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in북리뷰

[10줄 서평]발레리 줄레조, 아파트 공화국

아파트 공화국(발레리 줄레조 Valerie Gelezeau)을 소개합니다.

저자 줄레조는 파리4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학 연구로 명성을 쌓은 프랑스 지리학자입니다.

줄레조는 1993년에 서울을 방문, 거대한 아파트단지에 충격을 받아 한국 아파트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물를 프랑스어로 먼저 출간하고, 이어 2004년 ‘한국의 아파트 연구’라는 제목으로 한국어판을 출간했습니다.

‘아파트 공화국’은 첫 책을 수정 보완하여 2007년에 출간되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 정치판에서 부동산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언론에서 자주 인용되는 점입니다. 외부 시선으로 제대로 다룬 한국 아파트론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재 한국의 부동산 이슈는 줄레조의 책이 나올 때보다 복잡도가 급상승했습니다.

세금 인상, 전세난, 아파트 가격 폭등, 임대아파트 확대,선거 전략 등 새로운 변수가 서로 얽혀 무엇이 핵심인지 종잡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줄레조의 책을 부동산 이슈를 제대로 보기 위한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5장_한국의 아파트와 도시중산층 10줄 요약

1.한국 아파트단지의 엄청난 성공의 이면에는 ‘아파트에 사로잡힌 고객층’, 즉 중산층의 욕구가 있다.

2.인류학자 데니스 렛 (지위의 추구. 저자) 은 “현대 한국 중간계급의 전형에는 두가지 요소가 있는데, 강남에 사는 것과 아파트 단지에 사는 것” 이라고 지적한다.

3.렛은 도시 중산층이란 중간계급보다는 지배계층에 더 가깝고, 사회전체적으로 볼 때 하나의 계층모델을 형성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사실은 이 책의 조사결과와 일치하고 있다.

4.한국에서 도시 중산층을 의미하는 가장 함축적인 상징으로 고층 아파트가 자리잡았다는 것은 분명 특이한 점이다. 프랑스에서는 작고 소박한 것이­라도 단독주택이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5.외형적 관점에서 아파트는 여러 계층과 범주로 이루어진 중간계급 일반의 주거지임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상류사회적 형태로 인식되는 것이다.

6.기업과 학교를 강남으로 분산시킨 정부주도의 적­극적인 정책은 아파트로의 부유층 이전을 부추겼다. 압구정 개발 당시 현대가 고위 공무원과 국내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상당량의 주택을 분양했다.

7.정부가 주도하고 재벌이 공급한 대단지 아파트를 상층의 도시 중산층이 수용하게 되었을 때 한국에서 아파트 신화의 역사는 시작된 것이다.

8.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이 이윤의 원천이었던 것이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가구는 중간계급으로 편입되고 체제의 수혜자가 됐다. 한국에서 아파트 단지는 ‘중간계급 제조 공장’ 처럼 보인다.

9.권위주의 국가는 이 성장을 관리하고 봉급 생활자들이 경제발전에 헌신하도록 가격이 통제된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려 했다. 그리하여 중간계급을 대단지 아파트로 결집시키고, 이들에게 주택소유와 자산 소득 증가라는 혜택을 주었으며 그들의 정치적 지지를 획득할 수 있었다.

10.한국의 아파트 단지는 권위주의 산업화의 구조와 특성,여기서 비롯된 계층적 차별구조와 획일화된 문화양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자 그 산물이라 할 수 있다.

Posted in북리뷰

[이주의 신간] 12월 3주 기업을 살리는 설득의 기술·진 달래 아리

문화와 교양, 소설과 에세이 등 순수 문학, 명사의 저술서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우리 주변 시인 및 소설가의 작품까지. 마음을 살찌울 따끈따끈한 새 책을 소개합니다. 신간 소개를 원하는 출판사는 하단 메일 주소(books@chosunbiz.com)로 연락 주세요. [편집자주]

기업을 살리는 설득의 기술 (학지사)

저자 : 조재형(피알원 대표)

우리 모두는 커뮤니케이터다. 다른 이와 소통하며 살아간다. 자신, 소속 단체의 정보를 알리며 살아간다. 그러다보니, 하루에만 자신을 알리려는 콘텐츠가 수천만개 이상 쏟아진다. 이 가운데 내 정보를 눈에 띄게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 대형 홍보기업 피알원의 조재형 대표도 마찬가지다. 35년간 2000개가 넘는 기업과 함께 소통하고 정보를 알리는 일을 해 온 그가 책 ‘기업을 살리는 설득의 기술’을 냈다. 그는 이 책에 사람의 관심을 끄는 것에서 한단계 나아간 ‘사람에게 신뢰를 주면서 설득하는 비결’을 다뤘다.

▲기업을 살리는 설득의 기술 / 학지사

조 대표는 정보를 그저 알리는 것 이전에, 사람이 얼마나 불합리한 존재인지 먼저 생각해보라 권한다. 그래야 적확한 홍보와 소통, 내 콘텐츠를 알리고 공감을 이끌 수 있다는 논리다. 얼핏 보면 이 ‘인지부조화’ 역시 사람의 불합리로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인지부조화를 잘 꿰뚫어봐야 한다. 그 속에 사람을 이해할 길이 숨겨져 있는 까닭이다.

나아가 사람을 이해하면, 기업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사람과 기업은 닮았다. 사람이 모여서 기업을 만든다. 조 대표는 이번에도 적확한 조언을 전한다. 기업이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내세워 공감과 소통을 유도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 책에는 사람과 기업을 이해하고, 이들과 알맞게 소통하는 법이 담겼다. 설득 기술과 토론 승리 비결, 지금까지 저자가 증명한 숱한 홍보 이론도 모였다. 성공한 소통 사례, 미래형 설득 전략과 비결을 알고 싶어하는 이에게 가뭄에 단 비같은 책이 될 것이다.

진 달래 아리 (연두)

저자 : 윤성의

지금까지 수십개국을 다녀왔고, 6년 연속 우수 여행 블로거 선정에 책까지 썼을 만큼 여행에 빠졌던 한 젊은이가 이번엔 고양이의 매력에 빠졌다. 그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 늘 새로움과 설렘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여행과 고양이가 닮았다고 말한다. 고양이의 눈과 몸짓을 보고 있노라면, 세계 곳곳의 여행 기억이 되살아나는 신비한 경험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진 달래 아리 / 연두

윤성의 저자의 ‘진 달래 아리’. 달래와 아리는 저자가 기르는 고양이의 이름이다. 달래와 아리 뿐만 아니라 그에게 다가온 맥주, 삐노 등 여러 고양이들의 기억, 그리고 그 기억과 자연스레 이어지는 여러 여행지의 풍광이 이 책에 담겼다.

이 책은 고양이 집사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여행을 즐기지만, 시국 때문에 가지 못하는 이들에게 책 속 저자의 경험은 대리만족이 될 것이다. 도도한 고양이와 한낱 사람 집사일 뿐인 저자와의 신경전은 부담없이 읽고 재미있게 웃을 수 있다.

저자가 묘사한 ‘고양이의 시선에서 본 사람과 세계’를 되뇌어보면, 우리가 곳곳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들을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books@chosunbiz.com

#북스 #책 #서평 #테크카페 #역사책방 #신간 #서적 #북리뷰 #피알원 #홍보 #마케팅 #학지사 #기업을살리는설득의기술 #연두 #고양이 #여행 #진달래아리

Posted in북리뷰

[10줄 서평]마크 베니오프의 트레일블레이저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블레이저가 쓴 ‘트레일 블레이저’를 소개합니다.

세일즈포스는 CRM를 클라우드 형태로 서비스하는 IT기업입니다. 클라우드 시대 돈을 긁어들이는 선두 업체중의 하나입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세일즈포스의 성공스토리 도는 창업자의 영웅적 성공에 초점을 맞추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업의 사회 책임과 공헌에 초점을 맞추고 쓴 책입니다.

SDG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가 이 테마에 대한 관심을 더 높였습니다.

트레일블레이저를 통해 기업의 사회공헌 트렌드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2장 10줄 요약

1.2015년 인디애나 주의회가 종교자유회복법을 통과시켰다. 표면적으로 종교적 신념에 따른 행동을 처벌하지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는 종교관에 따라 성소수자 고객을 차별해도 처벌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2.나는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대공성을 거뒀다. 신뢰, 고객 성공, 혁신이란 세가지 기본 가치에 따라 우리가 만들어온 긍정적이고 목적의식이 뚜렷한 문화가 자랑스러웠다. 이 법이 ?끔찍하게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성소수자 직원을 차별하는 이 법에 어떻게 대응할 지 몰랐다. 기술기업의 CEO였지 정치인이 아니었다.

3.직원들은 CEO에게 이법에 맞서 싸우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격려하는 것이 아니라 요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낯선 땅에 홀로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4.나는 134자 성명서를 트위터에 올렸다.

우리는 종교자법에 때한 우리 직원과 고객의 분노에 근거에 인디애나 투자를 대폭 줄일 수 밖에 없다.”

5.나는 심장이 쿵쿵 뛰었다. 나는 한낱 개인일뿐이고 세일즈포스는 일개 회사일 뿐이었다. 내가 대놓고 드러낸 내 협박을 책임질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6.나의 오랜 멘토 콜린 파월조차 나의 태도때문에 회사가 원치 않는 조사를 받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나무 위로 높이 오를 수록 조심하게. 자네 뒷모습이 드러날 걸세.”

일부 정치인들은 민주적 절차를 붕괴시키려고 경제적 협박도 마다하지 않는 악당기업이라고 불렀다. 몇몇 주주와 고객들은 우리 주식을 팔거나 우리 소프트웨어를 폐기했다.

7.인디애나 펜스 주지사는 “우리에게 인식의 문제가 있었다”라고 인정하고 사업주들이 종교자유법을 성적 성향에 근거해 차별할 명분으로 삼을 수 없다고 명시한 개정안에 서명했다.

8.나는 전 계층의직원들이 결집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것은 회사의 길과 CEO로서 나의 역할에 중요한 분기점으로 다가왔다.

직원들은 근본적으로 나를 시험했다. 내가 결과에 상관없이 기꺼이 원칙에 입각하는 알야야 했다. 그들은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며 마음껏 자신의 본성대로 일할 수 있었다.

9.과거에 양심은 회사의 대차대조표에서 기타로 분류하는 무엇이었다. 하지만 더이상 그렇지 않다. 미래에는 가치가 가치를 창출한다는 개념을 수용하기 전에는 어떤 비즈니스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10.세일즈포스 소프트웨어를 완전히 익히고 회사안에서 실행하는 법을 배우는 전문가를 트레일블레이저로 부르기로 했다. 그들은 배우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하며 탐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을 갈망하며 문제해결을 즐기고 사회에 돌려주는 걸 좋아한다.

나는 소프트웨어 컨퍼런스인 드림포스에서 트레일블레이저를 기조 연설 주제로 삼았다. 또 세일즈포스 기업문화의 중심점이 되었다.

Posted in북리뷰

[10줄 서평]데이비드 브룩스의 두 번째 산

뉴욕타임스 명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의 ‘두번째 산’을 소개합니다.

국내에도 브룩스 팬들이 꽤 많습니다. ‘인간의 품격’ ‘소셜 애니멀’이 꽤 많이 읽혔습니다.

브룩스는 이번 작품은 자신의 이야기라는 점을 서문에 밝힙니다.

그는 서문에서 “외로웠고 굴욕감에 시달렸으며 목표를 잃고 떠돌았다”면서 이혼 과정에서 겪었던 추락의 고통을 털어놓습니다.

최고 신문의 명 칼럼니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첫 번째 산에서 거둔 성과가 실제 자기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추락을 통해 깨달은 것입니다.

브록스는 “자신을 내려놓기”라는 이 책에서 핵심 개념으로 사용합니다.

서문 10줄 요약

1.기쁨을 발산하는 사람은 내면의 빛을 환하게 발한다. 이들은 상냥하고 평온하고 작은 즐거움에 기뻐하고, 큰 즐거움에 감사할 줄 안다. 기쁨이란 감정이 아니라 인생관일 수 있다. 자기 자신을 다 내려놓는 사람이다,

2.사람에게는 두개의 산이 있다. 첫 번째 산은 특정한 인생과업을 수행하면서 오르는 산이다. 정체성을 확립하고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재능을 연마하고 족적을 남기려 노력한다. 그래서 평판 관리가 중요하며 모든 것이 점수로 기록된다.

3.첫 번째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실패와 시련을 겪게 된다. 평판, 가정, 직업 커리어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또 옆길로 갑자기 빠지는 경우도 있다. 자식이 죽거나, 암이 발병하거나 약물에 중독되는 경우다. 계곡으로 추락하여 헤매는 일은 어떤 연령대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4.계곡에 추락하여 고통을 겪는 시기에 내면을 들여다 본다. 자신이 생각하는 모습이 진정한 자기의 모습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어떤 강렬한 열망이 살아 숨쉬는 것을 느끼고 어떤 기질이 실제 자기 모습이라는 것을 자각한다.

5.계곡 추락은 자기를 발견하고 성장하는 계기다. 남을 보살피는 것이 본질적인 능력이라는 점을 알게 되고 자아를 초월하여 타인을 돌보는 것을 열망하게 된다. 전인적인 인간이 될 준비를 하는 것이다.

6.계곡에 추락하면 이상적 자아와 주류 문화에 반기를 든다. 즉, 좋은 소비자가 되는 것보다 스스로 소비되는 존재가 되기를 원하고 독립보다 상호의존적이며 따뜻한 인간 관계망을 갖기를 원한다. 개인적 자유를 추구하지 않고 친밀함 책임 헌신을 추구하게 된다.

7.두 번째 산에 오르는 것은 또 하나의 여정이다. 첫 번째 산을 내팽개치고 다른 산을 찾는 것이 아니다. 하던 일을 내 던지고 티벳을 찾거나 도시 학교 교사가 될 수 있고, 기업을 경영하면서 유치원과 건강센터 건설에 힘을 쏟을 수도 있다.

8.두 번째 산에 오르는 것은 자기를 내려놓고 남에게 주는 것이다. 또 첫 번째 산 등정 처럼 내가 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산이 나를 정복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소명에 굴복하는 것이며 인간 관계를 중시하는 것이다.

9.두 번째 산에 오르는 사람은 내 이웃이 누리는 영광의 무거운 짐을 날마다 내 등에 지우고 사는 사람이고, 그런 조직은 구성원의 마음을 건드려 영원한 어떤 흔적을 남긴다. 두터운 인간관계와 헌신의 결단으로써 사람을 바꾸어 놓은 조직이다.

10.(이혼후)지난 5년간 나는 헌신에 실패한 채로 어떻게 하면 헌신을 잘할 수 있을지, 세속적인 성공이 내 인생을 온전하게 충족시키는 데 실패한 뒤 어떻게 하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 하는 문제를 놓고 생각하고 책을 읽기도 하면서 세월을 보냈다. 이 책은 그런 탐색 과정에서 나온 산물이다

Posted in종합

[5Q 인터뷰] ‘AI 최강의 수업’ 김진형 저자

인공지능(AI)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영화, 소설 속 AI처럼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의 질문을 제법 잘 알아듣고 단시간에 대답하는 점은 놀랍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영화, 소설 속 AI가 현실이 될 날도 머지만은 않아 보인다. 모두가 AI를 희망적인, 낙관적인 눈으로 바라볼 때 김진형 카이스트 교수의 시선은 그보다 너머를 향한다. 개념이 모호할 때부터 AI를 공부하고, 숱한 제자들과 함께 한국 AI 업계를 일궈온 주역이 김진형 교수다.

Posted in강연후기

이동기_비밀과역설

우리나라는 휴전국가이자,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이다. 이 때문에 매년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된다. 해외에서도 휴전·분단상태를 우리나라의 위험 요소로 꼽는다. 그래서 통일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 방안을 논의하자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높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였다 통일한 독일의 사례를 주의깊게 살펴보고 분석해야 한다. 1949년 동독과 서독 이중 건국 후 1990년 분단선이 무너지기까지, 독일 통일 과정을 살펴보면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과 여러 부분이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해야 할 오류들까지.

이동기 강원대학교 평화학과 교수는 독일의 통일 사례를 연구해 책 ‘비밀과 역설-10개의 키워드로 읽는 독일통일과 평화’를 썼다. 역사를 상세히 되짚고 정치·사회적 상상력을 가미해 재미있게 풀어냈다. 이를 우리나라에 대입하면서도 중요한 함의를 제시한다.

이동기 저자는 ‘흡수통일’이 낳은 통일독일의 문제들을 딛고 독일통일의 과정에서 제기된 오류들을 되풀이하지 않으며 동서독 교류의 역사에서 한반도 평화와 평화정치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Posted in10줄서평북리뷰

[10줄 서평]수전 손탁, 영혼과 매혹

1.다니엘 슈라이버의 수전 손택은 1933년 1월 16일 뉴욕의 유대계 집안에서 태어나, 뉴욕과 파리를 오가며 비평가, 소설가, 에세이스트, 영화감독, 연극연출가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하면서 ‘뉴욕 지성계의 여왕’으로 살았던 수전 손택의 일생을 다룬 평전이다.

2.이 책은 청소년 시절 가족관계에서부터 지적 성장 과정, 결혼 연애 등 사생활, 뉴욕 지성계 데뷔과정, 정치 참여 등 손택의 일생을 사생활과 사회적 활동을 지그재그로 교차시키면서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3.손택은 유적으로 물려받은 지능과 미모에 편집증적인 독서와 문화예술 현장 탐구심을 계속 보태어 지성계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자신만의 세계를 늘 어필하고 지지를 끌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4.손택은 10대에 대학강사 필립 리프와 결혼하고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하버드대 박사과정 프로그램으로서 런던과 파리에서 공부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하고 결혼생활을 끝냈다. 그는 “5명의 여자, 4명의 남자를 사랑했다”고 고백할 정도로 사랑마저 탐구과 실험의 테마로 삼았다.

5.사진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은 손택을 ‘사진에 관하여’로 연결된다. 암과 같은 질병을 만나면 ‘은유로서 질병’이라는 책을 찾을 것이다. 롤랑 바르트 등 유럽의 지성계를 탐구하다 보면 유럽와 미국 지성계 가교 역할을 했던 손택을 주목한다.

6.지식인의 현실 참여를 떠올리면 손택의 북베트남 기행기 ‘하노이 여행’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9.11 사태 당시 손택이 쓴 에세이속 문장(살인자는 비겁자가 아니다. 다 같이 슬퍼하자. 하지만 다같이 바보가 되지 말자)를 진정한 지식인의 용기있는 발언이라고 평가할 것이다.

7.양성 평등에 관심있다면 남성중심 지성계에 맞서 싸웠던 손택을 페미니스트로서 삶을 알고 싶어할 것이다. 또 성소수자 권리 운동가는 동성애자로서 손택의 사생활을 주목할 것이다. 하지만 손택은 페미니스트와 동성애자라는 프레임을 갇히는 것을 거부했다. ‘손택은 손택이다’라는 선언이었다.

8.슈라이버는 손택이 여러가지 명성중에서 소설가로서 명성을 죽는 순간까지 추구했다고 해석한다. 손택은 단편 ‘은인’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해 ‘화산의 여인’ ‘인 아메리카’를 썼다. ‘인 아메리카’로 전미도서협회 상을 수상했으나, 평단의 평은 그리 좋지 않았다.

9.이 책을 읽는 재미를 꼽으라면 2차대전이후 뉴욕을 중심으로 구축된 지식 산업 생태계를 손택을 통해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점이다. 특히 잡지및 출판사(파르티잔 리뷰, 뉴욕 리뷰오브 북스, 뉴요커,보그 등)-작가-문화예술 활동가이 어떻게 지식 테마를 기획하고 대중이 소비하도록 만드는지를 잘 보여준다.

10.이 책을 읽으면서 손택과 교류했거나 연애했던 인물 한명씩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가령 니콜 스테판을 통해 영화 ‘앙팡 테리블’, 마리아 아이렌 포네스를 통해 연극 ‘진흙’을 접할 수 있다. 특히 존 레넌와 오노 요코 사진으로 유명한 애니 리버비츠가 손택의 세계와 연결되는 점을 알 수 있다.

Posted in강연후기

윤후명_새는산과바다를이끌고

소설가로만 알고 있는 윤후명… 실은 그는 19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서 시 ‘빙하의 새’로 먼저 등단했습니다.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 이 책을 윤후명은 이렇게 말합니다.

시는 언어의 예술이다. 어떤 단어든 시인만 만나면 또다른 의미와 느낌을 갖게 된다. 형형색색 시어들은 읽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새로운 감정과 감동에 눈 뜨게 해준다.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 다른 감동을 준다.

윤후명 저자는 50여년간 시를 썼다. 수백편의 시가 사람들의 입술을 간지럽혔고, 저마다 다른 감동으로 가슴에 남았다. 그만큼 인상 깊은 소설도 여러 편 남겼다. 시와 소설의 경계를 넘나들던 윤후명 저자가 시력 50년을 모은 총체, 시전집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를 냈다.

시전집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는 윤후명 저자의 데뷔작부터 최신작까지, 시를 총 302편을 담았다. 시어와 소설의 경계를 넘나들며 아름답게 빚어낸 언어들이 이 시전집에 담겼다.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를 쓴 윤후명 저자에게 질문을 물었다. 그는 약 10여분간 조용하게, 사뭇 날카롭게 시와 소설, 문학계의 현실을 읊었다.

Posted in북리뷰

[10줄 서평]서촌,살다보니

한국인에게 고향은 어떤 곳일까요?

선산, 부모님 집이 먼저 떠오를 것입니다.

또 함께 뛰놀던 동네 친구, 거리에서 인사를 주고 받는 이웃을 생각할 것입니다.

이렇게 고향은 기억속의 이미지로 존재합니다.

이번 주에는 ‘서촌,살아보니’를 소개합니다.

서촌에서 실제로 살고 있는 여섯 주민이 함께 보여 쓴 서촌 이야기입니다. 동네 이야기이면서, 새로운 고향론이기도 합니다.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이 함께 쌓아가는 시간을 통해 고향을 현재 삶에 구현한 것입니다.

서촌에 사는 중장년층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동네’를 좋아해서 이사 온 사람들이다. 이 책을 쓴 6명도 그런 사람들이다. 역사와 문화, 자연을 좋아하고, 익명성과 사생활만큼 이웃과 공동체를 소중히 여기며, 아파트 가격 보다는 동네 분위기를 중시하고, 도시 재생에서도 관광보다 주거를 앞세우는 사람들이다.(저자 공동 서문)

시간을 가지고, 마음이 맞는 이웃들과, 공동체의 가치를 공감하며, 천천히 이곳에서 늙어가며, 무언가 동네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도모하며 살아가기를 희망한다(장길수, 서촌 살다보니)

적지 않은 토박 주민들이현재도 이 동네에 살고 있어 도심의 시골과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젠 학창 시절의 거의 모든 친구들이 이 곳을 떠나 다른 곳에 살지만, 여전히 그들 마음 속에는 여기가 고향일 것이다. 옛 모습만 남아 있는 서촌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서촌이었으면 한다.(오동현, 46년 서촌 탐사 보고서)

둘째 아이한테 학교를 주로 어떤 길로 가느냐고 물었는데, 아이가 열일곱개의 등굣길이 있다고 대답했다. 나도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골목이 있는 동네는 그렇게 아이들의 삶 속에 녹아들고 있었다.(최문용, 고향같은 동네에 집을 짓다)

옛 지도에 그 건축물이 표시된 것을 발견하면, 지도를 제작한 시기보다 건축물이 오래되었다고 추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옛 서울의 지도를 보면 서촌 지역에 어떤 건축물이 그려져 있는지 살펴보게 되었다. 지도를 보면서 건축물을 찾아보는 놀이가 몸에 배었다.

(신민재, 서촌, 건축 박물관)

2020년 서촌 주민들은 스스로 삶의 보편적 가치를 돌아 볼 때이다. 서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기대감 혹은 서양인들이 남긴 보편적 가치가 아니라 이곳에서 매일 눈을 뜨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주민으로서 공통의 근원적 가치를 찾아야 한다.(김길지, 서촌 어쩌다 종교)

서촌일대를 아우르는 지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서촌’이다. 이 일대가 조선 한성 5부 가운데 ‘북부’이자 ‘서부’였으며, 내사산 가운데 서쪽 산인 인왕산 아래 동이기때문이다. 또 서촌이라는 지명이 비교적 무색무취하게 이일대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기 때문이다.(김규원, 서촌인가? 장동인가?)

여섯 저자는 2010년 서촌주거공간연구회 결성을 계기로 만나 활동해왔다. 2019년 겨울부터 토요일 아침마다 함께 동네 답사는 다니고 있다. 2020년 여름부터 ‘장동 서가’라는 이름의 무료 책 나눔 장터를 열고 있다.(서촌탐구 모임 소개)

서촌이 좋아 이곳에 둥지를 튼 사람들끼리 서로 만나 인연을 쌓아 가면서 소박하게 동네를 일궈가는 모습이 바로 이 ‘서촌, 살아보니’에 담겨 있습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아마도 ‘서촌 살리기’와 같은 큰 슬로건이라든가 ‘서촌의 성격’ 운운하는 학술용어로 포장된 글이었다면 저부터 두어 페이지 읽다가 덮었을 것입니다.(추천사 김창희, ‘오래된 서울’ 저자)

가끔 들러도 늘 반갑게 맞아주는 드물게 남은 서울의 동네 서촌, 그곳에서 살며 역사와 문화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한 나지막한 동네의 온갖 재미를 만끽하는 분들의 동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부러움에 슬며시 약이 오를지도 모릅니다.(추천사 정석, 서울 시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