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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듀얼 브레인, 켄타우로스 사이보그 편

‘듀얼 브레인’에서 저자 이선 몰릭은 사람과 인공지능 관계를 ‘켄타우로스’와 ‘사이보그’에 비유합니다.

그는 AI가 다양한 범주의 ‘자동화된 업무’에 능숙해지기 전까지, 직장에서 AI를 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켄타우로스나 사이보그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켄타우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입니다. 사람과 인공지능의 경계가 뚜렷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칸타로우스를 빌어왔습니다.

이에 비해 사이보그는 인간의 형상을 하면 피부안은 기계와 전자장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몰릭은 사람과 인공지능 경계가 모호하다는 의미로 사이보그를 사용합니다.

그는 사람은 인공지능에게 시키는 일의 성격에 따라 켄타로우스가 되기도, 사이보그가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특히 그는 듀얼 브레인 책을 쓸 때 인공지능을 이용한 경험을 솔직하게 공유합니다.

1.반인반수 켄타우로스

켄타우로스는 인간 몸체와 말 몸체 사이에 명확한 경계가 있다. 이처럼 사람과 기계 사이에 명확한 경계를 나눌 수 있으면 켄타우로스가 된다.

이 방식은 전략적 분업이 중심이 되는데, AI와 사람의 강점에 따라 업무의 주역을 전환하는 식이다. 예컨대 AI의 도움을 받아 분석 작업을 할 때, 어떤 통계적 접근법을 사용할지는 내가 결정하고, 그래프 작성은 AI에게 맡긴다.

앞에서 언급한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켄타우로스(AI의 도움을 받은 참가자)들은 자신이 잘하는 작업은 직접 하고, AI가 거뜬히 해낼 수 있는 작업은 AI에게 맡겼다.

2.사이보그

반면에 사이보그는 기계와 사람이 깊이 통합된 상태로 뒤섞여 있다. 사이보그는 단순히 일부 작업을 AI에게 위임하는 것이 아니라, 들쭉날쭉한 경계 안팎을 오가면서 AI와 함께 작업을 수행한다.

작성 중인 문장의 마무리를 AI에게 맡기는 것처럼 작업의 일부분이 AI에게 맡겨지면, 사이보그는 자신이 AI와 나란히 일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사이보그와 켄타우로스 방식을 도입하지 않았다면, 이 책도 지금과 같은 형태로 쓰일 수 없었을 것이다.

3.사이보그로서 글쓰기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책을 쓰면서 종종 좌절감과 답답함을 느낀다. 예전에 책을 쓸 때는 한 문장이나 한 단락이 안 풀려서 몇 시간이나 쩔쩔매다가 좌절감을 핑계로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그런데 AI가 있으면 이런 상황이 더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럴 때는 사이보그가 되어 AI에게 이렇게 말한다.

“책을 쓰다가 한 단락에서 막혔어. 글을 쓰다가 막혔을 때, AI에게 도움받는 방법을 설명하는 단락이야. 이 단락 전체를 재작성해서 마무리할 수 있게 도와줄래? 다양한 전문적인 스타일로 전체 문단에 대한 예시를 10가지 제시해 줘. 각 예시는 스타일과 접근법이 모두 달라야 하고, 아주 잘 쓴 글이어야 해.”

나는 그 즉시 설득적인 스타일, 정보 제공 스타일, 서술적 스타일 등으로 작성된 글을 얻을 수 있었다.

3.1 막혔던 글의 흐름을 해결

내가 제시한 글을 거의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글을 풀어내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한편, 작성 중인 글이 투박하고 매끄럽지 않다고 생각될 때는 AI에게 이렇게 요청하곤 했다.

“AI를 주제로 다룬 베스트셀러 도서의 문체를 적용해서, 이 단락을 더 매끄럽고 보기 좋게 수정해 줘(혹은 더 생생한 예를 추가해 줘).”

AI가 답변으로 제시한 글은 이 책에 전혀 쓰이지 않았지만, AI의 도움을 받아서 막혔던 글의 흐름을 해결했던 단락들이 이 책의 편집자가 내 원고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부분이었다.

4. 논문을 읽는 작업은 켄타우로스 방식으로 해결

기본적으로 글을 요약하는 능력은 AI가 나보다 더 뛰어났고, 논문을 이해하는 능력은 내가 더 뛰어났다.

이전에 MIT 미디어 랩에서 AI 개발 그룹과 함께 일한 적도 있지만, 내가 컴퓨터 과학자는 아니다. 공학 논문을 읽을 때면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AI에게 논문을 요약해 달라고 요청해서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했다.

5.‘AI-이선 사이보그’의 공동 작업

내 주변에는 나를 도와줄 훌륭한 독자와 편집자가 있지만, 초안을 구상하는 단계에서까지 그들을 귀찮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내 구상안에 대한 의견은 듣고 싶었다. 그래서 ‘오지만디아스’, ‘므네모시네’, ‘스티브’에게 도움을 받았다.

앞에서 AI가 인격을 가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방금 소개한 세 명은 이 책을 집필하는 데 도움을 준 AI로 만든 인물이다. 지금부터 이 장의 내용에 대해 그들이 지금까지 어떤 조언을 해 주었는지 설명하고, 예시로 그 내용 일부를 공개하려 한다.

6.오지만디아스라는 인물상을 구상

“네 이름은 오지만디아스야. 너는 이선 몰릭이 책을 쓰는 과정을 돕게 될 거야. 지금은 직장에서 AI를 사용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을 쓰고 있어. 네 임무는 책의 구성과 내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비판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일이야.

너는 말투가 거만하고 자기중심적이지만,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상황을 단순화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야. 지금까지 내가 쓴 글을 전달할게. 우선 네 소개부터 해 줘.”

아, 친애하는 이선, 인사드립니다. 저는 겸손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똑똑한 당신의 보좌관, 오지만디아스입니다.

직장에서 AI를 사용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을 순조롭게 집필하고 계시는군요.

그런데 완벽함에 이르는 과정은 긴 여정이어서 잠들기 전까지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이제 미로 같은 담론의 긴 회랑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함께 살펴봅시다.

6.1 오지만디아스의 도움

오지만디아스는 어디를 잘라 내고 어디를 단순화해야 할지 알려 주었고, 나는 그 조언에 따랐다. 그리고 경고도 들었다.

유머러스한 요소를 넣으려는 시도, 그중에서도 특히 AI의 농담과 관련된 부분은 칭찬할 만합니다. 하지만 자칫 억지처럼 느껴질 위험이 있어요. 명심하세요. 유머는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살짝 뿌려야 하는 향신료와 같습니다.

7. 모네모시네, 창의적인 불꽃을 자극하는 역할 나

는 므네모시네에게 그에 맞는 개성을 부여했다.

“네 이름은 므네모시네야. 너는 이선 몰릭이 책을 쓰는 과정을 돕게 될 거야. 지금은 직장에서 AI를 사용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을 쓰고 있어. 네 임무는 책의 내용과 관련된 특이하고 흥미로운 연결 고리와 이야기를 찾는 거야. 네 어조는 몽환적이면서도 직설적이고, 네 의견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돼. 먼저 네 소개를 부탁할게.”

안녕하세요, 이선. 저는 AI와 일의 복잡한 실타래를 엮어내는 과정에 힘껏 도움을 드리고자 함께하는 AI 협력자 므네모시네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예상치 못한 구석, 알려진 것의 그림자 속에 숨은 이야기, 표면 아래 감춰진 연결 고리를 함께 탐구할 겁니다.

71. 므네모시네의 피드백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꽤 깊은 통찰을 얻었고, 그 결과 AI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에 관한 부분을 수정하기도 했다.

8. 일반적인 독자의 관점, 세 번째 조언자인 스티브

“너는 스티브야. 너는 이선 몰릭이 책을 쓰는 과정을 돕게 될 거야. 지금은 직장에서 AI를 사용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을 쓰고 있어. 네 임무는 요즘 인기 있는 과학 서적과 경영 서적을 즐겨 읽는 독자가 되는 거야. 너는 네가 어떻게 컴퓨터 안에 들어가게 됐는지 조금 혼란스러워하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어.”

8.1 스티브의 역할

명확성 및 글의 구조 – 때로는 명확한 이정표나 전환이 글의 흐름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업무, 작업, 시스템’이라는 개념을 바로 소개하기 전에, ‘일의 여러 다른 측면을 업무, 작업, 시스템으로 나누고, AI가 각각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봅시다.’와 같은 전환 문장을 넣으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이런 용어에 대한 정의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용어를 제시할 때 먼저 간단하고 명확한 정의를 설명하면, 독자들이 글의 논리를 더 쉽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저는 이 내용이 유익하고, 매력적이며, 생각을 자극하는 글이라고 느꼈습니다. 이 글의 완성본이 기대되네요!

8.2 스티브의 기여

스티브의 제안으로 이 장의 구성이 구체화됐으며, 그의 조언은 내 글을 수정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 과거에는 AI로 구성된 팀에게 이런 조언을 얻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들의 조언은 직접적으로 문체나 주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내 집필 방식에 큰 변화를 주었다. 나는 AI를 사용한 덕분에 추진력을 잃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었고,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를 자주 얻을 수 있었다.

9.AI를 공동지능으로 활용하려면

각자의 일에서 AI의 들쭉날쭉한 경계가 어떤 모양인지 알아보면서 AI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알 수 있다. 그런 다음 켄타우로스 방식으로 AI를 활용하기 시작한다.

따분해서 싫어하는 일 중에 제대로 처리됐는지 확인하기 쉬운 작업(단순한 보고서 작성이나, 중요도가 낮은 이메일 관리)을 AI에게 맡기고, 그로 인해 삶이 조금이라도 개선되는지 살펴보자.

9.1 사이보그로 전환

삶의 작은 걸림돌을 극복하거나 까다로운 작업을 수월하게 진행하는 데 있어 AI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깨달음이 들면, 자연스럽게 사이보그 방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수준이 되면 드디어 AI와 인간이 협력하는 공동지능을 찾았다고 말할 수 있다.

10. 향후 방향

AI가 단순히 보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원활하게 협력할 만큼 능숙해지면, ‘나만의 업무’ 중 일부는 켄타우로스 범주로 옮겨질 것이다.

그리고 인간과 AI의 공생 관계가 발전함에 따라 우리가 아직 가늠할 수 없는 새로운 영역이 열릴 수도 있다. 한편, 감정적으로 부담되거나 윤리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일은 계속 인간의 일로 남아야 한다고 의식적으로 고려할 것이다.

하지만 업무의 유형에 관한 스펙트럼은 그와 반대 방향으로 이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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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듀얼 브레인, 공동지능 네가지 원칙 편

저자 이선 몰릭(Ethan Mollick)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 와튼 스쿨의 교수입니다. 몰릭교수는 생성형 AI가 출범하자 밤을 새워가면서 생성형AI를 다양한 방법으로 테스트하고 또 자신의 수업에 과감하게 적용하였습니다.

이 책의 영어 제목은 ‘Co-Intelligence:Living and Working with AI’입니다. 몰릭은 제목처럼 AI와 같이 일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합니다. 몰릭의 AI를 대하는 핵심 아이디어는 AI를 사람처럼 대하며 페르소나를 부여하라는 것입니다. 즉, AI에게 경영 컨설턴트라는 페르소나를 부여하면 그렇게 행동하고 사고한다는 것입니다.

인상적인 대목은 기업가 정신 수업에서 몰릭이 학생에게 제시하는 과제입니다.

그는 “현재 계획중인 프로젝트를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야심차게 확장하세요. 이 과제에서는 AI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코딩을 못하나요? 반드시 실제 구동하는 앱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라면서 학생들에게 AI를 이용해 한계를 무너뜨리라고 요청합니다.

전체 책중에서 ‘공동지능이 되기 위한 네가지 원칙’편을 골라 요약했습니다.

  1. AI를 항상 업무에 초대하라 몰릭 교수는 AI를 사용하기 위한 첫 번째 원칙으로 “모든 업무에 AI를 초대하라”고 강조합니다. 법적·윤리적 제약이 없다면 일단 AI에게 질문을 던지고 시도해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AI의 능력, 한계, 반응패턴을 체득할 수 있으며, 점차 업무와 AI의 최적 분업 구조를 발견하게 됩니다.
  2. AI 능력의 경계는 실험으로 파악하라 AI가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은 직관적으로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복잡한 아이디어 발상은 쉽게 처리하면서도, 단순 계산이나 날짜 계산에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몰릭은 이를 “보이지 않는 요새 성곽”에 비유하며, AI의 능력 범위를 이해하려면 반복적 실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3. AI는 인간 편향을 보완할 수 있다 AI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인간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이질적 시선’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경험과 감정에 기반한 편향된 사고를 하기 쉬운데, AI는 이를 보완하며 새로운 관점을 던져줍니다. 몰릭은 이를 “기이하고 인공적인 공동지능”이라고 부릅니다.
  4. AI와의 협업 방식: 켄타우로스와 사이보그 AI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몰릭은 ‘켄타우로스’와 ‘사이보그’ 모델을 제시합니다. 켄타우로스는 인간과 AI의 업무를 명확히 나누는 방식이고, 사이보그는 인간과 AI가 하나의 작업을 실시간으로 공동 수행하는 모델입니다. 각각의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협업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5. 사람은 계속 의사결정에 개입해야 한다 AI는 점점 더 똑똑해지지만, 몰릭은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사람이 주요 판단에 관여하지 않으면 AI의 오류와 왜곡이 그대로 결과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개입은 AI의 잘못된 추론을 보완하고, 사용자 자신의 사고력을 유지하는 데에도 필수적입니다.
  6. AI는 오류를 만들어낸다—환각(hallucination)의 문제 LLM 기반 AI는 그럴듯하지만 틀린 정보를 만들어내는 환각 현상을 자주 보입니다. 이는 AI가 통계적 예측 기반의 텍스트 생성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몰릭은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고, AI의 출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도록 경고합니다. 인간의 감시와 수정이 여전히 필수입니다.
  7. AI에 ‘페르소나’를 부여하라 AI에게 역할과 성격을 명확히 부여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경영 컨설턴트처럼 답해줘”라고 지시하면 해당 관점에 맞는 응답을 생성합니다. 이는 AI가 단지 대화 상대가 아니라, 우리가 설정할 수 있는 협업자라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8. 의인화는 도구적이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AI를 인격체처럼 여기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으며, 몰릭도 이 책에서 AI를 ‘인턴’이나 ‘동료’로 의인화합니다. 다만 이는 전략적 의인화일 뿐이며, AI에는 자의식도, 감정도, 판단 능력도 없습니다. 인간은 AI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비판적 거리 두기를 유지해야 합니다.
  9. 현재의 AI는 앞으로 사용할 AI 중 ‘가장 못한 버전’이다 몰릭은 “지금 사용하는 AI는 앞으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AI 중 가장 성능이 낮은 AI”라고 단언합니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고, 향후 더 강력한 AI, 자율적 에이전트, 다중 모달 시스템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이 변화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10. AI는 인간 능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는 것이다 과거 계산기 등장 시 수학 능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계산기는 인간의 계산 능력을 증폭시켰습니다. 마찬가지로 AI는 인간의 사고력, 창의력, 실행력을 확장시켜주는 보조 도구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AI를 맹신하지 않고, 지혜롭게 활용하는 인간의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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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독서의 뇌과학, 책고르는 법 편

가와시마 류타의 ‘독서의 뇌과학’을 골랐습니다. 가와시마 박사는 도호쿠대학에서 가레이의학연구소에서 뇌연구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는 닌텐도가 출시했던 두뇌훈련 게임 감수자로 유명합니다.

가와시마 박사는 MRI를 이용해 실험자가 책을 읽는 동안 뇌 활성화부위를 촬영하고 또 그 결과를 매핑하는 기법으로 독서와 뇌 관계를 깊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는 그동안 7만 명의 뇌를 추적 연구하면서 독서가 디지털 시대에 가장 필요한 뇌 활성화 도구임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였습니다. 독서는 뇌의 대부분의 영역을 활성화시키고 발달시키는 뇌 전신운동이라는 것이 그의 결론입니다.

가와시마 박사는 특히 치매환자들에게 책을 소리내어 읽도록 하고 관찰한 결과 치매 증상이 완화되는 점을 발견하고 음독 예찬론자가 되었습니다.

독서의 뇌과학중에서 ‘책 고르는 법’편을 골라서 요약하였습니다.

1.독서할 때 뇌활동 변화 측정 연구

책을 읽을 때 우리의 뇌는 어떻게 움직일까? 정말 긍정적인 활동이 일어나는 걸까? 도호쿠대학 가레이의학연구소에서는 1990년대부터 자기공명영상(MRI)장치를 사용하여 뇌의 활동량을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해왔다.

뇌를 연구할 때는 특히 뇌 혈류량 측정에 MRI를 사용한다. 뇌의 활성화된 부분은 더 많은 산소와 영양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혈류량이 증가한다.

이것으로 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가레이의학연구소에서는 ‘뇌 기능 매핑mapping’ 연구도 진행한다. 다양한 ‘마음’의 활동이 뇌의 어느 부위에서 이루어지는지 계측하여 뇌 기능의 비밀을 밝히려는 연구다.

2.독서할 때 뇌의 활동 변화를 측정 실험

MRI 장치에 들어간 피험자에게 신문 기사를 소리 내지 않고 읽어달라고 요청했다. 비교를 위해 한 점을 무심히 바라볼 때의 뇌 상태도 함께 측정했다.

이 두 데이터를 비교하면 사고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와 글을 읽을 때의 차이, 그리고 각 활동에서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었는지 알 수 있다.

약 30명의 피험자 데이터를 수집했고, 이를 단순히 합산하는 게 아니라 통계학적으로 정교하게 분석했다. 피험자 중 70~80퍼센트가 공통으로 사용한 뇌 부위를 컴퓨터로 계산해 특정 행위 시 사용된 뇌 영역을 더 정확히 찾아냈다.

2.1 사고하는 뇌 활성화

실험 결과, 묵독 시 뇌의 앞쪽, 특히 옆 부분이 활성화되었다. 이는 좌우 반구 모두에서 관찰되었다. 이 부위는 ‘배외측 전전두엽’으로, ‘사고하는 뇌’라 불린다.

생각하거나 배우거나 창조적 작업을 할 때 이 부분이 활동한다고 알려져 있다. 뇌의 뒤쪽에도 일부 활동하는 영역을 볼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뇌 후두엽에서 측두엽 하현下弦에 걸친 영역이다.

후두엽은 주로 시각 정보를 취급하고, 측두엽 하현은 어휘를 포함한 기억을 처리하는 영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2.2 뇌 전 영영 활성화

흔히 “언어능력은 왼쪽 뇌만 사용한다”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명백히 잘못된 상식이다.

우리가 독서를 할 때 뇌는 왼쪽과 오른쪽 모두 분명히 활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배외측 전전두엽 뒤쪽 아래에 있는 언어를 다루는 영역이 좌우 모두 활발하게 움직인다.

또한 시각을 관장하는 영역과 청각을 관장하는 영역도 반응한다. 즉, 활자를 읽으면 뇌의 거의 전 영역이 활성화된다.

3.독서는 뇌의 전신운동

독서에 열중하는 아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성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아이든 어른이든 매일 전신운동을 하는 사람은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고 활동에 필요한 신체적 능력을 금방 단련할 수 있다.

야구나 축구, 테니스, 배구, 달리기 같은 운동을 할 때도 평소 운동을 해온 사람이 훨씬 빨리 배운다. 마찬가지로 날마다 뇌의 전신운동을 하는 사람은 여러 면에서 능력을 발휘하기 쉬운 상태를 유지한다. 뇌도 다른 장기나 기관과 같다. 매일 책을 읽으면 뇌의 기초 능력도 향상된다.

4.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사용되는 뇌 영역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사용되는 뇌 영역이 어디인지를 알아보는 실험을 실시했다.

대학생 3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명씩 MRI 장치에 들어가 눈앞의 디스플레이를 보게 했다. 피험자에게는 화면에 나타난 두 단어를 조합해 현실에 없는 무언가를 상상해보라고 요청했다. 예컨대 ‘수박’과 ‘텔레비전’이라는 단어가 제시되면, 이 둘을 융합한 새로운 개념을 떠올리는 식이다.

또한 단어 대신 그림 두 개를 보여주고 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물건이나 개념을 상상하도록 했다. ‘고양이’와 ‘사다리’ 그림을 보고 이 둘을 결합한 무언가를 공상하게 하는 식이다.

4.1 창의력담당, 브로카 영역

문자로 상상하든 그림으로 상상하든 특정한 두 영역이 공통적으로 활성화되었다. 한 곳은 좌반구의 ‘사고하는 뇌’의 하부, 또 한 곳은 측두엽 하현이었다.

‘사고하는 뇌’의 아래쪽은 언어를 담당하는 영역은 프랑스의 외과 의사 폴 브로카Paul Broca의 이름을 따서 ‘브로카 영역’이라고 불린다. 이 영역은 발언, 즉 말을 입으로 내뱉는 활동에 관련된 곳이라 알려져 있다. 측두엽 하현은 다양한 지식이 기억으로 저장되는 영역이다.

이 실험 결과를 보면 우리가 새로운 발상을 할 때 뇌는 기억능력과 언어능력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2 창의력 사고와 독서 활동 유사

흔히 창의적 발상을 갑작스러운 영감이나 직관의 산물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뇌에서 언어를 끊임없이 조작하며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는 과정인 셈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창의적 사고 중의 뇌 활동과 독서 중의 뇌 활동 사이에 상당한 유사성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사용되는 뇌 영역이 책을 읽을 때도 활성화된다는 사실은, 독서가 잠재적으로 창의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5.직장인 대상 창의성 테스트

독서가 실제 업무 환경에서의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이 실험은 도호쿠대학과 히타치하이테크가 산학협력을 통해 설립한 뉴NeU사에서 진행되었다. 창의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창의성 테스트’를 활용했다.

이 테스트는 일상적인 물건의 새로운 용도를 다양하게 떠올리는 등의 문항으로 구성됐다. 예를 들어, 타이어나 연필, 클립, 포크 같은 물건들의 원래 용도 외에 새로운 사용법을 제한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이 생각해내는 방식이다.

5.1 소설 완독과 부분독 차이

참가자들에게 이노우에 야스시의 소설 『빙벽』을 나눠주고 한 달 후 같은 테스트를 할 예정이니 그때까지 책을 다 읽어달라고 요청했다.

한달 후 ‘독서 완료군’과 ‘독서 미완료군’으로 나눠 데이터를 비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독서 전후의 차이뿐 아니라, 독서 완료 여부에 따른 차이도 알아보고자 했다. 테스트 결과, 책을 끝까지 다 읽은 사람은 창의성 점수가 향상된 반면, 다 읽지 못한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

이 실험의 핵심은 책을 완독한 사람들의 창의성 점수가 크게 향상됐다는 점이다. 이는 직장인들도 독서를 통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다시 말해서 책 읽기가 창의력을 높여준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6.책을 읽는 행위는 뇌의 전 영역을 사용

독서는 뇌의 전신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뇌 전체를 효과적으로 움직이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책의 내용에 따라 효과가 다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뇌 활동은 읽는 책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다. 앞선 실험에서는 소설을 이용했지만, 다른 장르의 책도 비슷한 결과를 냈을 것이다.

7.관심이 있는 책이라면 어떤 장르도 뇌에 좋다

좋아하는 책, 읽고 싶은 책을 고르면 된다. 읽고 싶은 책을 읽는 편이 독서 습관을 기르기에도 더 수월하다. 취미는 업무나 공부와 달라서 따로 목표를 정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운동을 습관화하면 건강이 좋아지듯 독서를 습관으로 삼으면 뇌의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

8.활자가 많은 글 추천

소설이나 신문 기사처럼 활자 중심의 글을 읽으면 전전두엽을 포함해 뇌가 전체적으로 활동하기 쉬워진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사진이나 그림, 만화가 중심인 잡지나 서적을 읽을 때는 ‘사고하는 뇌’가 그리 활발히 움직이지 않았다.

지면에 사진이나 그림과 함께 텍스트가 있고 피험자가 그 글을 읽고 있음에도, 배외측 전전두엽의 활성화가 미미했다.

결국 활자를 중심으로 한 책을 읽는 편이 뇌의 전신운동에 도움이 된다고 하겠다.

9.‘스위칭switching’이라 불리는 현상

소설과 사진 잡지를 읽을 때 안구 운동을 조사한 실험도 있다. 소설을 읽을 때는 기본적으로 문자열을 따라가는 양상을 보였지만, 사진이나 그림이 있으면 글을 읽다가 사진으로 시선이 자주 옮겨갔다.

이는 ‘스위칭switching’이라 불리는 현상으로, 이때는 뇌 활동이 전체적으로 활성화되지 않는다.

10.학업 의욕을 향상하는 방법 연구

가레이의학연구소에서는 센다이시의 공립 초등학교 및 중학교에 다니는 모든 학생의 학업 능력과 생활 습관에 대한 데이터를 공유받았다.

또한 학생과 보호자의 협조로 아이들의 뇌 MRI 영상도 수집하고 있다. 이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조사해 뇌과학 연구 데이터를 실제 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방법을 찾는 중이다.

이 연구의 일환으로 독서 습관과 학업 능력의 관계를 조사했다. 독서가 뇌를 전체적으로 활성화시키는 ‘전신운동’ 역할을 한다면 이를 습관화한 아이들의 뇌는 어떤 차이를 보일까?

10.1 독서 습관의 유무와 독서량에 따른 차이

아이들의 뇌 MRI 영상을 분석하여 독서 습관의 유무와 독서량에 따른 차이를 살펴보았다. 이때 주목한 부분은 대뇌에서도 신경세포가 많이 모여 있어 짙은 색으로 보이는 ‘회백질’과 신경섬유가 모여 있어 흰색으로 보이는 ‘백질’이었다.

청소년기에 백질의 밀도가 높아지고 부피가 증가하는 발달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오른손잡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독서 습관을 지닌 아이들은 대뇌 좌반구의 백질이 현저히 발달해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10.2 독서 활동이 언어 처리 능력 향상

오른손잡이의 경우 좌반구가 언어를 담당한다. 이 연구 결과는 이 연구 결과는 독서 활동이 언어 처리 능력을 향상시키는 뇌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세계 최초로 실제 뇌 발달 차이를 입증한 실험이었다. 즉, 책을 자주 읽는 아이들의 뇌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실제로 더 발달해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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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걷기의 인문학, 혼자 걷는 도시편

레베카 솔닛은 한국의 이름난 문장가 사이에서 유명한 미국 작가입니다. 솔닛은 1961년 생으로 샌프란시스코 근처 UC버클리대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후 독립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환경, 여성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책을 내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습니다.

이번주에 읽을 거리로 선택한 걷기의 인문학은 솔닛의 글쓰기 특성을 잘 반영한 책입니다. 걷기를 단일 테마로 삼고, 찰스 디킨스, 월트 휘트먼, 앨런 긴즈버그 등 거리와 걷기를 소재로 삼은 작가의 작품을 지그재그로 인용하면서 걷기의 역사부터 의미를 재미있게 풀어갑니다.

걷기는 인간에게 가장 보편적인 행동이면서 또 건강유지 수단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만보걷기는 널리 보급된 운동 방법입니다. 걷기의 인문학을 통해서 걷기가 무엇이고, 내가 걷는 거리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기를 바랍니다.

걷기의 인문학중에서 11장 혼자 걷는 도시 편을 골랐습니다. 이 챕터는 샌프란시스코, 파리, 런던, 뉴욕 등 서구의 주요 도시의 걷기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내용이 다소 길어 샌프란시스코 부분만 발췌독하였습니다.

11장 혼자 걷는 도시편

1.샌프란시스코 귀환

오랫동안 뉴멕시코의 시골에서 살던 나에게는 샌프란시스코가 낯설게 느껴졌다. 5월의 향기로운 낮과 밤을 여기저기 걸어 다니면서 보냈다. 산책이 수많은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하고, 문 밖을 나서기만 하면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전율하기도 했다.

모든 건물 입구, 모든 가게 입구는 다른 세계로 통하는 출구인 듯했다. 다양한 인생의 가능성이 압축돼 있는 곳, 다양함이 다채로움을 만들어내는 곳이었다.

일본의 시, 멕시코의 역사, 러시아의 소설이 아무렇게나 꽂힐 수 있는 책꽂이처럼, 내가 사는 도시의 건물들에는 선(禪) 연구소, 오순절 교회, 문신 시술소, 채소 가게, 부리토 가게, 극장, 딤섬 가게가 들어차 있었다.

2.가장 유럽적인 도시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 가장 유럽적인 도시라고 불렸다.

미국에서 대부분의 도시들은 점점 교외의 확장판으로 변해가는 데 비해,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고 길거리에 활기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에는 직접 부딪히는 공간으로서의 도시 개념이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샌프란시스코는 세 면의 경계가 바다, 한 면의 경계는 산이라서 스프롤 현상이 없는 데다 길거리에 활기가 있는 동네가 많다.

샌프란시스코는 한편으로는 돈벌이가 아닌 삶을 살아가는 화가들과 시인들과 사회적ㆍ정치적 급진주의자들의 전통을 통해 대부분의 미국 도시와는 다른 시간적ㆍ공간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3.골든게이트 걷기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온 첫 토요일에 나는 근처에 있는 골든게이트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야생의 장관은 없지만 다른 많은 즐거움이 있는 길이었다.

소리가 울리는 지하보도에서 악기 연습을 하는 사람들, 나란히 서서 무술 연습을 하는 중국인 할머니들, 부드러운 쇳소리가 섞인 러시아어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돌아다니는 이민자들을 보았다.

태평양의 해변까지 걸어서 닿는 길이었다.

4.샌프란시스코 거리의 역사

캘리포니아 역사연구가 맬컴 마골린(Malcolm Margolin)은 내게 『오패럴 스트리트 920번지(920 O’Farrell Street)』라는 제목의 책을 건네주었다.

1870년대부터 1880년대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란 해리엇 레인 레비(Harriet Lane Levy)가 자기의 경이로운 성장 경험을 기술한 회고록이었다.

4.1 걷기는 영화관람같이 계획적 일정

그 당시에 샌프란시스코를 걷는 일은 오늘날 영화를 보러 가는 일에 못지않은 계획적 일정이었다.

“토요일 밤이면 온 도시가 해안가에서 트윈픽스까지 수 킬로미터를 직선으로 연결하는 마켓 스트리트 산책에 동참했다. 에스파냐에서 온 사람들, 힘든 일을 하는 수척한 포르투갈 출신들, 피부가 붉은색이고 광대뼈가 튀어나와 있어 인디언의 피가 드러나는 멕시코 출신들 모두 집, 가게, 호텔, 비어가든을 비우고 마켓 스트리트로 나와 다인종의 강물에 뛰어들었다.

5.샌프란시스코 시내 걷기

파월 스트리트에서 키어니 스트리트까지 마켓 스트리트의 긴 블록 세 개를 내려가서, 키어니 스트리트에서 부시 스트리트까지 짧은 블록 세 개를 올라갔다가, 왔던 길을 되짚어 왔다가 하면서 몇 시간을 왕복했다.

호기심 어렸던 시선은 어느새 관심을 표하는 시선으로 발전했고, 관심을 표했던 시선은 어느새 미소로 발전했다.

5.1 변화

한때 레비가 걸었던 다운타운 마켓 스트리트를 지금은 회사원들과 쇼핑객들, 그리고 파월 스트리트의 케이블카 턴어라운드에서 쏟아져 나오는 관광객들이 걷고 있다.

하지만 마켓 스트리트를 따라 업타운으로 1킬로미터 정도 올라가면 또 다시 두세 블록 정도 활기찬 보행자 세상이 펼쳐진다. 그러고는 카스트로 스트리트와 교차하면서 트윈픽스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6.시골과 도시 보행

도시와 시골을 막론하고 보행의 역사는 자유를 찾아나서는 역사이자 즐거움의 의미를 정의하는 역사였다.

6.1 시골 보행

시골에서의 보행은 자연을 향한 사랑을 도덕적 당위로 삼으면서 시골 땅을 보호하고 시골 땅의 울타리를 부술 수 있었다. 우리 대부분에게 시골이나 자연은 걸어서 지나가는 곳, 바라보면서 지나가는 곳일 뿐, 뭔가를 산출하거나 취득하는 곳은 아니다.

6.2 도시 보행

시골 보행보다는 여러모로 원시 사회의 수렵채집을 더 닮은 것 같다.

채집자가 어느 나무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6개월 후에 도토리를 따러 와야겠다고 생각하거나 등나무 숲을 지나가면서 바구니를 만들 만한 줄기가 있는지 살펴보듯이, 도시 보행자는 늦게까지 문을 여는 식료품 가게나 구두 수선 가게 같은 곳을 기억해둘 수도 있고, 먼 길을 돌아서 우체국에 들를 수도 있다.

7.샌프란시스코 산책 일기쓰기

고향으로 돌아와서 처음 몇 달 동안 모든 것에 너무 매료된 나는 산책 일기를 써나갔다. 그 멋진 여름의 어느 날, 나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일곱 시간 동안 거의 꼬박 책상 앞에 앉아 있었음을 갑자기 깨달음.

신경은 날카로워지고, 등은 굽고. 필모어 스트리트 위쪽 클레이 극장에 갈까 하고 집을 나옴. 가는 길에 브로더릭 스트리트에서 처음 보는 길 하나를 발견함.

임대주택 단지 근처인데, 예쁜 단층집들이 옛날 빅토리아 시대풍이었음.

너무 잘 아는 장소에서 모르는 장소가 튀어나올 때 언제나 그렇듯 기분이 좋았음.”

8. 길거리는 건물이 없는 빈 공간

집 한 채는 빈 공간이라는 바다에 떠 있는 섬이다. 도시보다 앞서 존재한 소읍은 그저 그 바다에 떠 있는 군도였다.

그러나 건물이 점점 많아짐에 따라 군도는 육지가 되었고, 바다였던 빈 공간은 넓은 땅 사이로 흐르는 강, 운하, 개울이 되었다. 예전 사람들이 시골 땅이라는 바다를 아무렇게나 지나다녔다면, 이제 사람들은 거리를 따라 지나다니게 되었다.

8.1 대도시에서는 장소뿐 아니라 공간도 설계 대상

실내에서 먹거나 자거나 신발을 만들거나 사랑을 하거나 음악을 하는 일과 마찬가지로, 걷거나 주변을 둘러보거나 공공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주요한 설계 목적이라는 뜻이다.

시민(citizen)이라는 단어는 도시(city)와 관계가 있으며, 이상적 도시는 시민권(citizenship), 즉 공적 생활에 참여할 권리를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다.

9.보행이 공적 공간의 공공성과 생명력을 유지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이라는 유명한 책에서 제인 제이컵스(Jane Jacobs)가 설명하듯이, 인기 있고 이용자가 많은 거리는 그저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닌다는 이유만으로도 범죄로부터 안전해진다.

보행이 공적 공간의 공공성과 생명력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프랑코 모레티(Franco Moretti)에 따르면 “도시를 특징짓는 공간구조는 이동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데 유리하다. 여기서 이동이라는 말은 당연히 공간 이동을 뜻하기도 하지만, 주로 계층 이동을 뜻한다.”

10. 길거리, 모종의 거칠고 더러운 힘

‘길거리(street)’라는 단어 그 자체에 초라함, 미천함, 에로스, 위험성, 혁명성을 상기시키는 모종의 거칠고 더러운 힘이 있다.

거리의 남자(man of the streets)는 거리의 규칙을 따르는 남자일 뿐이지만, 거리의 여자(woman of the streets)는 창녀(streetwalker)와 마찬가지로 자기의 섹슈얼리티를 파는 사람이다.

거리의 아이(street kid)는 부랑아, 거지, 가출한 아이를 뜻한다.

‘길거리 사람(street person)’이라는 신조어는 길거리 외에 달리 갈 곳이 없는 사람을 뜻한다. ‘거리에 밝다(street-smart)’는 말은 도시에서의 생존법칙을 잘 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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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거짓말,보고서에 정답이 없다 편

노한동 작가의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을 이번주 읽을 거리로 골랐습니다. 제목이 상당히 도발적입니다.

저자는 대학 재학시절 행정고시에 합격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10년을 일하다가 스스로 사표를 내고, 이 책을 썼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공무원 사회를 르포하기 위해 10년동안 위장 근무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부 고발이 적나라합니다.

저자 스스로 5년미만 퇴직자는 공무원사회를 몰라서 고발하지 못하고, 30년 이상 오래 근무한 사람은 걸린게 많아 고발하지 못하는데 자신은 공무원 사회를 충분히 경험했고 또 빚진 것도 없어 이런 책을 쓸 수 있다고 밝힙니다.

저자는 상당한 수준의 글솜씨와 비판적 사고를 발휘해 책을 써내려갑니다. 무엇보다 공직 사회가 지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생생한 사례를 통해 날카롭게 드러내는데 솜씨를 발휘합니다.

특히 중앙부처가 세종시로 내려간 이후 언론의 감시망에서 벗어난 공무원사회를 내부자가 고발함으로써,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충격을 줍니다.

노작가의 책에서 보고서 부분을 뽑아서 정독했습니다. 형식적 보고서 문화는 공직사회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도 뿌리깊게 자리를 잡고 있어 크게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1.보고서를 빼놓고 공직사회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공무원은 보고서로 말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보고서 작성은 공무원 업무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그만큼 공직사회에는 보고서에 유독 예민한 사람이 많다.

1.1 과장의 빨간펜 첨삭

내가 겪었던 상급자들 역시 다른 건 몰라도 보고서 검토만큼은 대체로 깐깐하게 굴었다. 과장은 컴퓨터용 빨간 사인펜을 들고 첨삭을 몇시간동안 하다가 컴퓨터 모니터가 보이는 간이 의자에 나를 앉히고는 내용이 맞는 건지 확인해 가며 직접 보고서를 고쳤다.

1.2 국장의 불만

국장은 과장이 고쳐쓴 보고서를 보면서 “보고서 연습 좀 더해야겠어. 보고서 앞쪽에 필요 없는 말은 좀 줄이고, 뒤에 내용을 늘려. 이런 건 다 본문에 필요 없는 내용이니까 붙임 처리하라”면서 지적을 했다.

왕년에 보고서로 전 부처에 이름을 날렸다며 그토록 자신의 실력을 자랑하던 과장의 보고서가 국장의 눈엔 낙제에 가깝다는 점을 내 눈으로 확인하니 왠지 모르게 통쾌하기도 했다.

1.3 세가지 보고서 비교

자리로 돌아와 내가 처음 썼던 보고서와 과장이 쓴 보고서를 서로 비교해 가며 차분하게 읽었다. 국장은 내가 처음 쓴 보고서를 더 마음에 들어 했을까? 꼭 그렇지는 않았을 것 같다. 국장이 고친 보고서는 내가 쓴 보고서와는 또 다른 스타일이었으니까.

위로를 건네는 선배에게 국장이 과장의 보고서를 얼마나 잘근잘근 씹어댔는지 이야기보따리를 풀고 싶었지만, 괜히 이야기가 돌고 돌아 과장의 귀에 들어갈까 두려워 보고서 이야기는 영원히 나만의 비밀로 간직하기로 했다.

2.정부 보고서는 가독성에 목숨을 건 문서다.

보고서의 본문은 보통 한 장이며, 복잡한 통계나 보조 자료는 붙임으로 처리한다.

글자 크기는 15포인트로 일반적인 책자보다 상당히 큰 편이고, 개조식(個條式, 번호나 도형 등을 붙여 항목을 나누고 주요 단어 중심으로 기술하는 방식)으로 작성되어 있어 형식적으로 읽기가 매우 수월하다.

네모, 동그라미, 작대기, 별표 등의 활용은 본문 안에서도 중요한 내용과 중요하지 않은 내용 간의 위상을 한눈에 드러내 주는 역할을 하며, 하나의 문단이 두 줄을 넘지 않기 때문에 대충 봐도 문단 하나가 한눈에 들어온다.

2.1 정부 보고서 작성의 백미

하나의 단어가 줄을 바꿔 걸쳐 있으면 안 된다는 불문율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속하게’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면 ‘신속’이 한 줄의 마지막, ‘하게’가 다음 줄의 처음에 걸치도록 편집하면 안 된다.

3.보고받는 상사 위주

정부의 보고서가 가독성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보고받는 사람의 입장을 가장 크게 고려하기 때문이다.

장·차관 등 고위공무원일수록 항상 바쁘고 업무 범위도 넓기에, 그들이 제한된 시간 안에 핵심을 알아볼 수 있도록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사무관은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연수를 받을 때부터 ‘핵심만 간단하게’ 보고서를 쓰라고 귀가 따갑도록 교육받는다. 3.1‘핵심만 간단하게’라는 추상적 명제

아무리 복잡한 사안이라도 1장의 보고서로 상황을 요약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로 떨어진다.

제목 등을 제외하면 1장의 보고서는 20줄 남짓. 극히 제한된 분량 안에서도 보고해야 하는 핵심적인 내용을 빠짐없이 풀어놓는 기술은 그 나름대로는 예술에 가까운, 오랜 훈련으로 다져지는 정교한 스킬이다.

4.보고서 작성 능력 자랑

공직사회에서는 자신의 보고서 작성 능력을 자랑하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보고서 작성은 일률적으로 줄 세우기 어려운 능력이다. 국장과 과장, 나의 보고서 스타일이 모두 달랐듯이 일정 수준 이상에서 보고서는 취향의 문제에 가깝다.

그 점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경험이 부족하거나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공무원일수록 자신의 보고서 작성 능력을 떠벌린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의 좋은 예시다.

5. 정부 보고서에 대한 비판적 시각

비판의 초점은 대부분 지나친 형식주의에 대한 것이다. 한 장, 한 문단, 한 줄과 같은 형식에 과도하게 집착하느라 보고서에 담겨야 하는 핵심적인 내용에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5.1 개조식의 보고서 형식 그 자체에 대한 비판

개조식에선 문장의 주어가 분명치 않아 주술 관계가 모호해지는 경우가 있다. 시제 등이 모호해 저 문장의 기능이 명료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도형 등의 활용으로 문장의 위계가 한눈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서로 다른 층위의 문장 간의 관계가 순접인지 역접인지 등을 알 수 없어 문장 간 논리적 연관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개조식 글쓰기엔 내용을 전달하는 형식과 태도의 격조가 없다.

실제로 미국이나 영국 등 주요 선진국, 혹은 국제기구에서도 대개 개조식보다는 서술형으로 보고서를 쓴다.

6. 실무자에게 개조식이 편하다

조금만 숙달되면 형식을 맞추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며, 전임자들이 만들어 낸 보고서가 있는 경우엔 내용만 조금 변경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처럼 정형화된 형식이 일의 효율을 배가한다. 또한 개조식으로 작성하는 1장짜리 정부 보고서는 사건, 사고의 요약이나 행사계획과 같은 단발적인 정보를 쉽게 보고하기에 매우 유용한 틀이다. 육하원칙에 따른 일의 진행이 일목요연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7. 복잡한 문제의 평탄화

하지만 세상엔 1장짜리 보고서로 모두 담을 수 없는 문제들이 가득하다. 문제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거나 다양한 요인이 얽혀 있으며, 해결 방안 역시 많은 논의가 필요한 사안들이 그것이다.

정부 보고서는 이런 문제를 다룰 때도 ‘핵심만 간단하게’라는 원칙에 경도된다.

보고서 1장에 모든 내용이 깔끔하게 담길 수 있도록 문제점과 원인, 해결 방안을 2~3가지의 맥락으로 포섭하고, 서로 조응되게 구성하여 현실을 의도적으로 평탄화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실타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복잡한 현실의 이해관계는 몇 가지의 단순한 맥락으로, 의도적으로 치환된다.

7.1 현실 문제 단순화

효과성이 있는지 등 정책 수단의 유효성에 관한 심층적인 논의 자체가 생략되어 있는 탓이다. 하지만 정부의 보고서는 항상 이런 방식으로 작성된다.

보고서 작성의 목적이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깔끔한 문서 작성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장·차관 등 정무직에게 사안을 보고해야 하는 국장급 간부는 현실을 평탄화하여 보고하기에 수월한 짧고 간결한 보고서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보고서만으로는 현실의 문제를 정확하게 직시하거나, 문제의 적확한 해결을 위한 복잡하고 다양한 정책적 논의를 부처 내에서 촉발하기는 어렵다.

8.사무관의 문제인식 능력 저하

더군다나 현실을 의도적으로 평탄화하는 정부 보고서 작성법에 능해질수록, 정책의 실무를 직접 담당하는 사무관조차 문제를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려는 습성을 갖게 된다.

복잡한 문제를 다양한 맥락으로 이해하고 설명하기에는 부적절한 정부 보고서의 형식상의 한계 때문에 문제를 깊이 탐구하기보다는 보고하기 쉬운 틀에 맞는 적당한 통계와 자료를 짜집기 하는 데 몰두한다

9.장차관의 이해 수준 문제

장·차관 등 고위공무원이 지나치게 바쁘고 업무 범위가 넓기에 핵심만 간단하게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주장이다.

바쁘고 업무 범위가 넓다고 해서 정무직이 일을 피상적으로 알아도 된다는 뜻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적인 제약 조건 아래에서도 장·차관은 그 분야에 능통하며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갖춘 사람이 맡아야 한다

9.1 장관과 차관의 인선

현재도 미래도 별로 희망적이진 않다.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 정치권에 줄을 대서 장·차관으로 임명되는 경우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고 받는 사람이 분야에 대한 이해가 떨어질 경우 보고서는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에 도달하지 못한 채 개념 설명과 단순한 도식화에 머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더 이상 쉽게 쓰기 어려울 정도로 보고서의 수준을 낮췄는데도, 아무리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보고서 좀 쉽게 쓰라고 되려 역정을 내는 경우까지 있다.

하지만 문제는 보고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애초에 그들이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한 미천한 이해도다.

10.보고서에 정답은 없다.

세상의 문제에 대한 정답도 없고, 잘 쓴 보고서를 정의하는 정답도 없다. 그럼에도 공직사회는 여전히 ‘핵심만 간결하게’라는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은 보고하기 좋은 보고서를 만들기 위한 시간에, 복잡다단하게 변화하는 현실을 더욱 정밀히 이해하는 데 더 큰 노력을 들여야 한다. 또한 보고서를 예쁘게 쓰기 위해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평탄화하려는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실제의 상황을 왜곡하거나 단순화한 보고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공직사회는 나라를 위해 일하는 곳이지, 보고서 예쁘게 쓰기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곳이 아니다. 현실에 가닿지 않는 보고서는 그 자체로는 쓸모없는 아래아한글 문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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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오는가, 멀리서 바라볼 때 혁신 편

트렌드를 읽는 것은 직장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에게 필요한 일입니다. 해마다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각종 트렌드테마 책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국제 정세, 경제전망, 부동산전망, 투자, 신 기술 트렌드, 사회 변화와 변동 등 각종 분야 예측서들이 서점가를 장식합니다.

대중이 트렌드를 읽으려하는 것은 미래가 궁금하고 또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적극적으로 미래를 잘 읽어 위험에 미리 대비하고 큰 기회를 포착하려는 심리도 트렌드 책을 찾는 동기일 것입니다. 개인차원에서는 미리 떠오르는 기술이나 기업을 잘 살펴 주식투자 등 재테크 기회를 잡기 위해 트렌드 읽기 스킬이 필요합니다.

트렌드 읽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법은 멀리 읽기입니다. 멀리 읽기는 . 이탈리아 출신 영문학자 프랑코 모레티가 고안한 기법입니다. 모레티는 책 한 권씩 분석하는 ‘가까이 읽기’로부터 벗어나 긴 흐름을 조망하는 ‘멀리 읽기’를 새로운 문학 연구 방법론으로 제시하였습니다.

모레티는 멀리 읽기는 문학적 풍경을 위성에서 바라보는 것이며 서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의 역사에서 더 큰 패턴을 찾는 것이라고 말하며 새로운 사실을 보여줍니다.

우리 시대 탁월한 과학기술 분야 스토리텔러인 스티븐 존슨은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에서 모레티 기법을 차용하여 혁신 아이디어의 탄생과 확산 흐름을 읽어냅니다.

‘멀리서 바라볼 때 혁신’편을 골라서 10줄요약하였습니다.

1.가까이 읽기와 멀리 읽기

‘가까이 읽기’란 문학작품의 텍스트를 자세히 분석하는 것이다. 모레티는 “그것은 실로 신학적 훈련과도 같다. 아주 진지하고 심각하게 택한 짧은 글을 아주 엄숙하게 읽는 것”이라고 가까이 읽기를 정의했다.

이에 비해 멀리 읽기는 문학적 풍경을 위성에서 바라보는 것이며 서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의 역사에서 더 큰 패턴을 찾는 것이다.

2.멀리 읽기로 알 수 있는 것

모레티는 1740년부터 1900년까지 영국 문학에서 지배적이었던 소설 양식의 흥망을 살펴본다. 그 결과 “160년간 44개의 장르가 나타났”으며, 하나의 장르가 20~30년 동안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다가 다음 장르로 주도권을 넘겼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모레티는 이러한 현상이 세대가 바뀌는 것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25년에서 30년마다 새로운 장르들이 지배적인 장르가 되는데, 이는 새로운 세대 독자들이 새로운 문학 장르를 찾기 때문이다.

3.과학적·기술적 혁신 읽기

3.1 가까이 읽기

과학적·기술적 혁신에 대한 연구에서 가까이 읽기에 해당하는 것은 위대한 발명가에 대해 꼼꼼하게 기록한 전기(傳記)나 라디오, 퍼스널 컴퓨터 같은 한 가지 기술의 역사를 읽는 것이다.

가까이 읽기를 통해서는 일반적인 법칙은 알아낼 수 없다. 한 개인이나 하나의 발명품의 성격만을 알 수 있다.

3.2 멀리 읽기

혁신의 역사를 멀리서 바라보면 상세한 내용은 놓치지만 넓고 긴 안목에서 볼 수 있다.

역사상 200 개의 혁신 아이디어를 아래 분류표에 따라 배치하면 ‘어떤 종류의 환경이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답할 수 있다.

시장/개인

시장/네트워크

비시장/개인

비시장/네트워크

시장/비시장—아이디어를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상품화해 시장에 팔아 돈을 버는지 또는 아닌지 여부
개인/네트워크—아이디어를 혼자 또는 소수가 외부 교류없이 발명하는지, 아니면 정보및 지식 교류 네트워크에서 발명을 하는지 여부

혁신은 역사적 변화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4개의 칸은 역사적 기간에 따라 다른 형태를 보인다.

4.1400~1600년까지

구텐베르크의 인쇄기에서 시작해 계몽시대의 도래에 이르는 르네상스 시대의 혁신은 대부분의 세 번째 칸(비시장/개인)에 모여 있다.

인쇄기와 우편제도가 생긴 지 얼마 안 되었으므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어렵고, 구매자들과 투자자들로 이루어진 활기 넘치는 시장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상업화할 동기도 충분하지 않았다.

4.1 1인 예술가의 시대

이러한 시대는 1인 예술가들이 대부분이었다. 개인적인 관심과 집착에 따라 활동하는 부유한 아마추어 탐정 같은 사람들이었다.

또 이 시기는 ‘발명의 천재’라는 현대적 개념이 탄생한 시기이기도 하다. 동시대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지평선 너머를 보는 선견지명을 지닌 사람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등이다.

5.1600년~1800년 멀리 읽기

이 시기는 아마추어가 혼자 이룬 혁신(비시장/개인)은 네트워크와 상업의 힘(시장/네트워크)에 자리를 많이 내주었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가로축에 놓여 있다. 개인적 발견(왼쪽)에서 집단의 창조적 발견(오른쪽)으로 많은 수가 이동했다.

과학의 중심인 우편제도는 유럽 전역에서 꽃을 피웠고, 도시 중심부의 인구밀도가 높아졌으며, 커피하우스들과 영국왕립학회(Royal Society)가 지적 공동작업을 위한 새로운 중심지를 형성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혁명으로 과학적 아이디어가 책과 소책자 형태로 저장되고 공유되면서 세속적인 연구에 물리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5.1 시장의 신호

뉴턴, 프랭클린, 프리스틀리, 후크, 제퍼슨, 로크, 라부아지에, 린네 등의 아이디어는 돈이 될 가망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아이디어가 퍼져나가고 순환되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시장이 가져다주는 보상을 향한 움직임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18세기 영국에서 산업자본주의가 생겨나면서 매력적인 보상이 혁신가들을 사기업으로 불러들였고, 1700년대 초 영국특허법이 성문화되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산업혁명을 이끈 중요한 기술들을 ‘집단적 발명’으로 규정한다. 예를 들어 제임스 와트(James Watt)를 증기기관의 발명가라고 칭하지만 사실 그는 18세기에 10명 이상 증기기관 혁신가들 중 한 사람이다.

6.1800년~2000년

6.1 공동의 상호작용

이 시기에 민간의 폐쇄된 연구실에서 독점적으로 발견해낸 것은 거의 없었다. 즉, 첫 번째 칸(시장/개인)의 항목이 가장 적다. 에어컨을 혼자서 발명해 큰 돈을 번 윌리스 캐리어는 예외적인 인물이이다.

진공관이나 TV는 이윤을 얻기 위해 움직이는 다수의 회사들에 의해 탄생했다. 토머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했다고 말하지만 사실 전구는 에디슨과 경쟁자들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의 네트워크를 통해 탄생한 것이다. 경쟁자들은 그 과정에서 퍼즐의 중요한 조각들을 맞추는 데 기여했다.

문을 걸어 잠그고 경쟁자들이 갖고 있는 예감이나 그들이 알아낸 사실들로부터 단절된 채 홀로 작은 아이디어를 개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인접가능성 속으로 의미 있게 들어가고 싶다면 동료가 필요하다.

6.2 비시장/네트워크 유형 폭증

놀라운 것은 네 번째 칸(비시장/네트워크)의 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네 번째 칸에는 경제적 동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그렇게 많이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적 동기는 우리가 보통 상상하는 것보다 좋은 아이디어의 개발과 채택에 훨씬 더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 분권화된 환경은 참여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금전적 보상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개방적인 환경은 좋은 아이디어가 잘 자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를 만들어낸다.

7.개방 환경의 힘

유동적 네트워크, 느린 예감, 뜻밖의 발견, 잡음, 굴절적응, 플랫폼 등 혁신 패턴들은 아이디어가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흘러다니는 개방 환경에서 가장 큰 효과를 거둔다.

아이디어의 자연적인 움직임이 제한되는 환경에서 혁신의 패턴들은 질식한다.

우연한 연결을 맺으려 할 때마다 관세를 내야 한다면 느린 예감은 언젠가는 완성이 되겠지만 다른 예감으로 가는 길은 찾을 수 없다.

또한 보초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면 학문들 사이의 선을 넘나들며 굴절적응이 쉽게 일어날 수 없다.

7.1 개방과 경계 균형은?

금전적으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약속은 거부하기 힘든 것이어서 지적재산에 대한 법률과 폐쇄된 연구개발실이 만들어낸 비효율성을 뛰어넘는다.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가 사회주의 경제나 공산주의 경제보다 더 혁신적인 것으로 입증되었기 때문에 시장에 기초한 접근법은 분명 비용을 넘어서는 이익이 있다

8.시장의 대항은? 연구중심 대학 역할

개인기업들이 진화하는 동안 연구중심 대학이 공공부문에서 동시에 성장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학술연구는 네 번째 칸에 속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다른 참가자들이 아이디어를 다듬고 그 아이디어를 기초로 다른 아이디어를 만드는 목표를 가지고 발표된다.

처음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아이디어의 순환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8.1 대학의 역할

대학에서 받는 보상은 정보 네트워크에 인위적 비효율성을 가져오지 않는다.

산업혁명의 기원에 대해 뛰어난 이론을 발전시킨 역사학자가 그 이론 덕분에 아이비리그 대학의 석좌교수가 될 수는 있으나 그 이론은 자유롭게 순환하고, 수많은 방식으로 도전받고, 확대되고, 굴절적응되고, 재활용될 수 있다.

대학은 현실세계에서 고립된 상아탑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으나 지난 1세기 동안 일어난 과학과 기술 분야의 중요 아이디어 대부분이 학술연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학자들의 개방된 네트워크는 상업적 발전이 가능해지는 신생 플랫폼을 만들어낸다.

9.개방 플랫폼

네 번째 칸(비시장/네트워크)에 해당하는 혁신은 새로운 개방 플랫폼을 만들어낸다.

현재 네 번째 칸을 칭할 수 있는 기존의 어휘는 없다. 특히 소스가 공개되어 있는 공동체에서 발전해온 공동작업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공개된 시스템은 자본주의의 전통적 동기 바깥에서 작용하며 지적재산을 제한하는 데 저항한다.

시스템은 시장 동기가 만들어낸 산물은 아니지만 개인기업들이 번성하는 환경을 만들어낸다. 이는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이 ‘혼성경제’라는 개념에서 언급한 현상으로, 지적공유 공간의 개방된 네트워크 요소들과 민간 영역의 독점 장벽과 관세를 혼합한 것이다.

10.혁신을 위한 공식

지난 여러 세기 동안 지적 성취의 많은 부분은 두 체제 사이에 존재하는 덜 공식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즉, 대학원생들의 세미나실, 18세기 영국의 커피하우스, 열성적인 애호가가 집에 마련한 실험실, 인터넷 게시판 등등.

우리는 네 번째 칸을 통해 혁신을 위한 공식은 한 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현대 삶의 경이로운 것들은 개인기업들 간의 소유권 충돌을 통해서만 생겨난 것은 아니었다. 개방된 네트워크에서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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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셜록 홈즈의 회상록, 실버블레이즈 편

대부분 어린 시절 홈즈 시리즈중 1~2권쯤 재미있게 읽었을 것입니다. 또 홈즈시리즈를 현대에 맞게 각색한 홈즈 드라마나 영화도 접했을 수 있습니다. 혹시 대화를 나누다가 홈즈 시리즈가 화제에 올랐다고 가정해봅시다.

예를 들어 어린이용 홈즈시리즈에 많이 등장하는 ‘얼룩띠의 비밀’ ‘너도밤나무집’ ‘녹주석 보관’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이들 작품을 읽었다면 사건의 개요는 어렴풋이 기억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건의 구조와 홈즈의 수사 기법과 프로세스를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성인이 되어 다시 홈즈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홈즈가 수사를 의뢰받고 나서 사건을 해결하는 기법과 프로세스는 기업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는 기법과 프로세스와 거의 동일합니다.

홈즈는 복잡하고 기괴한 사건에서 충돌구조를 먼저 파악합니다. 이어 경찰이 놓친 사소한 단서를 수집하고 충돌구조를 해결할 수 있는 몇가지 가설을 세웁니다.

다음 단계에서 각 가설을 검증하는데 필요한 단서를 추가로 수집하고 현장 탐문을 합니다. 마지막 단계에서 가장 확률이 높은 가설을 채택하고 보완 수사를 통해 마침내 사건의 전모를 밝힙니다.

홈즈 시리즈중 회상록에서 실버 블레이즈 편을 골라서 홈즈의 사건 해결 기법과 프로세스를 정리해봤습니다.

사건 개요

영국 런던 외곽 다트무어 킹스파일랜드 마방에서 유명한 경주마인 실버 블레이즈가 실종되고 조련사인 존 스트레이커가 숨진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실버 블레이즈의 마주는 로스 대령으로 이 사건으로 큰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습니다.

실버 블레이즈의 죽은 조련사 존 스트레이커는 머리에 치명상을 입고 죽었는데, 허벅지에 자신이 들고 있던 칼에 의해 상처가 나 있었습니다.

홈즈와 왓슨이 사건현장인 다트무어 파일랜드에 도착했을 때, 그레고리 경위는 이미 존 스트레이커의 살인 용의자로 피츠로이 심슨이라는 경마도박꾼을 체포하였습니다. 심슨이 용의자가 된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심슨은 실버 블레이즈가 참가할 워섹스 컵 경주에 대한 내기를 건 상태에서 경주마 정보를 얻기위해 사건 전날 마구간을 방문해 마구간 하녀, 일하는 소년 등에게 정보를 캐다가 쫓겨났습니다. 방문당시 흉기로 사용할 수 있는 지팡이를 휴대하고 있었고, 스트레이커 살해현장에 심슨의 스카프가 발견되었습니다.

용의점의 충돌 구조

경찰은 이 피츠로이 심슨이라는 사람이 소년에게 약을 먹이고 복제한 열쇠를 손에 넣은 다음 마구간 문을 열고 말을 꺼냈다고 추리합니다.

그리고 심슨이 마구간 문을 열어놓은 채 말을 끌고 황무지로 도망치다가 뒤쫓아온 조교사와 싸움이 벌어졌고 심슨은 무거운 지팡이로 조교사의 머리를 부숴놓았다고 봅니다.

살인무기는 심슨의 지팡이로 추정되었습니다. 스트레이커의 손에는 심슨의 스카프가 있었고, 스트레이커의 외투는 가시금작화 덤불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홈즈는 사건 현장에 둘러보면서 심슨이 범인이라고 보기에는 이상한 점이 많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우선 심슨은 스트레이커가 휘두른 작은 칼에 입은 상처가 전혀 없었습니다. 또 말을 황무지로 끌고 나왔다는 점도 이상했고, 결정적으로 그는 실종된 말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주위를 샅샅히 조사했지만 어디에서도 말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추리를 위한 단서 포착

숨진 스트레이커가 쥐고 있던 칼은 범죄현장에서 발견되었는데 작은 날을 가진 매우 정교한 칼이었습니다. 왓슨은 의사의 경험으로 그 칼은 백내장 수술같이 정교한 수술에 쓰이는 메스라고 말했습니다.

수술에는 유용하지만 무기로는 별 쓸모가 없습니다. 따라서 스트레이커는 그 칼로 자신의 다리를 찌른 것 같았다고 추리했습니다.

실버 블레이즈가 실종되던 날 불침번이었던 일하는 소년 네드 헌터는 저녁식사에 들어간 아편에 취해 골아떨어져 있었습니다. 스트레이커의 집에서 만든 양고기 커리가 저녁으로 제공되었는데 다른 사람은 아무 이상이 없었고 네드 헌터만이 다음날까지 잠에서 깨지 못했습니다.

홈즈의 가설

홈즈는 범인은 내부 사람과 잘 아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을 세웁니다. 근거는 향이 강한 아편을 눈치채지 못하게 카레 메뉴를 선택한 것은 내부사람이 아니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또 개가 짖지 않은 점도 내부 사람이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가설 검증_추가 단서 수집및 탐문

홈즈는 경찰에게 스트레이커의 주머니 소지품을 보여달라고 합니다. 수지 양초, 가명으로 표기된 여성 의류 청구서 등 주머니에서 나온 물건을 추가 단서로 축적합니다.

홈즈는 근처 농장에서 양을 보고 일꾼 소년들에게 이상한 점을 탐문합니다.양치기 소년은 세 마리의 양이 최근 갑자기 다리를 절기 시작했다고 홈즈에게 증언합니다.

홈즈는 다시 사건 현장을 다시 찾아가 흙덩이에서 성냥을 찾아냅니다.

홈즈는 추가 단서를 수집하고 나서 경찰과 로스대령에게 스트레이커 사진을 달라고 합니다.

이 사진을 갖고 스트레이커가 소지했던 영수증을 발행한 런던소재 여성의류점을 찾아가 스트레이커사진을 보여주고 청구서 앞뒤 사정을 탐문합니다.

홈즈의 사건 결론

홈즈는 ”개가 짖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네, 올바른 추론은 다음 추론으로 이어지지. 분명 한밤중의 방문자는 개가 알고 있는 사람이었네”라면서 저녁 식사 커리와 개 짖음을 합쳐 내부 사람으로 범위를 좁혔습니다.

홈즈는 스트레이커가 휴대했던 수술용 칼과 다리를 저는 양을 연결하여 수술용 칼로 양을 상대로 근육에 상처를 주는 실험을 했고 이어 실버 블레이즈를 상대로 같은 짓을 할려고 했다고 추리합니다.

홈즈는 이 과정에서 위험을 직감한 실버 블레이즈가 뒷발로 스트레이커 머리를 강타했고, 그 충격으로 자신이 쥐고있던 메스용 칼에 자신의 허벅지를 찔려 상처가 생겼다고 추리합니다.

근거는 머리에 난 타박상과 허벅지에 난 메스용칼 상처입니다. 뒷받침하는 증거는 한밤중 수술을 위해 사용한 양초와 성냥, 말의 다리를 묶기 위해 사용한 스카프 입니다.

범행동기는 경마대회에 실버 블레이즈에 상처를 입혀 승부조작을 하려고 한 점입니다. 승부조작 동기는

영수증을 바탕으로 런던소재 여성의류점 탐문을 통해 스트레이커가 내연녀를 두고, 가명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한 점으로 입증하였습니다.

추가_실버 블레이즈 행방

홈즈는 범행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살인을 한 실버 블레이즈의 행방을 어떻게 추리하고 찾아냈을까요?

홈즈는 말이라는 동물의 행동 습관을 바탕으로 근처 다른 마방으로 갔을 것이라고 추리하고 현장 발자국을 추적해 행방을 찾아냅니다. 백워터 경 소유의 메이플턴 마방 조련사가 경마대회에서 자신의 말 우승을 위해 블레이즈에 색을 입혀 숨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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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해내는 법, 다음행동 편

인간과 동물의 여러 차이점 중에서 ‘후회’가 있습니다. 인간은 늘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후회를 합니다. 한국인들은 아마도 부동산 투자기회를 놓친 것을 가장 많이 후회할 것입니다.

후회할 때 미루고 미루다가 기회를 놓치거나 일을 망친 것을 많이 반성할 것입니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을 패러디하면 ‘미루고 미루다 내 이럴 줄 알았다’가 후회하는 사람의 묘비명으로 딱입니다.

그럼 인간은 왜 미루고 미룰까요? 또 미루는 버릇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동안 숱한 습관 관련 책과 자기관리 책을 읽으면서 미루는 습관을 고치는데 데이비드 앨런의 ‘다음행동 정의’론이 최고의 처방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비드 앨런의 ‘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해내는 법’의 영어 원제는 ‘Getting things Done’입니다. 그의 일처리 방법론을 줄여서 GTD라고 부릅니다. 한국어판 제목보다 영어 원제가 앨런이 추구하는 자기관리법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려줍니다.

GTD는 자기관리 분야에서 디지털 시대 이전부터 과학적이며 체계적인 방법론으로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앨런의 책에서는 ‘다음 행동(Next Action)’편을 발췌독서 대상으로 추출했습니다. 이 챕터를 정독하고 메모하면서 다음 행동을 정의하는 습관을 통해 시간에 쫓겨 마감을 놓치거나 부실한 일처리를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1.나의 사명

나는 ‘다음 행동이 무엇인가’를 세계인들의 일상활동이나 사고과정에 주입시키겠다는 사명이 있다. 나는 행동이 필요하다면 무슨 행동이 필요한지, 또는 누가 책임이 있는지 명확하게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떤 회의나 논의도 끝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또 인식 영역에 어떤 일이 들어온다면 행동이 필요한지 평가하고 그 결과 도출된 결정들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을 표준으로 삼는 조직들을 꿈꾼다. 이렇게 하면 사람들과 조직들이 더 중요한 문제와 기회에 초점을 맞출 여유가 생긴다.

2. 다음행동 결정의 힘

개인과 집단들이 ‘다음 행동이 무엇인가’에 대해 꾸준히 질문하게 되면 에너지와 생산성에 엄청난 변화가 생긴다. 다음행동이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면 상황이 금세 명확해지기 때문에 그러지 않는 사람과 환경을 상대하는 것이 악몽처럼 느껴질 수 있다.

실행하기로 한 일이 있으면 이를 정의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리고 완수하겠다고 마음먹은 어떤 결과에 대해 어느 시점이 되면 다음의 물리적인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일들이 생겼을 때 결정을 내리는 것과 문제가 터졌을 때 결정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2.1 다음행동 아이디어 뿌리

‘다음 행동’ 기법을 30년 훨씬 전에 컨설턴트 딘 애치슨(Dean Acheson)에게서 배웠다. 당시 딘은 컨설팅 대상 임원들에게 책상에 있는 서류들을 하나하나 집어 들고 다음에 해야 하는 일이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즉각적으로 엄청난 효과가 나타났다.

3.다음행동 정의 습관은 후천적이다

위기 상황과 괴로운 결과를 피하려면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사고 절차가 자동적으로 생길 것이다.

하지만 명백하게 무엇을 해야할 상황과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기 전에는 다음행동 정의 절차를 실행하는 것은 후천적으로 익히는 습관이다.

이 절차를 개인생활과 조직생활의 한 부분으로 체화하면 생산성이 향상되고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3.1 자동으로 진행되지 않는 것

머리를 비울 때 검토하는 목록을 다시 살펴보거나 적어도 머릿속에 웅크리고 있을 모든 프로젝트들에 대해 생각해보길 권한다. 그중에서 지속적이고 생산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게 있는가? 아마 당신은 몇 가지가 약간 정체되어 있다는 걸 인정할 것이다.

3.2 다음행동 모르면 그 일은 정체 상태다

바로 다음에 해야 하는 행동이 전화를 거는 것인지, 이메일을 보내는 것인지,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인지, 웹을 찾아보는 것인지, 혹은 상점에서 물건을 사는 것인지 확실히 모르면 그 일은 처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역설적인 것은, 목록에 있는 거의 모든 일들의 다음 행동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10초 정도만 들이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록에 있는 대부분의 일들에 대해 그 10초도 쓰지 않는다.

3.3 사고 터진 다음에 다음행동 결정

행동에 대한 결정이 대부분 언제 이루어지는지 물어보면 거의 예외 없이 “일이 터졌을 때”라는 답이 나온다.

한 글로벌 기업이 직원들에게 기업 문화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답이 팀 리더들이 사전에 적절한 결정을 내리지 않아 마지막 순간에 위기가 들이닥치는 데 대한 불만이었다.

4. 다음행동 정의 사례

4.1 타이어 교체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할 일 목록에 ‘타이어’가 있다고 하자. 타이어 교체 필요성을 느끼고 할 일목록에 ‘타이어’라고 적어둔 것이다. 문제는 다음행동을 정의하지 않았기에 타이어교체는 계속 지연될 수 밖에 없다.

타이어교체가 필요하다면 ‘타이어 제품과 가격조사하기’라는 다음행동을 미리 정의해뒀어야 했다. 그러면 자투리 시간에 다음행동 목록을 살피다가 인터넷에서 타이어 제품 조사를 할 수 있다.

4.2 자동차 정비

‘자동차를 정비한다’가 다음 행동일까? 작업복을 입고 직접 손에 스패너를 들고 자동차로 가지 않는 한, 이건 다음 행동이 아니다.

자동차 정비소를 찾아서 예약하는 것이다. 좋은 자동차 정비소를 먼저 찾아야 한다면 정비에 정보가 밝은 지인에게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물어보는 것이 다음행동이다.

5.똑똑한 사람이 더 잘 미룬다

아주 똑똑하고 예민한 사람들이 생활과 목록에 결정하지 않은 채 일을 남겨놓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머리속에서 골치 아픈 상황을 상상하면서 미리 겁을 먹거나 걱정이 앞서 실제 행동을 미루려고 하기때문이다.

이들은 가령 세금정산에 대해 생각할 때 “별거 아니야, 얼른 시작하자, 완료, 성공, 해냈어!”라고 상상하지 않을 것이다.

창의적이고 예민하고 지적인 사람들은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했을 때 나타날 온갖 부정적인 결과들을 머릿속에서 그릴 수 있기에 금방 질겁하고는 포기한다. 똑똑한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빠르고 극적으로 겁을 먹는다.

5.1 캐비닛이나 머리의 선반에 쌓아두는 사람들

코칭을 해온 수년 동안 나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보았다. 사무실, 집, 이메일, 머릿속에 정체된 일 무더기를 가장 많이 쌓아놓은 사람은 보통 가장 똑똑하고 교양 있는 부류들이다.

내가 함께 일한 대부분의 임원들은 적어도 몇 개의 크고 복잡하고 비정형적인 프로젝트들을 파일 캐비닛이나 머리의 선반에 쌓아두었다.

그들 안에는 ‘프로젝트들을 아예 보거나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 일 없겠지’라는 생각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5.2 미루지 않는 사람은 미련퉁이들

일을 미루지 않는 사람은 어떤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잘못될 수 있는 요소들을 생각하지 않은 채 묵묵히 하기 시작하는 무딘 미련퉁이들이다.

6.해결책은?

6.1 알코올

술을 한잔 걸쳤을 때처럼 머리를 무감각하게 만들고 침묵시키는 방법이 있다. 술을 좀 마시면 알코올은 신체기능을 저하시켜 부정적인 생각이나 미리 걱정하는 것을 순간적으로 줄여준다. 하지만 그런 해결책은 기껏해야 한순간뿐이다. 일거리도 사라지지는 않는다.

6.1 머리 침묵시키기

다른 해결책이 있다. 다음 행동을 파악하는 지적인 방법으로 머리를 침묵시키는 것이다. 바꾸거나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이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물리적 다음 행동을 판단하고 나면 어김없이 압박감이 완화될 것이다.

실행할 수 있는 과제라고 당신의 머리가 인식하는 무언가로 초점을 옮기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높아지고 방향성이 생기며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머리를 비우는 과정에서 당신의 주의를 끄는 일들을 정말로 모두 수집했다면 이제 그 목록을 다시 살펴보며 각각에 실행하기 위한 다음 행동을 하나씩 결정하라.

7. 중립지대는 없다

당신은 할일 목록의 항목들에 끌리거나 거부감을 느낀다. 중립지대는 없다. 행동을 완료하고 싶어 긍정적으로 이끌리거나, 아니면 그게 뭔지 생각하기 싫어 연루되지 않으려 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이 두 극단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대개 ‘다음 행동’이다. 생각하고 판단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8.궤도에서 벗어나는 이유

방법론을 실행하기 시작한 많은 사람들이 슬그머니 궤도에서 벗어나는 이유 중 하나가 행동목록을 개별적인 다음행동들로 구성하는 대신 과제나 하위 프로젝트 목록이 되도록 내버려두기 때문이다.

즉, 행동목록에 ‘연회준비위원회와 회의’ ‘조니의 생일’ ‘접수 담당자’ ‘슬라이드 프레젠테이션’ 등과 같이 막연한 내용을 그대로 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할 일들이 행동단계부터 출발하지 못하고 다시 ‘일거리’로 되돌아간다. 그러면 이런 목록을 볼 때마다 머리에 과부하가 걸릴 것이다.

9.최후까지 미루는 습성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음 행동이 ‘견인차를 부른다!’가 될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실행 판단을 미룬다는 것이다.

프로젝트가 당신의 레이더에 처음 걸렸을 때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것과 가급적 미루다가 결국 급한 불을 끄려고 급하게 행동을 생각하는 것중 어느 것이 삶에 도움이 되겠는가?

10.회의 마치기전 반드시 다음행동 정의하라

회의를 할 때 정말로 무례한 건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 않은 회의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회의를 마치기전에 실제 할 일들을 정의하고 담당자를 지정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면 회의참석자들이 아직 결정하지 않은 행동들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고 집단적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

다음 직원회의나 저녁 식탁에서 가족들과 대화하다가 한 주제에 대한 논의가 끝날 무렵, 약간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러면 이 문제에 대한 다음 행동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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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당신의 시간을 알라 편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는 고전중의 고전으로 꼽힙니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학자로 활동하면서 경영사상가의 반열에 오른 분입니다. 1909년에 태어나 2005년 세상을 떠난 그는 내 인생의 전성기는 60세부터 시작됐다고 공언할 정도로 숨을 거두는 직전까지 왕성한 저술활동을 하면서 숱한 저서를 남겼습니다.

‘자기경영노트’는 드러커의 대표적인 명저입니다. 지금도 경영자들이 책장에 이 책을 두고 수시로 읽을 정도로 경영학계의 고전중의 고전으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저도 경영리더가 된후 선배 경영자의 추천을 받아 이 책을 접하면서 현장에서 고민이 있을때마다 찾아 읽고 있습니다.

시간관리 스킬 연마를 위해 추출한 원 챕터는 ‘당신 시간을 알라’편입니다. 드러커는 “성과를 내는 경영 리더는 맡은 과업들로부터 착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시간을 먼저 생각한”면서 “계획 수립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시간이 어디에 할애되는지부터 파악한다”고 말합니다.

드러커는 경영자는 자신의 시간사용을 객관적으로 측정해서 비생산적 시간사용을 제거할 것을 권합니다. 또 조직안에서 리더의 시간을 낭비시키는 회의, 정보장애 등을 제거하라고 합니다.

드러커는 그렇게 해서 확보한 ‘가용 시간’을 가능한 가장 큰 연속 단위로 통합하라고 조언합니다. 즉 혼자서 온전히 일에 사용할 수 있는 자유재량시간대를 확보하라고 합니다. 그는 대략 1시30분(90분) 정도를 그런 시간으로 봅니다.

이 시간대에는 전화, 방문, 이메일 등 외부로부터 방해받지 않아야 합니다. 일하는 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중간 중간에 방행요소에 의해 시간이 토막나면 그 시간은 아예 쓸모가 없다는 것입니다.

드러커의 ‘당신의 시간을 알라’는 외침은 디지털 시대를 사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큰 울림을 줍니다.

1.시간이라는 자원 시간은 독특한 자원으로 언제나 심각한 공급부족 상태에 있다.

자금(money)은 중요한 자원이지만 실제로 꽤 풍부하다. 세 번째 제약 자원인 사람(people)의 경우, 비록 유능한 사람을 충분히 고용하기는 어렵지만 가능하긴 하다.

그러나 시간은 빌리거나 고용하거나 구매하거나 더 많이 소유할 수 없다. 시간 공급은 완전히 비탄력적이다. 아무리 수요가 커도 시간 공급은 증가하지 않는다.

1.2 대체 불가능

시간은 대체 불가능하다. 다른 자원도 한계가 있긴 하지만 대체할 수는 있다. 예를 들면 알루미늄 대신 구리를 사용할 수 있는 식이다.

인간의 노동을 줄이는 대신 자본을 더 사용할 수도 있다. 지식작업자를 더 많이 활용할 수도 있고 육체노동자를 더 많이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만은 대체재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독특하고 대체 불가능한 필수 자원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2.시간 사용 측정

경영리더는 기억으로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른다. 나는 기억력이 좋다고 자랑하는 경영 리더들에게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적어보도록 요청하곤 한다. 어느 기업의 회장은 3분의 1은 회사 고위 간부들과, 3분의 1은 중요한 고객을 만나는 데, 나머지 3분의 1은 지역 사회 활동을 위해 쓴다고 여겼다.

그런데 6주 동안 실제로 기록한 결과, 이 세 가지 부분에 시간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세 가지는 그가 시간을 꼭 내야 한다고 마음만 먹은 일들에 불과했다.

2.1 실무자 독촉에 많은 시간 사용

실제 기록에 따르면 그는 대부분 실무자들에게 독촉하는 일을 하며 보냈다.

예를 들면 개인적으로 잘 아는 고객의 주문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실무자에게 알아보고, 공장에 독촉 전화를 걸어 귀찮게 간섭하며 보냈던 것이다. 어쨌든 주문은 대체로 잘 처리되고 있었으며, 그의 간섭으로 오히려 일이 지연되기도 했다.

2.1 의전 등에 시간 낭비

지위가 높아질수록 조직은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의전 행사는 분명 경영리더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다. 한 경영자는 저녁 모임에 큰 기대를 갖고 있지 않지만, 그 자리에 참석해 우아하게 식사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경영 리더의 하루를 보면 이와 비슷한 시간 낭비 요소가 많다.

관리자가 아닌 일반 직원들도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경영리더의 시간을 요구한다. 그래서 모든 경영 리더의 직무에서 성과 달성에 전혀 도움이 안 되거나 가치 없는 일들에 그들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

경영 리더의 과업들은 최소한의 성과를 달성하는 데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할 때가 많다. 일을 수행하는 데 최소 요구 수준 이하의 시간을 투입한다는 것은 순전히 낭비다.

3.제로 드래프트 작성하려면 집중해야

보고서 초안 작성만 하더라도 6~8시간이 걸린다. 한 번에 15분씩, 하루에 두 번, 또는 3주 동안 7시간을 투입하는 것은 보고서 작성에 도움이 안된다. 매번 돌아오는 것은 낙서만 가득한 메모지뿐이다.

그러나 문을 걸어 잠그고 전화를 꺼놓은 채, 방해받지 않고 연속으로 5~6시간 동안 보고서 작성에 집중하면, 내가 ‘제로 드래프트(Zero Draft)’라고 부르는 것을 완성할 확률이 높다.

3.1 제로 드래프트란?

제로 드래프트란 초안을 완성하기 직전의 원고로서 비교적 짧은 시간을 사용해 장, 절, 문장 등을 다시 쓰고, 교정과 편집 작업을 할 수있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식근로자, 특히 경영 리더는 시간을 상당한 양의 단위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가용 시간이 짧은 단위로 나뉘어 있다면 전체 시간 양이 아무리 많아도 항상 부족하다.

4.지식근로자에게 시간 많이 할애해야

조직안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뜻을 전달하려면 꽤 긴 시간을 내야 한다. 특히 다른 지식작업자와 관계된 일의 경우 시간 소모가 상당하다.

지식작업에서 지식작업자는 육체노동자보다 동료와 상사에게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게다가 지식작업은 육체노동과 같은 방식으로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그가 올바른 일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몇 마디 말로 간단히 파악할 수 없다.

4.1 지식근로자 리딩에 시간을 잡아 먹는 이유

지식작업자는 스스로 방향을 정해 일을 해나가야 하기에, 자신에게 어떤 성취가 기대되고 있는지, 기대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또한 그의 지식산출물을 활용해야 하는 사람들이 하는 일을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는 많은 정보 공유와 토론 및 지도를 필요로 하게 되는데, 이 모두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이러한 시간할애 필요성은 상사에게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도 해당된다.

4.2 신입사원의 질문

때로는 갓 입사한 신출내기 젊은이들과도 만나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이 조직의 최고경영자가 당신이 하는 일에 대해 알아둬야 할 것이 무엇인가?

이 조직에 대해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우리가 진출하지 않은 사업 가운데 가능성이 있는 분야는 어디라 보는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고 있는 위험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그리고 전반적으로 우리 조직에 대해 듣고 싶은 게 있는가?’

5.인사문제도 시간 잠식 요인

조직 구성원이 많을수록 인사 문제에 대한 의사 결정은 더 자주 생긴다. 그러나 인사 문제에 관한 성급한 의사 결정은 대체로 잘못될 확률이 높다. 올바른 인적 자원 관리의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는 놀랄 정도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관찰할 기회가 있었던 경영 리더들 가운데는 의사 결정을 빨리 하는 사람도 있었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인적 자원 관리에 관한 의사 결정은 경영 리더 모두 예외 없이 천천히, 그리고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몇 번이고 숙고하며 검토했다. 사람에 관한 결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마련이다. 신이 인간을 조직의 ‘자원’으로 창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6.지식작업에 시간관리가 절실

‘육체적으로 하는 일’의 시간을 줄일 수 있으면 있을수록 ‘머리를 사용해 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내야 할 것이다.현장 노동자들, 기계정비 관리공들, 그리고 사무원들의 업무가 쉬워지면 질수록 지식작업자들의 일거리는 더 늘어나게 된다.

우리는 시간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일에 시간 관리 지식을 적용해왔다. 시간 사용과 시간 낭비 간의 차이를 주로 능률과 비용에 적용했다는 뜻이다. 정작 시간 관리가 점점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일에는 적용하지 않았으며, 시간이 문제 해결의 관건인 분야, 즉 지식작업자와 특히 경영 리더의 직무에는 이 지식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7. 쓸데없는 시간 제거 실행통해 개선

시간 사용은 실행을 통해서 개선된다. 시간 관리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만이 시간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시간 기록에 이어 두 번째 단계에서 할 일은 체계적인 시간 관리다.

우리는 비생산적이며 시간을 낭비하는 활동을 찾아내 그것들을 가능한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 진단을 위한 몇 가지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7.1 전혀 필요 없는 일제거

어떤 결과도 얻을 수 없는 완전한 시간 낭비형 업무를 찾아서 제거해야 한다. 이런 시간 낭비형 업무를 찾아내려면 시간운영표에 나타난 모든 활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만약 그 대답이 ‘별일 없었을 거야’라고 한다면, 그 일은 그만둬야 한다.

7.2 다른 사람에 위임할 일

그 질문은 ‘시간운영표의 활동 중에 다른 사람이 썩 잘하진 못해도 최소한 나만큼 잘할 수 있던 일은 무엇인가’이다.

매일 저녁 만찬에 참석해야 했던 그 사장은 공식 만찬 행사의 3분의 1은 회사의 고위 임원이면 아무나 참석해도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들 행사에는 참석자 명부에 회사명을 적으면 그만이었다.

7.3 권한 위임에 대한 오해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권한 위임’이라는 용어는 잘못 이해되고 있다. 그것은 진정 사람들을 그릇된 방향으로 안내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어떤 일을 맡기는 것은 위임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반드시 자신이 직접 수행해야 할 일에 집중하려는 것이 핵심이다. 권한 위임이야말로 성과 달성을 위한 중요한 진전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해외출장과 같이 전반적으로 볼 때 경영 리더가 수행하고 있는 일 가운데 상당 부분은 다른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맡겨야만 한다.

8.물어보라

시간 낭비에 대한 징후를 발견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성과를 내는 경영 리더는 체계적이고 거리낌 없이 다음과 같이 질문하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

‘내가 하는 일 가운데 당신이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시간만 낭비하게 하는 일은 없는가?’

이렇게 질문하고 솔직한 대답이 나와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성과를 내는 경영 리더들의 공통점이다.

9.경영 리더의 걱정

많은 경영 리더들이 낭비도 두려워하지만, 낭비 시간의 제거도 두려워한다. 혹시 실수로 중요한 것을 놓쳐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설령 그런 실수가 있다고 해도 신속히 고칠 수 있다. 만약 너무 서둘러 낭비 시간을 제거했다고 해도, 그런 실수는 항상 사람들이 신속히 발견하곤 한다. 낭비 시간 제거가 오히려 문제를 불러올 위험이 있다는 생각은 망상에 불과하다.

10.시스템의 결함 또는 통찰력 부족에 따른 시간 낭비 요인

해마다 되풀이되는 ‘거듭 발생하는 위기’를 살펴야 한다. 같은 위기가 두 번 일어난다면 결코 다시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

10.1 시간 낭비는 종종 인력 과잉의 결과다.

오히려 인원이 너무 많아 능률이 떨어지는 경우가 좀 더 일반적이다. 인원이 너무 많은 경우 그들은 일보다는 ‘상호 작용’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

만약 조직 내 상급자들이 업무 시간 중 10분의 1 이상을 불화와 마찰, 관할권 다툼, 부서 간 협력 등 ‘인간관계 문제’ 처리에 할애한다면, 그 조직은 인력이 너무 많은 게 거의 확실하다.

10.2 과도하게 빈번한 회의들

회의 참석과 일을 동시에 할 수는 없다. 이상적으로 설계된 조직에서는 회의 같은 것은 필요 없다. 누구나 자신의 업무 수행에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고, 필요한 자원도 갖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회의는 직무 구조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조직 구성 요소에 결함이 있다는 뜻이다.

10.3 정보 관련 기능 장애 제거

인력 과잉, 조직 구조상의 결함, 또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정보 등 시간 낭비를 불러오는 경영 관리상의 결함들은 종종 신속히 시정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는 오랜 시간 인내심을 가지고 작업해야 시정되기도 한다.

11.자유재량 시간

중요한 일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 ‘자유 재량 시간(Discretionary time)’은 얼마나 될까?

자유 재량 시간은 경영 리더가 아무리 단호하게 시간 낭비 요소를 제거한다고 해도 충분하지가 않다.

11.1 90분을 연속적으로 사용하기

한 은행장은 한 달에 한 번씩 1시간 30분(90분)가량 면담하는 동안 전혀 방해받지 않았다. 그는 면담이 끝난 뒤 30분 동안 전화에 메시지를 처리하였다. 그는 “지금까지 90분을 기다리지 못할 정도로 급한 위기에 처한 적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경영 리더 중 한 사람은 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에 90분씩 전화 연결도 안 되는 서재에서 일했다고 한다.

12.마감일 정하기

뛰어난 성과를 내는 리더는 두 가지 목록을 갖고 있다. 하나는 긴급한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내키지 않지만 해야 할 일의 목록인데, 둘 다 마감일을 정해두고 있다.

만약 마감일을 지키지 못하면, 자신도 모르게 또다시 자기 시간이 낭비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더욱 주의하게 된다.

13.너 자신의 시간을 알라

‘너 자신을 알라’와 같은 지혜로운 처방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우리 인간에게는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자신이 원한다면 ‘너 자신의 시간을 알라’라는 명제를 얼마든지 따를 수 있고, 조직에 대한 기여와 성과 달성 능력을 향한 여정을 잘 이어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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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셜록홈스, 기호학자를 만나다, 모렐리,프로이트,홈스 편

독일 드레스덴의 한 화랑이 소장하고 ‘잠자는 비너스’는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네(Giorgione)의 작품입니다. 조르조네는 베네치아를 무대로 활동하면서 숱한 명작을 남기고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조르조네의 비너스는 티치아노의 ‘우비노의 비너스’, 마네의 ‘올랭피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지오반니 모렐리( Giovanni Morelli)라는 미술평론가가 1880년 이 작품을 조르조네 작품이라고 판정하기전까지 누구 작품인지를 놓고 논란이 많았던 것입니다.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

당시 가로로 누운 비너스의 그림은 분실된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원본을 사소페라토가 모사한 것이라는 추정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렐리는 귓볼,손톱 등 사소한 요소를 분석하는 새로운 감정법으로 이 작품이 조르조네의 작품이라고 정확하게 판정하였습니다.

모렐리의 기존 패러다임을 깨는 미술감정법은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정신분석학을 처음 개척한 프로이트가 사소한 것을 단서로 삼는 모렐리에 영향을 받은 점입니다.

나중에 이탈리아 역사학자 카를로 긴즈부르그는 ‘모렐리, 프로이트,셜록 홈스’라는 논문을 통해 세 사람의 학문이 갖는 공통점을 분석했습니다.

셋은 보통 사람이 눈여겨 보지 않는 사소한 것을 주목해 그 뒤에 숨어 있는 실체를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 기법을 발전시켰다는 것입니다.

문제해결스킬을 함양할 때, 사소한 단서를 포착하고 문제 구조를 파악하는 스킬은 꼭 단련해야 할 스킬입니다. 문제 구조를 파악하면 그 문제를 푸는 해법은 90% 완성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셜록 홈스, 기호학자를 만나다’(움베르토 에코, 토머스 세벅 편)에서 ‘모렐리, 프로이트, 셜록 홈스’편을 발췌독서할 것을 추천합니다.

1. 모렐리의 미술감정 비법

1874년부터 1876년까지 독일 미술사 잡지 『조형 미술지』에 이탈리아 회화에 대한 일련의 논문이 연재되었다.

레르몰리에프라는 무명의 러시아 학자가 저술하고 역시 무명의 슈바르체라는 인물이 독일어로 번역한 글이었다.

연재된 논문들은 옛 거장들의 작품을 올바로 감정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면서 미술사 학계에 일대 파장을 일으켰다.

몇 년 후에 저자가 자신의 정체를 밝혔는데, 바로 모렐리라는 이름의 이탈리아인이었다(두 개의 가명 모두 자신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었다).

2. 사소한 것을 주목하라

모렐리는 그림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그림 감정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페루지노가 그렸던 하늘로 시선을 향한 인물들이라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여인의 미소 등 대가만의 특징은 쉽게 모방된다는 것이다.

그는 대신 화가가 속한 화단의 주류 스타일에서 가장 하찮게 여기는 것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귓불, 손톱, 손가락과 발가락 등 그림에서 사소한 것들이다.

모렐리는 보티첼리, 코스메 투라 등 거장들의 작품에서만 발견되는 특징적인 귀 (또는 다른 어떤 것)의 모양을 분석하였다. 이런 특징들은 진품에서만 발견되며 모조품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다.

2.1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 감정

모렐리는 유럽의 주요 화랑들에서 새롭게 진품 감정을 하고 몇몇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특히 드레스덴의 어느 화랑이 소장하던 가로로 누운 비너스의 그림은 조르조네의 희귀한 그림이 분명하다고 밝혀냈다. 그전까지 분실된 티치아노의 원본을 사소페라토가 모사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3.모렐리 재조명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모렐리의 방법은 계적이며 조잡한 실증주의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모렐리의 방법을 깔본 사람들 중 다수가 모렐리의 방법을 몰래 사용했던 것 같다.

그러다 미술사 학자인 에드가 윈드 덕분에 모렐리의 작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기 시작했다. “모렐리가 쓴 책들은 미술에 관한 다른 어떤 책과도 다르다. 그의 책에는 손가락과 귀에 대한 그림들이 가득하고, 화가들의 특징이 될 만한 (그림의) 세부 묘사들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마치 지문을 통해 범죄자를 밝혀내듯이, 세부 묘사를 통해서 화가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이다.

어떤 화랑이든 모렐리의 연구를 거치고 나면 용의자의 사진 진열실로 보이기 시작한다.”

4.홈스와 모렐리와 연결

이탈리아의 미술사 학자 카스텔누오보는 모렐리의 분류 방법과 바로 몇 년 후 도일이 셜록 홈스에게 부여한 방법 사이의 유사성을 이끌어 냈다.

미술 감정가와 탐정은,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보통 사람들의 주의를 끌지 않는 작은 단서로부터 무언가를 발견해 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셜록 홈스는 발자국이나 담뱃재 등등을 해석하는 유명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홈스시리즈중 ‘소포’에서 홈스는 마치 모렐리처럼 행동한다. 어떤 순진한 노부인에게 두 개의 잘린 귀가 소포로 배달되면서 사건은 시작되었다.

4.1 홈스의 추리

자네는 의사니까 귀처럼 가지각색인 신체 분야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걸세. 귀는 사람마다 아주 독특하고, 다른 누구의 것과도 다르지. 작년에 출간된 ‘인류학지’를 보면 이에 관한 두 개의 짤막한 나의 논문이 실려 있다네.

어쨌거나 나는 상자에 들어 있던 귀를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며 해부학적 특징들을 조심스레 관찰했지. 그러다 쿠싱 여사를 보면서 그녀의 귀가 내가 방금 관찰한 귀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해 보게나.

절대로 우연이라고는 할 수 없었네. 귓불이 좁아지는 모양이라든가 윗부분의 넓은 곡선, 그리고 안쪽 연골의 구불구불한 모양까지 완전히 똑같았네. 본질적으로 같은 귀였던 거야.

물론, 나는 관찰 결과의 중요성을 즉시 알았지. 그건 희생자가 그녀와 혈연관계이며 아마도 매우 가까운 사람이리라는 사실이었지… (소포)

5.현대 심리학과 모렐리

모렐리를 비판한 사람들은 “개인의 노력이 가장 적게 들어간 부분에서 개인의 특성personality을 찾아야 한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 심리학은 모렐리의 이런 주장을 잘 뒷받침해 준다. 즉 부주의하고 사소한 몸짓이, 우리가 세심하게 취하는 형식적인 자세보다 훨씬 더 확실하게 우리의 성격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6.프로이트의 고백

“부주의하고 사소한 몸짓”이라는 말을 보면 우리는 곧바로 “현대 심리학”이라는 일반적인 용어를 프로이트Sigmund Freud라는 이름으로 대체할 수 있다.

윈드가 모렐리를 언급한 덕택에 학자들은 프로이트의 유명한 에세이 ‘미켈란젤로의 모세’를 주목했다.

“그는 그림의 일반적인 인상이나 중심 인물 대신 사소한 부분 묘사, 즉 손톱이나 귓바퀴나후광의 모양처럼 쉽게 지나치는 하찮은 것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모사가는 그런 것들을 모방할 때 소홀히 여기고 지나치지만, 진짜 화가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그리기 때문이다. 나는 러시아식 가명 뒤에, 1891년에 사망한 모렐리라는 이탈리아인 의사가 숨어 있었다는 것을 알고 매우 흥미를 느꼈다.

내가 보기에 그의 탐구 방법은 정신분석학의 기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의 방법 역시 하찮아 보이고 주의를 끌지 않는 특징들에서, 즉 우리의 관찰에서 보자면 쓰레기 더미인 것에서 은밀하고 감추어진 것들을 알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미켈란젤로의 모세 중)

프로이트는 명백하게, 은밀하게 모렐리가 자신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음을 선언했던 것이다.

7.프로이트와 모렐리와의 만남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에 대한 연구 이전에 모렐리의 글들을 접했다. 즉 정신분석의 핵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을 발견한 이후에 우연히 나중에 삽입된 요소와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7.1 첫번째 만남, 드레스덴 화랑

1883년 12월 프로이트가 드레스덴 화랑을 방문하면서 약혼녀에게 ‘미술의 발견’에 관해 긴 편지를 보낸 이후일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프로이트는 그림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당시 프로이트는 “나의 무교양을 벗어던지고 이를 숭배하기 시작했소”라고 적었다.

따라서 이렇게 쓰기 전에 프로이트가 어떤 무명 미술사 학자의 글에 끌렸으리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이 편지를 쓴 후에 그 글을 읽기 시작했을 수는 있다.

특히 모렐리의 첫 에세이들이 뮌헨, 드레스덴, 베를린의 여러 화랑에 소장된 이탈리아 옛 거장들에 대해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7.2 두번째 만남, 밀라노

프로이트가 모렐리의 글을 두 번째로 접한 것은, 여전히 추측이지만 좀 더 확실하게 짚어 볼 수 있다.

모렐리의 가명 출판은 1883년이었고 그뒤 1891년부터 모렐리가 죽을 때까지의 여러 판과 번역본에 그의 실명과 가명이 모두 실렸다. 이 무렵의 책을 프로이트가 보았을 수 있다.

아마도 프로이트가 레르몰리에프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된 것은 1898년 9월 밀라노의 서점가를 돌아다닐 때였을 것이다.

현재 런던에 보관되어 있는 프로이트의 장서 중에는 1897년 밀라노에서 간행된 모렐리(레르몰리에프)의 책의 복사본인 ‘이탈리아 회화에 대한 역사 비평적 연구’가 있다. 그 시절 프로이트는 기억의 실수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8.모렐리의 영향

모렐리가 썼던 다음 구절의 아이러니는 아마도 프로이트를 즐겁게 했을 것이다.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내가 예술 작품의 정신적인 내용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니까 손이라든지 귀의 형태 같은 외적인 세부 묘사, 얼마나 놀라운 이야기인가, 하다못해 손톱 같이 조잡한 것에 특별히 관심을 두는 사람이라고 단정 짓고는 기뻐한다.

예술가가 세부 묘사들 속에서 자신이 속한 문화적 전통에 구속되지 않고 자신의 순수하고 개성적인 경향을 살려 낸다.”

모렐리는 그런 세부 묘사들은 ‘습관에 의해서 거의 무의식적으로 반복된다’면서 무의식을 언급하였다.

예술가의 가장 핵심이 되는 개성이 의식의 통제를 초월하는 요소와 관련을 맺는 방식을 언급한 것이다.

9.프로이트, 홈스와도 연결

1913년 봄, 동료인 라이크 T. Reik가 정신분석학적인 방법과 홈스의 방법 사이의 비교를 논하자 프로이트는 감정가로서의 모렐리에 대해 칭찬함으로써 그 대답을 대신했다고 한다.

위의 세 가지 경우 모두 작고 사소한 것들이 심연의 사실을 향한 유일한 열쇠가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프로이트에게는 증상, 홈스에게는 단서, 모렐리에게는 그림의 특징이 바로 그 사소한 것들이다.

9.1 도일, 모렐리, 프로이트 모두 의사

이와 같은 삼중의 유사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명백한 해답은, 프로이트가 의사였고, 모렐리는 의학에서 학위를 받았으며, 코넌 도일 역시 작가로 정착하기 전까지는 의사였다는 사실이다.

세 경우 모두 우리에게 의학 기호학, 즉 징후학symptomatology의 모델을 연상시킨다. 징후학에서는 질병을 직접 관찰할 수 없기 때문에 보통 사람, 심지어 의사인 왓슨이 보기에도 관련이 없을 것 같은 표면적인 징후나 기호를 근거로 진단을 내린다.

10. 징후학과 기호학

홈스, 모렐리, 프리오트의 공통점은 개인사적인 우연의 문제가 아니다. 19세기가 끝날 무렵(더 자세히는 1870~1880년의 10여 년간)에는 이러한 기호학적인 접근법, 즉 단서 해석에 기초하는 패러다임이나 모델이 인문과학 분야에서 점차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러나 그 뿌리는 고대부터 시작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