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예보:호명사회’ 저자 송길영은 빅데이터 수집과 분석 전문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송작가는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데이터를 분석해 수면아래 움직임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능력을 발휘하였습니다.

수년전 송작가는 자신의 직업을 ‘마인드 마이너 Mind Miner’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사람의 진짜 마음을 읽을 수 있음을 그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그는 빅데이터 분석력에 뛰어난 글과 말솜씨를 더해 메가트렌드 전문가로 다시 발돋움하였습니다. 2023년에 펴낸 ‘시대 예보’ 핵개인의 시대’에서 책 제목에 시대 예보라는 말을 붙였습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날씨를 예보하듯이 앞으로 닥칠 미래를 예보하겠다는 의미를 그런 표현에 담은 것입니다.

호명사회는 핵개인의 시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핵개인의 시대란 조직보다 개인이 삶의 주체가 되는 것을 뜻합니다. 송작가는 핵개인의 시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각 개인이 자신의 이름으로 삶의 통제권을 행사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보합니다.

호명사회는 연세대 모종린 교수의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와 비슷한 시대관을 갖고 있습니다. 개인이 자신의 이름으로 독립적으로 먹고 사는 방식중의 하나가 크리에이터입니다. 핵개인과 크리에이터는 글로벌 플랫폼을 무대로 삼아 삶의 통제권을 스스로 행사하고 서로 연대하고 협력한다는 측면에서도 두 책은 같은 지향점을 갖고 있습니다.

호명사회에서 ‘작아지는 조직, 커지는 사람’편을 골라서 10줄로 요약했습니다.

1.충TV와 김선태

충주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충TV의 구독자 수는 지자체 채널로 한국 1위를 넘어, 운영자의 설명에 따르면 아시아에서도 가장 많은 숫자라 합니다. 2019년 시작한 ‘충TV’ 채널에는 5년 남짓한 기간 동안 300개에 육박하는 동영상이 올라왔고, 총 3억 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의 이름입니다. 많은 기사와 유튜브 동영상은 기관의 성취를 설명하며 지방자치단체장을 거론하기보다 운영자인 ‘김선태 주무관’의 공을 언급합니다.

2.조직이 아니고 개인의 성과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개인의 성과라는 면을 넘어서 그것을 바라보고 수용하는 시민들의 태도 변화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일 것이라는 온라인의 댓글에 많은 ‘좋아요’ 버튼이 눌리고, 김선태 주무관의 노력과 성과를 존중과 인정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이들이 이전보다 늘어났습니다.

김선태 주무관은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7년 만에 9급에서 6급으로 고속 승진을 하였습니다. 많은 젊은 세대는 ‘노력하고 성과를 낸 사람을 인정하자’고 고속승진을 긍정적으로 수용합니다.

조직과 소속에 개인의 이름이 가려지는 일이 당연했던 지난 시대의 관점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3.선 업로드 후 보고

김선태 주무관은 보수적인 공직 사회에서 ‘윗선의 결재’가 창의력 구현에 가장 큰 어려움임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충주시 채널은 ‘선(先)업로드, 후(後)보고’라는 무(無)결재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김 주무관은 이와 같은 시스템이 충주시 유튜브 채널의 성공 요인이라고 설명합니다. 충

4.김선태 활약의 영향력

김선태 주무관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경험을 전달하며 이제 새로운 씨앗이 뿌려지고 있습니다. 한국철도공사와 양산시를 비롯한 많은 공공기관이 그가 깬 금기에 화답하며 창의적인 콘텐츠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일을 맡고 있는 담당자들 역시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기관과 소속의 명칭뿐 아니라 만든 사람들의 이름에 집중하는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반응에 고무된 이들은 더욱 창의적인 콘텐츠를 기획하며 스스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5.유동화와 극소화

그간 우리 사회의 조직이 지닌 빙산과 같은 완고함에 이제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유동화와 극소화가 조직은 더 작아지고 개인은 더 커지도록 사회를 이끌고 있으며, 이제 조직의 이름이 있던 자리에 개인의 이름이 대체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복수의 직업을 동시에 가지거나 은퇴를 미루며 생업을 이어가는 이들의 숫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조직을 넘어 나의 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개인의 각성을 이끌어 내게 됩니다.

6.개인의 연결

그리고 극소화는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연결성이 조밀해지며 타인에게 부탁할 필요가 줄어드는 것, 즉 조직의 규모가 작아지는 현상입니다. 매일 같이 새로운 발견과 발명이 우리의 눈을 유혹할 만큼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DTP(DeskTop Publishing, 탁상출판) 시스템의 개발로 형성된 1인 출판사 같은 것이 그 직접적인 예시였고, 혼자서 미디어 회사를 운영하는 예제까지 더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직의 극소화는 조직을 1인 기업까지 축소시킬 수 있고 몇몇 창작 업종을 넘어선 영역으로까지 그 범주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7.직급 삭제 흐름

이미 한국의 조직은 이러한 시스템을 준비해 오고 있었습니다. 직급으로 서로를 부르던 계층적 사고를 없애기 위해 직급을 단일화하고 호칭으로 ‘프로’나 ‘매니저’를 채택한 기업들이 늘어난 것입니다.

호칭에서 경직된 사고가 시작된다고 생각한 기업들은 ‘님’이라 부르거나 영어 이름,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르는 문화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도들 역시 수직적 위계는 없애려 하나 기존의 집단적 사고의 전제는 남겨놓은 것이었습니다.

8.공유와 협의

각자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다른 이들과 대등한 협력을 해나갈 수 있다면 업무 지시와 결재는 각각 공유와 협의라는 말로 대체될 수 있습니다.

‘결재’라 불리는 상급자로부터의 업무 승인 절차 역시 일부 조직에서는 자율과 책임이라는 규범을 중심으로 해체하려는 도전적 시도에 나섰습니다.

9.이름을 걸고 하는 것

다시 말해 각자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옳기 때문이 아니라, 각자가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 우월하기 때문에 조직은 이러한 대등함과 호명의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 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다시 찾은 이들은 그 이름을 알리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맹렬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이름을 갖고 조직을 떠나 독립하라는 메시지가 아닌 조직에서도 열심히 한다면 자기 이름을 드높일 수 있다는 선언으로서, 조직의 생명력을 더욱 건강하게 지속시킬 방법이 됩니다

10.’이름’을 주목하자

세상은 이미 조금씩 그렇게 변하고 있습니다. 수장의 이름만 알려졌던 수많은 조직에서 뾰족한 성과를 내는 구성원의 이름을 부르고 인지할 수 있게 된 수많은 사례가 그 변화의 조짐을 설명합니다.

김선태 주무관의 사례와 같이 가장 보수적이라고 여겨졌던 공무원 사회에서마저 나타난 그 조짐은 다른 조직을 자극하여 균열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혼종이라 여겨졌던 이들이 시간을 돌이켜 보면 선구자였던 경우를 우리는 여러 차례 경험했습니다. 작아지는 조직과 커지는 사람의 역학 관계와 곳곳에서 눈에 띄는 ‘이름’들을 주목해서 살펴봐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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