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in회원 칼럼

‘[디지털 신 글로벌 전략] ③ – 디지털 공간론, 제원리(諸原理)와 신뢰(trust)’

ㅡ You have no sovereignty where we gather. 

ㅡ We have no elected government, nor are we likely to have one, so I address you with no greater authority than that with which liberty itself always speaks.

ㅡ We must declare our virtual selves immune to your sovereignty, even as we continue to consent to your rule over our bodies.

존 페리 발로우(John Perry Barlow)(1947~2018)는 상기 문장을 담아 1996년 2월 8일 다보스에서 ‘사이버공간 독립선언문'(A Declaration of the Independence of Cyberspace)을 발표했다. 인터넷에 웹(World Wide Web)이 얹어지고, 인터넷에 민간에 개방된 지 얼마되지 않아 미국의 통신개혁법이 통과되자, 인터넷 ‘자유’ 공간이 암흑 공간이 될 것을 염려한 그는 ‘디지털 공간’의 독립을 선언했다. 

그의 독립선언문은 이후 가상 공간의 히피족으로 불리는 사이버펑크족을 포함한 인터넷 자유주의자, 이상주의자, 민주공화주의자들이 가상 공간의 자유와 익명성을 천명하며 모든 권력이 가하는 ‘인터넷 규제’에 저항하는 근거문이 되었다. 그들은 독재적 정부이면서 디지털 공간에 대한 식민제국주의자에게는 저항하였지만, 자유방임주의자로서 디지털 공간을 그냥 내버려두라는 낭만적 레토릭은 새로운 인터넷 제국을 출현할 수 있도록 하는 틈새를 열어주었다.  

자본주의 몰락을 예언한 마르크스의 예언서인 ‘공산당 선언’과 같이 발로우의 독립선언문도 영원히 미완의 예언이자 감상적 비과학적 선언으로 남을 것이라고 나는 감히 말하지만, 그의 선언문의 행간에서 (1)편에서도 언급한, 디지털 공간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인식 전환을 예비하는 아이디어를 독자들도 읽어내기를 바란다. 

나는 왜 디지털 공간론에 천착하는가? 왜 인류는 디지털 공간을 희구하는가? 왜 국가의 디지털 산업 경쟁력은 ‘연결’을 넘어 ‘공간’의 설계 능력에 달려 있는가? 

이어지는 디지털 공간론에 관한 나의 논변은 새로운 상상력으로 미지의 세계를 그리던 기존의 상상력을 파괴 또는 교체하는 것이라고 할까? 인식주체가 닿지 못하는 칸트의 ‘물자체’이든 비트겐슈타인이 ‘말할 수 없다면 입 닫고 있으라고 했던 것’이든 이것을 버젓이 인식대상으로 불러내는, 기술이론을 설파한 버트란드 러셀과 같은 초기 분석철학자들의 방편적 의미대상을 “디지털 공간”이라고 이름하여 이를 실체로 바라보자는 논변이다.

이는 디지털 공간 현상을 물리 공간인 현실 세계와 차원을 달리하는 공간 현상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일인데, 필립 K. 딕의 1968년 SF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 물을 때 누구도 아직 답하지 않은 긍정적 답변, 즉 “그렇다”라고 답하는 것과 같다.  

“디지털 공간론에 있어서의 제원리(諸原理)”에 도달하기까지 나는 오랜 기간 디지털 공간론에 천착하는 동안 “AI 로봇 인간이 ‘전기양’ 꿈을 꾼다고?” 물으면 “그렇다”라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디지털 공간에 대한 수많은 오해와 오독과 곡해가 버무려진 공간 인식 오류와 혼돈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디지털 공간의 근본 구조를 설명하는 기본틀을 얻었다.

지금까지 제기된 다양한 디지털 공간론은 물리 공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확장된 공간 이해에 도움이 되었으나 새로운 관점을 더해주는 만큼 경계가 불분명한 혼돈과 오류도 많이 낳았다. 

내가 제1편의 글의 말미에서 언급한 4가지의 디지털 유령(specter)은 ‘자기가 있어야 할 공간에 있지 않고, 있어서는 안될 공간에 머무는 것’으로서 공간 인식 오류에서 제자리를 잡지 못했던 것들이다. 이 외에도 혼란은 도처에서 발생해 왔다. ‘사이버 공간 속의 나는 누구인가?’라는 사이버스페이스의 존재론과 그 심리철학적 함축에 관한 수많은 논변들도 마찬가지이다.

심각한 것은 대한민국의 디지털 산업 경쟁력의 침식을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상황들이고 이런 상황 자체도 관련 이슈에 관한 의사결정자들의 공간 이해 부족에서 야기되는 어두운 이야기들이 아닐 수 없다. 

ㅡ “넘사벽 된 애플, 우린 안중에도 없다.”… 삼성전자의 탄식

ㅡ 구글 I/O 개막… ‘갤럭시 워치’에 구글 어시스턴트’ 들어간다

ㅡ 구글 ‘안드로이드폰에 신용, 교통카드, 자동차키 저장해 이용’

ㅡ 포스트 코로나 시대.. ‘DID 자기주권 신원’으로 ‘나’를 증명해야

ㅡ 삼성, 차세대통신 6G 주도 선언.. “모든 인간, 사물 초연결”

ㅡ 구글, 모질라, 애플, 스파이를 막기 위한 카자흐스탄 루트 CA 인증서 차단

ㅡ Apple, Google, and MS want to kill the password with “PassKey”

ㅡ 삼성전자, ‘고객 경험’에 미래 걸었다… ‘뉴삼성’ 밑그림 완성

ㅡ 조주완 사장 한 마디에 … LG전자 ‘고객 경험 실험’

더우기 지난 5년 동안 제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던 그 치열한 신혁명 시기에 우리가 맞이한 다음의 사건들은 과연 치명적이지 않은가?

ㅡ 시장지배적인 LG TV에는 아마존의 AI인 ‘알렉사’가 탑재

ㅡ LG 가전 8종은 이미 AI 스피커 ‘구글 홈’과 연동 완료 

ㅡ AI 스피커인 SKT 누구(NUGU)와 KT 기가지니에는 LG TV가 그랬던 것처럼 아마존의 ‘알렉사’가 탑재 

ㅡ 삼성의 갤럭시 워치에 ‘빅스비’가 아닌 구글 ‘어시스턴트’ 탑재

다음 편의 글에서 디지털 공간론의 제원리(諸原理)를 상술하여 지금까지의 논변을 계속 보충하고자 한다. 제원리는 내가 자신있게 얻었다는 디지털 공간의 기본틀에 기초하는 것으로서 그 기본틀은 아래와 같은 이슈에 대한 그 동안의 고민을 통해 얻어진 것들이다. 

ㅡ ‘소멸하지 않는 기억’의 디지털 공간의 독립성과 그 구성요소. 즉 디지털 공간의 의인화(personification)는 공간 인식의 방해요인

ㅡ 속성으로서의 연결(connection)과 접속(access)의 의미

ㅡ 접속에 사용되는 디바이스의 특징, 특히 IoT 디바이스가 아닌 인간이 상시 연결 상태를 유지하는 접속 디바이스의 공간 주체로서의 의미

ㅡ 디지털 공간과 물리 공간에서의 데이터 규범의 혼돈

ㅡ 접속이라는 디지털 공간에의 출입이 야기하는 공간 주체의 정체성을 Physical Identity (PID)와 Digital Identity (DID)로 구분 소홀

ㅡ 데이터 공간으로서의 디지털 공간 이해와 디지털 경험 경제 이해 부족

ㅡ 디지털 공간에서의 최소한의 데이터 규범 요구 사항은 “기술적 요소”로서의 신뢰(trust) 구조 설계 소홀, 관련 기술경험과 인력 부족

ㅡ 디지털 공간의 ‘기술 규범’으로서의 신뢰(trust)의 근본은 일반적으로는 DID의 도용 금지와 방지이고, 예외적으로는 PID와 DID 연계 접속 도용 금지와 방지

ㅡ 디지털 공간에 최소한의 신뢰(trust)를 담보하는 기술적 요소를 적용하여 PKI (Public Key Infrastructure) 공간 구축이 급선무

ㅡ PID로서의 생체정보 중 가장 편리한 접속 수단으로서의 성문(聲紋)에 대한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보호 설계 시급

ㅡ 디바이스가 일으키는 프라이버시(privacy)와 개인정보 문제 그리고 관련하여 접속(access)에 대한 국가와 민족에 따른 문화적 차이 그리고 결과로서의 정책 차이

ㅡ PID와 DID의 단절성 (서로 독립된 공간 주체 관계)과 연관성 (서로 연관된 공간 주체 관계)에 대한 구조적 이해 결여, 관련하여 익명성(匿名性)과 실명성(實名性) 재검토 요구

ㅡ PID를 증명하는 유일한 수단은 나의 몸, 즉 생체정보이고, 그래서 생체인증이라는 사실상 유일무이한 물리공간의 자기 증명 수단에 대한 새로운 인식

ㅡ 디지털 공간은 DID로서만 구성되어야 하고 (국가로 말하면 영토와 국민과 주권 중에 국민이라고 할 수 있는 바), 물리 공간의 PID를 디지털 공간의 요소로 여겼던 엄청난 오류를 교정해야 하는 시급성

ㅡ 물리적 자기 증명 수단인 PID는 디지털 공간에 흘러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는 데이터 규범. 즉 독립된 다른 공간에 왜 인간이 어슬렁거리는가?

ㅡ 따라서 디지털 공간에 붙들려 있는 무수한 PID를 제거해야 하는 Clean Digital Space 구조로의 점진적 변경 필요

ㅡ 디지털 공간에서의 그리고 무수한 각각의 디지털 공간에서의, 수많은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공간에서의 하나의 DID의 무수한 그리고 실시간 활동의 신뢰(trust) 연결을 뒷받침하는 연결 인증 (chain of authentication) 시스템의 설계 결여

ㅡ DID는 디지털 공간에서의 연결 상태에서의 데이터 생산을 하는 모든 디바이스와 장치에 부여되는 ID로서 구성 요소의 핵심 (가정의 와이파이망의 경우에도 접속 디바이스의 수가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 평균 20대, 2025년 40대 예상)

ㅡ 디지털 공간에서의 인공지능(AI)의 의미는 ‘공간성’의 강화 요소

위에 나열된 이슈들은 특히 디지털 “신뢰”공간 설계와 이해를 위해 관건이 되는 것들이다. 물리 공간에서는 포기하더라도, 디지털 공간에서만은 인간의 부조리를 막거나 최소화하는 아이디어를 ‘신뢰(trust)’공간 설계 원리 파악에서 찾으려 한다. 글로벌 메이저로 칭송 받는 삼성전자 (Samsung Electronics Co., Ltd.)마저도 ‘신뢰(trust)’의 개념과 구조에 대해 무지하고, 이를 설계하거나 구현하는 기술 인력이 부족하고, 특히 경영진들은 기초 개념 조차도 없다는데서도 디지털 산업 경쟁력 침식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다른 대기업을 거론할 것도 없다. 침식이 진행 중이고, 해서 잠재성장률에 치명적 상황이 오고 있다.

디지털 “신뢰”공간론은 물리 공간에 서있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데이터 전략의 ‘서론’이 될 것이고, 디지털 산업론의 ‘본론’이 될 것이라고 말하려니 이 또한 아이러니한 말이다.

/황철증 디지털신뢰공간연구소 소장 newdhjj@gmail.com 

서울대 법대(학사) 및 행정대학원(석사), 미국 콜럼비아 법대 (석사), 고려대 정경대학원(박사)을 졸업했습니다. 

행정고시 29회로 1986년 중앙공무원교육원과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에서 단기 훈련을 거친 후 정보통신부에서 공직을 시작하였습니다. 

 BH, 국무총리실, 국정원(사이버안전센터), NIA 등에서도 근무를 한 바 있으나 주로 정보통신부에서 잔뼈가 굵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끝으로 26년간의 공직을 마친 후 사회의 한 구석에서 꼼지락 거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온갖 분야의 독서와 사색으로 삶을 붙들고 있으면서, 일찌기 담당한 인터넷 정책에 관한 주제에도 여전히 많은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소위 디지털(인터넷) 아키텍처와 디지털(인터넷) 철학자로 스스로를 부르며 현대의 기술문명 역사의 흐름을 조망하는 것을 즐깁니다. 

한편으로 이병주 소설가, 박이문 철학자, 최제우 동학창시자, 리처드 도킨스 진화생물학자, 움베르토 에코 기호학자 등 훌륭한 학자와 문인에게 지적 의식을 의탁하고 사는 자입니다. 

이번 연재글의 게재로 IT기자클럽의 디지털문명 칼럼니스트로 소박한 의무를 시작하는 셈입니다. 

연락처는 newdhjj@gmail.com

Posted in종합

개가 된 여우

시베리아 한 가운데 있는 노보시비르스크는 역사상 가장 오래된 생물학 실험이 일어나고 있는 도시다. 1959년부터 진행중인 인류의 이른바 ‘가축화’ 실험이다.

이 실험은 구 소련 과학자인 드미트리 벨야예브 박사에 의해 시작되었다. 다윈의 저서를 탐독했던 벨야예브는 모든 가축화 된 동물은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가축들은 자연에 있는 친척에 비해서 짧은 주둥아리, 고뿌라진 꼬리, 얼룩진 털과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다. 가장 쉬운 예로 늑대와 다양한 개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오늘 날에는 이른바 가축화 증후군이라 불리고 있다.

벨야예브 박사는 이러한 공통점이 같은 메커니즘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동물을 대상으로 이를 증명하고자 하였다. 그는 동물의 유용성보다는 인간 친화성에 기반한 선택이 가축화 증후군의 원인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의 실험대상은 시베리아 야생에서 사는 은여우였다. 실험의 방법은 포획된 여우 중 가장 순한 개체를 골라 번식을 시키고, 태어난 새끼들 중에 다시 가장 순한 개체를 골라 번식을 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는것이었다. 불과 6 세대가 지나지 않아 인간을 잘 따르는 여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에게는 이름을 붙여주어 부를 수 있었으며, 안심하고 어린 아이들과 함께 둘 수도 있었다. 벨야에브 박사의 가설대로 이들은 인간 친화성을 가짐과 동시에 가축화 증후군을 ‘앓기’ 시작했다. 주둥이는 짧아지고 몸에 점과 얼룩이 생긴 것이다. 일부는 귀가 처지고 꼬리가 말리기도 했다. 즉 여우가 ‘개’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애완 동물이 된 여우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이제 유전자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공격적인 여우와 순한 여우는 백 개 이상의 유전자가 대뇌 전두엽 부위에서 차이를 보인다. 여우의 염색체 15번의 특정 부위가 가축화 변이의 핫 스폿이라는 것도 밝혀졌다. 또한 안면 골격, 털 색깔, 그리고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까지 결정짓는 신경능세포라는 특이한 세포가 가축화 증후군과 관련 있다는 것도 밝혀지고 있다. 벨야예브의 실험은 그의 제자들에 의해 노보시비르스크의 세포학유전학 연구소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실험은 시작하자마자 중단될 뻔 한적이 있다. 트로핌 리셍코라는 엉터리 과학자때문이다. 1920년대부터 소련의 공산당은 교육은 받지 못했으나 ‘올바른’ 사상을 가진 프롤레타리아 과학자를 정책적으로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하였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해 출세를 한사람이 바로 트로핌 리셍코였다. 자신이 개발한 농경법과 수확량을 과대 포장하여 스탈린의 신임을 얻은 그는 멘델의 유전학과 다윈의 진화론을 공격했다. 한 학회에서는 유전학을 반동적이고 서유럽적인 가짜 과학으로 몰아세우고 그 자리에 있었던 유전학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유전학을 부인하도록 강요했다고 한다.


1959년 벨야예브의 실험의 시작과 동시에 리셍코는 감히 ‘유전학’이라는 이름을 붙인 연구소에 평가단을 파견하여 이를 저지하려고 시도하였다. 우연찮게도 당시 소련의 리더였던 니키타 흐루쇼프가 중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세포학유전학 연구소를 직접 방문하기로 결정하였다. 흐루쇼프도 리셍코의 지지자로서 벨라예브의 실험에는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흐루쇼프의 딸 라다가 그와 함께 연구소를 방문하였다. 라다는 생물학 교육을 받은 실력있는 기자였고 리셍코가 가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아버지를 설득하여 벨랴예브의 실험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였다. 흐루쇼프는 무언가는 해야 했기 때문에 연구소장을 파면했고. 부소장이었던 벨라예브가 소장이 되었다. 소장이된 벨라예브는 그의 뜻대로 실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Posted in오늘의역사

1950년 6월 12일 한국은행 태어나다.

1945년 8월 15일 해방이 되자, 미군정은 조선은행을 군정청 직속 기관으로 만들었다. 조선은행에 발권, 국고업무 등 중앙은행의 고유 업무를 부여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하면서, 군정청의 모든 국유재산이 정부에 이양되었다. 그러나 해방공간의 극심한 인플레의 요동으로 조선은행은 중앙은행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정부 수립 후 중앙은행 설립 논의가 본격화된다. 조선은행과 재무부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안을 내자, 미국 Fed에 도움을 요청한다. 1950년에 미국 Fed의 의견이 반영된 블룸필드 보고서를 채택한다. 보고서는 정치적 독립성을 위해 중립적 정책결정기구인 금통위 설립을 제안한다. 한국은행법 입법 정신은 통화가치의 안정, 금융의 민주화, 금융의 정치적 중립 이라고 할 수 있다.

▲ 1950년 7월 22일 발행된 최초의 한국은행권 100원권과 1000원권

그런데, 한국은행은 설립 2주일 만에 6.25를 만났고, 전쟁이후에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 6.25 전쟁 당시 폭격당한 한국은행의 처참한 모습

Posted in강연후기

이관석, 역사와 현대건축의 만남

도시는 살아있고, 늘 변화 중이다. 새로 짓는 건물은 기존 도시와 어떻게든 만나야 한다. 다만 그 방법은 다체로울 수 있다. 특히 과거의 문화유산 옆에 지어야 한다면, 어떻게 역사는 현대건축과 만나야 할까?

이관석 교수는 그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알타미라 뮤지엄, 루마 아를, 케브랑리 박물관, 로마게르만 박물관 등 세계문화유산 옆에 지어진 현대 뮤지엄의 건축 미학 또는 철학적 자세를 말하고 있다. 과거유산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방법은 한가지는 아니다. 그는 겸양, 동조, 대비, 앙망(우러러 바라는) 자세가 있다고 한다.

그 중 겸양의 건축물에 왠지 끌렸다. 켜켜이 쌓인 역사와 경쟁하지 않고, 자신을 지면 아래로 낮춘 건물들이었다. 그러면서도 분명한 현대 건축이었다.

루트비히 미술관& 쾰른 대성당
햄릿’에 나오는 엘시노어 성으로 알려진 크로보르 성
국립현대 미술관


유럽과는 사뭇 다른 우리나라의 과거 유산 옆에는 어떤 건물을 지어야 할까? 워낙 남아 있는 전통 건축이 없다보니, 과거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경주 같은 옛 도시에서는 ‘고전적 환경의 보존’이라는 명분으로 현대 구조물 위에 어색하게 기와를 얹는 어색한 동거가 있다고 한다. 역사는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진화하는 변화이다. 수학 문제처럼 정해진 답이 없는 건축의 여정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경복궁 수정전 앞에 현대식 건축물이 자리잡아도 되지 않을까?

Posted in종합

[스토리텔러]최고의 인터뷰어를 향해,안희경

재미 저널리스트. 세계에 부는 성찰적 기운과 대안 활동에 관한 글을 써왔다.

우리 문명의 좌표를 조망하기 위해 4여 년에 걸쳐 놈 촘스키, 재레드 다이아몬드, 장 지글러, 스티븐 핑커, 지그문트 바우만 등 세계 지성을 만나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문명, 그 길을 묻다》 《사피엔스의 마음》 3부작 기획 대담집을 완성했다. 현대미술가와의 대담을 담은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

리베카 솔닛, 마사 누스바움, 반다나 시바 등과 사회 구조와 삶의 전환에 대해 나눈 대담을 엮은 《어크로스 페미니즘》,

코로나19 시기의 모색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대담집 《오늘부터의 세계》, 이해인 수녀의 삶과 통찰을 담은 대담집 《이해인의 말》, 인류 문명 생존을 위한 10년 전략을 제시하는 기획 대담집 《내일의 세계》를 펴냈다.

샬럿 조코 백의 《가만히 앉다》, 틱낫한의 《우리가 머무는 세상》, 사쿙 미팜의 《내가 누구인가라는 가장 깊고 오랜, 질문에 관하여》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에세이 《나의 질문》을 펴냈다. 접기

저서소개_나의 질문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의 첫 번째 에세이집

그는 어떻게 이토록 아름답고 심오한 물음표를 길어 올렸나!

뜨거운 지성의 말을 담는 그릇으로써

안희경이 잉태한 너르고 깊고 간절한 글

안희경이 안희경을 만나다

안희경은 그 이름만으로도 세계 석학의 이름을 떠올리게 한다.

지그문트 바우만부터 제러미 리프킨까지, 리베카 솔닛에서 반다나 시바까지. 지금까지 수십 명의 국내외 석학들과 나눈 대화를 엮은 일곱 권의 인터뷰집을 내놓은 안희경은 이 책에서 그의 질문이 어떻게 잉태되고 무르익어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 말하며 자신과 만난 시간을 진솔하게 드러낸다.

결혼과 함께 맞닥트리게 된 이민자로서 생활, 자신을 설명할 언어가 없어 주눅들었던 시간, 마이너리티로서 정체성을 자각하며 오히려 세심하게 여러 사정에 놓인 이들을 살피게 된 과정,

수면을 덜어내고 종사해 돈으로 거슬러 받은 일과 온종일 부엌과 아이를 맴도는 일로 인정받지 못하는 시간의 갈등을 연필을 눌러 밤에 쓰는 편지처럼, 작은 스탠드 불빛에 의지해 파내는 도장처럼 꾹꾹 새겨 넣었다.

“내가 ‘교포’라는 부류에 속하게 됨을 알았을 때 나는 또 한 번 이주를 경험했다.

결혼하면서 새 동네, 새집에 살게 된 것뿐이었는데, 등 뒤에서 먼저 와 살던 이민자들이 “신부를 한국에서 데려왔데”라고 수군거렸다. 나는 수동태로 존재하는 사람이었다.”-본문에서

보고 묻고 살피며 길어 올린 물음표, 그 잉태의 기록

안희경은 자신의 인터뷰를 “인터뷰이와 단둘이 앉아 눈맞춤을 이어가는 몰입의 시간”이라고 정의한다.

대단한 사람을 만난다고 쓸모있는 인터뷰가 나오지는 않는다는 자명한 진실을 알기에 그는 인터뷰의 몰입을 방해하는 어떤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한 번의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 보냈던 수십 통의 연애편지 같은 섭외 메일과 이메일 한 통에 질문 내용까지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열정,

그럼에도 거절은 기본값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과정까지, 그의 질문이 어떻게 무르익고 거목 같은 거장들과 만남에서 어떤 존재로 마주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이틀에 하루꼴로 잠을 청하던 불면의 시간을 지나 비용을 맞추기 위해 비행기에서 불편한 몸으로 지샜던 무수한 밤을 거쳐 인터뷰는 삶과 삶의 만남이라는 통찰로 이어진다.

오직 우체국 사서함으로 보내지는 47센트짜리 보통우편으로만 소통할 수 있었던 웬델 베리, 섭외 성공의 환희를 경험하게 한 놈 촘스키,

상을 받은 듯 행복감을 맛보게 했던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 인터뷰, 격정을 통과한 사랑의 언어를 말하던 지그문트 바우만의 뒷모습 등 안희경이 만난 거장들을 안희경의 시선으로 만날 수 있다.

“봄날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던 그 생각 이후, 나는 있는 그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그 순간의 진실에 다가가겠다는 마음으로 인터뷰이를 만났다.

준비가 부족하다고 시험을 앞둔 아이처럼 조바심치기보다는 ‘나의 삶이 다른 이의 삶과 만나는 이 시간’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있었다는 점을 기억하자고 다짐했다.”(본문에서)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는 통찰

누런 봉투를 들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이야기로 시작한 이 책은 15년 후 어머니가 만들어준 발토시를 갖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누런 봉투와 함께했던 미국행에서 저자는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기까지 세 명의 직원을 돌려보내며 초조한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야 했던 사리 두른 할머니에게 자신을 투사하고,

“날마다 파란 하늘이 기다리는 캘리포니아 ‘나의 집’”에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면의 평화를 잃지 않고 살기를 소망한다.

어머니의 발토시와 함께한 15년 후의 미국행 밤 비행기에서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불편한 몸을 다독이며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을 확인하며 “애써” “잘” 견디며 살아온 지난날과 화해한다.

재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서구에 부는 성찰적 기운과 대안 활동을 소개하는 글을 써왔던 저자의 관심은 관계를 보살피는 경영, 지구의 환경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정의로운 전환으로 이어진다.

영국 다팅턴에 있는 슈마허대학의 교육 철학과 실천을 소개하고 들판의 클로버처럼 번지고 있는 졸업생들의 활약에서 희망을 본다.

성장을 포기하고 관계를 선택한 브라질의 기업 메르쿠르를 소개하며 전환을 모색하는 기업과 집단이 공존하는 장을 넓히고자 하는 간절함을 드러낸다.

“메르쿠르는 2009년 이후 단 한 명의 노동자도 해고하지 않았다.

매출이 급감했던 2014년에는 해고를 피하려고 전 직원회의를 열어 노동시간 단축을 결의했다. 주 44시간이던 노동시간을 36시간으로 줄이고 임금은 이전과 같은 액수를 지급했다.

한편 근속에 따른 인상분과 그해 임금 인상을 동결해 지출 예상 액수를 줄였기에 가능했다. 흑자로 돌아선 2016년부터는 임금을 8퍼센트씩 인상했지만 노동시간은 주당 36시간으로 유지하고 있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적용하기 때문에 남녀 임금 차이도 없다. 브레노 스트러스만은 심리학자들과 진행한 연구를 통해 직원 간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이 회사 경영에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관계를 보살피는 경영이다.”(본문에서)

Posted inIT클럽행사

2022 IT인의 밤을 개최합니다

IT인의 밤 2022에 여러분을 초빙합니다.

3년 가까이 지속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많은 것을 바꿨습니다.

엔데믹을 앞두고 팬데믹이 던진 화두를 차분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IT관점에서 팬데믹의 임팩트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IT기자클럽은 팬데믹 기간동안 오프라인 모임을 제대로 갖지 못했습니다.

6월 30일 오후 6시 서촌 역사책방에서 올해 IT인의 밤 행사를 갖고자 합니다.

여러가지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역사책방 지하 1층에 IT기자클럽 전용 공간을 마련하였습니다.

스터디 모임, 미니 포럼 등을 할 수 있는 공간과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습니다.

모처럼 갖는 IT인의 밤 행사에 많이 오셔서 반가운 얼굴을 뵙기를 희망합니다.

아울러 여러분의 지식과 인사이트를 나눌 수 있는 공유의 장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IT인의 밤 행사 개요

일시_2022년 6월 30일 오후 6시~

행사 프로그램

맥주, 와인 등 가벼운 음료와 함께 참가자 네트워킹

IT기자클럽 활동 소개

참가비_1만원

IT기자클럽 후원 안내

IT기자클럽은 2005년에 출범한 사단법인으로 전현직 IT 저널리스트, IT정책 전문가, 홍보 전문가, IT연구자 등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매년, IT관련 포럼 개최, 책자 발간, 네트워킹 행사,IT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itjournalist.org

여러분의 후원이 IT기자클럽의 지속적인 공익 활동을 가능하게 합니다.

많은 후원 바랍니다.

개인_연간 30만원

법인_연간 300만원

후원 안내_백영란 사무국장 ynbaek@historybook.kr 02 733 8348

Posted in종합

1980년 6월 1일, CNN 첫방송되다.

1980년 6월 1일, 세계 최초의 24시간 생방송 뉴스채널인 CNN(Cable News Network)이 시작했다. 첫방송은 시민권 운동가인 버논 조던의 암살 시도에 대한 뉴스였다. CNN은 24시간 실시간 뉴스라는 새로운 방송포맷으로 출발했다. 처음에는 200만이 안되는 미국 가정에서만 볼 수 있지만, 오늘날 7억 5천만 이상의 가정과 호텔 객실에서 볼 수 있다.

CNN은 “남부의 입”이라고 불리는 사업가 테드 터너가 만들었다. 운영 첫 해에 CNN은 적자를 내고 치킨 누들 네트워크라는 조롱을 받았다. 그러나 터너는 전 세계에 뉴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계속 투자했고, 1983년에 위성뉴스채널까지 인수하여 CNN의 주요 경쟁자를 제거했다. CNN은 결국 전 세계의 라이브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취재하는 것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때로는 주요 뉴스채널을 압도하기도 했다. 특히 1991년 페르시아만 전쟁을 생중계하면서 전세계의 방송이 되었다.

Posted in종합

윤후명 @역사책방

올 해 77세 희수인 윤후명 작가의 출판기념식이 있었습니다. 소설 ‘원숭이는 없다’와 ‘화서첩 윤후명 그리고 쓰다’ 입니다.친구인 황충상(문학나무 편집주간)과 제자들이 헌정하는 자리였습니다.

역사책방을 열면서 동네친구(?)인 윤후명선생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학에는 문외한이었지만, 그가 뭐랄까 그냥 소설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다소 어렵다고 느껴지는 그의 문학이 얼마나 넓게 경험하고 깊이 생각한 결과물인지 알게되었습니다. 그의 문학론을 들으며 문학이 단지 인간적 경험과 글재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닌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감탄했던 것은 그의 촌철살인 유머였습니다. 출판기념식에서 그는 더욱 깊었고 유난히 빛났습니다.

[강연후기]윤후명_새는산과바다를이끌고

2020년 10월 28일 @역사책방

‘새는 산과 바다를 이끌고’를 쓴 윤후명 저자에게 질문을 물었다. 그는 약 10여분간 조용하게, 사뭇 날카롭게 시와 소설, 문학계의 현실을 읊었다.

Posted inIT클럽회원 칼럼

[디지털 신 글로벌 전략]②디지털 공간론, 디지털 산업과 잠재성장률

ㅡ 크고 확실한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았으므로 헛것인지 실체인지 알 수가 없었다. 모든 헛것들은 실체의 옷을 입고, 모든 실체들은 헛것의 옷을 입고 있는 모양이었다. ㅡ

김훈은 소설 ‘칼의 노래’에서 이렇게 말했다.

디지털 공간이라는 헛것에 관한 한가한 소리를 하는 이유는 한국 경제에 잠재성장률(potential growth rate) 급락이라는 한파가 몰려올 조짐을 읽고 있으면서도 그 한가한 소리라도 설파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각성에서 비롯된다.

기술혁신의 저조에 저출산과 고령화까지 덮친 상황에서 제4차 산업혁명으로 잠재성장률을 지탱하고 또한 높이는 국가 전략에 디지털 공간 전략이야말로 최선의 방책임을 주장하려는 것이다. 은밀하고 조용하게 침식되는 제4차 산업혁명 패권 즉 디지털 산업 주도권의 급격한 침식 가능성을 지적하고 그 대응방안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경제성장률보다 잠재성장률을 언급하는 것은 당장의 해법보다는 기초적 해법의 모색과 실천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한국이 국제경쟁력과 잠재성장률을 어떻게 유지하고 높일 수 있을 것인가? 디지털 산업만이 가능하다. 나아가 디지털 산업이 받쳐주지 않는 한 다른 분야의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제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 SW가 HW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시대, 데이터와 AI가 SW와 HW의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 그런 지능정보사회,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패러다임이 모든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반도체, 시스템반도체, 통신, 인터넷, 데이터, 빅데이터, 플랫폼, 클라우드, AI,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모든 것들이 그 자체가 산업이면서, 다른 산업의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고 있다. 정보고속도로, 유비쿼터스 컴퓨팅 그리고 만물지능통신 등의 개념은 물리 공간 요소의 ‘연결’ 차원을 상징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의 요소기술은 ‘연결’을 물리 공간과 다른 ‘공간’ 차원으로 확장하는 시대, 즉 디지털 공간의 시대를 열고 있다. 아울러, 쓰나미같은 공포를 안기며 전산업 분야에 공습을 가하고 있다.

사실 이런 요소들의 성격과 경제기여도는 제대로 평가, 받거나 측정되지 못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이 가지는 경쟁력은 전통적 평가방법에 의한 성과와 경쟁력보다 수배에서 수십배가 더 크다는 의미다.

애플의 시가총액이 3,000조원이 넘는다는 어마무시한 소식에 반하여, 한국의 디지털 산업 경쟁력 침식은 바로 이들 메이저들의 가치와 접근법을 이해, 실천하지 못한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를 역전시키는 해법의 일부를 제시하는 것이 이 글의 최대의 목적이다. 그러면 한국에도 시가총액 1,000조원을 돌파하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겠는가?

도대체 나는 어떤 생각으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며 디지털 신 글로벌 전략을 논하는 것일까? 이 문제에 들어가기 전에 우선 현황을 짚어보자.

ㅡ 국내 잠재성장률이 윤석열정부 임기 중인 2025년 1.57%로 떨어지고 2030년엔 0%대인 0.97%에 진입하며, 2045년엔 0.60%까지 낙하할 것으로 봤다. 한국 잠재성장률은 1980년대 9.0%에서 1990년대 7.2%, 2000년대 4.4%, 2011~2017년엔 3.1%로 단계적으로 하락했고 최근엔 2%내외로 추정된다.

ㅡ 실제 성장률은 일시적으로 잠시 떨어지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잠재성장률은 일단 한번 추세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다시 돌이키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하강 속도는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도 월등히 빠르다. 보수와 진보 정권의 차이도 거의 없다. 20여년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세계 주요국 중에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빠른 추락이다.

ㅡ 전망도 어둡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표한 재정전망보고서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0년에서 2030년 사이에는 1.9%로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OECD 38개국 중 캐나다와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이다.

ㅡ 요소 투입이 늘어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받아들인다면 성장을 위해서는 결국 생산요소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밖에 남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것뿐이다.

잠재성장률 제고의 핵심은 결국 생산성 향상에 있다. 노동의 투입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개혁이 급선무고, 자본의 투입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제개혁과 기술혁신이 필수다. 민간투자를 유인할 기제가 필요하다.

위 글은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가 지난 2월에 주간조선에 올린 “문제는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이다”에서 인용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승자는 The winners take it all이라는 공리같은 시장원리의 향유자가 되는 것이니 수많은 인력과 자원이 투입되는 결과가 실패로 돌아가면 그 손실이 전통산업에서의 결과와는 달리 엄청난 규모가 될 뿐더러 다시는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이를 수 있다.

이렇듯 제4차 산업의 패러다임은 all or nothing의 위험한 패권 구조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다른 산업마저도 그런 위험한 구조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라는 점은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글로벌 메이저들이 디지털 전환 (digital transformation)을 강조하는 것이 다른 기업들에게는 주자들에게는 말에게 채찍 가하는 소리처럼 들린다. 우리는 개미로 전락하고 글로벌 메이저들은 여왕벌처럼 지배하는 음울한 미래를 노래하는 소리처럼..

나는 한국의 디지털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 경제를 지탱해줄 잠재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위안에는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그 디지털 산업의 펀더멘털이 부실해지고 있어 그동안 그것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약화시켜왔고, 앞으로 더 급속도로 추락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위험을 고발하고자 한다. 그것은 코로나 19의 초과사망(excess death)의 수가 직접 사망자수보다 3배나 많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는 디지털 산업의 펀더멘털에 관하여 지금까지의 접근방법과 다른 새로운 접근방법의 제안을 시도하는 것이고, 이는 범주적 차원에서는 ≪디지털 신뢰공간론≫으로 다룰 수 밖에 없다.

물론 구체적으로는 상기 인용 글의 마지막 부분의 처방의 의견 도출에 이어지는 글을 집중할 예정이다. 즉 민간 투자의 유인이 문제가 아니라 투자를 어디에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촛점을 맞추되, 그것이 기술혁신이어야만 되더라도 디지털 공간 인식체계의 이슈와 관련됨을 밝히고 그것은 과연 무엇인가를 밝혀볼 생각이다.

제4차 산업혁명을 선택하고 이에 집중하더라도, ‘디지털 산업시대의 처방은 분명히 공업 중심 산업시대의 처방과는 다르고, 달라도 너무 다르다’라는 점을 일깨워야 할 의무를 나는 이 글에서 지고 있다. 아울러 디지털과 데이터가 지배하는 모든 산업 분야에 이 글이 관련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지난 50여년 디지털 공간의 초기 버전부터 플랫폼 버전까지 디지털 트렌드를 선도하기는 했지만 언제나 결과는 거의 실패였다. 메타버스 버전이라고 다를 것인가? 다음 (3)편에서 디지털 공간론을 계속 펼치겠지만, 앞으로 본격적으로 분석하여야 할 디지털 산업의 주도권 침식의 원인을 단 한마디로 “디지털 공간 설계 능력 ≪결여≫”라고 미리 감히 지적하고 이 글을 마친다.

김훈은 소설 ‘칼의 노래’에 이렇게 썼다.

나는 하루 종일 혼자 앉아 있었다. 텅 빈 바다 위로 크고 무서운 것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각사각 사각, 수평선 너머에서 무수한 적선들의 노 젓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환청은 점점 커지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고개를 흔들어 환청을 떨쳐냈다. 식은 땀이 흘렀고 오한에 몸이 떨렸다.

/황철증 디지털신뢰공간연구소 소장 newdhjj@gmail.com

서울대 법대(학사) 및 행정대학원(석사), 미국 콜럼비아 법대 (석사), 고려대 정경대학원(박사)을 졸업했습니다.

행정고시 29회로 1986년 중앙공무원교육원과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에서 단기 훈련을 거친 후 정보통신부에서 공직을 시작하였습니다.

BH, 국무총리실, 국정원(사이버안전센터), NIA 등에서도 근무를 한 바 있으나 주로 정보통신부에서 잔뼈가 굵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끝으로 26년간의 공직을 마친 후 사회의 한 구석에서 꼼지락 거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온갖 분야의 독서와 사색으로 삶을 붙들고 있으면서, 일찌기 담당한 인터넷 정책에 관한 주제에도 여전히 많은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소위 디지털(인터넷) 아키텍처와 디지털(인터넷) 철학자로 스스로를 부르며 현대의 기술문명 역사의 흐름을 조망하는 것을 즐깁니다.

한편으로 이병주 소설가, 박이문 철학자, 최제우 동학창시자, 리처드 도킨스 진화생물학자, 움베르토 에코 기호학자 등 훌륭한 학자와 문인에게 지적 의식을 의탁하고 사는 자입니다.

이번 연재글의 게재로 IT기자클럽의 디지털문명 칼럼니스트로 소박한 의무를 시작하는 셈입니다.

연락처는 newdhjj@gmail.com

Posted in강연후기

로버트파우저 ‘외국어학습담’

저자 로버트 파우저는 그저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그는 영어 외에 한국어와 일본어에 능통하고, 독일어·스페인어는 현지 여행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구사한다고 합니다. 프랑스어는 말하기 실력은 부족해도 읽는 데 부족함이 없고… ‘어떻게 저렇게 잘하지’가 절로 나옵니다.

물론 그는 일찍부터 외국어에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청년기에 일본과 한국에서 보냈고, 히스패닉 선생님과 스페인어로 말하는 학습환경에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 그는 외국어 배우기를 좋았했습니다. 그는 ‘ 외국어가 교양을 쌓고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도구’라고 말합니다. 이탈리아 음식 문화가 궁금해 이탈리어를 배우고 있고, 프랑스어는 학술서를 읽고 싶어 공부했다고 합니다.

저자 파우저는 외국어 학습 비법을 말하지 않았지만, 외국어 학습에 관한 다양한 생각과 이론을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어제의 나, 그동안 만나 온 외국어와의 관계를 살펴볼 것”을 권합니다. 말하자면 자기성찰입니다. 이제 공부라기 보다는 나자신의 필요에 따라 외국어를 학습하는 시대입니다. 외국어 학습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탐색의 과정입니다. 그도 외국어 학습은 끝없는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렇게 힘들게 얻은 소통 능력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쁨이라고 합니다.

어찌보면 그는 지극히 추상적이고, 공자님 말씀만 했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비로소 그가 언어학자이구나 깨달았습니다. 외국어전파담의 부제는 ‘외국어 학습에 관한 언어 순례자 로버트 파우저의 경험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