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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진_최초의 건축가 이훈우

한국 최초의 근대건축가가 누구일까?  어쩜 그리 중요하지 않은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이춘우라는 몰랐던 건축가를 발견했고,  그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어  온라인으로 이훈우에 대한 기록을 추적하고 그의 삶을 재구성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도쿄국립박물관에 재직중인 김현경, 미국금융정보회사에 근무하는 딜런 유, 한국의 건축가인 황두진이 그들입니다.

함께 온라인으로 이훈우를 추근적하는 과정이 흥미로울뿐만 아니라  이훈우를 통해 복원해낸 우리 근대의 모습이 더 풍성해졌습니다. 대한제국의 끝무렵에 영남의 유학자인 아버지 이종구는 어떻게 아들셋을 일본에 유학  보내게 되었을까요?!  더구나 이훈우는 조선성리학과는 거리가 먼 듯한 건축학과를 ..

지금은 많이 잊혀진 천도교가 의뢰하고 이훈우가 설계한 ‘대신사출세백년기념관’은 한민족의 종합문화센터 역할을 하며 음악회에서 미술 전시회, 심지어 운동 경기에 이르는 수많은 행사가 치뤄졌다. 1920년 건축사무소를 낸 단성사 주변의 사람과 풍경.. 그때 그곳의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을까요?!

황두진건축가는 말합니다.  의미보다는 그냥 재미있어서 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정치지향적이고  평가적인 역사가 아니라 재미있는 역사 이게 진짜라 생각합니다.    

저자소개

황두진 건축가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 현대건축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건축가로 평가받고 있다. 한옥을 현대건축의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일련의 작업을 해오고 있기도 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하여 유럽을 순회한 ‘메가시티 네트워크 한국현대건축전’에 참여했고 동 전시회의 전시디자인을 맡아 새로운 개념의 건축 전시를 보여준 바 있다.
주요 작업으로 Won & Won 63.5,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 스웨덴 동아시아박물관 한국관, 춘원당, 엘주택, 휘닉스 스프링스, 가회헌, 한강교량보행자시설(한남, 잠실, 동작), 갤러리 아트사이드, 웨스트빌리지, 열린책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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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서평]최민아의 ‘우선 집부터, 파리의 사회주택’

‘우선 집부터, 파리의 사회주택’(최민아)는 한국 사회의 핫 이슈중 하나인 부동산 문제를 다룬 책입니다.

저자는 프랑스 파리에서 건축학을 공부하며 7년동안 가족과 함께 파리 근교에서 살았습니다. 학위를 받고 귀국하여 현재 주택관련 공기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이 책의 핵심 테마는 프랑스의 ‘사회주택’입니다. 사회주택은 한국의 공공임대주택에 해당합니다.

 

프랑스의 사회주택 역사는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철학자이자 공상적 사회주의자인 샤를 푸리에가 유토피아적 공동 거주지인  팔랑스테르를 제시했습니다. 그후 일부 기업가들이 종업원용 공동 주택을 지으면서 사회주택의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파리의 사회주택은 1차,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크게 확대됐습니다. 전쟁과 도시 팽창으로 인해 사회주택 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회주택 관련 임대료, 보조금 등 사회주택 관련 지원 정책도 계속 수정되거나 보완됐다고 합니다.

한국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30여년에 불과 합니다. 부동산 문제 해법의 하나로서 공공주택을 논할 때 긴 역사를 지닌 프랑스의 사회주택의 다양한 요소를 살펴야겠습니다.

10줄 요약_그럼 파리는 완벽할까?편

1.코로나 사태 와중에 파리를 방문했다가 발이 묶였다. 전염병이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던 파리의 민낯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이 비싼 동네에서도 집을 몇년씩 비워두고 있지만, 어떤 이는 길에서 잠을 청하거나 19세기 공장 노동자처럼 방 한 칸에서 부모와 아이 셋이 공중에 침대를 매달아 놓고 함께 잔다.

기본적으로 먹을 것이 있어야 사람의 존엄성이 지켜질 수 있는 것처럼 집도 그렇다.

2.파리 주택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도시안에서 부유층과 서민층이 사는 지역이 분리돼 있다는 것이다. 서쪽에 부유층과 중산층이 거주하고 동쪽과 북쪽에 서민층과 저소득층이 살고 있다. 저소득층 거주지는 파리인가 싶을 정도로 열악하고 우리가 상상했던 모습과 전혀 다르다.

이런 도시 구조로 인하여 사회주택 분포도 극단적으로 갈린다. 서쪽에는 사회주택 비율이 낮고, 동쪽 지역는 전체 주택의 절반 안팎에 이른다.

3.사회주택의 분포는 사회적인 문제로 연결된다. 가장 민감한 문제는 교육이다. 학군에 따라 집값이 비싸지는 것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민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간의 불균형은 점점 커진다.

4.파리시는 함께 섞이고 균등한 환경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균등한 도시’전략을 펼친다. 예를 들어 부유층 지역에 사획주택을 늘리고 중간주택을 도입하려고 한다.

지불가능한 비용으로 주택을 제공하고 소득격차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면 높은 않은 소득으로 서민계층이 얼마든지 좋은 동네에 살면서 동등한 교육 문화 생활환경을 누릴 수 있다.

5.프랑스에서 주택은 거주를 위한 공간이지 투자나 투기의 대상이 아니다. 이와 같은 방향은 제도가 뒷받침한다. 집 소유자가 빈 집 상태로 놔두면 높은 세금을 물린다.

6.저소득층이 비싼 임대료때문에 외곽에 살게되면 교통비 부담을 져야 하고 풍부한 문화시설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악순환 고리를 만든다.

이 고리는 한 분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주거에서 발생한 문제점은 더 큰 연쇄 작용을 일으킨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에서 주택은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 된다. 사회적 혼합과 기회의 균등은 모두 주택을 매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7.프랑스의 사회주택은 정부, 지자체, 1퍼센트 주택기금 등 여러 기관의 재원을 함께 활용하는데 사회주택 신청자의 기공헌도에 따라 입주할 사람을 선정한다. 각 기관이 주택수에 맞춰 3배수 후보를 선정해 올리면 입주자 선정위원회가 심사한다.

문제는 생활여분 비용을 계산해 임대료를 내고 생활에 사용할 돈이 적은 신청자를 제외하는 점이다. 보호하려는 정책이 오히려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계층의 진입을 막는 벽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8.단순히 사회주택을 많이 짓거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저소득층이 자동적으로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집을 구하고, 유지하고 사는데 생각하지 못한 여러 문턱에 부딪히곤 한다. 이런 요소에 도움을 줘야만 안정된 주거환경 안으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9.20억원을 넘어가는 아파트를 어떻게 구입할 수 있을까? 궁금증을 다큐멘터리 ‘푸시 Push’에서 찾았다. 프레드릭 게르튼 스웨덴 감독이 2019년에 제작한 다큐멘터리다. 유엔 특별조사관과 동향하며 자본과 대형 부동산 회사가 서민을 살던 곳에서 몰아내고 부를 획득하는가를 보여줬다.

10.재개발, 재건축, 젠트리피케이션에 익숙한 터라 내용 자체는 놀랍지 않다. 부동산회사는 서민주택을 사들여 임대료를 올려 수익을 얻는다. 그 돈을 활용해 초고가 호화 주택단지를 개발한다. 호화주택은 블랙 머니를 합법화하는 루트로 쓰인다. 검은 돈이 지하 세계에 있다가 호화주택 구입 자금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속에서 유엔조사관 파르하는 이 기업의 정체를 쫓아 유럽으로 미국으로 숨가쁘게 움직이지만 결국 정체를 밝히지 못하고 끝난다. 내가 겪은 주택 문제를 세계의 큰 프레임 속에서 다시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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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_디지털쇼크 한국의미래

이명호 저자는 한국의 미래 전략을 물었습니다. 숱한 국가정책 및 혁신정책 실무를 맡은 이명호 저자는 산업 문명과 디지털 사회를 비교하면서 과연 과연 우리는 디지털 문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까를 생각해보자고 합니다. 그래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온고지신, 옛 사례를 분석해 디지털 문명의 본질을 파헤치고, 그 과정에서 바뀌어야 할 정책적 태도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지금의 노사관계에 기초해 고용보험을 확대하는 것이 과연 미래지향적일까요? 지금의 월급쟁이 대신 미래에는 다양한 형태의 노동이 등장할것인데.. 말입니다.

앞으로도 디지털 쇼크와 한국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는 하는 것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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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서평단]칵테일, 러브, 좀비/조예은

칵테일, 러브, 좀비

칵테일, 러브, 좀비는 예전부터 읽어야지 생각했던 SF단편소설집이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독특한 제목에 끌려서 출간 했을 때부터

읽겠다고 다짐했던 책을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다.

4편의 단편에는 현실에서는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이코패스 살인마, 물귀신, 좀비, 스토커가 등장하지만

무섭지만은 않은 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다.

손에 땀을 쥐는 스릴러,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가족드라마를 담고있다.

나름 단짠단짠 구성이다.

마지막 단편인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까지 읽고나니

작가의 상상력과 스릴에 놀라 한동안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한편, 작가는 여러 단편을 통해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SF적으로 스릴있게 풀어내었다.

그런데 그 어떤 여성등장인물도 다른인물의 성장을 위해 희생되거나,

불쌍하게 그려지지 않은점이 좋았다.

일부 단편만 소개해보고자한다.

‘초대’ 의 주인공 채원이는 어렸을 때 생선가시가 목에 걸린다.

계속 느껴지는 이물감에 대학생이 될 때까지

수차례 병원에 가봤지만 아무도 가시를 발견하지 못한다.

대학생 때 채원은 남자친구 정현을 만나게되는데

채원을 향한 정현의 가스라이팅은 마치 생선가시와 같다.

“조언해주는거야, 스타일을 바꿔봐.”

“오늘 입은 옷은 예쁘네, 저번에 입고 온 건 영 별로였어.”

너무 사소해서 남에게 말하기조차 민망하지만 확실히 나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

존재하지는 않지만 나에겐 느껴지는 것으로 표현된다.

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채기 힘들정도로 교묘하게 이루어지는

가스라이팅의 느낌을 누구나 느껴볼 수 있도록 비유적으로 표현한점이 좋았다.

‘칵테일, 러브, 좀비’는 K-모녀의 의리를 보여주는 가족드라마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우스갯소리로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도 한국사람들은 좀비를 피해 출근할거라고 얘기한다.

이 단편에선 정말로 좀비바이러스가 퍼졌지만 사람들은 일상을 살아간다.

아버지가 어느날 갑자기 좀비가 되었지만 현실을 살아가야하는 모녀의

웃기면서도 슬픈 무엇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다.

이번 여름은 작년보다 더 더울거라고 한다.

한창 더운 여름에 읽으면 좋을 책이다.

10줄서평

고집불통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갑자기 좀비로 변했다.

항상 그렇듯 술이 문제다.

늘 사고를 치는 건 아빠인데 왜 괴로운 건 엄마와 자신인지.

아빠가 하던 말의 결과를 봐 좀비가 되었잖아.

“엄마. 우리, 아빠 보내주자.”

“네 아빠 없이 어떻게 사니. 무서워, 주연아. 저 막돼먹은 인간 없이 사는게.”

“어쩔 수 없잖아.”

“가끔 보면… 넌 저 인간을 닮긴 했다.”

거실에는 끔직한 침묵만이 돌았다.

얼마를 그러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역사책방 서평단 장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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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서평단]딥러닝 레볼루션 AI시대,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테런스 세즈노스키

딥러닝 레볼루션 AI시대,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테런스 J. 세즈노스키)

청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줄 인공지능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고등학생 개발자 김윤기 군의 이야기를 시청하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kVJdV7qmNc )

낮에는 학교공부를 하고 밤에는 잠을 줄여가며 코딩을 하고 있는  그의 눈빛을 보니 저절로 존경심이 생겼습니다.

한편으로는  스티븐 호킹 박사는 세상과 이별하기 1년 전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AI에 대처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한다면 AI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사건이 될 것이다.”

AI 시대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맞이할 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책의 저자인 테런스 J 세조노스키 교수는 머신러닝의 역사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통찰을 제시합니다.

1. 1960년대 과학자들의 예측과 달리,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인간의 능력을 컴퓨터 비전으로 구현하는데

무려 50년이나 걸렸다.

2. 전통적인 머신러닝 접근 방식의  비전 연구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입하였으나 결국  성공시키지 못했다.

3. 뇌생물학에서 영감을 받아  발전된 뉴럴 네트워크 기반의 딥러닝을 통해  컴퓨터 비전의 정확도는 급속도로 발전하였다.

4. 딥러닝 자율주행 기술은 자동차의 주행시간을 100% 가까이로 끌어올릴 것이다.

5. 10년 후 쯤에는 주차장 공간 낭비, 출퇴근 시간 허비 등의 문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6. 빅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는 컴퓨터의 발전이 AI 발전을 도와주고 있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의 시합 전에 무련 16만건의 기존 기보에 대한 지도 학습을 받았다.

7. 딥러닝의 예측과 전문의의 판단이 결합된 경우 0.995 라는 거의 완벽한  진단 정확도가 도출되었다.

8. 딥러닝을 통해 현재의 자녀들은 부유한 가정에서 누릴 수 있는 최상의 수준보다 나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 받게 될 것이다.

9. 디지털 개인교사가  각 학생들만의 학습 진도와 특정 니즈에 맞춰 적응하도록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10. 새로운 학습과학은 심리학적, 교육적 통찰과 더불어 머신러닝과 신경과학의 분야까지 포함된다. 여러 학문들의 융합으로 학습방법에 혁신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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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서평단]조원재의 ‘방구석 미술관’ / 서원우

처음 이책을 보았을 때 가졌던 생각은 마치 백화점에 있는 명품 진열대를 책으로 옮겨 놓은것 같은 느낌이었다.

피카소, 모네, 마네, 프리다칼로, 폴고갱, 세잔느 등 이미 이름부터 유명한 작가임과 동시에 해외토픽 뉴스에서 접할 수 있는 최고가 미술품들을 만들어낸 창조자이기 때문이다.

백화점 샤넬, 구찌와 같은 명품샵 앞으로 줄세워진 인파들을 보면서 저런 명품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지만 ‘저것은 무엇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고 사고 싶은 것일까?’ 라는 생각으로 시작하여 이 책 또한 그러한 느낌으로 읽어 본 것이 사실이다.

말하자면 미술이라는 영역과 작품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단지 폴고갱, 피카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읽었다고 볼 수 있겠다.

노란색 책표지에서 주는 느낌과 달리 책속의 내용은 매우 다른 느낌이다. 화려한 조명 속 백화점 명품샵이 아닌 삶의 비극과 희극이 점철된 내용들이다.

남편의 외도에 사무치며 자신의 자기 파멸을 그리는 모습 부터 선배의 그림 양식을 몰래 훔쳐 자기 것인 것 마냥 위선을 떠는 모습들까지 그들이 세상을 떠난 이후 이렇게 남겨진 비극과 희곡은 후대 사람들에게 잘 가공되고 상업적으로 포장되어 전세계를 떠돌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한개밖에 없는 명품 가죽자켓과 수제 핸드백을 만들기 위해 수 많은 장인들의 손끝이 갈라지며 무두질과 가위질을 하듯 화사한 책 표지속에 그려진 그들의 모습은 당장 닥쳐오면 내일의 삶과 안식을 추구하며 그와 함께 사그려져 가는 자신의 생명력을 부여잡고 필사의 붓질을 해대는 그 시대의 장인 정신이라고 해석하였다.

10줄 서평

뭉크의 가혹한 삶은 반대로 그의 작품을 이끌어낸 원천과도 같았으며 그가 느끼는 감정을 그의 작품에 절실하게 쏟아내었다. 후대 사람들은 그것을 표현주의라고 말한다.

가장 사랑했던 디에고와의 만남을 ‘사고’로 표현한 프리다는 그만큼 비극적인 사랑을 가져다준 그와의 만남과 고통을 자화상의 모습으로 그려내었다. 그러나 새로운 사랑을 만나면서도 그녀는 디에고를 잊지 못하였다.

드가에게 예술적 조언을 한 거장들의 말은 드가로 하여금 사랑과 결혼을 통한 안식이 아닌 끈임없는 방황과 정신적 황폐함을 강요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혼돈과 절제되지 않은

모습이 그의 작품을 더욱 모호하고 흥미롭게 해석하게 하였다.

압생트에 빠진 고흐의 작품 속에서 노란색은 그의 파멸을 알리는 신호임과 동시에 고흐의 독보적인 색채감을 설명하기도 한다. 그는 압생트를 통해 자기 파멸을 자초하였으나 관객에게 파멸의 색감과 오묘한 신비감을 일으키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지금도 명작이라 손 꼽는 고흐의 ‘해바라기’와 자신의 귀를 자르고 그린 ‘붕대로 귀를 감은 자화상’ 작품은 그의 영혼의 쇠락을 의미하고 있다. 그의 파멸을 일으킨 녹색의 압생트는

악마적인 속성과 미적 감각의 극대화 라는 양면을 지니고 있었다.

인상주의로 시작한 프랑스의 아르누보 운동, 독일의 유겐트스틸 운동은 클림트의 분리주의 운동으로 발전하여 신에 대한 경배와 철학을 중시하던 고전 보수주의자들의 맹렬한 공격을 받았다.

셀레의 작품은 당시 사회의 금기라 생각되던 성적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낸 작품을 창조하였으며 화가 이기 이전 인간의 욕구와 감정을 거침없이 나타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이 작품들을 자기 자신의 순수한 본능적 표현이라 칭하였다.

잘나가던 증권사를 퇴사한 고갱은 훗날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이젤을 앞에 둔 자화상’ 에 그려 넣고 회한에 가득찬 눈빛을 장식한다. 그에게는 괴로울지 모르나 대중들은 그의 모습에 강렬한 삶의 표현을 절감한다.

위대한 작가이자 미술 평론가였던 보들레르는 오늘날 작가들의 ‘시대정신’에 귀감이 될 만한 미술 평론을 하며 마네의 예술적 감각을 정립 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새로운 작품의 흐름에 동참했던 마네의 작품세계는 [전례없던 오마주] 를 통하여 기존 미술계의 질서에 철저하게 반발한다.

인간은 누구나 롤모델을 찾고 무엇인가를 추구하고 쫒는 존재이다. 비단 미술 계 뿐아니라 삶에서 맞닿는 모든 사물과 느낌과 철학은 이미 선대에 생각했던 개념 또는 이와 비슷하게 구현된 것들이다. 칸딘스키는 자기 혼자의 불안정한 작품 세계를 사랑을 추구하며 이룩하고자 하였으나 이 세상에 완전한 사랑은 없었다. 그의 안정과 불안정을 넘나드는 색채는 그의 복잡한 감정과 사랑에 대한 그의 태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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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서평]쇼샤나 주보프의 ‘감시자본주의의 시대’

‘감시자본주의 시대’(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를 소개합니다.

구글, 페이스북,네이버, 카카오는 사람들의 시간을 최대한 뺏을 만한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합니다.

그대신 사용자들의 활동과 정보를 긁어모아 기업에 팔아 막대한 광고 수익을 챙깁니다. 역대 가장 짧은 시간에, 최고의 부를 거머쥔 회사로 우뚝 솟은 비결이 바로 이것입니다.

저자 쇼샤나 주보프(Shoshana Zuboff)는 인간의 경험을 공짜로 추출해 은밀하게 상업적 행위의 원재료로 이용하며 부와 권력을 움켜쥔,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를 ‘감시 자본주의’라고 개념화했습니다.

주보프는 산업 자본주의가 자연을 파괴했다면, 감시 자본주의는 집이라는 프라이버시 성역을 파괴하고 나아가 공동체의 기반인 인간의 내면성을 파괴하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주보프는 한발 더 나아가 전 세계 디지털 플랫폼에 종속된 ‘사용자’에게 단결해 맞서라고 외칩니다.

‘감시 자본주의의 시대’는 ‘빅니스‘(팀 우), ‘돈 비 이블'(라나 포루하)와 함께 미국 바이든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 정책의 기반 이론을 제공합니다.

10줄 요약_ 3부 :3차 현대성과 도구주의 권력/6장 성역을 지킬 권리 편

1.성역의 특권은 역사에서 권력에 대한 해독제였다. 미국 법학자 린다 메클레인은 ‘집’을 성역으로 여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서 재산권의 신성성보다 사생활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점을 든다.

성역 개념은 현대에 이르러 헌법상의 보호와 양도불가능한 권리선언에서 재출현했다. 영국에서는 성이 집 개념으로 확장했다.

2.빅 아더(Big Other)의 아키텍처는 집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빅아더에게 은신처란 있을 수 없다. 오늘날 벽은 온도조절기, 방범카메라, 스피커, 전등 스위치의 좌표에 불과하다. 빅아더는 특정 행동을 유발하기 위해 좌표를 통해 경험을 추출하고 렌더링한다.

빅아더는 개인의 행동을 데이터화여 축적하고 그 데이터를 랜더링(분석)하여 개인이 특정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기업이나 기관을 뜻한다. 주보프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를 빅아더라고 본다.

3.집이라는 성역을 지리켜면 대안적 선언이 필요하다. 인류의 미래로 향해가는 대체 경로를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수정헌법 제 4조 해석과 같은 기존 미국의 프라이버시 법체계로는 빅아더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전혀 제어하지 못한다.

4.유럽연합의 정보보호규정인 GDPR은 미국과 다른 접근법을 선택함으로써 희망을 준다. 개인 정보 유출시 당사자에게 고지하는 것을 의무화했고, 동의의 의미를 엄격하게 정의했다. 또 위반시 벌금을 기업 매출액의 4%까지 부과할 수 있고, 집단소송도 허용한다.

5.빅아더와 맞서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싸움에서 개인 혼자 감당할 수 없다. 개인은 감시 자본주의가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지식과 권력에 대적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벨기에 수학자이자 데이터 보호 운동가인 폴 올리비에 드에는 페이스북이 개인 정보를 악용하는 메카니즘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교묘하고 모호한 답변으로 그의 집요한 추적을 피하고 있다.

6.20세기 노동자는 집단행동을 통해 노동 조건을 개선했다. 21세기 디지털 플랫폼 ‘사용자’는 20세기의 노동자처럼 새로운 집단 행동을 통해 감시 자본주의의 압도적 권력을 법으로 제어할 수 있다. 또 프라이버시 성역을 지킬 권리와 미래 시제에 대한 권리를 법으로 지킬 수 있을 것이다.

7.페이스북 등 빅 아더는 감시 자본주의에 대한 공격을 로비스트, 법조인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통해 교묘하게 방어하고 있다. EU의 규제가 강화되었지만 유럽에서 구글, 페이스북의 점유율이 더 높아진 점이 감시자본주의의 방어력을 말해준다.

8.유리벽속에서 기계와 기계 주인의 탈법적 횡포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기 위해 감시를 피해 숨는 행위인 프라이버시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9.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를 혼동시키기 위해 유명 인사의 얼굴을 프린트한 티셔츠, 3D 이미지를 인쇄한 고무 마스크, 가짜 지문 골무 등이 등장하고 있다. 또 열감지 방해하는 패션, 페이스북 ‘좋아요’숫자를 지우는 수치제거기도 감시를 피하려는 프라이버시 시위의 일종이다.

10.유리벽안에서의 삶도 견디기 힘들다. 하지만 유비쿼터스 테크놀로지를 좌절시키기 위해 저항의 가면과 옷으로 자신을 감추고 사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견디기 힘들다.

따라서 분노를 결집시켜야 한다. 이렇게 살 수 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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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Q 인터뷰] 송경화의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 이 책은

현직 한겨레신문 기자인 송경화 작가가 쓴 소설이다. 종합 일간지 ‘고도일보’의 송가을 기자가 사회부 경찰팀, 법조팀, 탐사보도팀에서 사회의 여러 이면들을 접하며 기자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소설 속 송가을에는 작가의 기자로서의 자전적 경험들이 듬뿍 담겼다. 그러나 작가는 “사실 송가을과는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많다”고 말한다. ‘기레기’라는 멸칭이 만연한 시대에도 발굴되지 않은 진실을 찾아 헤매는 좋은 기자, 자신의 보도로 인해 취재원이 피해를 입을까 마음 쓰며 펜의 무게를 고민하는 따스한 마음을 지닌 기자 송가을은 작가 역시 늘 염두에 두는 좋은 기자상이다.  

이 책은 기자가 치열히 겪은 곳곳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직업인으로서의 기자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작가는 기자의 눈과 입을 통해 투영된 한국 사회 면면을 묘사하는데 초점을 뒀다. 특히 한국 사회를 크게 흔들었던 굵직한 사건들이 충분히 연상될 수 있는 사건들이 에피소드로 녹아 있어, 사회에 관심 많은 이라면 소설에 금세 빠져들 수 있다.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를 쓴 송경화 저자에게 다섯 가지 질문을 던졌다.

※더 많은 내용은 영상을 참조

1. 기자가 소설가로 데뷔했다. 에세이가 아닌 소설을 선택하신 이유와 저술 동기가 궁금하다.

– 기사에는 짧은 팩트만 들어간다. 기사를 위해 취재를 한 시간, 경험 등 이야기가 못내 아까웠다. 그 경험들을 잘 풀어낼 수 있는 방식의 글쓰기를 고민하다가 소설을 선택했다. 상상력을 가미해 극적인 이야기를 재밌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건조한 팩트 중심의 기사쓰기에 익숙해온 제게는 에세이 글쓰기는 낯설었다.

2. 다수의 에피소드가 송가을의 성장과 성취, 혹은 깨달음으로 끝맺음되고 호흡도 빠르다. 매 에피소드들을 지나면서 송가을이 한뼘씩 성장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덩달아 뿌듯했다. 혹시 송가을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독자들께 전달하고 싶었던 기자 정신 혹은 직업 의식이 있을까?

-‘기레기’라는 말이 익숙한 시대다. 기자들 책임이다. 속보 경쟁을 하고 클릭수에 욕심 내면서 무리하게 기사를 내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팩트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자들이 아직은 더 많다. 그런 기자들의 모습을 송가을 캐릭터로 형상화했다.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성장하는 송가을처럼, 부족하지만 노력하는 기자들이 존재함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3. 송가을과 작가님의 ‘씽크로’가 궁금하다. 송가을은 자전적 요소들이 굉장히 많이 투여된 인물이기는 하지만 픽션의 요소도 가미되어있다. 그렇다면 송가을과 실제 작가님의 ‘다른점’은 어떤 부분일까?

-사실 다른점이 더 많다. 송가을은 제가 투영된 인물이기는 하지만, 저도 닮고 싶은 모습의 기자이기도 하다. 저보다 더 착한 캐릭터다. 송가을은 특종을 하고나서도 취재원이 무사함을 확인한 뒤에야 비로소 마음놓고 기뻐한다. 타인에 대한 따뜻한 감정이 저보다 더 넓다. 현실의 저라면 그렇게 애쓰지 못했을 것이다. 제가 쓴 캐릭터지만 그를 통해 부족한 점을 메우려고 노력한다.

4. 이 책은 주니어 기자의 성장기이기도 하지만, 직업윤리를 갖춘 한 직업인으로서 성장하는 청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제 막 사회에 입성한, 무엇이 옳은 판단인지 늘 헷갈리는, 추진력과 일의 속도가 잘 붙지 않는 청춘들에게 험난한 1부를 마무리한(작가는 후속 책도 준비중이다) ‘고도일보 송가을’은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책의 막바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송가을은 완성형 베테랑 기자는 아니다. 현실의 저 역시 15년차 기자지만 마찬가지다. 확신은 어렵고 고민도 여전하다. 감히 청춘인 분들께 이처럼 모두가  미완성인 점에선 마찬가지라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 그러므로 자신을 아끼고 충분한 기회와 시간을 주자는 말을 해주고 싶다.

5. 기자에 큰 관심이 없는, 기자 소설에 큰 관심이 없는 독자분들도 이 책의 이 챕터만은 꼭 구매하셔서 읽어보라고 추천하시고 싶은 부분이 있나? 소설이지만 에피소드로 끊어지는 만큼 특정 에피소드만큼은 한번 읽어봐주시라!고 작가로서 자신있게 추천하는 부분이 궁금하다.

-기자의 입을 빌려서 전해지는 이야기이지만 사실 이 소설은 모두가 접해온 한국 사회에 대한 묘사다. 기자에 관심이 없으시더라도 사회에 관심있으시다면 소설에 흥미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꼭 한 챕터를 꼽자면 ‘대통령의 올림머리’를 읽어보시길 바란다. 근래에 들어 한국 사회를 크게 흔들었던 이슈와 관련된 내용이다. 기자들의 취재, 보도 과정, 제보자의 용기 등을 추정해보실 수 있다.  

저자 송경화는

15년차 기자다. 2007년 ‘한겨레’ 입사로 기자 생활을 시작해 여전히 한겨레에서 기자로 일한다. 정치부, 사회부, 경제부를 두루 거치면서 기사를 썼다.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를 펴내며 작가로 데뷔했는데, 출간 2주 만에 2쇄를 찍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5Q인터뷰 #고도일보송가을인데요 #송경화 #대통령의올림머리 #기자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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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화_하이데거,제자들 그리고 나치

‘하이데거, 제자들 그리고 나치’ 는 우상화된 하이데거와 한나 아렌트의 인간적 모습을 드러낸 북토크였습니다. 그들의 철학적 탐구뿐만 아니라 심리적 분석까지 합니다.

20세기 위대한 철학자 하이데거. 그는 부인할 수 없는 나치주의자였습니다. 뿐만아니라 그는 가스라이팅을 하는 심리적 지배자이기도 했습니다. 연인이었던 한나아렌트도 철학적 심리적으로 그를 넘어서지는 못했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한나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히이만’은 나치주의에 대한 비판이자 변호라고. 아렌트는 아히이만은 관료제 시스템 속에서 지시받은 업무를 수행할 수 밖에 없는 보통사람이라고 합니다. 그의 드러난 많은 거짓말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면 나치즘은 과학기술과 관료제의 문제로 환원되어버리게 됩니다.

하이데거를 전공한 서영화역자는 이책의 저자에 모두 동의할 수는 없지만, 다른 측면을 보고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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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 1780년, 열하로 간 정조의 사신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한국인에게 죽기전에 읽어야 할 고전 목록중의 하나입니다. 대부분 청소년 시절 교과서를 통해 열하일기 일부분을 접합니다.

또 조선사를 배울 때 영정조시절 실용주의 학문 조류와 관련해 열하일기를 또 접합니다.

책 이름이 친숙합니다. 또 당시 조선 사회가 바깥세상 신 문물에 눈을 뜨는 혁신성을 상징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인은 열하일기에 대해 막연한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열하일기를 제대로 읽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실제 두꺼운 책을 들면 끝까지 재미있게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구범진 서울대 교수가 새 책(1780년 열하로 간 정조의 사신들)은 열하일기를 읽는 자신만의 독해법을 제시합니다. 구교수는 크게 조선과 청나라간 관계가 1780년을 계기로 전환점을 돌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근거로서 열하에서 가져온 불상 파동을 듭니다.

구범진교수는 중국의 청시대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역사학자입니다. 그는 한국 사료를 넘어서 청나라 사료를 바탕으로 ‘병자호란, 홍타이지의 전쟁’를 썼습니다.

10줄 요약

1.열하일기』는 또한 국내외를 막론하고 학자들에게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한국학 분야의 학자들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중국을 연구하는 외국 학자들도 『열하일기』에 주목한다. 중국사 연구자들에게 ‘1780년의 열하’는 당시 청의 황제였던 건륭제(乾隆帝)가 자신의 ‘칠순 잔치’를 벌인 때와 장소다.

열하는 베이징에서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있는 지역으려 청나라 황제들이 여름을 보낸 궁전 ‘피서산장’이다. 현재 허베이의 청더 지역이다.

2.조선은 건국 이래 수백 년 동안 여진인들을 변방의 보잘것 없는 오랑캐라고만 여겼다. 그러나 병자호란에서 치욕적으로 패전함으로써 그들이 세운 청나라의 신하로 전락하였다. 그에 따라 병자호란 이전 명나라를 대국으로 섬겼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제부터는 청나라를 대국으로 섬기며 때마다 사신을 파견하여 조공을 바쳐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3.영조에 이어 왕위에 오른 정조는 1780년 청나라 건륭 황제의 칠순을 축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진하(進賀) 특사를 파견한다. 조선에서는 병자호란 이후 150여 년 만에 일어난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청에 조공하는 여러 외국 가운데 1780년 열하의 칠순 잔치에 축하 사절을 보낸 나라는 조선이 유일했다.

4.청은 조선의 사신이 베이징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은 건륭이 칠순 잔치가 열리고 있는 열하로 그들을 직접 초대했다. 박명원 일행은 열하에서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환대를 받고 돌아왔다. 조선 조정이 사은사를 따로 파견해야만 한다고 판단할 정도로 융숭한 대접이었다.

5.박명원 일행이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열하에서 받아 온 ‘금불(金佛)’ 때문에 그만 사달이 나고 말았다. 금불상은 열하에 머물던 티벳의 승려가 조선왕을 위해 준 선물이었다. 하지만 주자학 원리주의자가 주류였던 조선 지식계는 이를 두고 이단 문명의 유입이라고 박명원 일행에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5.팔촌 형의 배려로 진하특사단에 합류했던 박지원의 입장에서도 사신 일행에 대한 봉불 혐의는 남의 일이라고 치부하며 마냥 나 몰라라 하고 침묵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 자신도 필경 당시 사행의 엄연한 일원이었으므로 봉불지사라는 오명과 완전히 무관할 수는 없는 처지였다.

6.구범진 교수는『열하일기』에는 조선의 사신이 불상을 선물로 받는 장면이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점을 주목하고, 공식 수행원 신분도 아니었던 박지원이 『열하일기』에 묘사된 장면들을 직접 목격했다기 보가 박명원의 전언에 기초한 것이라고 추론한다.

7. 박지원은 곤경에 처한 사신을 변호하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독자가 이해하도록 이야기 소재를 취사 선택하고 사건이 일어난 시간과 순서를 의도적으로 배치·구성했다는 것이 구 교수의 합리적인 추론이다. 그러므로 저자는 『열하일기』가 불상을 받들고 온 ‘사신을 위한 변호론’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8.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박명원이 불상을 받아 조선으로 가져온 것은 청 조정의 예상치 못한 환대와 후의를 거절할 수 없었다는 상황 논리를 전개한다.

9.불상 파동 외에 다른 관점에서 1780년 열하는 조선과 청의 관계에서 변곡점이었다. 780년대 초 청의 조선 사신 접대에 일어난 변화는 정조와 건륭이 성의와 은혜를 주고받는 우호 행위를 상승적으로 반복한 결과로 나타난 양국 관계의 증진 또는 격상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10.1780년 이후 청에 다녀온 조선 사신 일행의 경험과 견문은 양으로 보나 질로 보나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해졌다. 그 변화가 다시 사행 참가자와 조선 조정의 청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끼쳤음은 불문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