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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김난도의 ‘트렌드 코리아 2022’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트렌드 코리아 2022’를 펴냈습니다.

김교수는 2022년을 전망하는 트렌드를 ‘TIGER OR CAT’에 담았습니다.

이른바 ‘위드 코로나’ 또는 ‘포스트 코로나’가 시작되는 새로운 기점에서 “호랑이가 될 것인가, 고양이가 될 것인가”의 기로에 섰다는 점을 타이틀 키워드에 담았다고 합니다.

키워드에 담긴 10개 트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나노사회 Transition into a ‘Nano Society’

머니 러시 Incoming! Money Rush

득템력 Gotcha Power

러스틱 라이프Escaping the Concrete Jungle – ‘Rustic Life’

헬시 플레저 Revelers in Health – ‘Healthy Pleasure

엑스틴 이즈 백 Opening the X-Files on the ‘X-teen’ Generation

바른 생활 루틴 Routinize Yourself

실재감 테크 Connecting Together through Extended Presence

라이크 커머스‘Like Commerce

내러티브 자본 서사 Tell Me Your Narrative

김교수의 트렌드 분석을 매년 읽으면서 탁월한 조어력에 감탄하곤 합니다. 슬리퍼를 신고 편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을 선호하는 ‘슬세권’이 그런 예에 속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김교수의 트렌드 키워드가 머리속에 잘 떠오르지 않기도 합니다. 좀 무리하게 어휘를 만든 측면과 오랜 세월에 걸친 흐름을 1년 단위로 쪼개어 표현하려는 시도 때문이지 싶습니다.

다만, 매일 쏟아지는 뉴스를 1년에 한번씩 잘 압축하고 정리정돈해서 보여주는 장점을 여전히 지니고 있습니다.

10개 트렌드중에서 머니 러시 트렌드를 10줄로 요약해봤습니다.

10줄 요약_머니 러시 Incoming! Money Rush

1.2022년 대한민국에서 더 많은 수입을 찾아 고군분투하며 몰려드는 모습을 골드러시에 빗대 ‘머니러시Money Rush’라고 부르고자 한다.

머니러시는 투잡two job과 투자를 통해 수입이 들어오는 ‘파이프라인’을 다변화·극대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칭한다. 머니러시는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 논의한 ‘자본주의 키즈’의 흐름을 잇는 키워드다.

자본주의 키즈가 자본주의 속에서 입고 먹고 자라나 자본에 대한 유연한 사고와 인식 체계를 갖고 있는 ‘MZ세대’를 칭한다

2.파이프라인이란 기존의 고정적인 소득 외에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추가 소득, 부수입을 뜻하는 말로 더 널리 쓰이고 있다. 파이프라인을 다양하게 꽂는다는 건 원래 기업이 수익 극대화와 위험 분산을 위해 수행하는 방식을 가리켰지만, 오늘날 현대인들은 수입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개인적 전략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한다.

3.머니러시 트렌드 속에서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마련하고자 수많은 사람들이 투잡·쓰리잡을 넘어 N잡러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잡코리아, 알바몬과 긱몬이 2021년 7월 1,300여 명의 MZ세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0% 정도가 이미 부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을 ‘슬래시 제너레이션slash generation’이라고 부른다. 두 가지 개념을 동시에 표기할 때 ‘슬래시(/)’ 기호를 쓰는데, 직업란에 여러 개의 직업을 ‘/’ 기호로 이어 쓰는 것에 빗댄 말이다.

4.N잡러는 MZ세대의 책무이자 로망이 됐다. 이들은 투자·주식·아파트 등 자산 증식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튜버·비제이·취미·알바·퇴근 등의 단어 사용량이 상승 추이를 보여 퇴근 이후 부업으로 부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5.N잡러가 펼치는 가장 활발한 형태의 활동 중 하나는 유튜브·틱톡 등 진입장벽이 낮은 플랫폼을 이용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다. 재테크 콘텐츠 외에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물건을 팔거나 음원이나 전자책을 제작해 디지털 유통으로 저작권료를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독립출판사들도 급격하게 늘었다.

6.비트코인·음원·미술품·스니커즈·명품 등 일정한 희소성을 갖추면 어김없이 투자의 대상이 된다. 2021년 7월 간송미술관은 국보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블록체인 기반의 대체 불가능한 ‘NFT Non-Fungible Token’로 발행했는데, 개당 1억 원의 NFT 100개 가운데 80개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MZ세대의 대거 진입으로 ‘그들만의 리그’에서 ‘우리 모두의 시장’으로 바뀐 미술 시장은 역대급 호황으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경매 낙찰률이 최고를 경신하고 서울과 부산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는 사상 최대의 인파가 몰리면서 그림을 거는 족족 완판되는 기록을 남겼다.

7.부동산 간접투자 앱 ‘카사’는 DABS(디지털수익증권)를 활용해 건물의 지분을 주식처럼 사고파는 서비스다.

2021년 7월, 40억 원 규모의 서울 ‘서초 지엘타워’의 건물 지분을 판매했는데 5,000원짜리 DABS 80만 주가 공모 개시 이후 2시간 27분 만에 완판될 정도로 많은 투자자들이 몰렸다.9 단돈 5,000원으로 강남의 건물주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머니 러시에서 지레의 역할을 하는 것은 나의 자본이 아닌 타인의 자본이다. 빌린 돈을 지렛대 삼아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금융에서는 실제 가격변동률보다 몇 배 많은 투자수익률이 발생하는 현상을 ‘레버리지 효과’라고 한다.

8.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대신 골프장을 선택한 2030세대들은 골프웨어의 스타일을 바꾸고, 골프공의 컬러를 형형색색으로 변모시켰으며, 전통과 격식이 엄격한 골프 문화를 캐주얼하게 만들고 있다.

한번 고급 소비를 경험하고 나면, 그 소비수준을 낮추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소비는 하방경직적이다. 소비수준을 올리기는 쉬워도 낮추기는 어려운 모양을 그래프로 그리면 톱니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를 ‘톱니 효과rachet effect’라고 부르기도 한다.

9.어느 때보다 극심해진 FOMOFear Of Missing Out(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 증후군은 SNS상에 매일 업데이트되는 새로운 상품, 핫한 장소 등을 쫓아가지 않으면 뒤처지고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을 조장한다. 오늘날, 가난이란 그냥 돈이 적은 상태가 아니다. 주변의 준거집단보다 돈이 모자라는 상태다.

10.‘파이어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조기은퇴족)’임을 자처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조기은퇴 주창자인 파이어족들이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여 은퇴 자금을 마련했다는 성공 스토리가 화제가 되자, 파이어족이 되는 방법에 대한 각종 서적과 커뮤니티들이 유행하고, 파이어족 동호회가 생겨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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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상업주간의 ‘TSMC 반도체 제국’

팬데믹 시대에 가치가 급상승한 기업중 하나는 대만의 TSMC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급습하면서 세계 반도체 부족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현상입니다.

재택 근무 등 언택트 활동이 급증하면서 컴퓨터, 서버 등 각종 디지털 기기 수요가 치솟았습니다. 그러자 디지털 기기속 핵심 부품인 반도체 공급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반도체 부족 사태는 자동차 업계를 강타했습니다. 자동차에 반도체를 공급하던 업체들이 단가가 더 비싼 디지털 기기 부품생산에 비중을 두면서 자동차용 반도체 품귀현상이 벌어진 것입니다.

TSMC는 반도체 생태계중에서 다른 회사가 설계한 반도체 칩을 대신 만들어주는 위탁 생산업체입니다. 이런 형태 반도체 업체를 파운드리(Foundry)라고 부르며, TSMC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전까지 사실 TSMC는 메모리 분야 1위 삼성, 비 메모리 분야 1위인 인텔에 비해 가치가 낮은 기업으로 인식됐습니다. 자체 반도체 설계 기술을 갖고 있지 않고 다른 업체가 설계한 칩을 만들어주는 역할이라는 평가때문입니다.

그런데, 반도체 수요가 치솟자 파운드리의 역할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바이든 정부는 애플, 퀄컴 등 주요 미국 기업의 핵심 반도체가 대만과 한국에서 생산되는 점을 우려하고 미국내 파운드리 투자를 장려하기 시작합니다.

대만 경제주간지 ‘상업주간’의 ‘TSMC 반도체 제국’은 창업자 모리스 창을 테마로 삼은 책입니다.

모리스 창은 중국 본토 출신으로 미국에서 공부하고 텍사스인스트루먼트에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대만 정부의 요청으로 대만으로 돌아가 TSMC를 창업해 최근까지 이끌었습니다.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한국 반도체 산업 리더를 합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TSMC 반도체 제국은 대만에서 2018년에 출간됐습니다. 이 책을 통해 TSMC를 통해 세계 반도체 제국을 구축한 모리스 창이라는 인물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10줄 요약_모리스 창은 누구인가?

1.모리스 창은 중국 본토에서 금융가 집안에서 태어나 1949년 미국 하버드대에 입학했다고 MIT로 옮겨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후 제너럴인스트루먼트 등을 거쳐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에서 고속 승진했다. 대만 정부의 요청으로 대만으로 돌아가 1987년 TSMC를 설립해 세계 최고 파운드리 업체로 성장시켰다.

2. 비즈니스에 눈뜨다

모리스 창이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 그의 부친이 IBM 주식 몇 주를 선물했는데, 그는 이때부터 미국 기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주가 동향을 지켜보게 된 것이다.

당시 그의 수중에는 IBM 주식밖에 없었으나 이때부터 하루라도 IBM 주가 동향을 주시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모리스 창은 자신이 날카로운 비즈니스 감각을 키운 것은 아버지가 선물한 IBM주식 몇 주 덕분이었다고 회고한다.

3.인생 롤 모델

살아가면서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TSMC의 수장 모리스 창에게 평생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누구일까? 모리스 창 자신이 여러 차례 언급한 TI 이사장 패트릭 유진 해거티다.

40여 년 전, 해거티는 TI에서 ‘혁신’, ‘성실’, ‘고객을 왕으로 모신다’는 기업문화를 구축하여 오늘날까지 이를 지속해왔다.

4.혁신과 성실은 모리스 창이 소중히 받드는 TSMC의 경영이념이기도 하다. 고객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모리스 창은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고객을 위해서라면 TSMC는 섶을 지고 불길로 뛰어들 수도 있다.”

해커티는 고객의 목소리를 매우 중시하며 내부 승진때도 큰 고객의 의견을 반영했다. 모리스 창은 “ 이부분은 나도 배워서 TSMC 인사 이동이 있을 때 고객의 의견을 참고한다”고 말했다.

5.브리지 게임으로 쌓은 우정

모리스 창은 카드 게임 브리지 게임 매니아로 잘 알려져 있다.

1985년, 대만으로 돌아와 공업연구원장을 맡게 되면서 모리스 창은 대만 브리지 게임계와 더 자주 접촉했다. 황광휘의 소개로 그는 당시 USI 회장 장즈젠을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은 관계는 브리지 게임으로 시작되었으나 모리스 창의 창업과정에서 진정한 우정으로 발전했다. 장즈젠이 모리스 창에게 부족한 자금을 늘 지원해줬다.

6.기업경영에 있어 모리스 창은 인정의 요소를 개입시키지 않았으며 부하 직원의 실수에는 냉혹한 태도로 따끔하게 질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즈젠과 브리지 게임으로 이어진 12년 우정은 한편으론 중국 전통 가치관 속 보은 정신을 보여준다. 이는 오랫동안 성공한 기업가로 살아온 모리스 창의 이미지에 부드러운 면모를 더해준다.

​​7.빈틈없는 준비

2006년 모리스 창은 부인 장수펀과 대만을 대표하여 베트남에서 열리는 APEC 비공식 정상회담에 참가했다. 그의 행보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단 이틀의 짧은 일정을 위해 그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는 양복 안주머니에 늘 수표책 두께의 수첩을 넣고 다니면서 사람들과 대화할 때 중요한 대목이 나오면 신중하게 기록해두곤 했다.

8.진정은 통한다

2002년 10월. 부인 장수펀의 설득으로 모리스 창은 사진작가 커시제의 카메라 앞에 섰다. 커시제는 창의 멋진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담배를 한 모금 권했다. 깊은 생각에 잠긴 그는 담배 연기에 둘러싸였고, 사색은 연기와 함께 허공으로 올라갔다. 한 모금 더 깊이 들이 마셨다가 뿜어내니 짙은 연기가 서서히 분출되며 자욱한 안개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저 이를 정말 잘 나타내는 장면이네요!” 한쪽에서 장수펀이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근엄한 가면을 벗어던지고 사진작가 커시제의 렌즈 앞에서 모리스 창 부부는 진실한 면모를 드러내며 영원히 남을 순간을 기록했다.

9.궁함 속에서 진리를 찾다

“나는 최근 번역에 큰 관심이 생겨서 중국어와 영어의 의미 차이를 늘 연구한답니다.”

모리스 창의 이 한 마디에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기자들은 그의 취재에 준비할 목록을 하나 더 추가했다. 모리스 창의 산업과 경영에 관한 취재 외에 영중사전까지 준비해서 그의 ‘영어 수업’ 진도를 따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10.겉과 속이 같은 사람

“제 남편은 성실함을 중요시하며 개인적으로 이익을 취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장수펀은 TSMC의 수첩 몇 권을 가져다 집안에 뒀다. 지인들에게 선물할 요량이었다.

모리스 창은 장수펀에서 TSMC에 돈은 냈냐고 물었다. 부인에게도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는 모리스 창은 두 후계자 류더인, 웨이저자에게도 식사 대접을 따로 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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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손관승의 ‘리더를 위한 하멜 오디세이아’

‘글로 생활자’를 자처하시는 손관승작가가 새 책을 냈습니다. ‘글로 생활자’는 손작가가 전업작가를 재치있게 표현한 것입니다.

2014년 가을 ‘여행자의 옛집’저자인 최범석작가의 집(학소도)에서 열렸던 작은 모임에서 손작가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한 단계 건너 언론인 선배라는 정도만 알았을 뿐, 면식이 전혀 없었습니다.

학소도 모임에서 손작가가 건네준 책이 ‘괴테와 함께 한 이탈리아 여행’이었습니다. 이 책은 손작가가 방송사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 전업작가로서 처음 쓴 책입니다.

그후 손작가는 ‘그림 형제의 길’ ‘투아레그 직장인 학교’ ‘me,베를린에서 나를 만났다’ 등 발로 뛰어 쓴 책을 잇따라 출간했습니다. 새 책을 낼 때마다 손작가와 술잔을 기울이며 테마를 어떻게 발굴하는지, 테마를 뒷받침하는 팩트를 어떻게 수집하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풀곤 했습니다.

단행본을 쓰는 과정은 참 길고 험난합니다. 한 테마를 재탕 삼탕하지 않고 새 테마를 찾아 책으로 꾸미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남이 쓰지 않았거나,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예리하게 주목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관련된 팩트를 꼼꼼하게 또 광범위하게 수집해서 흐름에 맞게 잘 녹여야 합니다.

손작가에게 하멜을 건진 계기를 물어봤습니다. 놀랍게도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손작가는 조르바가 와인을 ‘빨간 물’이라고 비유하면서 와인 구라를 펼치는 대목을 주목했다고 합니다. 그는 이어 한국인과 와인 연결점을 찾다가 일암 이기지와 하멜 표류기를 만났습니다.

손작가의 작업 방식은 전형적인 저널리스틱 라이팅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셜록 홈즈처럼 작은 단서를 모아서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는 홈즈식 저술 방식이기도 합니다. 손작가는 하멜이 배에 싣고온 와인을 단서로 삼아 동아시아 교역사와 조선과 네덜란드 민초의 미시 생활사를 입체적으로 복원했습니다.

또 제주도-한양-강진-여수-나가사키-암스테르담-레이든-바타비아(현재 자카르타) 등 하멜 표류기에 연결된 다양한 도시과 그 도시의 골목을 메타버스처럼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무엇보다 손작가는 역경을 이겨낸 탁월한 리더로서 하멜상을 새로 제시합니다.

그동안 한국인에게 하멜은 우연히 조선에 발을 디뎠다가 네덜란드로 돌아간 이방인 정도였습니다. 또는 그를 제대로 대접하고 활용했더라면 식민지신세를 면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주는 이름이었습니다.

손작가가 리더로서 하멜을 어떻게 그려냈는지 알기 위해 5장을 발췌 독서하였습니다.

10줄 요약_5장 강진 생활과 절밥

1.왕실에서 공식적으로 제공되는 쌀만으로 살아가기 힘들어 하멜 일행은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먹을 것과 일상용품을 얻어왔다. 그렇게 밖에 나가 “얻어온 것은 모두 공평하게 나눠가졌다”고 하멜은 적고 있다.

하멜일행이 보여준 단단한 연대의식은 상대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다.

장기간의 연대의식과 서로 매끄러운 소통 능력은 훌륭한 연구대상이다. 그것은 하멜을 비롯한 리더 그룹의 역할이 없었다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2.네덜란드는 밖으로 외세 침략을 막아내고, 안으로는 열악한 자연과 싸워야 했다. 네덜란드 특유의 강인한 정신을 실감할 수 있는 ‘마크바하이드 Maakbaaheid’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는 환경을 길들여 새로게 만듦을 뜻한다. 평생 불운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었던 하멜의 몸과 정신에도 마크바하이드 정신이 강하게 흐르고 있다.

3.하멜 일행은 산에 나무를 베러가면서 사찰의 승려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하멜과 승려들 모두 조선시대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 다수가 아닌 소수에 속했다. 아웃사이더의 눈에 비치는 세상은 인사이더들의 시각과 다른 법이다. 비록 외진 시골이었지만, 절간이 오히려 세상을 향해 열린 시선의 최전선이었던 셈이었다.

4.하멜과 정약용 사이에는 150년의 시차가 있지만 연결되는 지점이 적지 않다. 정약용은 강진에서 제자들을 키우고 그들과 한 팀을 이뤄 500여권에 이르는 저술작업을 해냈다. 다산이 초라한 유배지에서 고안한 ‘분업적 집체저술’ 방식은 그 자체로 하나의 혁신적 지식 생산 방법이었다. 이로 인해 강진, 해남, 진도 같은 바닷가 외진 고을은 ‘문명향’이라는 명예를 얻었다.

5.강진의 병영에서 생활하던 하멜 일행은 시간이 지나면서 몇 명씩 분가해 나갔던 것 같다. 돈을 모아 집도 사고, 세간도 갖춰놓는 등 살림을 꾸린 것이다. 하멜표류기 행간의 의미로 볼 때 일행 중 일부는 탈출과 귀국을 체념하고 조선 여자와 살림을 차려 아이도 낳았던 모양이다.

6.미국 역사학자 리처드 화이트는 ‘중간지대 middle ground’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두 문화가 만나서 서로 교류하는 법을 배우는 문화의 교차 영역을 말한다.

하멜일행과 박연은 난파된 표류자이자 포로였다. 그들은 중간지대 존재자로서 조선과 서양, 동과 서를 잇는 이문화 소통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 주역들이었다.

7.하멜 일행은 식량문제로 인해 강진에서 다른 곳으로 분산 수용된 이후에는 동료를 만나기 위해 혹은 다른 목적으로 서울과 부산 동래의 왜관을 제외하고는 어느 곳이든 방문이 허용되었다.

그들은 먹을 것이나 일용품을 구하기 위해, 경제적 이유로, 호기심때문에, 여러 곳에 흩어진 동료들을 만나기 위해 한반도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하멜은 이 경험을 구체적인 기록으로 남겼다. 내가 하멜을 조선에 온 최초의 서양인 골목 여행자라 부르는 이유다.

8.하멜표류기는 미시사라는 관점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왕조실록에서 눈여겨 보지 않아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지만, 일상의 역사 혹은 미시사를 통하면 그 작은 부분이 확대되어 당대의 삶을 생생히 들여다 볼 수 있다.

9.기록을 읽다보면 하멜과 그 일행이 마을 사람과 소통 가능할 정도로 한국어를 구사했음을 알 수 있다. 현대의 네덜란드 사람들은 평균 세 개 언어를 구사하고 초등학생만 되어도 유창하게 영어를 말한다.히딩크 감독은 대학을 다닌 적이 없지만, 4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10.하멜은 강진에서 7년, 여수까지 기간을 합치면 약 10년을 전라도에서 생활한다. 일행중 일부가 나중에 순천과 남원에 분산 수용되었기에 ‘하멜 표류기’에 적힌 지명에는 종종 전라도 사투리가 보이고, 귀국후 인터뷰를 통해 기록을 남긴 다른 일행의 기록속에도 전라도 발음이 적지 않다.

그러니 하멜을 가르켜 네덜란드 출신 전라도 남자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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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한창욱의 ‘불안해 보여서 불안한 당신에게’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나 아무런 힘도 없는 것, 이것이 인간들 사이에서 느끼는 가장 쓰라린 고통이다.” -헤로도토스

이른바 MZ세대는 단군 이래 가장 총명한, 학력이 높은 세대다. 많이 배웠고, 똑똑하며, 문제해결 능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도 현 시대가 직면한 불황의 늪은 해답을 찾기 어려운 난제다.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란 암울한 분석, 자신을 잉여적 존재로 느끼는 자기비하의 파도는 넘기 어렵기만 하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한창욱 작가는 책 『불안해 보여서 불안한 당신에게』(레몬북스)를 통해 위로를 건넨다.

한 작가에 따르면 청춘이 유독 불안한 까닭은 소망하는 것이 많아서다. 소망 주변에는 불안이 산재하기 마련인데, 소망이 많다보니 불안도 많다는 주장이다. ‘내가 이 소망을 이뤄낼 수 있을까’ ‘나 까짓게 뭐라고’ ‘나만 도태되는 것 아닐까’ 하는.

그러다보니 누구보다 인생을 즐기고 누려야할 청춘의 시기가 불안의 시기로 점철되고 있다. “청춘일 때는 모르고, 지나고 나서야 뒤늦게 그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로마의 극작가 플라우투스는 “인생에서는 바라지 않는 일들이 간절히 바라는 일들보다 훨씬 더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애석한 일이지만 한 작가는 우리가 불안과 거리를 두기 위해서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체로 보면 주변 사람 모두가 행복에 겨워 살고 나만 불행한 것 같지만 그들 각각의 인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라지 않는 일의 다발(​​多發)로 점철된 삶인 경우가 많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한 작가는 젊은이들에게 인생이 뜻대로 안 될 때는 “목표에서 잠깐 벗어나 여유를 가져”보라고 권면한다. 목표에 매몰돼 에너지가 고갈된지도 모르면서 효율 없이 땅 파는 것을 그만하고,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가지라는 말이다. 나무를 벨 1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50분간 도끼를 갈고 10분간 나무를 베라는 격언과 같은 맥락이다.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전체를 관망할 여유가 생기고, 또 그러다 보면 나무, 다시 말해 목표를 재설정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유를 가질 때는 유산소 운동이 큰 도움이 된다. “신선한 산소를 불어넣는 건 불안을 몰아내고 평점심을 유지하는 데 특효약이다.” “인생은 선로 위를 달리는” 기차가 아니어서 “언제나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지만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결과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또 한가지 조심해야할 것은 ‘권태’다. 뇌는 단순명료한 것을 좋아하기에 자칫 잘못된 판단으로 미래가 바뀌는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때 “뇌에서 보류 판정을 내리고 파업을 선택하면 권태가 찾아온다.” 그럴 듯한 스펙을 지닌 자발적 백수가 생겨나는 이유다.

이런 상황을 두고 한 작가는 “가족 눈에는 한심해 보일지라도 적극적으로 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여행을 가거나, 평소 해보고 싶던 일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환경을 바꿔주면 뇌가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충고한다. 아울러 “한 가지를 특출나게 잘하지 못하더라도, 적당히 잘하는 것 두세 가지를 합치면 그 능력이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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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사유리의 ‘아내 대신 엄마가 되었습니다’

“아빠, 한국에서 온 우리 반 남자애가 나한테 빠가(바보)라고 했어.” – 사유리

“그 애 참 똑똑하네. 네가 바보인 걸 바로 알아채다니. 앞으로 친하게 지내.” – 사유리 아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의 집안은 남다르다. 흔한 고정관념을 철저히 파괴한다. 어릴적 사유리는 무조건 ‘내편’을 들어주지 않는 아빠가 야속했지만,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부모님”은 그의 미혼 출산을 흔쾌히 지지해주었다. 나이 마흔, 폐경을 앞둔 상황에서 오래 사귀었지만 결혼을 망설이는 남자친구를 뒤로 하고 임신을 결심한 사유리. “엄마, 나 지금 당장 아이를 낳아야겠어. 정자를 기증받아서”(사유리) “그래? 그럼 엄마가 병원 알아볼게”(사유리 엄마) “사유리만 죽지 않으면 난 상관없어.”(사유리 아빠) 그냥 하는 말 아니냐고? 실제로 미혼임신을 감행한 사유리는 지난해 11월 4일 아들 젠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그 일화를 책 『아내 대신 엄마가 되었습니다』(놀)에 담았다.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방송인으로 잘 알려진 후지타 사유리는 아직 성공하지 못한 인생이라 자평한다. 그런 그에게 아들 젠은 첫 성공작. “지금까지 아무것도 성공하지 못한 내가 젠 너를 태어나게 하는 일만큼은 유일하게 성공했어.”

입양을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독신자의 아이 입양절차가 몹시 까다로운 탓에 2017년 당시 독신자 입양 사례는 단 3건. 직접 낳고 싶은 욕심도 컸기에 일본으로 건너가 정자를 기증받아 어렵게 아이를 낳았다. 정자는 서양인의 것이었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아시아인과 흑인은 정자를 기증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에 상황적으로 서양인의 정자를 받게된 것일 뿐이다.

사유리의 임신 소식이 전해지자 대중의 반응을 양분됐다. 누군가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누군가는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치기 어린 도전이라 비판했다. 응원만큼이나 많은 욕을 먹었는데, 사유리는 말한다. “젠, ‘욕을 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 있잖아. 너랑 하루라도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다면 남들에게 욕먹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라고.

어렵게 얻은 아이지만 보는 순간 절로 사랑스럽진 않았다. 대다수 엄마가 그렇듯 “아기를 향한 내 사랑은 ‘첫눈에 반한 사랑’은 아니었다.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이 커진다. 매일 어떻게 이만큼이나 더 사랑할 수 있는지 놀랄 만큼, 때로는 조금 무서울 만큼 사랑이 쌓여간다”고 소감을 전한다.

사유리가 동의하지 않는 말 중에 하나는 ‘아이를 낳으면 어른이 된다’는 말이다. 사유리가 생각하는 성장의 기준은 “삶에서 무엇을 배우느냐”인데, 출산을 통해 오히려 “나와 내 아이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퇴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사유리는 무얼 배웠느냐? “젠이 태어난 후로 나에 대해,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더 자주 생각하게 되”는 성찰의 시간을 가지면서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꿔가면서 젠과 한 발 한 발 걸어 나가려고 한다.” 그러면서 다짐한다. “나보다 소중한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니 전보다 나를 더 사랑하고 아끼게 된다. 젠을 위해서 엄마도 열심히 살게. 젠도 나 자신도 열심히 돌볼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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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이길상의 ‘OKR로 빠르게 성장하기’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항상 ‘어떻게 하면 조직을 잘 이끌어 성과를 낼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연구합니다.

조직의 팔로워 역시 조직안에서 자율적으로 일하면서 정당한 대가를 받고 또 성장할 수 있을까를 놓고 고심합니다.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는 리더와 팔로워의 고심을 해결해주는 솔루션 중의 하나입니다.

OKR의 선구자는 인텔의 위대한 CEO였던 앤디 그로브입니다. OKR를 체계화하여 실리콘 밸리 테크 기업들에게 전도한 주인공은 존 도어(벤처 캐피털리스트)입니다.

존 도어의 OKR를 기업운영 핵심 축으로 수용하여 어마어마한 성장을 일군 기업이 바로 구글입니다.

OKR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조직이 지향하는 미션과 가치가 무엇인지 정합니다.

미션과 가치를 실현하는데 가장 시급하고 집중해야 하는 목표를 세 가지 정도를 추출합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결과물을 구체적인 수치나 날짜로 설정합니다.

목표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결과물을 위에서도 정하고, 아래에서도 자율적으로 설정함으로써 조직의 상하 좌우가 기업의 최상위 목표를 중심으로 정렬(얼라인먼트)합니다.

주, 월, 분기 단위로 OKR관련 미팅을 갖고 피드백을 주고 받습니다.

OKR 도입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가장 헷갈려 하는 요소는 기존 KPI 기반 경영과 차이점이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아울러 OKR를 평가보상에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점을 어려워합니다.

한국에서 OKR전도사 맹활약하고 있는 이길상의 ‘OKR로 빠르게 성장하기’를 통해 궁금증을 푸시기 바랍니다.

10줄 요약_2장 OKR의 세가지 가치

1.내가 여러 조직의 OKR을 리뷰하면서 발견한 공통점 몇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OKR 속에 현재 하고 있거나 해야 할 수많은 업무를 다 담아 놓은 것이다. 그때마다 이렇게 질문한다. “이 모든 것이 다 중요한가요?” 대부분이 ‘네’라고 답한다.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이 목표 중에서 세 가지밖에 할 수 없다고 가정하고, 3개를 골라 보세요. 왜 골랐는지 이유를 말해 주세요.” 내 제안을 따라 세 가지를 선택하고 집중하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까와 다른 반응이 돌아온다. “정말 중요한 것에 자원과 시간을 집중해야 하는데,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었네요.”

2.OKR은 ‘모두’의 우선순위에 집중하는 것이다. ‘우선순위’라는 단어에 꼭 따라와야 하는 키워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전념commit’이다. 집중하고 전념하는 것은 우선순위에 항상 뒤따르는 행동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로만 강조하는 것이다.

우선순위가 많다면, 한정된 시간과 자원으로 전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선순위를 정할 때는 지금 하는 일들을 몇 가지로 줄여서 선택하기보다는 조직의 미션과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주는 영향에 초점을 맞춰서focus on impact 정하고, 현재의 일들을 이 우선순위에 맞게 정렬하는 게 좋다.

3.어떤 리더가 구성원들을 모아서 “오늘부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매출’이다”라고 말했다. ‘오직 매출, 항상 매출’이라는 목표를 들은 구성원들은 과연 그 목표에 공감했을까? 구성원들은 목표가 마치 “돈 벌어와~”처럼 들린다고 했다. ‘내가 하는 일이 중요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구성원도 있었다.

4.얼라인먼트

OKR은 조직이 집중하는 우선순위 목표에 팀이나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책임을 가지고, 이 과정에서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을 지향한다. 이것을 얼라인먼트(정렬)alignment라고 한다.

얼라인먼트를 하향식인 탑다운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캐스케이딩cascading 혹은 워터폴waterfall 방식이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에 기여할 책임이 생기기 어렵다. 지시와 요구대로 수행하기 때문이다.

5.진정한 얼라인먼트가 되려면, 조직 OKR을 정하는 과정에 실행을 책임질 사람들이 참여하고 소통해야 한다. 이렇게 목표가 정해지면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책임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조직의 목표가 구성원들의 책임과 기여로 달성되는 것이다.

구글의 어떤 리더는 “OKR은 얼라인먼트와 커뮤니케이션입니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얼라인먼트는 커뮤니케이션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6.만약 ‘우리 조직은 CEO나 경영층 리더들이 조직과 직원 KPI를 정해 주고, 빠르게 지시사항을 전달하여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을 지향한다’고 생각한다면, OKR 도입을 추천하지 않는다. 조직에 따라서는 소통보다는 일사분란하고 스피드 있는 상명하복식 지휘체계가 성과 창출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런 방식도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7.맘대로 OKR’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는 ‘조직과 상관없는 나만의 OKR’ 유형이다. 전사나 상위조직의 목표와 상관없이 팀 혹은 팀원들이 지나치게 상향식으로 수립하는 OKR을 말한다.

두 번째는 ‘다른 팀과의 수평적인 협업이 일어나지 않는 오로지 나의 팀, 나의 OKR’만 하는 유형이다. OKR을 할수록 조직의 사일로silo(부서 간 벽을 치고 소통하지 않는 부서 이기주의) 현상이 사라져야 정상인데, 오히려 이 현상이 강해지는 부작용이 생긴다.

8.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조직 연구자인 마커스 버킹엄Marcus Buckingham은 그의 40년 연구 데이터를 담아서 만든 책 《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Nine Lies about Work》에서 최고 기업들의 목표 설정 특징을 말하고 있다.

‘목표’를 단순히 위에서 지시하고 전달하는 것이 아닌, 그 속의 ‘의미’를 함께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목표를 이루고 싶다면, 그 속에 의미를 담아야 한다.

9.좋은 목표는 이루고 싶은 결과를 지향하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고 시도하게 만든다. 이런 목표 때문에 혁신이 일어난다. 이 도전이 조직과 구성원을 성장하게 만든다. 목표가 진정한 도전의 대상일 때 도전 과정에서 미달성이라는 실패를 얻어도 실패 과정에서 새로운 방식의 고민과 시도 때문에 결국에는 목표에 이르게 된다.

목표 달성 과정에서 혁신을 지향하는 구글의 문화는 이렇게 탄생했다.

10.실리콘밸리의 OKR 전도사라고 할 수 있는 링크드인의 전 CEO인 제프 와이너Jeff Weiner는 “낮은 기대치를 달성하면 빛나는 결과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에는 사람, 팀, 회사를 멈추게 한다”라고 말했다. 낮은 목표를 세우고, 별다른 변화 노력 없이 달성하고 이에 만족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목표는 도전을 자극한다. OKR이 부담스러우면 정상이다. 부담스러운 것과 불가능한 것은 다르다. 실패할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면 멋진 목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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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뉴포트의 ‘하이브 마인드'(A world without email)

칼 뉴포트 교수의 ‘하이브 마인드'(A World Without Email)를 소개합니다. 영어판 제목은 이 책의 핵심 테마이자 주장을 명확하게 담고 있습니다.

이메일은 일터에서 혁신 수단이 아니라 소통을 복잡하게 하고 나아가 일하는 사람의 시간 자본을 갉아먹는 포식자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자는 이메일 중독에서 벗어나야 세대로 소통할 수 있고, 일과 시간안에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출판사에서 한국어판 제목을 ‘하이브 마인드’라고 선택한 것은 한국 소통 환경이 카톡 중심인 점을 감안한 듯합니다.

하이브 마인드는 벌들이 함께 작업하면서 실제 일에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소통을 하는 것을 뜻합니다. 즉, 불필요한 소통을 남발하면서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하이브 마인드입니다.

화이트 칼라가 하는 일의 80%가 소통일 것입니다. 문제는 얼굴 맣대고 몇분만 대화하면 금방 해결될 사안을 놓고 이메일이나 카톡을 날리면서 서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입니다.

이런 비동기 소통이 지닌 근본적인 문제는 언제나 회색지대 또는 구멍을 남기는 불완전한 소통에 그치는 점입니다.

소통 혁신의 아이콘인 이메일과 메신저가 어느새 혁신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하이브 마인드’에서 찾기 바랍니다.

10줄 요약_3장 이메일은 어떻게 하이브 마인드를 불러왔는가

1.전화기는 만병통치약이 아니었다. 모든 관계자가 동시에 소통에 참여해야 한다. 비동기적 메시지 교환은 메시지를 보낼 때 수신자가 자리에 없어도 된다.

CIA의 공압 튜브 시스템으로 동기적 의사소통의 속도를 비동기적 의사소통의 적은 수고와 결합하려고 했다.(튜브를 통해 문서를 원하는 사무실로 무인으로 배달하는 시스템으로 CIA가 이메일 전면 사용전까지 문서 소통에 사용하였다.)

2.공압튜브 시스템보다 더 저렴하고 실용적인 수단이 등장했다. 바로 이메일이다. 전자메일은 1990년대 스프레드시트 다음 킬럽앱이 되었다.

이메일은 비동기적 고속 의사소통에 대한 필요를 충족했다. 하이브 마인드 활동과잉 업무 흐름까지 받아들이지 않아도 이메일의 실용적인 혜택은 누릴 수 있다. 그렇다면 부산한 행동이 생산성을 떨어트리고 불행을 초래하는데도 왜 보편화되었을까?

3.IBM에 이메일이 도입되자 마자 사내 의사소통의 양이 폭증했다. 원인을 살핀 결과 사람들은 이메일 도입 이전보다 훨씬 많은 메신저를 보냈을 뿐만 아니라 메시지에 훨씬 많은 사람을 참조인으로 넣기 시작했다.

이메일이 도입되자 많은 사람을 포함한 채 양쪽을 오가는 기나긴 스레드로 대화가 전개되었다. “겨우 일주일만에 이메일로 인해 잠재적 생산성 증가가 실현되었다가 무산되었다.”(IBM 에이드리언 스톤)

4.(중세 시대)카를 마르텔이 기병을 모으기 위해 봉건제를 개발한 것은 등자(말을 탈 때 두 발을 끼우는 장치)의 발굴이었다. 등자는 자신의 체중과 말의 체중이 합쳐진 힘으로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카를 마르텔은 등자가 제공하는 우위가 너무나 막대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적보다 먼저 손에 넣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수세기 전통을 뒤엎고 새로운 형태의 통치체제를 만들어야 했다.

5.도구가 때 인간의 행동을 이끈다는 기술결정론이 연구되었다. (등자가 봉건제를 촉발시킨 것이 기술 결정론의 사례다)

어떤 도구가 단순한 목적을 위해 도입되었다가 예기치 못한 결과(하이브 마인드 활동 과잉 스타일의 협업으로 이동하는 것)를 낳는다. 이런 전환은 이 힘들이 풀려나면 얼마나 강력한지 말해준다.

6.문제는 생산성을 높이는 마법의 도구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짧은 메시지가 짧은 통화를 언제나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화의 상호작용적 속성을 모방하려면 10여통의 모호한 디지털 메모를 교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동기적 의사소통은 조율을 위한 시도를 복잡하게 만든다.

7.컴퓨터 이론가들은 동기성이 효율적인 협력의 토대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동기성이 결여된 채로 조율을 시도하는 일 역시 비용이 많이 든다. 이 현실은 사무실 의사소통이 이메일로 옮겨간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것을 말해준다.

회의실 혹은 전화상으로 몇 분만 실시간 소통을 하면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가 이제는 10여통의 메시지를 만들어낸다. 그러고도 만족스런 결론으로 수렴하지 못할 수 있다.

8.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레슬리 펄로 교수는 연결성 문화 전문가다. 그녀는 2500여명 관리자와 전문화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상자들은 거의 언제나 접속상태라는 점을 발견했다.

어떻게 끊임없는 의사소통 상태에 처하게 되었는가를 파고들어 응답성 주기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메일로 인해 더 많은 요구를 하고 더 빠른 응답을 기대한다. 이런 메시지를 따라 잡으려고 휴대폰을 더 자주 확인한다. 즉 가용성과 응답성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서 더 빨리 응답해야 한다는 압박이 가해진다.

9.비체계적 조율은 6명으로 구성된 사냥단에게 아주 좋다. 그러나 대규모 조직에서 수십명, 수백명을 연결하면 처참한 비효율성을 초래한다.

기업인이 휴대폰 화면을 정신없이 두드리는 흔한 광경은 현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기원을 따져보면 순전히 구석기적인 모습일 수 있다.

10.피터 드러커는 지식 노동자는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그들은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 생각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드러커의 지적은 옳다 그러나 그 업무를 둘러싼 업무 흐름에도 그런 관점을 적용해서는 안된다.

카피라이터에게 뛰어난 광고를 고안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없다. 하지만 관련 작업을 할당하는 방식, 카피라이터에게 맡길 수 있는 다른 의무, 고객의 요구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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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머피의 ‘좋은 관계는 듣기에서 시작된다’

인간의 귀는 두 개, 입은 하나다. 누군가는 많이 들으라는 의미에서 신이 그렇게 창조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인간은 많은 시간을 듣는 데 사용한다. 다만 인간 대 인간의 ‘대화’가 아닌 이어폰을 통한 콘텐츠 ‘소비’에 더 많은 시간을 흘려보낸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저자 케이트 머피는 책 『좋은 관계는 듣기에서 시작된다』(21세기북스)를 통해 “결과적으로 우리는 고질적인 외로움과 공허함에 시달리게 됐다”며 “디지털 자극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있어도 마음에 양분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그런 자극이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우리의 뼈와 살을 울릴 때 일어나는 깊은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터뷰어인 저자가 말하는 최고의 대화 순간은 “놀라운 사실들을 드러내거나 폭로한 인터뷰가 아니라 본래 주제에서 벗어나 인간관계와 내밀한 신념, 공포증, 어린 시절의 사건 등과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로 빠져든 인터뷰”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대화를 나누기에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고 산만”하다. “누군가가 30초 이상 이야기를 하면 우리는 보통 고개를 숙이는데, 그건 상대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문 기사를 읽거나 경기 스코어를 확인하거나 온라인 동향 등을 살피기 위해서이다.”

사람들이 자기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을 때 외로움을 느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외로움을 일종의 공중보건 문제’로 간주하는데, 이는 “외로움과 소외감이 비만과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사망률을 합한 것 이상으로 조기 사망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저자는 “외로움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은 하루에 담배 14개를 피우는 것 이상”이라고 말한다.

사실 대화를 나누기 가장 어려운 사람은 가족이다. 그건 “상대가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안다고 확신을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람들은 일단 누군가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나면 그 공감대가 항상 유지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듯하다”며 “일상적 교류와 활동은 끊임없이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세상에 대한 이해를 미묘하게 변화시킨다. 따라서 듣기를 중단한다면 당신은 결국 상대방의 인격과 태도를 그릇된 방식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어 저자는 “누군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말은 그 사람의 마음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귀를 기울인다는 뜻이다. 그때 동원되는 주의력의 강도는 관계의 깊이와 수명을 결정 짓는다”며 “가까운 사람들을 아주 잘 안다는 안일함에 빠지는 것은,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낯선 사람을 평가하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라고 충고한다.

경청할 때는 듣는 태도가 매우 중요한데, 흔히 상대의 말을 의문형으로 되풀이하는 방식을 많이 이용한다. 상대의 말을 되풀이하며 “아~ 그렇구나”하는 식이다. 하지만 저자는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자신의 말을 다른 식으로 되풀이할 때보다 설명이나 평가가 담긴 말을 건넬 때 더 이해받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해고 당했다는 말에 “가족들에게 해고당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그것 참 힘들겠네. 가족들 반응이 걱정되겠다”라고 첨언하는 식이다.

사실 상대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건 인질 협상의 경우에도 같은 맥락으로 적용되는데, 납치 사건을 다루는 위험 전문 컨설턴트로 근무하는 노에스너는 “중요한 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우리의 느낌”이라며 “실제로 인질협상 요원이 하는 일은 인질범의 관점을 이해하고자 애를 쓰면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뿐”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주변의 대다수 사람은 인질범보다 위험성이 낮다. 약간의 노력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성공하는 팀의 조건으로 “팀 구성원들의 발언 비율이 대략 비슷한” ‘대화 교대의 균등성’을 지목하며 다음의 사항들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상대의 기분을 안다는 인상을 주는 것 ▲문제의 원인을 밝히는 것 ▲그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것 ▲상대의 걱정거리를 축소시키는 것 ▲긍정성을 강요하거나 진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 ▲상대의 강인함을 칭찬하는 것.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

#북스 #Books #케이트머피 #좋은관계는듣기에서시작된다 #듣기의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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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서양수의 ‘유튜브 마케팅 인사이트’

유튜브 동영상에 한창 몰입하던 중 돌연 광고가 튀어나온다. 내게 득 될 것 하나 없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강권하는 광고가 반갑지 않다. 눈에 불을 켜고 광고 스킵버튼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린다. 어느 설문 조사에 따르면 5초가 지나고 광고 스킵버튼을 누른 사람은 98.1%, 나머지 1.9%의 사람 중에서도 많은 사람이 ‘실수’로 스킨버튼을 누르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사실상 대다수가 광고를 넘기고 본다는 이야기다.

물론 모든 광고가 그러한 것은 아니다. 소위 약빤 광고라고 하는, 사람들이 찾아보는 광고도 존재한다. ‘응답하라 1988’ 외전 시리즈, 이국종 교수와 함께 헬기에 경비함까지 동원해 블록버스터급으로 찍은 브랜드 필름, 이말년 주호민 작가와 함께 찍은 고객 참여형 콘텐츠 ‘Y드립 시네마’ 등이 그것이다. 그 주역인 서양수 브랜드 마케터는 『유튜브 마케팅 인사이트』(한빛비즈)를 통해 비결을 공개한다.

먼저 유튜브 광고 조회수는 애드뷰(Ad View)와 오거닉뷰(Organic View)로 나뉜다. 애드뷰는 마케터가 광고비를 지불해 획득한 조회수로 이용자 의사와 상관없이 노출되는 특징을 지닌다. 지난해 큰 관심을 받았던 한국관광공사의 ‘Feel the Rhythm’의 억대 조회수 역시 애드뷰, 다시 말해 돈을 지불하고 얻은 결과이다. 1000회 노출당 비용은 평균 1만5000원 수준이다.

반면 오거닉뷰는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찾아서 들어와 시청한 조회수를 뜻한다. 저자는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고백하건대” 기업 채널에 업로드한 동영상 중 “오거닉뷰 비중은 1% 미만”이라고 토로한다. 세일즈 메시지를 녹여내야 하는 특성상 시청자가 회피하기 마련이고 그런 상황이 누적되면 유튜브 채널 평판 점수가 깎여 노출 알고리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쉽지 않은 콘텐츠 제작에 저자는 ‘3H’ 팁을 제시한다. 이른바 히어로, 허브, 헬프 콘텐츠. 히어로 콘텐츠는 대규모 제작비 및 광고비를 투입한 콘텐츠로 상품의 존재 인지를 주목적으로 한다. 대표적 사례는 그랑사가의 ‘연극의 왕’으로 유아인, 신구, 엄태구, 조여정, 태연 등이 한 프레임에 등장해 천만명 이상의 이용자에게 전달됐다.

다음은 허브. 허브는 이미 브랜드를 인지한 사람에게 상품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하는 콘텐츠다. 대표적 사례는 소나타 N라인 광고로, 급가속할 수 있는 런치 컨트롤 기능을 소개하며 귀신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속도 기능을 위트 있게 소개했다.

마지막은 헬프 콘텐츠. 이름 그대로 고객에게 도움을 주는 콘텐츠로, 제품의 상세 스펙을 설명하거나 장단점을 비교하는 콘텐츠다. 히어로나 허브 콘텐츠처럼 관심을 끌긴 어렵지만, 이미 제품에 마음이 있는 고객에게 맞춤형 정보를 전달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콘텐츠다. 저자는 “이제 3H라는 지도를 펼쳐 놓고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우리가 보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라고 성찰을 권면한다.

어느 날 대표가 갑자기 ‘우리도 유튜브 채널 좀 만들어 보자’고 하거나, 기업 유튜브가 있는데 구독자가 죄다 회사 사람일 때, 업로드한 콘텐츠에 차라리 비판 댓글이라도 달렸으면 싶을 때, 유튜브를 하긴 해야겠는데 도대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 모든 경험을 딛고 나름의 성공을 이룬 경험을 단돈 1만6500원에 친절하게 공유한다.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

#북스 #Books #서양수 #유튜브마케팅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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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헤이워드의 ‘미치게 만드는 브랜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제품을 개발하면 레드앤틀러를 찾아가라”는 말이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신는 올버즈, 창업 6년만에 뉴욕 증시에 상장한 매트리스 브랜드 캐스퍼 등 이른바 잘 나가는 스타트업 다수가 이 업체를 거쳐갔기 때문이다. 레드앤틀러의 공동창업자인 에밀리 헤이워드는 “브랜드는 제품을 출시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미리 완성된 상태여야 한다”고 말한다. 책 『미치게 만드는 브랜드』(알키)를 통해 상세한 연유를 설명한다.

잘 나가는 브랜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소비자를 설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 이러하니 저러 저러 해야 한다’는 당위성보다는 강력한 ‘팬덤’으로 무장할 때 많은 소비자가 자발적 마케터를 자처한다. 그 비결은 바로 정체성 이입이다. 소비자들은 특정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성향과 가치관을 드러내려 한다. 따라서 저자는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싶은지가 아니라 ‘핵심 타깃층이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브랜드로 당신을 표현하세요”가 고리타분한 구태라면 “당신이 X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아요. 우리도 그래요”가 참신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브랜드가 말하고 싶은 자기중심적인 이야기에 고객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하지 않고, 고객이 서있는 그 자리로 다가가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한때 유명한 연예인이 나와 “이 탄산음료는 젊음과 행복을 상징해요”라고 하면 소비자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의 눈높이가 매우 높아졌다. 친환경 제품이란 점을 강조해도 가심비가 없으면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다.

가심비란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일컫는 말이다. 

제품의 특성과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일치할 때 비로소 감성이 탄생하고 이런 감성은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한다. 올버즈가 ‘세계에서 가장 편한 신발’ ‘가장 친환경적인 신발’이란 감성으로 든든한 팬덤을 형성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브랜드의 생명력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호기심 유발이다. 브랜드가 일관성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범위 내에서 ‘궁금함’을 유발해야 생명력을 오래 지속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거기에 재미를 더하면 금상첨화.

“우버도 모두가 공공연히 미워하는 악의 제국이 되기 전 초기 시절에는 뛰어난 솜씨로 의외성과 긴장을 겹겹이 활용했다.” 초창기 독일어로 우월하다는 뜻을 지닌 우버란 이름으로 고급화 전략을 펼쳤지만, 할로윈이 되자 우버 앱에 표시되는 차량아이콘이 마녀가 타는 빗자루 모양으로 변하는 유머 감각을 발휘해 자칫 무겁게 느껴질 법한 이미지에 참신함을 불어넣었다. 핵심 가치관과 목표를 유지하되 외부 메시지를 변주하는 의외성에 대중은 호감을 표시한 것이다. 물론 이후 여러 문제로 구설에 오른 또다른 차원의 의외성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커뮤니티 형성도 기업의 중요한 브랜딩 전략이다. 브랜드가 공동의 가치로 고객을 서로 연결시킬 때 고객은 동지애와 유대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단순히 SNS구독자나 좋아요 수의 차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사람들이 소속감과 연대를 느끼는 데는 온라인 소통도, 심지어 오프라인 소통도 필요 없다. 커뮤니티는 브랜드가 처음부터 가치관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모을 때 절로 생긴다”며 “브랜드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정의한 기업은 비슷한 기업이 흉내 내기 어려운 일종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다. 사용자 경험부터 사용자가 직접 꾸린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며 “저마다 음악을 통해 어떻게 좋은 시절을 기뻐하고 힘든 시절을 견뎌내는지, 또 알고 보면 누구나 하나쯤은 있는 별난 취향이 무엇인지”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오늘날 소비시장에서 성공을 주도하려면 브랜드가 껍데기에 그치지 않고 사업에 속속들이 녹아있어야 한다. 창업자들은 흔히 ‘브랜딩’을 중요한 문제를 해결한 후에나 걱정할 문제, 그러니까 가장 마지막에 해치울 숙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틀려도 한참 틀린 생각이다. 브랜드는 어떤 기업이 행동 거지를 어떻게 할지 늘 현재 진행형으로 알려주는 등대여야 한다.” 저자가 힘주어 강조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