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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서평단] 윤석남·김이경의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서유경

윤석남 화백과 김이경 작가의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를 소개합니다.

일제강점기 아래 14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에 대해 윤 화백이 초상화를 그리고 김이경 작가가 고증을 하여 글로 썼습니다.

윤 화백은 조선시대 초상화에 대해 공부를 하다보니 수백년 동안 그려진 초상들 중에서 여성 초상화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여성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윤 화백은 일제강점기 시절 여성들 또한 나라가 망할 때 슬퍼하고 분노하며 목숨을 걸고 일제에 대항을 하였으나, 남성 독립운동가처럼 자랑스럽게 기억되기는 커녕 기록조차 제대로 남지 않아 기억에서 점차 잊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윤 화백은 김이경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그 여성들의 삶을 활자로 추적해 기록하고 초상화로 반추하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즉, 여성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기 어려웠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찾으며 일제에 항거했던 여성들의 삶이 초상화와 이야기로 다시 살아나게 됩니다.

이 책은 두 테마로 분류되는데, 첫 테마로 “세상에 외치다”에서는 김마리아·강주룡, 정정화·박진홍·박자혜·김옥련·정칠성 7인의 이야기가, 두 번째 테마로  “전선에 서다”에서는 남자현·안경신·김알렉산드라·권기옥·김명시·박차정·이화림 7인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10줄 요약

  1. 대한애국부인회 재판정에서 판사가 김 마리아에게 언제부터 조선의 독립을 생각해왔는지, 어째서 여자가 남자와 함께 운동을 했는지 물어보자, 김 마리아는 “한시도 독립을 생각하지 않은 일이 없다. 세상이란 남녀가 협력해야만 성공하는 것이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1. 동아일보 오기영 기자는 을밀대 투쟁에서 강주룡의 연설을 듣고 어떤 인생을 살았기에 독립투사가 된 것인지 묻자, 강주룡은 “조선에서 어떻게 하면 투사가 안 되고 살 수 있습니까? 친일 부호라면 몰라도 우리 같은 노동자는 싸우기 싫어도 싸워야 하는 게 현실이지요. 따지고 보면 기자 선생도 지금 붓으로 싸우고 있는 거 아닙니까?”라고 되물었습니다.
  1. 조선에서 구한 독립자금을 갖고 압록강을 건넜던 정정화는 《회고록》에서 “얻고 싶었던 것을 얻었고 가고 싶었던 곳을 찾아가는 지금, 나는 그토록 갈망했던, 제 한 몸을 불살랐으나 결국 얻지도 못하고 찾지 못한 채 중원에 묻힌 수 많은 영혼을 생각해야 한다. 그들을 대신해 조국에 가서 보고해야만 한다. 싸웠노라고, 조국을 위해 싸웠노라고.”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1. 일제 치하 제주도에서 해녀들이 수탈을 당하던 시절, 김옥련은 해녀들의 투쟁에 참여했다. 김옥련은 “해녀로서 독립을 바라며 일제와 싸운 것은 똑같은데 왜 거기에 차등을 두나? 속상한 마음이 들 때면 바다로 가. 파도를 보면서 강관순 선생님이 지은 해녀의 노래를 함께 부르면 시름이 잊히는 것 같아.”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1. 조선 최고의 기생에서 사회운동가가 되었던 정칠성. 그녀는 《삼천리》라는 잡지에 〈여류문장가의 심경 타진〉이라는 제목으로  “내가 오늘날까지 걸어온 길이란 오로지 조선 여성을 위해서이지만 글로써 발표한 것이나 말로써 부르짖은 것이나 모두 조선의 여성에게 각성하라는, 현실을 잘 파악하는 여성이 되라는 것 뿐이었지요. 다시 말하면 가장 현실을 잘 알고 현실을 똑바로 보는 사람이 되라는 것 뿐이었지요.”라고 하였습니다.
  1. 남자현은 임종 전 아들에게 “내 가진 돈은 모두 249원 80전이다. 그중 200전은 조선이 독립하는 날 축하금으로 바치거라. 만일 네 생전에 독립을 보지 못하면 자손에게 똑같이 유언하여 독립 축하금으로 바치도록 하라.”,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먹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정신에 있다. 독립은 정신으로 이루어지느니라.”라고 유언하였습니다.
  1. 안경신은 임신한 몸으로 평남도청 경찰부 폭파 사건에서 일제를 향하여 폭탄을 던졌던 여성입니다. 대한애국부인회에서 활동했던 최매지는 “안경신같이 시종일관 무력적 투쟁에 앞장서서 강렬한 폭음과 함께 살고 죽겠다는 야멸찬 친구는 처음 보았다. 너무 강폭한 투쟁으로 오히려 해를 입는다면 항일투쟁에 가담, 활동하지 아니함만 못한게 아니냐고 물으면 그녀는 잔잔한 미소만 띠고 긍정하지 않았다.”라고 하였습니다.
  1. 강물이 검은 용 같다고 하여 중국인들이 흑룡강이라 부르는 아무르강에서 총살을 당하여 생을 마감했던 김 알렉산드라. 러시아 우랄지역의 조선인 노동자 김시약은 김 알렉산드라를 러시아어, 조선어, 중국어에 능통한 통역관으로서 정중하게 노동자들을 대했고 사업주 앞에서 그들의 권익을 옹호했기에 러시아인, 조선인, 중국인 노동자들은 그를 사랑하고 신뢰하였다고 회고하였습니다.
  1. 최초의 여성 비행사라는 타이틀을 가진 권기옥. 그러나 권기옥은 ‘최초’라거나 ‘여성비행사’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서가 비행기를 조종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잡지 《여원》 인터뷰에서 권기옥은 “어린 마음이었지만 항일투쟁에는 무조건이었습니다. 감옥이 아니라 죽음도 두렵지 않았지요. 나이가 어리고 여자라는게 참으로 원통했습니다. 그때 하늘을 날며 왜놈들을 쉽게 쳐부술 수 있는 비행사가 되려고 마음을 다졌지요.”라고 답했습니다.
  1. 춘실, 동해, 화림 세 이름으로 살았던 이화림은 조선의용대에서 활동하다가 중국에서 의학을 공부하던 여성입니다. 그녀는 “끝까지 혁명의 길을 걷겠다고 결정한 이상 작은 가정에 연연할 수는 없었다. 비록 희생이 뒤따랐지만 당연히 해야 될 일이었다. 평양을 떠나고 어머니를 떠나면서 나는 이미 희생을 치렀다. 나는 이미 이 길에 올랐고, 후퇴할 이유도 없으며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회고록을 남겼습니다.

서평_서유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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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영의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

권오영 교수(서울대 국사학과)의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를 소개합니다.

권교수는 발굴 예산권을 지닌 정부 기관과 고대사에 관심이 많은 지식 대중에 할 말이 참 많은 듯합니다.

고대사 관심층에게는 사료나 프레임에서 벗어나 유물, 유구, 유적 발굴 조사를 통해 획득한 팩트를 통해 보자고 말합니다.

특히 새로운 과학기술과 공학 등 인접 학문과의 협업 연구를 통해 밝힌 팩트가 역사적 실체를 제대로 보여주는 실제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권교수의 이런 접근법은 한국인의 시야를 확 넓혀줍니다.

우선 발굴조사를 통해 획득한 팩트는 한반도와 중앙아시아, 중동,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을 구체적으로 연결해줍니다. 그동안 한국 고대사는 중국의 한나라와의 관계에만 매달렸던 것입니다.

나아가 새로운 고대사 연구를 통해 단일 민족 프레임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다문화 사회를 새로 정의할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합니다.

한국이 해외 발굴 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고대 한국의 다양성과 다문화를 복원함으로써, 현대 한국의 새로운 구성원이 통합될 수 있는 역사적 뿌리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교류의 길, 글로벌 삼국 시대를 열다 편 10줄 요약

1.우리는 한국사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의 대외관계를 이야기할 때 유라시아 동부라는 안경을 쓰고 역사를 보면 다른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이라는 초강대국에 맞서 고조선, 흉노,오손, 월지, 사카란 세력이 있었다. 미얀마 쪽에는 퓨 종족이,  중국 운남성 지역에는 디안이, 베트남쪽에선 남월, 복건성의 민월 등이 마치 사나운 호랑이 한 마리를 둘러싼 진돗개 무리처럼 한을 둘러싸고 있었다.

2.페르시아 문명을 답사하면서 한국의 고대 사회가 페르시아를 비롯한 서아시아 여러 세력과 친구 관계를 맺었던 사실을 깨달았다. 그 후 ‘스탄’으로 끝나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을 맹렬히 찾아다니며 연구 범위를 확장했다.

3.삼국시대에 이웃을 맺은 나라들이 동남아시아에도 있음을 깨닫고,범위를 더 확장해 베트남과 캄보디아, 미얀마, 말레이시아 등을 돌아다녔다. 너무 오래 연구의 공간적 범위를 한정했던 실수를 고백하며 역사학자로서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4.드 넓은 영토를 다스리던 고구려가 빗장을 걸어 잠근 채 단일민족으로 남아 있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어떤 거대제국이 단일민족만으로 구성될 수 있을까? 몽골과 스키타이, 무굴 등 우리가 제국이라고 부르는 모든 국가는 사실 다문화 사회였다.

5.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은 ‘황금인간전’이란 이름으로 기원전 6세기에 살았던 사카족 왕자의 무덤(쿠르간에서 출토된 부장품)을 전시했다. 이 무덤의 구조와 부장품은 5세기 무렵의 신라 왕릉인 황남대총에서 발견된 것들과 매우 유사하다.

두 유적 사이에 천 년이라는 시차가 있지만 유사성을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사카와 오손의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6.수나라와 당나라는 물론 신라와 일본까지 진출해 장사를 벌였던 이들이 바로 소그드족이다. 지금의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대개 소그드와 투르크, 몽골의 혼혈이다.

사마르칸트 소그드 도시 국가의 궁전 벽화에 동양인 두 명이 등장한다. 사마르칸트에서 고구려의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당시 연개소문이 권력을 잡고 있던 시기이어서, 당나라의 침략 위협을 타개하기 위해 소그드족에게 도움을 요청하고자 외교 사절을 파견한 것으로 해석된다.

7.1998년 인도네시아 벨리퉁 섬에서 아라비아의 배 한 척이 발견됐다. 830년 무렵 당나라에서 도자기 등 6만여점을 싣고 물건을 가다가 이 지점에서 침몰됐다.

이 시기는 장보고가 동북아시아의 해상왕으로 활동했다. 그가 취급하던 상품 중에는 중국 이외에 동남아시아 인도, 아라비아의 것이 포함되었을 것이다. 장보고에 대해 연구하려면 동북아시아를 벗어나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서 문화가 만나는 지역까지도 시야에 담아야 한다.

8.광동-광서지방과 베트남 북부를 다스렸던 남월은 중국 동남부와 베트남 북부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광서성 합포에 널려 있는 한나라 무덤에는 이란과 이라크를 무대로 발전하던 파르티아 도자기, 동남아시아산 유리그릇, 유리 구슬이 많이 발견된다. 따라서 이 물건들이 한반도까지 전해지지 않았다고 볼 이유는 없다.

9.후손들에게 넓은 세계를 바라보는 통찰력과 시각을 전해줘야 한다. 앞으로 ‘코리안’이란 정체성은 태어난 장소와 얼굴 형태, 핏줄을 통해 정해지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코리안의 인종적 스펙트럼은 훨씬 넓어질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이기에 총을 어깨에 짊어지고 야간 보초를 서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젊은이들의 얼굴도 지금보다 다양해질 것이다. 이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겨야 한다.

10.대한민국도 민족사를 넘어 세계사 연구에 공헌할 때가 되었다. 비록 한국사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더라도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유적이라면 조사와 보존에 뛰어들어야 한다. 민족사를 넘어서서 인류 공동의 역사 연구에 앞장서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진정한 선진국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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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묵_K를 생각하다

임명묵작가는 땀을 흘리며 책방에 도착했습니다. PT없이 시작한 그의 이야기는 깊었고. 청중들과 솔직하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다수를 차지했던 586세대들은 그를 선생님이라고 호칭했습니다.

90년대생은 어떤 존재인가?

글로벌 분업체계가 만든 세계화와 정보화가 진전된 90년대에 태어나. 스마트폰이 만든 디지털 세상에서 살고 있는 세대입니다. 90년대생은 한국에서 부모 세대의 계층이 최초로 대물림된 세대입니다.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면서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기대도 낮습니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주관적 불행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거리로 나가던 586세대와 달리 그들은 온라인세상에서 그들은 분출하고 있습니다.

지금 전세계로 향하고 있는 이른바 K-는 지독히 매운 자극을 원하는 90년대생의 취향과 분출이 만들어낸 콘텐츠입니다. “인생은 한강물 아니면 한강뷰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울대생이나 고졸 친구나 한탕주의가 깔린 웹소설, 웹툰 콘텐츠를 소비합니다. 콘텐츠에서 ‘신분 상승’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입니다. ‘전생’ ‘타임슬립’ 등을 통해 미래 정보를 알고 몇 배의 돈을 버는 이야기 구조입니다.”

이제 그 K-콘텐츠가 글로번 디지털세상에서 보편적 문화로 자리잡았습니다. 미국을 제외하고 세계적 문화를 만들어낸 나라는 없습니다. 90년대생의 문화가 만들어낸 이 놀라움을 폄하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다면, 그래도 괜찮은 586이 아닐까 합니다.

저자소개

임명묵은 충남 조치원에서 태어나 2013년 서울대 인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에 농어촌 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 부모님은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라는 대표 학부와 다문화가 익숙한 읍 단위 행정구역이라는 두 세계를 왕복하며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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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서평]캐시어 바디의 ‘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

미국 영문학자 캐시어 바디(kasia Boddy)의 ‘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본래 제목은 ‘Blooming Flowers: A Seasonal History of Plants and People’입니다.

바디교수는 데이지, 수선화,장미, 제라니움, 해바라기 등 16가지 꽃을 골라, 그 꽃에 얽힌 역사를 풀이합니다.

꽃은 우리 생활 공간 어디에서나 만납니다. 벽지, 포스터, 옷에서 꽃 문양을 봅니다. 미술, 문학, 영화속에서 핵심 심볼로서 꽃을 봅니다.

꽃은 정치적 상징 역할을 합니다. 일본 전국시대 다이묘는 저마다 고유 꽃 문양을 가문의 상징으로 사용하였고, 근대 국가 역시 국화를 통해 통합을 추구합니다.

꽃차, 기름재료, 간식거리 등 먹거리로서 꽃 역할도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꽃으로부터 희망과 위로를 얻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은 정원과 식물원이라는 문명을 고안했습니다.

16가지 꽃중에서 여름 해바라기편을 골라 10줄로 요약했습니다.

10줄 요약_해바라기 편

1.해바라기는 혼자서도 음울해 보일 때가 있다. 자신의 그림자 안에 있을 때다. 인터넷에서 해바라기 이미지를 검색하면 녹색잎과 황금색 꽃이 눈부신 사진뿐만 아니라 꽃잎은 시들고 씨가 맺혀 있는 흑백사진도 나온다.

하지만 뼈대만 남은 해바라기의 매력은 분명 형태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른 모든 잔해처럼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가슴 사무치게 알려준다. 마치 태양 자체가 사라진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2.빈센트 반 고흐에게 해바라기는 그냥 노란색이 아니었다. 생각이나 감정을 담아 큰소리로 외치는 노란색, 빛과 따뜻함, 행복의 색깔이었다. 그는 아를에서 노란색 집을 빌리고, 작업실을 해바라기 그림들로 꽉 채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주황색으로 칠한 얇은 나무 액자 안에서 다양한 색을 배경으로(푸른색이라면 가장 연한 공작석 녹색에서 감청색까지) 크롬 옐로(노란색)가 활활 불타오를 것이다.”

그 그림들은 고흐의 기대대로 “고딕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같은 효과를 냈다.

3.“너는 결코 기관차가 아니었어. 너는 해바라기였어!”

칙칙한 겉모습이 우리가 아니야 … 우리 안에는 씨앗이라는 축복을 받은 황금빛 해바라기가 있어”

(미국 비트제너레이션을 대표하는 시인 앨런 긴즈버그의 Sunflower Sutra중에서)

4.해바라기는 꽃이 시들면서 맺힌 수많은 씨앗 안에 빛나는 미래에 대한 약속을 간직하고 있다. 여기에 아이들이 꽃을 그릴 때 대부분 해바라기처럼 그린다는 사실이 더해지면서 해바라기는 어린 시절과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

20세기 후반에는 아이가 그린 것 같은 해바라기로 어린이의 행복을 떠올리게 하는 정치 포스터가 많았고,

녹색당의 환경보호 운동이나 반전 운동에서도 해바라기를 상징으로 받아들였다.

5.1996년, 우크라이나의 마지막 비핵화 협상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은 핵무기를 저장하던 곳에 해바라기 씨를 심으려고 모였다. 그들은 “땅에 미사일 대신 해바라기를 심으면 미래 세대를 위해 평화를 확보해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물론 먹거리도 확보해줄 것이었다.

6.994년, 체르노빌 참사가 일어났던 원자력 발전소 주위 출입 제한 지역에 해바라기를 심었고 그 해바라기는 뭔가 다른 방식으로 희망을 주었다. 다른 곳에서도 다양한 식물들이 오염된 땅과 지하수에서 화학물질을 빨아들이는 데 활용되었고, 이런 과정을 ‘식물 정화’라고 부른다

7.2011년 일본에서 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다이치 원자력 발전소가 피해를 당하자 다시 해바라기를 활용하기로 했다. 정부 기관, 지역사회 단체, 지역 농부 들이 협력해서 해바라기 씨를 심었다.

어림잡아 800만 개의 씨앗이었다. 상징적인 정화작용은 효과가 좋았다. 해바라기를 보려고 관광객들이 찾아왔고, 식물 정화작용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8.해바라기의 적응력은 또 다른 희망을 준다. 기후 변화에 대처하면서 농사짓는 방법을 찾아내는 게 전 세계의 과제인 요즘, 해바라기의 적응력을 보면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

해바라기는 또한 친환경적인 바이오디젤 원료로 사용 중인 씨앗 기름 중 하나다. 유채 같은 다른 바이오디젤 원료보다 재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훨씬 적게 배출한다.

9.미국 여성참정권협회가 1896년에 해바라기를 그들의 상징으로 정할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해바라기가 태양을 좇는다면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라고 해석했다.

그리고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 신화와 더 관련 있다고 생각했다. “해바라기가 문명을 좇듯 개척자들은 넓은 경작지를 찾았고, 그래서 여성 참정권자들이 문명화된 정부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10중국의 문화대혁명(1966~1976) 시절에 나온 수많은 포스터, 배지, 교과서, 어린이 노래에 등장하는 ‘붉은 태양’ 마오쩌둥을 둘러싼 해바라기들 역시 충성을 상징한다. 이런 노래도 있다.

 

마오 주석! 당신은 우리 마음속 붉은 태양이에요!

우리는 해바라기예요. 해바라기는 언제나 붉은 태양을 바라봐요.

우리는 낮이나 밤이나 당신을 생각해요. 오래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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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민_코인전쟁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보낸 이메일 한 통으로, 비트코인은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뒤를 이어 채굴자들이 모여들고 금융시장의 위기와 함께 up&dowm 의 역사를 보여준지 20여년이 흘렀습니다.

5월 코인전쟁 북토크를 기획할때만 해도 상승장이었던 비트코인은 불과 한 주사이에 급락하고 있습니다. 북토크에서도 암호화페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을 그대로 이야기했습니다. 도대체 암호화페를 어떻게 볼것인가에 대한 재미있는 토론이 있었습니다.

사용가치가 없는, 금과 호환되지 않는 화페는 전적으로 신뢰에 의존합니다. 그래서 중앙은행(혹은 국가시스템)이 정치적으로 신뢰를 보장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무정부주의는 이상적이나 현실적이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그 믿음만 주장하기에는 어려운 새로운 요물이 나타났습니다. 블록체인 등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저장가치 뿐만 아니라 결제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투자의 관점에서도 이미 수많은 개인들이 기존의 주식에서 코인투자로 갈아타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토크이후 깨달은 것은 이미 암호화페 기반의 사업과 투자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ETF를 만들자는 금윰시장의 요구가 있을 것이고, 디지털화페를 발행하는 국가사이의 화폐전쟁도 예견됩니다.

이미 현실이 된 암호화폐를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두렵고 어려워서 암호화페 투자는 못하겠습니다. 다만 경제와 금융, 투자의 패러다임이 뒤바뀌는 코인전쟁의 한복판에서 뇌를 자극하기 위해서라도 미래를 열심히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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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리베카 헨더슨의 ‘자본주의 대전환’

인간은 동물입니다. 동물은 본능적으로 기후에 민감합니다. 생존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의 날씨 패턴은 과거 수십년에 걸쳐 지속됐던 패턴과 다릅니다.

따라서 본능적으로 불안감을 느낍니다. 이러다가 암울한 미래를 맞는게 아닐까 두려움을 갖습니다.

최근 세계 산업계의 뜨거운 테마인 ESG는 바로 기후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또 극심한 소득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고자 하는 흐름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ESG 개념이 추상적이며, 이상적이라는 점입니다. 리베카 헨더슨의 ‘자본주의 대전환’은 ESG를 실행하고 있는 기업 컨설팅 경험으로 바탕으로 쓴 책입니다. 따라서 ESG 경영을 구상하는 기업에게 구체적인 사례를 알려줍니다.

물론 ESG가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되기 위해 갈 길이 멉니다.

파타고니아, 파도칠 때는 서핑을’ ‘트레일 블레이저‘ 등 ESG를 실행하는 기업 관련 책과 함께 보시기 바랍니다.

10줄 요약_1장 자본주의는 이미 시효가 끝났다 편

1.세상은 불타고 있다. 근대 산업화를 이끈 화석연료는 지구의 기후가 불안정해지고 바다가 산성화되고 해수면이 올라가고 수십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원인이다.

세계의 표토층은 황폐해져가고, 민물의 수요는 공급을 앞섰다. 기후변화를 이대로 내버려두다가는 GDP는 상당히 떨어질 것고, 해안도시들은 물에 잠기고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먹을 것을 찾아 이주해야할 것이다.

2.역사적으로 시장의 균형을 유지해주던 가족, 지역공동체, 위대한 신앙의 전통, 정부, 심지어 인간 공동체라는 소속감까지도 붕괴하거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녀들이 부모보다 잘 살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지면서 반 소수자 반 이민자 정서의 물결이 전 세계 많은 정부를 위협하며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3.블랙록 CEO 래리 핑크는 블랙록이 투자한 회사CEO에게 편지를 보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번창하기 위해서는 재무실적만 챙겨서는 안됩니다. 기업은 사회에 어떻게 긍정적으로 이바지하고 있는지도 보여주어야 합니다. 주주, 직원, 고객,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 사회와 같은 모든 이해 관계자에게 골고루 이익을 나눠줄 수 있어야 합니다.”

핑크의 말은 마르틴 루터가 교회 문에 95개 조 반박문을 붙여 종교개혁을 촉발했던 사건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4.하지만 미국 기관투자협회는 ESG 흐름에 달가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에게 책임지겠다는 것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고 반응했다.

둘 중 어느 편이 옳을까? 기업은 진실되고, 정말 진실로 불타는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5.문제의 핵심은 주주가치의 극대화야말로 기업의 유일한 의무라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다. 밀턴 프리드먼은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자신의 자원을 이용하여 이익을 증대시키는 활동에 임하는 것이다.

첫번째 근거는 자원의 효율적 할당론이다.

두번째 근거는 개인이 자신의 자원과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믿음이다.

세번째 근거는 경영자는 투자의 대리라는 이론이다.

6.1970년대부터 시카고 학파의 주주가치 극대화론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 가치와 연동시키자는 방안은 투자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GDP는 치솟았고, 더불어 주주 가치와 CEO의 임금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다.

동시에 환경비용이 올랐고 소득격차가 벌어졌다.

7.주주가치 극대화는 외부효과 비용을 계산하지 않는다. 가령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에 1킬로와트당 5센트를 내지만, 기후변화에 미치는 1킬로와트당 4센트와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라발생하는 의료비 발생 비용을 포함하면 13센트에 육박한다. 우리가 이웃에게 미래에 부과하는 비용을 감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8.주주가치 극대화는 평등한 기회를 파괴했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실질소득이 정체된 상태에서 생산성 향상의 혜택은 상위 10%에 집중되어 있다. 미국 2017년 매사추세츠주 뉴베드퍼드의 가장 가난한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기대수명은 보츠와나, 캄보디아의 수준에 약간 못미치는 정도로 추정되었다.

9.주주가치 극대화는 돈을 써서 게임의 규칙을 바꿔 돈을 벌게 한다. 디즈니는 캐릭터 저작권보호 기간을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200만달러를 써서, 16억달라 가치를 확보했다.

10.주주 이익 극대화는 시장 경쟁 게임의 규칙이 자유롭고 공정할 때만 유효하다. 현대 자본주의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기업이 공익을 해치며  게임 규칙을 자신에게유리하게 만든다면 주주가치 극대화는 파멸을 낳을 것이다.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내가 살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함께 여러분이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는 싸움을 하다 보면, 풍요와 희망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추위와 맞서 싸우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나와 함께하자. 함께 세상을 구하자.”(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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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이본 쉬나드의 ‘파타고니아, 파도칠때는 서핑을’

파타고니아는 소리없이 강하고 또 인기있는 아웃도어 브랜드입니다. 무엇보다 파타고이나는 환경을 중시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 창업자인 이븐 쉬나드의 책은 파타고니아가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는가를 잘 보여줍니다.

그는 이 책에서 컨설턴트의 화려한 언변에 넘어가 파타고니아 고유의 가치를 망칠 뻔했던 경험을 털어놓습니다.

파타고니아가 지구를 지키고 종업원의 삶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를 계속 지킨다면 ESG흐름에서 돋보이는 위치에 늘 있을 것입니다.

1.이본 쉬나드는 산을 좋아하고 서핑과 카냑을 즐기는 스포츠맨이었다. 쉬나드는 자신과 친구들을 위해 세계 최고의 등반 장비를 만들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 등반용 장비 제조사인 쉬나드 이큅먼트가 첫 사업체였다.

2.쉬나드는 1960년대 통신 판매 사업을 시작했고, 1970년대 초에 럭비셔츠 등 의류 아이템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3.쉬나드는 등반 장비가 산악을 파괴하고, 면화가 자연을 파괴한다는 점을 깨닫고 자연을 지킬 수 있는 장비와 소재 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환경 피해를 줄인 기능성 원단을 개발하고, 모든 면제품을 유기농 목화로 제작하는 공정을 개발했다.

4.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 쓸 수 있는 기능적이고도 단순한 제품은 파타고니아 브랜드의 인기를 높이기 시작했다. 파타고리아 매니아 층을 전 세계에 걸쳐 형성시켰다.

5.1980년대 후반 파타고니아는 10억 달러 매출을 목전에 두고, 더 많은 직원과 MBA 출신 CEO를 고용하고 생산업체와 거래업체를 늘리는 등 확장 경영을 했다. 그러나 1990년 초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지자 파타고니아 역시 매출이 급감하고 재고가 쌓이는 위기를 맞았다.

6.위기를 맞은 쉬나드는 경영 컨설턴트에게 조언을 구했다. “회사를 매각하고 비영리 환경재단을 만들라”는 조언을 듣고 충격을 받고, 회사 경영을 하는 목적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7.쉬나드와 동료들은 “10억 달러 규모의 회사도 좋지만 자랑스럽게 여길 수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결론을 짓고, 확장보다 잘 하고 싶은 분야,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했다.

7.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자 쉬나드의 경영철학이 빛을 발했다. 실용적이고,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내구성 있는 파타고니아의 제품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25% 이상 성장했다.

8.쉬나드는 불황을 이겨낸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위기 상황이 와도 옳은 결정을 내리려면 사업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지구를 회복시킬 수 있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파타고니아 정신의 핵심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9.쉬나드는 경영과 지속 가능성의 모델을 미국 기업계가 아니라 7세대 앞을 내다보는 미국 이로쿼이(Iroquois) 인디언에서 찾는다. 이로쿼이족은 부족의 의사결정 과정에 향후 7세대를 대표하는 사람을 포함시켰다고 한다.

10.파타고니아는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아울러 매출의 1%를 환경 단체 등 환경 운동에 기부를 하고 있다.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사랑하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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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최지혜_딜큐샤, 경성살던 서양인의 옛집

서울 종로구 행촌동 1-88번지를 알고 계십니까?  약 100여 년 전부터 자리를 지켜온 서양식 붉은 벽돌집이 있습니다.  산스크리트 어로 ‘기쁜 마음의 궁전’이라는 뜻의 딜쿠샤가 이 집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마침내 복원된  딜쿠샤프로젝트에  참여한 근대 건축 실내 재현 전문가 최지혜선생이 이 집의 속살을 다시 채우는 지난한 과정을 들려주었습니다. 실제로는 탐정처럼 범인(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인듯 합니다.

해외통신원이었던 앨버트 테일러 벽돌집주인의 사연으로 유명해지기도 했지만,  이집은  그 자체도  우리나라 근대 건축의 시발점에 선 중요한 건물 중 하나입니다.  최지혜작가는 그집 에 머물렀던 이들의 삶의 흔적은 물론 그 시대의 문화까지 이야기했습니다. 실내복원이란 무척 흥미로운 미시사의 영역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시간이 더 걸렸을 뿐이지 아마존직구가 있었답니다. 몽고메리 워드라는 우편통신판매사..

실내복원은 ‘공간의 재해석’이라는 최작가의 정의 . . 그리고 딜쿠샤의 나머지 방에는 한때 딜쿠샤에 살았던(불법점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보면 어떠냐는 청중의 제안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자소개

최지혜는 국내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근대 건축 실내 재현 전문가이다.  덕수궁 석조전, 워싱턴 D.C.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등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국내 근대 건물 실내 재현 현장에는 줄곧 최지혜라는 이름이 있다.

주요 저서와 논문으로는 『앤틱 가구 이야기』, 『영국 장식미술 기행』, 「석조전 실내장식과 가구에 관한 고찰」, 「근대 전환기 궁궐에 유입된 프랑스식 실내장식과 가구: 덕수궁 돈덕전, 창덕궁 대조전 일곽을 중심으로」, 「테일러 상회의 무역활동과 가구 – 전통가구의 변화양상을 중심으로」 등이 있다.국외소재문화재재단ㆍ국립고궁박물관ㆍ덕수궁ㆍ창덕궁 서양식 가구와 실내 장식에 관한 자문위원을 거쳐 지금은 앤티크 연구소 ‘수택’의 대표이자 국민대학교 겸임교수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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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달의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명’

2011년 3월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종합일간지 가운데 최초로 온라인 기사 유료화를 시작해 2020년 12월 말 기준 669만 명의 디지털 유료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제 뉴욕타임스의 경쟁사는 더 이상 ‘워싱턴포스트(WP)’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아니라 넷플릭스(Netflix)와 스포티파이(Spotify)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의 성장과 영욕의 역사, 최근 10년간의 디지털 전환 과정과 성공 비결을 다룬다.

인구 3억명이 넘는 미국의 미디어 기업으로 세계 최대 공용어인 영어로 서비스하기 때문에 NYT의 디지털 전환 성공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저자는 “처음엔 나도 태평양 거리 만큼 한국과 미국의 언론 환경과 디지털 환경이 다르니, NYT 얘기를 자꾸하는 건 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여겼다”면서 “하지만, NYT가 디지털 전환에 뛰어들 당시 상황은 지금 우리나라 언론 기업이 처한 상황 보다 훨씬 힘들었다. 절대절명의 백척간두 상황에서 NYT는 디지털 전환을 마지막 구명 보트로 여기고 전력을 쏟아 부어 오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명 요약

1.1851년 창간 후 경영난에 빠진 뉴욕타임스가 1896년 시장에 매출로 나오자, 당시 38세의 독일계 유태인인 아돌프 옥스(Adolph Ochs)가 이를 사들였다. 옥스는 권력에 편들거나 눈앞의 재정적 이익이 아니라 독자를 가장 앞세우며 경영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는 것을 그대로 실천했다. 그의 사후, 사위인 아서 헤이즈 설즈버거가 2대 발행인이 됐다. 이후 120년 넘게 옥스-설즈버거 단일 가문이 대주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24명의 클래스 B주식 보유자들은 모두 설즈버거 가문의 직계 자손들이며, 이들은 NYT컴퍼니 이사회의 70%를 선출한다.

2.NYT 3대 발행인에 오른 펀치 설즈버거는 학창 시절 성적 부진으로 사립학교들을 전전했다. 난독증 진단도 받았다. 2대 발행인 부부는 당시 37세인 그를 도박하는 심정으로 새 발행인으로 지명했다. 펀치는 소극적이고 주먹구구식인 전 근대적 경영과 결별하고 NYT를 증시에 상장시켰고 미 종합지 최초로 경제 섹션을 발행했다. 그가 발행인으로 재임하는 29년 동안, 회사 매출은 170배 성장했고 기자들은 31개의 퓰리처상을 받았다. 美 행정부의 치부를 다룬 펜타곤 문서 추가 보도를 두고 펀치는 두 마디를 했다. “계속 기사를 내보내라(Go Ahead).” 펀치의 말은 짧았지만, 의미는 적지 않았다.

3.2005~2010년 NYT는 ‘죽어가는 시한부 환자’와 같은 신세였다.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 남부와 서부의 지역 신문사, TV, 라디오 방송국, 잡지, 부동산, 인터넷 회사, 제지 공장, 합작회사, 심지어 프로야구 구단(보스턴 레드삭스) 지분까지 사들여 2006년 당시 14억달러에 달하는 회사 부채 등 금융 비용이 회사를 짓누르고 있었다.

4.핵심 자산을 제외한 모두를 팔아 벼랑 끝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NYT는 2번의 실패 끝에 2011년 3번째 온라인 기사 유료화(metered paywall)에 나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종이신문을 기반으로 한 광고와 구독매출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한 게 결정적이었다. ‘언론사들이 만드는 상품인 뉴스는 무료’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 기사를 읽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은 꿈같은 일이었다.

5.2011년 3월 온라인 기사 유료화를 시작할 당시 회사 안에는 “온라인 뉴스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그 대신 늘어난 트래픽으로 디지털 광고 매출을 늘리면 감소하는 지면 광고 매출을 상쇄할 것”이라는 믿음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는 NYT 같은 개별 언론사보다는 구글,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빅 테크 기업의 배만 불렸다.

6.2013년 들어 온라인 유료 구독자수가 갑자기 꺾였다. 아날로그(종이신문)로는 ‘달러(dollar)’를 버는 반면, 디지털로는 ‘푼돈(penny)’을 번다며 ‘온라인 유료화 필패론’로 다시 제기됐다. NYT Now, NYT Opinion, 타임스 프리미어(Times Premier) 등 3개 디지털 유료 상품이 연속으로 실패했다.

7.경영진은 후퇴하지 않고 2014년 5월 ‘혁신 보고서’로 정면 돌파했다. 오너 가문의 A.G. 설즈버거(2018년 1월 발행인 취임)가 주도한 혁신 보고서팀은 6개월 동안 354명을 인터뷰한 뒤 “편집국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디지털 시대의 암호를 충분히 해독하지 못해 왔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마크 톰슨 CEO와 2014년 5월 회사 최초의 여성 편집인에 오른 질 에이브럼슨이 사사건건 충돌하자 설즈버거 주니어는 에이브럼슨을 전격 해고했다. 디지털 전환을 성공시키겠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사내외에 던진 것이다.

8.2017년 1월 NYT의 ‘2020 보고서’는 이렇게 지적한다. 우리는 페이지뷰(page view) 경쟁을 하거나 싸구려 광고를 팔려 하지 않는다. 우리의 비즈니스 전략은 전 세계 수백만 명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려는 강력한 저널리즘을 제공하는 것이다. 구독자 최우선(subscription first)으로 우리는 더 강력한 광고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9. 2020년 2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디지털 구독 부문 매출이 종이신문 구독 부문 매출을 앞질렀다. 이제 NYT 총매출액(2020년 기준)에서 구독 부문 비중은 67%이고 광고 부문은 22%이다. 2009년 1분기 4달러대로 떨어졌던 주가는 2021년 3월 50달러를 웃돌고 있다. 뉴스 혁신의 아이콘이던 ‘버즈피드’와 ‘쿼츠’의 전직 편집국장들과 IT기술 전문 온라인 매체 ‘리코드’, 가십 전문 인터넷 매체 ‘고커’, ‘복스’의 창업자 등이 NYT에 합류했다.

10.뉴욕타임스 역사에 등장하는 동아시아 현대사 대목이 책의 흥미를 더한다. 3대 발행인인 펀치는 미 해군 제대 후 한국전쟁이 터지자 재입대해 한국 판문점 공보장교와 맥아더 장군의 비서 등으로 복무했다 . 1945년 8월 일본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B-29 폭격기 ‘에놀라 게이(Enola Gay)’에는 NYT 과학 담당 기자가 동승했다. 역사를 기록할 언론으로 미국 정부가 NYT를 지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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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석_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배웠다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를 쓴 최준석 저자와 북토크를 진행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과학 책을 읽었기에 저자는 세상을 다시 배웠다고 했을까요? 운명처럼 잡힌 한 권의 과학책 읽는 재미에 빠져,  수도하듯이 300권 이상의 과학책을 읽어다고 합니다.

문과출신의  30년경력의 기자가 읽고 정리한 우주와 진화에 대한 이야기는 역시 여렵지 않게,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주옥같은 인용으로 분위기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세계는 어마어마하게 늙었고, 인류는 너무나도 어리다. 인류는 우주력 12월 31일에 출현했다. 공룡은 12월 24일에 나타났다.” -칼 세이건 ‘에덴의 용’ 26쪽.

“수소, 시간이 충분하면 인간이 된다”-영국 천문학자에드워드 해리슨

“내안의 우주: 우주와 연결된 내 몸”

“인간은 간통으로 얼룩진 일부일처제에 어울리도록 설계되었다. 인간의 정소는 침팬지처럼 난교시스템에 맞을 만큼 크지 않고 사람의 몸은 고릴라 처럼 하렘을 둔 일부다처제에 어울리도록 큰 몸도 아니며, 일부일처형의 긴팔원숭이처럼 절개를 지키는 데 적응하여 남과 어울리지못하는 것도 아니다. 인간은 이들 중간 어딘가에 놓인다” -매트 리들리의 ‘붉은 여왕’

저자소개

<조선일보>에서 1986년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국제부, 정치부 차장, 인터넷뉴스 부장, 인도 뉴델리 특파원을 지냈다. 과학책 읽는 재미를 주변과 나누고 싶어 다양한 글로 풀어내고 있는데, 《주간조선》에 ‘과학 연구의 최전선’을 연재하며 현대 과학의 신비에 한 발 더 다가서고 있다. 얼마 전부터 유튜브에서 ‘최준석과학’(HTTPS://WWW.YOUTUBE.COM/USER/IOHCSJ)이라는 이름으로 과학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제까지 직업란에 ‘언론인’이라고 썼는데, 앞으로는 ‘과학 유튜버’라고 써야 할까 생각 중이다. 《인도 싫어하거나 좋아하거나》 《간디를 잊어야 11억 시장이 보인다》 《함두릴라, 알 카히라》를 썼고, 《떠오르는 인도》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