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로만 알고 있는 윤후명… 실은 그는 19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서 시 ‘빙하의 새’로 먼저 등단했습니다.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 이 책을 윤후명은 이렇게 말합니다.
시는 언어의 예술이다. 어떤 단어든 시인만 만나면 또다른 의미와 느낌을 갖게 된다. 형형색색 시어들은 읽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새로운 감정과 감동에 눈 뜨게 해준다.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 다른 감동을 준다.
윤후명 저자는 50여년간 시를 썼다. 수백편의 시가 사람들의 입술을 간지럽혔고, 저마다 다른 감동으로 가슴에 남았다. 그만큼 인상 깊은 소설도 여러 편 남겼다. 시와 소설의 경계를 넘나들던 윤후명 저자가 시력 50년을 모은 총체, 시전집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를 냈다.
시전집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는 윤후명 저자의 데뷔작부터 최신작까지, 시를 총 302편을 담았다. 시어와 소설의 경계를 넘나들며 아름답게 빚어낸 언어들이 이 시전집에 담겼다.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를 쓴 윤후명 저자에게 질문을 물었다. 그는 약 10여분간 조용하게, 사뭇 날카롭게 시와 소설, 문학계의 현실을 읊었다.
서촌에서 실제로 살고 있는 여섯 주민이 함께 보여 쓴 서촌 이야기입니다. 동네 이야기이면서, 새로운 고향론이기도 합니다.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이 함께 쌓아가는 시간을 통해 고향을 현재 삶에 구현한 것입니다.
서촌에 사는 중장년층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동네’를 좋아해서 이사 온 사람들이다. 이 책을 쓴 6명도 그런 사람들이다. 역사와 문화, 자연을 좋아하고, 익명성과 사생활만큼 이웃과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며, 아파트 가격 보다는 동네 분위기를 중시하고, 도시 재생에서도 관광보다 주거를 앞세우는 사람들이다.(저자 공동 서문)
시간을 가지고, 마음이 맞는 이웃들과, 공동체의 가치를 공감하며, 천천히 이곳에서 늙어가며, 무언가 동네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도모하며 살아가기를 희망한다(장길수, 서촌 살다보니)
적지 않은 토박 주민들이현재도 이 동네에 살고 있어 도심의 시골과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젠 학창 시절의 거의 모든 친구들이 이 곳을 떠나 다른 곳에 살지만, 여전히 그들 마음 속에는 여기가 고향일 것이다. 옛 모습만 남아 있는 서촌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서촌이었으면 한다.(오동현, 46년 서촌 탐사 보고서)
둘째 아이한테 학교를 주로 어떤 길로 가느냐고 물었는데, 아이가 열일곱개의 등굣길이 있다고 대답했다. 나도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골목이 있는 동네는 그렇게 아이들의 삶 속에 녹아들고 있었다.(최문용, 고향같은 동네에 집을 짓다)
옛 지도에 그 건축물이 표시된 것을 발견하면, 지도를 제작한 시기보다 건축물이 오래되었다고 추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옛 서울의 지도를 보면 서촌 지역에 어떤 건축물이 그려져 있는지 살펴보게 되었다. 지도를 보면서 건축물을 찾아보는 놀이가 몸에 배었다.
(신민재, 서촌, 건축 박물관)
2020년 서촌 주민들은 스스로 삶의 보편적 가치를 돌아 볼 때이다. 서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기대감 혹은 서양인들이 남긴 보편적 가치가 아니라 이곳에서 매일 눈을 뜨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주민으로서 공통의 근원적 가치를 찾아야 한다.(김길지, 서촌 어쩌다 종교)
서촌일대를 아우르는 지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서촌’이다. 이 일대가 조선 한성 5부 가운데 ‘북부’이자 ‘서부’였으며, 내사산 가운데 서쪽 산인 인왕산 아래 동이기때문이다. 또 서촌이라는 지명이 비교적 무색무취하게 이일대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기 때문이다.(김규원, 서촌인가? 장동인가?)
여섯 저자는 2010년 서촌주거공간연구회 결성을 계기로 만나 활동해왔다. 2019년 겨울부터 토요일 아침마다 함께 동네 답사는 다니고 있다. 2020년 여름부터 ‘장동 서가’라는 이름의 무료 책 나눔 장터를 열고 있다.(서촌탐구 모임 소개)
서촌이 좋아 이곳에 둥지를 튼 사람들끼리 서로 만나 인연을 쌓아 가면서 소박하게 동네를 일궈가는 모습이 바로 이 ‘서촌, 살아보니’에 담겨 있습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아마도 ‘서촌 살리기’와 같은 큰 슬로건이라든가 ‘서촌의 성격’ 운운하는 학술용어로 포장된 글이었다면 저부터 두어 페이지 읽다가 덮었을 것입니다.(추천사 김창희, ‘오래된 서울’ 저자)
가끔 들러도 늘 반갑게 맞아주는 드물게 남은 서울의 동네 서촌, 그곳에서 살며 역사와 문화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한 나지막한 동네의 온갖 재미를 만끽하는 분들의 동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부러움에 슬며시 약이 오를지도 모릅니다.(추천사 정석, 서울 시립대 교수)
서촌의 옥상작가로 불리는 김미경작가는 그녀의 그림으로 서촌을 이야기합니다. 그녀가 오랜 전부터 그린 서촌의 장면들은 서촌의 역사가 되었습니다. 어느새 사라진 건물들이 그림 속에 여전히 살아있고, 홀로 남은 나무는 이정표 노릇을 하기도 합니다. 골목마다 추역이 역사가 아닐까요
다양한 인연으로 서촌에 살고 있는 여섯 이웃들의 쌈지속 이야기입니다. 김규원, 김길지,신민재,오동현,장민수, 최문용 서촌주민 여섯명의 서촌살이는 모두합쳐 합이 100년입니다. 그들은 늘 서촌을 서울을 걷고 또 걷습니다. 작은 것 하나를 발견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그들이 사는 재미처럼 보였습니다.
도시 소설가 김탁환은 농부 과학자 이동현를 만난 이야기입니다. 그는 곡성에서 농업회사법인 미실란을 15년째 이끌고 있는 기업가이자 미생물학 박사입니다. 지키고 싶은 것들의 가치와 아름다움, 무엇보다 ‘아름다움은 지키고 있는’ 그의 모습때문에 김탁환 작가는 쓸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영화·음악·미술 비평은 익숙하지만, 노래 ‘가사 비평’은 퍽 낮설다. 이주엽 저자가 쓴 책, ‘이 한 줄의 가사’는 한국에서는 처음 나온 가사 비평서지만, 수필처럼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노래 가사는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시나 수필 등 순수 문학처럼 사람의 감정을 자극한다. 이주엽 저자는 작사가다. 20년 가까이 음반 기획자로도 일했다. 이런 그이기에 노래 가사가 얼마나 시적이고 아름다운지, 보석같은 이들 노래가 한국 대중의 마음을 어떻게 대변하고 위로했는지, 음악사를 어떻게 이끌어왔는지를 논할 수 있다.
▲이 한 줄의 가사 / 열린책들
이주엽 저자는 책 ‘이 한 줄의 가사’에 들국화의 ‘행진’과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 송창식의 ‘선운사’ 등 사랑 받는 명곡 41편의 가사를 담았다. 음악가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가사를 읊었는지, 그 속에 숨겨진 시대상들은 어떤 모습인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음악가에게는 찬사를, 독자에게는 감동을 각각 전한다.
한편의 노래 가사에 숨겨진 메시지, 이 메시지가 우리네 삶에 어떤 평안과 가르침을 주는지를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한 줄의 가사’를 쓴 이주엽 저자에게 다섯가지 질문을 물었다.
Q1. 한국에서 처음으로 ‘노래 가사 비평’을 엮은 책입니다. 쓴 동기는 무엇인가요?
-’가사 비평’이라기보다는 ‘가사 에세이’로 읽어달라.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스스로 즐겨 듣는 노래 가사의 문학성을 찾는 작업 와중에 탄생했다. 한현우 조선일보 논설위원의 권유도 한 몫 했다. 노래 가사 글을 연재하라는 조언을 해준 한 논설위원의 격려에 힘입어
음반 제작자이자 작사가로서의 경험도 살렸다. 한국 대중음악 가운데 문학적인, 좋은 가사를 찾았다. 여기에 음악 앨범 이야기를 추가해서 책을 엮었다.
Q2. 감성과 시대상 등 많은 의미를 함축한 노래 가사, 어떻게 하면 잘 읽을 수 있을까요?
-가사를 효율적으로 읽을 수 있을까? 시도 그렇듯, 지적 자아로 충만한 음악가들이 쓴 가사는 한 번 읽어서는 잘 이해하기 어렵다. 한편으로는 좋으면서 금방 다가오는 쉬운 가사도 있다. 좋은 가사는 한번 들었을 때 멋있다고 느끼는 가사라고 생각한다.
쉽고 설득력 있으면서 멋있는 문장으로 이뤄진 것이 좋은 가사라고 본다. 이해가 잘 안될 수도 있다. 열심히 노래를 듣고 가사를 읽고, 머리 속에 담아두면 어느 순간 가사의 뜻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오래 곁에 두고 자주 읽으면 자연스레 뜻을 알게 되는 시처럼, 노래 가사도 곁에 두고 자주 들으면 말을 걸어올 것이다.
Q3. 보석같은 가사가 담긴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추천하는 가사와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책의 원고를 신문에 연재할 때 가장 먼저 든 노래가 들국화의 ‘행진’이다. 가사로만 따지면, 순도가 높지만은 않다. 서술은 평이하고, 도중에 꽤 거친 표현도 있다. 그런데, 가사 중에 ‘비가 내리면 그 비를 맞으며, 눈이 내리면 두 팔을 벌릴거야’는 문장이 있다. 이 문장 하나 덕분에 이 노래는 ‘완성됐다’고 본다.
비는 불운과 시련이다. 그 가혹한 운명을 피하지 않고 내것으로 받아들이겠다는 표현이 멋있다. 눈도 불운과 시련을 표현한다. 그럼에도 눈이, 시련이 오면 두 팔을 벌려 맞으며 환호하겠노라고 말한다.
젊을 때, 이 가사를 전인권씨의 목소리로 듣고 전율했다. 내 대중음악 보관함 중 최고다. 사람의 삶의 자문, 예술가들의 동력을 일으키는 가사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다.
Q4. 가사를 쓰고 싶어하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하는 예비 음악가들에게 조언을 주세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작사가다. 나는 글은 ‘엉덩이로 쓴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많이 쓰느냐, 엉덩이를 붙이고 노력하고 퇴고하느냐, 이것이 쌓여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본다. 한순간에, 하루아침에 될 수 없다.
가사를 쓸 때 독서실을 즐겨 간다. 모두 숙연하게 공부하는 분위기와 긴장감이 좋다. 투지를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쓰다 보면 좋은 가사가 나오더라.
Q5. 코로나 19 바이러스 여파로 힘든 국민들에게 권하고픈 노래 가사를 읊어주세요.
-모든 노래는 위로가 된다. 힘든 국민 여러분이 어떤 노래든 듣고 또 부르며 위로를 받았으면 한다. 나 역시 젊은 시절 가난하고 정서적으로 힘들 때, 좋은 노래를 듣고 힘을 얻었다. 굳이 한 곡을 꼽으라면 ‘이 한 줄의 가사’에도 실린 김민기 씨의 ‘봉우리’를 권한다.
김민기의 봉우리는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처음엔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라고 말한다. 봉우리는 ‘성공’, ‘욕망’을 상징한다. 모두 봉우리에 닿기 위해 경쟁을 펼친다. 이 노래는 봉우리엘 가 보니, 그 자리는 성공의 자리가 아니라 단지 ‘사람들이 가리키기만 하는 자리였다’고 말한다. 허망하다고 말한다.
김민기의 봉우리는 이 허망함을 아주 잘 읊은 노래다. 사실, 김민기씨는 한국에서 가사를 가장 잘 쓰는 가수 중 하나다. 가장 문학적 재능이 뛰어난, 한국의 ‘밥 딜런’이라 부를 만한 가수다. 그가 만들고 부른 노래 봉우리를 들으면 욕망이 얼마나 사소한 것인가 느끼게 된다.
이어 김민기는 봉우리에서 내려다본 바다의 광경을 노래한다. 삶은 욕망을 향해 올라가는 게 아니라, 바다로 나아가는 여정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욕망과 고통, 시련과 불운은 바다로 흘러가듯 잠잠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준다. 감동적인 이 노래를 들으면 삶의 투지가 생긴다.
▲‘이 한 줄의 가사’ 이주엽 저자 5Q 인터뷰
저자 이주엽은
작사가이자 ‘JNH뮤직’ 대표. 1964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다. 1988년 한국일보 기자를 거쳐, 2002년부터 현재까지 음악 레이블 JNH뮤직을 운영하고 있다. 70년대 최고의 디바 정미조,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 집시 기타리스트 박주원, 라틴 밴드 로스 아미고스 등의 음반 제작과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다.
▲이 한 줄의 가사 출판강연 현장 이주엽 저자 / 차주경 기자·역사책방
JNH뮤직 다수의 기획이 대중음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가요계를 은퇴했던 정미조의 앨범을 제작해 37년 만의 컴백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최백호의 「다시 길 위에서」는 가요에 월드뮤직 어법을 결합한 앨범으로 〈최백호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말로의 3집 「벚꽃 지다」는 〈한국적 재즈의 기념비적 작품〉이라는 언론의 찬사를 받았고, 박주원의 앨범들은 기타 연주 음악으론 이례적으로 큰 대중적 인기를 얻으며 한국에 집시 기타 붐을 일으켰다. 저자는 정미조, 최백호, 말로의 음반에 주요 작사가로 참여했고, 절제되고 시적인 노랫말로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