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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한창욱의 ‘불안해 보여서 불안한 당신에게’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나 아무런 힘도 없는 것, 이것이 인간들 사이에서 느끼는 가장 쓰라린 고통이다.” -헤로도토스

이른바 MZ세대는 단군 이래 가장 총명한, 학력이 높은 세대다. 많이 배웠고, 똑똑하며, 문제해결 능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도 현 시대가 직면한 불황의 늪은 해답을 찾기 어려운 난제다.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란 암울한 분석, 자신을 잉여적 존재로 느끼는 자기비하의 파도는 넘기 어렵기만 하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한창욱 작가는 책 『불안해 보여서 불안한 당신에게』(레몬북스)를 통해 위로를 건넨다.

한 작가에 따르면 청춘이 유독 불안한 까닭은 소망하는 것이 많아서다. 소망 주변에는 불안이 산재하기 마련인데, 소망이 많다보니 불안도 많다는 주장이다. ‘내가 이 소망을 이뤄낼 수 있을까’ ‘나 까짓게 뭐라고’ ‘나만 도태되는 것 아닐까’ 하는.

그러다보니 누구보다 인생을 즐기고 누려야할 청춘의 시기가 불안의 시기로 점철되고 있다. “청춘일 때는 모르고, 지나고 나서야 뒤늦게 그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로마의 극작가 플라우투스는 “인생에서는 바라지 않는 일들이 간절히 바라는 일들보다 훨씬 더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애석한 일이지만 한 작가는 우리가 불안과 거리를 두기 위해서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체로 보면 주변 사람 모두가 행복에 겨워 살고 나만 불행한 것 같지만 그들 각각의 인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라지 않는 일의 다발(​​多發)로 점철된 삶인 경우가 많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한 작가는 젊은이들에게 인생이 뜻대로 안 될 때는 “목표에서 잠깐 벗어나 여유를 가져”보라고 권면한다. 목표에 매몰돼 에너지가 고갈된지도 모르면서 효율 없이 땅 파는 것을 그만하고,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가지라는 말이다. 나무를 벨 1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50분간 도끼를 갈고 10분간 나무를 베라는 격언과 같은 맥락이다.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전체를 관망할 여유가 생기고, 또 그러다 보면 나무, 다시 말해 목표를 재설정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유를 가질 때는 유산소 운동이 큰 도움이 된다. “신선한 산소를 불어넣는 건 불안을 몰아내고 평점심을 유지하는 데 특효약이다.” “인생은 선로 위를 달리는” 기차가 아니어서 “언제나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지만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결과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또 한가지 조심해야할 것은 ‘권태’다. 뇌는 단순명료한 것을 좋아하기에 자칫 잘못된 판단으로 미래가 바뀌는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때 “뇌에서 보류 판정을 내리고 파업을 선택하면 권태가 찾아온다.” 그럴 듯한 스펙을 지닌 자발적 백수가 생겨나는 이유다.

이런 상황을 두고 한 작가는 “가족 눈에는 한심해 보일지라도 적극적으로 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여행을 가거나, 평소 해보고 싶던 일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환경을 바꿔주면 뇌가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충고한다. 아울러 “한 가지를 특출나게 잘하지 못하더라도, 적당히 잘하는 것 두세 가지를 합치면 그 능력이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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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사유리의 ‘아내 대신 엄마가 되었습니다’

“아빠, 한국에서 온 우리 반 남자애가 나한테 빠가(바보)라고 했어.” – 사유리

“그 애 참 똑똑하네. 네가 바보인 걸 바로 알아채다니. 앞으로 친하게 지내.” – 사유리 아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의 집안은 남다르다. 흔한 고정관념을 철저히 파괴한다. 어릴적 사유리는 무조건 ‘내편’을 들어주지 않는 아빠가 야속했지만,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부모님”은 그의 미혼 출산을 흔쾌히 지지해주었다. 나이 마흔, 폐경을 앞둔 상황에서 오래 사귀었지만 결혼을 망설이는 남자친구를 뒤로 하고 임신을 결심한 사유리. “엄마, 나 지금 당장 아이를 낳아야겠어. 정자를 기증받아서”(사유리) “그래? 그럼 엄마가 병원 알아볼게”(사유리 엄마) “사유리만 죽지 않으면 난 상관없어.”(사유리 아빠) 그냥 하는 말 아니냐고? 실제로 미혼임신을 감행한 사유리는 지난해 11월 4일 아들 젠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그 일화를 책 『아내 대신 엄마가 되었습니다』(놀)에 담았다.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방송인으로 잘 알려진 후지타 사유리는 아직 성공하지 못한 인생이라 자평한다. 그런 그에게 아들 젠은 첫 성공작. “지금까지 아무것도 성공하지 못한 내가 젠 너를 태어나게 하는 일만큼은 유일하게 성공했어.”

입양을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독신자의 아이 입양절차가 몹시 까다로운 탓에 2017년 당시 독신자 입양 사례는 단 3건. 직접 낳고 싶은 욕심도 컸기에 일본으로 건너가 정자를 기증받아 어렵게 아이를 낳았다. 정자는 서양인의 것이었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아시아인과 흑인은 정자를 기증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에 상황적으로 서양인의 정자를 받게된 것일 뿐이다.

사유리의 임신 소식이 전해지자 대중의 반응을 양분됐다. 누군가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누군가는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치기 어린 도전이라 비판했다. 응원만큼이나 많은 욕을 먹었는데, 사유리는 말한다. “젠, ‘욕을 먹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 있잖아. 너랑 하루라도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다면 남들에게 욕먹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라고.

어렵게 얻은 아이지만 보는 순간 절로 사랑스럽진 않았다. 대다수 엄마가 그렇듯 “아기를 향한 내 사랑은 ‘첫눈에 반한 사랑’은 아니었다.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이 커진다. 매일 어떻게 이만큼이나 더 사랑할 수 있는지 놀랄 만큼, 때로는 조금 무서울 만큼 사랑이 쌓여간다”고 소감을 전한다.

사유리가 동의하지 않는 말 중에 하나는 ‘아이를 낳으면 어른이 된다’는 말이다. 사유리가 생각하는 성장의 기준은 “삶에서 무엇을 배우느냐”인데, 출산을 통해 오히려 “나와 내 아이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퇴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사유리는 무얼 배웠느냐? “젠이 태어난 후로 나에 대해,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더 자주 생각하게 되”는 성찰의 시간을 가지면서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꿔가면서 젠과 한 발 한 발 걸어 나가려고 한다.” 그러면서 다짐한다. “나보다 소중한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니 전보다 나를 더 사랑하고 아끼게 된다. 젠을 위해서 엄마도 열심히 살게. 젠도 나 자신도 열심히 돌볼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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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이길상의 ‘OKR로 빠르게 성장하기’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항상 ‘어떻게 하면 조직을 잘 이끌어 성과를 낼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연구합니다.

조직의 팔로워 역시 조직안에서 자율적으로 일하면서 정당한 대가를 받고 또 성장할 수 있을까를 놓고 고심합니다.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는 리더와 팔로워의 고심을 해결해주는 솔루션 중의 하나입니다.

OKR의 선구자는 인텔의 위대한 CEO였던 앤디 그로브입니다. OKR를 체계화하여 실리콘 밸리 테크 기업들에게 전도한 주인공은 존 도어(벤처 캐피털리스트)입니다.

존 도어의 OKR를 기업운영 핵심 축으로 수용하여 어마어마한 성장을 일군 기업이 바로 구글입니다.

OKR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조직이 지향하는 미션과 가치가 무엇인지 정합니다.

미션과 가치를 실현하는데 가장 시급하고 집중해야 하는 목표를 세 가지 정도를 추출합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결과물을 구체적인 수치나 날짜로 설정합니다.

목표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결과물을 위에서도 정하고, 아래에서도 자율적으로 설정함으로써 조직의 상하 좌우가 기업의 최상위 목표를 중심으로 정렬(얼라인먼트)합니다.

주, 월, 분기 단위로 OKR관련 미팅을 갖고 피드백을 주고 받습니다.

OKR 도입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가장 헷갈려 하는 요소는 기존 KPI 기반 경영과 차이점이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아울러 OKR를 평가보상에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점을 어려워합니다.

한국에서 OKR전도사 맹활약하고 있는 이길상의 ‘OKR로 빠르게 성장하기’를 통해 궁금증을 푸시기 바랍니다.

10줄 요약_2장 OKR의 세가지 가치

1.내가 여러 조직의 OKR을 리뷰하면서 발견한 공통점 몇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OKR 속에 현재 하고 있거나 해야 할 수많은 업무를 다 담아 놓은 것이다. 그때마다 이렇게 질문한다. “이 모든 것이 다 중요한가요?” 대부분이 ‘네’라고 답한다.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이 목표 중에서 세 가지밖에 할 수 없다고 가정하고, 3개를 골라 보세요. 왜 골랐는지 이유를 말해 주세요.” 내 제안을 따라 세 가지를 선택하고 집중하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까와 다른 반응이 돌아온다. “정말 중요한 것에 자원과 시간을 집중해야 하는데,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었네요.”

2.OKR은 ‘모두’의 우선순위에 집중하는 것이다. ‘우선순위’라는 단어에 꼭 따라와야 하는 키워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전념commit’이다. 집중하고 전념하는 것은 우선순위에 항상 뒤따르는 행동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로만 강조하는 것이다.

우선순위가 많다면, 한정된 시간과 자원으로 전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선순위를 정할 때는 지금 하는 일들을 몇 가지로 줄여서 선택하기보다는 조직의 미션과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주는 영향에 초점을 맞춰서focus on impact 정하고, 현재의 일들을 이 우선순위에 맞게 정렬하는 게 좋다.

3.어떤 리더가 구성원들을 모아서 “오늘부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매출’이다”라고 말했다. ‘오직 매출, 항상 매출’이라는 목표를 들은 구성원들은 과연 그 목표에 공감했을까? 구성원들은 목표가 마치 “돈 벌어와~”처럼 들린다고 했다. ‘내가 하는 일이 중요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구성원도 있었다.

4.얼라인먼트

OKR은 조직이 집중하는 우선순위 목표에 팀이나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책임을 가지고, 이 과정에서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을 지향한다. 이것을 얼라인먼트(정렬)alignment라고 한다.

얼라인먼트를 하향식인 탑다운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캐스케이딩cascading 혹은 워터폴waterfall 방식이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에 기여할 책임이 생기기 어렵다. 지시와 요구대로 수행하기 때문이다.

5.진정한 얼라인먼트가 되려면, 조직 OKR을 정하는 과정에 실행을 책임질 사람들이 참여하고 소통해야 한다. 이렇게 목표가 정해지면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책임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조직의 목표가 구성원들의 책임과 기여로 달성되는 것이다.

구글의 어떤 리더는 “OKR은 얼라인먼트와 커뮤니케이션입니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얼라인먼트는 커뮤니케이션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6.만약 ‘우리 조직은 CEO나 경영층 리더들이 조직과 직원 KPI를 정해 주고, 빠르게 지시사항을 전달하여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을 지향한다’고 생각한다면, OKR 도입을 추천하지 않는다. 조직에 따라서는 소통보다는 일사분란하고 스피드 있는 상명하복식 지휘체계가 성과 창출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런 방식도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7.맘대로 OKR’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는 ‘조직과 상관없는 나만의 OKR’ 유형이다. 전사나 상위조직의 목표와 상관없이 팀 혹은 팀원들이 지나치게 상향식으로 수립하는 OKR을 말한다.

두 번째는 ‘다른 팀과의 수평적인 협업이 일어나지 않는 오로지 나의 팀, 나의 OKR’만 하는 유형이다. OKR을 할수록 조직의 사일로silo(부서 간 벽을 치고 소통하지 않는 부서 이기주의) 현상이 사라져야 정상인데, 오히려 이 현상이 강해지는 부작용이 생긴다.

8.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조직 연구자인 마커스 버킹엄Marcus Buckingham은 그의 40년 연구 데이터를 담아서 만든 책 《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Nine Lies about Work》에서 최고 기업들의 목표 설정 특징을 말하고 있다.

‘목표’를 단순히 위에서 지시하고 전달하는 것이 아닌, 그 속의 ‘의미’를 함께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목표를 이루고 싶다면, 그 속에 의미를 담아야 한다.

9.좋은 목표는 이루고 싶은 결과를 지향하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고 시도하게 만든다. 이런 목표 때문에 혁신이 일어난다. 이 도전이 조직과 구성원을 성장하게 만든다. 목표가 진정한 도전의 대상일 때 도전 과정에서 미달성이라는 실패를 얻어도 실패 과정에서 새로운 방식의 고민과 시도 때문에 결국에는 목표에 이르게 된다.

목표 달성 과정에서 혁신을 지향하는 구글의 문화는 이렇게 탄생했다.

10.실리콘밸리의 OKR 전도사라고 할 수 있는 링크드인의 전 CEO인 제프 와이너Jeff Weiner는 “낮은 기대치를 달성하면 빛나는 결과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에는 사람, 팀, 회사를 멈추게 한다”라고 말했다. 낮은 목표를 세우고, 별다른 변화 노력 없이 달성하고 이에 만족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목표는 도전을 자극한다. OKR이 부담스러우면 정상이다. 부담스러운 것과 불가능한 것은 다르다. 실패할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면 멋진 목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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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뉴포트의 ‘하이브 마인드'(A world without email)

칼 뉴포트 교수의 ‘하이브 마인드'(A World Without Email)를 소개합니다. 영어판 제목은 이 책의 핵심 테마이자 주장을 명확하게 담고 있습니다.

이메일은 일터에서 혁신 수단이 아니라 소통을 복잡하게 하고 나아가 일하는 사람의 시간 자본을 갉아먹는 포식자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자는 이메일 중독에서 벗어나야 세대로 소통할 수 있고, 일과 시간안에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출판사에서 한국어판 제목을 ‘하이브 마인드’라고 선택한 것은 한국 소통 환경이 카톡 중심인 점을 감안한 듯합니다.

하이브 마인드는 벌들이 함께 작업하면서 실제 일에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소통을 하는 것을 뜻합니다. 즉, 불필요한 소통을 남발하면서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하이브 마인드입니다.

화이트 칼라가 하는 일의 80%가 소통일 것입니다. 문제는 얼굴 맣대고 몇분만 대화하면 금방 해결될 사안을 놓고 이메일이나 카톡을 날리면서 서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입니다.

이런 비동기 소통이 지닌 근본적인 문제는 언제나 회색지대 또는 구멍을 남기는 불완전한 소통에 그치는 점입니다.

소통 혁신의 아이콘인 이메일과 메신저가 어느새 혁신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하이브 마인드’에서 찾기 바랍니다.

10줄 요약_3장 이메일은 어떻게 하이브 마인드를 불러왔는가

1.전화기는 만병통치약이 아니었다. 모든 관계자가 동시에 소통에 참여해야 한다. 비동기적 메시지 교환은 메시지를 보낼 때 수신자가 자리에 없어도 된다.

CIA의 공압 튜브 시스템으로 동기적 의사소통의 속도를 비동기적 의사소통의 적은 수고와 결합하려고 했다.(튜브를 통해 문서를 원하는 사무실로 무인으로 배달하는 시스템으로 CIA가 이메일 전면 사용전까지 문서 소통에 사용하였다.)

2.공압튜브 시스템보다 더 저렴하고 실용적인 수단이 등장했다. 바로 이메일이다. 전자메일은 1990년대 스프레드시트 다음 킬럽앱이 되었다.

이메일은 비동기적 고속 의사소통에 대한 필요를 충족했다. 하이브 마인드 활동과잉 업무 흐름까지 받아들이지 않아도 이메일의 실용적인 혜택은 누릴 수 있다. 그렇다면 부산한 행동이 생산성을 떨어트리고 불행을 초래하는데도 왜 보편화되었을까?

3.IBM에 이메일이 도입되자 마자 사내 의사소통의 양이 폭증했다. 원인을 살핀 결과 사람들은 이메일 도입 이전보다 훨씬 많은 메신저를 보냈을 뿐만 아니라 메시지에 훨씬 많은 사람을 참조인으로 넣기 시작했다.

이메일이 도입되자 많은 사람을 포함한 채 양쪽을 오가는 기나긴 스레드로 대화가 전개되었다. “겨우 일주일만에 이메일로 인해 잠재적 생산성 증가가 실현되었다가 무산되었다.”(IBM 에이드리언 스톤)

4.(중세 시대)카를 마르텔이 기병을 모으기 위해 봉건제를 개발한 것은 등자(말을 탈 때 두 발을 끼우는 장치)의 발굴이었다. 등자는 자신의 체중과 말의 체중이 합쳐진 힘으로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카를 마르텔은 등자가 제공하는 우위가 너무나 막대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적보다 먼저 손에 넣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수세기 전통을 뒤엎고 새로운 형태의 통치체제를 만들어야 했다.

5.도구가 때 인간의 행동을 이끈다는 기술결정론이 연구되었다. (등자가 봉건제를 촉발시킨 것이 기술 결정론의 사례다)

어떤 도구가 단순한 목적을 위해 도입되었다가 예기치 못한 결과(하이브 마인드 활동 과잉 스타일의 협업으로 이동하는 것)를 낳는다. 이런 전환은 이 힘들이 풀려나면 얼마나 강력한지 말해준다.

6.문제는 생산성을 높이는 마법의 도구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짧은 메시지가 짧은 통화를 언제나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화의 상호작용적 속성을 모방하려면 10여통의 모호한 디지털 메모를 교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동기적 의사소통은 조율을 위한 시도를 복잡하게 만든다.

7.컴퓨터 이론가들은 동기성이 효율적인 협력의 토대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동기성이 결여된 채로 조율을 시도하는 일 역시 비용이 많이 든다. 이 현실은 사무실 의사소통이 이메일로 옮겨간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것을 말해준다.

회의실 혹은 전화상으로 몇 분만 실시간 소통을 하면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가 이제는 10여통의 메시지를 만들어낸다. 그러고도 만족스런 결론으로 수렴하지 못할 수 있다.

8.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레슬리 펄로 교수는 연결성 문화 전문가다. 그녀는 2500여명 관리자와 전문화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상자들은 거의 언제나 접속상태라는 점을 발견했다.

어떻게 끊임없는 의사소통 상태에 처하게 되었는가를 파고들어 응답성 주기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메일로 인해 더 많은 요구를 하고 더 빠른 응답을 기대한다. 이런 메시지를 따라 잡으려고 휴대폰을 더 자주 확인한다. 즉 가용성과 응답성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서 더 빨리 응답해야 한다는 압박이 가해진다.

9.비체계적 조율은 6명으로 구성된 사냥단에게 아주 좋다. 그러나 대규모 조직에서 수십명, 수백명을 연결하면 처참한 비효율성을 초래한다.

기업인이 휴대폰 화면을 정신없이 두드리는 흔한 광경은 현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기원을 따져보면 순전히 구석기적인 모습일 수 있다.

10.피터 드러커는 지식 노동자는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그들은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 생각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드러커의 지적은 옳다 그러나 그 업무를 둘러싼 업무 흐름에도 그런 관점을 적용해서는 안된다.

카피라이터에게 뛰어난 광고를 고안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없다. 하지만 관련 작업을 할당하는 방식, 카피라이터에게 맡길 수 있는 다른 의무, 고객의 요구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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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머피의 ‘좋은 관계는 듣기에서 시작된다’

인간의 귀는 두 개, 입은 하나다. 누군가는 많이 들으라는 의미에서 신이 그렇게 창조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인간은 많은 시간을 듣는 데 사용한다. 다만 인간 대 인간의 ‘대화’가 아닌 이어폰을 통한 콘텐츠 ‘소비’에 더 많은 시간을 흘려보낸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저자 케이트 머피는 책 『좋은 관계는 듣기에서 시작된다』(21세기북스)를 통해 “결과적으로 우리는 고질적인 외로움과 공허함에 시달리게 됐다”며 “디지털 자극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있어도 마음에 양분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그런 자극이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우리의 뼈와 살을 울릴 때 일어나는 깊은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터뷰어인 저자가 말하는 최고의 대화 순간은 “놀라운 사실들을 드러내거나 폭로한 인터뷰가 아니라 본래 주제에서 벗어나 인간관계와 내밀한 신념, 공포증, 어린 시절의 사건 등과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로 빠져든 인터뷰”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대화를 나누기에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고 산만”하다. “누군가가 30초 이상 이야기를 하면 우리는 보통 고개를 숙이는데, 그건 상대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문 기사를 읽거나 경기 스코어를 확인하거나 온라인 동향 등을 살피기 위해서이다.”

사람들이 자기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을 때 외로움을 느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외로움을 일종의 공중보건 문제’로 간주하는데, 이는 “외로움과 소외감이 비만과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사망률을 합한 것 이상으로 조기 사망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저자는 “외로움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은 하루에 담배 14개를 피우는 것 이상”이라고 말한다.

사실 대화를 나누기 가장 어려운 사람은 가족이다. 그건 “상대가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안다고 확신을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람들은 일단 누군가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나면 그 공감대가 항상 유지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듯하다”며 “일상적 교류와 활동은 끊임없이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세상에 대한 이해를 미묘하게 변화시킨다. 따라서 듣기를 중단한다면 당신은 결국 상대방의 인격과 태도를 그릇된 방식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어 저자는 “누군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말은 그 사람의 마음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귀를 기울인다는 뜻이다. 그때 동원되는 주의력의 강도는 관계의 깊이와 수명을 결정 짓는다”며 “가까운 사람들을 아주 잘 안다는 안일함에 빠지는 것은,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낯선 사람을 평가하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라고 충고한다.

경청할 때는 듣는 태도가 매우 중요한데, 흔히 상대의 말을 의문형으로 되풀이하는 방식을 많이 이용한다. 상대의 말을 되풀이하며 “아~ 그렇구나”하는 식이다. 하지만 저자는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자신의 말을 다른 식으로 되풀이할 때보다 설명이나 평가가 담긴 말을 건넬 때 더 이해받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해고 당했다는 말에 “가족들에게 해고당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그것 참 힘들겠네. 가족들 반응이 걱정되겠다”라고 첨언하는 식이다.

사실 상대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건 인질 협상의 경우에도 같은 맥락으로 적용되는데, 납치 사건을 다루는 위험 전문 컨설턴트로 근무하는 노에스너는 “중요한 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우리의 느낌”이라며 “실제로 인질협상 요원이 하는 일은 인질범의 관점을 이해하고자 애를 쓰면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뿐”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주변의 대다수 사람은 인질범보다 위험성이 낮다. 약간의 노력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성공하는 팀의 조건으로 “팀 구성원들의 발언 비율이 대략 비슷한” ‘대화 교대의 균등성’을 지목하며 다음의 사항들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상대의 기분을 안다는 인상을 주는 것 ▲문제의 원인을 밝히는 것 ▲그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것 ▲상대의 걱정거리를 축소시키는 것 ▲긍정성을 강요하거나 진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 ▲상대의 강인함을 칭찬하는 것.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

#북스 #Books #케이트머피 #좋은관계는듣기에서시작된다 #듣기의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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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서양수의 ‘유튜브 마케팅 인사이트’

유튜브 동영상에 한창 몰입하던 중 돌연 광고가 튀어나온다. 내게 득 될 것 하나 없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강권하는 광고가 반갑지 않다. 눈에 불을 켜고 광고 스킵버튼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린다. 어느 설문 조사에 따르면 5초가 지나고 광고 스킵버튼을 누른 사람은 98.1%, 나머지 1.9%의 사람 중에서도 많은 사람이 ‘실수’로 스킨버튼을 누르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사실상 대다수가 광고를 넘기고 본다는 이야기다.

물론 모든 광고가 그러한 것은 아니다. 소위 약빤 광고라고 하는, 사람들이 찾아보는 광고도 존재한다. ‘응답하라 1988’ 외전 시리즈, 이국종 교수와 함께 헬기에 경비함까지 동원해 블록버스터급으로 찍은 브랜드 필름, 이말년 주호민 작가와 함께 찍은 고객 참여형 콘텐츠 ‘Y드립 시네마’ 등이 그것이다. 그 주역인 서양수 브랜드 마케터는 『유튜브 마케팅 인사이트』(한빛비즈)를 통해 비결을 공개한다.

먼저 유튜브 광고 조회수는 애드뷰(Ad View)와 오거닉뷰(Organic View)로 나뉜다. 애드뷰는 마케터가 광고비를 지불해 획득한 조회수로 이용자 의사와 상관없이 노출되는 특징을 지닌다. 지난해 큰 관심을 받았던 한국관광공사의 ‘Feel the Rhythm’의 억대 조회수 역시 애드뷰, 다시 말해 돈을 지불하고 얻은 결과이다. 1000회 노출당 비용은 평균 1만5000원 수준이다.

반면 오거닉뷰는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찾아서 들어와 시청한 조회수를 뜻한다. 저자는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고백하건대” 기업 채널에 업로드한 동영상 중 “오거닉뷰 비중은 1% 미만”이라고 토로한다. 세일즈 메시지를 녹여내야 하는 특성상 시청자가 회피하기 마련이고 그런 상황이 누적되면 유튜브 채널 평판 점수가 깎여 노출 알고리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쉽지 않은 콘텐츠 제작에 저자는 ‘3H’ 팁을 제시한다. 이른바 히어로, 허브, 헬프 콘텐츠. 히어로 콘텐츠는 대규모 제작비 및 광고비를 투입한 콘텐츠로 상품의 존재 인지를 주목적으로 한다. 대표적 사례는 그랑사가의 ‘연극의 왕’으로 유아인, 신구, 엄태구, 조여정, 태연 등이 한 프레임에 등장해 천만명 이상의 이용자에게 전달됐다.

다음은 허브. 허브는 이미 브랜드를 인지한 사람에게 상품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하는 콘텐츠다. 대표적 사례는 소나타 N라인 광고로, 급가속할 수 있는 런치 컨트롤 기능을 소개하며 귀신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속도 기능을 위트 있게 소개했다.

마지막은 헬프 콘텐츠. 이름 그대로 고객에게 도움을 주는 콘텐츠로, 제품의 상세 스펙을 설명하거나 장단점을 비교하는 콘텐츠다. 히어로나 허브 콘텐츠처럼 관심을 끌긴 어렵지만, 이미 제품에 마음이 있는 고객에게 맞춤형 정보를 전달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콘텐츠다. 저자는 “이제 3H라는 지도를 펼쳐 놓고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우리가 보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라고 성찰을 권면한다.

어느 날 대표가 갑자기 ‘우리도 유튜브 채널 좀 만들어 보자’고 하거나, 기업 유튜브가 있는데 구독자가 죄다 회사 사람일 때, 업로드한 콘텐츠에 차라리 비판 댓글이라도 달렸으면 싶을 때, 유튜브를 하긴 해야겠는데 도대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 모든 경험을 딛고 나름의 성공을 이룬 경험을 단돈 1만6500원에 친절하게 공유한다.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

#북스 #Books #서양수 #유튜브마케팅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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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헤이워드의 ‘미치게 만드는 브랜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제품을 개발하면 레드앤틀러를 찾아가라”는 말이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신는 올버즈, 창업 6년만에 뉴욕 증시에 상장한 매트리스 브랜드 캐스퍼 등 이른바 잘 나가는 스타트업 다수가 이 업체를 거쳐갔기 때문이다. 레드앤틀러의 공동창업자인 에밀리 헤이워드는 “브랜드는 제품을 출시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미리 완성된 상태여야 한다”고 말한다. 책 『미치게 만드는 브랜드』(알키)를 통해 상세한 연유를 설명한다.

잘 나가는 브랜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소비자를 설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 이러하니 저러 저러 해야 한다’는 당위성보다는 강력한 ‘팬덤’으로 무장할 때 많은 소비자가 자발적 마케터를 자처한다. 그 비결은 바로 정체성 이입이다. 소비자들은 특정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성향과 가치관을 드러내려 한다. 따라서 저자는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싶은지가 아니라 ‘핵심 타깃층이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브랜드로 당신을 표현하세요”가 고리타분한 구태라면 “당신이 X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아요. 우리도 그래요”가 참신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브랜드가 말하고 싶은 자기중심적인 이야기에 고객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하지 않고, 고객이 서있는 그 자리로 다가가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한때 유명한 연예인이 나와 “이 탄산음료는 젊음과 행복을 상징해요”라고 하면 소비자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의 눈높이가 매우 높아졌다. 친환경 제품이란 점을 강조해도 가심비가 없으면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다.

가심비란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일컫는 말이다. 

제품의 특성과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일치할 때 비로소 감성이 탄생하고 이런 감성은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한다. 올버즈가 ‘세계에서 가장 편한 신발’ ‘가장 친환경적인 신발’이란 감성으로 든든한 팬덤을 형성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브랜드의 생명력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호기심 유발이다. 브랜드가 일관성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범위 내에서 ‘궁금함’을 유발해야 생명력을 오래 지속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거기에 재미를 더하면 금상첨화.

“우버도 모두가 공공연히 미워하는 악의 제국이 되기 전 초기 시절에는 뛰어난 솜씨로 의외성과 긴장을 겹겹이 활용했다.” 초창기 독일어로 우월하다는 뜻을 지닌 우버란 이름으로 고급화 전략을 펼쳤지만, 할로윈이 되자 우버 앱에 표시되는 차량아이콘이 마녀가 타는 빗자루 모양으로 변하는 유머 감각을 발휘해 자칫 무겁게 느껴질 법한 이미지에 참신함을 불어넣었다. 핵심 가치관과 목표를 유지하되 외부 메시지를 변주하는 의외성에 대중은 호감을 표시한 것이다. 물론 이후 여러 문제로 구설에 오른 또다른 차원의 의외성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커뮤니티 형성도 기업의 중요한 브랜딩 전략이다. 브랜드가 공동의 가치로 고객을 서로 연결시킬 때 고객은 동지애와 유대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단순히 SNS구독자나 좋아요 수의 차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사람들이 소속감과 연대를 느끼는 데는 온라인 소통도, 심지어 오프라인 소통도 필요 없다. 커뮤니티는 브랜드가 처음부터 가치관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모을 때 절로 생긴다”며 “브랜드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정의한 기업은 비슷한 기업이 흉내 내기 어려운 일종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다. 사용자 경험부터 사용자가 직접 꾸린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며 “저마다 음악을 통해 어떻게 좋은 시절을 기뻐하고 힘든 시절을 견뎌내는지, 또 알고 보면 누구나 하나쯤은 있는 별난 취향이 무엇인지”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오늘날 소비시장에서 성공을 주도하려면 브랜드가 껍데기에 그치지 않고 사업에 속속들이 녹아있어야 한다. 창업자들은 흔히 ‘브랜딩’을 중요한 문제를 해결한 후에나 걱정할 문제, 그러니까 가장 마지막에 해치울 숙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틀려도 한참 틀린 생각이다. 브랜드는 어떤 기업이 행동 거지를 어떻게 할지 늘 현재 진행형으로 알려주는 등대여야 한다.” 저자가 힘주어 강조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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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에노모토 히로아키의 ‘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들’

“팀장님, 일단 제가 한 번 작성해봤습니다. 한번 봐주세요.”

“뭐? 그걸 혼자서 다 했다고?”

대개 업무는 귀찮은, 되도록 하기 싫은 일로 치부되기 때문에 이런 경우 칭찬이 뒤이어 나오기 마련이다. “수고했다”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혼자 처리했냐?” 등 다독이는 말이 다반사이지만, 어디나 예외는 존재하는 법이다. 팀장은 예상 외의 반응을 보인다.

“이제 뭐 다 알아서 하고, 내 도움이 필요 없나 봐?” 미팅으로 바쁘신 것 같아 미리 작성하고 검토를 받으려고 했다고 해명을 해봐도 소용이 없다. “이젠 혼자 그런 결정도 다 하고, 능력이 참 탁월하셔…” 아뿔싸.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배려한다는 것이 그만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

여기서 잠깐. 이번 사건에서 일을 미리 하지 않았다면 아무 꾸지람도 듣지 않았을까. 그건 모를 일이다. “이 정도는 혼자 알아서 좀 할 때도 되지 않았나”라는 살기 어린 비수가 날아올지 모를 일이다. 이 세상엔 그런 사람이 분명히 존재하고, 심지어 그 수가 적지 않다. 일본의 유명 심리학자 에노모토 히로아키는 책 『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들』(쌤앤파커스)에서 열 가지의 피곤 유형을 소개한다.

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 열 가지 유형은 다양하다. 쿠크다스 같은 멘탈로 하소연과 푸념을 늘어놓는 ‘초예민’형부터 자기 주장이 강한 ‘내로남물’형, 관심을 구걸하는 ‘어리광쟁이’형, 과거 이야기만 꺼내놓는 ‘라떼 빌런’형 등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대개 이들은 자신의 문제를 자각하지 못한다.

일단 그들과의 관계에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극하지 않는 게 중요한데, 이건 “그들의 비위를 잘 맞추라”는 말이 아니라 ‘우리의 기분을 지키자’는 쪽에 가깝다. 애초에 그들은 어딘가 꼬였거나, 우리가 가진 사고와 다른 흐름을 지녔기에 우리가 ‘상식적’으로 대응했을 때 더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저자에 따르면 위 사례의 당사자는 인지왜곡에 빠져있을 가능성이 높다. 심리학자 니키 R.V 크릭의 ‘사회정보처리 모델’에 따르면 그들은 사회적 단서에 주의를 기울이는 ‘단서의 부호화’ 단계에서 “공격적 단서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사실 여부가 어떻든 우리의 행동을 적대적으로 해석”한다.

이는 열등감에 기인한 ‘적대적 귀인 편향’과도 연관된다. 똑같은 말을 들어도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아 할 행동을 ‘저 사람이 나를 바보 취급한다’고 느끼면서 마음 속에 ‘상대방은 가해자, 나는 피해자’라는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곧 인지왜곡에 따라 상대의 행동을 악의적으로 조작하는 ‘관계성 공격’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 저자는 그들을 바꾸려는 시도를 일찌감치 그만두라고 권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법. 오히려 “상대방이 변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그 사람을 적당히 상대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조언한다.

여기서 상대하는 법이란 상대의 이상 행동의 원인을 깨달아 알아 원인을 지목하면서 ‘내가 당신을 이해한다’라는 표현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럴 경우 오히려 “열등감 콤플렉스가 활성화돼 매우 거세고 공격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고, “분위기만 망치고 더 성가신 일만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모든 사람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용하라고 저자는 충고한다.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재밌는 건 저자가 그런 사람을 대하는 법을 소개하면서 혹시 내가 그런 사람은 아닐지 반추해보라는 점이다. 저자는 “본인이 그런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먼저, 본인의 약점이 열등감 콤플렉스를 만들지 못하도록 약점을 솔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누군가에겐 내가 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일 수 있으니까…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

#북스 # Books #에노모토히로야키 #엮이면피곤해지는사람들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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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숏폼으로 브랜딩하다’

틱톡(Tiktok). 중국계 IT회사 바이트댄스가 2016년 9월 출시한 ‘도우인(音)’이 시초다. 2017년 바이트댄스가 미국의 립싱크 영상 앱 ‘뮤지컬리’를 인수하면서부터 틱톡으로 불리게 됐다. 영상을 쉽게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앱으로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17년 등장한 이래로 3년 만에 전 세계 앱 매출 3위를 기록했는데, 그 인기 요인을 『틱톡, 숏폼으로 브랜딩하다』(21세기북스)로 알아본다.

대개의 앱 플랫폼이 그렇듯 틱톡 역시 콘텐츠를 창작하는 ‘크리에이터’와 콘텐츠를 소비하는 ‘팔로워’로 구분된다. 다만 틱톡은 차별점을 띠는데, 그건 바로 ‘프로슈머(prosumer)’이다. 프로슈머란 ‘제작자이자 시청자’라는 뜻으로, “소비자와 생산자를 겸하는 구성원의 존재가 다른 분야에 비해 뚜렷하게 부각된다고 할 수” 있다.

틱톡 전문가인 9명의 저자는 틱톡을 시작하기에 앞서 “콘텐츠 채널을 통해 얻으려는 여러 목적 중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목적과 장기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구분 짓고, 이 두 사이에 접점을 만드는 데 틱톡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것으로 콘텐츠 전략을 짜면 지금 해야 할 일과 앞으로 할 일이 명확해진다”고 충고한다.

인플루언서의 경우 “틱톡에 입문해서 팔로워를 모으고 이걸 외부 소셜미디어 채널로 유도해 수익창구를 확보하는 것”을 우선 목적으로 한다. 팔로워와 실시간 방송으로 소통하는 “틱톡 라이브에서는 직접 후원금을 주거나 제품을 살 수도 있다. 유튜브 슈퍼챗이나 트위치 도네이션, 아프리카TV의 별풍선처럼 틱톡에서도 라이브 방송을 보던 시청자가 유료 스티커를 크리에이터에게 보낼 수 있다.”

기업 브랜드 홍보에 이용되기도 한다. 13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구찌(GUCCI)’의 경우 소품을 활용해 구찌 느낌을 내는 ‘구찌 모델 챌린지’ 등을 직접 제작하는 바이럴 마케팅을 전개했고, 그 결과 2억5000만 조회 수를 모으며 MZ세대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틱톡을 자사 브랜딩 도구로 사용하는 언론사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워싱턴포스트. 지난 7월 기준으로 팔로워 95만명을 보유한 워싱턴포스트의 틱톡 계정에는 보도를 상황극으로 전하는가 하면, 보도국 내에서 동료들이 틱톡에서 유행하는 챌린지 영상에 맞춰 영상을 만들어 전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당장 수익을 실현하기보다 장기적으로 브랜딩에 매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틱톡은 어떻게 이런 대중적 플랫폼으로 주목받게 됐을까? 뇌과학자 장동선은 몇 가지 이유를 거론한다. 첫째는 능동적 참여의 용이함이다. 앞에서 거론했듯, 틱톡은 프로슈머들의 이용률이 높다. 댓글, 이어찍기, 라이브 합방, 영상 공유 등 다양한 형태로 이용자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쉽다. “음악저작권, 언어 장벽, 영상 길이, 고급 영상 제작 기술 등 기본적으로 영상 제작이 지닌 네 가지 경계를 허물며 손쉬운 영상 제작 및 편집이 가능한 ‘숏폼’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쌍방향적 인터랙션도 틱톡의 인기요인이다. 장 박사는 “뇌는 소통과 교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쌍방향적, 실시간 소통과 교류의 가능성이 열려 있을 때 학습 능력과 공감 능력 등이 모두 향상된다”며 “다른 사람들로부터 직접적인 피드백이 왔을 때, 뇌의 보상 회로에서 보상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되어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게 돼 있다”고 설명한다.

예측 불가능성 역시 틱톡을 즐기는 재미다. 장 박사는 틱톡을 도박장 슬롯머신에 비견하며 “슬롯머신 앞에서 계속 레버를 당기게 되는 이유는 레버를 당길 때 이길지 질지 모르는 무작위한 확률이 우리의 뇌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틱톡 추천 페이지에서 재미있는 영상이 나올 확률은 무작위”라고 말한다. 수초 이내로 핵심내용을 전하는 콘텐츠는 주의집중 시간이 짧아지고, 요약과 큐레이션을 받기 원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충족한 것도 인기 요인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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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조신의 ‘넥스트 자본주의, ESG’

“우리는 트렌드가 아니라 모델을, 단순한 용어가 아니라 개념을, 그리고 유추나 비유가 아니라 분석을 추구한다. 우리는 모델과 개념, 그리고 분석을 통해 오늘날 하이테크 산업에서 작동하는 근본 원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책 『Information Rules』 中

SK커뮤니케이션즈와 SK브로드밴드 대표를 역임, 대통령비서실 미래전략수석으로 일했다가 현재는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에 재직 중인 조신 교수. 책 『넥스트 자본주의, ESG』(사회평론)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강의노트 첫 페이지마다 위 글귀를 적어 놓는다. “사실 없는 이론은 공허하기 십상이고, 이론 없는 사실만의 조합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는 말인데, 이번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ESG투자’이다.

먼저 조 교수는 ESG의 정의를 분명히 짚고 넘어간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내포한 ESG는 개념적으로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재무적 요인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인을 고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일반 대중은 사회책임투자와 혼돈되기 마련인데, 사회책임투자가 “‘나쁜 기업’에 투자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을 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지속가능투자와 맥을 같이하는 ESG투자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환경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는 데 방점을 찍는다.

그렇다고 지속가능투자와 ESG투자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지속가능투자는 ‘응당 그렇게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며 ‘설득’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ESG투자는 “환경사회 문제를 잘 해결하면 그들의 장기적 재무 성과도 따라서 좋아진다는 실증론적 메시지에 더 무게를 둔다.” 대외 이미지 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쓰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에 가깝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사회와 기업 구조 부문에서는 모든 기업의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조 교수는 “사회 영역에서 기업의 ESG 활동을 평가하는 이유는 그 기업에 대한 소비자, 직원, 납품 기업들의 만족도는 높은지, 사회 구성원 전체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지, 사회 문제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는 없는지 보기 위한 것”이라며 “다양성과 포용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규제라는 관점이 아닌 비즈니스 관점에서 잘 조율된 시스템으로 이어질 때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그것이 곧 기업 실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다만 ESG지표의 좋음이 꼭 수익성 제고를 뜻하지는 않는다.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ESG 투자를 제대로 하려면 먼저 중요한 ESG 이슈가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온실가스 배출이 전력 산업에서는 중요한 이슈지만, 금융 산업에서는 그렇지 않다. 특정 기업이 모든 ESG 이슈를 잘 해결하겠다고 덤벼든다면 ESG 등급은 잘 받을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에 비해 실제 수익성 제고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저자는 “기업의 목적이 무엇이건, 제도의 영속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목적이 인센티브에 합치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ESG 투자가 재무 성과를 내는 데는 최소한 5~7년이 필요하다”고 첨언한다.

저자는 계속해서 ‘전략’을 강조하는데, 이는 곧 “다른 기업들과는 다른 독특한 행동들을 잘 결합함으로써 경쟁우위를 만들어내고 이윤을 창출하는 방법”이다. 저자는 “남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남다른’ ESG 활동들을 엮어낼수록 더 많은 사회적 가치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기업들이 서로를 모방하게 되고 결국엔 모든 기업의 ESG 활동이 유사해진다. 결국엔 모방과 제로섬 경쟁의 악순환이 벌어져서 ESG 활동을 통해 남들보다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도 불가능해진다”고 충고한다.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