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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신 글로벌 전략]①디지털 공간 인식체계의 재검토

현재를 살아가는 장년은 그 어느 과거 세대보다도 인생의 황혼과 가을을 느낄 여유를 박탈 당한 세대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에서 기하급수적 폭발과 확장을 보여준 20세기를 걸어온 우리 세대는 삶을 지키기 위한 것이든 삶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든 길고 긴 길을 걷다가 막다른 골목에서 삶을 정리하는 때를 만났던 수많은 세대와는 다르게 21세기의 막다른 골목에서 멈추지 않고 길을 걷고 있다. 아니 길이 아니라 그리고 가로막던 길을 뚫고 들어가 어떤 공간을 만났고 이 공간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인류가 추구하던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감히 말하지만 그 공간은 또한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와 생명과 재산도 지배한다. 그리고 그 의미도 변경시킨다. 어쩌면 인류 마지막 공간에 우리는 이제야 들어서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것을 이름하여 디지털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인류는 디지털 공간을 삶의 거주지로 여기기 전에도 긴 역사의 시간을 더듬어 새로운 공간을 끊임없이 추구했다. 우주천체를 탐색했고, 지구를 구성하는 모든 자연의 구성요소의 미립세계도 파악했으며, 이를 추구하는 주체의 의식 속의 의식인 무의식을 탐구했다. 인류는 이런 탐구의 도정에서 명멸한 위대한 과학자의 길을 따라 공간의 확장에 도전하며 인류의 의식 확장에도 노력했다.

왜 인류는 아름다운 지구를 두고서도 새로운 공간을 추구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일까? 디지털 공간은 이제 인류의 상상력의 마지막 여정이 될 것인가?

디지털 세계를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은 공간 자체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고 있다는 코페르니쿠스적인 인식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고, 이는 칸트가 2000여년간의 서양철학의 인식론적 전회를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라고 말한 맥락의 증강된 인식체계의 변화를 우리에게 요구하는 일이다. 말하자면 인식주체와 인식대상과의 관계성의 설정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고 이의 철학적 전개는 앞으로의 지식인들의 커다란 숙제이다.

디지털 공간은 애초에는 미미했다. 인류의 탄생과 진화의 초기에는 생명이 우연 발생했고 단세포에서 다세포 생물로 진화했듯이 디지털 공간도 시간을 먹어치우면서 형체를 갖추며 성장했다. 1969년 시작된 점과 점의 무작위 연결 네트워크가 1990년대 초 정보고속도로로 전환되기 시작하면서 면과 면의 연결을 시작하더니 다시 30년이 흘러 2020년대 초에는 이제 공간으로의 진화를 이루고 나아가 공간과 공간의 연결 또는 흡수합병을 전망하는 시대가 되었다. 초기 디지털 공간의 신인류를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소위 MZ 세대가 신인류의 시작일까?

인터넷 공간(세계), 디지털 공간(세계), 가상 세계(공간)라고 하더니 급기야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디지털 공간의 명칭이 탄생했다. 그럼 신인류는 메타즌(Metazen) 또는 메태즌(Metaizen)으로 부를 수 있을까?

디지털 연결이 디지털 공간을 이루는 역사의 길에 나의 인생의 길도 오롯이 겹친다. 그러니 우리의 삶은 역사적이다. 그렇지 않은가? 50여년이 흐른 지금 나의 회고는 심각한 반성에 빠져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디지털 공간의 기초를 너무 부실하게 만들었다는 회한과 그런 잘못에 얼마간의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는 의식이 온 몸을 흔들기도 한다.

우리는 디지털 공간에 무슨 오류를 가하였다는 것인가? 가장 중요한 오류는, 그리고 다른 수많은 오류를 야기한 근본 오류는 디지털 공간에 자유(自由)를 제대로 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디지털 공간에 신뢰(信賴)를 구축하지 못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근본 오류는 디지털 공간과 물리적 공간을 대등한 독립 공간이라는 인식보다는 전자를 후자의 종속적 지위 또는 수단적 지위로만 인식하였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런 오류는 비록 대한민국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위 인터넷 아키텍처 그리고 디지털 공간 아키텍처에 구성요소로 자리잡은 많은 글로벌 기술규범에 우리는 너무 무지했고 이를 디지털 공간에 반영하는 노력을 너무 게을리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오해와 실수가 이어졌고 세계적으로 앞선 디지털 인프라를 가졌다는 글로벌 평가에도 불구하고 은밀하고 조용히 그 디지털 산업 경쟁력이 침식되고 있는 것이다.

“전자주민증 도입 논란”, “인터넷실명제 도입 논란”, “공인인증서 폐지 논란”, “마이데이터 사업”은 대한민국 땅에 배회하는 디지털 유령이며, 우리의 새로운 공간 인식이 너무도 부족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우리의 반성과 대안 모색은 여기에서 출발하여야 하며, 그 귀결은 디지털 신뢰공간의 구축을 통한 대한민국의 “디지털 신 글로벌 전략”이 될 것이다.

/황철증 디지털신뢰공간연구소 소장 newdhjj@gmail.com

서울대 법대(학사) 및 행정대학원(석사), 미국 콜럼비아 법대 (석사), 고려대 정경대학원(박사)을 졸업했습니다.

행정고시 29회로 1986년 중앙공무원교육원과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에서 단기 훈련을 거친 후 정보통신부에서 공직을 시작하였습니다.

1 BH, 국무총리실, 국정원(사이버안전센터), NIA 등에서도 근무를 한 바 있으나 주로 정보통신부에서 잔뼈가 굵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끝으로 26년간의 공직을 마친 후 사회의 한 구석에서 꼼지락 거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온갖 분야의 독서와 사색으로 삶을 붙들고 있으면서, 일찌기 담당한 인터넷 정책에 관한 주제에도 여전히 많은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소위 디지털(인터넷) 아키텍처와 디지털(인터넷) 철학자로 스스로를 부르며 현대의 기술문명 역사의 흐름을 조망하는 것을 즐깁니다.

한편으로 이병주 소설가, 박이문 철학자, 최제우 동학창시자, 리처드 도킨스 진화생물학자, 움베르토 에코 기호학자 등 훌륭한 학자와 문인에게 지적 의식을 의탁하고 사는 자입니다.

이 글의 게재로 IT기자클럽의 디지털문명 칼럼니스트로 소박한 의무를 시작하는 셈입니다.

연락처는 newdhj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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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 김시덕의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한국인들은 한반도가 태생부터 ‘대륙과 해양 세력이 충돌하는 전략적 요충지’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자 김시덕은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메디치미디어)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한반도가 ‘역사적 요충지’로 부각되고, 지리적으로 전략적 가치가 상승한 것은 바로 임진왜란 때부터라고 말입니다.

임진왜란을 계기로 해양세력의 대륙 진출 교두보로서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가 환기되면서, 비로소 한반도는 대륙 세력과 교섭할 수 있는 카드를 갖게 됐습니다.

저자는 임진왜란 이전 까지 한반도 국가들은 압도적인 군사력(hard power)과 우월한 문화적 자원(soft power)을 지닌 한인 세력에 대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합니다.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10줄 요약

1. 역사적으로 16세기 중반까지,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바다보다 육지에 관심을 갖는 것이 현명한 생존 전략이었다.

바다에서 유일하게 군사적ㆍ정치적으로 경계해야 할 일본은 항해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국가의 존립을 위협할 만한 대규모 공격을 할 수 없었던 반면, 유라시아 동부 평원에는 기마 기술이 발달한 여러 세력이 있었다.고려와 조선은 대륙과 접한 북쪽에 군사력을 집중하고 해안에는 소규모의 간헐적 침략을 대비할 정도만 방어했다.

2.임진왜란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의미를 바꿔놓았다.

16세기의 한반도는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충돌한 장이었다. 대륙의 한인 세력으로서는 해양 세력 일본의 대륙 진출을 저지해야 하는 완충지였고, 일본이 대륙으로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거점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이른바 중원이라 불리는 중국 대륙에서 한인 국가와 북아시아 지역의 유목민ㆍ반(半)유목민이 충돌할 때마다 한반도에도 피해가 있었지만 정복지로서 고려되지는 않았다.

3. 임진왜란은 한반도가 유라시아 동부 지역에서 대륙과 해양 세력 간의 ‘지정학적 요충지’로 대두한 사건이었다. ​

임진왜란 당시 해양 세력인 일본은 대륙으로 나아가기 위해 한반도의 완전한 정복을 꾀했으며, 대륙의 한인 세력은 해양의 일본 세력을 막기 위한 완충지대로서 한반도를 이용했다. 임진왜란 이전의 한반도 국가들은 압도적인 군사력(hard power)과 우월한 문화적 자원(soft power)을 지닌 한인 세력에 대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

4. 임진왜란을 통해 20여만의 대군을 바다 건너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도요토미 히데요시 정권과, 내향적 외교로 조선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한 도쿠가와 이에야스 정권이 일본에 등장하면서, 한반도 국가는 비로소 대륙 세력과 교섭할 수 있는 카드를 갖게 되었다.

5. 각 시대와 지역은 서로 다른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어떤 특정 시기의 역사가 후대에 반복된다는 발상은 학문이 아닌 종교에 속한 것이다.

6.문순득은 유구왕국에 표류됐다. 유구 왕국은 중국 명청조와 조공 무역을 하면서 얻는 이익을 얻는 국가였다. 문순득 일행이 표착하자 유규에서는 체계적 시스템으로 이들을 대우했는데 외국인을 후대해 자기 나라가 국제무역을 위한 공정함과 신뢰를 잘 지키는 나라임을 외국에 보이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7.1802년 11월부터 1803년 8월까지 문순득 일행은 루손에 머물며 에스파냐 식민지였던 필리핀 루손 지역의 유럽 문물도 관찰할 수 있었다. 한반도 주민이 처음으로 필리핀에 방문한 것이었다.

8. 여러 나라 사람이 섞여 살면서 외국인도 자유롭게 상거래를 할 수 있는 루손의 경제적 풍토는, 상업이 천시 받고 외국인과의 교류가 거의 없던 조선 출신의 문순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9.유구왕국, 루손지역을 거쳐서 3년 만에  고향인 우이도에 도착한 문순득. 그는 제주에 표류한 루손 사람들이 여전히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부끄러워했다. 넓은 세계를 봐버린 문순득에게 조선이라는 나라는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10.이강회는 문순득에게 동해안을 누빈 체험을 들었다. 일반적인 조선 사람들에게는 땅끝의 유배지로 느껴졌을 터인 우이도가, 정약용으로 대표되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창문으로 기능한 것이다.

한반도 → 유구 → 필리핀 → 마카오 → 청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동해안의 남쪽 지역을 표류한 문순득과, 알래스카 → 캄차카 → 시베리아 → 이르쿠츠크 → 오호츠크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동해안의 북쪽 지역을 표류한 고다유. 문순득의 모험을 기록하고 후세에 전한 것은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실학자’ 정약전과, 그의 동생 정약용의 제자 이강회였다. 고다유의 모험을 기록한 것은 일본의 근대를 예비한 난학 연구자 가쓰라가와 호슈였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동아시아해양과대륙이맞서다 #북스 #김시덕 #임진왜란 #전략적요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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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백재현의 ‘1일 1페이지 그날 세계사 365’

백재현(리더스경제 대표)의 ‘1일 1페이지 그날 세계사 365’를 소개합니다.

매일 전 세계에서 뉴스가 쏟아져 나옵니다. 그 양이 아무리 많아도 종류는 딱 두 가지입니다. 현재 벌어지는 일과 과거(역사)입니다. 혹자는 여기에 미래도 붙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에 관한 뉴스도 실은 역사 경험으로 바탕으로 현재 이해관계를 담아 예측하는 것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짬뽕인 셈입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E.H.카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현재의 우리는 역사와 늘 호흡하며 삽니다.

백재현의 책은 생활속에서 매일 역사와 만나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달력이나 스마트폰에서 오늘 날짜를 확인하고 책을 해당 날짜를 펼치면 그 날 역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역사속의 오늘은 인류 역사로 들어가는 작은 출입문인 셈입니다. 마치 벽에 송곳으로 작은 구멍을 뚫어 벽 너머의 거대한 세상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10줄 서평

1.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365일 오늘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아침에 달력을 보고 나서, 식탁에 앉아 책을 펼치면 오늘과 인류의 역사가 바로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1월 16일 아침에 해당 날짜를 책에서 찾았습니다. 미국 금주법이 통과된 날입니다.

2.자신의 생일, 가족의 생일, 지인의 생일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3월 8일생 딸을 위해 해당 페이지를 찾았더니 세계 여성의 날 역사와 연결됐습니다. 1908년 뉴욕의 여성 섬유 노동자들이 참정권,노조결성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유엔이 1977년 이 날을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했고, 한국도 2018년 3월 8일을 법정 기념일로 지정했습니다.

3.한국 역사,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지구촌 역사를 골고루 담았습니다. 지구촌 시각에서 오늘의 역사를 만나도록 한 것입니다.

4.다양한 역사속 인물의 탄생과 죽음을 날짜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위대한 인물의 생일 또는 사망일이 대부분이지만, 히틀러나 괴벨스 같은 악명높은 인물의 생애도 살짝 보여줍니다.

5.역사 흐름을 크게 바뀐 변곡점이 언제인지를 보여줍니다. 바스티유 감옥 공격 등 혁명일 수도, 전화 PC 등 문명의 이기가 발명된 날일 수도 있습니다. 또 화산폭발,지진 등 끔찍한 자연재해가 발생한 날일 수 있습니다.

6.여성 주권, 소수의 인권, 억압된 계층의 해방에 헌신한, 잊혀진 영웅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흑인 인권 운동에 불을 붙였던 로자 파커스, 흑인 노예의 ‘모세’로 불리는 해리엇 터브먼의 생애를 담고 있습니다.

7.달 착륙, 베트남 통킹만 공격 등 교과서에서 많이 접했던 역사 사건일 수도, 잘 몰랐던 비극의 역사일 수도 있습니다. 12월 29일 ‘운디드니 학살 사건’은 미국의 인디언 학살의 참상을 보여줍니다.

8.역사 해석보다 과거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 그리고 사실 들 즉 ‘팩트 기록’에 충실합니다. 역사속 팩트가 현재의 독자에게 말을 걸어 인류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어떤 과제를 여전히 지니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9.책을 다 읽고 나서 부록에서 과거에서 최근에 이르는 시간 순서대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하루 하루 역사와 연결점을 찾은 다음, 전체 흐름을 연표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10.저자의 말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세계사에 대한 지식과 교양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유구한 역사 속에서 쌓인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와 대화를 나누는 귀중한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

이 책을 매일 1페이지씩 펼치고 읽다보면, 어느새 세계사 고수가 된 자신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건과 인물, 사실 너머에 남아 있는 역사적 직관과 통찰하는 눈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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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너무 늦은 시간,길고 고통스러운 죽음 편

아이랜드출신 작가 클레어 키건의 문학세계를 영화를 통해 만났습니다.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오펜하이머 역을 맡았던 킬리언 머피가 주연을 맡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OTT를 통해 접하고 원작자인 클레어 키건이 누구인지 궁금하게 여겼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아일랜드 도시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석탄유통업을 하는 빌 펄롱(킬리언 머피)의 일상사를 쫓아가면서 느릿느릿하고 조용조용하게 흘러갑니다. 영화는 극적인 반전이나 감춰진 비밀같은 자극적인 요소도 거의 없지만 묵직한 울림을 줬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영화의 원작이 클레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 킬리언 머피와 원작자 클레어 키건이 모두 아일랜드출신이라는 점을 알았습니다.

키건의 소설 ‘맡겨진 아이’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만 먹고 있던 중에 ‘너무 늦은 시간’이 새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 소설집은 키건이 썼던 세 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입니다.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키건의 소설을 읽으면서 인도계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가 떠올랐습니다. 라히리가 인도계 미국인의 삶을 소설화했다면 키건은 아이랜드인 특유의 정서를 섬세한 문장으로 엮어냈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에서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편중에서 키건의 글솜씨를 맛볼 수 있는 문장을 골라봤습니다.

소설의 무대는 아일랜드의 애킬섬 하인리히 뵐 코티지(The Heinrich Böll Cottage)입니다.

하이인리 뵐은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독일작가입니다. 그는 애킬섬에 별장을 마련해 집필활동을 하면서 ‘아일랜드 일기’를 썼습니다. 아일랜드는 그 별장을 뵐코티지로 명명하고 문학가들이 이곳에서 집필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했습니다.

주인공은 뵐코티지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한적한 곳에서 작업에 몰두할 생각에 설레지만 독일인 교수라는 사람이 불쑥 전화하고 찾아와 그녀를 방해합니다.

주인공은 예의 바르게 그의 방문을 허락하고 케이크를 만들어 대접하지만 상대방은 고마워하기는커녕 많은 사람을 제치고 선정되었으면서 한가롭게 케이크나 만들고 바다에 들어가 놀기나 한다며 비난합니다.

1.

그녀가 마침내 애킬섬으로 가는 다리를 건넜을 때는 새벽 3시였다. 드디어 마을이 나왔다. 어부 협동조합, 철물점 겸 식료품점, 불그레한 석조 교회까지 모든 건물이 흐릿하게 타오르는 가로등 아래 문이 잠긴 채 고요했다.

그녀는 어두운 대로로 차를 계속 달렸다. 양옆에 키 큰 진달래 덤불이 난잡하게 자랐지만 꽃은 지고 없었다. 사람 하나, 불 밝힌 창문 하나 보이지 않았다

2.

오는 길에 두 번이나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잠깐 눈을 붙였지만 섬에 들어오자 정신이 말똥말똥해지고 온전히 살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해변으로 가파르게 떨어지는 칠흑같이 까만 길까지도 생기가 가득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높고 든든한 산과 헐벗은 언덕, 그리고 저 아래 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선명하고 기분 좋게 철썩이는 대서양의 존재를 느꼈다.

3.

그녀는 옷을 벗고 누워서 책으로 손을 뻗어 체호프 단편의 첫 문단을 읽었다. 좋은 문단이었지만 끝까지 읽으니 눈이 자꾸 감겨서 기분 좋게 불을 껐다. 내일은 온전히 그녀의 것이 되리라. 일하고 책을 읽고 도로 끝 해안까지 걸어가 볼 것이다 .

4. 하늘은 흐렸지만 곧 갤 듯했고 군데군데 파랗게 물들었다. 저 아래 바다에서 리본 같은 물이 투명한 파도를 만들더니 해안에 부딪쳐 조각조각 부서졌다. 그녀는 독서가, 일이 무척 간절했다. 며칠이고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일하면서 아무도 만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5.

그녀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빤히 바라보면서 왜 받았을까, 그쪽에서 전화번호를 왜 알려줬을까 생각했다. 여기 전화가 있다는 사실 자체에 잠시 화가 났다. 멋진 날로 시작해서 아직 멋진 날이었지만 뭔가 바뀌었다. 이제 약속이 생겼으므로 오늘 하루가 독일인의 방문을 향해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6.

그녀는 얼른 일어나서 뵐의 서재로 갔다. 안 쓰는 벽난로와 바다가 내다보이는 창문이 있는 작은 방이었다. 지금은 유명해진 일기를 썼다는 곳이 바로 이 방이지만 그것도 50년 전의 일이었다.

하인리히 뵐이 세상을 떠났고 유족이 이 집을 작가들을 위한 작업 공간으로 남겼다. 그리고 이제 그녀가 2주 동안 여기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녀는 천을 적셔서 책상을 닦고 공책과 사전, 종이, 만년필을 올려놓았다. 이제 커피만 있으면 된다

7.

도롯가에서 작고 통통한 암탉이 뭔가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서 목을 쭉 빼고 돌을 디디며 길을 따라 걸었다. 정말 예쁜 암탉이었다. 집을 나서기 전에 파우더라도 바른 것처럼 깃털 끝이 하얬다.

암탉이 풀로 뒤덮인 가장자리로 뛰어내리더니 왼쪽도 오른쪽도 보지 않고 달려서 도로를 건넌 다음 잠시 멈춰 날개를 다시 정리하고는 절벽을 향해 똑바로 질주했다.

8.

물이 갈비뼈까지 올라오자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뒤로 누워서 멀리 헤엄쳐 갔다. 바로 이 순간 자신이 인생에서 해야 할 일이 바로 이것이라고, 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녀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어느새 진정으로 믿지 않는 무언가를 향해 감사를 드리고 있었다.

9.

어제 사 온 빵과 함께 먹고 레드와인을 한 잔 마셨다. 다 먹은 다음에는 접시를 헹궈 치우고 불을 피우고 체호프의 단편을 다시 손에 들었다. 어떤 여자의 이야기였는데, 그녀의 약혼자는 일정한 직업이라 할 것도 없지만 음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

“술을 좀 드실 거죠?” 그녀가 말했다. “아니,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운전해야 합니다.” 그는 푸크시아를 보고 있었다. “그럼 차는요? 차랑 케이크는 드셔야죠.” “수고가 많으시네요.” “전혀 수고스럽지 않아요.” 그녀는 이 말이, 이 말을 하는 것이, 그가 그 말을 하게 만드는 것이 지겨웠다.

11.

“그러면 아름다운 지원자에게 기회를 줘야겠네요.” 그녀가 이렇게 말하고 웃었다. “그렇게 생각합니까?” 그가 얼굴을 찌푸리고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을 샅샅이 살피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가 말했다. “제 아내를 보셨어야 합니다. 내 아내는 아름다웠어요.”

12.

“온통…… 전문용어예요. 우리는 상관 안 해요. 우리는 글을 쓸 수가 없어서 그러는 건데, 그런데 당신은 작가라면서 하인리히 뵐의 집에서 케이크나 만들고 있군요.”

그녀가 숨을 들이마셨다. “뭐라고요?” “하인리히 뵐의 집에 와서 케이크나 만들고 옷도 안 입고 수영이나 한다고요!”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매년 찾아오는데, 항상 똑같아요. 대낮에 잠옷이나 입고 돌아다니고, 자전거 타고 술집이나 가고!”

13. 그 순간 그녀가 자기 소리를 들었다. 웃음을 터뜨렸던 것이다. “하인리히 뵐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면서!” 그가 외쳤다. “하인리히 뵐이 노벨문학상을 탄 것도 몰라요?”

“이제 그만 가셔야 할 것 같네요.” 그녀가 이렇게 말하고 대문으로 들어가 빗장을 세게 걸어 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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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Z 폴드7: 울트라 카메라 혁신, 폴더블과 만나다

[2025년 07월 24일]

갤럭시 Z 폴드7은 시리즈 역사상 가장 진화한 카메라를 탑재했습니다. Z 폴드 시리즈 최초로 2억 화소 메인 센서와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엘리트 AP를 탑재해 초고화소 촬영을 포함한 다양한 촬영 및 AI 프로세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갤럭시 Z 폴드7의 프로비주얼 엔진은 생성형 AI를 포함 총 160개 AI 기술을 탑재해 사진·영상 촬영부터 편집까지 전반적으로 개선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얇고 가벼운 Z 폴드로 누구나 손쉽게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갤럭시 Z 폴드7의 카메라 시스템에는 2억 화소 광각 카메라 센서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는 S25 울트라와 동일한 화소 수를 지닌 센서로, 섬세한 부분까지 풍부한 질감과 색감으로 표현하여 생동감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또한, 1,2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와 ‘듀얼 카메라 심도 보정’ 기능을 통해 촬영의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100도 전면 카메라의 넓어진 앵글로 단체 셀피 촬영이 더욱 편리해졌으며, 프로비주얼 엔진을 통해 어두운 환경에서도 선명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편집 기능을 통해 창의력을 펼칠 수 있으며, 인물사진 스튜디오와 다양한 필터를 활용하여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갤럭시 Z 폴드7은 사용자의 창의력을 높이고, 고품질 콘텐츠 제작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 제품은 단순한 스마트폰을 넘어, 촬영과 편집, 공유 등 모든 과정을 유연하게 지원하여 사용자의 창작 여정을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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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뚫은 열기… 강남을 달군 갤럭시 Z 폴드7 · Z 플립7 사전 개통 현장

2025년 7월 23일, 갤럭시 Z 폴드7과 Z 플립7의 사전 개통이 시작되었다.

‘갤럭시 언팩 2025’ 행사 후, 이들 제품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고객들은 사전 예약을 통해 제품을 픽업하고 개통을 완료했으며, 삼성 강남 매장은 이를 위해 아침부터 붐볐다. 이우송 씨를 포함한 고객들은 새로운 갤럭시를 만나며 설렘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또한, 박지윤 씨와 이정우 씨를 포함한 다른 고객들도 새로운 갤럭시를 선택하며 각자의 이유와 기대를 전했다. 픽업 고객들을 위한 특별한 혜택도 제공되었는데, 정품 액세서리 할인쿠폰과 다양한 쿠폰이 제공되었다.

또한, 게임 플레이존에서는 갤럭시 Z 폴드7으로 게임을 즐기거나 구글 제미나이 라이브를 통해 AI 체험을 할 수 있었으며, 경품 이벤트도 함께 진행되었다. 전국 230개 삼성스토어에서도 픽업 고객들을 위한 특별한 혜택이 제공되었다.

이처럼, 갤럭시 Z 폴드7과 Z 플립7을 만나는 고객들은 새로운 기기를 향한 기대와 설렘을 느꼈으며, 삼성 강남 매장에서는 이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와 이벤트가 마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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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박싱] “진짜 이렇게까지?” 역대급으로 진화한 ‘갤럭시 Z 폴드7’ 개봉기

[2025-07-22T08:00:18.000Z]
역대 갤럭시 Z 폴드 시리즈 중 가장 얇고 가볍다. 여기에 폴더블에 최적화된 One UI 8과 멀티모달 AI까지 더한, ‘울트라 경험’의 ‘갤럭시 Z 폴드7’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그 실물을 궁금해할 갤럭시 팬들을 위해 뉴스룸이 직접 언박싱해봤다.

처음 만난 순간, 눈앞에 펼쳐진 프리미엄 폴더블. 신제품을 처음 마주하는 언박싱의 순간은 언제나 설렘 가득하다. 고급스러운 블랙 색상의 패키지를 열자, 펼쳐져 있는 갤럭시 Z 폴드7이 눈에 띄었다. 제품을 꺼내 손에 쥔 순간 얇은 실루엣과 가벼움이 한 번에 느껴졌다.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블루 컬러가 영롱하게 변하는 시그니처 색상 ‘블루 쉐도우’는, 고급스러운 갤럭시만의 감성과 완벽히 어울렸다. 갤럭시 Z 폴드7은 시그니처 ‘블루 쉐도우’를 비롯하여 모던한 ‘실버 쉐도우’, 꾸준히 사랑받는 ‘제트블랙’ 총 3종으로 출시된다. ‘삼성닷컴’과 ‘삼성 강남’ 전용 ‘민트’ 컬러도 마련돼 있다.

[![삼성전자-모바일-갤럭시-Z-폴드7-언박싱-후면-트리플-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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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 트리플 카메라를 둘러싼 카메라 아일랜드는 제품 색상과 동일하게 적용돼, 일체감을 자아내는 디자인이 돋보였다.

[![삼성전자-모바일-갤럭시-Z-폴드-7-언박싱-카메라]

이번 제품의 카메라는 갤럭시 Z 시리즈 최초로 ‘2억 화소 광각 카메라’를 지원해 일상의 모든 순간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뿐만 아니라 향상된 ‘야간 사진·영상 촬영’, ‘100도 광각 셀피 카메라’ 등이 탑재돼 갤럭시 S 시리즈 울트라 모델에 버금가는 카메라 성능을 폴더블 폼팩터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폴더블 맞아?” 손끝에 닿는 슬림함*

갤럭시 Z 폴드7은 역대 시리즈 중 가장 얇은 폼팩터를 구현했습니다. 설계부터 소재 선택까지, 단 1mm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결과는 제품을 손에 쥔 순간 그 진가가 드러났습니다. 휴대하기 좋은 ‘한 손에 착 감기는’ 폴더블로 거듭난 갤럭시 Z 폴드7. 실제로 얼마나 얇은 수준인지 비교해 봤습니다.
[![삼성전자-모바일-갤럭시-Z-폴드-7-언박싱-두께]

접었을 때는 8.9mm로, 펼쳤을 때는 4.2mm로 얇은 수준이었습니다. 접으면 바(Bar)형 스마트폰처럼 직관적으로, 펼치면 갤럭시 중 가장 큰 화면으로 몰입도 있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모바일-갤럭시-Z-폴드-7-언박싱-화면비-비교]

“*대화면에서 더 똑똑해진 멀티모달 AI*”

이번 제품은 최신 안드로이드 16 기반의 One UI 8을 탑제해, 더 가까운 일상 속에서 멀티모달 AI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AI가 갤럭시 Z 폴드7의 멀티 윈도우 화면을 이해해 복잡한 맥락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어,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합니다.
– 예를 들어, 가방과 어울리는 색상을 추천받고 싶다면 멀티 윈도우를 활용해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화면을 펼치지 않아도 AI 에이전트를 호출해 궁금한 정보를 바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모바일-갤럭시-Z-폴드-7-언박싱-커버-스크린]

얇아지고 똑똑해진 갤럭시 Z 폴드7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습니다. 막 베일을 벗은 이 폴더블이 펼쳐갈 ‘울트라 경험’은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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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수해 복구에 30억원 지원

삼성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로하고 신속한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성금 30억원을 기부했다.

이번 성금 기부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 등 8개 관계사가 참여했다.

삼성은 구호성금 30억원 기부 이외에도 피해 주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긴급 구호물품을 제공하는 한편, 가전제품 특별 점검, 집중호우 피해 고객들에 대한 금융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수해 지역 주민들을 위해 가전제품 및 휴대전화 무상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삼성카드는 집중호우 피해 고객들에 대해 금융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삼성은 국내외에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번 집중호우로도 삼성은 적극적으로 구호 성금 및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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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그래서 우리는 도서관에 간다,노인을 위한 도서관 편

제가 도서관을 다시 찾은 것은 늦둥이 덕분이었습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사직 어린이 도서관, 남산도서관, 용산도서관을 주말마다 찾았습니다. 가끔 남산도서관에 늦둥이를 데리고 가서 도서관 주변 쉼터에서 함께 재미있는 놀이를 하곤 했습니다.

그 시절 도서관 식당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식당의 절반은 청소년과 취업준비생들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은퇴자로 보이는 분들이었습니다. 주변 지인들을 통해 도서관 이용 실태를 탐문해보니, 은퇴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공공장소가 도서관이었습니다.

도서관은 이용이 무료이며 책을 읽거나 컴퓨터 작업을 하면서 장시간 편하게 보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무엇보다 도서관 구내 식당이 저렴하면서 질이 좋아 식사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 장소로서 인기가 높았습니다.

저는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 또는 정치권 인사를 만나면 초고령사회 복지정책에서 도서관 활용을 중시하라고 조언하곤 했습니다. 제 경험에 미국의 공공도서관은 식사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한국 공공도서관이 청소년 수험 장소로 자리매김을 하면서 구내 식당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는데, 초고령화사회에서는 이런 인프라를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도서관에 간다>>에서 ‘노인을 위한 도서관은 있다”편을 골라 10문단으로 요약했습니다. 초고령화사회는 먼 미래가 아니라 발앞에 떨어진 불덩이입니다.

1.노인을 위한 도서관

(이권우)앞으로 도서관이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역할 중 하나가 늘어나는 노인 인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노력이에요.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단절된 노인 세대를 도서관으로 불러들여서 삶을 성찰하고 여생을 만족스럽게 보낼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어요.

2.노인 이용자에 대한 배려 필요

(이정모)이제는 공공기관에서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노인에게 특화된 공간을 확보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해요.

도서관에서도 노인 이용자에 대한 배려는 특별히 이뤄지지 않거든요. 노인 전용 열람실을 만들자는 주장까진 아니지만, 적어도 청력이 떨어지는 노인 이용자가 좀 큰 소리로 이야기해도 괜찮은 공간들을 마련해줄 수는 있지 않을까요.

3.노인 세대의 독서율

(이용훈) 독서 인구로만 보면 어린이와 청소년, 대학생까지는 어느 정도 유지가 되는데 급격하게 줄어드는 구간이 40~50대 이상이에요.

특히 고령화 흐름으로 60대 이상부터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해력과 독서율이 현저히 떨어져요. 노인 세대의 독서율을 어떻게 끌어올리는가가 관건인데, 도서관이 이 부분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4.도서관 이용 중심층, 은퇴한 실버 세대

(이용훈)아이들은 일단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물리적으로 도서관에 올 시간이 줄어들어요. 중고등학생은 더 심하죠. 40~50대는 일하느라 바쁘니까 주말에나 이용하고요.

그러다 보니 도서관을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찾는 사람들은 은퇴한 실버세대 예요.

게다가 한국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도서관에 노인이 많을 수밖에 없죠.

5.도서관 직원의 어려움

(이용훈)하지만 도서관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니까 노인 이용자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요.

노인 이용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지도 고민이 많고요. 아무래도 살아온 세월이 있다 보니 고집도 세고 목소리도 큰 분들이 많거든요. 6.도서관의 새로운 활력 (이용훈)19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세대는 어느 정도 문해력도 갖추고 지적 호기심도 유지하면서 살아온 세대잖아요.

이 세대가 노년층으로 진입하고 있으니까, 장기적으로 보면 도서관이 이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믿어요.

이제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독서, 자기계발이나 실용적 관점의 독서가 아니라 사회나 인문적인 관심에 의한 독서로 넘어가면서 도서관의 풍경도 바뀌지 않을까 기대도 돼요.

6.1

(이정모)운영위원회에 노년층도 포함하면 좋겠네요.

7.세대의 공존 노력

(이명현)노인에게 시혜를 베푸는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그 세대의 시선으로, 당사자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거든요.

최근에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란 정말 어렵구나 새삼 깨달았어요.

8.도서관에 노인을 위한 공간

(이명현)개인의 차원에서는 ‘생각이 다른 사람이랑 말 안 섞고 살면 되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공동체 차원에서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 나와 다른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합니다.

도서관에 노인을 위한 공간도 마련하고, 또 어떻게 그들을 도서관에 오게 할지 고민하고요. 방금 말한 책과 영화가 아주 실천적인 해결책을 알려준다고 생각해요.

9.대상을 구분

(이정모)노인을 위한 도서관을 구상할 때는 대상을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 도서관 경험이 거의 없던 노인과 젊었을 때는 도서관을 좀 다니다가 나이 든 뒤로는 발길이 뜸해진 노인은 약간 다를 듯해요.

10. (이용훈)도서관 경험이 있던 분들은 계속 잘 이용하세요. 지금도 도서관에 노인 이용자가 적지 않은데, 사실상 도서관의 혜택을 충분히 경험해봤기 때문에 은퇴하고 나서 더 적극적으로 도서관을 찾는 것 같아요.

아예 안 오는 사람은 도서관 앞을 지나가도 들어오지를 않아요. 도서관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거죠.

10.1 보건소와 도서관의 콜라보

(이권우)보건소와 협약을 맺어서 도서관에서 독감 예방주사를 맞게 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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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생각하는 기계_알렉스넷 편

엔비디아가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우뚝 섰습니다. 컴퓨터 게임용 그래픽 가속기를 만드는 회사가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절대 강자들을 제치고 최고 자리에 오르리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부끄럽게도 오랫동안 IT를 취재했던 저도 엔비디아의 패권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굴기는 비트코인 채굴광풍시부터 징조가 있었습니다. 오직 눈 밝은 사람들만 엔비디아가 단순한 그래픽가속기 업체가 아니라, 병렬 컴퓨팅을 가능하게 하는 칩과 그것을 게임외에 다양한 방면에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소유한 다크호스라는 점을 알았습니다.

엔비디아를 현재의 위치로 끌어올린 주인공은 역시 엔비디아 창업자이자 미국 S&P 500대 기업중에서 최장수 CEO를 맡고 있는 젠슨 황입니다.

‘생각하는 기계’(저자 스티븐 위트)는 젠슨 황이 어떤 인물인지, 엔비디어를 어떻게 인공지능시대 독점 기술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시켰는지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202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제프리 힌턴 교수 연구팀과 엔비디아의 인연을 담은 부분을 골라 읽었습니다. 엔비디아가 인공지능시대 핵심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힌턴 연구팀 소속이었던 알렉스 크리제브스키와 엔비디아의 만남이었습니다.

1.알렉스 크리제브스키와 제프리 힌턴

제프리 힌턴이 알렉스를 처음 만난 것은 2000년대 후반이었다. 당시 그는 부모와 함께 살며 토론토 대학교에서 대학원 과정을 이수하고 있었다.

알렉스 크리제브스키는 소련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고향은 현재 전쟁으로 위협받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이며, 어린 시절 캐나다로 이민을 왔다. 그의 모국어는 러시아어였지만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했다.

1.1 알렉스의 방뮨

어느날 알렉스가 제프리 힌턴의 연구실에 불쑥 찾아와 제프리 힌턴의 연구팀에 합류할 수 있는지 물었다. 이 요청은 다소 무례한 것이었다. 제프리 힌턴은 신경망을 개발하는 데 수십 년을 바친 전설적인 학자였다. 그는 1986년 발표된 획기적인 역전파 논문의 공동 저자였으며, 수십 년 동안 주류 AI 연구자들의 무관심과 심지어 적대감 속에서도 이 접근법을 지지해 온 사람이었다.

1.2 힌턴의 경고

그는 알렉스를 제자로 받아들이기 전에 신경망 연구가 완전히 외면받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경고했다. 그의 연구팀이 기존 방법론과 경쟁할 만한 결과를 내놓고 있었지만, 그들의 논문은 자주 학술지 게재를 거절당했다. “신경망은 말도 안 되는 접근으로 취급되었죠.” 제프리가 말했다.

2.알렉스 크리제브스키와 일리야 수츠케버 만남

알렉스 크리제브스키는 주저하지 않고 제프리 힌턴의 연구팀에 합류했다. 제프리는 알렉스를 연구원인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와 팀을 이루게 했다. 일리야 수츠케버 역시 구 소련 출신의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유대인 이민자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외모도 성격도 완전히 달랐다. 일리야는 탄탄한 체격에 눈썹이 짙고 덥수룩했고, 깊은 갈색 눈에 장난기 어린 미소를 띠곤 했다.

그는 제프리 힌턴의 가장 열렬한 추종자로서 언젠가 신경망이 인간 지능을 능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주장은 당시에는 제프리 힌턴조차 하지 않던 말이었다.

힌턴은 일리야와 알렉스에게 엔비디아의 GPU를 활용해 컴퓨터에게 ‘보는 법’을 학습하게 만드는 것을 맡겼다.

3.하나를 무료로 제공할 수 있습니까?

힌턴은 신경정보처리시스템 학회에서 병렬 컴퓨팅 프로세서에서 신경망을 구동하는 것이 AI의 미래이며, 당장 하던 일을 멈추고 엔비디아 GPU를 사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후 그는 엔비디아에 이메일을 보냈다. “방금 1,000명의 머신러닝 전문가들에게 엔비디아 그래픽카드를 사라고 말했습니다. 내게 하나를 무료로 제공할 수 있습니까?” 엔비디아는 거절했다.

당시 엔비디아는 슈퍼컴퓨팅 응용 분야를 다방면으로 모색하고 있었지만, AI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4.합성곱 신경망

제프리 힌턴은 두 사람에게 합성곱 신경망(CNN)을 활용한 이미지 인식 시스템을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이 신경망은 수학적 필터를 이용해 이미지의 핵심적인 세부 정보를 포착하는 방식이었다. 제프리는 두 사람에게 단순히 이기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라 압도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4.1 알렉스의 활약

알렉스는 이 분야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었지만, 병렬 프로그래밍 기술을 빠르게 익혔다. 마치 그의 두뇌가 모든 장소에서 동시에 스타벅스로 가는 법을 이해한 듯했다.

“그는 누구보다도 GPU에서 합성곱 신경망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실행하는 방법을 구현해 냈어요.” 제프리는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정말 마법사 같은 존재였습니다.” 신경망은 그에게 컴퓨터 지능이 작동하는 가장 당연한 방식처럼 보였다.

5.연산 능력 최대한 확장

과거에는 신경망 접근 방식이 언제나 하드웨어의 한계에 부딪혔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GPU는 인텔 컴퓨터로 1시간이 걸릴 작업을 단 30초 만에 수행했고, 생물학적 진화로는 10만 년이 걸릴 일을 해냈다.

일리야는 알렉스가 활용할 수 있는 연산 능력을 최대한 확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예리하며, 이후 계속하여 적용된 놀라운 통찰이었다. 제프리 힌턴은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일리야는 다른 사람들이 오랜 시간이 지나야 깨닫는 것들을 거의 즉각적으로 알아차립니다.”

6.게임용 GPU로 인공지능시대를 열다

두 사람이 가진 돈을 모두 합쳐 구매할 수 있었던 것은 지포스 GTX580 2개뿐이었다. 지포스 GTX580은 당시 온라인에서 개당 500달러 정도에 판매되던 게이밍 GPU였다. 지포스 카드가 도착했을 때, 그것들은 마치 영화 <에이리언>에 나온 소품처럼 보였다.

6.1젠슨 황이 꿈꾸던 고객

알렉스는 자신의 침실에 있던 데스크톱 컴퓨터에 GPU 2개를 장착한 다음 약 일주일 동안 연산을 돌리기 시작했다. “사실 전기 요금이 꽤 많이 나왔는데, 그건 그의 부모님이 대신 냈어요.” 제프리 힌턴이 말했다.

알렉스는 마침내 젠슨 황이 꿈꾸던 고객이 있었다. 너무 가난해서 개조된 그래픽카드로 실험해야만 하는 프로그래머. 동료조차도 그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은둔형 천재.

진정한 괴짜 과학자. 기존 질서를 거부하는 이단아. 그리고 마침내 쿠다(CUDA)의 킬러 앱을 만들 인물. 바로 알렉스 크리제브스키였다.

7.이미지넷의 역할

알렉스는 신경망을 훈련시키기 위해 이미지넷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했다. 이미지넷은 스탠퍼드 대학교의 컴퓨터 과학자 페이페이 리Fei-Fei Li가 구축한 이미지 데이터셋이었다.

온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학습 데이터셋이 너무 빈약하다는 사실에 실망한 페이페이 리는, 아마존의 크라우드 소싱 시장인 미케니컬 터크를 이용해 2만 2,000개 카테고리에 걸쳐 1,500만 장 이상의 이미지를 수작업으로 라벨링하도록 했다.

8.알렉스의 신경망

훈련이 시작될 때만 해도 뉴런들은 무작위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나 학습이 진행되면서 점차 복잡하고 정교한 패턴으로 재배열되었고, 마침내 보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훈련이 시작된 첫 나노초 동안, 알렉스의 신경망은 데이터셋에서 무작위로 선택된 이미지를 보았다. 그리고 그 이미지가 수천 개의 카테고리 중 어디에 속하는지 분류하라는 과제를 받았다. 그 이미지는 가오리일 수도 있고, 스코티시 테리어일 수도 있고, 골프 카트일 수도 있었다

8.1알렉스에게는 쿠다(CUDA)가 있었다.

과학자들은 반복적인 행렬 곱셈 연산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루빅스 큐브를 푸는 것에 비유하곤 했다. 이전까지 신경망을 훈련시키려는 모든 시도가 항상 이 지점에서 한계를 맞이했다.

알렉스에게는 엔비디아의 쿠다를 이용해 이 복잡한 연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단 몇 분의 몇 초 만에 수학적 연산이 끝나고, 신경망은 두 번째 이미지를 보게 되었다. 그다음 세 번째, 네 번째…, 수천 개, 수백만 개의 이미지가 신경망에게 제시되었다.

8.2 침실은 초고속 진화의 실험장

알렉스의 침실은 초고속 진화의 실험장이 되었다. 신경망을 훈련하는 과정은 경이로운 일이었다. 알렉스의 신경망은 여러 계층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각 계층은 점진적으로 데이터의 서로 다른 특징을 구별하는 법을 배워나갔다.

어떤 계층은 모양을 학습했고, 다른 계층은 색상을 배웠고, 또 다른 계층은 대칭의 중요성을 익혔다.

9.이미지 인식 성공률 급상승

지포스 GPU의 냉각팬은 끊임없이 돌아갔고, 약 44데시벨의 소음을 냈다. 귀가 멍멍할 정도의 소음은 아니었지만, 알렉스의 밤잠을 방해할 정도이기는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신경망의 이미지 인식 성공률이 조금씩 상승했다. 처음 0%에서 시작해 1%, 10%, 40%, 60%로 올라갔고, 80%에서 안정되었다.

10.AI 이미지 인식 대회

스탠퍼드 대학교의 페이페이 리가 이끄는 이미지넷 연구팀은 매년 AI 이미지 인식 대회를 개최하고 있었다. 알렉스는 자신의 모델이 실제로 경쟁력을 갖추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대회 데이터를 입력해 보았다.

이 데이터는 알렉스의 신경망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신경망은 지난해 참가한 모든 경쟁 모델을 가볍게 눌렀다.

10.1슈퍼비전

머신러닝 분야에서는 이미지넷처럼 라벨링된 데이터셋을 이용한 훈련을 ‘지도 학습supervised learning’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알렉스 크리제브스키는 자신의 신경망을 슈퍼비전SuperVision이라고 명명했다. 제프리 힌턴과 일리야 수츠케버는 슈퍼비전의 결과에 몹시 충격을 받았다.

10.2 인간이 1000억 년 동안 계산해야 할 분량

최적의 환경이라면 이론상 2개의 지포스 카드는 초당 3조 회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었다. 계산해 보면, GPU는 불과 일주일 만에 개별 연산을 100경(10^18) 회 수행한 셈이었다.

인간이 1000억 년 동안 계산해야 할 분량이 고작 일주일 만에 슈퍼비전이라는 인공 신경망에 집약된 것이었다. “쿠다 없이 머신러닝을 한다는 건 너무 골치 아픈 일이었을 겁니다.” 제프리 힌턴은 말했다.

11.2012년 이미지넷 대회 우승

알렉스 크리제브스키는 슈퍼비전을 세상에 알리는 방법으로 이미지넷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을 택했다. 대회를 앞둔 몇 주 동안 제프리 힌턴과 일리야 수츠케버는 들뜬 마음으로 토론토 연구실을 이리저리 서성였다.

11.1 슈퍼비전 덕분에 엔비디아가 뜰 것

토론토 연구팀은 슈퍼비전이 엔비디아의 GPU 덕분에 탄생했다면, 이제 엔비디아가 슈퍼비전 덕분에 더 큰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신경망이 요구하는 병렬 컴퓨팅 능력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계속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대회에 제출하기도 전에 이미 확신하고 있었어요. 앞으로 과학적 연산의 상당 부분이 머신러닝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제프리 힌턴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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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지리의 힘2, 이란 편

팀 마샬의 ‘지리의 힘’시리즈는 한국에서 인기 높은 책입니다. 특히 지리의 힘은 TV 독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언급되면서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리의 힘은 지정학적 관점에서 쓰여진 책이지만 쉽고 재미있습니다. 팀 마샬이 저널리스트 특유의 현장 감각과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복잡한 지정학적 이슈를 쉽게 풀이하는 솜씨를 발휘한 덕분입니다.

마샬은 특정 나라의 지정학적 조건을 볼 때 우선 산맥, 바다, 사막 등 공격과 방어 관점에서 어떤 지형을 갖고 있는지를 살핍니다. 이어 그 나라의 이웃에 어떤 나라가 있고, 종족과 종교적으로 어떻게 얽혔는가를 살핍니다. 이어 그 지역에 어떤 천연자원이 매장되어 있는지를 살핍니다.

이스라엘-이란 전쟁은 2차 대전 이후 국제 정세에서 늘 핫 이슈입니다. 최근 양국 전쟁에서 미국의 개입으로 휴전이 되었지만 양국의 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지리의 힘2’에서 이란편을 골라서 읽으며 이란의 지정학적 특징을 살펴봤습니다.

1.난 에 바르바리를 닮은 이란 지형

이란 사람들은 갖가지 훌륭한 빵들을 만들어 왔다. 그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밀가루로 만든 바삭바삭한 난 에 바르바리(Nan-e barbari)다.바닷소금으로 간을 하고 참깨와 양귀비씨를 뿌려서 주로 아침에 먹는 빵이다.

이란 사람들은 자신들이 자주 만들어 먹는 이 빵의 외관이 자신들 나라의 모양과 닮았다는 얘길 자주 듣는다.

1.1 산맥과 소금사막

이란은 두 가지 지리적 특징에 의해 정의된다. 하나는 국경지대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딱딱한 빵의 가장자리 같은 형태의 산맥이고, 다른 하나는 평행하듯 달리는 저지대 언덕을 따라 이어지는 내륙의 평평한 소금사막이다. 산악지대가 카비르 사막과 루트 사막이라는 내륙의 황무지를 에워싸고 있는 형국이다.

1.2 난공불락의 지형

당신이 제아무리 전쟁을 좋아하더라도 이란을 침공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의 강력한 국가가 통제하는 대규모의 전문적인 군대라도 어림없다.

2.“사막은 가능하지만 산은 가능하지 않다.”
나라가 뉴스의 중심에서 벗어난 적이 별로 없다. 이스라엘과는 팽팽한 긴장 관계에 놓여 있고, 걸핏하면 미국과 기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보이는 잠재적 핵 보유국.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이든 다른 어느 나라든 선뜻 파병을 결행하고 싶어 하지 않는 나라.

합동참모본부 의장이었던 미 국무부 장관 콜린 파월은 “사막은 가능하지만 산은 가능하지 않다.”라는 오래된 격언을 들춰냈다. 이란의 역사는 이 나라 산악지대에서 죽어간 숱한 외국인 병사들의 죽음으로 점철돼 있다.

3.바르바리빵 테두리, 자그로스 산맥

이란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35년부터인데 인구의 40퍼센트가량을 차지하는 비非페르시아계 소수 민족을 고려해서였다. 이란의 국경은 수세기에 걸쳐 바뀌어 왔지만 기본적인 지리적 형태는 여전히 난 에 바르바리 빵 모양으로 남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따라 해안에서 시작되는 장장 1천5백 킬로미터 길이의 자그로스 산맥에서 시계방향으로 출발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이 산맥은 페르시아만을 가로질러 맞은편의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마주보고 있는 이란의 일부 지역을 따라 북쪽으로 길게 뻗어 있다.

4.북쪽의 샤트알아랍강

북쪽으로 가서 샤트알아랍강을 따라 계속해서 올라가다 보면 이라크와 터키 국경과 마주치게 된다. 이어 북동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르메니아와의 경계가 나온다.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이 만나는 이라크와 접경지대에 있는 샤트알아랍강은 이 나라 역대 지도자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관문역할을 했다.

5.엘부르즈 산맥

자그로스 산맥이 끝나나 싶을 때쯤 엘부르즈 산맥이 떡하니 나타난다. 엘부르즈 산맥에서 다시 시계방향으로 나아가면 산맥은 아르메니아와의 국경을 따라 잠시 내달리다가 남쪽으로 확 급선회하여 카스피해를 굽어본다.

그 해안선의 길이는 650킬로미터인데, 115킬로미터 이내 또는 대개 그보다 적은 거리에 3천 미터 높이에 달하는 산들이 포진해 있다.

6.센트럴 마크란 산악지대

더 낮아진 산봉우리들은 아라비아해 쪽으로 기울어지는가 싶더니 호르무즈 해협으로 향하는 센트럴 마크란 산악지대와 만난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누군가가 이란을 침공해서 정복하고 싶다면 산을 넘고 사막을 건너 습지대에 가서 싸우든가, 아니면 수륙양용 작전을 펼친 뒤에 다시 똑같이 산을 넘고 사막을 건너 습지대에 가서 싸워야 한다는 뜻이다.

7.엄청난 장애물

한마디로 이 나라의 지형은 미래의 침략자와 정복자에게는 엄청난 장애물이라는 얘기다. 산맥이라는 장벽을 뚫기 위해 치러야 할 부담을 깨달은 침략자는 차라리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7.1알렉산드로스, 몽골의 침략

기나긴 역사에서 이 지리적 조건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진격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었다. 그러나 기원전 323년 그가 사망하고 몇 년 지나지 않아 페르시아는 다시 지배권을 가져왔다. 서기 1200년대와 1300년대에는 몽골족이, 이어 티무르가 중앙아시아 스텝 지대를 건너와서 이 땅을 파괴하고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학살했지만 페르시아 문화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길 만큼 이곳에 오래 머무르지는 못했다.

8.이란의 힘을 제약하는 조건

페르시아 제국은 산악지대에서 내려와 주변으로 세력을 넓히기도 했으나 역사의 대부분 산악지대에 머물러 있었다. 페르시아가 서쪽의 평원을 지배했던 적도 있긴 하다.

그러나 주로 그리스, 로마, 비잔티움, 영국, 오스만,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미국 등 다른 강대국들이 그곳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며, 그들 중 일부는 이란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개입하기 위해 그 지역을 이용하곤 했다.

이란 정부가 외세의 개입에 그토록 경계심을 놓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9.쿠르드족과 아제리족 비중

쿠르드족은 이란 인구의 10퍼센트인 850만 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16퍼센트 정도 차지하는 아제리족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소수 민족이다.

쿠르드족은 이라크와 터키의 쿠르드족 정착촌과 인접해 있는 자그로스 산맥 지역에 주로 거주하는데 그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또한 쿠르드 독립국가를 건설하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10.항공망 발달

이란에는 큰 강이 3개 있는데 물자를 실은 선박이 운항할 수 있는 강은 카룬강 하나뿐이다. 이런 까닭에 국내와 해외 무역에서 항공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이란에는 테헤란, 반다르아바스, 시라즈, 아바단, 이스파한에 국제 공항이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을 합친 것보다 넓은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에서 항공이 도시들을 가장 빠르게 연결하는 유일한 수단인 것이다.

11.호르무즈 해협

중동의 주요 유전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와 맞닿은 지역에 있고, 좀 더 작은 유전들은 내륙의 콤 근처에 있으며, 가스전은 주로 엘부르즈 산맥과 페르시아만 쪽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오만만으로 들어가는 것이 주요 수출로 중 하나가 된다.

11.1 호르무즈는 이란이 개방된 해양 항로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데 가장 좁은 곳은 너비가 34킬로미터에 불과하다.

어느 방향에서든 선적 항로의 폭은 3킬로미터를 겨우 넘는 정도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그 사이에 3킬로미터의 완충지대를 두고 있다. 이란에게 이곳은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다.

12.”누구나 이용하거나, 아무도 이용못하거나”

이란은 해양의 패권을 쥐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의 좁은 폭은 이란이 다른 모든 국가에게 그곳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원유 공급량의 5분의 1이 이곳을 통과한다고 할 때 이 해협의 봉쇄는 전 세계를 고통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12.1

물론 이란 자신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이란이 내놓을 수 있는 패이고, 이 나라 정권은 그것을 비장의 카드로 써볼 만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2018년에 이란은 원유 수출에 지장이 생기자 압박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자 이란 정부는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거나, 아니면 아예 아무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을 적들이 깨닫도록 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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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모비 딕,에이해브 선장 편

모비 딕에서 가장 강력한 캐릭터는 역시 피쿼드호 선장 에이해브입니다. 에이해브는 모비 딕에 한 다리를 잃고 복수심에 불타 모비딕을 쫓아 전 세계 대양을 뒤집니다.

피쿼드 선원들은 에이해브의 영혼에게 모비딕이 무엇인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신중한 성격의 항해사 스타벅은 다리를 잃은 복수심에 피쿼드 선원을 모비딕 사냥에 극한으로 몰아가는 에이해브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모비 딕을 해마다 여름에 다시 꺼내면서 에이해브에 대한 이미지도 조금씩 바뀌어 갑니다. 처음에는 괴팍하고 고집스러운 광기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에이해브에게 모비딕이란 존재가 무엇일까라고 질문을 던지다보니, 에이해브의 정신 세계가 조금씩 다가왔습니다.

올 여름에는 허먼 멜빌이 묘사한 에이해브 관련 문장을 뽑아봤습니다. 한 문장씩 소리내어 읽으면 에이해브 선장이 제 눈앞에 서 있는 듯한 느낌 솟아납니다. 멜빌이 왜 19세기 최고의 문학가로 꼽히는지를 알 수 있는 묘사력입니다.

1.낸터컷 특유의 험상궂고 헝클어진 모습

우리의 선장 에이해브는 여전히 낸터컷 특유의 험상궂고 헝클어진 모습으로 내 앞을 거닌다. 그리고 황제와 제왕을 언급하기는 했어도 여기서 다루는 인물이 단지 에이해브 같은 늙고 불쌍한 고래잡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겉으로 드러나는 장엄한 치장이나 덮개 따위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오, 에이해브여! 당신을 위대하게 해줄 것들은 하늘에서 따고 깊은 바다에서 건져 올리고 형체 없는 허공에 그려 내야 하리!

피쿼드호의 우울한 선장만큼은 이런 얄팍한 허세를 멀리 했으니, 그가 요구하는 존경이란 절대적이고 즉각적인 복종뿐이었다.

2.에이해브와 모비딕

「그래, 타슈테고. 녀석은 돌풍에 찢어진 삼각돛처럼 꼬리를 흔든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자네들이 본 게 바로 모비 딕이야. 모비 딕, 모비 딕!」

「에이해브 선장님.」 여태껏 스터브, 플래스크와 함께 선장을 바라보기만 하던 스타벅의 얼굴에는 갈수록 놀라움의 기색이 더해졌는데, 마침내 이 모든 의문을 해소해 줄 한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친 듯했다.

「선장님, 저도 모비 딕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선장님의 다리를 앗아간 게 모비 딕 아니었나요?」

「누가 그러던가?」 에이해브가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잠시 쉬었다가 말을 이었다. 「맞다, 스타벅. 맞아. 전부 잘 들어라. 내 돛대를 부순 건 바로 모비 딕이었다. 내가 지금 딛고 선 이 죽은 다리를 선사한 것도 모비 딕이었다. 그래, 맞다.」

3.’지옥의 불구덩이를 돌아서라도’

그는 마치 심장을 찔린 사슴마냥 큰 소리로 짐승처럼 소름 끼치게 울부짖었다. 「그래, 맞아! 나를 파괴하고, 나를 죽는 날까지 의족에 의존해야 하는 불쌍하고 한심한 놈으로 만든 게 바로 그 빌어먹을 흰 고래다!」

그러고는 두 팔을 번쩍 쳐들고 한없는 저주를 담아 외쳤다. 「그래, 맞다! 그리고 나는 희망봉을 돌고, 혼 곶을 돌고, 노르웨이 앞바다의 큰 소용돌이를 돌고, 지옥의 불구덩이를 돌아서라도 녀석을 잡고야 말겠다.

그리고 자네들이 이 배에 탄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대륙의 양쪽에서, 지구 구석구석에서, 그놈이 먹피를 뿜으며 지느러미가 다 빠지게 몸부림칠 때까지 추격하기 위해서다. 어떤가, 나와 힘을 합칠 텐가? 모두 용감해 보이는데.」

4.나를 바싹 에워싸는 벽「다시 말할 테니 잘 듣게.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자고. 눈에 보이는 건 전부 종이로 만든 가면에 불과해. 하지만 어떤 행동이든, 살아가는 행위라는 의심할 나위 없는 그런 행동일 경우에도, 알 순 없지만 그래도 이성적인 뭔가가 허무맹랑한 가면 뒤에서 이목구비를 내미는 법이거든. 일격을 가하려면 가면을 뚫어야 해! 죄수가 벽을 뚫지 않고 밖으로 나갈 수 있나?

나한테는 이 흰 고래가 나를 바싹 에워싸는 벽이라네. 가끔은 그 너머에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해.

놈은 나를 제 손아귀에 넣고 못살게 굴어. 나는 놈에게서 포악한 힘을, 그 속에 불끈거리는 불가사의한 악의를 느낀다네. 내가 증오하는 건 무엇보다 불가사의한 그것이야. 흰 고래가 앞잡이든 주범이든, 나는 놈을 상대로 내 원한을 풀 거야

5.스타벅에게 에이해브란?

영혼은 버거운 상대를 만나 속절없이 당하고 말았다. 그것도 미치광이한테! 이런 싸움에서 제정신을 가진 자가 무기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건 참기 힘든 상처다.

하지만 상대는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뚫고 들어와서 내가 가진 이성을 모두 몰아내 버렸다! 그의 불경한 목적이 빤히 보이지만, 그런데도 왠지 도와야만 할 것 같다.

좋든 싫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힘이 나를 그에게 붙들어 맸고, 밧줄에 묶어서 끌고 가는데 그걸 자를 칼이 나에겐 없다.

무서운 노인네! 누가 자신을 조종하느냐고 그는 외친다. 맞다. 그는 위의 존재들을 상대할 땐 민주주의자인데, 아랫사람에게는 군주처럼 군림한다! 아, 내 초라한 처지가 눈에 선하구나. 속으로는 반항하면서 겉으로 복종하고, 더 심한 건 일말의 동정심을 품은 채 증오한다는 것

6.에이해브와 모비딕의 악연연

어떤 선장은 보트 세 척이 모두 부서지고 노와 부하들이 소용돌이에 휘말려 빙빙 돌아가는 상황에서, 아칸소의 결투사가 상대에게 달려들듯 부서진 뱃머리에서 단검을 움켜쥔 채 고래에게 돌진했다. 15센티미터 칼날로 한 길 깊이인 고래의 목숨을 끊겠다고 덤빈 것인데, 그 선장이 에이해브였다.

낫처럼 구부러진 아래턱이 그의 발밑을 훑는가 싶더니 초원의 풀을 베듯 에이해브의 다리를 싹둑 잘라 버린 것도 바로 그때였다. 터번을 두른 터키인, 베네치아나 말레이의 용병이라도 그보다 더 잔인하게 그를 공격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거의 목숨을 잃을 뻔한 대결 이후 에이해브가 그 고래에게 억누를 수 없는 적의를 품어 왔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더 심한 건 병적인 광기에 빠져든 나머지 급기야 자신의 육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지적이고 정신적인 분노까지 모두 흰 고래와 결부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7. 페르세우스 동상같은 풍모

나는 고물 난간 쪽으로 눈을 돌렸다가 불길한 예감에 몸서리를 쳤다. 현실이 불안을 앞질렀으니, 에이해브 선장이 뒤쪽 갑판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의 몸에서는 이렇다 할 병의 징후를 찾아볼 수 없었고, 회복의 조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화형대에 묶여 불길이 팔다리를 휘감았지만 몸이 타버리지도 않고 여러 해 동안 사지에 다져 넣은 강건함도 전혀 잃지 않은 채 줄을 끊고 도망친 사람 같았다.

크고 다부진 체구는 첼리니가 만든 페르세우스 동상처럼 불변의 거푸집에 넣어 틀을 잡은 청동상 같았다. 회색 머리에서부터 황갈색으로 그을린 얼굴을 거쳐 목덜미를 따라 옷 속으로 사라지는 가느다란 막대 같은 흉터가 보였는데, 희끄무레한 납빛 흉터는 윗부분에 떨어진 벼락이 맹렬하게 아래로 관통하면서도 나뭇가지 하나 떨어뜨리지 않은 채 우듬지부터 밑동까지 나무껍질을 벗겨 홈을 새기며 땅으로 흘러 들어가, 나무는 여전히 푸르게 살아 있지만 벼락의 낙인이 찍힌, 그런 아름드리나무의 곧고 고결한 줄기에 새겨지곤 하는 수직 솔기와 비슷했다

8.상아로 만든 다리

에이해브의 섬뜩한 모습과 거기에 그어진 납빛 낙인이 너무 충격적인 탓에 처음 얼마 동안은 이 압도적인 섬뜩함이 거의 전적으로 그가 몸의 한 부분을 의지하는 거칠고 하얀 다리 때문이라는 걸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 상아빛 다리를 항해 중에 향유고래 턱뼈를 다듬어 만들었다는 건 이미 들어서 알았다

그가 서 있는 독특한 자세도 놀라웠다. 피쿼드호의 뒤쪽 갑판 양쪽에는 뒤 돛대 밧줄 근처의 널빤지에 1센티미터 남짓한 송곳 구멍이 있었다. 에이해브 선장은 고래 뼈로 만든 다리를 그 구멍에 꽂고, 한 팔을 들어 밧줄을 움켜쥔 채 똑바로 서서 끊임없이 들썩이는 뱃머리 너머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9.에이해브의 동기부여

그의 신경질적인 걸음이 더 깊은 자국을 남겼고, 움푹 팬 그의 주름도 더 깊어 보였다. 에이해브가 어찌나 생각에 몰두했는지 주 돛대와 나침반 함에서 일정하게 방향을 틀 때마다 그의 생각도 머릿속에서 방향을 틀고, 그가 걸을 때면 생각도 머릿속에서 걸어가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

스타벅에게서 망치를 건네받은 그는 한 손으로 그걸 치켜들고 다른 손으로는 금화를 내보이며 주 돛대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누구든 이마에 주름이 지고 아가리가 비뚤어진 흰머리 고래를 발견하면, 누구든 오른쪽 꼬리에 구멍 세 개가 뚫린 흰머리 고래를 발견해서 내게 알린다면, 그에게 이 금화를 주겠다!」

10.스타벅의 항변

스타벅? 자네는 흰 고래를 쫓지 않을 건가? 모비 딕에 맞설 담력이 없는 거야?」

「저는 녀석의 굽은 아가리쯤은, 아니 죽음의 아가리라도 겁나지 않습니다, 에이해브 선장. 그게 우리의 정당한 용무라면 말이죠. 하지만 우리는 고래를 잡으러 여기 왔지, 선장님의 복수를 위해서 온 게 아닙니다. 그래서 복수에 성공하더라도 기름을 몇 통이나 얻을 수 있단 말입니까? 그걸 잡아 봐야 낸터컷 시장에서 큰 벌이가 되지 않을 거란 말입니다.」

「말 못하는 짐승을 상대로 복수라뇨!」 스타벅이 소리쳤다. 「고래는 단지 맹목적인 본능에 따라 공격했을 뿐이라고요! 에이해브 선장님, 그런 짐승에게 원한을 품는 건 신성 모독이나 다름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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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피터틸/토마스라폴트_2장

1.먼로파크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하고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100만 달러의 자금을 모아 틸 캐피털Thiel Capital이라는 헤지펀드 회사를 차렸다. 이듬해 틸은 실리콘밸리에 찾아온 루크 노섹Luke Nosek과 만났다.

노섹은 안드레센과 마찬가지로 일리노이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후 넷스케이프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는 1995년 대학 재학 중 같은 학교 친구인 맥스 레브친Max Levchin, 스콧 배니스터Scott Banister와 함께 스폰서넷 뉴 미디어SponsorNet New Media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었다

2.1998년 여름 틸은 스탠퍼드에서 ‘시장의 글로벌화와 정치적 자유의 관계’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는데, 열심히 강연을 듣던 사람 중 하나가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당시 스물세 살이었던 맥스 레브친이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소련에서 교육과 주거, 취직 모두가 제한되었던 그는 1991년 소련이 붕괴한 후 무국적자 신분으로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왔다.

3.공개키 암호화 기술을 개발한 마틴 헬먼Martin Hellman과 결제 단말기 제조사 베리폰Verifone을 창업한 빌 멜튼Bill Melton 등 일류 전문가들까지 함께하기로 하며 틸과 레브친, 하워리, 노섹은 1998년 12월 콘피니티를 설립했다.콘피던스confidence와 인피니티 infinity를 조합한 이름이었다.

4.금융업계에 정통했던 틸은 데이터 암호화 기술의 잠재 수요가 ‘송금’에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때까지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플랫폼이 없었던 ‘전자결제’ 시장에 주목한 것이다. 당시 신용카드와 현금인출기는 널리 보급되어 있었지만 사람들이 사용하는 데는 다소의 제약이 있었다.

5.콘피니티는 1999년 10월에 페이팔이라는 브랜드로 이메일 송금 서비스를 공식 출범하고 불과 몇 개월이 지나지 않은 2000년 3월, 페이팔의 회원 수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신규 가입자가 친구를 초대하고 그 친구가 또 다른 친구를 초대하는 전형적인 눈덩이 효과 덕에 페이팔은 순식간에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했고, 신규 가입자가 늘어날 때마다 이 송금 서비스의 가치 역시 몇 배씩 늘어났다.

6.엑스닷컴(X.com)은 뛰어난 사업 수완으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가 1999년 3월에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프리토리아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경제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고 1995년에 실리콘밸리에 입성했다.

머스크는 사용자들이 모든 금융 거래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게끔 금융 포털 서비스를 꿈꿨다. 엑스닷컴은 고객에게 ‘진짜’ 은행 계좌를 제공할 수 있었고 송금 서비스 방식도 페이팔과 유사했을 뿐 아니라 페이팔보다 두 배 많은 20달러의 캐시백을 지급했다.

7. 피터 틸은 네트워크 효과를 위해 엑스닷컴과 합병을 추진했다. 이더넷ethernet의 발명자 로버트 메칼프Robert Metcalfe가 만든 이 법칙은 ‘네트워크의 가치는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합병후에 CEO를 머스크가 맡았고 틸은 회장에 올랐다. 머스크는 신규 사용자에게 지급하는 캐시백을 10달러에서 5달러로 낮추고, 신용카드 지불 비율 및 그에 따른 수수료도 줄이는 등 경비 지출 속도를 늦추고자 최선을 다했다.

8.2002년 7월 8일, 이베이는 페이팔을 15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거래는 2002년 10월에 완료되었다. 이베이에는 자체 결제 서비스인 빌포인트가 있었지만 어느 나라에서든 7대 3의 비율로 페이팔 이용자가 많았다. 즉, 이 매각은 두 회사 모두에게 윈윈win-win이었던 것이다. 매각 후 페이팔의 결제 서비스는 이베이 플랫폼에 완전히 통합되었고 빌포인트는 폐지됐다

9.페이팔 창업자들은 그 당시의 페어차일드 창업자들과 쏙 빼닮았다. 페이팔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아는 테슬라, 스페이스엑스, 링크드인, 유튜브YouTube는 물론 페이스북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튜브는 페이팔 직원이었던 채드 헐리Chad Hurley와 스티브 첸Steve Chen이 창업했으며 훗날 160억 달러에 구글에 매각되었다).

10.틸은 처음부터 단단한 우정을 소중히 여겼고 회사의 성공보다는 우정을 중시하는 회사를 만들 작정이었다.

틸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페이팔을 시작했을 때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우정으로 맺어진, 직원 모두가 좋은 친구인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요. 그렇다고 원래 친구였던 사람만 채용했던 건 아닙니다.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다 싶은 사람을 뽑았죠.”

11.벤 호로위츠Ben Horowitz는 《하드씽: 경영의 난제, 어떻게 풀 것인가?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을 썼다.

호로위츠는 모든 사람이 친절하게 대해주는 세계에서 새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어간다는 것은 환상이며, 실제로는 다윈Darwin의 진화론에 나오는 ‘적자생존’이 아닌 ‘부자생존’이 이 세계의 현실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