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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텔러]박물관 큐레이터, 최선주

한국미술사로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 전남대학교 대학원 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나라국립박물관 객원연구원, 국립춘천박물관장을 거쳐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간 <고려사경 변상도의 세계, 부처 그리고 마음>과 <창령사 터 오백나한,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 등 크고 작은 전시를 기획했다.

최근작 : <박물관 큐레이터로 살다>,<한국문화와 유물유적 (워크북 포함)>,<불교조각>

저서소개_박물관 큐레이터로 살다

큐레이터들은 시간을 만지는 사람들이자 시간을 잇는 사람들이다. 손때 묻은 유물을 다루면서 그 가치를 찾고 유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을 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없이 일하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 박물관 110년의 역사 중에서 전환기라 할 수 있는 1990년 이후부터 현재 까지 국립박물관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경험한 소회를 다루고 있다.

지은이는 불교조각을 전공한 큐레이터로서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 전시에 얽힌 이야기. 또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상을 비롯하여 수많은 특별전을 기획하면서 보람 있었던 일과 숨겨진 박물관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고, 그와 관련된 사진들을 전시도록을 보는 것처럼 정리하였다.

박물관에는 유물과 그 유물이 지나온 시간들, 그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의미들을 잊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큐레이터들이 있다.

이 책이 박물관 도처에 스며있는 큐레이터들의 땀과 열정을 느끼고, 아울러 큐레이터를 꿈꾸는 사람들과 박물관을 사랑하고 즐겨 찾는 관람객들에게, 그리고 박물관에 선뜻 들어서지 못하는 분들에게도 박물관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박물관에는 유물이 지나온 오랜 시간들과 그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

작가는 30여 년 동안 국립박물관 큐레이터로서 일해 왔다. 그사이 새 국립중앙박물관 건립과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사업 등 박물관 역사에 기념비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도 가졌다.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 초대 어린이박물관 팀장, 국립춘천박물관장,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을 거쳐 국립경주박물관장까지, 감사하게도 한 사람의 큐레이터가 겪기에 과분할 정도로 많은 일을 지나왔다. 큐레이터로 살기 시작한 지 7년째 되던 2000년, 용산 새 국립중앙박물관 건립현장에 파견되어 2005년 박물관 개관까지 전 공정에 참여했다. 건물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황량한 벌판에 혼자 서 있는 것 같았다.

안전모를 쓰고 현장을 누비며 새 박물관을 완성하면서도 미래의 박물관이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걱정도 됐다. 독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세계 유수 박물관을 견학하였고, 그렇게 얻은 정보를 새 국립중앙박물관에 적용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을 때마다 텅 빈 전시실을 채우기 위해 고민했던 젊은 날의 모습과 관람객이 가득 찬 지금의 모습이 겹쳐져 가슴이 뭉클하다.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건립추진단에서는 아직 풋내 나는 큐레이터로서 국립박물관의 미래를 꿈꿨다면, 2009년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 팀장을 맡게 되면서는 박물관의 과거를 돌아보게 되었다. 전국 600여 개 공·사립대학박물관·미술관과 함께 공동사업을 추진하며 박물관을 거쳐 간 많은 큐레이터 선배들을 만났고, 그들이 겪은 박물관 에피소드를 기록으로 남겼다.

그때의 경험은 큐레이터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남기고, 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했다. 그리고 큐레이터로서의 시간에 막을 내리는 지금, 작가는 이제야 그 바람을 이루고자 한다. 박물관에는 유물과 그 유물이 지나온 시간들, 그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의미들을 잊지 않고,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큐레이터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큐레이터는 시간을 만지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 박물관 110년의 역사 중에서 전환기라 할 수 있는 199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다루었다.

특히 불교 조각사를 전공한 큐레이터로서 불상 연구와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 전시에 얽힌 이야기, 또 가장 기억에 남은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상을 비롯하여 최근 국립경주박물관이 기획한 <고대 한국의 외래계 문물> 특별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특별전과 함께 하면서 느낀 소감을 함께 나누고자 했다. 그리고 국립박물관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과 숨겨진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았다.

이 책이 큐레이터를 꿈꾸는 사람들과 박물관을 사랑하고 즐겨 찾는 관람객들에게, 그리고 박물관에 선뜻 들어서지 못하는 분들에게도 박물관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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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제국 TSMC


팬데믹 시대에 가치가 급상승한 기업중 하나가 대만의 TSMC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급습하면서 세계 반도체 부족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현상입니다.

재택 근무 등 언택트 활동이 급증하면서 컴퓨터, 서버 등 각종 디지털 기기 수요가 치솟았습니다. 그러자 디지털 기기속 핵심 부품인 반도체 공급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반도체 부족 사태는 자동차 업계를 강타했습니다. 자동차에 반도체를 공급하던 업체들이 단가가 더 비싼 디지털 기기 부품생산에 비중을 두면서 자동차용 반도체 품귀현상이 벌어진 것입니다.

TSMC는 반도체 생태계중에서 다른 회사가 설계한 반도체 칩을 대신 만들어주는 위탁 생산업체입니다. 이런 형태 반도체 업체를 파운드리(Foundry)라고 부르며, TSMC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전까지 사실 TSMC는 메모리 분야 1위 삼성, 비 메모리 분야 1위인 인텔에 비해 가치가 낮은 기업으로 인식됐습니다. 자체 반도체 설계 기술을 갖고 있지 않고 다른 업체가 설계한 칩을 만들어주는 역할이라는 평가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퀄컴이나 AMD처럼 생산시설 없이 설계만을 하는 팹리스 기업뿐만 아니라, 애플, 구글 등 비반도체 기업까지 직접 반도체를 설계하기 시작하면서 파운드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상황에서 반도체 수요가 치솟자 파운드리의 역할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바이든 정부는 애플, 퀄컴 등 주요 미국 기업의 핵심 반도체가 대만과 한국에서 생산되는 점을 우려하고 미국내 파운드리 투자를 장려하기 시작합니다. TSMC는 일본과 미국 등에 파운드리 공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반도체 산업은 단순히 비즈니스적 판단만이 아니라 국제정치의 맥락에서도 살펴봐야 하는 분야가 되었습니다. 미국과 중국,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에 얽힌 대만의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를 향후 행보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리스 창은 ‘반도체 산업 진흥에 도움을 달라’는 대만 정부의 요청을 받아 1985년 귀국했습니다. 1987년 대만공업기술연구원장 ‘모리스 창’은 대만 정부와 외국인 투자자가 출자한 2억2000만달러 자본금으로 TSMC를 설립하고 최근까지 이끌었습니다.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한국 반도체 산업 리더를 합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만의 신생 반도체 산업을 개발하는 책임을 맡은 모리스 창은 계약에 따라 일하는 아웃소싱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글로벌 기업이 비용절감을 위해 아웃소싱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회사의 설계 요구를 반영한 칩을 만드는 회사를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TSMC가 시작되었을 때 대략 20~30개의 팹리스 회사가 존재했습니다. 오늘날 그들은 셀 수 없이 많아졌습니다. TSMC는 회사가 칩 설계를 전문으로 하고 제조를 아웃소싱할 수 있도록 하는 이와같은 팹리스 혁명을 가능하게 만들고 주도한 기업입니다.

표준화 될 수 없는 특정기업에 필요한 반도체도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테크기업에게 아웃소싱은 합리적 대안입니다. 서로 다른 칩설계라도, 공통의 공정과 규모의 경제가 있기에 파운더리도 역시 합리적 선택입니다. 다만 이를 위해 매우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대만정부가 투자한 TSMC와 미국 테크기업 출신 모리스 창의 만남은 환상적 조합이었습니다. 2005년 CEO 자리를 넘겨줬던 모리스 창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시 복귀합니다. 그가 있었기에 경쟁 업체들이 생산 라인을 폐쇄할 때 과감하게 설비투자를 늘리고 자산을 활성화할 수 있었습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글로벌 반도체 사업부 부사장 재임시, 모리스 창은 공격적인 칩 가격정책으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처음에는 경쟁자를 제압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이익을 희생합니다. 시장지배력을 얻게 된 후,가격을 인상하여 지배적 공급자로서 이익을 거두었습니다. 당시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이 전략은 이제 업계 전반에 걸쳐 표준이 되었습니다. 

TSMC 영업이익의 상당부문을 기술 개발과 설비에 투자합니다. 후발 업체가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거액을 투자합니다. 최근 반도체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여 TSMC는 미국 애리조나, 일본 이바라키현 등 대만 외 지역에 공장과 연구시설 등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 중입니다. TSMC가 처음 해외에 짓는 첨단 반도체 공장입니다.

최근 모리스 창은 각국의 반도체 현지화 보조금 지원을 언급하면서 “과거에는 글로벌화와 자유무역이 전 세계를 발전시켰지만, 오늘날 세계는 평등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대만 과학기술협회 20주년 행사) 실제로 대만, 한국은 이제 정치군사적으로 안전하지 않으므로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두어야 하고, 미국기업에 보조금을 주자는 제안까지도 있습니다.

“1980년대에 미국은 전 세계 반도체 제조의 4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17%로 줄어들었습니다. 미국은 현재 하락 반전을 희망하고 있지만 현지 생산은 불완전한 반도체 공급망과 더 높은 생산 비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투자되는 공급망 구축 비용과 납세의 대가는 상당할 것”이라며 비판적입니다. 그는 더 많은 투자와 보조금이 필요할 것이며 결국 납세자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TSMC는 이례적으로 경제나 국제관계 분야의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지정학적 및 경제적 변화가 IC 산업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입니다. TSMC가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를 심각한 도전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리스 창은 더 이상 완전 경쟁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 진출이 TSMC의 유일한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는 TSMC가 대만에서 주요 사업을 운영하는 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모리스 창은 누구인가?

격동의 어린 시절

1931년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Chang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중국의 격변 속에서 성장했습니다. Chang의 가족은 중일 전쟁, 제2차 세계 대전 및 뒤이은 내전이라는 세 가지 다른 전쟁 동안 진격하는 군대를 피해야 했습니다.

“저는 1941년에 10살이 되었습니다. 그 해에 일어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물론 일본의 진주만 공격이었습니다.”라고 Chang은 회상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내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던 홍콩을 공격했다는 것을 모릅니다. 그 이전의 기억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이후의 내 삶의 기억은 매우 선명하고 생생합니다.”

비즈니스에 눈뜨다

모리스 창이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 그의 부친이 IBM 주식 몇 주를 선물했는데, 그는 이때부터 미국 기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주가 동향을 지켜보게 된 것이다. 당시 그의 수중에는 IBM 주식밖에 없었으나 이때부터 하루라도 IBM 주가 동향을 주시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모리스 창은 자신이 날카로운 비즈니스 감각을 키운 것은 아버지가 선물한 IBM주식 몇 주 덕분이었다고 회고한다.

인생 롤 모델

살아가면서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TSMC의 수장 모리스 창에게 평생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누구일까? 모리스 창 자신이 여러 차례 언급한 TI 이사장 패트릭 유진 해거티다. 40여 년 전, 해거티는 TI에서 ‘혁신’, ‘성실’, ‘고객을 왕으로 모신다’는 기업문화를 구축하여 오늘날까지 이를 지속해왔다.

혁신과 성실은 모리스 창이 소중히 받드는 TSMC의 경영이념이기도 하다. 고객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모리스 창은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고객을 위해서라면 TSMC는 섶을 지고 불길로 뛰어들 수도 있다.”해커티는 고객의 목소리를 매우 중시하며 내부 승진때도 큰 고객의 의견을 반영했다. 모리스 창은 “ 이부분은 나도 배워서 TSMC 인사 이동이 있을 때 고객의 의견을 참고한다”고 말했다.

브리지 게임으로 쌓은 우정

모리스 창은 카드 게임 브리지 게임 매니아로 잘 알려져 있다.1985년, 대만으로 돌아와 공업연구원장을 맡게 되면서 모리스 창은 대만 브리지 게임계와 더 자주 접촉했다. 황광휘의 소개로 그는 당시 USI 회장 장즈젠을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은 관계는 브리지 게임으로 시작되었으나 모리스 창의 창업과정에서 진정한 우정으로 발전했다. 장즈젠이 모리스 창에게 부족한 자금을 늘 지원해줬다.

기업경영에 있어 모리스 창은 인정의 요소를 개입시키지 않았으며 부하 직원의 실수에는 냉혹한 태도로 따끔하게 질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즈젠과 브리지 게임으로 이어진 12년 우정은 한편으론 중국 전통 가치관 속 보은 정신을 보여준다. 이는 오랫동안 성공한 기업가로 살아온 모리스 창의 이미지에 부드러운 면모를 더해준다.

​​빈틈없는 준비

2006년 모리스 창은 부인 장수펀과 대만을 대표하여 베트남에서 열리는 APEC 비공식 정상회담에 참가했다. 그의 행보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단 이틀의 짧은 일정을 위해 그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는 양복 안주머니에 늘 수표책 두께의 수첩을 넣고 다니면서 사람들과 대화할 때 중요한 대목이 나오면 신중하게 기록해두곤 했다.

진정은 통한다

2002년 10월. 부인 장수펀의 설득으로 모리스 창은 사진작가 커시제의 카메라 앞에 섰다. 커시제는 창의 멋진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담배를 한 모금 권했다. 깊은 생각에 잠긴 그는 담배 연기에 둘러싸였고, 사색은 연기와 함께 허공으로 올라갔다. 한 모금 더 깊이 들이 마셨다가 뿜어내니 짙은 연기가 서서히 분출되며 자욱한 안개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저 이를 정말 잘 나타내는 장면이네요!” 한쪽에서 장수펀이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근엄한 가면을 벗어던지고 사진작가 커시제의 렌즈 앞에서 모리스 창 부부는 진실한 면모를 드러내며 영원히 남을 순간을 기록했다.

궁함 속에서 진리를 찾다

“나는 최근 번역에 큰 관심이 생겨서 중국어와 영어의 의미 차이를 늘 연구한답니다.” 모리스 창의 이 한 마디에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기자들은 그의 취재에 준비할 목록을 하나 더 추가했다. 모리스 창의 산업과 경영에 관한 취재 외에 영중사전까지 준비해서 그의 ‘영어 수업’ 진도를 따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겉과 속이 같은 사람

“제 남편은 성실함을 중요시하며 개인적으로 이익을 취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장수펀은 TSMC의 수첩 몇 권을 가져다 집안에 뒀다. 지인들에게 선물할 요량이었다. 모리스 창은 장수펀에서 TSMC에 돈은 냈냐고 물었다. 부인에게도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라고 요구한 것이다.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는 모리스 창은 두 후계자 류더인, 웨이저자에게도 식사 대접을 따로 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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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텔러]한중일 음식사 연구, 주영하

음식을 문화와 인문학, 역사학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연구하는 음식인문학자. 한국 음식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 음식의 역사와 문화가 지닌 세계사적 맥락을 살피는 연구를 하고 있다. 마산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에서 역사학을,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1998년 중국 중앙민족대학교 민족학·사회학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민족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민속학 담당 교수로 재직 중이며, 장서각 관장을 맡고 있다.

2007~2008년 일본 가고시마대학교 심층문화학과, 2017~2018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아시아학과에서 방문교수로 지냈다.

《음식전쟁 문화전쟁》, 《차폰 잔폰 짬뽕》,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 《음식 인문학》, 《식탁 위의 한국사》, 《장수한 영조의 식생활》, 《밥상을 차리다》, 《한국인, 무엇을 먹고 살았나》(공저),

《조선 지식인이 읽은 요리책》(공저), 《음식 구술사》(공저),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 《조선의 미식가들》, 《백년식사》 등을 쓰고, 《중국 음식 문화사》를 우리말로 옮겼다.

‘식탁 위의 글로벌 히스토리’ 시리즈(총 10권)를 감수하고 한국어판 특집글을 썼으며, 《옥스퍼드 음식의 역사》를 감수하고 해제했다.

최근작 : <두 가지 스타일의 한국 결혼식>,<음식을 공부합니다>,<백년식사>

저서소개_음식을 공부합니다

음식에 진심이어서

음식 이야기를 듣고, 말하고, 쓰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음식인문학자 주영하의 음식 공부 노하우 대방출!

방대하고 다양한 자료를 치밀하게 분석해 가장 신뢰할 만한 음식문화사를 들려주는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교수. 35년간 음식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면서 터득한 ‘음식 공부’ 노하우를 아낌없이 독자들과 나누고자 이 책을 썼다. 하나의 공부법에 가장 적절한 음식 한 가지를 사례로 들어 12가지 ‘음식 공부법’을 쉽고 맛깔나게 전달한다.

라면의 기원지로 알려진 란저우에는 ‘라몐’이 없다? 아이스크림은 축산물? 가을 전어가 아니라 입하 전어? 전국적으로 설날에 떡국을 먹은 건 최근의 일? 조선시대 잡채에는 당면이 없다? 냉면은 겨울 음식? 상식을 깨는 질문과 음식의 역사를 찾아가는 흥미로운 여정으로 음식을 ‘먹는’ 즐거움 못지않은 음식을 ‘아는’ 기쁨을 선사한다.

불고기와 야키니쿠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면!―음식 ‘공부법’을 알려주는 최초의 책

프랑스 법률가이자 미식 평론가인 장 앙텔므 브리야사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라며 개인의 음식 경험과 취향을 통해 그의 삶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현대인에게 음식은 생존을 위한 수단을 넘어선 지 오래다.

함께 혹은 혼자 먹는 일을 즐기고, 나아가 음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서 음식에 진심인 이들에게 음식 이야기는 단순한 흥밋거리 이상이다.

단순히 흥미로운 음식 이야기 듣는 것을 넘어 근거 없는 ‘썰’과 ‘만들어진 전통’을 가려내고, 믿을 수 있는 음식 이야기를 찾는 독자라면 이 책을 펼쳐보길 권한다.

이 책은 35년차 음식인문학자의 공부 비법을 아낌없이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주영하 교수는 오래된 요리책, 고문서, 그림, 근현대 신문과 잡지 등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음식의 역사와 문화를 다뤄왔고, 음식인문학이라는 장르를 개척한 장본인이다(저자의 음식 공부가 믿을 만한 것인지 궁금하다면, ‘부록: 나의 음식 공부 이력서’를 먼저 살펴보아도 좋다).

이미 다양한 음식인문학 책으로 독자와 만나왔지만, 이번에는 한 상 가득 음식을 차려주는 것을 넘어 음식 만드는 주방을 공개한다. 오랜 세월 갈고닦은 그의 공부법을 온전히 공유하기 위함이다.

오류가 걸러지지 않은 음식 역사를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부터 근거를 알 수 없는 웹사이트의 온갖 음식 글, 각기 다른 음식 칼럼니스트의 주장까지 넘치는 정보 속에서 제대로 된 음식 이야기를 찾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유용한 공부 기술을 제공한다.

몇 년 전, 한 음식 칼럼니스트의 주장에서 비롯된 불고기와 야키니쿠 논쟁처럼 음식의 역사를 둘러싼 이야기에서 자기만의 목소리를 가질 수 있는 비법을 전수하는 것이다.

‘아는’ 음식의 ‘모르는’ 역사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드립니다

―식탁에서의 스몰토크부터 진지한 학문적 탐구까지

쓰임새 있는 음식 역사 공부법

전어는 가을 음식, 냉면은 여름 음식일까? 설날 음식 하면 떡국, 비빔밥 하면 전주비빔밥일까? 아이스크림의 역사는 얼음에서부터, 양념 배추김치의 등장은 고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우리가 상식처럼 알고 있는 음식의 기원, 역사, 문화가 정말 사실인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주영하 교수는 음식 공부 초심자도 따라갈 수 있도록 오래된 요리책, 근현대 신문과 잡지, 고문서 등 자료를 찾고, 읽고, 해석하는 법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나아가 음식 역사를 밝히는 데 놓쳐서는 안 될 핵심적인 질문 12가지를 공개한다. 음식인문학에 대한 전문 연구자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12가지 ‘음식 역사 공부법’은 진지한 학문적 탐구를 하는 이들에게도 유용한 지식이다.

특히 이 책은 음식인문학이 궁금했지만 너무 많은 주석과 조금은 길고 어려운 글에 책장을 덮었던 독자들에게 권한다. 짧고 친절하게 독자들에게 다가서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영하 교수의 책을 즐겨 읽던 독자들에게는 음식 역사 공부법을 체계적으로 전달한다는 데에 이 책의 미덕이 있다.

12가지 음식에 12가지 공부법을 담았다

―라면, 아이스크림, 막걸리, 불고기, 두부, 냉면, 배추김치,

잡채, 전어, 떡국, 비빔밥, 짜장면으로 하는 음식 공부

여기서는 맛보기로 이 책에서 다루는 몇 가지 음식 공부법을 소개한다.

가을에는 전어, 설날에는 떡국처럼 오래전부터 즐겼을 것 같은 음식도 그 역사를 쫓아보면 아닌 경우가 있다. 산업화로 즐겨 먹는 때가 바뀔 수 있고, 명절 음식이라도 전국적으로 균질 음식이 된 것은 최근일 수 있어서이다.

조선시대만 해도 어획 방식의 차이로 가을 전어가 아닌 입하 전어를 즐겼다. 조선시대에는 입하 즈음 어살을 설치한 어장에서 썰물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생선을 주어 담아 어획했다면, 어업의 산업화로 먼 바다로 나가 대량 어획을 하게 되면서 가을 전어를 즐기게 된 것이다.

산업화와 산업 음식을 살피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사실이다. 한편, 지금은 설날 음식 하면 무조건 떡국을 떠올리지만, 조선시대 이옥의 글이나 조극선의 일기를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17세기 이후 서울 사대부가에서 설날 명절 음식으로 밀만두나 메밀만두를 대신해 떡국을 먹기 시작했고, 이를 모방한 지방 사대부가에서도 떡국을 먹었지만 일부에 그쳤고, 떡국이 전국적으로 명절음식이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인 1970년대이다.

아이스크림의 역사는 얼음에서부터, 양념 배추김치의 등장은 고추의 유입만 살피면 될까? 가령 아이스크림의 역사에서 얼음에 주목해 얼음 저장고의 역사나 처음으로 얼음을 먹은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곤 하는데,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될 점이 있다.

바로 해당 음식의 식품학적 정의를 따지는 일이다. 《식품공전》에 따르면 아이스크림은 밀크에서 나온 축산물의 한 종류이다. 즉 아이스크림류의 핵심 원료는 원유나 유가공품이고, 크림이 아이스크림의 주인인 셈이다. 한편, 시대별로 변하는 품종을 살피는 것도 음식의 역사에서는 아주 중요하다.

대표적인 것으로 양념 배추김치를 들 수 있다. 고추라는 양념도 중요하지만, 양념 배추김치가 밥상에 오르게 된 것은 배추의 품종 개량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속이 차지 않은 비결구배추가 주를 이루었을 때는 양념을 거의 하지 않은 백김치나 배추지를 요리했고 배추김치보다 무김치를 더 즐겨 먹었다. 하지만 18세기 청나라와 교류하면서 품종 개량된 반결구배추가 들어왔고, 이후 화교를 통해 결구배추가 전해지면서 양념 배추김치는 우리 밥상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라면의 기원지로 알려진 란저우에는 ‘라몐’이라는 음식이 없다. 그곳에서 ‘라몐’은 국수를 만드는 방법이지 특정 음식이 아닌 것이다.

음식의 이름에 현혹되지 않고 음식 이름의 내력을 따져야 하는 이유다. 또, 제조 과정의 핵심을 정리해보면 그 음식이 ’발견된 음식‘인지, ’발명된 음식‘인지 알 수 있다. 와인은 발견된 음식, 막걸리는 발명된 음식인데, 이로써 음식의 기원에 대한 논쟁에 답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오래된 문헌 기록을 의심하는 일, 식재로 확보 가능 시기를 파악하는 일, 특정 시기에 유행한 요리법을 모아보는 일, 기원지와 유행지를 구분하는 일 등 음식의 역사를 공부하는 데 핵심적인 노하우를 알차게 담았다.

주영하 교수에게 음식이란 무엇인가?

“저에게 음식은 공부입니다. 국내나 해외 어디를 가도 음식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입니다. 지역의 시장은 주민들이 즐겨 찾는 식재료의 공부방입니다.

그들이 즐겨 가는 음식점은 지역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박물관입니다. 역사적 문헌에서 만나는 음식은 한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생각과 행위를 이해할 수 있는 타임머신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음식은 세상살이의 지혜를 알려주는 보물입니다.<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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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라이프와 메타버스

메타버스의 열풍이 불고 있다. 20년 전에도 그와 같은 광풍이 있었다. 2003년 필립 로즈데일이 출시한 세계최초의 가상현실서비스 세컨드라이프다.

물론 그 이전에도 가상현실 서비스로 분류되는 서비스가 있었다. 가상공간에서 규칙과 승부가 있는 게임을 즐기는 롤플레잉 게임(RPG)이나 가상공간에서 네트워킹을 하는 싸이월드 등이 있었다. 싸이월드가 제공하는 가상세계가 현실과 일정한 거리를 둔 독립적인 세계인 반면 세컨드라이프의 가상세계는 현실과 연결된 세계이다. 자신을 표현하는 주체로서 아바타가 가상세계의 중심이고, 린든 달러의 가상경제는 US달러의 현실경제와 교환된다.


세컨드라이프는 2006년 말부터 급성장했다. 로즈데일이 제시한 가상세계는 그 아름다운 상상력 때문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컨드라이프내의 영토, 아바타, 린든달러에 대해 사람들은 호기심에 들떠 격렬히 토론했다. 10불을 투자해 2년 반 만에 백만장자가 된 앤쉬청(AnsheChung)의 상업적 성공스토리로 그 열기가 더 뜨거워졌다.


그러나 현실은 혹독했다. 2007년 2월 주민수가 2천만명이었던 싸이월드와 비교하면 2007년 5월 세컨드라이프 주민수는 440만명에 불과했다. 일주일 동안 세컨드 라이프에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은 평균적으로 16.6달러 밖에 안되었다. 5천 달러에서 10만 달러 이상의 개발비용을 지불하고 기업이 최대한 모을 수 있는 인원은 고작 50여명에서 100여명 사이였다.


상업적 과도한 기대는 세컨드라이프의 본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세컨드라이프는 이익을 목표로 하는 경제적 활동의 공간으로 설계되지 않았다. 상업적 이익은 네트워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윤활유 역할에 한정됐다. 세컨드 라이프의 비즈니스 모델은 파트너 관계인 프리미엄 회원과의 이익나누기였다. 현실세계의 시공간적 제약까지 그대로 복사한 세컨드 라이프의 아키텍처 때문이다. 세컨드 라이프는 한 장소에 동시적으로 대규모의 사람을 모을 수 없는 공간적 시간적 제약을 가지고 있었다.

허상을 걷어내면, 세컨드라이프의 본질은 사회적 네트워크 서비스였다. 세컨드라이프의 설레는 상상력과 매력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은 SNS서비스로 본질에 충실한, 사용하기 더 쉬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선택했다. 그렇게 세컨드라이프는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이십년이 지나 메타버스란 이름으로 가상세계가 다시 소환되어, 주식시장의 테마주가 되었다. 로즈데일이 다시 가상세계로 돌아왔고. 쥬커버그는 페이스북이 아니라 메타가 새로운 미래라고 사명까지 바뀠다.

주커버그의 메타가 그리는 가상세계는 세컨드라이프의 업그레이드 버전같다. 컴퓨팅 파워를 늘리고, 그래픽을 더 진짜처럼, 동시 번역서비스로 언어의 장벽을 낮추려 한다. 마치 세컨드라이프의 한계와 약점에 도전하듯. 이에 더하여 VR헤드셋 오큘러스로 애플에 의존하지 않는 신병기(플래폼)까지 넘보고 있다.

돈이 되는 메타버스가 가장 디스토피아적이라 생각했기에 세컨드라이프는 플랫폼으로 작동하지 않았고, 로즈데일은 필요한 투자를 할 수 없었다. 이제 쥬커버그는 천문학적 투자를 하면서 무한대의 메타버스를 만들고 있다. 그가 만드는 무한대의 메타버스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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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노벨상 수상자 ‘제니퍼 다우드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스티브 잡스』의 저자 월터 아이작슨이 신작 『코드 브레이커』로 돌아왔다. 『코드 브레이커』는 월터 아이작슨이 2011년『스티브 잡스』에 이어 10년 만에 쓴 현대 인물 전기다. 이 책은 2020년 노벨 화학상 공동수상자이자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의 선구자, 여성 과학자 제니퍼 다우드나의 첫 공식 전기이다. 아이작슨은 다우드나가 노벨상을 수상하기 전부터 그녀를 이 책의 주인공으로 삼고 집필을 시작했다. 그는 왜 제니퍼 다우드나에 주목했을까?

다우드나가 노벨 화학상 역사상 여섯 번째 여성 수상자라는 사실은 의미가 크다.

다우드나가 과학자로 성공하는 길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린 시절 진학 상담 교사에게서 “여자가 무슨 과학을 한다고” 같은 업신여김을 받아야 했다. 과학자가 되고 나서도 수많은 ‘알파 수컷’ 경쟁자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연구 성과를 인정받으려 노력해야 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감수해야 했던 편견을 이겨내고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하는 한 편의 드라마같을 삶을 살아냈다.

“여성이 주 저자인 논문 600만 편을 조사한 2019년 연구에 따르면, …… 여성은 자신의 연구에 대해 긍정적이거나 홍보의 의미가 담긴 단어를 남성에 비해 21퍼센트 적게 쓴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이러한 경향의 결과로, 이들의 논문이 인용될 확률이 10퍼센트 낮아진다.”

이제 우리는 세 번째 과학혁명인 생명과학 혁명의 시대에 돌입한 참이다.

아이작슨은 또한 다우드나의 성장기를 통해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사를 엮어내며, 21세기 생명과학의 시대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다우드나는 2012년 미생물학자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협업해, 박테리아가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후천적 면역체계인 크리스퍼 시스템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해냈다. 이 시스템은 곧 유전자 편집 기술(이하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 또는 ‘크리스퍼 가위’)로 발전해, 암과 유전병 치료의 꿈에 공헌하고 있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백신 개발, 진단 및 치료 연구에도 널리 응용되고 있다.

20세기 전반을 아우르는 첫 번째 혁명은 물리학이 이끌었다. …… 20세기 후반은 정보 기술의 시대였다. …… 이제 우리는 더 중요한 세 번째 시대, 생명과학 혁명의 시대에 돌입한 참이다. 유전자 코드를 공부한 아이들이 디지털 공부를 공부한 아이들에 합세할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과학 영재들이 생명과학, 유전공학, 의학에 지원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또한 시민과학자들과 바이오해커들이 자기 집 연구실에서 유전자 편집 키트를 가지고 생명을 재프로그래밍하고 그 과정을 전 세계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이런 생명과학의 시대를 열어젖힌 것이 바로 제니퍼 다우드나가 최초로 고안해낸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이다. 이것은 기존의 유전자 편집 도구들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제작이 간단하며 정확도와 효율성이 높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앞으로 크리스퍼 가위가 만들어나갈 생물학과 의학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은 우리 시대에 가장 멋진 과학적 혁신 중 하나다. 누구나 이 책을 통해 그 발견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심지어 나조차도 많은 것을 배웠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위대한 과학적 발견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호기심과 협업의 힘

월터 아이작슨은 수많은 천재들의 삶을 다루면서 무엇이 혁신을 창출하는지 끊임없이 탐구해왔다. 그런 그가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다름 아닌 ‘호기심’이다. 실제로 크리스퍼 연구는 미생물학자들이 박테리아의 DNA에서 우연히 발견한 의문의 현상을 설명하려는 데서 시작되었다. 다우드나 역시 어린 시절 하와이 자연 속 미모사와 눈 없는 거미를 만나며 생명의 작동 원리를 탐구하는 과학자를 꿈꾸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나는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다. 기초과학이란 호기심이 이끄는 탐구를 말한다. 연구 결과를 응용할 목적으로 시작된 학문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자연의 경이로움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연구가 때로는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미래를 위한 혁신의 씨앗을 뿌리기도 한다.” [제니터 다우드나]

오늘날 과학의 세계는 그저 한 명의 천재가 이끌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최고 발명품으로 매킨토시나 아이폰이 아닌, 그런 제품을 만들어내는 팀을 꼽았다. 마찬가지로 크리스퍼 가위가 이끄는 생명과학 혁명 역시 훌륭한 팀워크에서 출발했다.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 외에도 수많은 과학자들의 공동 연구가 대표적이다.

그 밖에 데이터와 의견을 공유하는 크고 작은 랩들과 모임들이 생명과학의 최전선을 이끌었다. 저자는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과학자들의 협업으로 관리되는 연구 생태계가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견을 촉진한다는 걸 분명하게 보여준다.

“과학 연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섬세하게 포착한 이 책에는 실험실에서의 고군분투, 순간적인 영감, 소용돌이치는 창의성, 경쟁의식과 동료 의식,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공통의 대의가 모두 담겨 있다.” [이코노미스트]

우리는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만큼 현명한가: 유전자 조작과 도덕적 문제

유전자 조작이 가져올 윤리적·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다룬다. 유전자를 바꾸는 문제는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보다 훨씬 크고 중요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장애, 동성애, 인종 등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만들 뿐 아니라 부모가 자녀의 인생에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지, 그런 개입이 공정한지,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은 바람직한 것인지 같은 심오한 질문들로 이어진다.

만약 우리에게 유전자를 안전하게 편집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면역을 갖게 하는 기술이 주어진다면, 이를 사용하는 게 잘못일까 사용하지 않는 게 잘못일까? 치료를 위한 편집은 괜찮지만 능력을 개선하기 위한 편집은 괜찮지 않다는 논리는 얼마나 타당한가? 공동체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자녀의 유전자를 선택하지 못하게 정부가 막을 수 있을까?

반대로 허용한다면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 부모의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유전적 격차가 생기고 그로 인해 불평등이 심화될 가능성은 없는가? 아이작슨은 흥미로운 사고실험과 실제 연구 사례, 인터뷰들을 통해 도덕적 가늠자에 포함될 일련의 원칙들을 세울 때 우리가 무엇을 숙고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무조건적인 찬성 또는 절대적 금지 사이에서 균형이 필요하다는 걸 역설한다.

“이제 우리는 유전자의 미래를 좌우할 힘을 가졌습니다. 실로 대단하고 두려운 능력이지요. 그러니 우리에게 주어진 힘을 존중하면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바이러스의 습격, 생명과학의 힘으로 극복하다: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의 미래

사실 크리스퍼 연구는 경쟁이 치열한 분야 중 하나다. 그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 다우드나 측(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 버클리 대학과 빈 대학의 공동 특허)과 장 측(장과 브로드 연구소, MIT, 하버드와의 공동 특허) 간 특허권 분쟁이다. 이 분쟁은 크리스퍼 연구 분야에서 일종의 전선(戰線)을 그리며 아직도 결론을 맺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 생명과학 ‘전사들’ 간의 동지애를 되살리며 학문과 연구실 사이의 오랜 벽을 허물고 다같이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오늘날 모더나, 화이자 백신은 이런 변화 덕분에 팬데믹 1년여 만에 탄생할 수 있었다. 또한 크리스퍼 가위의 원리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진단하는 가정용 키트나, 바이러스 유전자를 파괴해 그 활동을 억제하는 치료제도 세계 곳곳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은 기존의 규칙에 따라 진행되지 않았다. 다우드나와 장펑의 지휘하에 대부분의 학교 연구소들은 자신들의 발견을 바이러스와 싸우는 모두와 공유했고, 이는 연구자들 간에, 심지어 국가 간에 더 큰 협업을 가능하게 했다. 그 결과 전 세계 과학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 염기 서열의 오픈 데이터베이스에 기여해 2020년 8월 말까지 3만 6000건이 입력되었다. 다우드나가 베이 에어리어에 있는 랩들을 한데 모아 만든 컨소시엄만 보아도, 만일 이들이 지식재산권 협의를 걱정해야 했다면 이렇게 빨리 뭉칠 수 없었을 것이다.

전염병의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는 유전자 편집 기술과 생명공학의 가치를 재평가하게 되었다. 현명하게만 사용한다면 바이러스로부터 인류를 지켜줄 기술임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기술과 지식에 신성을 위협한다거나 부자연스럽다는 낙인을 찍기 전에 긍정적이고 윤리적으로 사용될 기회를 주는 건 어떨까? 『코드 브레이커』는 위험과 기회, 희망이 혼재되어 있는 미래로 신중한 한발을 내딛을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선사한다.

[저자소개]세계적인 전기 전문 작가. 1952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학교에서 역사와 문학을 공부했다. 워싱턴 D.C. 소재 초당파적 교육 및 정책 연구 기관인 애스펀 연구소 대표, CNN 회장, 《타임》 편집장 등을 역임했다.《타임》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었으며 현재 툴레인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스티브 잡스』, 『이노베이터』, 『아인슈타인 삶과 우주』, 『벤저민 프랭클린 인생의 발견』 등이 있으며, 『코드 브레이커』는 그의 첫 번째 여성 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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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서평]존 미어샤이머의 ‘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

미국 시카고대학의 존 미어샤이머 교수는 최근 우크라이나 상황을 미국의 잘못이라고, 오히려 러시아와 우호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 미국에게 위협적인 나라는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곧 미국의 영향력을 제칠 것이고, 중국과 패권경쟁을 위해서는 러시아를 같은 편에 두어야 한다.

그는 동아시아에서 미중 갈등이 대만 해협을 두고 군사적 충돌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충돌이 튀기는 불꽃은 두 세력이 맞닿는 지정학적 위치에 자리 잡은 한국에는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이 될 공산이 크다.

이렇게 섬뜩한 전망을 하는 존 미어샤이머 교수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른바 강대국의 현실외교를‘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원제 The Great Delusion)을 소개합니다.

미어샤이머는 클린턴-부시-오바마에 이르는 통치 기간을 자유주의 패권 정책이 뼈대였다고 봅니다. 이어 자유주의 패권 전략이 현실을 무시한 이상주의적 성격을 지녀 여러가지 실책을 낳았다고 해석합니다.

1. 자유주의 패권론자들은 도덕적 전략적 관점에서 탁월하며 선량한 일이라고 믿는다. 인권을 보호할 수 있다고 믿고, 자유주의 국가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독재국가를 소멸시킬 수있고 미국의 자유주의를 더 잘 보호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강대국이라도 자신의 생존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으며 양극 또는 다극체제속 강대국은 언제라도 공격당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그래서 말은 자유주의자처럼 하면서 행동은 현실주의자처럼 하는 것이다.

2.초대강국이 될 때 현실주의를 방기하고 자유주의적 외교정책을 택하기 마련이다. 체질적으로 십자군적 사고방식을 자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3.자유주의 패권 정책의 목표는 독재정권을 끌어내리는 정권교체 정책으로 직결된다. 하지만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며 대가를 초래한다. 영구적 전쟁에 빠져들고 핵확산과 테러리즘 문제를 악화시키게 된다.

4.자유주의 한계는 자유주의와 민족주의, 자유주의와 현실주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민족주의는 정말로 막강한 정치 이념이다. 모든 민족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국가를 가지고 싶어 한다. 도리없이 자유주의는 민족주의와 함께 할 수 밖에 없다. 둘이 충돌하면 승리자는 언제나 민족주의다.

도시국가 city State, 공국 duchies, 제국 empires, 대공 들이 다스리는 공국들 principalities,등 여러 형태의 정치지적 단위들이 500년 전까지 존재했다. 오늘날 지구 전체가 민족국가의 의해 지배되는 곳으로 바뀌어 버렸다.민족주의의 자결론은 자유주의적 강대국이 자신의 국내정치에 개입할 경우 저항할 것을 의미한다.

5,이 세상에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탐 국가들이 서로 싸우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세계국가란 존재하지 않는다. 국제체제는 위계적이면서 동시에 무정부적 구조인 것이다.

현실주의와 민족주의는 언제라도 자유주의를 격파할 수 있다. 가장 막강한 두 개의 추진력은 민족주의와 세력균형의 정치였다.

6. 자유주의 패권 전략은 조시 부시의 연설에 잘 녹아 있다.

“우리가 중시하는 자유는 미국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권리와 능력이 되는 것임을 믿습니다” (조지 부시)

7.나는 이 책에서 19913년부터 2017년에 이르는 기간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클린턴, 부시, 오바마는 재임 기간 동안 미국의 자유주의적 패권을 열정적으로 추구했다.

8.생존은 자유주의의 핵심적인 측면이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경찰관으로서 행동하는 것이며 각 개인의 생존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정치적 자유주의는 본질적으로 개인주의적인 것이며 천부의 권리라는 개념을 대단히 강조한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은 하늘이 준 고유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이것이 자유주의 국가로 하여금야심적인 외교정책을 추구하게 만드는 동기가 된다. 2차 대전 이후 자유주의 학술 토론들은 인권을 대단히 강조했다.

9.정치적 자유주의는 두개로 나뉘어져 있다. 이 책에서 정치적 자유주의는 진보적 자유주의와 동의의­로 사용할 것이다.

첫째 일상적 자유주의(modus vivendi liberalism)이다 권리를 전적으로 개인적인 관점에서 본다. (negative right)

둘째 진보적 자유주의(progressive liberalism) 이다. 개인적 자유를 소극적 권리라고 본다. 똑같은 권리는 정부의 개입에 의해서만 가능하다.(positive right) 국가는 가능한 한 사회에 개입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10.자유주의에 대한 나의 관점은 국내적인 측면과 국제적인 측면이 다르다. 국가 내부의 자유주의는 선을 위한 진정한 원동력이다. 국제적 차원의 자유주의는 세계를 평화롭지 않게 만들고, 자국내 자유주의도 망치고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내가)목표하는 바는 막강한 힘을 보유한 국가가 세력균형의 정치를무시하고 자유주의적 패권 정책을 추구하는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 가를 묘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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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전기작가, 월터 아이작슨

세계적인 전기 전문 작가. 1952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학교에서 역사와 문학을 공부했다. 워싱턴 D.C. 소재 초당파적 교육 및 정책 연구 기관인 애스펀 연구소 대표, CNN 회장, 《타임》 편집장 등을 역임했다

《타임》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었으며 현재 툴레인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스티브 잡스』, 『이노베이터』, 『아인슈타인 삶과 우주』, 『벤저민 프랭클린 인생의 발견』 등이 있으며, 『코드 브레이커』는 그의 첫 번째 여성 전기다

저서소개_코드 브레이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스티브 잡스』의 저자 월터 아이작슨이 신작 『코드 브레이커』로 돌아왔다. 이 책은 2020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이자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의 선구자, 세계적인 여성 과학자 제니퍼 다우드나의 삶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다우드나는 어린 시절 “여자가 무슨 과학을 한다고” 같은 업신여김을 당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연구자의 길로 나아갔다. 그리고 프랑스 미생물학자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협업해 박테리아가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후천적 면역체계인 크리스퍼 시스템의 작동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냈다.

뒤이어 그녀와 과학자들은 크리스퍼 시스템을 인간 유전자 편집 도구로 탈바꿈시켰다. 유전적 난치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이 기술은 오늘날 코로나19 백신 개발, 진단 및 치료법 연구에도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다.

이 책은 생명의 비밀을 좇는 한 여성 과학자의 성장기와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사를 능수능란하게 엮어내며, 21세기 생명과학의 시대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세상을 바꾼 한 여성 과학자에 관한

아주 특별한 이야기

“올해의 상은 생명의 코드를 다시 쓰는 것에 돌아갔습니다. 이 유전자 가위를 통해 생명과학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614쪽,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2020년 노벨 화학상은 여성 과학자 2명에게 돌아가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doudna)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Emmanuelle Charpentier)였다.

둘은 2012년 박테리아가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후천적 면역체계인 크리스퍼 시스템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세계 최초로 규명해냈다.

이 시스템은 곧 유전자 편집 기술(이하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 또는 ‘크리스퍼 가위’)로 발전해, 암과 유전병 치료의 꿈에 공헌하고 있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백신 개발, 진단 및 치료 연구에도 널리 응용되고 있다.

이 책 『코드 브레이커』는 크리스퍼 연구의 선구자이자 노벨상 수상 여성 과학자 제니퍼 다우드나의 첫 공식 전기이다. 하지만 다우드나가 과학자로 성공하는 길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린 시절 진학 상담 교사에게서 “여자가 무슨 과학을 한다고” 같은 업신여김을 받아야 했다. 과학자가 되고 나서도 수많은 ‘알파 수컷’ 경쟁자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연구 성과를 인정받으려 노력해야 했다.

“여성이 주 저자인 논문 600만 편을 조사한 2019년 연구에 따르면, …… 여성은 자신의 연구에 대해 긍정적이거나 홍보의 의미가 담긴 단어를 남성에 비해 21퍼센트 적게 쓴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이러한 경향의 결과로, 이들의 논문이 인용될 확률이 10퍼센트 낮아진다.” (157~158쪽)

그래서 다우드나가 100여 년 정도 되는 노벨 화학상 역사상 여섯 번째 여성 수상자라는 사실은 의미가 크다. 『코드 브레이커』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감수해야 했던 편견을 이겨내고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하는 한 편의 경이로운 드라마가 펼쳐진다.

『스티브 잡스』 저자 월터 아이작슨은

왜 제니퍼 다우드나에 주목했는가

『코드 브레이커』는 세계적인 ‘천재 전문’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2011년 『스티브 잡스』에 이어 10년 만에 쓴 현대 인물 전기다.

심지어 아이작슨은 다우드나가 노벨상을 수상하기 전부터 그녀를 이 책의 주인공으로 삼고 집필을 시작했다. 그는 왜 제니퍼 다우드나에 주목했을까?

“20세기 전반을 아우르는 첫 번째 혁명은 물리학이 이끌었다. …… 20세기 후반은 정보 기술의 시대였다. …… 이제 우리는 더 중요한 세 번째 시대, 생명과학 혁명의 시대에 돌입한 참이다. 유전자 코드를 공부한 아이들이 디지털 공부를 공부한 아이들에 합세할 것이다.” (12쪽)

실제로 미국에서는 과학 영재들이 생명과학, 유전공학, 의학에 지원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또한 시민과학자들과 바이오해커들이 자기 집 연구실에서 유전자 편집 키트를 가지고 생명을 재프로그래밍하고 그 과정을 전 세계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이런 생명과학의 시대를 열어젖힌 것이 바로 제니퍼 다우드나가 최초로 고안해낸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이다.

이것은 기존의 유전자 편집 도구들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제작이 간단하며 정확도와 효율성이 높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앞으로 크리스퍼 가위가 만들어나갈 생물학과 의학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은 우리 시대에 가장 멋진 과학적 혁신 중 하나다. 누구나 이 책을 통해 그 발견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심지어 나조차도 많은 것을 배웠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위대한 과학적 발견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호기심과 협업의 힘

월터 아이작슨은 수많은 천재들의 삶을 다루면서 무엇이 혁신을 창출하는지 끊임없이 탐구해왔다. 그런 그가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다름 아닌 ‘호기심’이다.

실제로 크리스퍼 연구는 미생물학자들이 박테리아의 DNA에서 우연히 발견한 의문의 현상을 설명하려는 데서 시작되었다. 다우드나 역시 어린 시절 하와이 자연 속 미모사와 눈 없는 거미를 만나며 생명의 작동 원리를 탐구하는 과학자를 꿈꾸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나는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다. 기초과학이란 호기심이 이끄는 탐구를 말한다. 연구 결과를 응용할 목적으로 시작된 학문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자연의 경이로움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연구가 때로는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미래를 위한 혁신의 씨앗을 뿌리기도 한다.” (19쪽)

또한 오늘날 과학의 세계는 그저 한 명의 천재가 이끌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최고 발명품으로 매킨토시나 아이폰이 아닌, 그런 제품을 만들어내는 팀을 꼽았다.

마찬가지로 크리스퍼 가위가 이끄는 생명과학 혁명 역시 훌륭한 팀워크에서 출발했다.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 외에도 마르틴 이네크와 블레이크 비덴헤프트, 로돌프 바랑구와 필리프 오르바트, 엘리차 델체바와 크시슈토프 힐린스키, 에릭 손테이머와 루시아노 마라피니, 마라피티와 장펑 등의 공동 연구가 대표적이다.

그 밖에 데이터와 의견을 공유하는 크고 작은 랩들과 모임들이 생명과학의 최전선을 이끌었다. 저자는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과학자들의 협업으로 관리되는 연구 생태계가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견을 촉진한다는 걸 분명하게 보여준다.

“과학 연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섬세하게 포착한 이 책에는 실험실에서의 고군분투, 순간적인 영감, 소용돌이치는 창의성, 경쟁의식과 동료 의식,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공통의 대의가 모두 담겨 있다. [이코노미스트]

우리는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만큼 현명한가: 유전자 조작과 도덕적 문제

“레즈비언 커플인 샤론 뒤셰노와 캔디 매컬로는 정자를 제공받아 아기를 임신하고자 했다. 두 사람 모두 농인으로, 이들은 청각 장애를 치료해야 할 질환이 아닌 자신의 일부로 여겼으며, 그 문화적 정체성을 공유할 아이를 원했다.

이에 그들은 광고를 내 선천적 청각 장애가 있는 정자 기증자를 찾았고, 결국 듣지 못하는 아기를 낳았다.” (455쪽)

『코드 브레이커』는 유전자 조작이 가져올 윤리적·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다룬다.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유전자를 바꾸는 문제는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보다 훨씬 크고 중요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장애, 동성애, 인종 등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만들 뿐 아니라 부모가 자녀의 인생에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지, 그런 개입이 공정한지,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은 바람직한 것인지 같은 심오한 질문들로 이어진다.

만약 우리에게 유전자를 안전하게 편집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면역을 갖게 하는 기술이 주어진다면, 이를 사용하는 게 잘못일까 사용하지 않는 게 잘못일까?

치료를 위한 편집은 괜찮지만 능력을 개선하기 위한 편집은 괜찮지 않다는 논리는 얼마나 타당한가? 공동체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자녀의 유전자를 선택하지 못하게 정부가 막을 수 있을까?

반대로 허용한다면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 부모의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유전적 격차가 생기고 그로 인해 불평등이 심화될 가능성은 없는가?

『코드 브레이커』는 흥미로운 사고실험과 실제 연구 사례, 인터뷰들을 통해 도덕적 가늠자에 포함될 일련의 원칙들을 세울 때 우리가 무엇을 숙고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무조건적인 찬성 또는 절대적 금지 사이에서 균형이 필요하다는 걸 역설한다.

“이제 우리는 유전자의 미래를 좌우할 힘을 가졌습니다. 실로 대단하고 두려운 능력이지요. 그러니 우리에게 주어진 힘을 존중하면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486쪽, 제니퍼 다우드나)

바이러스의 습격, 생명과학의 힘으로 극복하다: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의 미래

사실 크리스퍼 연구는 경쟁이 치열한 분야 중 하나다. 그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 다우드나 측(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 버클리 대학과 빈 대학의 공동 특허)과 장 측(장과 브로드 연구소, MIT, 하버드와의 공동 특허) 간 특허권 분쟁이다.

이 분쟁은 크리스퍼 연구 분야에서 일종의 전선(戰線)을 그리며 아직도 결론을 맺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 생명과학 ‘전사들’ 간의 동지애를 되살리며 학문과 연구실 사이의 오랜 벽을 허물고 다같이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오늘날 모더나, 화이자 백신은 이런 변화 덕분에 팬데믹 1년여 만에 탄생할 수 있었다. 또한 크리스퍼 가위의 원리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진단하는 가정용 키트나, 바이러스 유전자를 파괴해 그 활동을 억제하는 치료제도 세계 곳곳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은 기존의 규칙에 따라 진행되지 않았다. 다우드나와 장펑의 지휘하에 대부분의 학교 연구소들은 자신들의 발견을 바이러스와 싸우는 모두와 공유했고, 이는 연구자들 간에, 심지어 국가 간에 더 큰 협업을 가능하게 했다.

그 결과 전 세계 과학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 염기 서열의 오픈 데이터베이스에 기여해 2020년 8월 말까지 3만 6000건이 입력되었다. 다우드나가 베이 에어리어에 있는 랩들을 한데 모아 만든 컨소시엄만 보아도, 만일 이들이 지식재산권 협의를 걱정해야 했다면 이렇게 빨리 뭉칠 수 없었을 것이다.” (619쪽)

전염병의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는 유전자 편집 기술과 생명공학의 가치를 재평가하게 되었다. 현명하게만 사용한다면 바이러스로부터 인류를 지켜줄 기술임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기술과 지식에 신성을 위협한다거나 부자연스럽다는 낙인을 찍기 전에 긍정적이고 윤리적으로 사용될 기회를 주는 건 어떨까? 『코드 브레이커』는 위험과 기회, 희망이 혼재되어 있는 미래로 신중한 한발을 내딛을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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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년3월 6일, 아스피린 특허

전세계 인류가 하루에 1억 알 이상을 복용하는,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세기의 약’이 아스피린이다. 아스피린의 역사는 버드나무 껍질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버드나무 껍질의 효능은 기원전 파피루스의 기록에도 있고,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도 버드나무 껍질을 진통제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19세기 이후 화학자들은 버드나무 껍의 효능이 ‘살리실산’이라는 화학물질 때문임을 밝혀냈고, 살리실산을 대량으로 합성하는 방법도 알아냈다. 그러나 살리실산은 위장장애나 구역질 등 부작용이 매우 심했다. 바이엘에 근무하던 펠릭스 호프만은 ‘아세트산을 살리실산과 반응’시켜 마침내 부작용이 없는 진통제를 개발했다. 바이엘사는 1899년 아스피린에 대한 특허를 받고, ‘아스피린’이란 상품명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아스피린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끈 것은 스페인 독감이 유럽을 휩쓸었던 1918년 무렵이다. 치료제는 아니지만,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에 놀랄 만한 효과를 발휘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이 ‘세기의 약’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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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텔러]유창종,와당 연구

유창종 관장(유금와당박물관)은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출신이다. 검사가 왜, 어떻게 기와를 연구하고, 박물관까지 짓게 되었을까?

그가 기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78년 청주지검 충주지청에서 근무할 때였다. 기와에 관심이 있던 차에 충주 탑평리에서 출토된 연화문 와당을 직접 보게 됐다. 한 개의 기와에 백제·고구려·신라의 양식이 모두 담겨 있었는데, 그 놀라움에 와당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와당 연구도 결국 수사할 때 증거물 연구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이 와당이 언제 어디서 만들어졌나,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재조립하는 과정이었다. 범죄 현장의 증거 한두 개로 범죄 상황을 추론하는 것과 똑같았다. 돌아보면 역사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시각으로 기와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저서 소개_와당으로 본 한국 고대사의 쟁점들

30년의 검사 경력을 활용하여 수사하듯 와당의 수집과 연구를 하다가 한국 고대사의 여러 논쟁에 관하여도 나름대로의 주관을 갖게 되었다.

기와집 지붕에 사용된 건축 부속품인 와당은 고대 사회 왕권과 국력의 상징이자, 각 민족과 지역의 문화적 특성과 수준의 상징이다. 또 어떤 문화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미쳤는지를 들여다보는 문화교류 현상의 축소판이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와당에 반영되어 있는 문화적 배경과 상호 교류의 흔적을 살피다보면, 세 나라 민족의 문화적 특질과 함께 문화교류의 시대적 배경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류, 비주류 사학자 그리고 재야 사학자와 강단 사학자들 사이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한국 고대사의 몇 가지 쟁점에 대하여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서울 부담동 소재 유금와당박물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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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임경선’태도에관하여’

임경선작가를 ‘동네책방은 살아있다’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났다. 당차고 똘똘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뭐랄까 실질적이어서, 직장인의 느낌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12년 간의 직장인으로 살아왔을 뿐만 아니라 “저는 아마 아프지 않았더라면…대기업 중역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했다. 

임작가는 벌써 2년이나 지나버린 코로나시대의 이야기로 북토크를 시작했다. 그녀는 나처럼 마스크를 매우 힘들어했다. 하루라도 빨리 굿바이 코로나!

이어 각양각색의 질문이 이어지고, 임작가는 마치 카운셀러처럼 조언했다. 직설적인 듯 하나, 사람의 맘을 이해했기에 깊이가 있었다.

이번 북토크의 하이라이트는 ‘잘난체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질문한 남성독자이다. 임작가의 대답은 ‘상대를 바뀌라’

그 자리에 있던 우리 모두는 미소지을 수 밖에 없었다. 왜냐구요?! 우리끼리 비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