 경우, ④ 상층이 가라앉은 경우다. 2008년~2011년의 기간 동안 한국경제 불평등은 오히려 축소된다.

즉, 수출이 대박이 나면 한국경제 불평등은 증가한다.

수출이 작살나면 한국경제 불평등은 축소된다.

2015년을 최정점으로 불평등이 최근까지 줄어드는 것도 같은 이유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4년 시진핑에 의해 ‘신창타이(新常態)’가 선언된다.

신창타이는 ‘중국판 뉴노멀’이었다. 신창타이 이후, 중국은 산업구조 고도화, 중간재의 국산화, 무역의존도 축소 정책을 추진한다.

이후 한국의 대중 수출액이 급감한다. 동시에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 제조업의 위기가 발생하고, 동시에 불평등이 줄어든다.

즉, 대중국 수출 급감 → 한국의 제조업 위기 → 한국의 불평등 축소는 같은 원인의 다른 현상이었다. 이 경우 역시도 ‘나쁜 평등’에 해당한다.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국제무역이 축소되고 수출이 줄어들면 한국경제 불평등도 줄어든다. 국제무역이 개선되고 수출이 증가하면 한국경제 불평등도 증가한다. 2008~2010년 기간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한국경제 불평등이 줄었던 이유다.”

―6장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불평등은 왜 축소됐는가>, 112쪽

2018년 소득주소성장 정책,

30년치 연평균 취업자 증가의 1/4 수준 쇼크

《좋은 불평등》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3부의 전반부는 1994년 변곡점, 2008년 변곡점, 2015년 변곡점을 중심으로 한국경제, 세계경제, 중국경제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서 작동했는지 설명한다.

책의 후반부인 4~5부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소득주도성장론의 문제점을 집중 분석한다. 특히 최저임금 1만 원을 중심으로 취지, 집행, 결과를 데이터에 근거해서 다룬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의 문제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1990~2020년의 30년치 취업자 증감 수치를 보여준다.

경제위기가 있던 4개년도를 제외하면 취업자 증가 규모는 연평균 40만 명이었다.

그런데 최저임금을 16.4% 인상했던 2018년에는 취업자가 9.7만 명 증가했다.

즉, 30년간 연평균 증가 규모와 비교하면, 4분의 1로 쪼그라든 것이다. 30년치 취업자 증감 수치를 보면, 2018년에 9.7만 명의 취업자 증가는 ‘경제위기 수준의’ 고용 쇼크임을 알게 된다.

《좋은 불평등》의 특징은 데이터에 근거해서 실제 결과를 보여주되 한 걸음 더 들어간다는 점이다.

저자 최병천은 정책 실패의 ‘원인의 원인’을 추적한다.

2018년 최저임금의 급진적 인상이 불평등 확대로 귀결됐다.

최저임금의 급진적 인상은 왜 불평등 확대로 귀결됐을까? 3가지 원인을 지적한다. 첫째, 임금 불평등과 소득 불평등이 서로 상충관계일 수 있음을 몰랐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저임금노동자가 노동시장에서 퇴출되면 저임금노동자는 ‘노동자 집계’에서도 퇴출되고, 임금 불평등 집계에서도 퇴출된다.

그래서 임금 불평등도 줄어들고, 저임금노동자 비율도 줄어든다. 하지만 퇴출된 저임금노동자는 가구소득에서는 집계된다.

가구소득 불평등은 오히려 커지는 이유다. 둘째, 누가 ‘진짜 하층’인지 몰랐다.

진짜 하층은 ‘65세 이상 노인’이다. 셋째, 저임금노동자의 실체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저임금노동자는 소규모-저부가가치 사업장 종사자다. 저임금이어서 저부가가치 사업장인 것이 아니라, 저부가가치 사업장이어서 저임금인 것이다.

《좋은 불평등》은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들어간다.

‘불평등과 계급의 관계’를 재구성한다. 4개의 불평등, 4개의 계급, 4개의 관점을 연동하여 제시한다.

4개의 불평등이란 ① 자본-노동 불평등, ② 자본-자본 불평등, ③ 노동-노동 불평등, ④ 노동-비노동 불평등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비노동 불평등이다. 비노동이야말로 ‘노동자조차도 되지 못하는’ 하층의 진짜 실체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누구인가? 65세 이상 노인들이다.

좋은 불평등, 좋은 평등, 나쁜 불평등, 나쁜 평등

고용-성장과의 관계에서 입체적 사고 필요

《좋은 불평등》은 “경제성장 좋은 놈, 불평등 나쁜 놈, 무찌르자 불평등” 등의 1차 방정식적 사고를 통렬히 깨부순다.

책 전체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불평등에 관한 그간의 통념이 ‘진영론’에 갇혀 있던 사고임을 폭로한다.

실제 한국경제 현실에서는 좋은 불평등, 좋은 평등, 나쁜 불평등, 나쁜 평등의 4가지 경우 모두가 작동하고 있음을 데이터와 사례를 통해 풍부하게 보여준다.

《좋은 불평등》의 논리를 쭉 따라가면, ‘불평등 담론’ 자체가 해체되는 것을 알게 된다. 불평등 축소가 절대선이 아니고, 불평등 확대가 절대악이 아님을 알게 된다.

불평등은 그 자체로 절대적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과 경제성장의 관계, 불평등과 고용의 관계, 약자의 처우개선 여부에 의해서 ‘좋은 불평등’과 ‘나쁜 불평등’이 갈라질 수 있다.

불평등에 대한 선악 이분법적 접근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불평등, 경제성장, 고용, 투자, 수출 등의 경제지표를 종합적이고, 균형 있게 사고해야 할 필요성을 깨닫게 된다.

《좋은 불평등》이 강조하는 대안의 방향은 ‘환경변화’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재적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자본주의의 지난 70년을 돌아보고 향후 30년을 전망한다. 이러한 전망 속에 3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① 경쟁력 강화, ② 계층 사다리, ③ 하층을 끌어올리는 불평등 완화다. 이 중에서 하층을 끌어올리는 불평등 완화의 핵심은 ‘초고령화 대책’이다.

《좋은 불평등》은 여기서도 초고령화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서 한국적 특수성 3가지를 강조한다.

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고령화 속도, ② 소득 보장과 생존의 4가지 결합 방식, ③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균형이다. 이 중에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균형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 현안과도 연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에 기초연금을 현행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인상한다고 공약했다.

문제는 현재 국민연금 수급자의 평균 급여액 분포 비율이다.

20만 원 미만(18.9%), 20~40만 원(44.3%), 40~60만 원(17.8%), 60~80만 원(7.9%), 80~100만 원(4.6%), 100~130만 원(4.1%), 130만 원 이상(2.3%) 순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40만 원 미만 수급자가 총 63.2%이고, 40만 원 이상 수급자는 총 36.9%다.

내 돈으로 보험료를 내는 국민연금 급여액도 40만 원 미만자가 대부분인데,

내가 직접적으로 보험료를 내지 않는 기초연금도 40만 원을 받게 된다.

국민연금 가입자 입장에서 불만을 품게 되거나 국민연금 가입에 소극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현행 기초연금은 ‘하위 70%’에게 지급된다.

문제는 하위 70%의 소득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2022년 현재 65세 이상 부부 가구 기준금액은 288만 원이다.

《좋은 불평등》은 현행 ‘하위 70%’ 지급방식을 ‘정액제’로 변경할 것을 제안한다. 즉, 지급대상 기준을 현행 부부가구 288만 원으로 동결하고, 나머지는 물가 인상분만큼만 반영한다.

이 경우, 최대 장점은 재정 절감 및 후세대에게 급진적 증세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복지는 하방 경직성이 강한 분야이기 때문에 한번 올리면 나중에 내리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생긴 재원 절감분을 75세 이상의 하층 노인에게 ‘보충연금’으로 지급하자고 제안한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균형도 달성하고, 빈곤율도 줄이고, 불평등도 완화하고, 후세대의 과도한 증세 부담도 완화하는 대책이다.

팩트와 정책의 힘으로,

‘진영론’에 갇힌 불평등 통념을 과감하게 전복하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정책통인 최병천이 쓴《좋은 불평등》은 정책과 데이터를 중심으로 진영론에 갇히지 않고, 진영과 진영을 자유자재로 뛰어넘는다.

북방외교와 어르신 빈곤 정책에서는 노태우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칭찬한다.

최저임금 1만 원의 부정적 결과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 평가를 한다.

1992년 이후 대구 섬유산업과 부산 신발산업이 사라진 것에 대해서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책임이 아니었다고 해명한다.

2003년 취임한 노무현 정부 시절의 불평등 증가는 ‘대기업의 수출 대박’ 때문에 발생한 좋은 불평등이었기에, 당시 민주노동당 등 진보세력의 비판이 잘못된 비판이었다고 재반박한다.

대학 교수와 지식인들조차 진영론에 줄 서며, 오히려 ‘내로남불’이 표준이 된 시대, 110개의 데이터로 무장한《좋은 불평등》은 이중 삼중으로 우리의 통념을 뒤집는다.

불평등에 관한 그간의 통념을 통째로 뒤집고, 진영론적 사고에 갇혀 있던 정치적 통념 역시 뒤집어버린다. 팩트와 정책의 힘으로.<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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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제프 크로커의 ‘기본소득과 주권화폐’

기본소득론과 주권화폐론을 결합한 ‘기본소득과 주권화폐'(제프 크로커)을 소개합니다.

저자 제프 크로커는 기본소득포럼(Basic Income Forum)의 편집자입니다. 그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기술전략 컨설팅 부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기술이 어떻게 경제의 근본적 변화를 불러왔는가를, 특히 총 유효수요 위축의 측면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기본소득론자가 기업과 부자에 대한 증세나 로봇세 등 새로운 과세를 주장합니다. 이에 비해 크로커는 주권화폐(Sovereign Money)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삼자고 주장합니다.

10줄 요약

1.세계 경제는 일자리 및 근로소득 감소, 긴축정책, 과도한 부채, 빈곤, 불평등, 환경적 폐해 등 온갖 악재를 한꺼번에 맞이했다.

일자리 감소와 심극한 양극화의 늪에 빠진 현 경제 체제를 대체할 진정한 대안을 요구한다. 근본적으로 새로운 사고와 경제 시스템의 재설계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2.2007년 금융위기를 은행의 사악함이나 규제 불완전때문이라는 진단은 틀렸다. 세계 금융위기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채에 의해 시작되었다. 즉, 반복적으로 가계 부채 및 정부 부채를 발생시켜서 은행 파산과 경제 위기를 야기했다. 그 결과 정부에 긴축 정책을 강요하여 사회의 저소득층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줄였다.

3.근로 소득자 대부분은 소비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벌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근로 소득을 비근로 소득으로 보충해야 한다. 실제 비근로 소득은 연금, 복지 혜택, 배당금, 가계 대출의 형태로 크게 늘어났다.

가계 대출의 일부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가계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부채를 질 필요가 없다.

4.기본소득을 뒷받침하는 재원은 주권화폐 발행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 주권화폐란 즉 기본소득과 중앙 정부 및 지방 정부의 지출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국가가 직접 발행한 화폐다. 따라서 ‘적자’로 기록되지도 않고 부채를 불러오지도 않는 화폐다.

5.기본소득과 주권화폐는 그동안 각각 분리된 운동으로서 제기되어 왔다.

기본소득은 소득, 나이, 직업 등과 상관없이 국민 모두에게 균등액을 배당하는 것이다. 2007년 세계 금융위기이후 극심한 양극화현상, 정보화로 인한 일자리 급감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6.주권화폐는 기본소득과 관련없이 현대통화이론(Modern Monetary Theory)진영에서 논의되어왔다. 현대통화이론은 균형재정론을 배격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적자재정을 통해 실업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화폐에 주권(Sovereign)이라는 말을 붙인 까닭은 중앙정부가 민간은행이 갖고 있는 신용 화폐 발행 기능을 회수하여 중앙정부만이 행사한다는 의미에서다.

현재 금융시스템은 중앙은행이 본원통화를 발행하면 민간 은행이 지준금을 바탕으로 신용화폐를 발행하여 유통시키는 방식이다.

7.기본소득은 재원 마련의 문제에서 큰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본소득의 주창자들은 그 재원을 세금 인상으로 충당할 것을 주장한다.

제프 크로커는 세금을 재원으로 했을 경우에는 기술 혁신에서 기인하는 근로 소득의 상대적 위축과 유효수요 부족을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8.크로커는 주권화폐를 유효수요 타개의 측면에서 주장한다. 이 점은 기존의 주권화폐론과 다르다.

본래 주권화폐론은 주로 현재의 상업은행에 의한 신용화폐의 창조가 갖는 문제점을 극복하려는 차원에서 제기되었다. 상업은행의 신용 창조가 빈번하게 부채 누적과 경제 거품을 야기해왔다는 문제 의식이 주권화폐 발행의 주된 근거였다.

9.크로커는 케인스주의 전통을 잇고 있다. 기본소득과 주권화폐의 제도적 결합론을 통해 유효수요 부족의 타개에 정책초점을 맞추고 있기때문이다. 또 정부 적자는 다른 부문의 잉여에 의해서 상쇄된다는 현대화폐론자의 주장을 수용한다.

10.민간 소비 지출이든 정부 지출이든 모든 지출에 대해 남아 있는 제약은 완전 잠재 산출 GDP다. 따라서 크로커는 주권화폐가 한 나라 경제의 잠재 산출 능력을 초과해 발행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정도만 소비한다는 것이 확실한 진실이다.’(아담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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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누구보다 오래 버텼고, 시대의 변화에 적응했다.

엘리자베스 2세는 격동의 시대를 보냈다. 그녀는 1952년부터 2022년까지 영국과 영연방(53개의 주권 국가)의 수장이었다. 그녀는 그 어느 영국 군주보다 더 오래 통치한 여왕이고, 윈스턴 처칠에서 보리스 존슨까지 14명의 총리와 함께 했다. 그녀가 왕위에 올랐을 때, 영국 군주제의 미래는 예측할 수 없었다. 여왕은 군주제의 필요를 새롭게 정립하면서, 세계, 국가, 가족에 마주한 위기와 변화를 견뎌냈다.

엘리자베스가 즉위할 당시 윈스턴 처칠 , 요제프 스탈린 ,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등 강력한 정치지도자들이 세계를 이끌고 있었다. 70년 동안 왕좌를 지키면서 엘리자베스는 그들보다 오래 버텼고, 20세기 역사의 상징이 되었다. 2002년 50주년이 되는 해, 그녀는 “변화는 피할 수 없다.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우리의 미래를 정해진다”고 말한다.

대중 미디어 시대, 여왕과 대중의 경계를 허물다.

1953년 6월 2일, 웨스트민터에서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이 진행되었다. 엘리자베스는 TV로 생중계되는 것을 처음엔 거부했지만, ‘클로즈업이 없는’조건으로 받아들였다. 약 2천 5백만명의 영국인들이 TV를 시청했고, TV가 대중매체로 자리잡게 된다. 대관식이후 언론에 대한 여왕의 태도는 달라졌다. 대관식이후 여왕은 TV 시청자가 되었고, 1960년 버킹엄 궁전에만 50개의 TV세트가 있었다. 1969년에는 왕실을 인간적으로 표현한 다큐멘터리가 제작됩니다. 왕실의 일상을 보여주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대중매체를 통해 왕실을 홍보하는 방법은 1981년 7월 29일, 찰스와 다이애나의 이른바 ‘세기의 결혼식’에서 절정을 이룬다. 결혼식을 보기 위해 6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50개국에 생중계로 결혼식이 중계돼 8억명에 달하는 사람이 이를 지켜봤다. 인터넷 시대가 되자 홍보전문가를 채용하여 스마트 폰과 소셜 미디어를 위한 대중적 이미지를 만든다.대중매체와 가까워진 왕실은 대중의 관심을 얻었지만, 타블로이드와 파파라치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

영연방을 만들어 제국의 체면을 유지하다.

대영제국의 전성기에는 4명 중 1명이 영국인이었다. 엘리자베스가 즉위했을때 영국은 해외에 70개 이상의 영토를 차지했다. 그렇지만 그녀가 물려받은 것은 위기에 처한 제국이다. 이미 대영제국은 몰락했고, 그 어려운 상황에서 엘리자베스는 영연방으로 재편하기 위해 노력한다. 여왕은 왕위에 오르기 전인, 1947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평생 영연방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발표했다. 1952년 즉위 후 각국을 방문하며 연방의 유지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녀는 1953년에 “영연방은 우정, 충성, 자유와 평화에 대한 열망 위에 세워진 완전히 새로운 개념입니다. 국가와 인종의 평등한 동반자 관계라는 새로운 개념에 나는 내 삶의 날마다 마음과 영혼을 바칠 것입니다.”고 맹세했다.

그녀는 영연방의 상징이자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강력한 구심력을 행사해 왔다. 영연방은 영국과 영국의 식민지였던 독립국 56개국으로 구성된 느슨한 형태의 연합체로, 영국 국왕이 국가 수장을 맡는 나라는 영국을 포함해 15개국에 달한다. 엘리자베스 2세가 서거하면서 과거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은 국가들의 연합체인 영연방은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이후?

영연방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거대한 전환의 시기에 마주했다. 식민국 클럽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영연방은 이제 위태롭다. 여왕이라는 구심점이 사라진 후, 영연방을 떠나는 나라들이 나타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여왕의 서거로 지금의 군주제가 끝을 향할 수도 있다. 영국 왕실 권위를 축소해 북유럽 왕실처럼 바꾸자는 여론이 등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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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헌책방, 필사, 일기,조경국

진주에서 출생하여 언론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0여년 기자 생활을 마무리하고 고향 진주에 내려가 헌책방을 열었다.

책방을 운영하면서 오랜 취미인 필사와 오토바이 여행을 중심테마로 삼아 다양한 책을 출간하였다.

‘필사의 기초’는 가족과 떨어져 직장생활을 하면서 시간떼우기용으로 시작한 필사를 통해 글쓰기 기초를 다지고 이어 창작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은 오토바이를 타고 일본 헌책방을 찾아다니면서 기록한 책방 순례기다.

저서소개_일기 쓰는 법

작심삼일 일기 쓰기는 이제 그만!

매일 쓰는 마음에 관하여

새해가 다가오면 우리는 매년 통과의례처럼 다이어리를 구입합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일상을 정리하고 일기도 써 보자고 다짐하죠.

하지만 며칠 쓰다 멈춰 버리곤 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쓰는 일은 뒷전이 되기 십상이니까요.

역시 매일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우리는 육아일기, 독서일기, 운동일기 등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합니다. 일기 쓰기에 정확히 어떤 효용이 있기에 우리는 일기를 쓰고자 하는 걸까요?

어떻게 해야 일기 쓰기가 습관이 될 수 있을까요?

『일기 쓰는 법』의 저자 조경국 작가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약 15년가량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다양한 책을 꾸준히 펴내 온 저자도 일기를 매일 쓰기는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습관이 된 후에도 어떻게 하면 일기를 더 잘 쓸 수 있을지 궁리해 왔고요.

이 책에서 그는 어떻게 매일 쓰는 한결같은 마음가짐을 새기게 되었는지부터 일기는 어떤 내용으로 채워야 하는지, 또 일기를 쓸 때 어떤 필기구와 노트를 쓰면 좋은지 등 일기를 쓰며 배운 점들을 차근차근 풀어놓습니다.

저자가 직접 쓴 그림일기와 메모 사진을 담았을 뿐만 아니라, 일기를 꾸준히 쓰고 있는 세 분의 일기와 인터뷰도 실어 다른 사람들이 왜, 어떻게 일기를 쓰고 있는지 훔쳐볼 기회도 주지요.

일기를 향한 열렬한 마음들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쓰고 싶다는 욕구가 무럭무럭 피어오를 겁니다.

『일기 쓰는 법』은 일기를 꾸준히 쓰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매번 실패했던 분들에게 용기를 주고, 이제 시작하는 분에게는 시행착오를 줄일 방법을 알려 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올해의 다이어리는 12월까지 채워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부터 일기를 써야 하는 이유

일기를 쓰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일기를 씀으로써 인생이 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저자는 일기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말하며, 이를 증명하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줍니다.

무엇보다 일기는 하루하루 자신의 영혼을 되돌아보고 보살피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말하지요.

일상에 치이다 보면 소중한 기억도 희미해지고 하루를 되돌아볼 시간이 부족합니다.

저자는 일기를 씀으로써 꼭 기억하고 싶었던 날을 생생히 간직할 수 있었고, 슬픔으로 가득했던 날도 오히려 슬픔을 정면으로 응시함으로써 감정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누구에게도 검사받지 않아도 되고, 내 감정과 생각을 마음껏 토해 낼 수 있는 이토록 자유로운 행위가 또 있을까요?

일기 쓰기는 실용적인 도움도 줍니다. 저자는 일기 쓰기를 ‘글쓰기의 씨앗’이라고 표현하는데, 많은 작가들이 일기에 아이디어를 풀어 놓고 문장을 다듬어 가면서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음을 보여 주지요.

저자는 자신이 몇 권의 책을 낼 수 있었던 것 역시 꾸준히 감정과 생각을 적어 둔 일기가 좋은 재료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글을 잘 쓰고 싶었던 분들, 먼저 ‘잘 쓰기’에 대한 부담은 버리고 먼저 ‘일기를 꾸준히 써 보자’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나도 모르는 새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어휘력과 문장력이 한층 좋아질 것입니다.

어지러운 일상 속에서 나의 생각을 또렷하게 지켜 나가고, 글쓰기 실력까지 늘 수 있다니 일기를 써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일기를 쓰면 인생까지는 몰라도 일상은 매일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요.<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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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9월 12일, 라스코 동굴벽화 발견하다.

프랑스 몽티냑 마을의 소년들은 개를 따라 가다가 선사시대의 동굴별화를 우연히 발견했다. 만 오천년에서 만 칠천년 전에 그려진 그림으로, 1979년에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프랑스 고고학자가 연구한 결과,  그림에는 말, 붉은 사슴, 수사슴, 소, 고양이 등 수많은 동물이 매우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동굴에는 단 한 명의 인간 형상이 묘사되었다. 곧게 뻗은 남근을 가진 새 머리를 한 남자이다. 라스코 동굴은 오랜 기간 동안 사냥과 종교 의식의 중심지로 사용된 것으로 추측된다.

라스코 동굴은 1948년에 일반에게 공개된 이후, 1963년에 폐쇄되었다. 인공 조명으로 인해 그림이 퇴색되고, 푸른 곰팡1983년 인근에 라스코 동굴의 복제품이 문을 열었고, 매년 수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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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5년 9월6일 영국 첫번째 탱크를 공개하다.

1차세계 대전의 참호전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은 Little Willie라는 이름의 프로토타입 탱크를 개발했다. 그러나 최초의 탱크는 결함투성이라 실전에 투입할 수 없었다. 1916년 9월 15일, 영국군은 탱크 47대를 최초로 프랑스의 솜 전투에 투입했으나, 느리고 고장이 잦아 독일군의 야포 공격에 박살나 버렸다. 탱크가 위력을 발휘한 것은 5개월 뒤인 캉브레 전투에서였다. 영국군은 300여 대의 탱크를 투입해 몇 시간 만에 적진 10km를 전진하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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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어샤이머를 위한 변명,거룩한 제국 미국

영국총리 헨리 존 템플은 1848년 하원에서 “우리에겐 영원한 동맹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 우리의 이익만이 영원하고 영구하며 그 이익을 따르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의무이다”라고 연설한다. 그가 강조한 ‘국익 추구’는 주권 국가의 절대불변의 진리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외교현실은 오히려 그리 단순하지 않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향한 미국의 입장은 국익에 부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우크라이나전쟁의 원인제공자는 미국이라고 한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는 나토, 경제적으로는 유럽연합(EU)에 편입하고, 이념적으로는 친미 민주주의 국가로 만들려는 전략을 가졌다고 했다. 결국 미국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2014년 2월 ‘메이단 혁명’으로 친러 성향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축출하다. 이에 반발한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동부 돈바스 지역 내전을 부추겼다고 봤다.

그런데 주류세력은 푸틴은 독재자이며 망상가라고 비난하고 악마화할 뿐이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의 공급망이 무너지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미어샤이머는 지금 미국에 가장 큰 적은 러시아가 아닌 중국이며, 러시아를 대적하는 데 모든 자원을 쏟아붓는 것은 미국 국익이 아니라고 비판한다. 하루빨리 전쟁을 끝내고 중국과 전략적 경쟁에 전념할 것을 주문했다. 빠른 종전을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의 중립 선언이 해법이라고 제안한다.

푸틴을 독재자이며 망상가로 여기는 미국의 주류는 미어샤이머의 주장에 크게 반발했다. 원인이 무엇이든 21세기의 문명사회에서 침략전쟁은 범죄다. 국제적 고립은 푸틴읙 책임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질서가 선이고, 이에 도전한 푸틴은 악이기 때문에 처벌해야 한다. 실용주의와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은 국가적으로 이로운 의사결정과는 확연히 다른 의사결정 메카니즘이 또한 존재한다. 그것의 정체 혹은 연원이 무엇일까?

정태식의 『거룩한 제국』은 미국 사회를 종교와 국가주의를 통해 조망한다. 저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전쟁과 테러의 배경에는 미국의 기독교 국가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청도교 이주라는 건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 종교는 “탈제도화되는 대신에 공공화” 되어왔다. 특히 부시 정권은 근본주의적 복음주의의 영향을 받아 9.11 테러라는 참극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을 통해 되갚으려 했다. 더불어 테러와의 전쟁을 종교적 성전으로 승화시키고 세계를 선과 악의 세력으로 양분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오히려 이슬람 극단세력에 힘을 실어주면서 IS와 같은 새로운 골칫거리의 출현을 낳았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이 수사에 그치지 않고, 국가 대 국가의 전쟁이 되었다. 전쟁에 종교와 도덕의 잣대가 가미되면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은 성전으로 승격했다. 전쟁을 이데올로기를 넘어 선과 악의 대립 구도를 상정하는 종교적 차원으로 격상시켰다.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지 않다.

실제 미국 외교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있다면 바로 적대국의 ‘악마화’일 것이다. 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 규정했고, 조지 부시 대통령도 2003년 연두교서에서 북한, 이라크, 이란을 “악의 축”이라 불렀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중의 전략 갈등을 ‘선악 구분’이 전제돼 있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결로 말한다. 그러나 ‘악마’나 ‘괴물’이 외교 용어일 수는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외교분야에서 도전에 직면했다. 본래 성스러운 영역에 속하는 종교와 세속의 정치는 서로 어울릴 수 없는 럼 여겨지기 쉽지만, 현실에서는 서로 끊임없이 영향력을 주고받을 수 밖에 없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외교의 진리’인 국익추구를 주장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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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100만부 아몬드 작가, 손원평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에서 사회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아몬드』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아몬드』 『서른의 반격』 『프리즘』, 소설집 『타인의 집』, 어린이책 『위풍당당 여우 꼬리』 등을 발표했으며, 다수의 단편영화 및 장편영화 「침입자」의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씨네21』 영화평론상,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 소개_튜브

100만부 베스트셀러 『아몬드』 작가 손원평의 빛나는 신작

모두의 인생을 향해 보내는 강력한 응원

화제의 데뷔작 『아몬드』(창비 2017)로 10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작가 손원평의 신작 장편소설 『튜브』가 출간되었다.

손원평은 ‘믿고 읽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넘어서서 이미 전세계, 전세대 독자들에게 널리 읽히며 한국문학의 장을 매 순간 새롭게 열어가고 있다.

신작 장편소설 『튜브』는 작가가 인터넷에서 우연히 “실패한 사람이 다시 성공하는 이야기를 추천해달라는, 지금 자신에게는 그런 이야기가 너무나 필요하다는 글”(작가의 말)을 읽고 쓰기 시작한 소설이다.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끊임없이 사업을 벌이고 주저앉는 일을 반복해온 남자가 어떻게든 자신의 삶을 일으켜 세우고 변화를 시도하는 과정을 놀라운 흡인력으로 그려낸 이번 작품은 사소한 변화를 통해 인생을 회복해나가는 인물의 눈물겨운 분투기를 담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힘있는 장편 서사로, 한번 펼치면 책장을 쉬이 덮을 수 없을 만큼 단숨에 읽어내려가게 되는 작품이다.

코로나19 3년차, 팬데믹은 우리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지금과는 다르게 살고자 하는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해진 요즘, 얼마든지 다르게 살아갈 수 있다는 손원평의 응원 서사는 변화가 필요한 이들에게 강력한 메시지가 되어 다시금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실패한 내 인생도 다시 떠오를 기회가 있을까?”

운명을 바꾸기로 결심한 한 남자의 인생 개조 프로젝트

여기 여러번 사업에 실패하여 빚더미에 오르고 가족과도 멀어진 뒤 끝내 자살하기로 결심한 한 남자가 있다.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중년 남성 김성곤 안드레아.

그는 “이제 인생이 막 저물기 시작하려는 나이대의 남자들 중 흔하게 볼 수 있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자살에도 실패한 뒤 멈춰 서서 지나온 삶을 되돌아본다.

우연히 듣게 된 ‘변화’라는 메시지에 꽂힌 그는 작은 습관을 고쳐보기로 결심하는데, 놀랍게도 그의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한때 운영했던 피자집의 아르바이트생 진석을 다시 만난 그는 자신의 오피스텔 공간을 진석과 공유하며 서로를 응원하는 관계가 된다.

정말 변하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매일을 살아가던 성곤은 학원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는 한 남자를 유심히 관찰하게 되는데, 심지에 내공이 깊어 보이는 그를 닮고 싶어 말을 붙이면서 인생에 대한 비밀을 한가지 알게 된다. 그뒤 김성곤의 인생 개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튜브』는 여러모로 데뷔작 『아몬드』와 연장선에 있다. 『아몬드』가 감정을 느끼지 못하던 소년이 주변인들과 소통하며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라면, 이 작품은 삶의 감각과 감정을 잃어버리고 무감각하게 살아온 중년 남성이 그것을 회복하려는 변화의 과정을 담았다.

김성곤은 “마음가짐이나 결심처럼 막연한 것보다 실존하는 것, 그러니까 신체의 무언가를 먼저 바꾸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맨 먼저 자세를 바꾸기로 결심한다.

“허리는 위로. 어깨는 아래로. 등은 그 사이에. 백 투 더 베이직”이라는 외침을 매일의 기도처럼 읊조리며 바른 자세를 지탱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다음은 표정이다. 자연스럽게 웃는 표정을 잃어버린 그는 기뻐도 슬퍼도 한가지 표정으로만 살아온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표정은 진실된 감정이 있어야 제대로 나오는 거”라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종내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에게 얼마나 무심했는지 알게 된다.

이러한 변화의 메시지를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하고 싶었던 김성곤은 ‘지푸라기 프로젝트’라는 이름하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다. 사연을 접수받아 채택된 사람을 ‘지푸라기’로, 도전을 지켜보며 함께 응원해주는 사람을 ‘튜브’로 명명하며 서로를 응원해주는 프로젝트이다.

바뀌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푸라기 프로젝트’는 지푸라기가 튜브가 되어 수면 위로 떠오를 때까지, 다시 말해 어렵게 감각을 되살리고 삶의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해나갈 수 있을 때까지 서로에게 따스한 마음을 보탠다.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지만, 변화의 반대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스스로가 만든 지푸라기를 잡고 떠오릅시다!”라는 홍보 문구를 달고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그를 예상하지 못한 인생의 국면으로 이끌고 간다.

손원평이 선사하는 유쾌한 위로, 속 깊은 응원

“이 맛깔스러운 소설엔 단맛, 짠맛, 신맛, 매운맛이 모두 잘 어우러져” 있다고 말하는 소설가 천명관의 추천사처럼, 한편의 드라마처럼 실감나고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서사를 참신한 유머가 부드럽게 감싸안고 있다.

나락으로 떨어진 인생을 그려내고 있음에도 작가는 그 안에서 유쾌한 위로를 잃지 않는다. 성곤의 딸 아영, 성곤의 든든한 조력자 진석이 보여주는 생생한 언어는 전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손원평표 소설의 매력을 다시금 한껏 느낄 수 있게 한다.

한편 성곤이 멘토처럼 따르는 운전기사 박실영은 많은 독자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만한 메시지를 던진다.

뭐든지 한번에 한가지씩만 하는 겁니다. 밥 먹을 땐 먹기만, 걸을 땐 걷기만, 일할 땐 일만. 그렇게 매 순간에 충실하게 되면 쓸데없는 감정 소모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

마지막으로 하나. 생각의 스위치는 끄고 세상을 그대로 바라보세요.(144~45면)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할 때 변화는 시작된다.

“누구나 생각하고 누구에게나 절실한, 하지만 누구나 쉽게 포기해버리는 어떤 것에 관한” 이 이야기는 변화가 필요한 당신을 위한 단 한권의 책이 될 것이다.

나락으로 떨어진 순간의 경험을 함께 나누고 연대하는 ‘지푸라기 프로젝트’처럼, 모두를 인생의 수면 위로 두둥실 떠오르게 해줄 ‘튜브’ 프로젝트의 실험이 이제 막 시작됐다.

당신이 내딛는 작은 한걸음을 응원해주는 『튜브』는 함께하는 모두에게 이전과는 다른 삶을 선사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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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남, 회사에서 안녕하십니까

이번 북토크는 내용의 전달이라기 보다는 멘티 멘토의 질문과 대답이었다. 저자 이병남은 회사를, 그리고 스스로를 늘 되새김질했던 분임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자랑 하지 말자’, ‘꼰대처럼 말하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다고 한다.

회사에서 안녕하십니까가 책제목인데, 참석했던 모 회사의 아무개 선생이 ‘회사는 어떻게 안녕할 수 있냐고’ 다소 도전적으로 물었다. 저자 이병남은 회사는 편안할 수 없다는 말이냐고 해석하고 공감을 했다. 그런데, 회사를 다니는 사람은 회사에서 안녕해야 한다고 말한다.

에너지가 떨어지고 절망스러운 상황에 놓이면 길을 찾을 수가 없다고, 타인에게서 위로와 인정·공감을 받고 자기 존재에 대한 긍정성을 확인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꼭~필요하다고 말한다.

어느 것 하나 안녕하지 않은 회사에서의 나날들, 그곳에서 이런 고민을 나눌 멘토가 있다면 우리는 견딜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 이병남은 그런 멘토이다. 더구나 그는 다가갈 수 있는 멘토이다. 그는 “제 책을 다 읽은 독자 다섯명만 모이면, 내가 갈 수 있는 곳 어디든 가려고 해요.” 라고 말한다.

안녕하지 않는 회사에서 힘들어했던, 그래서 진지하게 질문하고 공감했던 분이 회사에 돌아가 다섯명의 모임을 만들어 이병남 선생을 초대할 것라고 한다. 왠지 좀~뿌듯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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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9월 1일,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

미 뉴욕에서 앵커리지를 경유해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007편은 기존 항로를 벗어나 사할린 인근 영공에 진입했다. 소련 전투기가 미사일을 발사했고, 민항기인 007편은 격추됐다. 비행기에 타고 있던 한국·미국·일본인 등 269명 전원이 사망했다. 유품일부만 유족에게 전달되었다. 사건 발생 후 10년이나 지난 1993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KAL기가 항법 실수로 소련 영공에 진입했고, 이를 미국 정찰기로 혼동한 소련 전투기의 실수가 겹쳐 발생한 사건”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983년 소련의 대한항공 여객기를 격추한 사건을 계기로 GPS 정보가 민간에 개방됐다. 이 사건 전까지만 해도 항공기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관성항법시스템(INS)을 사용해 자신의 위치를 가늠했다고 한다. 그 이후 GPS를 사용하면서 위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