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연 조선비즈 인턴기자 (mycitystory.korea@gmail.com)
“패션파이브?! 무슨 옷 파는 데인가요?”
이태원에 있는 빵집 ‘오월의 종(Maybell Bakery)’ 대표 정웅씨(45)는 제과제빵업체 SPC그룹의 베이커리 카페 ‘패션5(passion 5)’가 가게 근처에 들어섰을 무렵, 누군가 그에게 걱정하듯 묻자 이렇게 말했다.
‘오월의 종’과 ‘패션5’ 숫자 5가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두 빵집은 다윗과 골리앗을 떠올리게 한다. 오월의 종은 49㎡(약 15평) 정도 크기의 소규모 빵집으로, 주로 바게트와 무화과빵 등 질감이 딱딱한 식사용 빵들을 판다. 반면 오월의 종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패션5는 매장 넓이가 660㎡(약 200평)에 이르는 대형 빵집이다. 가게 규모로 보나 빵의 종류로 보나 패션5가 훨씬 크고 다양하다. 하지만 정 씨는 “패션5가 뭔지 모를 만큼 신경도 안 썼다”고 말했다.
그는 소규모 빵집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동종 업계 진출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정 씨는 “제빵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 자본이 투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 조건이 있는데 판매만 위주로 하기 보다는 좋은 빵과 훌륭한 제빵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게마다 빵 종류나 맛이 다르다. 내가 만드는 빵에만 최대한 집중하기 때문에 위기감이나 경쟁 심리는 없다”고 했다.
또 “30년 동안 빵집을 운영했던 사람이 파리바게트가 들어섰다고 매출이 줄고 문 닫는다면, 그건 프랜차이즈 빵집 때문이 아니라 개인이 노력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 “빵은 딸 같은 존재” 정웅 오월의 종 제빵사 겸 대표 인터뷰
– 가게 이름이 오월의 종이다. 무슨 의미인가
▲“빵집하고는 상관없는 이름이다. 비지스의 노래 First Of May를 좋아한다. 5월(May)만 하기에는 뒤가 허전한 것 같아서 종을 붙였다.”
– 이태원에 가게 연 이유는
▲“원래 시멘트 회사를 다녔다가 서른이 넘어서야 제빵업에 뛰어들었다. 10년 전 경기도 일산에서 오월의 종과 비슷한 스타일로 빵집을 운영했다. 그 당시는 호밀빵 같은 식사 빵이 사람들 입맛에 맞지 않았는지 장사가 안됐다.
그런데 이태원은 외국인도 많고, 해외에서 거주해본 사람들도 많아서 빵에 대한 인식이 좀 다를 것 같아 이곳으로 왔다.”
– 일산에서 장사가 잘 안됐을 때 빵 종류나 맛을 바꿔볼 생각은 없었나
▲ “내가 호밀빵, 무화과빵 등 식사용 빵을 만들기 좋아해서 가게를 시작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 오월의 종에서 파는 빵의 특징은 무엇인가
▲“우리 빵에는 설탕, 버터, 계란, 우유가 안 들어간다. 그래서 발효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호밀빵의 경우 천연 효모를 배양해 만들기 때문에 완성되기까지 일주일이 걸린다.
1년에 한번 만드는 빵도 있다. 스톨렌이라는 독일 전통 빵인데 이건 12월 말에 반죽 재료를 럼주에 담아두고, 1년 동안 숙성 시켜 그 양 만큼만 만들어 판다.”
– 빵이 소진되면 문을 닫는다고 알고 있다. 그 이유는
▲“콧대가 높은 거다. 당일 생산, 당일 판매가 우리의 원칙이다. 내부적으로 우선순위가 있는데 1순위는 빵이다. 2순위는 만드는 사람, 죄송하게도 그 다음이 손님이다. 우리는 원하는 빵을 원하는 수량만 만든다. 잘 만들 수 있는 양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한다. “
– 1호점에 이어 올해 5월 2호점도 생겼다. 3호점 혹은 체인점으로 낼 생각도 있나
▲“그런 생각은 없다. 우리 빵 특유의 제조 과정 상 힘들고, 특히 내가 빵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게 좋다. 2호점에서도 판매를 하고 있지만 1호점과 달리 주로 빵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공간이다.“
– 정 대표에게 빵은 어떤 의미인가
▲“손님들이 할인 안되냐고 할 때 ‘저는 빵을 제 딸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한다. 빵을 제조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빵은 나에게 딸 같은 존재다.”
– 앞으로 포부나 계획은
▲ “원대한 것은 없고 오래하고 싶다. 내 명함에는 사장이 아니라 ‘baker(제빵사)’라고 새겨져 있다. 손으로 빵을 만들 때 느낌과 냄새가 참 좋다. 오월의 종이 사람들에게 ‘빵 만드는 곳’이라는 이미지로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