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용품기업 아디다스는 인건비가 싼 해외로 생산공장을 이전한 지 23년 만인 2015년 독일 안스바흐로 복귀하면서 고용 인력을 600명에서 160명으로 줄였다. 로봇 자동화 공정을 갖추고 개인 맞춤형 상품을 3D 프린터로 대규모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에 많은 인력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도 인도 첸나이에 스마트공장을 운영 중이다. 590대 협동로봇이 일하는 이곳에서는 30초마다 한 대씩 완성차가 출고된다.
미래학자 마틴 포드는 저서 ‘로봇의 부상‘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합리적인 기업가라면 인력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할 경우 거의 예외 없이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로봇시대는 이제 공상과학 속 미래가 아닌 현재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은 이미 일자리를 놓고 사람과 경쟁을 시작했다.
일자리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 임금도 줄어들고 있다. 미국 MIT대 대런 아세모글루 교수가 1990~2007년 산업용 로봇이 미국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더니 노동자 1000명당 로봇 1대가 활용되면서 노동자 고용률을 0.18~0.34%포인트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36만~37만개 일자리에 해당한다. 임금도 0.2~0.5%포인트 깎였다.
그는 로봇 보급이 빠르게 진행되며 2025년에는 근로자 1000명당 로봇 수가 5.25대로 늘어나게 되는데 이 경우 고용은 0.94~1.76%포인트, 임금 성장률은 1.3~2.6%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제로봇연맹(IFR) 2016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으로 로봇에 의한 일자리 대체가 일어난 나라다. 제조업 근로자 1만명당 로봇 수를 의미하는 로봇 밀집도(산업용 로봇 기준)를 보면 한국은 531로, 싱가포르(398), 일본(305) 등을 웃돈다.
세계 평균(69)과 비교하면 7.7배다.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지난해 11월에 일자리의 미래와 관련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30년까지 전체 일자리의 25~26%가 자동화로 사라지게 될 운명이다.
사실 모든 혁신은 ‘실직’이라는 부산물을 만든다. 자동차와 택시가 나오면 마부가 실직하고, 세탁기가 보급되면 세탁부가 실직하고, 디지털카메라가 보편화되면 필름 공장이 문을 닫는다. 그러나 사라지는 일자리 수를 능가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나온다는 주장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그동안 내놓았던 자체 전망을 최근 뒤집으며. ‘로봇 경제’ 출현 덕택에 2025년까지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일자리의 두 배가량 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세계경제포럼은 2년 전만 해도 “2020년까지 전 세계 일자리 717만개가 사라지고 새로 생겨나는 것은 210만개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맥킨지도 “자동화되는 속도에 따라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최대 8억명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보다 더 많은 최대 8억9000만개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것”으로 예측했다.
로버트 스키델스키 워릭대 정치경제학 교수는 “경제 이론에 따르면, 로봇이 인간을 위협할 것이라는 생각은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노동력에 최신 기계를 더하면, 시간당 생산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노동자는 예전과 같은 임금을 받으며 적게 일하거나 혹은 똑같은 시간을 일하면서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혹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직종에서 일하게 된다”고 예상했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를 줄일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여가 시간을 늘려줄 것인가?
로봇 경제를 둘러싼 일자리 논쟁은 오랜 테마다.
로봇 경제를 다룬 위클리비즈 커버스토리를 교재로 로봇 경제의 최근 트렌드와 분석을 학습해보자
미국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을 통해 17세에 데뷔한 가수 미아 콜맨(Coleman). 지난 10년간 무명생활을 전전했다. 지난해에도 싱글을 냈지만 감상 횟수(streaming) 6만회에 그쳤다.
그런데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회사 스포티파이(Spotify) 임원 앤지 로메로가 그녀 곡을 듣고 매료됐다. 로메로는 스포티파이 전속 프로그램에 콜맨을 끌어들였고 다음에 나온 자작곡 ‘런 어라운드(Run Around)’는 100만회가 넘는 감상 횟수를 기록하며 콜맨을 단숨에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콜맨은 “스포티파이와 협업은 완전히 성공적이었다”며 “앨범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게 됐을 뿐 아니라, 더 많은 돈을 벌고, 마케팅까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스포티파이는 이제 ‘영화업계 황제’ 넷플릭스 경로를 밟고 있다. 넷플릭스가 2011년 콘텐츠 제작에 뛰어든 것처럼 스포티파이도 가수 육성과 음원 제작에 나선 것이다. 음원 시장에서는 가수가 음반사와 계약을 맺고, 음반사가 음원 제작부터 마케팅, 유통까지 총괄한다. 그런데 스포티파이는 중간 과정을 건너뛰고 가수로부터 직접 음원을 받아 뿌리겠다는 것이다. 지난 9월부터 시범 운영한 이 서비스에 지금까지 수백 곡이 등록됐다.
서비스는 간단하다. 가수가 자기 음악을 올리면, 스포티파이에서 저작권 위반과 혐오 콘텐츠 여부 등을 검증한다. 이후 가수가 원하는 음원 출시 날짜를 고르면, 스포티파이는 해당 일자에 음악을 내보내기 시작한다. 음원 수익은 50%씩 나눠 갖는다. 녹음과 앨범 디자인 등은 가수가 맡고, 스포티파이는 스트리밍 플랫폼만 제공하는 셈.
언뜻 스포티파이 역할이 거의 없는 것 같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하면서 차별점을 뒀다. 스포티파이는 가수가 더 좋은 노래를 만들도록 플랫폼 데이터를 제공한다. 가수들은 자기 노래가 어떤 계층에게 인기가 있는지, 어느 지역에서 많이 듣는지, 어떤 구간에서 그만 듣고 다른 곡으로 넘어가는지 등 정보를 받아 다음 노래 만들 때 참고할 수 있다.
가수가 요청하면, 연주자와 앨범 디자이너 등도 연결해준다. 흥행에 성공한 가수들은 개별 콘서트도 주선할 계획. 이런 가수들을 모아 ‘스포티파이 콘서트’도 열 예정이다.
스포티파이는 기존 대형 음반사엔 중대한 위협이다. 스포티파이가 음원 저작권을 가지게 되면 스트리밍 1회당 25~30%에 그치던 이익이 두 배로 늘어난다. 가수들도 더 많은 혜택을 누린다. 스트리밍 1회당 가수 몫은 통상 6~10%에 불과한데 음원 제작사와 수익을 나누지 않으니 가수 몫이 50%까지 늘어난다.
넷플릭스에 이어 스포티파이가 직접 콘텐츠 제작에 나서는 추세는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유통플랫폼이 제작에 나서면 방송사, 프로덕션, 음반사 등 전통 제작 강자들의 입지가 줄어든다.
유통플랫폼의 콘텐츠 제작 시도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스포티파이 사례를 통해 콘텐츠 직접 제작 트렌드를 학습해보자.
소니·파나소닉을 중심으로 ‘팔룡(八龍)’이 각축전을 벌이던 일본 가전 시장에 신흥 세력들이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회사 중 하나가 아이리스오야마(IRIS OHYAMA). 플라스틱 제조업체에서 가전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 8년 만에 가전으로만 연 매출 660억엔(약 6600억원)을 달성한 곳이다.
아이리스오야마 상품 개발 전략은 이른바 ‘뺄셈’ 가전으로 알려져 있다. 신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넣고 값을 올리는 기존 대형 가전사들과 달리 아이리스는 ‘고객이 얼마면 사고 싶어할까’라는 ‘심리적 납득가’를 먼저 설정한 다음 이 가격을 구현하기 위해 제품에서 불필요한 기능을 빼고 반드시 필요한 기능에만 집중한다. 대신 다른 브랜드 제품에 없는 편리한 1~2가지 기능을 개발해 제품 만족도를 높인다.
이런 개념화를 통해 선보인 전기밥솥은 쌀의 종류(품종·브랜드와 무게)에 맞춰 물의 양을 자동으로 계산하고, 하단을 분리하면 쿠킹히터(전기불판)로도 쓸 수 있게 만들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만족스러운 기능에 값은 2만엔(약 20만원)대로 보통 10만엔 이상인 타사 전기밥솥을 압도했다. 이 밖에도 초단시간에 의류 건조와 제습까지 해주는 건조제습기, 고화질 TV와 에어컨·세탁기에서 조명·조리 기구에 이르기까지 단기간에 다양한 가전상품군을 갖춰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이리스를 이끄는 오야마 겐타로(大山健太郞) 회장은 재일교포 3세. 오사카 출신이지만 조부모가 1927년 경남 함안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한국인이다. 스스로 “함안 조씨 후손”이라고 일컫는다. 원래는 영화감독을 꿈꾸다 아이리스그룹 전신 오야마블로공업소를 창업했던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사업을 물려받아 경영인 길에 들어섰다.
그는 “감독이 스토리를 구상하고 시나리오를 작성한 다음 배역과 배경음악 등을 결정하는 과정이 상품 개발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승계 당시 종업원 5명에 작은 플라스틱 하도급 업체였던 아이리스는 현재 그룹 매출 4200억엔(약 4조2000억원), 직원 1만2000여명을 거느린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인천 송도에도 공장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