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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바다 인류’

동아시아의 긴 역사에서 일본은 16세기 까지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중원의 패권은 한족과 북방의 거란, 몽골, 여진의 차지였습니다. 또 지정학적으로 중원의 문명을 한반도를 통해 수입해야 하는 문명 수입국이었습니다.

그런데 16세기이후 이후 조선을 침략하고 대놓고 명 정벌을 공언할 정도로 동아시아의 강자로 우뚝 솟았습니다.

동아시아 역사에서 이런 드라마틱한 힘의 역전이 어떻게 일어났을까?

주경철 서울대교수가 2008년에 발표한 ‘대항해 시대’가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단초를 비로소 제공했습니다.

유럽~아랍~중앙아시아~중국를 연결하는 실크로드가 중심 네트워크일 때는 네트워크의 끝 단에 있는 일본이 제일 불리했습니다.

대서양~인도양~남중국해로 이어지는 바닷길이 열리자 거꾸로 일본은 유럽의 정보를 가장 먼저 수신하는 노드로 바뀌었습니다.

주경철 교수의 새 책 ‘바다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인류의 미래를 바다를 통해 조망합니다. 이 책은 대륙과 농경문화 중심의 역사관이 놓친 나머지 반쪽을 보여줍니다. 8장 이슬람의 바다편을 발췌하여 읽고 10줄로 요약했습니다.

10줄 요약_8장 이슬람의 바다편

1.622년은 인간사회가 처음으로 신의 메시지를 받아들여 새로운 공동체 움마(Ummah)를 형성한 중요한 해이기때문에 이슬람 원년이 되었다.

이슬람권은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세 대륙에 걸쳐 있고 동서로 길게 뻗어나갔다. 이 광대한 세계는 아라비아,페르시아,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 에스파냐 등 다수 문명권으로 구성된 초 문명권이다. 또 중국, 인도, 유럽, 아프리카, 러시아 문명과 마주하고 있다.

2.광대한 이슬람 지역내 물자, 사람, 정보가 낙타 캐러밴 덕분에 유통되었다. 낙타 등에 짐을 실을 수 있는 북아라비아 낙타안장(North Arabia Camel saddle)이라는 신 기술이 200년경에 개발되어 낙타를 이용한 물류시스템이 작동하였다.

3.사막의 배 (낙타 캐러밴) 뿐만 아니라 바다의 배도 주목해야 한다. 이슬람으로 확산으로 인해 지중해-홍해 루트와 인도양 교역 루­트가 연결되었다.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의 갈등은 바다에서는 두드리지 않았다.

이슬람권과 인도양 각지에서 널리 사용된 선박은 다우(dhow)선이었다. 지중해에선 삼단 갤리선, 중국에서는 정크선, 인도양에서는 다우선이 대표적인 선박이었다.

4.다우선 의 첫째 특징은 높은 마스트에 거대한 삼각범을 쓴다는 점이다. 둘째 다우선은 못을 사용하지 않고 선체를 섬유, 밧줄 가죽끈 등으로 묶는 방식을 사용했다. (1998년 자바해 벨리퉁섬 근처에서 인양된 벨리퉁 침몰선이 전형적인 다우선) 항해술은 위도를 계산할 수 있는 카말(kamal)이라는 도구를 활용하였다.

선박과 항해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해서 원거리 화물수송을 무리 없이 잘 수행하였다. 다우선으로 멀리 중국까지 항해하였다.

5.소하르, 시라프, 키시, 호르무즈, 아덴, 제다 등 항구가 교역중심지였다. 이중 시라프는 고대와 중세 페르시아의 가장 중요한 항구였다. 물이 깊었고 또 시라즈의 캐러밴 루트와 연결된 지점이어서 10세 말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6.인도양의 아프리카 방면 교역에서 페르시아인들이 활약하였다. 아프리카 동해안의 스와힐리 지역에 종교적,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잔지바르, 킬와 등 여러 지역에서 시라프 도자기, 중국 도자기가 다수 출토되었다.

중요 교역 산물로는 대모, 상아, 철, 금 등이었다. 짐바브웨에서 생산된 금은 소팔라로 이송되어 수출되었다. 12세기에 킬와가 이 항구 통제권을 장악하였다.

스와힐리 지역은 유례없는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14세기는 8세기와 달리 페르시아인이 아니라 아랍인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였고 동남아시아와의 관련성도 커져갔다. 시아파가 거의 사라지고 수니파가 지배하였다.

7.아프리카 교역 상품으로 노예의 비중이 컸다. 이 분야 전문가인 랄프 오스틴은 7~19세기에 아프리카 대륙을 북쪽과 동쪽으로 횡단하는 노예무역의 규모를 1440만명으로 추산하였다.

869년 바그다드와 바스라 사이 지역에서 잔지 노예반란이 발생하여 10년이상 지속돼 이 지역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아바스 왕조 최대 재앙 중 하나다. 또 인도양, 동남아시아,중국에 이르는 거대한 교역 구조의 변화를 가져온 주요 사건이다.

8.인도양에서 활약했던 해적 중 인도계 해적은 바와리지라 불렸다. 해적은 이 지역 사회와 연결되어 있었다. 따라서 해적 강도 노예약탈 등은 전문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상인과 선원이진지 기회 있을 때마다 언제든지 뛰어드는 모험이었다.

9.페르시아 아랍 상인들이 처음부터 광저우로 간 것은 아니다. 베트남 항구들이 동쪽의 종점이었다. 대중국 교역에서 중심지 역할을 하였던 시라프에서 광저우까지 해로는 약 900킬리미터였다. 다우선박의 우수함,몬순 체제, 지배층의 소비재 수요가 원거리 무역을 가능케 만든 원동력이었다.

10.이슬람권과 중국 사이에는 어떤 상품들이 오갔을까? 벨리퉁 침몰 선은 중국과 자바를 잇는 해로상에서 침몰했는데 동전, 창사에서 생산된 도자기가 주요한 화물이었다. 도자기는 철저히 해외시장 수요에 맞춘 것이었다.

기하학적 문양, 쿠란 글귀 등을 적색, 녹색으로 파놓은 것은 아바스 왕조시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도자기 생산에 필요한 코발트 안료는 페르시아에서 수인한 것이었다. 코발트 안료는 페르시아에서 잘 이용되지 못한 반면 중국에 수출되면 완벽한 청색을 구현하는 데 사용됐다. 그야말로 세계화의 시작이라 할 만하다.

저자소개_주경철

근대가 태동하는 순간부터 대항해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바다와 해양 문명을 통한 전지구적 통합의 과정을 밀도 있게 연구해온 서양사학자. 이 책은 그동안의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바다의 관점에서 인류 역사의 시작에서부터 다가올 미래까지 살피며, 역사를 통해 인류와 바다의 공존을 모색해보는 시도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같은 대학원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후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대학교 역사연구소 소장과 중세르네상스연구소 소장, 도시사학회 회장을 지냈다.

그동안 《대항해 시대》, 《문명과 바다》, 《문화로 읽는 세계사》, 《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 《근대 유럽의 형성》, 《히스토리아》, 《히스토리아 노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모험과 교류의 문명사》, 《마녀》, 《일요일의 역사가》, 《그해, 역사가 바뀌다》,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1~3》, 《도시는 기억이다》(공저), 《18세기 도시》(공저), 《어떻게 이상 국가를 만들까?》, 《질문하는 역사》 등을 쓰고,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1~3》, 《제국의 몰락》, 《유토피아》, 《물의 세계사》(공역), 《지중해: 펠리페 2세 시대의 지중해 세계 1》(공역)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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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트렌드코리아’ 시리즈 작가인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오팔(OPAL)라는 신조어를 만들었습니다.

오팔은 영어 ‘Old People with Active Lives’를 줄인 말입니다.

즉, 50대~60대가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소비와 유행을 이끌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20대~30대 MZ세대가 성수동 핫한 카페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면, 그 부모들이 그 카페로 몰려가서 점령한다고 합니다.

프랑스에서 소설가,칼럼니스트 등으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나이듦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이합니다. 브뤼크네르는 중년의 경계선을 넘어 노년에 이른 사람들의 고민, 욕망, 불안, 상실감을 돌아가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다룹니다.

노년의 성욕 역시 시원하게 까발립니다.

10줄 요약_욕망 아직도 이러고 삽니다 편

1.하녀에게 추파를 던지고 멸시당하는 늙정이, 여배우나 화류계 여인에게 놀림당하는 노인, 자신을 비웃는 젊은이에게 푹 빠진 초로의 부인, 성경에서 목욕 중인 수산나를 겁탈하려다 간음죄로 사형당한 원로들(〈다니엘〉 13장)을 보라.

몰리에르부터 테네시 윌리엄스까지 희곡, 문학, 영화는 구애하는 자와 구애받는 자의 나이 차를 잔인하리만치 강조하곤 한다.

2.여기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있다. 어느 정도의 나이를 넘긴 여성에게는 사랑의 기술, 부부 생활이 가로막혀 있다. 세상은 만회할 기회도 없다는 듯이 말한다. 그들에게는 출생연도보다 연애의 시한이 더 중요한가 보다.

3.이미 많은 사람이 고발한 대로, 늙수그레한 남성들은 젊은 여성들과 노닥거리기도 하는데 그 또래 여성들은 ‘늙은 마녀’, 폐기물, “상하기 쉬운 먹을거리”(수전 손택) 취급당하는 이 현실은 불공평하다.

남성들은 점점 인물이 나아지는데 여성들은 못나지기라도 한다던가. “평범한 인간 여성은 나이가 들면 으레 살이 찐다. 뚱뚱한 여성은 애정의 나라에서 근본적으로 배척당한다.”

4.해방은 쾌락의 평등을 약속했지만 실상은 불평등이 지속되고 있다. 차고 넘치는 관능이 모두에게 약속되었으나 아직도 제2의 성 대다수에게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파행 아니면 처절한 사막밖에 없다.

이 여성들은 이미 연애 시한이 지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혼자 살려고 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5년은 더 살기 때문에 혼자 사는 여성 노인의 수는 실제로 더 많다.

5.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자기보다 스물네 살이나 많은 여성과 결혼했다. 마크롱이 시대정신을 크게 바꿔놓은 부분이 있다면 그건 바로 그의 결혼 생활일 것이다. 풍속이라는 면에서 엘리트가 모범을 보인 셈이다. 문학, 영화도 나이 든 여성과 젊은 남성이 짝이 되는 예를 점점 더 보여주고 있다.

6.늙은 악동이 롤리타와 놀아나고 늙은 여성이 젊은이와 어울리는 것은 정상이다. 그러한 끌림의 원동력이 순전히 감정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이해관계와 직업상 특혜와 그 외 더 석연찮은 동기가 있다지만, 그래도 연애가 성립한다는 사실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나이 차이가 아무리 많이 나는 커플이라고 해도 도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연애를 금지할 수는 없다.

7.나이 차이가 빈축을 사는 이유는 그 나이에도 욕망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통념 때문이다. 나이가 어느 선을 넘어가면 젊은이들의 길잡이나 후견인, 가부장 역할에 충실하라는 요구를 받기 마련이다. 세상은 이제 젊지도 않은 이들이 자중하기를 바라고, 그들의 욕망을 마뜩잖게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취하려는 탐욕을 비난한다.

그리고 이런 면에서 자연과 편견이 여성에게 한층 더 가혹한 것이 사실이다

8.노년은 1960년대 성 해방을 확고하게 만든 기나긴 거부의 역사에 마지막 한 장을 보탤 뿐이다. 나이 든 사람들은 세상 모든 연애 낙제생들이 경험하는 거절의 아픔을 똑같이 겪는다.

알아두자, 배척의 불행은 일찍부터 시작된다. 사랑은 ‘시장’이라는 단어와도 잘 어울린다. 이 장사를 하다 보면 저마다 외모, 사회적 지위, 재력에 따라 점수가 매겨진다.

9.50세 넘어서 극복해야 하는 터부가 뭘까? 그때부터는 외설 행위보다 ‘우스운 꼴’이 더 무섭다. 뭡니까, 아직도 그러고 살아요? 아직도 충동과 욕망에 매여 삽니까? 한바탕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욕정에 빠진 할머니도, 흉측한 늙다리도 반감을 사기는 마찬가지다.

10.그런 사람들에게 성은 계제에 안 맞는 일, 흔적조차 남기지 말고 치워야 할 짓거리다. 나이가 들면 정념의 혼란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진다는 믿음은 얼토당토않다. 60세에도 20세처럼 사랑할 수 있다.

위대한 17세기의 대모로 유명한 팔츠 공작부인은 여성에게 몇 살쯤 욕망이 사라지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난 80세밖에 안 됐는데.” 그냥 농담이라 하기에는 생각해볼 만한 진실이 숨어 있다.

적어도 두 종류의 행복이 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행복과 아직도 뜨거운 행복. 전자는 괴로움이 없고 후자는 강렬한 만족을 추구한다. 한 사람 안에서도 그날그날, 시시각각 이 두 행복이 갈마든다. 어떨 때는 아무 긴장을 느끼지 않는 데서 안녕감이 온다.

저자 소개_파스칼 브뤼크네르 (Pascal Bruckner)

소설가이자 철학자로서,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1948년 파리에서 태어난 그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비터문」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했던 동명소설 『비터문』의 원작자로서, 특유의 재치와 통찰력으로 주목받았다.

1995년에 『순진함의 유혹』으로 프랑스 3대 문학상의 하나인 메디치상을, 1997년에 『아름다움을 훔치는 사람들』로 르노도상을 수상하며 프랑스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으며, 2002년에는 경제학 에세이 『번영의 비참』으로 최우수 경제학도서상(Prix du livre d’economie)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영원한 황홀-행복의 의무에 관한 에세이』 『남편이 작아졌다』 『길모퉁이에서의 모험』 등이 있다. 소르본대학과 디드로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인문학도로서 파리 정치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한 바 있으며,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학과 뉴욕대학의 초청 교수를 지냈다.

현재 그라쎄 출판사의 편집인으로, 프랑스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르 몽드』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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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김찬훈의 ‘지식재산, 가치를 담다’

2021년부터 메타버스와 NFT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NFT열풍속에서 원저작자 동의를 받지 않은 디지털 아트가 NFT로 거래되면서 분쟁이 잇따르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은 기존 법체계가 NFT와 같은 새로운 흐름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김찬훈의 ‘지식재산, 가치를 담다’는 디지털 시대에 변하지 않는 가치는 특허,상표,저작권,영업비밀 등 지식재산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저자는 “디지털 대전환은 지식재산으로 산업을 재편할 때만이 성공한다”고 주장합니다.

나아가 저자는 “지식재산으로 출발해 지속경영을 하는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재편해야 하고 국가는 지식재산으로 무장해야만 국제 무대에서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4장을 선택하여 핵심 내용을 10줄로 요약하였습니다.

10줄 요약_4장 새로운 자산, 신지식 재산권

AI 관련 지식 재산권 이슈

1.2016년 딥러닝 알고리즘이 346점의 렘브란트 그림을 분석한 후 ‘넥스트 렘브란트’을 창작했다. 2018년 오비어스(Obvious)라는 AI 화가가 그린 ‘에드몽 드 벨라미의 초상’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43만여 달러에 낙찰됐다.

AI가 창작한 소설, 기술, 디자인을 지식재산권으로 인정할 것인가. 또 AI에 의한 창작물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AI학습을 위한 데이터 확보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런 이슈는 현행 지식 재산 법체계로는 대응할 수 없는 것들이다.

AI가 그린 ‘Edmond de Belamy’

2.현행 특허법 저작권법 민법 등에 의하면 인간 이외의 창작물에는 권리가 부여되지 않는다. 현행 법체계는 인간 즉 사람만을 저작및 발명, 창작자로 인정하고 있다.

3.세계 지식재산기구(WIPO)는 2019년 AI와 IP 관련 특별세션을 열고 12월 그 결과를 토대로 이슈 보고서를 발행했다. 2021년 2월까지 각국의 의견서를 수렴한여 보고서를 수정하였다. AI가 창작한 특허, 디자인,저작권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4.2021년 호주 연방법원의 조나단 비치 판사는 인공지능 시스템 또는 장치가 발명자가 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 스티븐 탈러 박사가 개발한 다부스(DABUS)라는 인공지능 창작기계 관련 특허 논쟁관련 판결이었다.

비치 판사는 발명자라는 단어는 어떤 행위를 하는 사람 또는 사물 등 행위자를 나타내는 명사이며 인공지능 시스템이 발명을 하는 주체라면 발명자라고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5.다부스 특허 논쟁은 영국의 라이언 애봇 연구팀이 2019년 다부스를 발명자로 하여 음식용기 제조술 등 2개의 기술을 세계 각국의 특허청에 출원하면서 시작됐다.

영국, 미국, 한국 등 주요국 특허청은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할 수 없을 이유로 특허 거절 결정을 했다.

AI가 창작한 발명에 지식재산권을 부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4차 산업 혁명시대에 모든 나라가 직면한 문제다. 호주 연방법원의 판결은 지식재산권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시금석이다.

메타버스, NFT관련 이슈

6.메타버스에서의 지직재산권, 디자인및 상표권, 저작권 문제는 AI 지식재산권 인정 여부와 같이 정비되어야할 중요한 법제도 과제다. 특히 디자인 보호와 상표법은 자국의 영역내에서만 행사되는 속지주의에 따르고 있어 메타버스가 국경을 초월하는 점을 감안하여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

7.메타버스에서 실제 현실의 건축물, 음악, 미술품 등 저작물을 가상공간에 재현했을 때 저작권을 침해하는지, 메타버스에서 창작한 결과물의 저작권리를 인정할 것인지도 이슈다.

현실세계의 제품, 콘텐츠를 원창작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메타버스에서 모방하거나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또 건축물 등 현실공간이 디지털 트윈 형태로 재현되고 있다.

생물다양성및 유전자원 이슈

8.나고야 의정서 2010년에 발효된 나고야 의정서는 생물및 유전자원에서 얻는 이익을 공유하고 나눌 것인가에 대한 국제적 협약이다. 특히 기업이나 공공이 다른 나라의 생물자원에서 의약품, 화장품, 바이오 식량을 만들어 이익을 해당 생물자원을 제공한 나라와 나눠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시세이도 화장품 회사는 1999년 인도네이사 자생식물인 ‘자무(Jamu)’에서 추출한 원료를 사용하여 미백 화장품, 노화방지 화장품을 개발했다. 이어 51건의 자무 추출물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환경단체는 생물해적(biopirates)행위라고 시세이도를 거세게 비난했다. 시세이도는 이에 특허를 자신 철회하였다.

이제 유전자원과 전통지식을 이해하지 않고 또 그것을 보호하고 지식재산화하지 않고는 화장품, 바이오산업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우리의 유전자원과 전통지식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업비밀이슈

9.LG에너지솔루션와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소송전은 영업비밀(Trade Secret)에 관한 것이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간 보톡스 원료를 둘러싼 분쟁도 영업비밀 문제다.

영업비밀의 기술상 정보는 제품 설계도, 프로그램 소스코드, 제품 생산방법, 원료배합 정보, 연구개발 과정및 결과, 시험데이터 등이다. 영업비밀의 경영상 정보는 고객 명부 거래처 정보, 주요 투자 및 사업계획, 경영관리 정보, 매뉴얼 등이다.

10.특허권이 출원후 20년밖에 보호받지 못한 것에 비해 영업비밀은 권리 보호가 매우 길다. 코카콜라 제조비법이 120년동안 보호받은 것은 특허가 아니라 영업비밀이기 때문이다. 영업비밀도 지식재산권으로 기업의 핵심 자산이다. 따라서 기업의 영업비밀은 정당하게 평가받고 철저히 보호되어야 한다.

영업비밀의 핵심은 비밀로 관리된 것들이어야 하는 점이다. 몇차례 개정을 거쳐 영업비밀 보호대상이 비밀로 관리된 정보로 개정됐다. 하지만 영업비밀 관련 형사사건 무죄율이 34.5%에 이를 정도로 실제 피해가 복구되지 못하는 것이 현재 실정이다.

비밀관리성을 확보하기 위해 특허청 영업비밀 보호센터가 운영하는 원본증명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저자 소개_김찬훈

저자는 이 땅의 민주화가 절실했던 독재정권 시절에는 서울대 외교학과 학생 때부터 20여년간 민주화운동에 자신의 젊음을 모두 다 바쳤다.

민주화가 이뤄진 후엔 386 운동권 출신의 정치적 기득권을 모두 버리고, IT 벤처사업가로서 경제성장과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벤처기업경영의 새로운 길에 온 몸을 던져 오늘까지 이어왔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안락한 벤처 성공신화를 모두 뒤로한 채, 미래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자 일본 동경대로 유학, 대한민국 미래의 패러다임을 바꿀 한반도 통일을 연구하는 국제정치학 박사가 되었다.

그 후 서울대 일본연구소 등에서 일본의 지식재산전략과 외교정책 등을 연구하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의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 25년간 경영해 온 나라아이넷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야에서 지식재산을 선도하는 기업가로서, 대한민국의 또 다른 미래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또한 대통령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국가의 지식재산 생태계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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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후기] 유성운’사림, 조선의 586′

유성운 저자는 ‘조선’을 파고듭니다. 14세기 세계에서 조선은 면적 20만 제곱킬로미터, 인구 500만명, 중앙집권체체와 과거제를 갖춘 강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5백년이 지나 이사벨리 비숍은 “구정물이 흐르는 개천에 오물로 더럽혀진 아이들이 있는 서울의 천박함은 말할 수 없을 정도다.”라고 말합니다.

어찌 이리되었을까요? 저자는 조광조 이후 주류세력으로 등장한 사림의 성리학에 대한 교조적믿음, 부모 한쪽이 노비면 노비가 되는 종천법이 주는 경제적 특혜를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자기만 옳다는 현재 이른바 586의 행태가 조선의 사림과 비슷하다는 주장을 여러가지 사례를 들어 매우 설득력 있게 이야기합니다. 물론 이게 586만의 문제는 아니듯 하지만….

강연자_유성운

고려대학교에서 한국사를 전공하고,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에서 문화부-정치부-사회부를 거쳤다. 대학원까지 역사 공부를 이어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문화부에서 학술 분야를 담당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지만, 어쩌다 보니 기자 생활 15년의 절반을 정치부에서만 보냈다. 뒤늦게 진학한 대학원에서는 마음을 바꾸어서 기후환경학을 공부했다.
정치부와 문화부를 거치며 〈중앙일보〉 지면과 온라인에 ‘유성운의 역사정치’, ‘역(歷)발상’, ‘역지사지’ 등 역사 관련 칼럼을 연재했다.
《사림, 조선의 586》, 《리스타트 한국사 도감》을 펴냈고, 《세계사 속 중국사 도감》, 《고지도로 보는 유토피아 상식도감》을 우리말로 옮겼다

책방 10줄 서평_유성운의 리스타트 한국사 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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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역사책방 후원자를 모집합니다

서울 서촌 경복궁근처에 자리잡고 있는 역사책방은,

2018년 5월에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여러분의 응원 덕분에 책을 매개로 이념과 세대를 넘어 역지사지하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자와 독자가 만나는 북토크, 역사현장 답사,  독서클럽, 미니 음악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역사책방 홈페이지는 온라인 강좌, 인터뷰, 서평,  뉴스레터 등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역사책방은  바쁜 도시인에게 ‘숨구멍’같은 공간입니다. 층고가 높고 계단식 의자가 있는 메인 홀,  어릴 때 몰래 숨어 책을 읽던 다락방, 햇살과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뒷마당, 아버지 서재 같은 지하 등 다양한 공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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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로버트 무어의 ‘왕 전사 마법사 연인’

한국사회에서 젠더 이슈는 이제 부동산, 교육문제 만큼 핵심 이슈로 부상했습니다. 이제 20대 뿐만 아니라 전 세대가 젠더 이슈의 사회경제적 맥락과 이론적 전개 과정을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50대 이상 세대가 상식 수준에서 젠더 이슈를 언급하면 늪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로버트 무어 더글러스 질레트의 ‘왕, 전사, 마법사,연인’은 남성성을 다룬 책입니다. 1990년에 미국에서 출간된 이래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은 책입니다.

이 책의 한국어판이 2021년에 출간된 것은 많이 늦은 셈입니다.

이 책은 생물학적으로 성인이 된 남자들이 여전히 소년성에 갇힘으로써 생기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덩치만 성인이고 심리는 여전히 소년인 남성이 가정,직장,정치에서 권력을 잡으면 갖가지 문제를 일으킵니다.

이런 남성은 가족, 직장동료, 사회에 꼰대로 행동하고, 공적인 책임은 회피한다고 합니다.

성년의식을 제대로 거친 진정한 남성은 왕, 전사, 마법사, 연인 등 4개의 원형을 갖춤으로써 가정과 사회에서 제 역할을 다한다고 합니다.

10줄 요약_1.성년 의식의 위기 편

1.우리는 어떤 사람이 ‘정신을 못 차린다’는 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그가 자신의 깊은 내면을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인격이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서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혼란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정신을 못 차린’ 사람은 성인 남성의 깊이 있는 의식으로 건너갈 입문절차를 거칠 기회를 가지지 못한 사람이다.

2.부족사회는 남성과 여성에 있어 성인의 지위란 무엇이고, 그들이 어떻게 성인이 될 것인가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아울러 《에메랄드 숲》에서 보듯 소년이 ‘고요하고 안정적인 성숙함’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성년의식 절차를 가지고 있었다.

3.훌륭한 예가 《에메랄드 숲The Emerald Forest》이라는 영화다. 한 백인 소년이 브라질 원주민에게 붙잡혀 양육되었다. 어느 날 추장은 소년를 고문하고 강가에 버렸다.

“이제 소년은 죽고 남자가 태어났다!” 그 말과 함께 사람들이 토미의 코에 긴 파이프로 약물을 불어넣었고, 토미는 환영을 본다.

자신의 영혼이 동물(독수리)의 형태로 세상 위를 날며 마치 신의 눈으로 보듯, 새롭고 더 넓어진 시야로 자신의 정글 세상을 내려다본다. 이제 토미는 남자가 되었고, 추장은 토미의 결혼을 허락한다. 그가 남자로서의 책임과 신분을 받아들이자 부족 내의 용사의 지위가 되었고 후에 추장의 지위에 올랐다.

4.오늘날 성년의식은 사이비 의식으로 대체됐다. 한 가지 예로 군대가 있다. 군대는 신병훈련소에서 겪는 치욕과 개인성의 말살이 ‘남자’를 만든다는 헛된 희망을 갖고 있다. 대도시마다 있는 범죄조직이나 범죄 조직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감옥에도 비슷한 사이비 의식이 있다.

5.사이비 의식인 첫번째 이유는 이런 의식이 때로는 (특히 대도시의 범죄조직의 경우에) 매우 엄격한 형식을 따라 행해지기도 하지만, 대개는 진정한 성장을 하지 못한 가짜 어른, 즉 다른 사람들에게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가학적인 가부장적 남성을 만들기 때문이다. 범죄조직에 입문하기 위한 절차로 살인을 해야 할 때도 있으며 대부분의 갱 문화에는 마약도 포함된다

6.사이비 의식은 진정한 남자를 배출하지 못한다. 진정한 남자란 절대로 정당한 이유 없이 폭력을 행사하거나 적대적인 행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년 심리는 어떤 형태로든 다른 사람을 지배하려고 드는 것이 특징이다.

소년 심리는 흔히 다른 사람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상처를 입힌다. 가학적인 동시에 피학적인 것이다.

7.성인 남성의 심리는 그 반대다. 파괴적이고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이고 성장시켜주는 것이다. 성인 남성의 심리를 가지기 위해서는 ‘죽음’을 거쳐야 한다. 이 죽음은 상징적인 것일 수도 있고 심리적 혹은 영적인 것일 수도 있으며, 모든 성년의식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효과적이며 진정한 변화를 주는 성년의식은 이전의 자아와 욕망을 완벽히 ‘죽이고’, 이제껏 알지 못했던 힘 혹은 내면의 중심에 복종하는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성숙한 남성의 에너지를 따르게 되면 평온함, 공감 능력, 통찰력과 후진을 양성하고자 하는 욕구와 같은 새로운 인격을 가지게 된다.

8.우리 문화의 성년의식 대부분을 사이비 의식으로 전락시키는 두번째 원인으로, 오늘날 대부분의 성년의식이 의미 있는 형식을 갖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형식을 갖추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한 가지는 성스러운 장소이고, 다른 한 가지는 의식 집행 경험이 풍부한 연장자로, ‘지혜로운 연장자 남성 혹은 여성’으로서 성년의식 전반에 대해 해박하며, 의식을 절차에 따라 이끌고 소년(혹은 소녀)을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그리고 더 나은 사람으로서 성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9.현대사회에는 성숙한 남성이 매우 드물기에 의식을 주관할 수 있는 연장자도 매우 드물다. 그래서 성년의식이 존재하고, 성스러운 장소로 도시의 거리나 실내공간이 설정된다고 해도 성숙한 남성이 아닌 소년의 심리를 더 강화시키는 사이비 의식으로 왜곡된다.

주변에 적절한 성숙한 남성의 모델이 없고, 성년의식을 실현할 사회적 응집력이나 의식을 주재할 단체나 조직이 없기 때문에 소년들은 ‘스스로’ 성인이 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르는 채 진정한 남성이 되는 것에 실패한다. 초조함과 무능력과 무기력감과 실망감을 느끼고, 사랑받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며, 남성임을 수치스럽게 느끼기도 한다.

10.많은 이들이 다음 세대를 성장시켜 줄 확신과 힘을 주는 아버지상을 꿈꾸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조차도 모른다) 그들의 삶 속에서 실제로 존재한 적이 없고, 아무리 찾으려 해도 앞으로도 나타나지 않을 허구의 아버지상을 추구한다.

저자 소개_출판사 제공

로버트 무어Robert L. Moore, 1942~2016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칼 융을 계승하는 정신분석학파의 대표적 학자로 시카고 신학대학의 종신교수를 지냈다.

심리학과 개인의 영성에 대해 많은 책을 저술했으며, 심리치료와 심리분석에 관하여 활발한 강연 활동을 벌였다.

정신분석치료와 심리상담의 권위자로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그의 연구는 특히 남성심리학에서 대중적 명성을 쌓았는데 《왕, 전사, 마법사, 연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고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는 이 책은 인류의 집단무의식에 위치한 원형 심리의 역동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글러스 질레트Douglas Gillette 신화학자, 미술가, 목회 상담자. 세계영성연구소의 공동 창립자이다. 이외의 저서로는 《엘리시움의 문턱에서At the Thresholds of Elysium》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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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정희·정호승 시를 강병인 쓰다’ 강병인 저자

‘문정희·정호승 시를 강병인 쓰다’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입술을 타고 들어와 가슴 속 감성을 울리는 시집. 그리고 볼 때마다 눈과 뇌리에 깊이 박힐 인상을 주는, 아름다운 캘리그라피(멋글씨)가 만났다. 한국 문학계를 빛낸 시인과 한국 대표 글씨 예술가의 합작이다.

문정희 시인의 시집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와 정호승 시인의 시집 ‘꽃 지는 저녁’을 강병인 작가가 쓴 ‘강병인 쓰다’가 11월 출간됐다.

▲ 꽃 지는 저녁, 정호승 시를 강병인 쓰다 / 파람북

강병인 작가는 서예와 한글에 디자인을 입힌 멋글씨를 대중화한 선구자다. 우리 주변에 있는 수많은 상품, 대형 행사장의 배경, 영화 포스터 속 글씨와 기업 로고 등이 그의 작품이다. 한글의 창제 원리를 철학으로 삼아 한글 글꼴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큰 가치와 변화를 가지고 있는지 알려온 작가이기도 하다.

문정희, 정호승 시인과 함께 ‘강병인이 쓴다’를 만든 강병인 작가를 만나 다섯가지 질문을 던졌다.

Q1. 시와 글씨의 만남, 이 책을 어떻게 구상하셨나요?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처음에는 시집 한권정도만 글씨로 옮길 생각이었지만, 역으로 제안을 했다. 시인마다 한권의 책을 골라 글씨와 함께 만들자, 평생 많은 시인의 시를 글씨로 옮기자는 생각에 의기투합해 이번 책을 만들었다.

Q2. 글씨로 옮길 때, 시마다 주는 느낌이 다를 듯합니다. 쓰면서 가장 따뜻한 마음이 들었던 시는 무엇이었나요?

-첫권이 문정희 시인의 시집이다. 강렬한 이야기가 많다.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는 시가 와 닿았다. 많은 이들이 눈이 오면 눈송이 이야기를 한다. 어릴적으로 돌아간다. 우리 글자에는 ‘하늘아’라는 홀소리가 있다. 흔히 ‘아래아’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하늘아다. 이를 획이 아닌 ‘점’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를 점으로 찍어서 눈송이를 연상도록 했다. 이 시의 시어와 시인의 시적 감정이 눈송이에 고스란히 드러나듯, 글씨로도 이를 표현할 수 있다.

정호승 시인의 시는 희망을 노래한다. ‘몸’이라는 시가 있다. 겨울에 강이 얼면 한덩어리의 몸이 된다는 것을 노래한 시다. 몸이라는 글자를 분석해보면 재미있다. ‘ㅁ’이 두개다. 뒤집어도 비슷한 글자가 된다. 형태를 유지한다. 그래서 이 ㅁ을 두고 다양한 발상을 해 봤다.

ㅁ를 몸이라는 글자 바깥에 그리고, 초성 ㅁ과 종성 ㅁ 안에도 또다른 ㅁ을 넣어봤다. ㅁ이란 글자도 시에 나오는 강처럼 ‘한 몸’이 되는 셈이다. 사람과 사람, 생각과 생각, 마음과 마음이 한덩어리가 된다. 그러면서 또 완전히 가둬진 것은 아니다.

글과 글자가 만나 또 다른 이야기와 시어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모든 시가 중요하지만, 이 몸이라는 시가 특히 재미있었다.

Q3. 시를 글씨로 옮길 때 생겼던 고민, 어려움 등 출간 시 기억에 남았던 일을 귀뜸해주세요.

-정말 힘들었다. 시를 글씨로 옮기기 전, 시에 희노애락이 들어있는 것처럼 글씨도 희노애락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시인의 시를 평소에도 알고 있었던지라 금방 글씨로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작업하는데 2년쯤 걸렸다.

글씨를 다 써놓고 마음에 들지 않아 서너번 다시 썼다. 감정이입이 안 돼서 작업 맨 처음부터 되풀이하기도 했다. 모든 시는 제목과 내용이 다르기에, 똑같은 글씨로 쓸 수는 없다. 시에 맞는 글씨를 찾는 것도 어려웠다. 시의 내용, 그 내용을 함축한 핵심 시어를 찾는 것도 힘들었다.

그런데, 시를 읽다 보니 놀라운 발견을 했다. 문정희 시인의 시는 한 대목을 따로 떼어 봐도 그 자체가 하나의 시가 된다. 그래서 책 왼쪽에는 시의 중간 대목을 떼어 배치했다. 온전히 봐도, 따로 떼어 봐도 시가 된다는 것을 표현했다. 한편의 시에서 시 열편을 본 경험을 했다. 이를 깨닫고 나서 작업을 시작하니 편해졌다. 문정희 시인도 놀라운 발견이라고 즐거워했다.

정호승 시인의 책을 만들 땐 문정희 시인과 다른 발상을 했다. 시의 ‘한 단어’에만 집중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시어에서는 ‘외’에 집중했다. 외롭기에 ‘외’를 외롭게 써 봤다. ‘달팽이’라는 시는 달팽이를 닮은 글씨로 썼다. 글자 서체를 시어에 맞게 정했다.

또, 큰 제목에는 종성만 써 놨다. ‘달팽이’라는 시를 ‘ㄹㅇㅇ’로 표현했다. 종성이 있고, 나머지 초성과 중성은 독자가 스스로 상상하고 채울 수 있도록 글자 곳곳을 빈 칸으로 배치했다. 글자 자체를 비워두기도 했다. ‘꽃같은 놈’이라는 시어는 ‘ = 놈’으로만 표현했다.

‘꽃 = 놈’이면 ‘꽃같은 놈’이 되는 셈이다. 독자가 스스로 생각한 단어를 넣어볼 수 있게 장치를 넣었다. 시를 다르게 해석하고, 빈 곳을 채우며 시의 의미를 더 깊게 음미할 수 있도록 했다.

Q4. 캘리그라피, 예쁜 글씨를 쓰고 싶어하는 분들께 도움이 될 말을 주실 수 있을까요?

-캘리그라피보다는, 순 우리말 ‘멋글씨’가 어울린다. 예쁘고, 멋만 부리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예술을 의미하는 ‘멋’에 글씨를 붙여 멋글씨로 부르는 것이 더 좋겠다.

글씨를 잘 쓰려면 공부해야 한다. 서예는 기본이고 디자인의 표현 방식도 알아야 한다. 세상의 움직임을 자신만의 눈으로 분석하는 법, 많은 경험도 쌓아야 한다. 글씨를 예쁘게 쓰려면 글이 가진 뜻을 자기만의 해석으로 이해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글씨를 쓸 때, 뭔가를 글씨로 옮길 때 내 글씨가 아니라 남의 글씨가 된다.

좀 더 글씨를 예쁘게 쓰려면 가독성을 높여라. 한글은 가독성을 높이기 쉽다. 초성, 중성, 종성 등 소리를 세 음절로 나눈 문자다. ‘책’을 예로 들면 ‘초성 ㅊ’ ‘중성 ㅐ’ ‘종성 ㄱ’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우리는 한글을 가르칠 때 가갸거겨로만 가르친다. 이에 흔히 초중종성을 모두 붙여서, 흘리듯 글씨를 쓴다. 초중종성을 모두 떼어 쓰기만 해도 가독성이 높아진다. 사실 글씨를 흘려 쓰면 가독성도, 품격도 떨어진다.

한글의 제작 원리, 초중종성을 나누고 합하는 훈민정음의 원리를 이해하라. 초중종성은 각각 하늘과 땅, 사람의 관계다. 이 관계를 뚝뚝 떼어놓은 후 조금씩 좁히면 아주 좋은 글자가 된다. 공간을 좁히고 넓히면서 사람의 마음, 사람의 소리를 이해할 수도 있다.

시집 끝에 부록처럼 내가 강조하는 글씨에 대한 태도, 뜻문자 한글 이야기를 실어뒀다. 한글이 만들어진 원리도 써 놨으니 참조했으면 한다. 예쁜 글씨에서 더 나아가 쓰는 사람의 마음과 여유, 자연의 행상, 마음을 제어하고 표현하는 ‘더 좋은 글씨’를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Q5. 글씨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실 것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글씨를 쓴 지 20여년이 넘었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렸다는 생각에, 원래 올해는 스스로 유배를 갈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광화문 현판 교체 운동에 나섰다. 기존 현판 문제에 문제가 있어, 이를 훈민정음체로 바꾸자는 운동을 했다. 이 바람에 유배를 못 갔다.

2021년에는 유배를 갈 것이다. 글씨를 위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20년 전에는 서예, 디자인계가 한자만 인정하고 한글은 다소 홀대했다. 취미생활 정도로 치부하고 예술적 가치를 낮게 봤다.

20년간 가진 목표가 ‘우리말이 고운 만큼 한글도 충분히 곱고 아름답다. 한자 못지 않은 조형성과 독특함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었다. 노력한 결과 서예 및 디자인 업계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또다른 글씨를 보여주려면 공부해야 한다. 2년쯤 공부하겠다. 한글을 어떻게 새로 해석하고 발전, 가꿀 것인지 고민할 것이다.

글씨도 바뀔 것이다. 2년 후에는 작품에 한글 이야기가 빠질 수도 있다. 홈페이지 표어가 ‘한글의 아름다움이 보일 때까지 나의 붓은 춤추리라’라는 것이다. 목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예술적 가치를 넘어서는, 글씨가 하나의 예술성을 갖춰 그 가치를 한단계 올리도록 하는 글씨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7qp6csDHwgA&w=640&h=360]

▲’문정희·정호승 시를 강병인 쓰다’ 강병인 저자 5Q 인터뷰 / 촬영·편집 차주경 기자

저자 강병인은

1962년 경남 합천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절 한글 서예를 접했다.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졸업 후 서예와 디자인을 접목한 캘리그라피를 개척했다. 전통과 현대의 융합, 재해석으로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앞장선 예술가다.

3·1운동 100주년 기념 ‘독립열사 말씀, 글씨로 보다’ 순회전 등 개인전시 16회,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에 書 : 한국 근현대 서예전’ 등 130여 회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글씨 하나 피었네’, 그림책 ‘한글꽃이 피었습니다’ 등 책도 수 권 냈다.

한글의 디자인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를 확장해온 노력을 인정받아 2009년 한국출판인회의 선정 올해의 출판디자이너상을 수상하고, 2012년 대한민국디자인대상 은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book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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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진보는 어떻게 다수파가 되는가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뉴딜 연합문재인대통령은 7월 16일 한국판 뉴딜은 포용국가의 토대 위에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의 두 축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연설했습니다.이번 주 뉴스레터는 크리스티 앤더슨의 ‘진보는 어떻게 다수파가 되는가'(이철희 역)의 책을 소개합니다.

1932년 미국 대선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당선되었습니다. 
루스벨트는 대공황 위기에 빠진 미국을 건지기 위해 뉴딜를 선언합니다. 그리고 1945년까지 대통령을 맡아 미국 민주당을 다수파가 되도록 이끌었습니다.앤더슨의 책은 공화당중심 정치 지형에서 민주당이 다수파로 자리잡은 현상을 ‘전향’과 ‘동원’의 관점에서 분석합니다.한국의 더불어 민주당도 미국 민주당처럼 박근혜 탄핵을 계기로 정권을 잡았고, 이어 대공황 못지 않은 코로나를 계기로 다수파가 되었습니다.

더불어 민주당이 한국판 뉴딜 연합을 통해 앞으로 수십년을 지배하게 될지, 아니면 철학과 전략 부재로 인해 그런 기회를 놓칠지 자못 궁금합니다.앤더슨 책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편집자 주/penman@penmedia.co.kr
The Creation of a Democratic Majority, 1928~36
사회경제적 약자를 투표장으로 이끈 정치 전략1.1896년부터 대공황까지 미국 정치는 공화당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었다.  민주당은 소멸을 걱정해야 할 만큼 존재감이 없었다. 중간에 민주당의 우드로 윌슨이 집권하긴 했지만 공화당의 분열에 따른 어부지리였을 뿐이다. 
2.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민주당이 대공황을 계기로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해 집권한 뒤 다수파로 변신하는 데 성공하고, 30여 년간 민주당 전성시대를 열었다. 민주당은 1932년 대선부터 1968년 대선까지 10번의 대선에서 7번 승리했으며 의회에서는 언제나 다수당이었다.3.민주당 장기 집권에 대한 기존 분석은 “불황으로 말미암아 공화당 지지자 수백만 명이 민주당 지지자로 돌아섰다”는 ‘전향’론이었다.4.1920~36년 사이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전체 투표자 수가 70%나 증가했다. 또 1936년 투표자의 약 40%는 1920년 이후 처음으로 투표한 시민들이다. 이는 새로운 투표자들이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다는 ‘동원’설을 뒷받침한다.5.투표에 많이 참여한 사람일수록 단기적인 정치적 자극으로부터 영향 받을 가능성이 작은 ‘면역’ 유권자다. 이에 비해 기존 정당 체계를 경험하거나 공감하는 바가 거의 없는 층은‘비면역’ 유권자에 해당된다. 6.프랭클린 루스벨트는 1932년 대선에서 흑인과 여성 ,이민자, 청년 등 비면역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다. 루스벨트의 사회 통합론이 이들을 움직였던 것이다.7.루스벨트가 주도한 뉴딜 연합은 대공황의 폐해를 가장 많이 보고 있는 사회경제적 약자들, 즉 ‘잊힌 사람들’의 삶을 보살피는 정책들을 통해 이들의 안정적 지지를 얻음으로써 만들어졌다. 사회적 가치를 부각시켜 새로운 지지층을 동원하는데 성공한 것이다.8.한국에서 빈번히 인용되지만 늘 오해되고 있는 단어가 바로 ‘뉴딜’이다. 뉴딜은 진보를 표방한 정치 세력이 다수 연합을 형성하는데 성공하고, 그 결과 큰 변화를 이루어 낸 정치 전략이자 기획으로 이해되어야 한다.(역자 이철희)9.집권한 진보가 해야 할 일은 권력과 예산으로 뒷받침되는 정책을 통해 사회경제적 약자의 삶을 개선하고, 그들이 진보의 정치적 기반이 될 수 있도록 결속시켜야 한다. 또 새로운 갈등, 균열 또는 프레임을 설정해 정치 사회적 질서를 재편함으로써 다수 연합을 구축해야 한다.(역자 이철희)10.민주주의는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뉴딜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한국의 진보가 정치적 무능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지적 각성제다.(역자 이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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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레베카 패닌의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날’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날은?

미중 무역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 전쟁은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전쟁은 미국도 예상치 못했던 중국의 놀라운 성장세로부터 시작되었다. G1을 위협하는 중국의 무서운 성장 속도에, 트럼프가 자신의 선거 캠프 핵심 슬로건이었던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중국을 억누르기 위해 초강력 수를 연이어 두어 무역 전쟁이 장기화 되었다. 이 무역 전쟁은 중국의 기술력 확보를 막기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견제의 성격을 띠고 있는 미·중 테크 전쟁으로 정점을 찍었다.

결국 미국은 중국의 대표적인 통신 기업, 화훼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딸인 멍완저우를 체포하는 초유의 수를 두기도 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1단계를 마쳤지만, 경제 및 테크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조는 대선을 앞둔 트럼프의 정치적 제스처일 뿐이라 본다. 미중 테크 전쟁은 결국 두 국가 간의 자존심과 생존을 건 패권 싸움이기에 결코 쉽게 해결되지 않으리라 예상하는 것이다.

한편으론 미국의 편집증적인 중국에 대한 견제를 보며 한국의 독자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중국의 힘이 과연 얼마나 대단하길래 미국이 이렇게까지 초강수를 두며 극도로 경계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정확하고 명쾌한 답을 이 책,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날』이 준다. 중국은 이미 주요 기술은 미국을 추월했거나 대등해졌고, 뒤처지는 몇몇 분야도 길어야 5년 안이면 모두 중국이 따라잡을 것이라고 세계 최고의 중국 전문가이자 이 책의 저자인 레베카 패닌은 대담하게 예상한다.

중국은 G1을 차지하기 위한 계획을 미리 세워놓았고, 차근차근히 현실화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민간 기업과 중국 정부가 힘을 합친 이러한 무서운 야욕은 첨단 기술에 대한 혁신과 기술 독립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 ‘중국 제조 2025’ 플랜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중국의 플랜에 맨 선두에 서 있는 것이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로 불리는 BAT와 샤오미, 바이트댄스, 디디추싱, 메이투안 등의 테크 기업들이다.

5Q

저자 레베카 패닌은?

기업 혁신에 관한 세계적 전문가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홍콩 현지 취재를 통해 중국의 창업 붐에 관해 쓴 최초의 미국인 기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미래에 대한 통찰이 담긴 그녀의 저서 『실리콘 드래건Silicon Dragon』과 『스타트업 아시아Startup Asia』는 알리바바의 잭 마와 바이두의 로빈 리 등 기술 거물을 소개하고, 새로운 실리콘 밸리가 동양에서 어떻게 생겨나고 있는지 탐구한 책이다. 레베카는 포브스지의 칼럼니스트이자 미국 경제 뉴스 전문 방송 CNBC의 특파원도 맡고 있다.

레베카의 기사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와 세계에서 손꼽히는 비즈니스 매체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와 <잉크Inc.> 등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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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서평]라나 포루하의 ‘돈비이블(Don’t be evil)’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 7월 9일 미국 경제의 경쟁 촉진에 대한 행정명령(Executive Order on Promoting Competition in the American Economy)에 서명했다.

바이든의 경쟁 촉진 행정명령은 72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으로 망 중립성을 복원하고 기술, 의약품, 농업 등 3개 산업 분야에서 반경쟁적 관행을 개선하고 위반 사항을 강력하게 단속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담고 있다.

특히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소규모 기업에 불리한 합병을 신중히 검토하고 이미 체결된 합병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도록 지시했다. 또 빅테크 기업 등이 잠재적 경쟁자를 인수해 해당 업체의 혁신상품 개발을 중단, 경쟁을 사전 차단하는 이른바 ‘킬러 인수’를 제한하는 규칙을 FTC가 만들도록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독점규제용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개방과 공정을 위해 독점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미국 자본주의의 전통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경쟁 없는 자본주의는 자본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착취(exploitation)”라고 말했다.

바이든의 단호하고 강력한 메시지의 타깃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이른바 ‘빅 테크’(Big Tech)기업이다. 바이든 정부는 올 초 트럼프로부터 권력을 넘겨 받자마자 행정부와 의회에서 빅테크 기업의 독점 문제를 핵심 어젠더로 다뤄왔다.

바이든 정부의 공정 경쟁 정책의 중심에는 팀 우(Tim Wu) 컬럼비아대 교수와 리나 칸(Lina Khan)박사가 있다. 바이든은 지난 3월 팀 우교수를 대통령 기술및 경쟁정책 보좌관에 임명했고, 올 6월 30대 리나 칸을 공정정책을 총괄하는 FTC의장에 임명했다.

오바마 정부에도 참여했던 팀 우교수는 반독점법 분야에서 강경론자로서 이름을 떨쳤다. 그는 구글이 승승장구하기 시작할 때 이미 “구글의 적은 구글 자신”이라면서 구글이 공룡으로 변신해 테크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나 칸 의장은 예일대 로스쿨 재학시절 아마존의 불공정성을 이론적으로 분석한 논문(Amazon’s Antitrust Paradox)으로 명성을 얻었다. 칸은 논문에서 아마존의 온라인 유통망 독점은 철도망을 독점한 것과 같은 성격의 독점이라는 새로운 독점 관점을 제시해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한 빅테크를 독점으로 규정할 수 있는 이론틀을 제공했다.

바이든 정부와 빅테크간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앞으로 4년 동안 양 진영은 치고 받으면서 공방을 계속 벌일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빅테크의 인수 합병에 제동을 걸고, 심지어 반독점 소송을 통해 기업을 분할시키려고 한다. 또 의회에서 입법을 통해 개인정보를 활용한 돈벌이를 제재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물론 마크 저커버그 등 빅테크 리더의 저항도 거세다. 아마존은 FTC에 리나 칸의장에 대한 기피 신청을 하는 등 반독점 규제 흐름에 정면에서 맞서고 있다. 페이스북과 구글 역시 정부와 의회 로비 활동에 막대한 돈을 투입하고 있다.

이번 북리뷰에서는 미국 빅테크 규제 관련 이론과 쟁점을 도움을 주는 세 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미국 저널리스트 라나 포루하(Rana Foroohar)의 ‘돈 비 이블(Don’t be evil)’은 바이든 정부의 빅테크 규제 움직임의 배경과 지향하는 가치, 규제 논리 등을 포괄적으로 잘 담고 있다.

책 제목은 구글의 창업초기 경영 이념에서 따온 것이다.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구글 초창기에 마이크로소프트사를 겨냥해 ‘사악하지 말자(Don’t be evil)’를 대내외에 줄기차게 외쳤다.

이 구호는 윈도 OS 독점력을 바탕으로 막대한 초과 이윤을 얻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악의 축으로 세워 검색엔진을 공짜로 제공하는 구글을 선의 축으로 대비시키는 효과를 발휘했다.

구글은 실제 지메일, 지도 등 새로운 서비스를 대부분 무료로 제공하면서 많은 지지층을 끌어모으며 승승장구했다. 구글의 도덕적 공세에 약이 바짝 올랐던 스티브 발머가 구글을 무너뜨리기 위해 별 수단을 다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포루하는 구글이 숱한 검색엔진 경쟁자를 물리치고 정상에 오른 뒤, 그 지위를 활용하여 돈을 긁어모으고, 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과정을 파헤쳤다. 포루하는 페이스북,우버,트위터 등 디지털 혁신을 표방한 테크 기업도 독점적 지위에 오르면서 돈벌이만 추구하고 또 사악한 행위를 덮기 위해 로비활동에 막대한 돈을 사용하는 점을 고발한다.

포루하는 빅테크 등 숱한 기업들이 데이터를 수집한 후 제3자 데이터 브로커를 통해서 데이터를 판매하는 일은 미국경제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감시국가(Surveillance State)는 미국에서 더 이상 공상 소설이 아니다. 이미 미국은 감시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2006년 구글의 창업 스토리를 담은 ‘구글 스토리’를 한국어로 옮긴 번역자로서 이 책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윤리의식으로 거인 마이크로소프트에 당돌하게 대들던 구글이 어느새 빅브라더가 되어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이다.

2020년에 출간된 팀 우교수의 ‘빅니스(The Curse of Bigness)’는 앞서 소개한 바이든의 행정명령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예를 들어 행정명령 내용을 꼼꼼히 분석한 전문가들은 팀 우가 기초 틀을 짰을 것으로 추론했다. 팀 우의 반독점 이론이 명령에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팀 우는 빅니스에서 나치독재정권이 등장했던 1930년대 독일 경제와 2010년 이후 미국의 디지털 경제가 유사하고 본다. 그는 독점과 카르텔이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1930년대 독일 사회는 결국 히틀러 파시즘을 잉태했듯이, 디지털 경제에서 막강한 트러스트를 구축한 빅테크를 그대로 두면 통제받지 않는 사적 권력으로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팀 우는 디지털 경제에서는 무한 경쟁으로 인하여 독점이 구축되지 않는다는 디지털 경제 초기 주장은 이미 폐기됐다고 본다.

구글은 수십개가 경쟁했던 검색 시장을, 페이스북은 마이페이스를 물리치고 소셜 미디어 시장을, 아마존은 이커머스 시장을 평정하고 난공불락의 독점 체제를 구축했다. 빅니스는 상상을 초월하는 부와 개인 정보데이터, 슈퍼 알고리즘을 확보해 경쟁자가 탄생할 수 있는 싹을 아예 없애 버렸다.

빅니스는 이어 인수 합병, 복제, 배제라는 기법을 통해 트러스트를 구축하였다. 페이스북은 경쟁 서비스인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하고, 스냅챗 기능을 복제해서 비난을 받았다. 복제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복제와 배제가 반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오로지 독점 유지가 목표인 것은 다르다.

빅테크가 신생 기업일 때 인터넷이 이전에 추구했던 개방성과 혼돈이라는 이상을 표방했었다. 하지만 구글와 페이스북 창업자는 독점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수정하기 시작했다.

팀 우는 빅테크가 정보 독점력을 바탕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민주주의 가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본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지구상의 그 어떤 단체나 조직보다 더 많은 개인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구글의 능력을 합하면 그들은 집단으로서 확실하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빅테크의 데이터는 선거를 결정하는 수준은 아니라도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표 차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약 그런 힘이 영원히 공직을 장악하려 마음먹은 단체나 조직의 손에 넘어간다면 그 결과는 정말 무시무시할 수 있다.

팀 우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자본주의는 ‘질서 자본주의’(Ordoliberalism)’다. 질서 자본주의는 시장이 통제하지 못하는 영역이나 요소에 대해 반독점 규제 등을 통해 국가가 강하게 개입하여 자유경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팀 우는 질서 자본주의를 추구하기 위해 국가가 소수의 사적 권력을 제어하는 ‘솜씨 좋은 정원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솜씨좋은 정원사론은 바이든 정부가 빅테크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할지를 잘 알려주는 대목이다.

소샤나 주보프(Shoshana Zuboff)의 ‘감시자본주의 시대’(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는 빅테크의 플랫폼 독점이 공정경쟁을 파괴하는 것을 넘어서, 가정과 개인 프라이버시를 돈벌이로 삼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 감시자본주의를 불러왔다고 본다.

주보프는 사람들의 모든 행위를 디지털 데이터로 수집하고 축적하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트위터 등 빅테크 기업을 ‘빅 아더(Big Other)’라고 개념화한다. 빅아더는 그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렌더링(분석)하여 개인이 특정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여 막대한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

빅 아더의 목표물은 프라이버시의 마지막 보루인 집이다. 빅아더에게 개인의 은신처란 있을 수 없다. 온도조절기, 방범카메라, 스피커, 전등 스위치 등 각종 센서를 통해 개인의 경험을 추출하고 렌더링한다.

빅아더는 이렇게 인간의 경험을 공짜로 추출해 은밀하게 상업적 행위의 원재료로 이용하며 부와 권력을 움켜쥐었다.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데이터화하고, 그 데이터를 분석하여 상품을 구매하거나 특정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조종하는 것이다.

이어 주보프는 산업 자본주의가 자연을 파괴했다면, 감시 자본주의는 집이라는 프라이버시 성역을 파괴하고 나아가 공동체의 기반인 인간의 내면성을 파괴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주보프의 경고대로 오늘날 집에는 숱한 센서가 집안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수가 더 늘어나고 있다.

나다움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보루를 침탈당한 개인에게 제시하는 주보프의 해법은 반독점법과 같은 법과 규제 정도가 아니다. 그는 “분노를 결집시켜야 한다. 이렇게 살 수 는 없다”면서 전 세계 디지털 플랫폼에 종속된 ‘사용자’에게 단결해 맞서라고 외친다.

미 정부와 빅테크 기업간 전쟁은 강건너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의 네이버와 카카오도 미국의 빅테크 기업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독점력을 더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50%를 넘는 한국어 검색 시장 점유율을 발판으로 삼아 문어발식 확장을 넘어 지네발식 확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급기야 검색 편이성을 무기로 온라인 쇼핑 플랫폼마저 장악하고 기존 은행 등 금융 산업마저 플랫폼에 종속시킬 태세다.

카카오 역시 90%를 넘는 메신저시장 독점을 바탕으로 1백개를 넘는 자회사를 군단으로 거느리고 금융, 쇼핑, 건강, 여행, 모빌리티 등 전 산업 분야에 걸쳐 무서운 속도로 기존 산업을 삼키고 있다.

팀 우의 지적대로 네이버와 카카오는 더 이상 참신한 혁신자가 아니라 기존 모든 산업을 집어 삼키는 황소개구리와 같은 포식자의 지위에 올랐다. 더욱이 두 회사는 막강한 브랜드 파워와 자금력으로 IT인재를 빨아들임으로써, 새로운 경쟁자가 나올 수 있는 토양을 아예 없애고 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 후보들은 네이버와 카카오 규제 전략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특히 선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포털 뉴스 서비스를 자신의 진영에 유리하도록 규제할 것인가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는 진영을 떠나 빅테크 이슈를 뉴스 독점 관점에서 보는 근시안에서 벗어나 한국 산업 생태계 전체를 놓고 봐야 할 것이다.

미국 사례에서 보듯이 빅테크는 산업시대 재벌처럼 플랫폼을 독점하고 새로운 경쟁자의 부상을 가로 막음으로써 근로자, 소비자, 중견및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 모든 경제 행위자를 좌절시키는 방향으로 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