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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일본, 일본인’… 대지진에도 의연, 줄서기로 압축된 신뢰 사회

다시 보는 일본, 일본인다시 보는 일본, 일본인
김찬훈 지음| 나라아이넷|374쪽|1만8000원
한국와 일본을 오가며 데이터베이스 사업을 하는 김찬훈 사단법인 신규장각 대표가 새로운 일본 사회 분석 책 ‘다시 보는 일본,일본인’을 출간했다. 제목만 봐도 이 책이 전형적인 일본론 부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의 1장 ‘3.11 대지진과 히와마리 프로젝트’를 분해매핑기법으로 손으로 읽었다.
저자는 일본론을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3.11 대지진에서 시작한다. 그는 당시 도쿄에서 사업을 하면서 동시에 도쿄대 박사 학위를 밟고 있었다. 당일 도쿄에서도 진도 5.3 지진이 발생했는데, 저자는 25층 호텔 건물이 좌우로 요동을 치는 가운데 사무실 근처 시민들이 빠르면서도 질서를 지키면서 대피를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저자는 이후 도쿄대학, 미쓰비시지쇼, 히비야가단 등이 중심이 된 ‘히마와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히마와리는 해바라기를 뜻한다. 이때 김대표는 도쿄대 학생신분으로 자연스럽게 이 프로젝트에 동참해 해바라기를 일정 기간 키워, 피해 지역을 찾아가 해바라기를 직접 심고 이재민과 어울렸다.
피해지역 실상은 토종 한국인으로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예를 들어 바닷가에 상하좌우가 뒤집혀 있는 빌딩은 영화적 상상으로도 믿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그는 52명의 학생과 교직원 10명이 모두 생명을 건진 학교의 다락방을 방문했을 때 생존자들이 구조될 때까지 겪었을 공포감에 몸서리를 쳤다.
그는 또 회사나 가족단위로 히마와리 프로젝트에 참여해 더위나 추위에 아랑곳 하지 않고 해바라기 공원을 가꾸면서 희망을 함께 일구는 평범한 일본인의 얼굴을 현장에서 목격했다. 일본 특유의 질서문화를 3.11대지진을 통해 현장에서 더 깊게, 더 생생하게 보면서 조국과 일본의 숙명적 관계를 번갈아가면서 떠올린 듯하다.
▲’다시 보는 일본, 일본인’은 일본에서 사업과 유학 생활을 했던 저자 김찬훈의 균형 감각이 돋보이는 책이다. 손으로 분해 매핑한 모습.

일본을 찾는 외국인들은 누구나, 어디에서든지 일본의 줄서기 문화를 접한다. 점심 시간대에 식당앞에서 줄을 서서 오랫동안 차례를 기다린다. 지하철, 관공서 등 어떤 장소에서도 예외없이 줄을 서고 누구도 불평을 하거나 새치기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저자는 일본 줄서기 문화를 ‘신뢰가 구조화된 모습’이라고 해석한다. 어떤 누구도 순서를 건너 뛰지 않고, 줄을 맞는 곳도 공평하게 순서대로 일을 처리할 것이라는 신뢰가 줄서기 문화에 압축돼 있다는 것이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쓸어가는 쓰나미와 같은 초자연적 힘도 이 줄을 깨지 못했다. 어쩌면 줄서기는 문화 코드를 넘어서 동물적 본능의 경지에 이르렀을 지도 모른다.
1장을 손독서하고 나서 몇 장을 더 읽고 전체 목차를 살폈다. 저자가 일본에서 사업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보고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일본의 민주주의를 시작으로 교육,외교,경제,고령화사회,군사대국화 등 11개의 테마를 책에 담았다.
한국의 일본론은 극단적이다. 일본을 다룬 책도 일본을 깎아내리고 일본을 적대시하는 반일론이거나, 일본의 우월성을 높이 사고 상대적으로 한국을 비하하는 친일론이거나 둘 중의 하나다.
김찬훈 대표는 1983년에 대학에 입학, 데이터베이스 사업(나라아이넷)에 뛰어들기 전까지 80년대 사회변혁운동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그는 학생 운동을 하면서 두 차례 감옥생활을 했고, ‘민주열사 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을 15년이나 맡는 등 오랫동안 민주화 운동 현장에 있었다.
이런 경력을 고려하면 전형적인 반일본 진영에 속할 법하다. 그러나 그는 머리말에서 “9년간 일본에서 유학하면서 겪은 일과 최근까지 일본을 오가며 맞닿은 최신 동향을 중심으로 왜 ‘균형잡힌 행동’을 해야하는지, 그 근거가 되는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라면서 균형론을 제시한다.
일본에게 배울 점과 일본을 비하할 점을 통일적으로 파악하려는 자세다. 그런 균형 감각은 한일 양국에서  IT사업을 한 경험과, 도쿄대에서 일본과 북한 교섭 관계를 테마로 박사 학위를 따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 같다. 저자와 동년배 한국인으로서 머리말 중 이 대목에 깊이 공감했다.
“일본의 힘을 느낄 땐 우리의 낮은 수준의 제반 사항에 가슴 아팠고, 일본의 잔인함을 겪을 때엔 조국의 품이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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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다시보는 일본, 일본인’… 대지진에도 의연, 줄서기로 압축된 신뢰 사회

다시 보는 일본, 일본인다시 보는 일본, 일본인
김찬훈 지음| 나라아이넷|374쪽|1만8000원
한국와 일본을 오가며 데이터베이스 사업을 하는 김찬훈 사단법인 신규장각 대표가 새로운 일본 사회 분석 책 ‘다시 보는 일본,일본인’을 출간했다. 제목만 봐도 이 책이 전형적인 일본론 부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의 1장 ‘3.11 대지진과 히와마리 프로젝트’를 분해매핑기법으로 손으로 읽었다.
저자는 일본론을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3.11 대지진에서 시작한다. 그는 당시 도쿄에서 사업을 하면서 동시에 도쿄대 박사 학위를 밟고 있었다. 당일 도쿄에서도 진도 5.3 지진이 발생했는데, 저자는 25층 호텔 건물이 좌우로 요동을 치는 가운데 사무실 근처 시민들이 빠르면서도 질서를 지키면서 대피를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저자는 이후 도쿄대학, 미쓰비시지쇼, 히비야가단 등이 중심이 된 ‘히마와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히마와리는 해바라기를 뜻한다. 이때 김대표는 도쿄대 학생신분으로 자연스럽게 이 프로젝트에 동참해 해바라기를 일정 기간 키워, 피해 지역을 찾아가 해바라기를 직접 심고 이재민과 어울렸다.
피해지역 실상은 토종 한국인으로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예를 들어 바닷가에 상하좌우가 뒤집혀 있는 빌딩은 영화적 상상으로도 믿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그는 52명의 학생과 교직원 10명이 모두 생명을 건진 학교의 다락방을 방문했을 때 생존자들이 구조될 때까지 겪었을 공포감에 몸서리를 쳤다.
그는 또 회사나 가족단위로 히마와리 프로젝트에 참여해 더위나 추위에 아랑곳 하지 않고 해바라기 공원을 가꾸면서 희망을 함께 일구는 평범한 일본인의 얼굴을 현장에서 목격했다. 일본 특유의 질서문화를 3.11대지진을 통해 현장에서 더 깊게, 더 생생하게 보면서 조국과 일본의 숙명적 관계를 번갈아가면서 떠올린 듯하다.
▲’다시 보는 일본, 일본인’은 일본에서 사업과 유학 생활을 했던 저자 김찬훈의 균형 감각이 돋보이는 책이다. 손으로 분해 매핑한 모습.

일본을 찾는 외국인들은 누구나, 어디에서든지 일본의 줄서기 문화를 접한다. 점심 시간대에 식당앞에서 줄을 서서 오랫동안 차례를 기다린다. 지하철, 관공서 등 어떤 장소에서도 예외없이 줄을 서고 누구도 불평을 하거나 새치기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저자는 일본 줄서기 문화를 ‘신뢰가 구조화된 모습’이라고 해석한다. 어떤 누구도 순서를 건너 뛰지 않고, 줄을 맞는 곳도 공평하게 순서대로 일을 처리할 것이라는 신뢰가 줄서기 문화에 압축돼 있다는 것이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쓸어가는 쓰나미와 같은 초자연적 힘도 이 줄을 깨지 못했다. 어쩌면 줄서기는 문화 코드를 넘어서 동물적 본능의 경지에 이르렀을 지도 모른다.
1장을 손독서하고 나서 몇 장을 더 읽고 전체 목차를 살폈다. 저자가 일본에서 사업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보고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일본의 민주주의를 시작으로 교육,외교,경제,고령화사회,군사대국화 등 11개의 테마를 책에 담았다.
한국의 일본론은 극단적이다. 일본을 다룬 책도 일본을 깎아내리고 일본을 적대시하는 반일론이거나, 일본의 우월성을 높이 사고 상대적으로 한국을 비하하는 친일론이거나 둘 중의 하나다.
김찬훈 대표는 1983년에 대학에 입학, 데이터베이스 사업(나라아이넷)에 뛰어들기 전까지 80년대 사회변혁운동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그는 학생 운동을 하면서 두 차례 감옥생활을 했고, ‘민주열사 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을 15년이나 맡는 등 오랫동안 민주화 운동 현장에 있었다.
이런 경력을 고려하면 전형적인 반일본 진영에 속할 법하다. 그러나 그는 머리말에서 “9년간 일본에서 유학하면서 겪은 일과 최근까지 일본을 오가며 맞닿은 최신 동향을 중심으로 왜 ‘균형잡힌 행동’을 해야하는지, 그 근거가 되는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라면서 균형론을 제시한다.
일본에게 배울 점과 일본을 비하할 점을 통일적으로 파악하려는 자세다. 그런 균형 감각은 한일 양국에서  IT사업을 한 경험과, 도쿄대에서 일본과 북한 교섭 관계를 테마로 박사 학위를 따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 같다. 저자와 동년배 한국인으로서 머리말 중 이 대목에 깊이 공감했다.
“일본의 힘을 느낄 땐 우리의 낮은 수준의 제반 사항에 가슴 아팠고, 일본의 잔인함을 겪을 때엔 조국의 품이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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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독서법_전자책 TTS기능활용

귀독서법_전자책TTS기능활용

‘디지털 시대 오디오의 재발견’ 칼럼을 보시고 많은 분들이 ‘귀독서’방법을 문의하셨습니다. 방법을 아래와 같이 공유합니다.

1,스마트폰에 리디북스 앱을 깐다. (안드로이드폰을 기준으로 설명)

삼성갤럭시 시리즈와 LG전자 G또는 V시리즈의 경우 구글 플레이 앱 스토어에서 ‘리디북스’ 단어로 앱을 검색합니다. 앱은 무료입니다.

2.원하는 전자책을 구매한다.

전자책을 사려면 리디북스 앱에서 아래쪽 메뉴중 ‘서점’ 메뉴를 터치합니다.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찾고 구입 대상을 선택할 때, 듣기 기능 지원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대부분 책은 듣기기능(TTS)를 제공합니다. PDF파일은 듣기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3.전자책 뷰어 하단 메뉴에서 ‘듣기’버튼을 터치한다.

전자책을 사고 사서, 스마트폰에 다운로드를 받습니다. 다운로드를 하면 내 서재에 표시됩니다.
내 서재에서 듣고 싶은 책을 선택합니다. 이어 전자책 뷰어의 기능중에서 맨 아래 메뉴 ‘듣기’를 터치합니다.

4.책읽어주는 기계의 목소리는 여자(수진)/남자(민준)중에서 고른다.

음성합성 목소리는 여자와 남자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5.듣기 타이머 기능을 이용해 듣기 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

잠자기전에 듣기 타이머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1시간을 설정하면 1시간 후에 자동으로 듣기 기능이 멈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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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THIS IS 방탄DNA…소셜 시대, 소통의 제왕 BTS에 관한 흥미로운 분석

[예약판매] THIS IS 방탄DNATHIS IS 방탄DNA
김성철 지음| 독서광 |237쪽|1만5000원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힙합에 베이스를 두고 가장 트렌디한 팝음악 추세를 따르고 있지만, 그 정서와 메시지는 가장 개인적인 아이메시지(I-message)에서 출발해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후배 저널리스트 김성철 씨가 방탄소년단의 성공스토리를 분석한 책을 냈다. 그는 11월초 차 한잔하자고 하면서 사무실을 방문해 이 책의 원고를 꺼냈다. 솔직히 엔터테인먼트 쪽과 담을 쌓고 사는 입장에서 방탄소년단의 실체를 전혀 몰랐다. 아이돌 그룹인 빅뱅 정도를 알고 있어, 방탄소년단이 숱한 아이돌 그룹중에서 요즘 떠는 그룹이겠거니 여겼다.
더욱이 저자는 언론계를 떠나 소셜 미디어 분야 전문가로 활동했던 터라 음악 비즈니스쪽과 무관할 터인데, 방탄소년단을 소재 삼아 책을 낸 이유를 짐작키 어려웠다.  방탄소년단의 영문약자가 한국어 발음에 뿌리를 둔 ‘BTS’라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해서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활동을 들으면서 귀가 좀 열리기 시작했다.
멤버들이 대구, 광주, 거창, 부산 등 이른바 ‘촌놈’들이고,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드러내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 방탄소년단은 미국 진출한다고 외국 태생을 멤버로 구성하고 영어로 노래를 만들지도 않았다. 그냥 한국말로 노래를 부르면서 글로벌 스타가 됐다는 것이다.
그 뒤 저자는 인쇄소에서 막 찍은 책을 건넸다.  ‘어떤 부분이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느냐’고 물었다. 트랙 9 ‘방탄소년처럼 소통하라’ 중 ‘문제는 타이밍, 그것을 위해선’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대목이 자신이 한국 사회에 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 대목을 펜으로 종이에 분해매핑하며서 읽었다.
온라인 소통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침묵할 때 메시지를 내고, 메시지를 내야할 때 침묵하는 것이 최악의 소통이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팬들과 언제, 어떤 형식으로 소통해야할지를 잘 안다. 한마디로 소통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잘 잡는다.
예를 들어 언론에 방탄소년단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참석하는 가는 길에 미국의 톱 클래스 토크쇼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보도되자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팬들은 기대를 가지면서도 쇼 출연을 걱정했다. 대부분이 영어와 거리가 먼 촌놈들인데다, 멤버중에서 영어를 가장 잘하는 RM도 독학으로 영어를 익힌 토종이이어서 전 세계 사람들이 지켜보는 인터뷰에서 혹시 실수라도 할까 걱정한 것이다.
이 시점에 RM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미국행을 앞둔 심경을 토로하는 생방송을 했다. 그는 유럽 여행이야기, 독서이야기 등 일상 소식을 전하면서 말미에 미국행을 준비하는 심경을 슬쩍 드러냈다. 그는 영어 인터뷰에 대비하고 있고, 멤버들에게 그냥 한국TV쇼에 출연한 것 처럼 재미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 팬들은 이 영상에서 솔직함과 진성성을 느끼면서 걱정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실제 미국 활동 과정에서 RM과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그들만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RM이 리더로서 영어 질문을 한국으로 요약해 멤버들에게 던져 한국말로 표현하도록 하고, 영어를 해야할 때는 자신이 영어로 답변하는 방식으로 ‘영어’에 주녹들지 않는 모습를 표출한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들 방식으로 그들답게 인터뷰에 응했다.
▲트랙 9 ‘방탄소년처럼 소통하라’ 중 ‘문제는 타이밍, 그것을 위해선’을 읽으며 핵심 메시지를 손독서했다. 한 장을 발췌독서 하고 나서 흥미를 느끼고 첫 장부터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저자는 소통에서 최적의 타이밍을 찾아 실행하는 역할은 결국 리더의 몫이라고 본다. 리더가 그런 역할을 잘 하려면 늘 내부와 소통해야 한다.  또 자신의 역할과 다른 구성원의 역할을 적절하게 배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 기업 등 한국의 주요 조직의 내부 소통 프로세스는 방탄소년단과 전혀 다르다. 어떤 사안이 발생하면, 기본적인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것조차 내부의 칸막이때문에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또 내부 부서의 이해관계가 부딪히면서 외부에 노출할 메세지를 만드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는 것이야말로 리더의 몫이다. 상황을 빠르게 장악하고, 우선 순위를 정하고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결정해줘야 한다. 내부 소통이 ‘개떡’인 조직에선 외부 소통도 ‘개떡’일 수 밖에 없다는 저자의 생각은 실제 조직내 소통 경험에서 나왔을 것 같다.
사실 소통은 잘 안되는 것이 정상이고, 잘 되는 것이 오히려 예외적이다. 즉 소통이 충분하다거나 잘 된다고 착각하지 말고, 소통이 안되는 상황이 현실이라고 생각해야 소통 의지가 생긴다.
한 장을 발췌독서 하고 나서 흥미를 느끼고 첫 장부터 이 책을 다시 읽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은 수백가지일 수 있다. 그중에서 소셜 미디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DNA가 이전 아이돌과 다른 점이라는 저자의 분석에 공감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생활 자체가 콘텐츠다. 또 지구촌 어디에서든지 스마트폰으로 자신을 지구촌 사람들과 바로 연결시킬 줄 안다. 21세기 사람들은 그런 시대에 살고 있고, 방탄소년단은 새로운 시대에 딱 맞는 문법으로 독창적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저자 덕분에 유투브에서 방탄소년단과 팬들의 다양한 콘텐츠를 구경했다. 음악 앱으로 그들의 음악도 몇 곡 감상했다. 그들에게 음악은 콘텐츠의 일부이지 전부가 아닌 것 같다. 셀카, 소셜 미디어 생중계, 트윗 등 모든 디지털 활동 자체가 콘텐츠다. ‘미디어가 메시지’라고 말한 마셜 맥루한의 통찰력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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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의 노래_귀독서_손독서

미국 변호사 J.D.밴스가 쓴 ‘힐빌리의 노래’를 귀로 읽었다. 조선일보 프라이데이 책코너에서 올해의 책으로 문유석판사가 선택했다는 기사를 읽고 힐빌리의 노래를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으로 샀다.
힐빌리는 스코틀랜드에서 북아이랜드로 이주했다가, 다시 미국 애팔래치아 산맥 산골 지역에 정착한 사람들을 뜻한다. 미국의 백인 빈곤층(Poor White)를 상징하는 용어다. 미국인에게 힐빌리는 도시생활을 거부하고 낙후 지역에 살면서 독립을 추구하는 백인 이미지와 가난하고 무식하고 완고한 ‘꼴통 백인’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한다.
힐빌리의 노래를 스마트폰으로 다 듣고 나서 빈 종이를 펼치고, 생각나는 내용을 매핑했다. 이 책은 밴스가 어릴 때부터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얼핏 보기에 가난과 역경을 딛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성공기 같다.
그런데 실제 내용은 저자의 역경 극복스토리라기 보다 백인 빈곤층을 오랜 세월동안 관찰한 것을 날 것 그대로 기록한 인류학 조사 보고서같다. 감추고 싶은 가족 구성원 하나 하나의 스토리를 담담하게 책에 담았다.
책의 공간적 배경은 켄터키의 산골 마을 잭슨과 오하이오의 철강도시인 미들타운이다. 밴스 뿌리는 스코틀랜드에서 북 아일랜드 울스터(Ulster)지역으로 이주했다가, 다시 18세기에 미국행 배를 탄 스코-아이리쉬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디에서든지 늘 농업, 광업 등 육체노동으로 먹고 살았고, 가족 중심으로 뭉쳐 살았다. 그러면서 거칠고 외부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공동체를 지향했다. 외부와 교류하면서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해변 지역 사람들과 대비되는 문화적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힐빌리들은 1930년대 대공황을 겪기는 했지만 1970년대 까지는 그런대로 먹고 살만했던 것 같다. 정착초기에는 광산에서 일하면서 가족을 부양했고, 공황이후 철강, 자동차 산업 중심 도시로 이주해서 생계를 꾸렸다.
밴스가 목격한 것은 힐빌리의 가정내 폭력적 문화였다. 제철소 근로자인 할아버지는 알콜 중독자였고, 할머니는 할아버지에 석유를 붓고 성냥을 그을 정도로 전형적인 힐빌리 여장부였다. 빈빈한 가정 폭력은 자녀들이 공부에 관심을 갖지 않고 연애와 마약의 유혹에 빠지게 하는 원인이었다.
힐빌리 공동체에서 10대 임신과 대학진학포기는 흔하디 흔한 일이었다. 밴스의 어머니 역시 18세에 임신을 하고 20세가 되기 전에 아이를 낳았다. 두 아이를 둔 싱글맘으로 남편 후보를 수시로 갈아치웠고, 짝짓기 실패가 거듭될 수록 마약에 빠졌다.
두번째 힐빌리 세계를 구성한 요인은 미국내 제조업의 쇠락이다. 미국 제철업이 일본, 한국 등 새로운 국가에 밀리면서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 보조를 받는 실직자들이 미들타운에서 크게 늘었다.
밴스의 할머니는 백인 빈곤층중 평생 일하지 않으면서 푸드스탬프로 고기와 술을 사먹고, 마약에 빠진 이웃들을 경멸했고, 자신의 세금을 그런 곳에 쓰는 정부를 힐난했다. 밴스 역시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른바 ‘복지의 여왕’에게 반감을 갖기 시작했다.
힐빌리는 육체노동에 종사했기에 오랜동안 민주당을 지지했다. 하지만 일자리가 줄어들고 동시에 복지에 연명하는 빈곤층의 증가를 보면서 공화당 지지로 돌아섰다. 공화당의 이념을 지지하기 보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정치노선 선회의 원인이었다.
힐빌리는 특히 먼데일, 오바마와 같이 도회풍의 민주당 지도자와 자신들의 일치시키지 못했다. 완전히 별세계 사람들이 자신들을 위한다고 위선을 떠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밴스는 할머니의 정치적 이중성을 힐빌리의 ‘리얼리티’라고 본다. 즉 할머니는 제철수도 문을 닫고 일자리가 없어지는 현상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있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국가가 세금을 일하지 않는 자에게 사용하면서 사회를 망치고 있다고 정부를 비난한다.
미국의 가난한 백인의 세계는 나같은 동양인에게 불편한 감정을 준다. 나의 오랜 고정 관념은 백인이 인디언의 땅을 빼앗았고, 아프리카 사람들을 끌고 와서 값싼 노동력으로 부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사람들이다.
그런데 미국의 백인이 다 같은 백인이 아니고, 우연하게 산골에 정착한 백인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남 동네 이야기처럼 여기면서 150여년을 살았고, 21세기에도 여전히 희망없는 고통의 삶을 살고 있다니 믿을 수가 없다.
그 뿐만 아니다. 최하층 백인들이 분노하면서 뭉쳐서 교양미라곤 조금도 느끼기 어려운 도널드 트럼프를 세계 대통령으로 선출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사실도 믿기 어렵다.
힐빌리의 노래를 읽으면서 두가지가 머리속에 떠올랐다. 영화 ‘와일드’속 모녀의 삶이다. 백인 여성인 주인공은 시골 레스토랑에서 여급으로 일하면서 이 남자 저 남자와 잠자리를 하고 마약에 빠져 살아간다. 뭐 특별한 희망을 걸어나 목표를 세울만한 건덕지 없는 환경에서 막 사는 모습이다.
또 하나는 아누 파르타넨이 쓴 미국 교육과 복지제도 비평서(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다. 파르타넨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려면 북유럽으로 가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비싼 교육비와 의료비때문에 늘 생활고에 허덕이는 미국인들은 이제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다는 것이다.
힐빌리의 노래, 와일드, 우리는 미래에…등 미국 문명 비평서들은 미국 사회에 깊숙히 박혀있는 모순과 허점을 드러낸다. 한국사회에도 힐빌리같이 꿈을 꿀 수 없는 환경에 처해있는 사람들이 있다. 또 앞으로 일자리를 잃고 복지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미래가 회색빛이다.
이런 상황에서 파르타넨의 해법을 진지하게 생각한다. 그녀는 사회적 안전망과 복지는 독립적 인간상 구현을 위한 플랫폼이라고 말한다. 저렴하고 우수한 교육제도와 의료제도는 개인이 가족과 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증거물로서 북유럽이 새로운 혁신 허브가 되고 있는 점을 제시했다.
한국에서도 파르타넨 접근법이 가능하지 더 공부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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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일책_장인옥_레드스톤_귀독서

일일일책_장인옥
장인옥씨의 일일일책(레드스톤)을 귀독서했다.(귀독서란 전자책의 오디오 듣기 기능 TTS를 이용해 책을 귀로 듣는 것을 뜻한다) 책을 다 듣고 나서, 종이 위에 책 내용을 회상한 것을 지도로 만들었다.
그녀는 스스로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사회적으로 이름을 얻을 만한 직업을 갖고 있거나 업적을 쌓지 않았다. 어린 시절과 대학 시절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았다. 사회 관습을 따라 결혼해 아이를 낳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던 주부였다.
그녀를 책으로 이끈 것은 그 평범함이 깨졌고, 다시 평범함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절망감이었다. 우연하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서 책을 들었는데, 그게 독서 생활의 시작이었다.
첫 번째 단추가 잘 꿰어진 모양이다. 전혀 몰랐던 세계에 입문하고 나서 죽기 살기로 독서에 매달렸다. 엉망진창 삶속에서 유일한 탈출구였으리라.
자기 관리, 역경 극복 스토리, 자기계발, 위로 에세이 등 흔해 빠진 인기 서적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았던 모양이다. 이어 그녀는 책이 가르쳐준 것을 스스로 실천하기 시작했다. 화를 참고, 부정적인 언어를 버리고 긍정적인 언어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장인옥씨는 이 단계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자기계발류 책에 만족하지 않고,그런 책들의 자양분인 고전의 세계에 입문했다. 1년 동안 독서 근육을 키운 다음, 3년에 1000권 읽기라는 목표를 세우고 무모한 도전에 나선 것이다.
그녀의 독서 루틴은 이렇게 구성돼 있다. 매일 읽는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읽는다. 주말에는 반드시 도서관에 가서 깊이 읽기를 한다. 메모지를 손 닿는 곳 마다 두고 책을 읽다가 마음이  닿는 구절을 손으로 메모한다. 어려운 책은 천천히 읽고, 두번 세번 반복해서 읽는다.
장인옥씨의 신문 인터뷰를 읽고, 흔하디 흔한 자기계발류 책이겠거니 했다. 유명인사가 쓴 책을 읽다가 벽에 집어 던진 적이 있다. 자기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신문 기사 인용만 늘어놓은 책 저술 방법론에 너무 실망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평범하다고 밝힌 저자가 매일 한권씩 읽었다고 하니, 독서 대상이 뻔할 것 같았다. 말랑 말랑한 문장이나 학문적 인용이 거의 없는 짜집기 책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미리 짐작했다.
막상 그녀의 책을 들으니, 생각이 달라졌다.(물론 책 내용을 더 정밀하게 봐야 진실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남의 문장과 생각을 베낀 것이 아니라 장씨 자신의 언어로 말하고 있었다. 중간 중간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한 것이 많기는 하지만 문장에서 장씨의 삶과 사색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중요한 테마나 독서 예찬론을 자주 반복하는 것은 옥의 티와 같았다.
장씨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특정 목표가 없는 독서 습관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최고 대학의 학위를 따기 위해, 자신만의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 잘 난 자신의 철학을 퍼뜨리기 위해 등 특정 목표가 독서의 동기였다면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매일 살기 위해 책을 읽고, 책을 읽으면서 매일 삶을 소중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녀는 몇년 뒤 무엇이 되겠다거나 무엇을 하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지 않다.
종교의 고갱이가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라면 장인옥씨에게 독서는 종교 생활이다. 매일 눈을 뜨면 책부터 잡고 뇌를 켜서 책 속으로 들어가면서 성찰을 한다. 책 저자나 책 속에 인용된 모든 기록들이 사제이며 랍비들이다.
책 속의 사제들은 인류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고민했는지, 어떻게 삶의 고통과 맞서는지를 들려준다. 그들은 온갖 과학 기술 지식을 이용해 인간의 뿌리도 알려준다.
장씨 책을 덮으며 현실을 생각한다. 장씨가 아무리 독서에서 구원을 얻었다고 해도 여전히 그가 매일 접하는 현실은 뒤죽박죽이리라. 혼자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반복해서 맞닥뜨리면서 좌절하고 분노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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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시인 장석주의 치열한 생존기… 읽는 인간으로 산다는 것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
장석주 지음| 연두 |220쪽|1만4000원
베이비부머는 한국전쟁이 휴전으로 끝난 후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다. 빠르면 60세를 넘겼거나 육박한 나이. 퇴직을 앞둔 상태로 인생의 2막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전쟁의 참혹함을 겪지는 못했지만 ‘경쟁의 혹독함’ 속에 살아온 세대다.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은 베이비부머로 태어난 시인 장석주가 동시대를 지금까지 살아온 혹은 버텨온 ‘동지’들에게 보내는 ‘치유’ 메시지다. 장석주 작가 개인의 슬프고 찬란한 생존의 기억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살아남은’ 다섯 벗의 입을 빌어 베이비부머 세대의 삶을 이야기했다.
‘베이비 부머를 위한 변명’ 중 ‘읽는 인간’편을 골라서 손으로 분해하면서 읽었다. 장 시인의 글을 조선비즈 김지수 문화부장을 통해 접했다. 또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장석주의 사물극장)을 가끔 읽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지,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를 접한 뒤, 장시인이 쓴 ‘파리 예술가들의 대모, 거트루드 스타인 ‘편이 눈에 들어왔다.
책읽기를 통한 연결이 참 흥미롭다. 헤밍웨이를 통해 장석주라는 사람을 인지한 덕분에, 이제 그의 책이 낯설지 않다. 내 삶의 경계에서 전혀 관찰하지 못했던 사람이었다면 그의 칼럼과 책은 영원히 나와 무관한 채 존재했으리라.
‘읽는 인간’을 뜯어 읽어보니, 장시인의 삶을 압축한 요약문같았다. 그는 10대에 고등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모든 것을 자신이 알아서 시간을 사용해야 하는 진공상태를 겪었다. 한동안 방황하다 도서관과 책을 만나 미친 듯이 책에 몰입하면서 ‘읽는 인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은 1부 ‘베이비부머를 위한 변명과 2부 ‘베이비부머의 고백’ 2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 ‘읽는 인간으로 산다는 것’ 편을 분해 매핑했다. 장 시인의 삶을 압축한 요약문 같았다.
10대에 문학 언어를 탐닉하면서 인간과 세상을 배웠고, 20대에는 시를 비롯해 철학 등 고전으로 확장하면서 지식과 인식의 지평을 넓혔다. 그에게 독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국외자 청년의 현실도피수단이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도피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을 했던 것 같다.
처음엔 무작정 읽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한 인식이 더 뚜렷해지고, 상상력이 확장되는 경험을 했다. 마침내 독서로 고승의 참선의 경지에 이르렀다. 심오한 일을 스스로 해내고 있다는 착각을 즐기고 또 즐겼으리라. 또 처음 접하는 지식 세계를 미로 답사하듯이 탐색하고, 두번째, 세번째 읽을 때는 자신이 쌓은 지식과 정신 세계를 연결해 ‘방향성을 지닌 탐구 독서’법을 개발했다.
장시인은 마침내 출판사를 차려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고, 세속적 시각에서 빌딩을 살 정도로 꽤 성공을 거뒀다. 그러다 마광수교수의 ‘즐거운 사라’를 출간하면서 검찰수사와 감옥생활이라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과 맞닥뜨렸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 사건은 장시인을 다시 읽는 인간으로 되돌렸다. 서울을 떠나 경기도 안성에 집을 짓고 읽고 쓰는 전업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매일 8시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루틴을 갖고 있다. 그의 표현대로 ‘읽는 뇌’가 ‘쓰는 뇌’로 진화했다. 지금까지 100여권의 책을 썼다고 하니 읽고 쓰는 전업 작가로서 성취가 대단하다. 책을 읽으면서 장시인의 안성집 서재를 한번 구경했으면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곳은 그에게 도를 닦는 도장이나, 지혜의 스승을 늘 만나는 학교이자, 그의 지적 활동을 쌓아가는 아카이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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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맨_칼럼_한국IT저널리즘, 언제까지 역관역할하나_20140702

[펜맨 칼럼] 한국IT 저널리즘, 언제까지 역관 역할에 머무르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6월 25일, 26일 이틀동안 열렸던 구글I/O 행사 취재를 다녀왔다. 지난해 12월 델월드 취재차 텍사스 오스틴에 다녀온 지 6개월 만이다. 두 차례 대형 행사 취재는 기자의 역할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기자, 블로거, 애널리스트 등 다양한 취재 집단이 이번 구글 행사를 알리고 분석하는 미디어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을 공유하려고 한다.

실시간 중계, 극한까지 가다

구글 선다 피차이(Sundar Pichai) 수석부사장은 모스코니센터 3층 메인홀 중앙 무대에 올라 오전 9시부터 기조연설을 했다. 청중석 중앙 라인에 자리를 잡은 미디어석에는 신문기자, 방송기자, 블로거, 애널리스트 등 현장 취재 경쟁에 나선 수백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이들은 행사장에 입장하자마자 현장 분위기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시작했다.  
“선배, 선배 얼굴이 인터넷에 올라왔어요.” 기조연설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은 동료기자가 노트북을 보여주면서 제 얼굴이 온라인매체 사진에 나왔다고 흥분했다.  더버지(The Verge)라는 테크 전문 온라인 매체가 라이브로 현장 소식을 중계를 했는데, 제가 앉은 미디어석를 촬영하면서 제 얼굴도 포함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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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버지의 라이브 블로깅에 필자 취재 모습이 포착됐다.
피차이가 안드로이드원 소개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새로운 내용을 발표하자, 취재 열기가 확 달아올랐다. 피차이가 연설을 하는 중간에, 두 번의 1인 시위가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살다가 살인적인 집값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던 주민이 무대 앞으로 티셔츠를 들고 나와 시위를 벌였다. 또 한 남성이 중앙무대 앞으로 걸어나오면서 구글이 미국 정부기관과 협력 의혹을 제기하다가 안전요원에 의해 저지당했다.
행사장이 넓었기 때문에 시위자들이 어떤 주장을 했는지 모든 사람이 정확하기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스마트폰 트위터의 구글 해시태그(#google I/O 2014)를 찾으면 궁금한 점을 즉석에서 풀 수 있었다. 가까이에서 시위 장면을 본 사람들이 시위 내용을 실시간 중계를 한 덕분이다.
피차이는 또 연설도중에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구글 행사를 보기 위해 모인 개발자들을 호출했다. 구글은 강연 실황을 실시간으로 동영상 중계를 제공했고, 구글이 진출한 주요 도시에서는 별도로 파트너와 개발자들을 초대해서 축구중계를 보듯히 함께 볼 수 있도록 했다.
구글I/O 행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공개돼 있었고, 굳이 현장에 가지 않아도 알고 싶은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압축 요약,심층분석, 이슈진단 등 전통 미디어의 영역도 무너졌다

단편적인 사실을 모아서 꿰고 해석하고 평가한 콘텐츠도 널려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사진, 동영상, 현장 반응, 관련자 코멘트 등 행사의 전모를 파악하는데 필요한 단서들도 넘쳐서 문제가 될 정도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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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구글 선다 피차이 수석부사장이 대형슬라이드를 통해 삼성전자의 녹스(Knox)를 차세대 안드로이드에 포함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래리 페이지, 선다 피차이 등 주요 간부들와 화제의 인물 인터뷰 콘텐츠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NYT기자(Farhad Manjoo)는 페이지와 피차이를 30분 따로 만난 대화내용을 NYT블로그에 올렸다.
행사장에 등장한 스마트와치, 안드로이드TV, 안드로이드 오토 등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리뷰 콘텐츠도 넘치고 넘쳤다.
취재 기자 입장에서, 무엇을 쓰야할지, 어떻게 차별화해야할지 막막했다. 궁극적으로 “내가 굳이 기사를 쓸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에 이르렀다. 수백명의 현장 취재자들이 실시간으로, 글로,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전세계에 공급했다.
동시에 개발자, 디자이너, 투자가, 애널리스트 등 관련자들이 달라붙어 공개된 정보를 분석하고 연결함으로써, 요약에서부터 의미해석, 향후 방향 전망, 관련 이슈 진단에 이르기까지 가공 정보를 쏟아냈다.
전 세계 신문 미디어중에서 만든 콘텐츠중에서 그나마 차별화한 것이라고 느끼는 것은 딱 두 개였다. 월스리트저널이 구글과 삼성간 안드로이드 통제를 둘러싼 갈등에 관한 기사와 NYT기자의 페이지와 피차이 인터뷰 블로그 포스트였다.

한국IT저널리즘, 역관 수준의 역할

IT 본고장에서 현장을 취재해보보니, 한국이 만약 영어권이었다면 대부분의 언론사 IT부서는 폐지됐을 법하다. 영어 사용 독자들라면 한국어로 된 구글I/O기사를 읽을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IT저널리즘은 영어 콘텐츠를 한국 독자들의 입맛에 맞게 요약 번역을 하는 역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이후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기업들의 독과점현상이 심화되면서 역관역할 비중이 더 커지고 있기도 하다.
한국 IT저널리즘이 이나마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다면, ‘한글’과 세종대왕덕분이다.하지만 한국 IT저널리스트들이 언제까지 역관 역할을 하면서 버틸지는 의문스럽다. 전 세계 언어 실시간 번역 기술 수준을 높이는데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구글의 손에 IT저널리즘의 운명이 달려있는지 모르겠다.
우병현 기자 pen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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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맨 칼럼]클라우드컴퓨팅, 세컨 디바이스시대를 열다


구글 선다 피차이 수석부사장은 6월 25일~2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I/O 2014에서 구글앱스와 크롬북의 성장세를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포춘 500대기업 중 58%가 미국 100대 대학 중 72개 대학이 구글앱스를 이용한다고 소개했다.

구글앱스는 구글의 지메일을 비롯해, 독스(Docs), 그룹스, 드라이브 등을 패키지로 묶은 것으로써 기업, 학교가 필요로 인트라넷 성격을 띠고 있다. 기존 경쟁제품으로는 MS 오피스, 익스체인지,쉐어포인트 등이 있다. 비록 웹기반이지만 웹검색, 이메일을 비롯해 문서작업, 데이터처리, 프리젠테이션 자료 만들기 등을 비롯해 MS오피스가 제공하는 기능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피차이는 구글앱스 성장을 자랑한데 이어, 삼성전자가 크롬북생산 첫 파트너였는데, 2014년 6월까지 16개 업체로 늘어났다면서 크롬북의 성장세도 자랑했다.  예를 들어 미국 교육용 컴퓨터시장에서 50%를 넘어설 정도로 무섭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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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스트바이매장의 구글크롬북 전용판매대
구글 크롬북은 크롬이라는 구글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웹OS를 탑재한 노트북이다. 웹브라우저로만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든 자료를 웹에서만 저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에 따라 크롬북은 구글앱스를 도입한 기업과 학교과 궁합이 잘 맞는다. 우선 크롬북은 윈도를 탑재한 PC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300달러 이하), 사용자가 컴퓨터에 개인 애플리케이션을 깔아서 쓸 수 없어 통제가 쉽다.
크롬북의 뿌리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1996년 선마이크로시스템즈 스캇 맥닐리,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등이 중심이 되어 주창했던 넷컴퓨터(Network Computer)에 이른다.
엘리슨은 인터넷의 대중화에 발맞춰 하드디스크와 확장슬롯을 없애고,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인터넷으로 불러서 작업하고 작업 자료도인터넷 위에 저장하는 저렴한 컴퓨터를 시장에 제안했었다.
NC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주를 견제할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디바이스로 주목을 받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거의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었다. 이는 기업이 원하는 여러 요소중 보안 등 극히 일부만 지원했기 때문이다.
구글 크롬북은 가격,성능, 관련 서비스 등 여러 측면에서 NC의 이상을 현실적으로 구현한 첫 제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아울러 기업의 요구에 거의 근접해가고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NC와 크롬북에 대한 수요는 일반 사용자 관점에서보다 회사나 학교의 조직 관리자 관점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다. 실제 일반 사용자들은 인터넷에 반드시 연결하여 작업을 하고 웹브라우저를 통해서만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크롬북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조직의 매니저들은 관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아울러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를 회사가 통제하고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방안을 언제나 원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구글앱스와 크롬북의 동반성장은 기업과 학교 컴퓨터 시장에 돌풍을 일으킬 여지가 많다.
구글앱스와 크롬북을 기업과 학교에 도입하면 다음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첫째, 애플리케이션 측면에서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디바이스에 일일이 깔아 줄 필요가 없다.
둘째, 데이터 저장 측면에서 보면, 엔드 유저가 생산하는 모든 자료를 웹 스토리지에 자동으로 저장하게 때문에 별도의 아카이브가 필요없다.
셋째, 첫째 둘째 효과를 종합함으로써 하드웨어 관리,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아카이빙 등에 따르는 TCO(Total Cost Ownership)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크롬북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교육시장과 중소업체 시장에서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은 IT관리에 따르는 골치 덩어리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기업과 학교의 수요가 실제 넓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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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I/O 2014행사장에서 구글 임원이 개발자와 학교IT매니저를 대상으로 크롬북 등 구글 교육관련 솔루션을 설명하고 있다.
구글이 이번 I/O에서 크롬북 사용 가치와 효율성을 더욱 뒷받침하는 각종 클라우드 솔루션을 발표했다. 구글은 교육시장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시장에 이어 대기업 시장을 공격적으로 개척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구글 크롬북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든 곳이면서도 크롬북 돌풍과 전혀 상관없는 지역중의 하나다. 삼성전자는 크롬북 최초 메이커면서 북미 시장에서 크롬북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크롬북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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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롬북 북미시장 판매량(좌) / 자료 = ABI리서치와 미국 내 PC 판매 점유율(우) / 자료 = NPD 리서치
한국이 왜 크롬북 무풍지대일까? 한국의 경영자라면 누구나 골치아픈 IT관리에서 해방될 수 있는 솔루션을 찾고 있다. 크롬북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접하면 도입여부를 검토할 만한데, 아직까지 그런 작은 움직임조차 포착할 수 없다.
여러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한국이 유별나게 MS의 윈도 의존도가 높은 점이 크롬북같은 NC에 대한 관심을 가로 막고 있는 듯하다.
한국은 윈도를 탑재한 서버, 데스크톱, 노트북의 천국이다. 아울러 MS 익스플로러 사용자가 전체 절반을 넘고 그중에서도 상당수가 낡은 버전을 사용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MS워드, 프리젠테이션,엑셀 등 오피스 제품이 기업 오피스 시장을 꽉 잡고 있다.
이런 환경은 클라우드컴퓨팅 시대와 전혀 궁합이 맞지 않는다. 구글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구글앱스와 크롬북의 성장세는 클라우드컴퓨팅이 메가트렌드라는 점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기업과 학교가 IT에서 해방되어 본래 자신의 일에 집중하려면, 클라우드컴퓨팅 물결을 한시라도 빨리 타야 한다.  그런면에서 지금이라도 크롬북의 성장세를 보면서 크롬북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특히 기존 윈도PC 중심 관행을 돌파하려면 크롬북을 ‘세컨 디바이스(Second Device)’ 개념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실제 크롬북은 애플 아이패드와 삼성전자 갤럭시탭보다 저렴한 가격대(250~299달러)에 형성되어 있어 태블릿을 보급하듯이 크롬북을 세컨 디바이스로 도입하면 클라우드컴퓨팅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다.
한국 IT환경은 구한말처럼 세계 주류 흐름과 동떨어진 채 한국적 특수성에 매몰되고 있다. 한국이 언제까지 디지털 쇄국이 될 것인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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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맨_칼럼_천리안을 끊으며 신문의 운명을 생각하다_20140517

가끔 인터넷뱅킹으로 통장 입출금 내역을 조회하다가 천리안 사용명목으로 매월 6500원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봤다.  그때마다 천리안 서비스를 끊고 6500원을 아껴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6500원쯤이야’하면서 천리안서비스 중단을 실행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곤 했다.
LG유플러스의 천리안 서비스는 1990년대 한국을 대표했던  PC통신망 서비스였다. 현재 천리안의 PC통신서비스는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인터넷 형태로 몇몇 서비스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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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에 처음 가입한 때는 지난 1991년 7월이다. 군을 제대하면서 받은 재형저축통장을 털어 386컴퓨터를 모뎀과 함께 구입하고, 곧바로 하이텔과  천리안에 가입했다.  새로운 정보, 새로운 친구, 잘 정리된 데이터베이스가 가득한 천리안은 신세계였다.
기자에 입문한뒤 천리안은 최고의 취재 도구였다. 취재아이템을 게시판이나 동호회에서 찾았고, 정보기관이나 보유하고 있음직한 취재원 정보를 인물정보데이터베이스에서 단 몇 초만에 구해 취재에 활용했다.
하지만  1997년  전화선보다 한단계 위인 ISDN을 사용하면서 천리안 의존도를 줄이기 시작했고, 2000년대 이후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천리안은 가입자들에게 전화선을 통해 PC통신과 인터넷에 접속하는 서비스와 PC통신 내부 각종 서비스와 데이터베이스 이용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인터넷 시대가 열리자 굳이 천리안을 이용할 필요가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달 사용료를 내면서 천리안 서비스를 굳이 끊지 않았던 것은 천리안 ID(penman)에 대한 애착때문이었다. 사이버세계에 처음 발을 디딜 때 정했던  ‘penman’이라는 ID는 사이버세계에서 내 이름 역할을 했고, 그후 인터넷시대에서도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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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7월부터 지금까지 매월 6500원을 2014년 5월까지 꼬박꼬박 냈으니, 23년동안 인터넷 뿌리를 유지하는데 170여만원을 지불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 12일 입출금 통장내역을 보면서, ‘이번에는’하면서 천리안 서비스를 정리하는 일을 시작했다. 작은 돈이라도 돈을 헛되이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또 인터넷시대에 별다른 서비스 혁신없이 돈을 꼬박꼬박 받아가는 천리안에 대해 서운함 느낌도 들었다.
천리안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천리안 중단 안내를 받았다. 고객상담원은 “무료 서비스로 전환하면 6500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했다. 그 상담원은 이어 “메일 용량이 20메가바이트밖에 되지 않아 용량이 찰 경우 이메일을 못 받을 수 있고, MS 아웃룩 서비스도 안된다”면서 “아예 ID를 끊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상담원의 반(反) 협박성 경고에도 불구하고 결국 천리안 유료서비스를 끊고, 무료서비스를 선택했다.  천리안 ID를 유지하면서 6500원을 내지 않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천리안은 PC통신 시절 수백만 유료가입자를 모으면서 한국 최고의 미래기업으로 평가를 받았다. 그런 기업의 초창기회원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었고, 그 서비스를 이용할 때 만들었던 이름을 부모님이 주신 이름처럼 23년동안 소중하게 간직했다.
천리안을 운영하는 LG유플러스에 문의한 결과, 수천명 수준의 가입자들이 6500원을 내고 있다고 한다. 주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려운 산간 벽지 지역 거주자라고 한다. 세상의 변화를 제 때 타지 못한 천리안의 초라하기 짝이 없는 현주소다.
하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신문업계가 앞으로 10년 뒤, 천리안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생각하니 연민의 정보다 머리카락이 서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한국 신문사들은 현재 작게는 수십만에서 많게는 백여만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제값을 내는 구독자들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일부 신문은 거의 공짜로 뿌리면서 가입자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유료 신문 구독자수가 줄어드는 근본 원인은 천리안이 인터넷 시대에 돈을 낼 이유가 없어지는 것과 유사하다. 신문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지식을 PC와 스마트폰에서 얼마든지 이용할수 있으니 굳이 돈내면서 까지 신문을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가 시작되면서 무료를 이긴 유료 서비스는 거의 없다. 산업 시대 탄탄했던 모든 유료 서비스들은 인터넷의 무료 서비스에 처참하게 무너졌고, 그나마 오랫동안 버티고 있는 유료서비스들도 운명을 다해가고 있다. 신문산업이 그러하다.
신문산업이 천리안의 운명에 이르지 않으려면 모든 것을 디지털시대에 맞게 바꾸는 수밖에 없다. 기자 채용제도에서부터 기사작성도구, 출판플랫폼, 콘텐츠개념, 수익모델, 독자개념 등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최근 화제를 모은 뉴욕타임스 내부 혁신팀의 보고서는 운명을 다해가고 있는 신문산업 내부의 민낯이며 또한 변신을 위한 절규이기도 하다.
우병현 기자 pen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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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맨_칼럼_천리안을 끊으며 신문의 운명을 생각하다_2014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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