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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Q 인터뷰] ‘테크노믹스 시대의 부의 지도’ 박상현·고태봉 저자

기술과 기술이 맞물려 또 하나의 기술과 산업을 낳는, 나아가 경제가 기술을 이끄는 것이 아닌 기술이 경제를 이끄는 ‘테크노믹스’ 시대다. 처음 맞는 기술 중심 사회다. 그렇기에 우리는 하루빨리 생각과 사상을 테크노믹스 시대에 알맞게 바꾸거나 고쳐야 한다.

‘테크노믹스 시대의 부의 지도’ 이 책은

기업의 과거와 지금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를 예측해 단행하는 투자 업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옛 기술, 옛 기업, 옛 이론을 들어 투자하면 테크노믹스 시대에 적응하기는 커녕 도태될 수밖에 없다. 다른 이들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수익을 얻는 가운데, 나 혼자만 뒤떨어지기 일쑤다. 이것은 이미 생존의 문제다.

▲테크노믹스 시대의 부의 지도 / 메이트북스

생소한 단어 테크노믹스, 그래서 이 시대의 경제와 투자 이론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있다고 해도 기존 이론을 적당히 바꾼 것이 많다. 이를 안타깝게 본 박상현·고태봉 저자가 길잡이를 맡을 책 ‘테크노믹스 시대의 부의 지도’를 냈다.

두 저자는 오랜 기간 금융·투자·리서치 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미 숱한 독자들이 책에서, 신문에서, TV와 유튜브 방송 등에서 박상현·고태봉 저자의 투자 가이드를 읽고 새로운 눈을 떴다. 그렇기에 테크노믹스 시대 경제와 투자의 닻이 될, 독자에게 부를 가져다 줄 지도가 될 책을 낸 것.

IT조선과 역사책방은 테크노믹스 시대의 부의 지도를 쓴 박상현·고태봉 저자를 화상통화로 만나 다섯가지 질문을 던졌다.

Q1. ‘테크노믹스 시대 부의 지도’라니, 제목만 들어도 귀가 솔깃해집니다. 저술 동기를 알려주세요.

-고태봉(이하 고) : 이 책을 쓴 시기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한 때다. 세계 경제도 침체 국면이었다. 락다운, 사회적 거리두기 등 외부 활동이 금지됐고 소비가 위축됐다. 그런데, 자산시장, 특히 주식 시장은 폭발했다. 인지부조화가 일어났다. 경기가 이렇게 안좋은데 왜 주가는 폭등하는지.

결론은, 유형자산뿐 아니라 무형자산의 가치가 극대화됐다는 점이다. 기업의 시가총액은 팽창하는데, 유형자산 증가는 제한됐다. 미래 디지털 대 전환과 탄소중립, 건강과 환경오염 문제 등 우리가 미래에 지향해야 할 점에 당위성이 생긴 셈이다.

소수 종목은 특출나게 상승했다. 시가총액 상위사가 팽창하다보니 빈익빈부익부가 심해졌다. 좋아지는 기업은 더 좋아지고, 안좋아지는 기업은 더 힘들어진다. 부의 지도라는 표현은, 올라가는 종목과 안 올라가는 종목을 선택한 투자자들의 성과가 나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대면, 언택트를 상징하는 기업 아마존의 경우 97년 IPO 후 주가가 3740배 올랐다. 아마존을 낙관적으로 보고 주식을 산 투자자, 그리고 아마존 주식을 수차례 사고 판 투자자의 결과는 판이할 것이다.

박상현 연구위원과 한참 고민했다. 전통적인 경제 개념과 앞으로 펼쳐질 디지털 및 탄소 중립 시대의 경제 개념은 아주 다를 것이라 생각해서 이 책을 썼다.

-박상현(이하 박) : 테크노믹스 시대 부의 지도, 코로나19가 직접 영향이지만, 그 전부터도 디지털 경제와 기술 혁신을 주목했다. 이들은 금융시장 화두였다. 이것이 코로나19로 인해서 앞당겨진 것이다. 자본시장에서 일하다보니, 이렇게 민감한 변화 트렌드를 못 읽으면 투자의 수혜가 아닌 피해를 본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국 경제도 디지털 경제, 그린뉴딜 등이 나오며 바뀌고 있다. 이것은 단기가 아닌, 중장기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자본시장 종사자로, 일반적인 견해와 함께 투자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썼다.

Q2. 취재 도중 가장 변화에 적극적이었던, 혁신 인상을 줬던 기업을 하나씩만 소개해주세요.

-고 : 디지털 기업 대표라면 O2O(Online to Offline) 기업을 들겠다. 이 기업 덕분에 디지털 환경이 넓어졌다. ‘온라인’ 대표 기업은 ‘아마존’이다. 한국 쿠팡을 비롯한 다른 기업도 그렇다. 아마존은 책같은 규격화 제품을 온라인 주문받아 운반하던 기업이다. 그러다 지금은 온세상 모든 물건을 다룬다. 소프트웨어로 시작한 플랫폼이 세계 모든 제품을 다루는 초거대 플랫폼이 됐다. 공급과 수요를 매칭하는 마켓플레이스 역할을 했다.

아마존은 소프트웨어로 시작한 기업이지만, 지금은 풀필먼트(물류 창고)와 로봇 시스템까지 갖췄다. 자율주행 기업도 인수했고 드론 기업도 사들였다.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와 시스템까지 장악한 대표 기업이 됐다.

‘오프라인’ 대표 기업은 모빌리티, 나아가 로봇화의 대명사, 미국 시가총액 6위까지 올라갔던 테슬라다. 이 기업은 하드웨어 기업인데,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으로 확산했다. 아마존과 반대다. 그런데, 두 기업의 성과는 같아지고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로 시작해 자율주행, AI와 IoT, 클라우드를 섭렵했고 우주에까지 나갔다. 최근에는 로봇 택시, 테슬라네트워크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확장했다. 그래서 2년간 주가가 13배 올랐다.

이들 기업이 모두가 어려운 코로나19 시대에 어떻게 호황을 누렸을까. 코로나 이후를 봐서다.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의 결과물인 무인화 등 중요한 이슈에 제대로 대처해서다. AI와 IoT, 스마트센서 등 기술을 잘 융합했고 보안 방어 수단도 갖춘 덕분이다.

이 두 기업은 코어 테크놀로지를 가졌다. 이 중심 기술이 앞으로 각광 받을 것이다. 예를 들어 고속으로 주행하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다고 하자. 무인화 개발 난이도가 가장 높다. 그런데, 자율주행차 개발을 성공하면 그보다 무인화 개발 난이도가 낮은 배달로봇이나 드론, 농기구 로봇 등은 단시간에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반대 사례도 있다. 1870년 생긴 GE는 위대한 기업이었다. 그런데, 단 한번, 이번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 변화의 시기에서 상승하는 종목과 하락하는 종목의 차이를 발견했다.

-박 : ‘애플’을 들겠다. 테크노믹스 시대 중점을 둔 것은, 과거 산업혁명 사이클과 비교하는 것. 이전 산업혁명 사이클을 주도한 기업은 자동차, 가전 등 ‘제품’ 관련 기업이었다. 애플 등장 후 디지털 혁명이 일어났다. 데이터를 다방면에 활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연 기업이다.

SNS, 클라우드, 자율주행 등 지금 유행하는 기술은 모두 데이터 서비스다. 이 방면을 개척한 선구자가 애플이다. 그래서 애플이 미국 시가총액 1위, 세계 1위가 아닐까. 4차산업혁명의 대명사로 꼽기 손색 없다.

Q3. 기술이 경제를 이끄는 시대, 전통에 익숙한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생각 혹은 눈여겨봐야 할 요소를 꼽는다면?

-박 : 어려운 질문이다. 투자업계 현직이라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기술의 변화는 앞으로 꼭 주목하라.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기술 혁명을 일으켰다. 향후 기술의 발전 자체는 사람의 영역에서 데이터, 기계의 영역으로 넘어갈 듯하다. 기술을 주도하는 요소들, 자율주행차나 드론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 어떤 기술이 세계 경기를 주도할 것인지 주목하라. 지금은 플랫폼 기업이 각광 받지만, 그 이후 주목할 기업이 중요하다.

지금 주식시장을 보면 미국이나 한국이나 과열 양상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기술의 변화에 잘 대응하는 기업을 보고 중장기 투자한다면 부를 축적할 방안이 될 것이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미래의 기술 선도 기업, 지금도 탄생하고 있는 이러한 기업을 찾을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증권, 기술 보고서 등을 눈여겨봐야 한다.

또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과거 투자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세상이 변한다. 지금도 음성 전화가 아닌 화상 전화를 하고 있지 않나? 생활, 사고 등 모든 패턴은 변한다. 이 변화에 거부감을 갖기보다는 순응하면 좋겠다.

-고 : 투자자 관점에서 어닝(기업의 실적)을 비롯한 전통적 주가 결정 요인을 다시 생각해보라. 전통적 주가 결정 요인은 대개 기계적으로 숫자를 대입해 곱셈하면 됐다. 예를 들어 PER에 숫자를 더하면 적정 주가를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80년 후반에는 이것이 혁명, 획기적인 방법으로까지 불렸다.

그런데, 지금은 어닝을 산정하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세계는 2050년까지 탄소경제로 가기로 결정했다. 자연스레 내연기관 등 탄소를 배출하는 산업은 어닝보다는 생존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모든 기업이 변신하고 성장해야 하는데, 탄소를 쓰는 전통 에너지를 쓰는 기업은 변신하고 성장하기 어렵다. 비용이 든다. 잃는 돈이 생긴다. 돈을 어렵게 번다.

철강 기업 포스코는 지금까지 쇳물을 끓이는 고로의 가동 원료로 코크스, CO2를 많이 쓰는 원료를 썼다. 탄소경제 추세에 맞춰 원료를 친환경 수소 등으로 바꾸려면 많은 비용이 들 것이다.

이 부분에서 어닝의 관점이 달라진다. 내연기관을 쓰는 기업이 -100의 비용을 들여, +100의 효과를 내는 친환경기관을 도입한다 치면, 이 기업의 어닝은 0이 된다. 어닝이 0인 기업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생각해볼 또 하나가 주가 배수다. 지금까지는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어닝에 주가 배수를 곱하면 됐는데, 이러면 미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 전통 증권가가 기업을 평가할 때 ‘PER의 10배가 적당, 최대 14배까지 줄 수 있다’고 표현하는데, 이는 한계를 규정해버리는 것이다. 그 기업이 PER의 15배 16배로 성장하면서 전망이 틀리는 일이 많아진다. 이를 예측하지 못하고 뒤따라만 간다.

지금까지는 미래를 먼저 못 보고, 전통 개념과 잣대로 주식 시장을 판단하니 제대로 판단을 못했다. 평가를 후행적으로만 했다. 한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 CMO기업을 포함, 전통 개념으로는 생소한 기업이 여럿 들어와있다. 이들의 밸류에이션을 어떻게 판단할까? 전통 개념으로는 감이 안 잡힌다.

그래서 주가 배수에 유연해져야 한다. 테슬라의 PSR(주가매출액비율)은 20배다. 매출보다 시가총액이 20배 많다. 이 기준을 한국 현대자동차에 대입하면? 매출이 100조원이니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은 지금처럼 40조원이 아니라 2000조원이 돼야 한다.

전통적인 투자 기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숫자와 사례가 선진국의 주식 시장에 나오고 있다. 그래서 기술을 잘 정의하고 생각을 유연하게 가져야 한다. 기술 유행을 예측하고 희망, 미래 예측을 더하면 기업 가치까지 달라진다.

Q4. 4차산업혁명의 근간 중, 두 작가님이 가장 주목하는 기술과 이유를 하나씩 들어주세요.

-박 : 기술의 결과물은 제품이 아닐까. 역사적으로도 혁신 제품이 나오면 경기도 좋고 증시도 좋아졌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스마트폰 이후 혁신 제품이 없다. 향후 자율주행차가 보급된다면 기술 관점에서, 경제 관점에서 흥미로울 것으로 본다.

강조하려는 것은, 지금까지는 상품이 혁명을 일으켰다면 이제는 데이터가 혁명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미 시대는 데이터 서비스 생태계에 진입했다. 이것이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지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고 : O2O(Online 2 Offline), CPS(Cyber Physical System)를 들겠다. 함축적이지만, 이 두 단어는 같은 이야기다.

O2O의 ‘온라인’은 코로나 시대에 가장 각광 받은 요소다. 온라인 플랫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7개가 플랫폼 기업이다. 이들은 사람의 욕구, 욕망을 맞춰준다. 코로나19 창궐 후 휴지같은 생필품이 동나고 넷플릭스가 인기를 끈 것을 보라. 사람의 욕구는 변하지 않는다.

‘2(to)’의 의미는 이동이다. 5G나 위성통신, 결제 시스템 등이다. 여기까지는 온라인, 디지털 공간에서 이뤄진다.

마지막 ‘오프라인’은 현실 공간이다. 생필품을 온라인 결제 시스템, 즉 가상 공간에서 사면 그 다음에는 물리적 공간에서 누군가는 포장하고 배달해야 한다. 그런데, 물리적 공간에서 문제가 생겼다. 수요와 공급 어느 한쪽이 부족해지는 일이 생겼다. 수요와 공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대안, 긱 이코노미도 처음엔 각광 받았지만, 노동착취와 임금 등 반대에 부딪혔다.

여기까지 오면, 자연스레 오프라인에서 일어난 수요와 공급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게 된다. 그 대안이 로봇화다. 그래서 오프라인의 최고 기술을 로봇화, CPS로 든다. 사실, O2O의 확장판도 CPS다. Cyber는 온라인, Physical은 오프라인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다. O2O다.

그런 면에서 자율주행은 중요하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카메라와 라이다 등 센서, AI, 콘트롤 기술을 구현해야 로봇화를 이끌 수 있다. 로봇화가 가능하면 스마트카, 스마트팩토리 등 무인화를 현실로 이끌 수 있다. 자율주행처럼 어려운 로봇화가 가능하면, 이보다 쉬운 로봇화는 구현하기 쉽다. 이 순간 많은 산업계에 로봇화, 무인화가 퍼질 것이다.

O2O 기술 선두가 중요하다. 앞서 설명한 테슬라가 예다. 현대자동차도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하며 로봇화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래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것에서 나아가 로봇화와 무인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Q5.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나 문장을 한 파트씩 꼽아주신다면?

-박 : ‘데이터 & 머니 네버 슬립’이다. 데이터와 돈은 잠들지 않는다. 데이터 생태계는 24시간 돌아간다. 세계에 막대한 유동성(머니)이 풀리자 수익률을 확보한다. 자본 시장 입장에서 보면 데이터와 돈은 잠들지 않는다.

-고 : 책 가장 뒤, 앞으로의 투자 아이디어를 써 둔 부분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주요한 미래 기술 변화를 두개로 요약하면 디지털 대전환, 그리고 탄소중립이다. 이 중에 투자 업계 최신 주제가 ESG(환경 Environment·사회 Social·지배구조 Governance)다. 선진국이 2050년 탄소 제로를 선언했다. 앞으로의 투자 방향에 ESG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를 들어, 기업간 자금 거래 시 ESG 준수 여부가 영향을 줄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 후 이 전환 속도는 더 빨라졌다. 세계 각국 정부가 통화를 풀고 있는 가운데, 재정정책의 투자금이 향하는 방향도 디지털 대전환을 준비하는, 탄소중립을 강화하는 기업으로 향할 것이다. 한국의 그린뉴딜, 디지털 뉴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좌초 자산이 아닌 성장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디지털이 발전하기 전 아날로그가 죽었다. 탄소제로경제가 발전하기 전에는 탄소경제가 죽을 것이다. 죽을 산업이 좌초 자산이다. 투자 시 주식 가격이 많이 빠졌다고, 가격이 싸다고 좌초 자산을 사면 어려워진다.

기술이 경제를 견인하는 테크노믹스 시대, 성장과 좌초 자산의 개념을 꼭 세우기를 바란다.

▲’테크노믹스 시대의 부의 지도’ 박상현·고태봉 저자 5Q 인터뷰 / 촬영·편집 차주경 기자

저자 박상현은

성균관대학교 및 동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후 연구원 및 이코노미스트로 약 30년간 리서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을 시작으로 대우경제연구소, 대우 루마니아은행 및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리딩투자증권을 거쳐 현재 하이투자증권투자전략부 매크로 담당 전문위원으로 근무 중이다.

다수의 경제 포럼 위원과 경제 관련 세미나 강사로 활동 중이며 ‘매경이코노미’, ‘한경비즈니스’, ‘조선일보’, ‘연합인포맥스’ 등이 주관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경제 부문에서 다수 선정된 바 있다. 저서로는 ‘경제흐름을 꿰뚫어보는 금리의 미래’가 있다.

저자 고태봉은

자동차 산업 애널리스트.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1999년 대우증권에 입사. IBK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을 거쳐 현재는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언론사 베스트애널리스트 1위에 20여 회 이상 선정되었으며, 2012년 머니투데이 선정 한국증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9위로 꼽히기도 했다.

지금은 ‘Future technology&Over the Counter’팀을 신설하여 자율주행, 전기차, 모빌리티, 로봇, VTOL 등 미래 기술 연구에 집중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 변화를 주제로 활발한 강연과 토론에 나서고 있다.

※역사책방은 온라인 북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화상통화 앱 ‘줌’을 써서 저자 북토크에 참가해 얼굴 보고 이야기하듯 의견을 나눌 수 있습니다. 1월 중 열릴 역사책방 온라인 북토크 진행자와 주제는 아래와 같습니다.

1월 14일(목) 19:30 [온라인북토크] 우병현 IT조선 대표 ‘2021 세계 플랫폼 패권전쟁 이슈와 전망’

1월 21일(목) 19:30 [온라인북토크] 강병인 저자 ‘강병인의 시와 한글의 만남’

역사책방 온라인 북토크 프로그램은 홈페이지(https://historybook.kr)에서 신청 후 무료 참가할 수 있습니다.

book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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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우_북한경제와 협동하자

이찬우 “북한경제와 협동하자”

2021년 1월 7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부터 1시간동안 이찬우교수와 갖는 온라인 북토크에서 남북 경협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접했습니다.

일본 테이쿄대 이찬우 교수는 30년 경력 남북경협 전문가·북한경제 연구자이다. 이교수는 ‘팩트’로 배우는 북한경제의 자강력과 잠재력과 민족경제의 자주적이고 균형적인 발전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이교수는 한반도와 동북아에 세차게 부는 변화의 바람은 북한경제와 남북경협에 대해서도 새로운 인식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교수는 이어 분단과 대립이 아닌 평화와 통일의 관점으로 사실부터 명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공부하고 기획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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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 하우절 ‘돈의 심리학’

돈의 심리학

모건 하우절 저 / 인플루엔셜 / 19,800원

“투자는 아이큐 테스트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가 깨달은 부의 비밀은?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로 10년 넘게 금융과 투자에 대한 글을 써온 모건 하우절은 이 두 사례를 보며 깊은 고민에 빠진다. 100억 원을 남긴 청소부와 하루아침에 파산한 백만장자 투자자. 무엇이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른 걸까. 그 차이는 무엇인가.

▲모건 하우절 ‘돈의 심리학’ / 인플루엔셜

모건 하우절은 오늘날 우리 시대에 ‘로널드 리드’와 ‘리처드 퍼스콘’ 같은 사례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은 두 가지로 설명 가능하다고 말한다.

첫째는 재무적 결과는 재능, 노력, 학력 등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것. 둘째는 부의 축적은 과학이나 숫자보다는 오히려 심리적 측면이 강하다는 것. 모건 하우절은 특히 두 번째 사실에 주목했고, 이처럼 돈과 관련한 심리, 돈을 대하는 태도 같은 소프트 스킬을 ‘돈의 심리학’이라 칭했다.

수많은 취재와 오랜 경험으로 쌓아올린 통찰로 살펴본 20개의 스토리 안에는 오늘날 우리가 그렇게 간절히 원하는 ‘부의 비밀’이 이 책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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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유성운의 리스타트 한국사 도감

‘지도로 읽는다 리스타트 한국사 도감(유성운)’을 소개합니다.

2017년부터 3년간 중앙일보 지면과 온라인에 연재한 ‘유성운의 역사정치’를 대폭 보강한 것입니다.

‘유성운의 역사정치’의 특징은 역사와 현실 정치의 연결입니다. 저자는 대학에서 한국사를 전공했습니다. 기자가 된 이후 주로 국회 출입을 하면서 현실 정치를 밀착 취재했습니다.

저자는 현실 정치에서 역사와의 연결점을 찾아 한국사 다시 읽기를 시도했습니다. 또 전공을 살려 최신의 연구 성과를 자신의 역사 해석에 잘 녹였습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한국사의 고질적인 문제인 소위 ‘국뽕’을 걷어내려고 노력했다고 밝힙니다.

또 저자는 역사에서 정치를 읽고 정치에서 역사를 읽는 접근을 통해 한국의 현 시대 과제를 깊게 보려고 했다고 합니다.

임진왜란과 역사정치편 10줄 요약

1.일본이 불과 20일만에 한양까지 치고 올라온 것은 조선의 제승방략이라는 방어전략이 일본군의 속도전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제승방략은 외적이 침입하면 중앙에서 지휘관을 내려보내 지방 병력을 지휘하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지휘관이 지방에 내려가는데 걸리는 시간이었다.

2.왜란에서 조선을 건진 것은 호남을 지켰기 때문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평양까지 진격한 다음 규슈 나고야에서 10만을 다시 서해를 통해 조선에 보내고 군수물자를 호남에서 조달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순신이 바닷길을 막고, 곽재우 등 경상우도 의병장과 김시민 진주목사가 일본의 호남 침입을 철통같이 막았다.

3.선조는 조총의 국산화에 매달려, 결국 왜인의 도움을 받아 조총 기술을 확보하였다.

“왜인이 투항해 왔으니 후하게 보살피지 않을 수 없다. 묘술을 터득할 수 있다면 적국의 기술은 곧 우리의 기술이나 왜적이라하여 그 기술을 싫어하고 익히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고 착실히 할 것을 비변사에 이르라.” (선조 실록)

4.조선의 조총 기술은 왜란 이후 나선(러시아)정벌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청나라는 아무르강 일대까지 진출한 러시아 군대와 충돌했는데, 조선에 조총 부대 파병을 요청했다. 당시 조선 조총 부대는 뛰어난 사격실력으로 러시아군을 공포에 떨게 했다.

5.선조는 조선 관군과 의병의 활동을 깎아내리고 명나라의 공을 강조했다 이는 선조 자신을 임진왜란 승리의 주연으로 띄우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 아우성치는 백성을 뿌리치고 한양 도성을 빠져나온 마당에 장수들을 추켜세우면 자신은 무대 밖으로 밀려날 거라는 위기감이 작동한 것이다.

6.조선이 왜란을 거치면서 망하지 않은 것은 역사의 오랜 물음표였다. 그렇게 무능한 지배층이 어떻게 300년을 지속했느냐는 것이다. 최근 연구는 황무지 개간책 등 효과적인 정책을 과감하게 도입하는 등 지배층의 각성을 주목한다.

7.전쟁이 끝나자 쓰시마는 국서를 위조할 정도로 대조선 국교회복에 매달렸다. 결국 쓰시마-부산-의주-만주로 이어지던 ‘실버 로드 silver road’ 가 구축해 18세기 까지 번영을 누렸다. 18세기 들어 일본의 은 생산량이 급감했고, 조선에서 수입하던 인삼을 자체 재배하자는 데 성공하면서 실버 로드가 쇠퇴했다.

8.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일본에 끌려간 피로인은 10만명 정도였다. 7000명은 귀국하였고, 9만여명은 일본에 남았다. 일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남은 조선인은 일본에 자리를 잡았거나, 귀국후에 받을 냉대를 고려했기 때문이었다.

9.일본에 남은 조선인중 특수 기술를 지닌 도공은 번주의 후원아래 일본 도자기 산업을 일궜다. 중국 도자기 대체재를 찾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일본도자기를 유럽에 공급하면서 규슈의 나베시마 가문과 사쓰마 시마즈 가문은 조선 도공덕분에 큰 부를 얻었다.

10.이삼평, 심수관 등 일본에 뿌리를 내린 조선 도공이 조선에서 도자기를 구웠다면 이름을 남겼을까? 역사 교과서에 뛰어난 도자기 기술을 가졌지만 세계수준의 도자기를 구운 도공의 이름은 기록에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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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조나 버거 ‘캐털리스트’

캐털리스트

조나 버거 저 / 문학동네 / 18,000원

우리 모두에겐 바꾸고 싶은 대상이 있다. 직원들은 상사의 마음을, 리더들은 조직을, 마케터들은 고객의 마음을, 부모는 자녀의 행동을, 스타트업은 업계를, 비영리 단체는 세상을 바꾸고 싶어한다.

하지만 사람의 생각과 행동은 웬만한 설득으로는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 [보이지 않는 영향력]으로 잘 알려진 소비자 행동 심리 전문가 조나 버거가 지난 20년간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새로운 비책을 제시한다.

▲캐털리스트 / 문학동네

[캐털리스트]는 행동 변화를 위한 혁신적인 접근법을 도입한다. 우리는 흔히 합리적인 데이터를 제시해 상대를 납득시키기만 하면, 상대의 생각과 행동이 바뀔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변화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일까.

조나 버거는 화학의 ‘촉매’ 작용에서 영감을 얻어 낡아빠진 ‘설득의 기술’이 아니라 더 적은 에너지로, 더 확실하고 빠른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촉매의 접근법’을 제시한다. ‘리액턴스 효과’ ‘소유 효과’ ‘거리감’ ‘불확실성’ ‘보강 증거’라는, 변화를 가로막는 다섯 가지 핵심 장벽을 소개하고 어떻게 하면 이를 효과적으로 제거해 변화의 도약을 꾀할 수 있는지 흥미진진한 사례를 들어 명쾌하게 안내한다.

#북스 #서적 #책 #출판 #역사책방 #인터파크도서 #캐털리스트 #조나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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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Q 인터뷰] ‘우리가 뿔을 가졌을 때’ 이선외 시인

‘우리가 뿔을 가졌을 때’ 이 시집은

독특한 시집이 있다. 이 시집의 시를 얼핏 읽으면 시인지 독백인지 독설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두번 세번 읽으면 시에서 조금씩 감정이 우러나온다. 그 감정마저 기존 시와는 사뭇 색다르다. 시집을 몇 번 더 읽으면 시인이 속에 숨긴 의미가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오래 눌린 마음을 단숨에 외치듯, 홀가분한 마음에 크게 소리를 지르듯, 독설 아래에 따뜻한 위로의 말을 숨겨 건네듯, 상상을 현실로 빚어올리려 하듯, 세상을 자신의 시어로 발가벗기고 거침없이 재단하듯. 갖가지 매력이 담긴 덕분에 이 시집은 쉬이 덮을 수 없다.

▲우리가 뿔을 가졌을 때 / 천년의시작

이 매력적인 시집, ‘우리가 뿔을 가졌을 때’의 이선외 시인은 초현실주의를 노래한다. 난해한 탓에 많은 지지를 받지는 못했지만, 이들은 새로운, 혹은 지금껏 숨겨진 문학의 세계에 아주 깊고 가까이 다가간 선구자로 평가 받는다.

초현실주의가 시와 만났다. 좀처럼 겪기 힘든 경험이다. ‘우리가 뿔을 가졌을 때’ 시집을 지은 이선외 시인을 만나 다섯가지 질문을 던졌다.

Q1. 형식, 내용, 심상 면에서 정말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초현실주의의 매력 혹은 마력은 무엇일까요?

-반항하는 재미가 있었다. 기존의 가치관에 질문을 던지고 반항하는 여지가 있어서 좋았다.

초현실주의의 매력은 아주 새롭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기존 한국 서정시에서 위로, 공감을 적게 받았다. 교과서적으로 시를 알고 배운 탓도 있겠다. 이 때 초현실주의 시를 만났는데, 내가 몰랐던 세계의 비밀을 탐구하는 탐구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2. 그렇더라도, 초현실주의 문학은 선뜻 다가가기 어렵습니다. 작품을 더 쉽게 읽고 느끼는 방법을 귀뜸해주세요.

-자동 기술법이 있다.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로 유명한 프로이드 박사가 환자를 볼 때, 환자가 마음에 맺힌 것을 마음껏 이야기하도록 해 치료하는 방법이다. 초현실주의는 이를 문학적으로 원용한다. 내 시에도 이런 부분이 있다. 자동기술법은 우리나라 독자, 작가에게는 낮선 개념이다. 이를테면, 무당이 신탁을, 신내림 받았을 때처럼 무의식 속 욕망을 분출한다고 보면 된다. 개인이 영적인 부분을 느끼는 것과도 같겠다.

원거리 영상을 병치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출처가 전혀 다른 이미지 두개를 붙여 생각해보라. 최근 ‘노을의 척후’라는 시를 읽었다. ‘노을’은 자연에서 저녁마다 보는 풍경이다. 여기에 군사적인 단어인 ‘척후’가 붙었다. 영역이 다른 두 낱말의 이미지가 겹치니 시적인 효과가 배가됐다. 이를 데페이즈망(dépaysement), 원래 단어의 자리를 다른 장소로 옮기는 이미지 병치법이라고 한다.

도발적인 방법은, 전위적인 문법을 버리는 것이다. 문장을 비튼다고 표현한다. 평론가는 시가 문장을 비틀면 혼란스럽다고 말한다. 나는 기존의 문법을 버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것을 가져오고 싶다. 한 문장에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화가들은 초현실주의 시를 쉽게 이해한다. 순전히 시를 이미지로 봐서다. 시나 문장을 읽을 때 시인의 생각, 주제 등을 생각한다. 화가나 미술가는 이를 이미지로 파악하고, 주제는 스스로 정한다. 이 방법도 추천한다. 비주얼 시대 아닌가.

락 음악, 랩으로도 접해보라. 출판기념회때, 한 지인이 내 시로 랩을 했다고 한다. 호평 받았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우연히 내게 다가온 내적인 고백은 통제하기 어려운 흐름을 탄다. 읽을 때 숨소리가 중요하다. 그래서 초현실주의 시를 랩으로 읽어도 좋겠다.

Q3. 난해해 보이지만, 천천히 소리내서 읊으면 갖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애착을 가진 시를 소개해주세요.

-시집 맨 처음에 실은 ‘형제에게’라는 시가 있다. 내 시는 여성적인 목소리로 세상에 발언하는 것이다. 남성들에게 우선 이 시를 내세워 첫 운을 떼고 싶었다. 시집을 열자마자 이 시를 읽은 많은 분들이 공감하더라.

‘무녀가 되고파’는 내가 시를 쓸 때 어떤 느낌에 사로잡혔는지, 어떤 기운을 가지고 시를 쓰는지를 읊었다. 이 두 시는 읽기 쉽고, 공감의 폭이 큰 시다.

내 시가 정말 어렵다는 분이 있었다. 이 분이 연애시를 찾길래 ‘오지 않은 사람’을 권했다. 내 앞에 나타나지 않은 사람, 일종의 그리움이다. 그리움이라는 단어 없이 연애시를 읊었다. 이 시를 읽은 지인이 재미있다고 하더라

‘우리가 뿔을 가졌을 때’는 표제작이다. 이 시는 시리즈로 쓸 수도 있을 듯하다. ‘연습곡’이라는 시는 난해하다. 오랜 역사를 가진 우리 말의 문장을 잘게 잘라, 단어의 ‘샐러드’로 만들었다. 이 샐러드를 먹고 내가 토해낸 시로 보면 된다. 시 형태가 독특한 덕분에 애착이 간다.

Q4. 이선외 시인이 그리는 시의 세계, 앞으로의 작품 활동은 어떤 모습일까요?

-내 첫 시집이다. 초현실주의의 매력에 빠져 너무 급하게 들어간 감이 있다. 두번째 시집은 천천히 걸으며, 동료와 함께 가고 싶은 생각이다. 더 쉽고 재미있는 시를 쓰고 싶다. 초현실주의의 미학을 더 깊이 탐구하고 싶다. 호흡을 천천히, 여러 명이 끌고 가면서 미학을 더 확실히 구현할 수 있는, 본격적인 시를 쓰고 싶다.

사실, 초현실주의자는 자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이를 싫어한다. 욕심이 많으면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너무 많은 시집을 내는 것도 싫다. 평생 시집을 두권만 쓸까 생각했는데, 이미 한권을 썼다. 앞으로 한두권만 더 쓸 생각이다.

Q5. 시인을 꿈꾸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한 마디를 주신다면?

-시 이전에 자기만의 세계를 가져라. 자기만의 세계를 탐구하면 이것이 시, 영화, 소설이 될 수 있다. 자기만의 세계를 갖는 게 먼저다. 시를 쓰고 싶다면, 그 다음에 다른 이의 시를 읽어라. 보통은 거꾸로 말한다. 다른 이의 시를 읽고 필사하며 시를 공부하라고 말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풍부한 교양,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살다가 시를 잡는 것이다. 그래야 독창적인 시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권의 시집을 내더라도 의미있는 시집을 낼 수 있다.

사실, 시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생계를 유지할 만한 기술을 가져야 한다. 그럼 더 자유롭게 시를 쓸 수 있다. 시를 쓰려면 정신과 몸이 자유로워야 한다.

▲‘우리가 뿔을 가졌을 때’ 이선외 시인 5Q 인터뷰 / 촬영·편집 차주경 기자

저자 이선외는

1978년~1984년 한국초현실주의문학예술연구회 ‘雅屍體(아시체)’ 동인으로 활동하다, 1983년 조향 시인의 추천, ‘시문학’으로 등단했다. 초현실주의 미학을 표현 양식으로 독자적인 시적 성취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체제에 대한 환멸과 부정으로부터 시작한 이번 시집은 다른 시집과 비교해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준다. 독백하는 듯한, 알쏭달쏭한 시어를 잘 헤집어보면 예리하고 은밀한 함의가 숨어 있다.

노혜경 시인은 이선외 시인을 ‘전설의 뿔 달린 동물을 언어로 불러내고야 말겠다는 이’로 소개한다. 서길헌 조형예술학 박사 또한 이선외 시인의 시를 ‘무의식에 기반한 자동기술에 의지해, 거침없는 진술로 허황된 세계의 기반을 들춰내는 시인의 신탁’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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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뉴욕주민의 진짜 미국식 주식투자’

뉴욕주민의 진짜 미국식 주식투자
뉴욕주민 저 / 비즈니스북스

“저자는 금융 지식이 복잡한 전문 지식이 아닌 누구나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이 된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월가에서 배운 지식과 투자 원칙, 트레이딩 전략들을 보다 큰 수익을 꿈꾸며 미국 주식을 시작한 한국 투자 자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다. ‘금융 지식의 보편화’를 지향하며 ‘뉴욕주민’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 이유다.”

시티 그룹, JP 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을 비롯해 사모펀드, 헤지펀드를 거치며 세계 주식시장의 중심 월가에서 치열한 트레이딩을 해온 유튜버 ‘뉴욕주민’이 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뉴욕주민의 진짜 미국식 주식투자’를 내놨다.

유튜버 뉴욕주민은 미국 주식투자에 뛰어들기 전 꼭 알아야 할 기본 지식을 알려주는 콘텐츠로 현재 8만 명의 구독자수와 51개의 동영상으로 누적 조회수 245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내용만을 엄선해 ‘뉴욕주민의 진짜 미국식 주식투자’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이 책은 현재 미국 증시는 물론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IT주, 소비유통주, 리츠주, 호텔주, 스팩주, 배당주 등 섹터별, 테마별 주식에 대한 분석과 이를 내 투자에 활용하기 위해 눈여겨봐야 할 기업 공시와 재무제표 분석법을 알려준다. 아마존 등의 사례를 통한 가치평가 방법, 다양한 방어 자산을 활용한 포트폴리오 전략 등 실전 투자 노하우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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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김민식의 나무의 시간

나무의 시간(김민식)을 소개합니다. 2019년 4월에 출간된 책입니다.

코로나로 시작되어 코로나와 함께 했던 2020년을 보냅니다. 2021년을 앞두고 인류의 시간, 지구의 시간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아울러 나의 시간도 돌아볼 수 있습니다.

나무의 시간은 포유류보다 늦게 지구에 등장한 고등 생물체인 나무에 새겨진 인간과 얽힌 역사를 돌아보게 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서재 방을 둘러봤습니다. 책상, 책장, 문, 옷장 등 나무가 사방에서 저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나의 삶의 일부인 나무에 무관심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나무를 심어 도시의 풍경을 바꿔야만 각박한 시민의 심성이 바뀐다는 주장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한국 부동산의 문제를 안도의 풍경론에 대입해봤습니다.

안도는 도심 풍경의 축을 이루는 고층 아파트 스카이라인은 욕망과 질시, 허기, 분노를 일으킨다고 봅니다.

서울에 나무 숲을 곳곳에 조성하여 풍경을 바꾸지 않으면 한국의 부동산 이슈는 용광로처럼 식지 않을 것 같습니다.

3장 오지에 나무를 심어라 그래야 오래간다 편 10줄 요약

1.한국 사람들은 잣나무를 싸구려 목재로, 백두산 홍송을 최고급 한옥 목재로 여긴다. 하지만 홍송은 잣나무를 뜻하고, 한국에 들어오는 백두산 홍송이라 불리는 것도 실은 중국 하얼빈이나 라오스에서 생산된 잣나무다.

2.조지언 스타일 의자는 미국과 유럽 사람들이 소장하고 싶어하는 호두나무 소재 고급 가구다. 하지만 싼 목재에 고동색을 입히고 우레탄 도장으로 마감한 리프로덕션의 의자가 널리 퍼졌다. 오래전 한국 대통령의 행사에 조지안 스타일 리프로덕션 의자가 등장한 것을 보고 놀랐다.

3.시바 료타로, 찰스 디킨스, 조지프 키플링 등 유명 작가의 원목 소재 책상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그런 문화를 부러워했다. ‘토지’ 작가 박경리 선생의 원주 기념관에서 느티나무 원목 교자상을 보고 깊은 컴플렉스에서 벗어났다.

4.피트 하인 이크의 스크랩 우드 가구는 버려진 폐목재로 만든다. 트럭의 방수포를 재활용하는 스위스의 프라이탁 가방과 같은 개념의 작업이다. 피트 하인 이크는 홈페이지에 알렉시스 토크빌의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고 썼다. 디자인도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영감만으로 완성할 수 없고, 역사와 맥락에서 등장한다.

5.명품 업체 에르메스는 민속 조각품에나 사용하는 사과나무와 배나무를 사용해 가구를 만들었다. 슬로(Slow) 오거닉(Organic) 로(Low) 마일리지가 아닌가. 지금 로컬의 환경과 생태에 시대에 가장 치열한 글로벌 주제가 되어 있다. 부러움과 존경이 절로 나왔다.

6.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 진면목은 나무를 심는 철학에서 찾는다. 도쿄 쓰레기 매립장에 나무를 심는 ‘바다의 숲’을 조성했고, 지진피해를 본 고베에 30만 그루의 목련을 심었다. 안도는 “나무는 풍경이다. 시민 사회가 선한 관계를 회복하려면 나무를 심어 풍경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7.미국, 독일, 스웨덴 등 거대한 숲을 품고 있는 나라는 강국이다. 숲은 무엇보다 수자원의 보고다. 충주 인근 인등산에서 가래나무, 참나무, 자작나무 등 활엽수로 조성된 광활하고 깊은 숲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고 최종현 SK회장이 수십 년 전에 “나무를 오지에 심어라. 그래야 오래 간다”면서 조성한 숲이었다.

8.오동나무는 빨리 자라 무르고 비교적 싼 나무다. 무른 오동나무는 악기울림통, 장의 서랍으로 요긴하다. 약한 나무가 반에 필요한 곳이 있다. 오등은 살충. 방충효과가 있어 벌레가 잘 슬지 않는다.

9.빈티지 가구는 1920~1950년 무렵에 생산된 스칸디나비안 가구다. 너도밤나무, 자작나무, 참나무, 물푸레나무,티크, 마호가니, 로즈우드 등이 소재다. 핀란드 디자이너 알바 알토가 자작나무를 소재로 만든 ‘스툴 60’, 덴마크의 한스 베르너가 디자인한 참나무 의자가 대표적인 빈티지 가구로 인기를 끌었다.

10 하성란의 ‘카레 온 더 보더 ‘는 서울 변두리에서 지하방에 사는 주인공이 곰팡내를 없애기 위해 카레를 끓인다는 점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방수와 단열 공사를 생략했기에 지하 냄새가 나는 것이다. 더 문제는 싸구려 건축자재에서 발생하는 합성 화합물이다.

한국의 소설가가 언제까지 방수와 단열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곰팡내가 심한 불량주택에서

살아가는 군상을 그리게 내버려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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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Q 인터뷰]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 우미영 저자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 이 책은

정보통신업계에서는 하루에만 수십개 이상의 첨단 기술 및 기기가 나온다. 유행과 주도하는 기술이 하루가 멀다하고 바뀐다. 변화를 이끄는 장이다. 정보통신기업의 수장은 누구보다 민감하게, 열린 사고 방식으로 기업을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다.

한국어도비시스템즈 신임 대표, 우미영 대표는 정보통신업계의 이단아로 꼽힌다. 비전공자, 게다가 업계에 드문 여성 리더다. 우미영 대표는 30여년간 정보통신업계에서 거둔 수많은 성공 사례와 경험담을 모아 책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을 냈다.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 / 퍼블리온

이 책에는 우미영 대표가 동료들과 함께 쌓은 성공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겼다. 스스로를 믿고 추천했을 때에만 얻을 수 있는 성취, 힘들고 지쳐 슬럼프에 빠졌을 때 현명하게 벗어나는 법, 직장인을 위한 따뜻한 위로와 따끔한 지적이 녹아들었다.

나아가 우미영 대표는 차세대 여성 리더를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부드러운, 공감 잘하는 리더가 각광 받는 지금이야말로 여성 직장인들의 장점을 발휘할 시기라고 주장한다.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을 쓴 우미영 저자에게 다섯가지 질문을 던졌다.

Q1. 나를 믿고 일하는 법, 이 책의 저술 동기를 알려주세요.

-2020년 초 계획 없이 회사를 그만뒀다. 거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겹쳤다. 다음 어떤 일을 할지, 어떤 회사를 갈지 계획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30여년간의 직장 생활을 돌아보게 됐다. 과거를 돌아보면 앞으로 갈 길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꾸준히 회상 글을 썼고, 그 글을 모아 이번 책을 냈다.

Q2. 30여년간 직장생활 가운데 가장 큰 슬럼프, 그리고 거기에서 벗어난 과정을 말씀해주세요.

-슬럼프가 정말 많았다. 영업 담당이었고, 나중에는 영업 조직을 이끌었다. 영업 조직은 항상 성공할 수만은 없는 조직이다. 수주할 때도, 실주할 때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이 나를 슬럼프로 이끌었다.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큰 슬럼프에 빠졌지만, 그 중에서도 ‘성장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때’ 가장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이 슬럼프를 극복한 비결은 ‘상황을 바꾸는 것’이다. 반복되는 일이 힘들게 느껴질 때 ‘나만의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그냥 영업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영업 사례를 참고하고 1년에 걸쳐 분석해 ‘나만의 영업 방법론’을 만들었다. 그러면 지금까지의 영업 경험이 정리된다.

이 노하우를 혼자만 알고 있는 게 아니라, 팀원과 공유하고 공부한다. 이처럼 성장감이 들지 않는 부분에 새로운 시도를 가미해 극복했다.

Q3. 가장 큰 성공의 순간, 거기에 이르는 과정도 말씀해주세요.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실행력’이 아닐까. 뭔가 해야 한다고 마음을 먹으면 바로 실행한다. 뭔가 해보고 싶다, 필요할 듯하다 하면 일단 시작부터 하고 본다. 처음부터 너무 크게 시작하지 않는다. 부담스럽지 않게, 작게 시작한다.

처음 하는 일이라면, 남들은 이 일을 어떻게 하고 있나 먼저 한 사람들을 살펴보며 벤치마크도 한다. 나 혼자 하기 부담스럽다면, 누구와 같이 해야 잘할 수 있을까 파트너십도 생각한다. 나 혼자, 혹은 나를 가장 잘 보완해줄 수 있는 이를 찾아 함께 실행한다. 그러면 성공할 확률이 커진다.

Q4. 이 책에서 가장 추천하는 문단 혹은 문장은 무엇인가요?

-책의 첫장 제목이 ‘나를 믿는 것도 능력이다’다. 그 안에 ‘나를 추천하는 용기’라는 에피소드를 권한다. 이전 다국적 회사 입사 6개월만에 지사장 권한 대행을 맡게 됐다. 이 때 본사에 먼저 제안했다. 지사장 권한 대행을 6개월쯤 길게 주면 성과를 낼 테니, 이를 보고 정식 지사장으로 발령해달라는 것이다. 결국 6개월만에 성과를 냈다. 나를 추천한 용기를 낸 덕분에 이른 나이에 지사장이 됐다.

‘회사 일 말고 딴짓하기’라는 챕터도 권한다. 예를 들어 동영상을 만든다든가, 책을 쓴다든가 하는 것이다. 흔히 회사 일에 지치면 ‘어떻게 해야 회사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다른 일을 해 보면 회사 일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회사 일로부터 오는 부담도 덜 수 있다. 이를 통해 나도 몰랐던 내 재능을 발견하기도 한다. 회사 일이 힘들다면, 회사 일과는 다른 뭔가를 꼭 시도해보라.

Q5. 곧 데뷔할 예비 여성 리더들에게 도움이 될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여성이라는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이 장점을 살려서 성공하자. 세상이 너무나 빨리 변한다. 시대는 이미 변했다. 리더가 혼자 답을 정하고 그 답을 따라가자고만 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답을 찾아나가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

이런 시대에선 여성의 장점, 커뮤니케이션과 공감, 다양성을 포용하는 능력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여성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해 많은 여성들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 우미영 저자 5Q 인터뷰 / 편집 차주경 기자

저자 우미영은 어도비코리아 첫 여성 대표로 일한다. 대학 졸업 후 스타트업에 입사, 30년 가까이 IT 산업에 몸 담아온 베테랑이다. 소비자 요구를 잘 이해하고 리더십을 더해 숱한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엔터프라이즈 고객사업본부 부사장, 델소프트웨어 남아시아 및 한국총괄 사장 등을 역임했다.

우미영 저자

우미영 저자는 여러 기업에서 ‘전략적 판매’, ‘성과를 내는 리더십’, ‘네트워킹’ 등 강연을 폈다. 일하는 여성을 위한 리더십 개발에 유독 관심이 많아, 사단법인 WIN(Women in INovation)에서 10년째 멘토 활동 중이다. 직장인의 고민을 듣고 상담을 전하는 유튜브 채널 ‘어른친구’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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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Q 인터뷰] ‘문정희·정호승 시를 강병인 쓰다’ 강병인 저자

‘문정희·정호승 시를 강병인 쓰다’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입술을 타고 들어와 가슴 속 감성을 울리는 시집. 그리고 볼 때마다 눈과 뇌리에 깊이 박힐 인상을 주는, 아름다운 캘리그라피(멋글씨)가 만났다. 한국 문학계를 빛낸 시인과 한국 대표 글씨 예술가의 합작이다.

문정희 시인의 시집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와 정호승 시인의 시집 ‘꽃 지는 저녁’을 강병인 작가가 쓴 ‘강병인 쓰다’가 11월 출간됐다.

▲ 꽃 지는 저녁, 정호승 시를 강병인 쓰다 / 파람북

강병인 작가는 서예와 한글에 디자인을 입힌 멋글씨를 대중화한 선구자다. 우리 주변에 있는 수많은 상품, 대형 행사장의 배경, 영화 포스터 속 글씨와 기업 로고 등이 그의 작품이다. 한글의 창제 원리를 철학으로 삼아 한글 글꼴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큰 가치와 변화를 가지고 있는지 알려온 작가이기도 하다.

문정희, 정호승 시인과 함께 ‘강병인이 쓴다’를 만든 강병인 작가를 만나 다섯가지 질문을 던졌다.

Q1. 시와 글씨의 만남, 이 책을 어떻게 구상하셨나요?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처음에는 시집 한권정도만 글씨로 옮길 생각이었지만, 역으로 제안을 했다. 시인마다 한권의 책을 골라 글씨와 함께 만들자, 평생 많은 시인의 시를 글씨로 옮기자는 생각에 의기투합해 이번 책을 만들었다.

Q2. 글씨로 옮길 때, 시마다 주는 느낌이 다를 듯합니다. 쓰면서 가장 따뜻한 마음이 들었던 시는 무엇이었나요?

-첫권이 문정희 시인의 시집이다. 강렬한 이야기가 많다.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는 시가 와 닿았다. 많은 이들이 눈이 오면 눈송이 이야기를 한다. 어릴적으로 돌아간다. 우리 글자에는 ‘하늘아’라는 홀소리가 있다. 흔히 ‘아래아’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하늘아다. 이를 획이 아닌 ‘점’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를 점으로 찍어서 눈송이를 연상도록 했다. 이 시의 시어와 시인의 시적 감정이 눈송이에 고스란히 드러나듯, 글씨로도 이를 표현할 수 있다.

정호승 시인의 시는 희망을 노래한다. ‘몸’이라는 시가 있다. 겨울에 강이 얼면 한덩어리의 몸이 된다는 것을 노래한 시다. 몸이라는 글자를 분석해보면 재미있다. ‘ㅁ’이 두개다. 뒤집어도 비슷한 글자가 된다. 형태를 유지한다. 그래서 이 ㅁ을 두고 다양한 발상을 해 봤다.

ㅁ를 몸이라는 글자 바깥에 그리고, 초성 ㅁ과 종성 ㅁ 안에도 또다른 ㅁ을 넣어봤다. ㅁ이란 글자도 시에 나오는 강처럼 ‘한 몸’이 되는 셈이다. 사람과 사람, 생각과 생각, 마음과 마음이 한덩어리가 된다. 그러면서 또 완전히 가둬진 것은 아니다.

글과 글자가 만나 또 다른 이야기와 시어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모든 시가 중요하지만, 이 몸이라는 시가 특히 재미있었다.

Q3. 시를 글씨로 옮길 때 생겼던 고민, 어려움 등 출간 시 기억에 남았던 일을 귀뜸해주세요.

-정말 힘들었다. 시를 글씨로 옮기기 전, 시에 희노애락이 들어있는 것처럼 글씨도 희노애락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시인의 시를 평소에도 알고 있었던지라 금방 글씨로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작업하는데 2년쯤 걸렸다.

글씨를 다 써놓고 마음에 들지 않아 서너번 다시 썼다. 감정이입이 안 돼서 작업 맨 처음부터 되풀이하기도 했다. 모든 시는 제목과 내용이 다르기에, 똑같은 글씨로 쓸 수는 없다. 시에 맞는 글씨를 찾는 것도 어려웠다. 시의 내용, 그 내용을 함축한 핵심 시어를 찾는 것도 힘들었다.

그런데, 시를 읽다 보니 놀라운 발견을 했다. 문정희 시인의 시는 한 대목을 따로 떼어 봐도 그 자체가 하나의 시가 된다. 그래서 책 왼쪽에는 시의 중간 대목을 떼어 배치했다. 온전히 봐도, 따로 떼어 봐도 시가 된다는 것을 표현했다. 한편의 시에서 시 열편을 본 경험을 했다. 이를 깨닫고 나서 작업을 시작하니 편해졌다. 문정희 시인도 놀라운 발견이라고 즐거워했다.

정호승 시인의 책을 만들 땐 문정희 시인과 다른 발상을 했다. 시의 ‘한 단어’에만 집중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시어에서는 ‘외’에 집중했다. 외롭기에 ‘외’를 외롭게 써 봤다. ‘달팽이’라는 시는 달팽이를 닮은 글씨로 썼다. 글자 서체를 시어에 맞게 정했다.

또, 큰 제목에는 종성만 써 놨다. ‘달팽이’라는 시를 ‘ㄹㅇㅇ’로 표현했다. 종성이 있고, 나머지 초성과 중성은 독자가 스스로 상상하고 채울 수 있도록 글자 곳곳을 빈 칸으로 배치했다. 글자 자체를 비워두기도 했다. ‘꽃같은 놈’이라는 시어는 ‘ = 놈’으로만 표현했다.

‘꽃 = 놈’이면 ‘꽃같은 놈’이 되는 셈이다. 독자가 스스로 생각한 단어를 넣어볼 수 있게 장치를 넣었다. 시를 다르게 해석하고, 빈 곳을 채우며 시의 의미를 더 깊게 음미할 수 있도록 했다.

Q4. 캘리그라피, 예쁜 글씨를 쓰고 싶어하는 분들께 도움이 될 말을 주실 수 있을까요?

-캘리그라피보다는, 순 우리말 ‘멋글씨’가 어울린다. 예쁘고, 멋만 부리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예술을 의미하는 ‘멋’에 글씨를 붙여 멋글씨로 부르는 것이 더 좋겠다.

글씨를 잘 쓰려면 공부해야 한다. 서예는 기본이고 디자인의 표현 방식도 알아야 한다. 세상의 움직임을 자신만의 눈으로 분석하는 법, 많은 경험도 쌓아야 한다. 글씨를 예쁘게 쓰려면 글이 가진 뜻을 자기만의 해석으로 이해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글씨를 쓸 때, 뭔가를 글씨로 옮길 때 내 글씨가 아니라 남의 글씨가 된다.

좀 더 글씨를 예쁘게 쓰려면 가독성을 높여라. 한글은 가독성을 높이기 쉽다. 초성, 중성, 종성 등 소리를 세 음절로 나눈 문자다. ‘책’을 예로 들면 ‘초성 ㅊ’ ‘중성 ㅐ’ ‘종성 ㄱ’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우리는 한글을 가르칠 때 가갸거겨로만 가르친다. 이에 흔히 초중종성을 모두 붙여서, 흘리듯 글씨를 쓴다. 초중종성을 모두 떼어 쓰기만 해도 가독성이 높아진다. 사실 글씨를 흘려 쓰면 가독성도, 품격도 떨어진다.

한글의 제작 원리, 초중종성을 나누고 합하는 훈민정음의 원리를 이해하라. 초중종성은 각각 하늘과 땅, 사람의 관계다. 이 관계를 뚝뚝 떼어놓은 후 조금씩 좁히면 아주 좋은 글자가 된다. 공간을 좁히고 넓히면서 사람의 마음, 사람의 소리를 이해할 수도 있다.

시집 끝에 부록처럼 내가 강조하는 글씨에 대한 태도, 뜻문자 한글 이야기를 실어뒀다. 한글이 만들어진 원리도 써 놨으니 참조했으면 한다. 예쁜 글씨에서 더 나아가 쓰는 사람의 마음과 여유, 자연의 행상, 마음을 제어하고 표현하는 ‘더 좋은 글씨’를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Q5. 글씨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실 것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글씨를 쓴 지 20여년이 넘었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렸다는 생각에, 원래 올해는 스스로 유배를 갈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광화문 현판 교체 운동에 나섰다. 기존 현판 문제에 문제가 있어, 이를 훈민정음체로 바꾸자는 운동을 했다. 이 바람에 유배를 못 갔다.

2021년에는 유배를 갈 것이다. 글씨를 위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20년 전에는 서예, 디자인계가 한자만 인정하고 한글은 다소 홀대했다. 취미생활 정도로 치부하고 예술적 가치를 낮게 봤다.

20년간 가진 목표가 ‘우리말이 고운 만큼 한글도 충분히 곱고 아름답다. 한자 못지 않은 조형성과 독특함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었다. 노력한 결과 서예 및 디자인 업계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또다른 글씨를 보여주려면 공부해야 한다. 2년쯤 공부하겠다. 한글을 어떻게 새로 해석하고 발전, 가꿀 것인지 고민할 것이다.

글씨도 바뀔 것이다. 2년 후에는 작품에 한글 이야기가 빠질 수도 있다. 홈페이지 표어가 ‘한글의 아름다움이 보일 때까지 나의 붓은 춤추리라’라는 것이다. 목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예술적 가치를 넘어서는, 글씨가 하나의 예술성을 갖춰 그 가치를 한단계 올리도록 하는 글씨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정희·정호승 시를 강병인 쓰다’ 강병인 저자 5Q 인터뷰 / 촬영·편집 차주경 기자

1962년 경남 합천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절 한글 서예를 접했다.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후 서예와 디자인을 접목한 캘리그라피를 개척했다. 전통과 현대의 융합, 재해석으로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앞장선 예술가다.

3·1운동 100주년 기념 ‘독립열사 말씀, 글씨로 보다’ 순회전 등 개인전시 16회,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에 書 : 한국 근현대 서예전’ 등 130여 회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글씨 하나 피었네’, 그림책 ‘한글꽃이 피었습니다’ 등 책도 수 권 냈다.

한글의 디자인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를 확장해온 노력을 인정받아 2009년 한국출판인회의 선정 올해의 출판디자이너상을 수상하고, 2012년 대한민국디자인대상 은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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