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in1주1책

[1주1책]서병훈의 민주주의, 밀과 토크빌

“정치는 장삼이사(張三李四)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2400년전 그리스의 플라톤이 민주주의 체제에 대해 던진 질문입니다. 존 스튜어트 밀과 알렉시스 토크빌은 현대 자유 민주주의 사상을 토대를 마련한 정치철학자입니다.

한살 차이인 두 사람은 영국과 프랑스에서 활동하면서 민주주의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깊게 분석하면서 각각 대안을 제시하였습니다.

오늘날 혼돈속에 빠진 한국의 정치 현실을 마주하면서 밀과 토크빌의 사상을 다룬 서병훈 교수의 책(민주주의:밀과 토크빌)을 다시 찾아 읽었습니다.

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인간이 모여서 사회를 이룬 이래 한번도 바뀐 적이 없습니다.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고 번영시키기 위해 누가 리더가 되어야 하나.

그 리더를 정하는 절차를 어떻게 할 것인가.

리더에게 권력을 위임하기 전에 후보 리더가 공동체 이익에 부합할 것인가를 어떻게 알아보나

공동체 이익을 위해 리더와 팔로워는 어떻게 의사결정을 해야 하나.

리더가 공동체의 이익과 다르게 행동할 때 팔로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서병훈교수의 책중에서 플라톤과 밀과 토크빌의 해법편을 발췌독서했습니다.

1.플라톤의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

플라톤이 민주주의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민주주의가 사람들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평등의 이름으로 대중이 주인 행세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배를 몰거나 병을 고치는 일은 전문가에게 맡기면서 정치는 장삼이사(張三李四)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묻는다. 그는 이런 ‘무차별 평등’이 ‘멋대로 자유’로 이어지며 끝내 폭정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2.자유의 중요성

플라톤이 민주주의를 나쁘게만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플라톤은 ‘법률’에서 민주주의의 순기능을 역설하고 있다. ‘자유를 적정한 수준에서 허용했던 체제는 발전을 이룩했지만 과도하게 자유를 억압하면 그 결과가 좋지 못했다’고 봤다. 플라톤은 자유가 있어야 사람들이 나라에 대해 일체감을 느낄 수 있고 법에 대해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마음도 생긴다고 했다.

3.정치 근본에 대한 고민 오늘날 대세는 정치이론가들은 민주주의를 그저 ‘평화적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하는 체제’ 정도로 이해한다.

플라톤은 정치를 기능이 아니라 본질 차원에서 접근했다. 그는 ‘좋은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도와줄 정치를 그렸다.

사람들이 나라와 일체감을 느끼고 법의 지배를 자유와 동일시하게 되는, 그런 꿈같은 정치가 민주주의 안에서 실현될 수 있다고 믿었다.

4.포퓰리즘에 대한 경고 플라톤은 인간의 삶에서 크고 중요한 것을 깨우친 ‘기술자’가 정치를 전담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지혜는 없고 욕심만 가득한 아테네 대중이 정치의 주체 행세를 하는 것을 보고 참을 수가 없었다. 포퓰리즘의 뿌리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플라톤의 철인정치는 시대착오적인 엘리트주의로 흘러갈 개연성을 지닌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주인이라고 할 대중이 자기성찰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플라톤의 당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5.민주주의의 허점

플라톤은 민주주의가 그 자체의 속성 때문에 독재체제로 귀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400년 전 플라톤의 글을 읽으면 소름이 돋는다.

히틀러는 민주주의의 등에 올라타서 ‘국가사회주의’라는 괴물을 만들어냈다. 오늘날에는 포퓰리즘이 ‘진짜 민주주의’라는 가면을 쓰고 세상을 농락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죽음 또는 파탄을 증언하는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6.알렉시스 토크빌

프랑스 귀족출신 토크빌은 그의 나이 서른에 ‘아메리카의 민주주의’를 썼다. 그 책 한 권으로 토크빌은 민주주의이론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그는 19세기 초반 미국 대륙을 직접 현장관찰하면서 민주주의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목격했다. 토크빌은 밀과 함께 민주주의와 자유가 화해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

7.존 스튜어트 밀

영국 정치 사상가 밀은 사람들이 사적 이익에 매몰되지 않아야 올바른 의미의 대의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중이 ‘주권자’ 노릇을 제대로 하자면 공익을 염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밀은 그런 이유에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큰 목소리를 내게 해주어야 민주주의의 효율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역설했다.

지도자가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대중이 한 발 뒤로 물러서는 그림을 제시한 것이다.

8.밀과 토크빌의 민주주의 허점에 대한 고민

묘하게도 두 사람은 플라톤이 지적했던 민주주의의 두 가지 고질(痼疾)을 하나씩 나눠서 고민했다.

토크빌은 평등 민주주의가 자칫 민주독재로 귀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밀은 계급이익에 휘둘린 끝에 사악하고 무능한 정치체제로 타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9.밀과 토크빌의 우정

그들은 특별한 우정을 나누었다. 한 살 터울의 영국 사람과 프랑스 사람이 찬란한 교제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그들의 철학이 근사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심중의 깊은 말도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밀은 “현재 살아 있는 유럽 사람들 그 누구보다 선생을 존경한다.”고 했고 토크빌은 영국인 중에서 그보다 더 기쁨을 주는 사람은 없다며 두 사람의 ‘진정한 우정’을 확신했다.

10.식어버린 우정

그러나 이처럼 아름다웠던 우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두 사람의 밀월 관계는 1844년 갑자기 깨져버렸다. 세월이 많이 흐른 뒤 토크빌이 애잔하게 회고했듯이,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는 아름다운 습관을 잃어버렸다.’

결별의 이유는 프랑수아 기조에 대해 두 사람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평가를 내렸다는 것과 밀이 표방한 ‘선의의 제국주의’를 토크빌이 매우 냉소적으로 바라봤다는 것이다.

11.단절의 속사정

나는(서병훈)두 사람이 보여준 생각의 차이 못지않게 밀의 개인적인 사정도 중요한 변수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즉 그가 《런던-웨스트민스터 평론(London and Westminster Review)》에서 손을 떼게 된 것, 그리고 그의 아내 해리엇이 토크빌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그간의 사정 또한 두 사람의 우정을 급속하게 냉각시킨 큰 변수로 작용했다는 것이 나의 최종 결론이다.

12.“자유를 향해 같이 손잡고 나가자.”

토크빌이 밀에게 보낸 마지막 말이 짙은 여운을 남긴다. 토크빌과 밀은 당시 민주주의의 어두운 측면을 날카롭게 비판했으나 비관론에 매몰되지는 않았다.

그들은 참여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과 습속이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토크빌과 밀의 정치이론이 오늘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인가. 결국은 사람이다. 사람이 바뀌어야 민주주의가 축복이 될 수 있다.

Posted in1주1책

[1주1책]로버트 루빈의 최고의 결정,불확실한 세계 편

저는 지인을 만나면 늘 읽을 거리를 추천받곤 합니다. 최근 서점을 경영하는 친구가 로버트 루빈의 ‘최고의 결정’을 추천했습니다.

전자책 서점에서 이 책을 사두고 다른 책을 읽느라 미처 듣지 못하고 있었습니다.(저는 전자책 듣기 기능을 이용해 귀독서를 합니다.) 예기치 못했던 정치사태를 맞아 정신없이 일하면서 문득 최고의 결정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한치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 어떻게 의사결정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답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또는 도대체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렸기에 공동체를 위험에 내모는 결정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책으로 들어가는 순간 기대대로 통찰과 지혜가 가득했습니다. 아니 과학적이며 철학적인 의사결정론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반응하지 말고 대응하라’는 조언에 무릎을 탁 쳤습니다. 반응을 보이는 것은 찰나의 충동심으로 감정에 기초해 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반면 대응은 사고와 인내를 수반합니다. 뒤로 물러서서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이 불러올 결과를 예상해보는 행동 방식입니다.

저자 로버트 루빈은 클린턴 정부 시절 재무부장관으로서 큰 업적을 거뒀습니다. 그에게 지적 영감을 줬던 라파엘 데모스 전 하버드대 교수가 누구인지를 이 책을 통해 알았습니다.

진영논리에 따라 증오와 분노에 찬 배설이 일상화된 한국의 공론장을 보면서 ‘반응하지 말고 대응을 하라’는 저자의 외침을 가슴속 깊이 새깁니다.

1.최고의 의사결정 비결은?

나는 시대를 풍미한 대단한 인물들과 알고 지내며 함께 일하며 수억 명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 왔다. 사람들은 나처럼 살아가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묻고는 한다.

라파엘 데모스 하버드대 철학과 교수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입문 철학 강의였다. 담당 교수님의 성함은 라파엘 데모스Raphael Demos였다. 나는 아직도 그분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한다. 백발의 교수님은 자그만 체구에, 참 다정한 분이셨다. 강단에서 커다란 쓰레기통을 뒤집어 강의대로 사용하셨고, 강의실을 가득 채운 열정 넘치는 학생들을 가르치셨다.

2.라파엘 데모스의 가르침

내가 보기에 교수님의 근본적인 목표는그 어떤 것도 완벽하게 증명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그런 시각 때문에 교수님이 냉소적이거나 허무주의적일 거라고 짐작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교수님은 비판적으로 사고함으로써, 세계의 복잡성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만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셨다.

3.데모스 회고 에세이 열풍

대학을 졸업하고 58년이 지난 2018년 내 인생에 중대한 충격을 준 이 강의에 대한 에세이를 뉴욕타임스에 기고하였다.

글이 신문에 실리고 나자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에세이는 지금까지 내가 써온 모든 글 중에 가장 널리 읽힌 글이 되었다. 타임스 웹사이트의 오피니언 섹션뿐 아니라 모든 카테고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사로 올랐다.

그토록 뜨거운 반응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4.최고의 결정

나는 교수님 한 분에게 들었던 한 개의 강의, 그 순간에 관해 썼을 뿐이지만, 내 모든 커리어와 삶을 통틀어 내가 늘 초점을 맞춘 질문을 다뤘기에 반응이 뜨거웠던 것이다.

대단히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계에서 어떻게 하면 마주한 문제를 최대한 깊이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긴박한 순간에 어떻게 하면 최고의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나는 50년이 넘도록 이 질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했다.

5.불확실한 세상에서

우리가 이룩해 낸 커다란 발전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불안정하다. 정치적 혼란과 역기능은 좋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나빠졌다.

21세기 들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세계적 불황, 사회의 거의 모든 것을 뒤집어 놓은 글로벌 팬데믹, 2020년 대통령 선거의 인준을 막으려는 국회의사당 무력 점거 사건,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후 질서를 깨뜨리려 유럽에서 발발한 지상전에 전 세계가 뒤흔들리고 있다.

6.시스템의 기능 저하

하지만 내 자녀들과 손자들이 직면할 위협은 지금 세대가 겪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동시에 내 세대가 위험 상황일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던 국가 및 초국가 정치 시스템의 기능은 오히려 떨어졌다.

7.번영과 낙관의 시기 망각

가장 우려되는 점은 오늘날 많은 젊은이가 평화와 번영이 당연하던 시기를 떠올릴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즉 세계적인 변화와 불안, 위험이 넘쳐 나는 이 순간 위기를 당면하고 휘청거릴 때, 많은 미국인은 나라의 미래가 번영과 낙관주의로 가득하던 시기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8.다시 근본적 질문

민주주의가 과연 최선의 정치 형태인가, 그리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가?

자본주의가 보편적이고 경제적인 복지와 성장 모두를 촉진하면서 그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사회에서 비즈니스의 역할은 무엇일까?

언론의 자유는 얼마나 중요한가?

21세기가 시작되고 내가 재무부를 떠났을 무렵, 세계 곳곳의 정치적 리더들은 이러한 질문에 이미 답했다고 믿는 듯했다. 하지만 지금, 오래된 논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9.사고방식의 변화 여정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오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덕에 나의 사고방식은 지난 20여 년간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나는 언제나 가설들을 점검하고 나의 입장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믿었다. 내가 지금까지 의심하지 않던 가설이라 해도 말이다. 대단히 혼란스러운 순간에는 특히 그렇다.

만약 우리가 커다란 논쟁을 해결하고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풀어내려면 반드시 열린 마음, 진지한 목적의식, 그리고 지적 정직성이 필요하다.

10.지적 정직성 intellectual honesty

아이디어의 습득, 분석, 전달에서 정직한 것. 문

제 해결의 응용 방법이라 할 수 있으며 편견을 갖지 않고 정직한 태도로 사실만을 추구하기, 사실을 추구하는 데 개인적 신념이나 정치를 개입시키지 않기, 자신이 모르는 내용은 솔직히 모른다고 인정하며 실수를 기꺼이 인정하기, 전문가가 아닌 분야에 전문가처럼 행동하지 않기 등의 특징이 있다.

11.오늘날의 토론은?

상당히 과열되어 있기만 하고 딱히 건설적이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첫째로, 우리에겐 생각하는 법에 대한 효과적인 지적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복잡함과 불확실성을 인지하면서도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접근법이 있어야 한다.

둘째로 비록 민주주의의 정치인들은 당파적, 정책적, 지적 분열을 넘어 함께 일하면서 사실과 분석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12.모 아니면 도

우리는 손쉬운 해결책을 약속하는 리더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걸 목격했다. 워싱턴 정치계뿐 아니라 미국인의 일상 전반에서 양극화 현상 때문에 중요한 정책 과제를 적절히 다루지 못했다.

또 잘 타협하지도 못했으며 함께 토론하는 일을 두려워하거나 기피하게 되었다.

13.두개의 나쁜 선택지

우리 앞에는 두 개의 나쁜 선택지만 남은 것 같다. 우리에게 닥친 문제가 너무 복잡하니 무력해지거나 복잡성은 무시하고 절대적이고 단순한 접근법으로 향하는 형편없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14.더 나은 방법 찾기

데모스 교수님의 강의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은 더 나은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돌아보면 나는 입문 철학 강의, 늦은 밤 다양한 주제를 놓고 벌이던 지적인 토론, 대학과 대학원, 로스쿨에서의 경험이 복잡한 세상을 충분히 숙려하도록 하는 기반이 됐다.

15.완전한 접근법이란 없다

불확실성과 살아가는 완벽한 접근법이란 없다. 하지만 오랜 세월 나에게 잘 통했던 접근법이니, 다른 사람에게도 유용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개하려고 한다.

또한 미국에 닥친 주요 정책 과제 그리고 투자, 관리와 관련된 문제, 필연적인 스트레스와 삶의 굴곡에 대처할 때도 이 접근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16.확률적 사고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내 접근법의 기초는 ‘확률적 사고’이다.

확률적 사고의 본질은 만약 그 무엇도 온전히 확실하지 않다면 의견은 확률로만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마켓에서, 정계에서 절대적인 의미의 ‘옳은’ 길을 선택하는 건 결코 내 목표가 아니었다.

대신 나는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결과를 고려하고, 각 경우의 확률을 계산해 비용 편익의 균형을 저울질한 다음, 최선의 결과가 나올 것 같은 선택지를 골랐다.

17.지적 정직성과 확률적 사고

하지만 내 경험상, 확률론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은 여전히 극소수다. 의사결정과 확률의 관계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들은 확률의 중요성은 인지하나 자기 것으로 습득하지는 못하기도 한다.

확률적 사고는 지적 정직성을 활용해야 하고 완벽한 답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은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기 싫어한다.

18.옐로우 노트 비법

세상을 확률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는 옐로우 노트(Yellow Pad)다.

옐로우 노트 활용 사례

한쪽 열에는 가능한 결과들을, 다른 열에는 각 결과의 추정 확률들을 손으로 적어 내려갔다.

내가 주식 시장에서 일할 때는 예상 결과를 대개 달러로 표시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각각 가능한 결과에 확률을 곱하고 그 숫자들을 합산해 경제학자들이 ‘기댓값’이라고 하는 숫자를 계산해 냈다.

옐로우 노트는 서로 다른 신념과 우선순위가 갈등을 빚을 때 균형을 잡는 법, 그리고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의사결정 방안을 분석하는 공통의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옐로우 노트는 단순한 계산 도구 그 이상이다.

옐로우 노트는 데모스 교수님의 강의실에서 시작했던 다양한 의사결정의 개인적 철학을 표현하는 나만의 방식이며 내가 직면한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법이다.

19.생각하는 방법에 대한 생각

옐로우 노트의 첫 번째 열에는 잠재적 결과를, 두 번째 열에는 연관된 확률을 적는다.

그리고 간단히 연산만 하면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두 개의 열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결정할 때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능한 결과의 현실적인 목록을 어떻게 생각해 낼 것인가?

확률에 대해 어떻게 판단을 내릴까?

우선순위를 두고 갈등할 때 어떻게 절충할 것인가?

그리고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잠재적인 시나리오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런 질문은 생각하는 방법에 대한 생각이다.

20.데모스 교수님에 바치는 책

어찌 보면 이 책이 교수님께 드리는 감사의 한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라파엘 데모스 교수님을 기억하는 방법으로 책을 쓰는 것외에 더 나은 선택지는 없는 것 같다.

이성과 합리성에 대한 교수님의 주장은 그때보다 지금 더 호소력이 짙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훌륭한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Posted in1주1책

[1주1책]유발 하라리의 넥서스,네트워크는 항상 켜져 있다 편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교수가 AI 시대의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하리리는 ‘사피엔스’를 통해 빅히스토리텔러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는 빅히스토리를 쉽게 풀이하면서 동시에 맥락을 정확하게 잡아내는 지적 매력을 한껏 발휘합니다.

하라리의 ‘넥서스’는 ‘호모 데우스’에 이어 정보와 AI 혁명의 의미와 본질을 꿰뚫고 인류에게 성찰의 포인트를 제시합니다. 디지털 시대는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24시간 켜져 있고, 모든 인류가 스마트폰으로 자발적으로 감시 데이터를 제공하는 시대입니다.

이런 흐름속에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AI이 인류 문명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깊이 성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멸종을 향해 달려가는 가장 영리한 동물, 우리 사피엔스는 생존과 번영의 길을 찾을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집니다.

아울러 하라리는 비인간 지능이 우리의 존재를 위협하는 현재, 우리는 연결을 잠시나마 끊고 네트워크의 실수를 바로 잡을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넥서스중에서 ‘집요하게: 네트워크는 항상 켜져 있다’편을 골라서 읽었습니다.

1.감시체제

인간은 감시받는 것에 익숙하다. 수백만 년 동안 우리는 다른 동물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감시와 추적을 받았다.

중앙 집중화된 관료주의 네트워크가 등장했을 때, 관료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국민 전체를 감시하는 것이었다. 진나라의 관료들은 백성이 세금을 내는지 반역을 모의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 가톨릭교회는 신자들이 십일조를 내는지 자위를 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

코카콜라 회사는 자사 제품을 구매하도록 소비자를 설득할 방법을 알고 싶어 했다. 통치자, 성직자, 상인은 우리를 통제하고 조종하기 위해 우리의 비밀을 알고 싶어 했다.

2.감시 메커니즘:데이터 수집과 분석

선의를 가진 관료 조직도, 억압적인 관료 조직도 두 가지 일을 해야 했다.

첫째는 우리에 대한 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다.

둘째는 그 모든 데이터를 분석하여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다.

고대 중국부터 현대 미국에 이르기까지 제국, 교회, 기업, 의료 제도는 수백만 명의 행동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하지만 모든 시대, 모든 장소에서 감시는 불완전했다.

3.감시의 기술적 한계

고대 진나라와 현대 소련 같은 전체주의 체제에서는 감시를 제한하는 법적 장치는 없었지만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잔혹한 독재자라도 모든 사람을 항상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갖지는 못했다.

1945년 이후 루마니아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정권 사례를 보자. 그는 2,000만 명의 루마니아 국민 모두를 표적으로 삼았지만 감시요원이 부족했을 뿐만아니라, 이들이 만든 보고서를 읽을 사람조차 부족했다.

세쿠리타테와 KGB의 진정한 힘은 모든 사람을 끊임없이 감시하는 능력이 아니라, 감시당하고 있다는 두려움을 심어주는 능력이었다. 그럴 때 사람들은 말과 행동을 극도로 조심하게 된다.

4.컴퓨터와 네트워크가 감시 역할

2024년 현재 우리는 도처에 깔린 컴퓨터 네트워크가 전 세계 인구를 하루 24시간 따라다니며 감시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는 수백만 명의 인간 요원들을 고용하여 우리를 감시하도록 훈련시킬 필요가 없다.

우리 스스로가 네트워크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정보원이기 때문이다. 컴퓨터 네트워크는 수많은 인간 활동이 모이고 교차하는 연결 고리 nexus가 되었다. 거의 모든 금융 거래, 사회적 혹은 정치적 거래의 중심에는 이제 컴퓨터가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결국 신의 눈을 피할 수 없었던 낙원의 아담과 이브처럼 감시의 눈길을 피할 수 없다.

5.분석역할, AI

머신러닝과 AI의 마법 덕분에 컴퓨터는 자신이 축적한 정보의 대부분을 스스로 분석할 수 있다. 인간은 평균적으로 1분에 약 250개의 단어를 읽을 수 있다.

2024년 현재 챗GPT와 메타 AI에서 개발한 대규모 언어 모델 라마Llama와 같은 언어 알고리즘은 분당 수백만 개의 단어를 처리할 수 있으며, 26억 개 단어를 두세 시간이면 ‘읽을’ 수 있다.

6.디지털 관료의 특징

비유기체 디지털 관료는 하루 24시간 ‘근무’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감시하며 우리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의료 제도, 경찰, 소비자를 조종하는 기업들은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병원이나 경찰서, 쇼핑몰에 갈 때처럼 특정 상황에만 우리 옆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 종일 우리를 따라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분석하고 있다.

물고기가 물속에 살듯이, 인간은 디지털 관료제 속에서 살아가며 끊임없이 데이터를 들이마시고 내뱉는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는 데이터 흔적을 남기고, 그것들은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 수집되고 분석된다.

7.눈동자 움직임 인식

눈동자의 움직임은 누군가가 자기 앞에 있는 사물과 상황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그 관심이 긍정적인지, 무관심인지, 부정적인지도 알려준다. 이를 토대로 정치부터 섹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가 무엇을 선호하는지 유추해낼 수 있다.

건강 상태와 다양한 물질의 사용 여부도 알 수 있다. 이런 정보는 분명 역사상 사생활 침해가 가장 심각한 전체주의 정권의 토대가 될 수도 있다.

8.스마트폰을 통한 감시

네트워크가 우리의 정치적 견해, 성격 특성, 성 지향성을 알고자 한다면, 뇌에 칩을 심어 심장과 뇌 안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감시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 뇌에 이식된 컴퓨터 칩에 대해 걱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오히려 사람들이 이런 음모론을 읽는 스마트폰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

누군가가 당신의 정치적 견해를 알고 싶다면 당신의 스마트폰에서 당신이 어떤 뉴스 채널을 보는지만 감시하면 된다.

9.사생활의 증발

인간이 인간을 감시하는 세계에서는 사생활이 기본값이었다. 하지만 컴퓨터가 인간을 감시하는 세계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사생활이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내국인이나 관광객이 델리, 베이징, 서울, 런던의 거리를 걷는 동안 그들의 움직임이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도시들과 그 밖에 전 세계의 많은 도시에는 1제곱킬로미터당 평균 100대 이상의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AI 기반 감시 기술은 시민을 하루 24시간 감시하고 어디서든 자동적으로 전체주의적 억압을 실행에 옮기는, 새로운 종류의 완전한 감시 체제를 탄생시킬지도 모른다.

10.평판시스템의 사생활 침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점수화하기 위한 비화폐 시스템이 존재했는데, 이것은 명예, 지위, 평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사회신용 시스템의 목적은 평판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을 표준화하는 것이다.

사회신용이란 이런 감시 방법을 레스토랑과 호텔에서 모든 것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가장 극단적인 유형의 사회신용 시스템에서는 모든 사람의 모든 행동을 계산해 평판 총점을 매기고 이 점수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결정한다. 사회신용 시스템은 전체주의적 통제 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있다.

11.항상 켜져 있는 컴퓨터와 네트워크

컴퓨터 네트워크는 항상 켜져 있다. 설령 네트워크가 선의를 가지고 있다 해도, 항상 ‘켜져’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인간과 같은 유기체에는 해가 될 수 있다. 연결을 끊고 휴식을 취할 기회를 빼앗기 때문이다.

유기체는 쉴 기회가 전혀 없으면 쇠약해져 죽는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끊임없이 가속하는 네트워크의 속도를 줄여 우리가 약간의 휴식을 가질 수 있을까?

12.네트워크를 바로 잡을 기회가 필요

컴퓨터 네트워크가 사회를 완전히 장악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이유는 단지 휴식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브레이크가 필요한 훨씬 더 중요한 이유는 네트워크를 바로잡을 기회를 갖기 위해서다.

정보는 진실이 아니다. 완전한 감시 시스템은 세상과 인간 존재에 대한 대단히 왜곡된 이해를 형성할 수 있다.

네트워크가 세상과 인간에 대한 진실을 발견하는 대신 자신의 막강한 힘을 이용해 새로운 종류의 세계 질서를 만들고 그것을 우리에게 강요할지도 모른다.

Posted in1주1책

[1주1책]상처받은 사람을 위한 미술관, 카미유 클로델 편

해외 여행을 가면 미술관과 도서관을 꼭 찾습니다. 역시 첫번째 방문코스는 미술관입니다. 올 5월 노르웨이 오슬로를 찾았을 때 에드바르 뭉크 작품을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에서 실컷 감상했습니다. 오슬로는 뭉크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뭉크의 발자취가 도시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을 찾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미술언어는 굳이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소통할 수 있는 만국공통언어입니다. 따라서 누구나 미술작품과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뭉크관에서 중간에 배치된 벤치에 앉아 한참동안 ‘절규’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가장 먼저 가슴속에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성이 떠올랐습니다. 마치 명상을 하듯이 호흡이 안정되면서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아마도 제가 뭉크의 작품을 보면서 절망, 애증,번민, 갈증, 열망 등 뭉크의 삶에 깊게 배인 감성과 대화를 나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명작이라고 부르는 예술품은 언제나 우리에게 깊은 울림과 위안을 줍니다. 무엇보다 상처받고 고통받는 마음을 치유해주는 마법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추명희 작가의 ‘상처받은 사람을 위한 미술관’은 위대한 예술가의 삶과 작품이 어떻게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한 편 한 편 읽다보면 예술가의 그들의 작품이 액자에서 뛰쳐나와 각자의 가슴속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이 책에서 ‘카미유 클로델’편을 찾아 읽었습니다. 로댕의 연인이자 여성조각가 카미유 클로델는 영화의 테마가 되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정작 그녀의 정신적 여정은 가려져 있습니다.

1.더 많이 사랑할수록더많이 고통받는다.

빈센트 반 고흐가 남긴 말이다. 하지만 영혼을 바쳐사랑한 죄로 지옥에 떨어져 버린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에게 더 들어 맞는 얘기다.

카미유는 근대 조각의 위대한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제자이자 모델, 그리고 연인이었다.

2.로댕과의 만남

로댕의 대표작 ‘생각하는 사람’의 고뇌의 무엇일까, 저마다 사유와 번뇌가 있을테지만 로댕에게 있어 그것은 아마도 카미유 바로 그녀였으리라.

1883년 마흔세살 로댕은 열아홉의 조각가 지망생 카미유를 본 순간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카미유에 매혹된 로댕은 대형 조각작품 ‘지옥의 문’을 제작하면서 카미유를 작업실에 합류해달라고 요청했다.

3.가질 수 없는 사랑

카미유는 아버지의 무한한 후원과 어머니의 냉대를 받으면서 자랐다. 카미유는 예쁜 얼굴과는 달리 폭퐁우같은 기질을 가졌고 내면에 어두운 심연을 간직하고 있었다.

로댕은 두 형제와 누이를 일찍 잃고 아버지마저 정신병으로 세상을 떠났다.카미유는 로댕의 쓸쓸한 눈빛에서 영혼의 결핍을 읽었고 그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싶은 모성애를 느꼈다.

서로에게 연민을 느끼는 순간 두사람의 사랑은 운명의 불길처럼 타오르기 시작했고 지옥의 문이 열리게 되었다. 가질 수 없는 사랑으로 몸부림치는 삶, 그것은 바로 지옥일 것이다.

4.지옥으로 가는 문

1885년 카미유는 로댕의 지옥의 문팀에 합류했고, 가장 중요한 부분인 손과 발 작업을 맡았다. 로댕은 카미유를 누구보다 석고를 잘 다루줄 안다면서 칭송함으로써, 카미유가 주변 사람으로부터 질투를 받기 시작했다.

로댕은 로즈 뵈레를 정부로 곁에 두고 있으면서도 카미유를 잃을까봐 불안해하면서 서약서 초안을 쓰기도 했다. 두 사람은 파리 외곽의 로댕의 저택에서 함께 작업을 하면서 사랑을 나눴다.

5.로댕에 가려진 카미유

로댕이 조각가로서 점점 명성이 높아질 수록 그의 연인 카미유의 조각가로서 존재감은 점차 희미해졌다. 그녀는 로댕의 뮤즈이지만, 로댕의 조수와 모델 정도로 인식되었다.

지옥의 문에 등장하는 다나이드는 카미유가 모델이다.

6.이별

로댕의 정부 로즈 뵈레가 어느날 카미유를 찾아와 로댕의 흉상을 집어던지고 난동을 부렸다. 이에 맞서 카미유가 로즈를 내동이치는 순간 로댕이 이를 목격하고 로즈를 부축하고 카미유를 떠났다.

카미유는 이 소동의 영향으로 배속의 아이까지 잃고 지옥 구덩이 깊은 곳으로 굴러떨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7.카미유와 드뷔시

로댕을 떠나보낸 카미유는 동생 폴의 소개로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를 만나 교제하였다. 둘은 함께 일본 우키요에 판화를 감상하면서 영감을 나눴었다. 그때 받았던 영감을 ‘파도’라는 제목으로 드뷔시는 교향곡에, 카미유는 조각(파도)에 담았다.

드뷔시는 카미유를 사랑했지만 그녀는 끝내 그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로댕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던 탓이다.

8.영원히 안녕

1898년까지 로댕와 카미유는 만남을 이어가다 1899년 카미유가 ‘성숙의 시대’라는 작품을 발표하면서 파국을 맞았다. 이 작품은 노파에게 이끌려가는 늙은 남자의 손끝을 무릎꿇고 애절하고 붙잡고 있는 모습을 닮고 있다. 누가봐도 로댕과 로즈, 그리고 카미유의 모습이었다.

로댕은 분노에 휩싸여 완전한 결별을 선언하였다. 자신의 말을 거역한 인간에게 신이 형벌을 내리듯이. 어쩌면 로댕은 카미유가 자신보다 더 뛰어난 조각가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는지도 모른다.

9.카미유의 분노

카미유는 로댕이 자신의 영감까지 훔쳐갔다며 분노에 휩싸인 채 거리를 돌아다녔다. 심지어 로댕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혔다. 로댕의 뮤즈는는 점점 미치광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카미유의 생활은 비참했다. 사람들은 로댕의 연인으로 인식하고 독자적인 예술가로 보지 않았다. 좌절과 절망끝에 1905년 정신착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1913년 아버지가 사망하자 동생 폴은 그녀를 정신병원에 보내버렸다. 카미유는 폴에게 살기가 너무 힘들고 시끄럽다 이곳을 나가 다시 조각을 하고 싶다고 애원했지만 폴은 외면했다.

10.로댕에게 카미유는?

로댕은 1916년 뇌졸증으로 쓰러지고 난 후 비로소 로즈와 결혼식을 올렸다. 2주후에 로즈는 세상을 떠났고 로댕도 1917년 겨울 일흔일곱의 삶을 마감하였다.

로댕은 죽기전 반수불수상태에서 로즈에게 “내 아내는 어디에 있지라”, “내 아내는 파리에 있어 돈이나 충분히 있는지”라고 말했다. 맥락에 따라 로즈를 보면서 추억속 카미유를 애타게 찾은 것으로 보인다.

11. 지옥에서 보낸 30년

카미유는 1943년 10월 병동의 차가운 쇠침대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장례식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고 무연고자로 공동매장되었다. 폴이 나중에 카미유 묘지를 찾았지만 공공개발지가 되면서 무덤이 사라져 버렸다.

카미유는 30년동안 사람의 기억에서 잊혀지면서 정신적으로 서서히 죽어갔다. 어쩌면 사람의 마음속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지도 모르겠다.

12.추명희 작가의 카미유를 위한 묘비명

사랑에 영혼을 바친 죄로 지옥에 감금된 불쌍한 카미유. 마음속에 그녀의 묘비명을 새겨본다.(카미유의 애칭 깜)

깜, 나를 부수지 말아줘

당신의 어깨가 춤을 추는 것을 보고 싶어

나의 얘기를 듣는 당신의 눈 당신의 그늘진 손가락을

사랑하는 깜, 이제 로댕은 돌아오지 않아

Posted in1주1책

[1주1책]일론 머스크, 위기의 프리먼트 편

2024년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카멀라 해리스를 꺾고 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에 거액의 선거자금을 대며 핵심 공신 반열에 올랐습니다.

트럼프 당선자는 머스크를 ‘슈퍼 천재’라고 추겨세우면서 정부효율성부 장관으로 지명했습니다. 정부효율성부는 이름 그대로 연방정부 조직을 대대적으로 혁신하는 일을 맡고, 그 조직의 수장직에 머스크가 오른 것입니다.

머스크는 장관에 지명되자 마자 트위터에 함께 일할 사람 모집 공고문을 올렸습니다. 주 80시간 무보수로 일할 슈퍼 천재를 모집한다는 내용입니다. 머스크는 평소 스타일그대로 428개 연방조직을 99개로 줄임으로써 2조달러 재정을 절약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정부는 머스크로 시작해 머스크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머스크는 경영자로서 스티브 잡스와 제프 베조스를 합친 인물입니다. 편집광적 집착은 잡스 DNA를, 커맨드앤컨트롤 성향은 베조스 DNA입니다.

트럼프 당선을 보면서 월터 아이작슨의 ‘일론 머스크’평전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머스크가 정부효율성부를 어떻게 이끌지에 대한 단서를 풍부하게 담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아마 트럼프가 강제로 쫓아낼 때까지 연방정부 조직을 자신의 놀잇감 삼아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머스크 평전중 ‘위기의 프리먼트 공장’편에서 머스크의 생산 알고리즘을 주목하여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머스크 생산 알고리즘

머스크의 생산 알고리즘 테슬라에서든 스페이스X에서든 머스크가 주도하는 생산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은 그가 주문처럼 되풀이해 읊조리는 ‘알고리즘’이라는 말을 들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의 알고리즘, 즉 제반 문제 해결의 절차 및 방법은 네바다와 프리몬트 공장에서 생산량을 급격히 증대하는 과정에서 그가 얻은 교훈에 따라 형성된 것이었다.

그의 중역들은 때때로 마치 신부를 따라 기도문을 읊조리듯 입술을 움직여 그 계명들을 입에 담는다. 머스크는 말한다.

“내가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같은 말을 반복한다고들 하지만, 나는 이것만큼은 짜증날 정도로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머스크의 알고리즘에는 다섯 가지 계명이 있다.

1. 모든 요구사항에 의문을 제기한다.

모든 요구사항에는 그것을 만든 사람의 이름이 나와야 한다. 법무당국이나 안전당국과 같은 부서에서 나온 요구사항은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해당 요구사항을 만든 실제 인물의 이름을 알아야 한다. 그런 다음 그가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똑똑한 사람들의 요구사항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가장 위험하다.

나의 요구사항에도 항상 의문을 제기하라. 그런 후 그 요구사항을 덜 멍청하게 만들어라.

2. 부품이든 프로세스든 가능한 한 최대한 제거하라.

나중에 다시 추가해야 할 수도 있다. 사실, 10퍼센트 이상 다시 추가하지 않게 된다면 충분히 제거하지 않은 것이다.

3. 단순화하고 최적화하라.

이는 2단계 이후에 수행해야 할 과정이다.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부품이나 프로세스를 단순화하고 최적화하는 것이다.

4. 속도를 높여 주기를 단축하라.

어떤 프로세스든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작업은 앞의 세 단계를 수행한 이후에 수행해야 한다.

테슬라 공장에서 나는 특정 프로세스를 가속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 이후에야 비로소 애초에 제가 했어야 했던 것임을 깨닫는 실수를 저질렀다.

5. 자동화하라.

이는 마지막 단계에 해야 할 작업이다. 네바다와 프리몬트에서 내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모든 단계를 자동화하는 것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모든 요구사항에 의문을 제기하고, 부품과 프로세스를 제거하고, 버그에 대한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어야 했다.

이 알고리즘은 때로 몇 가지 부수 사항을 수반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6.모든 기술 관리자는 실무 경험을 갖춰야 한다.

예컨대 소프트웨어 팀 관리자는 업무 시간의 20퍼센트 이상을 코딩에 할애해야 하고, 태양광 지붕 관리자는 일정 시간 이상 지붕에 올라가 설치 작업을 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을 타지 못하는 기병대장이나 칼을 쓸 줄 모르는 장군과 같아진다.

7.동지애는 위험하다.

서로가 서로의 일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게 만든다. 동료를 내다 버리고 싶지 않은 성향도 형성된다. 이는 경계하고 피해야 할 사항이다.

8.틀려도 괜찮다.

다만 잘못된 것을 옳다고 우겨서는 안 된다.

9.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팀원에게 부탁하지 마라.

10.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을 때마다 경영진을 만나려 하지 마라.

경영진 바로 아래 직급의 간부 또는 당신의 두 직급 위 관리자부터 만나서 해결책을 강구하라.

11.직원을 채용할 때는 올바른 태도를 가진 사람을 찾아야 한다.

기술은 가르칠 수 있지만 태도를 바꾸려면 뇌 이식이 필요하다.

12.광적인 긴박감이 우리의 운영원칙이다.

13.유일한 규칙은 물리 법칙에 따른 것들뿐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은 권장 사항이다.

Posted in1주1책

[1주1책]박태웅의 AI강의_오리지널의 실종 편

박태웅 작가(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는 언론인출신입니다. 닷컴 버블시절에 언론사를 떠나 인터넷 회사를 창업하여 IT회사 경영자로 변신하였습니다. 박태웅작가 이름을 다시 주목하게 된 것은 ‘눈 떠보니 선진국’이라는 책을 통해서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박작가가 경영의 세계에서 다시 저널리즘의 세계로 귀환했다고 느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어쩌다 선진국이 되버린 한국이 진짜 선진국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논했습니다.

박작가는 2023년 ‘박태웅의 AI강의’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박작가는 챗GPT의 등장으로 인해 거대언어모델과 생성형 AI가 대세를 이루는 것을 보면서 특유의 호기심과 학습력을 발휘하여 복잡한 생성형 AI흐름을 잘 정리하여 호평을 받았습니다.

박작가는 올 9월에 다시 ‘박태웅의 AI강의 2025’라는 제목으로 업그레이드 버전을 출간하였습니다. AI이슈의 경우 관련 기사를 매일 읽는 것보다 정보와 인사이트를 종합화한 책 한권을 차분하게 읽는 것이 AI흐름 이해에 더 도움이 됩니다.

그는 인공지능 관련 동향을 계속 추적하면서 핵심 이슈를 정리정돈하는 저널리스트다운 솜씨를 발휘합니다. 이를 테면 그는 뉴스의 단편성과 일시성을 잘 보완해주는 서술 방식을 구사하면서 나아가 우리가 생각해야할 포인트도 잘 짚어줍니다.

저는 인공지능의 윤리 중 ‘오리지널의 실종, 검색의 종말’편을 골라서 발췌독서하였습니다.

1.오리지널의 실종

거대한 생성형 인공지능이 대세가 되면 우리는 어떤 것들을 보고 겪게 될까요? 미래를 다 예측하긴 어렵지만, 분명해 보이는 여러 가지 일들 중 첫 번째는 바로 ‘오리지널의 실종’입니다.

2.실험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의 하타야 류이치로 연구팀이 〈대규모 생성모델이 미래의 데이터 세트를 손상시킬 것인가?〉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대규모 텍스트-이미지 생성모델인 달리2DALL・E 2,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등의 인공지능이 사람이 그린 그림 대신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로 학습하면 어떻게 될까를 실험했습니다.

AI 생성 이미지를 각각 0퍼센트, 20퍼센트, 40퍼센트, 80퍼센트씩 섞은 데이터 세트를 만들어 AI 이미지 프로그램을 학습시켰습니다.

3.인공지능의 성능 저하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사람이 만든 원본 이미지로만 학습한 생성모델이 만든 1,000개의 이미지 중 75.6퍼센트가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이미지였습니다. 이 비율은 AI가 생성한 이미지가 많이 섞일수록 낮아져서, AI가 생성한 이미지가 20퍼센트 섞인 데이터로 학습한 AI는 74.5퍼센트, 40퍼센트에선 72.6퍼센트, 80퍼센트에선 65.3퍼센트로 성능이 떨어졌습니다.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 많아질수록 인공지능의 성능이 나빠지는 현상입니다.

4. 종의 근친 교배와 같은 현상

인공지능이 만든 데이터로 학습한 인공지능이 대를 거쳐 가면서 아주 쉽게 붕괴한다는 것을 확인한 다른 논문도 있습니다.

옥스포드대학교의 컴퓨터 과학자 일리아 슈마일로프Ilia Shumailov 등이 쓴 〈재귀적 생성 데이터로 훈련한 인공지능 모델의 붕괴AI models collapse when trained on recursively generated data〉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생성한 학습 데이터로 훈련한 인공지능은 마치 종의 근친교배와도 같이 붕괴해버립니다.

5.오차 증폭

생성모델은 자신이 생성한 데이터로 훈련을 거듭할 수록 점차 원본 데이터의 분포를 잃어가게 되는데 특히 분포의 꼬리부분, 즉 빈도가 낮은 부분을 쉽게 잃게됩니다. 대를 거듭할 수록 오차가 증폭되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통계적 오차: 충분히 많은 예시를 보지 못해서 생기는 오차

둘째, 표현력 오차: AI 모델이 복잡한 현실을 완벽히 표현하지 못해서 생기는 오차

셋째, 근사 오차: AI가 학습하는 방식 자체의 한계로 인한 오차

이 세 가지 오차가 쌓이면서 AI는 점점 현실과 멀어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모델 붕괴 현상입니다.

이런 현상이 심각한 것은 인터넷에서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콘텐츠의 양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6.표절작 폭증

세계적인 SF 출판사 클라크스월드Clarkesworld가 넘쳐나는 표절작 때문에 신작 공모를 무기한 중단했다고 〈가디언〉이 2023년 2월 21일 보도했습니다.

표절작이 무려 전체의 38퍼센트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창업자이자 편집장인 닐 클라크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표절작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평상시에는 10여 편의 표절작이 접수될 뿐이었지만 챗GPT가 발표된 후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7.인공지능 생성 콘텐츠 비중

오리지널리티.AIoriginality.ai라는 곳에서 2019년부터 현재까지 구글 검색 결과에 얼마나 많은 인공지능 생성 콘텐츠가 포함돼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16 500개의 인기 검색어에서 상위 20개 검색 결과를 수집해 그중에서 인공지능이 생성한 콘텐츠의 비중을 조사합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2019년 2월 2.27퍼센트에 그쳤던 인공지능 생성 콘텐츠의 비중은 2023년 6월 7.12퍼센트가 되더니, 2024년 6월에는 13.95퍼센트로 치솟습니다. 5년 사이 여섯 배, 최근 1년 사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8.구글 검색 트래픽도 잠식중

구글은 현재 검색 결과 상단에 AI가 정리한 주요 정보와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링크가 포함된 ‘AI 개요’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2024년 6월 현재 전체 질의의 15퍼센트에 표시되고 있지만 한때는 84퍼센트까지 올라간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그 정보들이 담긴 원본 사이트를 방문하는 비율이 줄어들기 시작하게 됩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18퍼센트에서 심한 곳은 64퍼센트까지 트래픽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웹은 이미 인공지능이 생성한 저품질의 콘텐츠로 넘쳐나기 시작했습니다. 상위 검색 결과의 10퍼센트 이상을 이미 AI가 가져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양질의 자체 콘텐츠를 생산하는 곳으로 가는 트래픽을 구글이 AI 개요로 또 가로채버립니다.

9.개발자 공동체의 붕괴

스택오버플로Stack Overflow라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모든 개발자는 스택오버플로 탭을 열어두고 있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전 세계의 개발자들이 개발을 하다 궁금한 게 생기거나 막힌 곳이 있으면 물어보고 답하는 게시판입니다.

챗GPT가 발표된 뒤 이 스택오버플로의 방문자 수가 급감하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모든 개발자들이 한두 번쯤은 스택오버플로에 올라온 코드를 그대로 복사해 사용한 적이 있는 훌륭한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10.생성형 인공지능의 모순

문제는 챗GPT가 프로그래밍을 학습한 대상이 바로 이 스택오버플로였다는 겁니다. 온라인 코드 저장소인 깃허브GitHub와 스택오버플로는 인공지능이 개발 공부를 하기 가장 좋은 두 개의 사이트였습니다. 그렇게 공부한 챗GPT가 스택오버플로의 트래픽을 빼앗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몇 년 후의 인공지능들은 오리지널 학습 데이터를 찾는 데 아주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또 하나의 오리지널을 무너뜨리는 장면을 보고 있습니다.

Posted in1주1책

[1주1책]송길영의 호명사회,작아지는 조직,커지는 사람

‘시대 예보:호명사회’ 저자 송길영은 빅데이터 수집과 분석 전문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송작가는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데이터를 분석해 수면아래 움직임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능력을 발휘하였습니다.

수년전 송작가는 자신의 직업을 ‘마인드 마이너 Mind Miner’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사람의 진짜 마음을 읽을 수 있음을 그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그는 빅데이터 분석력에 뛰어난 글과 말솜씨를 더해 메가트렌드 전문가로 다시 발돋움하였습니다. 2023년에 펴낸 ‘시대 예보’ 핵개인의 시대’에서 책 제목에 시대 예보라는 말을 붙였습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날씨를 예보하듯이 앞으로 닥칠 미래를 예보하겠다는 의미를 그런 표현에 담은 것입니다.

호명사회는 핵개인의 시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핵개인의 시대란 조직보다 개인이 삶의 주체가 되는 것을 뜻합니다. 송작가는 핵개인의 시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각 개인이 자신의 이름으로 삶의 통제권을 행사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보합니다.

호명사회는 연세대 모종린 교수의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와 비슷한 시대관을 갖고 있습니다. 개인이 자신의 이름으로 독립적으로 먹고 사는 방식중의 하나가 크리에이터입니다. 핵개인과 크리에이터는 글로벌 플랫폼을 무대로 삼아 삶의 통제권을 스스로 행사하고 서로 연대하고 협력한다는 측면에서도 두 책은 같은 지향점을 갖고 있습니다.

호명사회에서 ‘작아지는 조직, 커지는 사람’편을 골라서 10줄로 요약했습니다.

1.충TV와 김선태

충주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충TV의 구독자 수는 지자체 채널로 한국 1위를 넘어, 운영자의 설명에 따르면 아시아에서도 가장 많은 숫자라 합니다. 2019년 시작한 ‘충TV’ 채널에는 5년 남짓한 기간 동안 300개에 육박하는 동영상이 올라왔고, 총 3억 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의 이름입니다. 많은 기사와 유튜브 동영상은 기관의 성취를 설명하며 지방자치단체장을 거론하기보다 운영자인 ‘김선태 주무관’의 공을 언급합니다.

2.조직이 아니고 개인의 성과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개인의 성과라는 면을 넘어서 그것을 바라보고 수용하는 시민들의 태도 변화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일 것이라는 온라인의 댓글에 많은 ‘좋아요’ 버튼이 눌리고, 김선태 주무관의 노력과 성과를 존중과 인정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이들이 이전보다 늘어났습니다.

김선태 주무관은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7년 만에 9급에서 6급으로 고속 승진을 하였습니다. 많은 젊은 세대는 ‘노력하고 성과를 낸 사람을 인정하자’고 고속승진을 긍정적으로 수용합니다.

조직과 소속에 개인의 이름이 가려지는 일이 당연했던 지난 시대의 관점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3.선 업로드 후 보고

김선태 주무관은 보수적인 공직 사회에서 ‘윗선의 결재’가 창의력 구현에 가장 큰 어려움임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충주시 채널은 ‘선(先)업로드, 후(後)보고’라는 무(無)결재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김 주무관은 이와 같은 시스템이 충주시 유튜브 채널의 성공 요인이라고 설명합니다. 충

4.김선태 활약의 영향력

김선태 주무관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경험을 전달하며 이제 새로운 씨앗이 뿌려지고 있습니다. 한국철도공사와 양산시를 비롯한 많은 공공기관이 그가 깬 금기에 화답하며 창의적인 콘텐츠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일을 맡고 있는 담당자들 역시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기관과 소속의 명칭뿐 아니라 만든 사람들의 이름에 집중하는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반응에 고무된 이들은 더욱 창의적인 콘텐츠를 기획하며 스스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5.유동화와 극소화

그간 우리 사회의 조직이 지닌 빙산과 같은 완고함에 이제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유동화와 극소화가 조직은 더 작아지고 개인은 더 커지도록 사회를 이끌고 있으며, 이제 조직의 이름이 있던 자리에 개인의 이름이 대체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복수의 직업을 동시에 가지거나 은퇴를 미루며 생업을 이어가는 이들의 숫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조직을 넘어 나의 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개인의 각성을 이끌어 내게 됩니다.

6.개인의 연결

그리고 극소화는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연결성이 조밀해지며 타인에게 부탁할 필요가 줄어드는 것, 즉 조직의 규모가 작아지는 현상입니다. 매일 같이 새로운 발견과 발명이 우리의 눈을 유혹할 만큼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DTP(DeskTop Publishing, 탁상출판) 시스템의 개발로 형성된 1인 출판사 같은 것이 그 직접적인 예시였고, 혼자서 미디어 회사를 운영하는 예제까지 더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직의 극소화는 조직을 1인 기업까지 축소시킬 수 있고 몇몇 창작 업종을 넘어선 영역으로까지 그 범주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7.직급 삭제 흐름

이미 한국의 조직은 이러한 시스템을 준비해 오고 있었습니다. 직급으로 서로를 부르던 계층적 사고를 없애기 위해 직급을 단일화하고 호칭으로 ‘프로’나 ‘매니저’를 채택한 기업들이 늘어난 것입니다.

호칭에서 경직된 사고가 시작된다고 생각한 기업들은 ‘님’이라 부르거나 영어 이름,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르는 문화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도들 역시 수직적 위계는 없애려 하나 기존의 집단적 사고의 전제는 남겨놓은 것이었습니다.

8.공유와 협의

각자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다른 이들과 대등한 협력을 해나갈 수 있다면 업무 지시와 결재는 각각 공유와 협의라는 말로 대체될 수 있습니다.

‘결재’라 불리는 상급자로부터의 업무 승인 절차 역시 일부 조직에서는 자율과 책임이라는 규범을 중심으로 해체하려는 도전적 시도에 나섰습니다.

9.이름을 걸고 하는 것

다시 말해 각자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옳기 때문이 아니라, 각자가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 우월하기 때문에 조직은 이러한 대등함과 호명의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 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다시 찾은 이들은 그 이름을 알리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맹렬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이름을 갖고 조직을 떠나 독립하라는 메시지가 아닌 조직에서도 열심히 한다면 자기 이름을 드높일 수 있다는 선언으로서, 조직의 생명력을 더욱 건강하게 지속시킬 방법이 됩니다

10.’이름’을 주목하자

세상은 이미 조금씩 그렇게 변하고 있습니다. 수장의 이름만 알려졌던 수많은 조직에서 뾰족한 성과를 내는 구성원의 이름을 부르고 인지할 수 있게 된 수많은 사례가 그 변화의 조짐을 설명합니다.

김선태 주무관의 사례와 같이 가장 보수적이라고 여겨졌던 공무원 사회에서마저 나타난 그 조짐은 다른 조직을 자극하여 균열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혼종이라 여겨졌던 이들이 시간을 돌이켜 보면 선구자였던 경우를 우리는 여러 차례 경험했습니다. 작아지는 조직과 커지는 사람의 역학 관계와 곳곳에서 눈에 띄는 ‘이름’들을 주목해서 살펴봐야 할 이유입니다.

Posted in1주1책

[1주1책]위임의 기술, 나의 업무대응은 건강한가?

‘위임의 기술’(저자 김진영)은 눈에 띄는 제목입니다. 어떤 조직이든지 위임은 정말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위임을 적절하게 잘 활용하면 일하는 사람이 주인 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습니다. 또 자기 주도적으로 일을 하면서 실무를 빠른 시간에 익힐 수 있습니다.

반면 위임하는 리더입장에서 위임은 늘 불안한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혹시 내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일을 하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또 나의 눈을 가리지 않을지 우려하기도 합니다.

실제 리더가 일을 수행하다 보면 위임을 통해 성과를 거두기도 하고, 위임 관리를 잘못해 마감을 맞추지 못하거나 윗선 보고에서 혼이 나기도 합니다.

따라서 리더는 위임을 적절히 잘 활용하는 기술이 있다면 정말 배우고 싶어할 것입니다.

위임의 기술에서 발췌독서한 대목은 나의 업무 대응 건강한가 편입니다. 저자가 제시한 10개의 질문에 대해 예스와 노로 답변을 해보고,몇개 정답을 맞췄는지를 체크해보세요.

10개의 질문은 리더가 일할 때 겪는 위임관련 모든 문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셀프 진단을 한 다음에는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결국 위임의 기술입니다.

나의 업무대응 건강한가? 셀프 체크 방법

업무 대응(소통) 수준을 간단하게 진단하는 항목 10개에 대해 ‘YES’와 ‘NO’로 답하세요.

진단 항목

① 업무 결과에 명확한 상(像)이 그려지지 않을 경우 본인 상태를 직원에게 솔직하게 얘기한다.

② 업무 지시는 담당자별로 일을 바로 배분하면서 시작한다.

③ 특정 직원에게 업무가 몰리는 현상이 지속된다.

④ 상사에게 급한 업무 지시를 받았을 때 직원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처리하곤 한다.

⑤ 회의 시 나의 발언은 전체 발언 시간 대비 50%가 넘는다.

⑥ 주요 업무가 종료되면 구성원과 리뷰 시간을 갖는다.

⑦ 직원이 수행할 업무를 상사인 내가 처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⑧ 내가 위임한 업무를 중간중간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⑨ 교정이나 보완이 필요한 직원을 향한 피드백에 어려움을 느낀다.

⑩ 권한이 위임된 경우 업무를 수행한 직원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정답

① YES ② NO ③ NO ④ NO ⑤ NO

⑥ YES ⑦ NO ⑧ YES ⑨ NO ⑩ NO

권장되는 답을 8개 이상 맞췄다면 업무 소통이 원활하고 효율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5~7개는 업무 소통이 중간 수준입니다.

4개 이하라면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상황입니다.

Posted in1주1책

[1주1책]대화의 힘, 대화할 때 뇌에서 벌어지는 일 편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은 세계 출판 시장에서 습관 테마 붐을 일으켰습니다.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 두히그는 저널리스트답게 습관 분야 논문을 폭넓게 인용하면서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 회장, 알코아 폴 오닐 회장 등 여러 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습관 테마를 폭넓게 다뤘습니다.

특히 미군, 타깃, 스타벅스, 음반사 등 여러 조직이 습관 이론을 인력관리과 마케팅에 어떻게 활용하는가를 비중있게 다뤘습니다.

습관의 힘은 전 세계 자기계발서 독자들에게 습관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만들고 습관에 관한 한 최고의 책으로 손꼽히며 21세기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습관 바꾸기 붐을 일으킨 두히그 이번에는 ‘대화의 힘’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 책의 원 제목은 ‘슈퍼 커뮤니케이터 Super Communicator’입니다. 두히그는 아주 뛰어난 커뮤니케이터 공통점을 찾아내고 아울러 뇌과학 성과를 바탕으로 대화 스킬 비법을 소개합니다.

사람이 언어를 통해 대화할 때 뇌에서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분석한 장을 골라서 읽었습니다.

1.대화할 때 뇌에서 일어나는 일은?

슈퍼 커뮤니케이터가 어떻게 저 일들을 해내는지 알아보려면 먼저 대화를 할 때 우리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유형이 다른 대화 중에 정신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연구했고, 그 결과 대화의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른 신경망과 뇌의 부위가 활성화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이 하는 대부분의 대화는 크게 다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2.3가지 유형의 대화

실용적인 의사 결정을 위한 대화, 감정을 나누는 대화, 사회적 정체성에 대한 대화로 정리되는 이 세 가지 유형의 대화는 각각 다음 질문으로 가장 잘 요약할 수 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어떤 기분인가?

우린 누구인가?

각 대화는 서로 다른 유형의 마인드셋과 정신의 처리 과정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구체적인 선택의 문제를 논의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를 대화하고 있을 때와 감정에 관한 얘기, 즉 ‘어떤 기분인가?’의 대화일 때는 뇌의 서로 다른 부위가 활성화된다.

이때 정신이 대화 상대의 뇌와 일치하지 않으면 서로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끼게 된다.

3.의사결정 마인드셋

첫 번째 마인드셋, 즉 의사 결정 마인드셋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의 대화와 직결된다. 이 마인드셋은 선택하거나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또는 계획을 검토할 때처럼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할 때 활발해진다. “이제부터 샘의 성적을 어떻게 올려야 할까?”라고 말할 때는 뇌의 전두엽 통제 네트워크, 즉 사고와 행동의 명령 중추가 활성화된다.

상대방이 한 말을 평가하려면 일련의 결정을, 그것도 무의식적으로 내리는 한편 그 이면의 동기나 욕구까지 파악해야 한다.

“이 대화가 진지한 것인가, 아니면 장난스러운 것인가?” “상대에게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듣고만 있어야 할까?” 이렇듯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의 대화는 미래를 생각하고, 선택지를 협상하고, 지적인 생각을 토론하고, 이 대화에서 각자 진짜 이야기하고 싶은 것, 즉 대화의 목표와 그것을 논의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데 필수적이다.

4.감정적 마인드셋

두 번째 마인드셋인 감정적 마인드셋은 ‘어떤 기분인가?’를 나누는 대화에서 나타나며, 뇌에서 측좌핵, 편도체, 해마 같은 신경 구조를 활용한다. 재밌는 얘기를 하거나 배우자와 말다툼할 때, 또는 대화 중에 자부심이 샘솟거나 슬픔이 북받칠 때가 바로 감정적 마인드셋이 작동 중인 때이다. 친구가 직장 상사에 대해 불평할 때 그가 원하는 것은 충고가 아니라 공감이라는 걸 아는 것도 마인드셋이 ‘어떤 기분인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5.사회적 마인드셋

세 번째 대화 마인드셋인 사회적 마인드셋은 사람들 간의 관계를 논의할 때, 즉 자신이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자기가 자신을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관해, 그리고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에 관해 이야기할 때 나타난다. 이것이 ‘우린 누구인가?’의 대화이다.

예를 들어 직장 내 정치를 두고 뒷담화하거나 상대와 함께 아는 지인이 있는지 물어볼 때, 또는 종교나 집안 배경, 그 밖의 정체성이 자기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설명할 때 우리는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를 사용한다.

이 네트워크는 신경과학자 매슈 리버먼Matthew Lieberman이 쓴 것처럼 “타인에 관해, 자신에 관해, 자신과 타인의 관계에 관해”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학술지 「휴먼 네이처Human Nature」에 실린 1997년 논문에서는 대화의 70퍼센트가 사회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대화 중에는 사회적 마인드셋이 우리가 듣는 방식과 말하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형성한다.

6.3가지 마인드셋의 얽힘

이 세 유형의 대화와 각각에 대응하는 마인드셋이 서로 깊이 얽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종종 한 대화에서 세 가지 유형을 모두 사용하곤 한다. 대화가 진행되면서 마인드셋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친구가 직장 문제로 조언을 구하면서 시작된 대화가(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그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내용(어떤 기분인가?)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엔 다른 사람들이 이 문제를 알게 되었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를 얘기하며(우린 누구인가?) 끝이 난다.

소통상의 오해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유형의 대화에 참여할 때 발생한다. 상대가 감정을 말하는데 나는 현실을 말하면 두 사람은 본질적으로 다른 인지 언어를 사용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퇴근하고 집에 가서 배우자에게 상사를 욕했는데(“부장님 때문에 돌아버리겠어!”) 상대가 실질적인 방책을 들이민다면(“점심을 한번 대접하면 어때?”) 상대와의 연결이 아닌 충돌이 일어나기 쉬운 게 그래서이다(“지금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게 아니잖아! 그냥 내 심정을 좀 알아달라고”).

7.동기화 능력

슈퍼 커뮤니케이터는 서로 소통하는 방식이 일치하게 격려함으로써 동기화를 유도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일례로 심리학자들이 기혼 부부를 조사했더니 가장 행복한 부부는 서로의 대화 방식을 맞춰가고 있었다.

저명한 심리학 교수 존 가트먼John Gottman은 「저널 오브 커뮤니케이션Journal of Communication」에 “결혼 생활에서 배우자와 친밀감을 유지하는 기본 메커니즘은 대칭이다”라고 썼다.

8.행복한 부부의 대화법

행복한 부부는 “화자의 관점이나 말의 내용이 아니라 화자의 정서 상태에 맞추어 소통한다”. 그들은 서로 질문을 많이 하고30 상대가 말한 것을 반복하고 긴장을 푸는 농담을 하고 함께 진지해진다.

지금부터 배우자와의 대화가 다툼으로 번지는 순간이 오면 이렇게 슬쩍 물어보자. “지금 당신은 기분을 말하고 싶어? 아니면 우리가 함께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거야? 아니면 혹시 내가 모르는 다른 문제가 있어?”

9.매칭 원리

소통이 연결과 일치에서 온다는 가장 기본적인 이 사실은 ‘매칭 원리Matching principle’로 정리되었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상대와의 이야기가 어떤 종류의 대화인지 인지한 다음 서로 맞춰야 한다는 내용이다. 만약 상대가 아주 기본적인 수준에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면 함께 감정을 표현한다.

상대가 결정을 내리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면 그 내용에 함께 초점을 맞춰라. 상대가 사회적 파장에 신경 쓰고 있다면 거기에 같이 몰두하라.

10.상대방에 맞춘다는 것

상대와 맞춘다는 것이 단순한 모방이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우리는 상대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원하며, 그들이 누구인지 온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에는 어떤 식으로 자신을 공유해야 상대와 맞출 수 있을지를 알아야 한다. 서로 일치하고 연결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대화가 시작된다.

Posted in1주1책

[1주1책]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 윌리엄 모리스 편

모종린 교수는 한국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일찌감치 미국 유학길에 올라 코넬대학과 스탠퍼드를 졸업한 국제파 학자입니다. 그의 주 무대 역시 영어로 강의하는 연세대 국제대학원입니다.

그런데 모교수는 어느날 백팩을 메고 한국의 골목길 탐험을 시작합니다. 이 탐험을 계기로 ‘골목길 자본론’을 발간하면서 자신을 ‘골목길 경제학자’로 변신시킵니다.

산업혁명이후 도시화란 낡은 동네를 싹 허물고, 그 자리에 고층 빌딩과 규격화된 주거시설, 쇼핑시설을 세우는 것을 뜻합니다. 꼬불꼬불한 골목길과 쓰러질 듯 낡은 낮은 건물은 혁신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먹고 살만해진 사람들은 사라진 옛 동네를 그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테면 광화문과 종로사이 길고 좁은 골목 양쪽에 늘어서 있던 피마골이 종로 재개발로 인해 사라지자, 생선구이 냄새 가득했던 골목길 풍경을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습니다.

모교수는 서울 시내에 남아 있는 골목길부터 시작해 전국 방방곡곡 골목을 찾아 다니며, 골목길에 숨어 있는 재미와 혁신성을 찾아냅니다. 그는 한 발 나아가 골목이 단순한 레트로 상품이 아니라, 로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혁신 플랫폼이라고 주장합니다.

모교수는 새 책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에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크리에이터가 만들어내는 삶의 풍요로움과 역동성을 소개합니다. 블로그에서 출발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무대로 삼아 화수분처럼 등장하는 크리에이터가 기존 경제를 어떻게 바꾸는가를 분석합니다.

그는 대기업과 같은 조직에서 독립하여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콘텐츠화하여 먹고사는 크리에이터의 사상적 뿌리를 영국 19세기 사상가인 윌리엄 모리스에서 찾습니다.

모리스는 영국의 산업화 흐름을 비판하면서 손과 노동을 통해 인간성을 찾자는 미술공예(Art and Craft)운동을 창시하였습니다.(서울에도 영국의 모리스와 미술공예운동과 연결된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이 스토리를 다른 글을 통해 소개하겠습니다.)

모교수의 새 책에서 윌리엄 모리스편을 골라서 읽고 10줄로 요약하였습니다.

윌리엄 모리스와 크리에이터주의의 기원 편

1.크리에이터 경제의 본질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고 흔히 말한다. 크리에이터 경제도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크리에이터 경제의 지향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크리에이터 경제의 본질은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이다.

크리에이터에게 “왜 이 직업을 선택했나요?”라고 물으면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키워드가 많지만 이를 몇 단어로 정리하면 ‘아름다움, 의미, 재미의 창조와 융합’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줄여야 한다면 ‘개인의 창조와 느슨한 연대’, 또는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로 압축할 수 있다.

2.19세기 미술공예(Art and Craft) 운동

윌리엄 모리스는 존 러스킨과 함께 19세기 미술공예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문학, 평론, 공예, 디자인,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르네상스맨이지만, 한국에서는 현대 디자인의 아버지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19세기 자본주의와 기계문명에 비판적이었던 모리스는 예술을 “인간이 노동하며 느끼는 즐거움의 표현”이라고 정의하며 예술적 노동으로 인간성과 아름다운 삶이 복원되기를 원했다.

예술적 노동을 실천하기 위해 그가 설립한 디자인 기업과 출판사가 현대 디자인 산업, 더 나아가 크리에이터 경제의 시작이다.

모리스가 부활시키기 위해 노력한 중세 수공예의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노동은 1970년대 이후 물질적 풍요가 가져온 탈물질주의와 기술의 발전으로 다시금 현실 세계에서 가능해졌다.

3.현대 크리에이터는 윌리엄 모리스의 후예

현대의 크리에이터는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창조적인 일을 하고 느슨한 연대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중세 수공예와 다른 점은 다양하고 개성 있는 콘텐츠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났고 크리에이터와 소비자, 크리에이터와 크리에이터를 연결하는 플랫폼 기술이 발전해 많은 사람이 크리에이터 경제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여러모로 현대 크리에이터는 윌리엄 모리스의 후예다.

4.바우하우스의 철학

윌리엄 모리스에서 시작된 현대 크리에이터주의는 20세기 초 독일 건축 학교 바우하우스의 모던 디자인 운동으로 이어졌다. 이 학교에서 배운 학생들은 미니멀리즘과 기능주의 및 현대 디자인의 원칙을 적용해 건축·제품 디자인 분야에서 혁신적 작품을 창작했다.

바우하우스의 철학은 예술과 공예, 기술과 예술을 결합해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그 전통은 현대건축을 넘어 산업디자인에서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애플의 디자인 철학을 주도한 조너선 아이브는 산업디자이너 디터 람스와 그가 이끌었던 브라운BRAUN 가전회사, 그리고 바우하우스 운동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여러 차례 고백했다.

람스의 ‘최소한의 디자인’ 철학, 브라운 제품의 기능적 명료성, 바우하우스의 기능과 예술의 조화가 아이브의 애플 제품과 애플 환경 디자인에 근본적 영감을 제공한 것이다. 기능적 우수성과 미적 아름다움의 조화를 추구한 아이브의 작업은 기술과 예술을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5.현대 크리에이터주의 흐름

현대 크리에이터주의는 1960~1970년대 반문화 운동과 DIY 문화, 1980~1990년대 메이커 운동의 확산 등을 거치며 개인 창작자의 역량을 강화했다. 20세기 초 주택 개조 트렌드로 시작한 DIY 문화는 반문화 운동과 결합해 지속 가능한 건축, 메이커 활동,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1968년 자연 공동체에 거주하는 히피들을 위한 생활 지침서로 출간한 잡지 〈전 지구 카탈로그The Whole Earth Catalog〉가 DIY 운동을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6.제인 제이콥스 영향

크리에이터 친화적 도시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에는 제인 제이콥스가 있다. 제이콥스는 20세기 중반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이라는 저서를 통해 당시 대두되던 모더니즘 도시계획을 비판하고 인간 중심의 도시를 옹호했다. 그는 가로수길의 활력, 복합 용도의 중요성, 오래된 건물의 가치 등 도시 다양성의 의의를 역설했다.

6.1 뉴 어바니즘 운동

창의적 개인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교류와 영감의 기회가 풍부한 도시 환경이 필수적임을 시사한 것이다. 제이콥스의 논의는 이후 뉴 어바니즘 운동으로 이어졌다. 뉴 어버니즘은 전통적 근린생활권의 부활, 보행친화적 설계, 공공 공간 활성화 등을 목표로 했다. 이는 휴먼 스케일을 척도로 하는 도시 공간이 창의적 삶과 커뮤니티 형성에 유리한 토양이 된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6.2 대도시의 힙스터 문화와 결합

1990년대의 뉴 어바니즘, 도시재생, 대안 문화는 2000년대 중반 대도시의 힙스터 문화와 결합해 현대 도시의 창업 문화 그리고 오프라인 크리에이터 문화의 모태가 됐다. 서울도 마찬가지지만 뉴욕, 도쿄, 런던 등 세계적 대도시에는 공간 창업에 도전하는 많은 힙스터들이 모여든다.

특정 장소가 갑자기 인기를 끄는 ‘핫 플레이스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미국 도시에서 시작된 원·구도심 회귀 현상이 도시 문화에 대한 수요를 키운 것이다. 6.3 오프라인 크리에이터의 장벽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오프라인 크리에이터는 건축 디자인·커뮤니티·문화 콘텐츠 기술을 바탕으로 개인 수요와 기호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큐레이팅한다.

오프라인에서 크리에이터가 부딪치는 장벽은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다. 도심 지역의 인기가 오르자 오프라인 크리에이터가 접근할 수 있는 도심 공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7.온라인 크리에이터주의

1990년대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크리에이터주의는 온라인에서 꽃피기 시작했다. 케빈 켈리가 제시한 ‘1,000명의 진정한 팬’ 이론은 개별 창작자가 소수의 열성 팬을 기반으로도 생계를 꾸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크리스 앤더슨이 설파한 롱테일 시장(매출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상위 20% 제품을 제외한, 매출 순위에서 긴 꼬리에 해당하는 하위 80%의 시장)의 지형과 맞물려 크리에이터 경제의 비전을 제시했다.

2000년대 초반 소셜 미디어의 등장은 크리에이터의 부상에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일반인도 콘텐츠를 손쉽게 제작·유통할 수 있게 되면서 1인 창작 시대가 열린 것이다. 특히 2005년 유튜브의 등장은 크리에이터 문화에 혁명을 일으켰다.

8.벤처 투자자 리 진 Li Jin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이 벤처 투자자 리 진이다. 그는 기존의 고용 중심 경제에서 개인의 재능과 창의성에 기반한 크리에이터 경제로의 전환을 예견했다.

리 진에 따르면, 크리에이터 경제에서는 개인이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팬들과 직접 소통하며, 다양한 플랫폼을 오가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이는 기업에 고용되어 일하는 전통적 노동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리 진의 통찰은 크리에이터 중심 경제의 미래상을 제시하며 크리에이터주의 담론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탈산업화의 물결은 창의성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문화적, 기술적, 방법론적 기반을 형성함으로써 크리에이터주의 발전의 토양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크리에이터주의는 탈산업 시대의 정신을 반영하며, 동시에 그 시대를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9.소수의 슈퍼스타 편중 현상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수와 콘텐츠의 양이 급증함에 따라 관객들이 소수의 슈퍼스타에게만 관심을 보인다는 비판도 있다. 플랫폼 기술이 여전히 일부 인기 크리에이터가 지배하는 불평등한 문화산업 구조를 극복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개인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 경제 혁신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9.1 정부기업이 필요할 수도

콘텐츠 산업 내부에서도 플랫폼 간 경쟁이 격화함에 따라 크리에이터에게 더 많은 수익을 배분하는 플랫폼이 나오기 시작했다. 구독자가 지불하는 가입비의 90%를 크리에이터에게 지불하는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을 필두로 게이머 플랫폼 트위치, 문화 콘텐츠 플랫폼 패트리온도 크리에이터 수익 배분율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수익 구조를 크리에이터에게 더 유리하게 바꿀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시장 원리를 넘어선 기술 개발과 정부 개입이 필요할지 모른다.

9.2 크리에이터 경제의 민주화

리 진은 탈중앙화와 비영리 플랫폼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블록체인 기술과 플랫폼 크리에이터 콘텐츠의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리 진의 주장은 크리에이터 경제의 민주화와 ‘중산층middle class’ 크리에이터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는 크리에이터 경제를 보다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플랫폼 기업이 취해야 할 10가지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9.3 중산층 크리에이터의 육성

오프라인과 온라인 통합을 통한 중산층 크리에이터의 육성을 시도해볼 수 있다. 크리에이터주의의 역사를 보면, 새로운 크리에이터 경제의 시대정신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임을 알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오프라인의 창의 산업과 온라인 플랫폼의 연계를 가속화했다.

예컨대 공예품이나 예술작품을 온라인에서 홍보하고 판매하는 일이 일상화됐다. 현재 크리에이터 문화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무너지는 통합 국면을 맞고 있다. 메타버스와 같이 가상과 현실을 잇는 플랫폼이 크리에이터들의 활동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10.온라인·오프라인·도시 플랫폼을 유기적으로 통합

크리에이터 경제의 온·오프라인 통합 추세는 3대 축 전략으로 요약될 수 있다. 온라인·오프라인·도시 플랫폼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콘텐츠의 다양성과 크리에이터의 독립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현대 크리에이터 경제를 이끌어온 일련의 지적 전통과 역사적 맥락은 현대 크리에이터주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각을 제공한다.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발달한 온라인과 오프라인 크리에이터주의는 크리에이터 경제의 지적 기반을 마련했고, 기술 사회를 인간 중심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향후 크리에이터주의는 디지털 유토피아주의까지 계속 확장될 것이다. 디지털과 물리적 공간의 통합이 이러한 확장의 새로운 프런티어이며, 이를 위해 온라인·오프라인·도시 플랫폼의 3대 축 통합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