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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신 글로벌 전략]①디지털 공간 인식체계의 재검토

현재를 살아가는 장년은 그 어느 과거 세대보다도 인생의 황혼과 가을을 느낄 여유를 박탈 당한 세대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에서 기하급수적 폭발과 확장을 보여준 20세기를 걸어온 우리 세대는 삶을 지키기 위한 것이든 삶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든 길고 긴 길을 걷다가 막다른 골목에서 삶을 정리하는 때를 만났던 수많은 세대와는 다르게 21세기의 막다른 골목에서 멈추지 않고 길을 걷고 있다. 아니 길이 아니라 그리고 가로막던 길을 뚫고 들어가 어떤 공간을 만났고 이 공간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인류가 추구하던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감히 말하지만 그 공간은 또한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와 생명과 재산도 지배한다. 그리고 그 의미도 변경시킨다. 어쩌면 인류 마지막 공간에 우리는 이제야 들어서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것을 이름하여 디지털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인류는 디지털 공간을 삶의 거주지로 여기기 전에도 긴 역사의 시간을 더듬어 새로운 공간을 끊임없이 추구했다. 우주천체를 탐색했고, 지구를 구성하는 모든 자연의 구성요소의 미립세계도 파악했으며, 이를 추구하는 주체의 의식 속의 의식인 무의식을 탐구했다. 인류는 이런 탐구의 도정에서 명멸한 위대한 과학자의 길을 따라 공간의 확장에 도전하며 인류의 의식 확장에도 노력했다.

왜 인류는 아름다운 지구를 두고서도 새로운 공간을 추구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일까? 디지털 공간은 이제 인류의 상상력의 마지막 여정이 될 것인가?

디지털 세계를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은 공간 자체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고 있다는 코페르니쿠스적인 인식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고, 이는 칸트가 2000여년간의 서양철학의 인식론적 전회를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라고 말한 맥락의 증강된 인식체계의 변화를 우리에게 요구하는 일이다. 말하자면 인식주체와 인식대상과의 관계성의 설정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고 이의 철학적 전개는 앞으로의 지식인들의 커다란 숙제이다.

디지털 공간은 애초에는 미미했다. 인류의 탄생과 진화의 초기에는 생명이 우연 발생했고 단세포에서 다세포 생물로 진화했듯이 디지털 공간도 시간을 먹어치우면서 형체를 갖추며 성장했다. 1969년 시작된 점과 점의 무작위 연결 네트워크가 1990년대 초 정보고속도로로 전환되기 시작하면서 면과 면의 연결을 시작하더니 다시 30년이 흘러 2020년대 초에는 이제 공간으로의 진화를 이루고 나아가 공간과 공간의 연결 또는 흡수합병을 전망하는 시대가 되었다. 초기 디지털 공간의 신인류를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소위 MZ 세대가 신인류의 시작일까?

인터넷 공간(세계), 디지털 공간(세계), 가상 세계(공간)라고 하더니 급기야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디지털 공간의 명칭이 탄생했다. 그럼 신인류는 메타즌(Metazen) 또는 메태즌(Metaizen)으로 부를 수 있을까?

디지털 연결이 디지털 공간을 이루는 역사의 길에 나의 인생의 길도 오롯이 겹친다. 그러니 우리의 삶은 역사적이다. 그렇지 않은가? 50여년이 흐른 지금 나의 회고는 심각한 반성에 빠져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디지털 공간의 기초를 너무 부실하게 만들었다는 회한과 그런 잘못에 얼마간의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는 의식이 온 몸을 흔들기도 한다.

우리는 디지털 공간에 무슨 오류를 가하였다는 것인가? 가장 중요한 오류는, 그리고 다른 수많은 오류를 야기한 근본 오류는 디지털 공간에 자유(自由)를 제대로 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디지털 공간에 신뢰(信賴)를 구축하지 못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근본 오류는 디지털 공간과 물리적 공간을 대등한 독립 공간이라는 인식보다는 전자를 후자의 종속적 지위 또는 수단적 지위로만 인식하였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런 오류는 비록 대한민국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위 인터넷 아키텍처 그리고 디지털 공간 아키텍처에 구성요소로 자리잡은 많은 글로벌 기술규범에 우리는 너무 무지했고 이를 디지털 공간에 반영하는 노력을 너무 게을리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오해와 실수가 이어졌고 세계적으로 앞선 디지털 인프라를 가졌다는 글로벌 평가에도 불구하고 은밀하고 조용히 그 디지털 산업 경쟁력이 침식되고 있는 것이다.

“전자주민증 도입 논란”, “인터넷실명제 도입 논란”, “공인인증서 폐지 논란”, “마이데이터 사업”은 대한민국 땅에 배회하는 디지털 유령이며, 우리의 새로운 공간 인식이 너무도 부족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우리의 반성과 대안 모색은 여기에서 출발하여야 하며, 그 귀결은 디지털 신뢰공간의 구축을 통한 대한민국의 “디지털 신 글로벌 전략”이 될 것이다.

/황철증 디지털신뢰공간연구소 소장 newdhjj@gmail.com

서울대 법대(학사) 및 행정대학원(석사), 미국 콜럼비아 법대 (석사), 고려대 정경대학원(박사)을 졸업했습니다.

행정고시 29회로 1986년 중앙공무원교육원과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에서 단기 훈련을 거친 후 정보통신부에서 공직을 시작하였습니다.

1 BH, 국무총리실, 국정원(사이버안전센터), NIA 등에서도 근무를 한 바 있으나 주로 정보통신부에서 잔뼈가 굵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끝으로 26년간의 공직을 마친 후 사회의 한 구석에서 꼼지락 거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온갖 분야의 독서와 사색으로 삶을 붙들고 있으면서, 일찌기 담당한 인터넷 정책에 관한 주제에도 여전히 많은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소위 디지털(인터넷) 아키텍처와 디지털(인터넷) 철학자로 스스로를 부르며 현대의 기술문명 역사의 흐름을 조망하는 것을 즐깁니다.

한편으로 이병주 소설가, 박이문 철학자, 최제우 동학창시자, 리처드 도킨스 진화생물학자, 움베르토 에코 기호학자 등 훌륭한 학자와 문인에게 지적 의식을 의탁하고 사는 자입니다.

이 글의 게재로 IT기자클럽의 디지털문명 칼럼니스트로 소박한 의무를 시작하는 셈입니다.

연락처는 newdhj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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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 김시덕의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한국인들은 한반도가 태생부터 ‘대륙과 해양 세력이 충돌하는 전략적 요충지’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자 김시덕은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메디치미디어)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한반도가 ‘역사적 요충지’로 부각되고, 지리적으로 전략적 가치가 상승한 것은 바로 임진왜란 때부터라고 말입니다.

임진왜란을 계기로 해양세력의 대륙 진출 교두보로서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가 환기되면서, 비로소 한반도는 대륙 세력과 교섭할 수 있는 카드를 갖게 됐습니다.

저자는 임진왜란 이전 까지 한반도 국가들은 압도적인 군사력(hard power)과 우월한 문화적 자원(soft power)을 지닌 한인 세력에 대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합니다.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10줄 요약

1. 역사적으로 16세기 중반까지,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바다보다 육지에 관심을 갖는 것이 현명한 생존 전략이었다.

바다에서 유일하게 군사적ㆍ정치적으로 경계해야 할 일본은 항해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국가의 존립을 위협할 만한 대규모 공격을 할 수 없었던 반면, 유라시아 동부 평원에는 기마 기술이 발달한 여러 세력이 있었다.고려와 조선은 대륙과 접한 북쪽에 군사력을 집중하고 해안에는 소규모의 간헐적 침략을 대비할 정도만 방어했다.

2.임진왜란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의미를 바꿔놓았다.

16세기의 한반도는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충돌한 장이었다. 대륙의 한인 세력으로서는 해양 세력 일본의 대륙 진출을 저지해야 하는 완충지였고, 일본이 대륙으로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거점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이른바 중원이라 불리는 중국 대륙에서 한인 국가와 북아시아 지역의 유목민ㆍ반(半)유목민이 충돌할 때마다 한반도에도 피해가 있었지만 정복지로서 고려되지는 않았다.

3. 임진왜란은 한반도가 유라시아 동부 지역에서 대륙과 해양 세력 간의 ‘지정학적 요충지’로 대두한 사건이었다. ​

임진왜란 당시 해양 세력인 일본은 대륙으로 나아가기 위해 한반도의 완전한 정복을 꾀했으며, 대륙의 한인 세력은 해양의 일본 세력을 막기 위한 완충지대로서 한반도를 이용했다. 임진왜란 이전의 한반도 국가들은 압도적인 군사력(hard power)과 우월한 문화적 자원(soft power)을 지닌 한인 세력에 대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

4. 임진왜란을 통해 20여만의 대군을 바다 건너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도요토미 히데요시 정권과, 내향적 외교로 조선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한 도쿠가와 이에야스 정권이 일본에 등장하면서, 한반도 국가는 비로소 대륙 세력과 교섭할 수 있는 카드를 갖게 되었다.

5. 각 시대와 지역은 서로 다른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어떤 특정 시기의 역사가 후대에 반복된다는 발상은 학문이 아닌 종교에 속한 것이다.

6.문순득은 유구왕국에 표류됐다. 유구 왕국은 중국 명청조와 조공 무역을 하면서 얻는 이익을 얻는 국가였다. 문순득 일행이 표착하자 유규에서는 체계적 시스템으로 이들을 대우했는데 외국인을 후대해 자기 나라가 국제무역을 위한 공정함과 신뢰를 잘 지키는 나라임을 외국에 보이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7.1802년 11월부터 1803년 8월까지 문순득 일행은 루손에 머물며 에스파냐 식민지였던 필리핀 루손 지역의 유럽 문물도 관찰할 수 있었다. 한반도 주민이 처음으로 필리핀에 방문한 것이었다.

8. 여러 나라 사람이 섞여 살면서 외국인도 자유롭게 상거래를 할 수 있는 루손의 경제적 풍토는, 상업이 천시 받고 외국인과의 교류가 거의 없던 조선 출신의 문순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9.유구왕국, 루손지역을 거쳐서 3년 만에  고향인 우이도에 도착한 문순득. 그는 제주에 표류한 루손 사람들이 여전히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부끄러워했다. 넓은 세계를 봐버린 문순득에게 조선이라는 나라는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10.이강회는 문순득에게 동해안을 누빈 체험을 들었다. 일반적인 조선 사람들에게는 땅끝의 유배지로 느껴졌을 터인 우이도가, 정약용으로 대표되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창문으로 기능한 것이다.

한반도 → 유구 → 필리핀 → 마카오 → 청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동해안의 남쪽 지역을 표류한 문순득과, 알래스카 → 캄차카 → 시베리아 → 이르쿠츠크 → 오호츠크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동해안의 북쪽 지역을 표류한 고다유. 문순득의 모험을 기록하고 후세에 전한 것은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실학자’ 정약전과, 그의 동생 정약용의 제자 이강회였다. 고다유의 모험을 기록한 것은 일본의 근대를 예비한 난학 연구자 가쓰라가와 호슈였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동아시아해양과대륙이맞서다 #북스 #김시덕 #임진왜란 #전략적요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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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백재현의 ‘1일 1페이지 그날 세계사 365’

백재현(리더스경제 대표)의 ‘1일 1페이지 그날 세계사 365’를 소개합니다.

매일 전 세계에서 뉴스가 쏟아져 나옵니다. 그 양이 아무리 많아도 종류는 딱 두 가지입니다. 현재 벌어지는 일과 과거(역사)입니다. 혹자는 여기에 미래도 붙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에 관한 뉴스도 실은 역사 경험으로 바탕으로 현재 이해관계를 담아 예측하는 것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짬뽕인 셈입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E.H.카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현재의 우리는 역사와 늘 호흡하며 삽니다.

백재현의 책은 생활속에서 매일 역사와 만나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달력이나 스마트폰에서 오늘 날짜를 확인하고 책을 해당 날짜를 펼치면 그 날 역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역사속의 오늘은 인류 역사로 들어가는 작은 출입문인 셈입니다. 마치 벽에 송곳으로 작은 구멍을 뚫어 벽 너머의 거대한 세상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10줄 서평

1.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365일 오늘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아침에 달력을 보고 나서, 식탁에 앉아 책을 펼치면 오늘과 인류의 역사가 바로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1월 16일 아침에 해당 날짜를 책에서 찾았습니다. 미국 금주법이 통과된 날입니다.

2.자신의 생일, 가족의 생일, 지인의 생일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3월 8일생 딸을 위해 해당 페이지를 찾았더니 세계 여성의 날 역사와 연결됐습니다. 1908년 뉴욕의 여성 섬유 노동자들이 참정권,노조결성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유엔이 1977년 이 날을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했고, 한국도 2018년 3월 8일을 법정 기념일로 지정했습니다.

3.한국 역사,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지구촌 역사를 골고루 담았습니다. 지구촌 시각에서 오늘의 역사를 만나도록 한 것입니다.

4.다양한 역사속 인물의 탄생과 죽음을 날짜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위대한 인물의 생일 또는 사망일이 대부분이지만, 히틀러나 괴벨스 같은 악명높은 인물의 생애도 살짝 보여줍니다.

5.역사 흐름을 크게 바뀐 변곡점이 언제인지를 보여줍니다. 바스티유 감옥 공격 등 혁명일 수도, 전화 PC 등 문명의 이기가 발명된 날일 수도 있습니다. 또 화산폭발,지진 등 끔찍한 자연재해가 발생한 날일 수 있습니다.

6.여성 주권, 소수의 인권, 억압된 계층의 해방에 헌신한, 잊혀진 영웅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흑인 인권 운동에 불을 붙였던 로자 파커스, 흑인 노예의 ‘모세’로 불리는 해리엇 터브먼의 생애를 담고 있습니다.

7.달 착륙, 베트남 통킹만 공격 등 교과서에서 많이 접했던 역사 사건일 수도, 잘 몰랐던 비극의 역사일 수도 있습니다. 12월 29일 ‘운디드니 학살 사건’은 미국의 인디언 학살의 참상을 보여줍니다.

8.역사 해석보다 과거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 그리고 사실 들 즉 ‘팩트 기록’에 충실합니다. 역사속 팩트가 현재의 독자에게 말을 걸어 인류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어떤 과제를 여전히 지니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9.책을 다 읽고 나서 부록에서 과거에서 최근에 이르는 시간 순서대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하루 하루 역사와 연결점을 찾은 다음, 전체 흐름을 연표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10.저자의 말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세계사에 대한 지식과 교양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유구한 역사 속에서 쌓인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와 대화를 나누는 귀중한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

이 책을 매일 1페이지씩 펼치고 읽다보면, 어느새 세계사 고수가 된 자신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건과 인물, 사실 너머에 남아 있는 역사적 직관과 통찰하는 눈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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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세비야의 소설가 편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은 팬데믹시절에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입니다. 소재가 신선했고, 작가의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불편한 편의점에 자극받아 그의 데뷔작인 망원동 브라더스를 찾아서 읽다가 배를 잡고 마음껏 웃기도 했습니다. 옥탑방이라는 공간에 모인 사람들의 다양한 캐릭터간 충돌과 화해 과정이 유쾌했습니다.

김작가의 새 작품이 언제 나오나 하고 기다리다가 우연히 전자책 서점에서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를 만났습니다.

이 책은 김호연작가가 2024년에 펴낸 ‘나의 돈키호테’소설의 탄생기 또는 제작기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김작가는 망원동 브라더스를 쓰고 파우스터 등 세 권을 썼는데 흥행에 그리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작가로서 슬럼프에 빠져 있다가 2019년 원주 토지문학관의 해외 교류 프로그램에 당선되었습니다. ‘돈키호테’를 테마로 소설을 쓰는 조건으로 스페인 세 달 체류 비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김작가는 그때의 심경을 “소설 쓰기를 포기하려던 내게 스페인에 가 소설을 쓸 기회가 생겼다. 나는 호기롭게 트렁크 하나에 짐을 때려 넣고 마드리드의 작업실에 왔지만, 바뀐 건 환경일 뿐 소설을 다시 쓰기 위한 단단한 마음을 벼리진 못한 듯했다”라고 썼습니다.

김작가는 스페인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나의 돈키호테’를 2024년에 출간하였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김작가는 스페인을 다녀와서 2022년 불편한 편의점을 펴내 180만원이 팔리는 대박을 터뜨린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의 ‘세비아의 소설가’편을 골라서 읽고 나서 결국 에세이의 대상인 ‘나의 돈키호테’를 구입해 읽었습니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면 스페인행 배낭을 꾸릴 지 모르겠습니다. 돈키호테를 찾아서!

1.소설을 쓰기 전 카피 구상

나는 소설을 쓰기 전 미리 카피를 고민해 본다. 이는 작가의 창작력을 고취시키는 동시에 작품의 방향을 정조준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도무지 카피가 떠오르지 않았다.

《망원동 브라더스》 김호연 작가가 발로 뛰며 쓴 한국판 돈키호테!”

유일한 히트작 《망원동 브라더스》를 내세워 보지만 이 작품과 《돈키호테》 간의 연관성을 찾기 쉽지 않다.

2.객지에서의 고립

아내도 없고 친구들도 없다. 지인도 없고 동료도 없다. 글쓰기는 고립이 기본이라지만 한국어가 하나도 안 들리는 이런 객지에서의 고립은 처음이다.

문득 아내와 신혼여행 때 들른 스페인 도시들이 그리워졌다. 세비야 대성당이 떠올랐다.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 역시 잊을 수 없다.

바르셀로나 보케리아 시장의 해물 한상과 몬세라트 수도원의 검은 마리아가 그리워졌다. 그리하여 나는 떠나기로 했다. 체류 중 여행을.

3.세비야 행

돈키호테 역시 떠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가 아닌가.

고향 라만차를 벗어나 세비야로 향하다가 돌아오고야 마는 내용이 1편이다. 그래서 나는 세비야로 떠나기로 했다.

그곳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에 대해 살피기로 했다. 다시 나만의 로드 무비 주인공이 돼 잔잔했던 심장 박동을 요동치게 하기로 했다.

4.산 세바스티안 거리

4년 만에 산 세바스티안 거리에 다시 서자 실로 깊은 감회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허니문의 여정에 오롯이 자리한 세비야! 공짜 타파스에 인심이 푸짐하던 세비야!

기대 이상의 숙소에 절로 감탄이 쏟아진 세비야! 4년간의 결혼 생활을 무사히 지속해 왔다는 것에 대한 경외

4.1 안달루시아의 거점 도시

고대부터 이슬람 시절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거점 도시였기에 역사와 관광의 중심지 그 자체다.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관광객들이 도시 중심부를 장악한 채 정신을 놓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4년 전에도 그랬는데, 그 와중에도 볼 건 다 보려고 아내와 열심히 관광을 다닌 기억이 있는 도시다.

6.돈키호테의 흔적을 찾아서

도시의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의 흔적을 찾아 집필의 새 기운을 얻기 위해서다.

나는 과감히, 다시 봐도 감탄을 머금을 게 분명한 대성당과 알 카사르를 건너뛴 채 스페인 광장을 향해 걸어갔다. 그곳에서 이전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돈키호테의 흔적을 찾아야 한다.

6.1 타일 모자이크

스페인광장 건물 벽면에는 돈키호테 스토리를 묘사한 타일 모자이크를 찾았다.

로시난테를 탄 돈키호테와 당나귀를 탄 산초 판사의 뒷모습이 보이고 멀리 라만차의 평원 위에 여러 대의 풍차가 서 있는 타일 모자이크였다.

나는 숨은 계시라도 찾을 기세로 타일 그림 속을 뚫어져라 살폈다.

6.2 “QVE YO VOY A ENTRAR CON ELLOS EN FIERA Y DESIGVAL BATALLA”

타일 모자이크엔 시우다드 레알 Ciudad Real이라는 라만차 지방 주요 도시 이름이 적혀 있었고 그림 왼쪽 아래 두루마리에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파이어와 데미지 배틀에서 그들과 함께 들어갈 것”이라는 뜻이었다.

뭔가 굉장히 굉장한 게 나왔다!

7.세르반테스 흉상

퀘스트를 수행하듯 타일 모자이크에서 셀카를 찍은 뒤 시내로 향했다.

관광지는 들르지 않겠다면서 시내로 향한 건 그곳에 세르반테스의 흉상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타일 모자이크는 세비야에 온 목적의 전식에 불과하다. 본식은 바로 이번 세르반테스 흉상 알현이다.

7.1

마드리드 스페인 광장에서는 세르반테스 동상이 공사 천막에 둘러싸인지라 마주할 수 없었다.

대신 세르반테스 길 끝의 광장에서 간신히 그를 알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 세비야에 그의 흉상이 있다는 첩보는 나를 세비야로 오게 만든 큰 동인이었다.

8.세르반테스가 갇혀 있었던 감옥

세르반테스 흉상이 위치한 곳은 과거 세르반테스가 갇혀 있었던 감옥 건물 바로 앞이다.

세르반테스는 세금징수원으로 일하다 횡령죄를 선고 받고 감옥까지 가야 했다. 나이는 이미 50대에 접어들었고 한쪽 팔은 성하지 않은 상태. 그 상태로 갇힌 감옥에서도 그는 꿈꿨다.

8.1 감옥은 은행으로 변신

은행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이 은행이 바로 4백 년 전 세르반테스가 갇혀 있던 감옥 건물이었다고 한다. 감옥이 은행이 됐다니,

마치 세르반테스의 영혼이 평생 없이 산 자신을 위해 은행 가까운 곳에 머무르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었다.

8.2 썰렁한 풍경

나는 그를 찾아 은행 앞을 살폈고 곧 대로변에 자리한 세르반테스의 흉상이 눈에 들어왔다. 오! 이렇게나 빨리.

그런데 큰 기대를 품고 온 내 예상과 달리 주변은 소박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한 풍경이었다.

너무도 초라한 세르반테스의 흉상이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며 자신 대신 돈이 갇힌 은행이라는 감옥 앞에 서 있었다.

9.세르반테스의 꿈

초라한 동상에 눈도장을 찍고 묵념을 하고 사진을 찍고 글을 남겨 기억할 것이다.

감옥에서조차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죽어서도 다다를 수 없는 곳에 다다른 당신을 세상 모두가 기리고 있음을 잊지 마시라.

10.전율을 느낀 공간

돈키호테가 잉태된 세비야 대성당 어느 뒷골목이야말로 내가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를 찾아 스페인에 온 뒤 가장 전율을 느낀 공간이었다.

나도 할 수 있을까?

소설가로 겪은 수많은 좌절, 아니 작가로 살며 쌓여 온 실패와 부침, 그 온갖 풍상을 이겨내고 세르반테스처럼 다시 꿈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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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크래프톤웨이,압수수색과 워크숍 편

오랜 친구인 알라딘 조유식사장을 만나면 헤어지기 전에 꼭 책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저도 가끔 제가 읽은 책중에서 몇권을 조사장에게 권하기도 합니다. 친구의 책 추천은 인공지능보다 만족도가 훨씬 높습니다.

크래프톤웨이는 조사장의 추천으로 고른 책입니다. 저는 사실 게임을 잘 모르고, 게임산업에 대해 그리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아 게임산업계의 스타기업인 크래프톤 성공 스토리에 그리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현역 시절에 장병규 크래프톤웨이 의장을 두 차례 만난적이 있습니다. 검색회사 ‘첫 눈’ 시절에 인터뷰를 했었고, 4차 산업위원장 시절 점심을 한 번 했습니다. 신문과 책을 늘 가까이 하는 지력이 뛰어난 경영자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혁신가로서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런 면은 이해진, 이재웅, 김범수, 고 김정주 등 한국 IT산업계 리더에게서 공통으로 느끼는 점이기도 했습니다. 한국 IT업계 리더론은 다음 기회에 다루겠습니다.

크래프톤 웨이를 읽으면서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가 연상되었습니다. 두 전기 모두 잡스와 머스크의 전적인 협조아래 집필되었습니다. 특히 명과 암을 모두 생생하게 기록한다는 전제아래 집필되었습니다.

크래프톤 웨이 역시 저널리스트인 저자(이기문)에게 창업자와 주요 경영자의 이메일을 모두 공유하는 등 회사의 모든 면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크래프톤이 블로홀 스튜디오라는 사명으로 출발한지 1주일만에 엔씨소프트의 고발로 인해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하는 시점 스토리(압수수색과 워크숍 편)를 골라서 읽었습니다.

1.압수수색

2007년 4월, 회사 법인을 낸 지 일주일 만이었다. 출근길 김강석의 휴대전화에 장병규의 이름이 떴다. “경찰 압수수색이 시작되어서 사무실에 있는 모든 하드디스크를 가져갔어요.” 김강석이 웃었다. “장난하지 마시고요. 왜 아침부터 이런 장난을 하세요.” “김 대표님. 실제 상황입니다.”

1.1 하드디스크 총 108개가 경찰의 압수수색 상자 안으로 들어갔다. 개발자들이 쓰는 PC 하드디스크 전부가 없어진 셈이었다. 다음 날은 블루홀의 첫 워크숍이었다.

1.2 경찰은 박용현팀이 엔씨소프트에서 개발 중이던 자료를 무단으로 복제하거나 유출했다는 데 혐의를 뒀다. 장병규와 손을 잡기 전 일본 게임업체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교감했던 사실을 문제 삼은 것이다.

경찰은 이들이 일본 업체로부터 투자를 받아 새로운 회사 설립을 타진하면서 엔씨소프트에서 제작하던 게임 L3의 개발 자료 일부를 넘겼다고 보고 있었다. 업무상 배임과 부정 경쟁 방지 및 영업 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였다.

2.엔씨소프트의 공세

엔씨소프트는 사내에서 가장 공들여 준비하던 게임 후속작인 L3 개발진이 블루홀에 유출된 것에 분노했다.

1년 정도 진행한 프로젝트에 투입했던 인원은 대체 불가능한 회사 개발력의 정수였다. 회사가 보유한 핵심 개발자 대부분이 L3 프로젝트에 포진해 있었다. 엔씨소프트는 L3의 정보가 유출됐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이와 별개로 블루홀에 대한 민사 소송도 검토하고 나섰다.

3.워크숍 강행

워크숍을 갈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장병규는 “압수수색을 당했으니 워크숍을 더욱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할 수 있는 컴퓨터도 없으니 워크숍 가는 게 더 좋네요. 워크숍 가는 주말에 하드디스크 주문해주시고요.”

블루홀 첫 워크숍은 경기도 가평에서 1박 2일 일정이었다. 장병규는 신이 난 듯 보였다. 진짜인지 그런 척을 하는 것인지 직원들은 알 수 없었다

4.장병규의 사주 社酒

장병규는 워크숍 직전 직원들에게 메일을 썼다.

“저는 술자리에서 술을 강권하거나 약게 빼는 것을 모두 싫어합니다. 또한 높은 사람만 죽어라 먹는 문화도, 낮은 사람만 죽어라 먹는 문화도 싫어합니다. 사주가 원칙과 행위에서 서로 간 신뢰를 바탕으로 팀워크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약간은 한국적인 문화이지만 사주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5.사주 마시는 원칙

소주 한 병을 맥주잔 세 잔에 따르고 사이다 서너 방울을 떨어뜨리는 게 제조 방법이다. 사이다를 이보다 많이 따르거나 적게 따르면 달거나(사이다 맛) 써서(소주 맛) 원샷에 마시기 부담스러워진다는 게 장병규의 지론이다. 마실 때는 2인 이상이 함께 마신다. 그리고 높은 직책의 사람부터 마신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을 제외하고 예외는 없다. 사주는 계속 마실 수 없으며, 기본적으로 한 잔이다. 한 잔 더 마시는 경우는 허용하지만, 세 잔 이상은 금지다.

6.장병규의 비전

장병규가 직원들 앞에서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며’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다.

“오랫동안 잘나가는 기업은 비전과 핵심에 대해 집착에 가깝도록 집중합니다. 조직다운 조직에선 신뢰를 토대로 팀워크가 형성됩니다. 먼저 내 옆에 있는 상대를 신뢰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블루홀의 업業은 대규모 제작입니다. 신뢰와 팀워크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어떤 사업이든 좋은 팀이 3년 정도 치열하게 일하면 소기의 성과를 성취한다고 믿습니다.”

7.MMORPG의 명가 블루홀이 내건 비전은 ‘MMORPG의 명가’였다. 장병규가 단어 하나하나를 뜯어 설명했다.

“‘MMORPG’는 장르에 포커스를 둔 것입니다. 퍼블리싱보단 온라인 게임 제작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지요.

온라인 게임은 제작사가 배급사보다 힘을 더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명가’는 세계적으로 통할 만한 수준의 제품을 내고, 또 세계에서 인정을 받겠다는 의미입니다. 시장에서 성공을 한다고 명가가 되는 것은 아니겠죠. 하지만 성공이 명가가 되는 필요조건은 됩니다.”

8.확실한 역할 분담 경영자 장병규와 제작자 박용현이 손을 잡고 만든 회사인 만큼, 회사의 큰 틀에 대한 역할과 책임Role & Responsibility도 분명히 알렸다. 제작은 박용현이, 경영은 장병규가 한다.

이 둘은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면서도 역할과 책임은 구분한다. 교감하고 조언하되,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은 서로에게 명확하게 귀속하기로 약속한다.

제작 책임자로서 박용현의 역할은 정해진 시간에 최상의 게임 제작을 해내는 ‘온 타임 맥시멈 퀄리티 프로덕션On-time Maximum Quality Production’으로 요약됐다. 명가에 걸맞은 양질의 게임 산출물을, 약속한 시간과 자원으로 뽑아내기로 했다.

9. 신뢰는 먼저 주는 것

장병규는 “새로운 10년, 신뢰를 바탕으로 MMORPG의 명가로 태어나자”고 말했다. “신뢰란 먼저 주는 것입니다. 신뢰는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고, 또 책임지는 것입니다. 신뢰는 경청이며 이해하는 것입니다.”

10.블루홀이 블리자드를 삼키는 상상

발표 막바지에 이르러 장병규가 직원들에게 “눈을 감아보라”고 주문했다.

“바다의 거대한 블루홀을 떠올려봅시다. 이제 거센 눈보라를 떠올려보세요. 거센 눈보라가 블루홀 근처에 오지만, 블루홀은 이내 조용하면서도 과묵하게 눈보라를 쓰윽 삼켜버립니다. 그러고는 다시, 블루홀이 세상 그 자체인 양 고요하면서도 엄청난 스케일을 과시합니다. 이름 그대로 ‘그레이트 블루홀’인 거죠.”

10.1

저녁 식사와 함께 사주를 마실 차례가 왔다. 3명씩 앞으로 나와 함께 사주를 들이켰다. 돌아가며 마이크를 잡고 한마디씩 해야 했다.

손에 든 술잔을 모두 비워낸 불콰한 얼굴들이 저마다 외쳤다. “우리 꼭 성공하자” “좋은 게임 만들어서 세상에 보여주자” 직원 하나하나가 결의 넘치는 말을 쏘아 올리면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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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공감지능시대, 역사의 공감 편

‘공감 지능 시대’저자 김희연 작가는 세번 직업을 바꿨습니다. 은행원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다시 글로벌 테크기업의 CSO로 변신했습니다. 김작가는 변신과정에서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자각했다고 합니다.

김작가는 이 경험을 토대로 “모르는 것을 대하는 태도가 경쟁력을 만든다 우리는 모르는 것투성이인 시대를 살고 있다”고 선언합니다. 특히 AI를 동료로서 함께 일해야 하는 시대, 타인의 관점을 받아들이는 공감지능의 출발이 바로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김작가가 제시하는 공감 지능은 마음(공감)과 머리(지능)의 결합을 통해 공감의 힘을 삶의 모든 영역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개인의 공감력을 발판으로 조직적, 사회적, 나아가 시대적 공감 코드를 읽어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바로 공감 지능이라는 것입니다.

역사의 공감은 미래의 열쇠 편을 읽고 10문단 요약했습니다.

1. 역사의 공감 과연 공감의 힘으로 과거를 통해 미래를 읽는 것이 가능할까?

영화 <마션>을 보고 <로빈슨 크루소>를 재발견한 나의 경험이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마션>은 척박한 화성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이 과학적 지식을 이용해 생존해 나가는 이야기다.

1.1관점의 변화 디포의 장편 소설 <로빈슨 크루소>가 왜 명작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섬에 고립되어 홀로 살아남는 것이 대단하기는 했지만 어째서 고전의 반열에서 읽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랜 의문이 <마션>을 보고서야 풀렸다.

2.시대의 맥락

<로빈슨 크루소>가 출간된 1719년은 산업 혁명 이전의 대항해 시대였다.지금의 우주 탐사처럼 새로운 세계를 향한 도전, 수평선 너머 미지의 세계를 향한 바다 탐험이 막 시작되던 때였다.

당시의 무인도는 지금의 화성과 같은 미지의 공간이었을 것이다. 현재의 관점으로만 소설을 읽었을 때는 재미가 없었는데 시대의 맥락을 이해하니 그제서야 공감이 됐다.

3.일론 머스크와 엔리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대항해 시대의 범선을 만들던 포르투갈 엔리케 왕자의 시도와 닿아 있고, 우주선 발사는 콜럼버스와 그를 후원한 이사벨 여왕의 결단과 맞닿아 있다.

대항해 시대가 세계 지도를 바꾸며 식민주의, 산업 혁명, 주식회사와 주식 시장이라는 신금융의 탄생으로 이어졌듯이 우주 시대를 위한 준비는 새로운 경제적 기회와 기술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대항해 시대의 교훈이 우주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의 참고서가 되는 것이다.

4.AI 시대

지금 우리가 맞닥뜨리는 AI 시대는 수차, 증기기관, 컨베이어 벨트의 산업 혁명 시대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과거의 유사한 시점 속 시대의 맥락을 깊이 이해하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느껴진다. 미래가 갑자기 무 자르듯 현실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미래도 과거와 현재의 연장선에 있다

5.본질적으로 같다

<산업혁명의 숨은 주역들>의 저자 김은환은 산업과 기술의 외관이 달라졌어도 놓쳐서는 안 되는 공통점으로 ‘변화’를 꼽았다.

증기 기관의 혁명이든 인공 지능의 혁명이든 그것이 변화라는 점에서는 똑같다.

우리가 알파고에 놀랐다면 과거의 사람들은 증기 기관차에 압도당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산업 혁명은 1차든 4차든 본질적으로 같다.

6.일자리 상실 우려?

증기 기관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일자리 상실을 두려워했고, 러다이트 운동이라는 기계 파괴로 이어졌다.

AI가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우려와 얼마나 닮았는가?

당시에도 육체노동은 기계에게 넘기고, 인간은 더 창의적인 영역으로 이동했다.

오늘날 우리도 지적 노동의 일부를 AI에게 넘기고, 더 인간적인 영역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

7.적응에 따른 격차

산업 혁명 시대에는 기술에 적응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가 벌어졌다.

증기 기관과 전기를 활용하는 방법을 배운 사람들은 새로운 기회를 잡았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뒤처졌다.

오늘날 AI를 활용하는 능력이 새로운 격차를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8.윤리적 과제

산업 혁명 초기에는 아동 노동과 열악한 노동 환경 등 사회적 문제가 심각했지만, 점차 법과 제도가 발전하면서 해결책이 마련되었다.

지금 AI의 데이터 편향성, 프라이버시 침해, 책임 소재 문제 등 윤리적 과제들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9.미래도 과거와 현재의 연장선

기술, 제품, 환경은 진화하지만 변화를 마주하는 인간의 본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과거를 알면 현재를 이해할 수 있고, 현재를 알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윌리엄 펜의 말처럼 대항해 시대가 우주 시대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었다.

또 산업 혁명의 이해가 AI 시대를 해석하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10.AI 시대에 공감 지능의 역할

산업 혁명 시대에 인류가 기계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적 노동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듯이, AI 시대에는 공감 지능이 우리의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집필을 위해 더 깊게 관찰하고 더 많은 생각을 하는 과정에서 공감 지능은 단순한 경쟁력을 넘어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근본 체력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중심 잡는 역할로서 공감지능 AI라는 방대한 정보와 지식을 효과적으로 다루려면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갖춰야 한다. 그 중심을 잡아 주는 힘이 바로 공감 지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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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일할 사람이 사라진다,여성과 장년층 편

NYT 로스 다우서트 칼럼니스트는 23년 12월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썼습니다. 다우서트는 당시 한국의 출산율이 0.7로 떨어진 통계를 보고 14세기 유럽 흑사병 당시 인구 감소보다 더 심각하다면서 한국소멸론을 제기하였습니다.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저자인 이철희 서울대 교수는 이런 비관론과 인구가 줄어들어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별다른 근거 없이 공존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교수는 인구 감소의 규모 자체보다는 속도와 구조변화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즉, 단순히 인구 규모가 줄어든다고 해서 대한민국 사회가 망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감소 속도가 빨라서 인구 구성 구조가 급격하게 변하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방대하고 치밀한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또 책은 단순한 인구 규모 변화를 넘어 인구 구조의 변화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다층적으로 분석합니다.

예를 들어 연령 구조 변화와 함께 학력 구조 변화까지 분석해 이것이 노동 시장, 의료 및 돌봄 서비스 수요, 나아가 국민 건강 지표 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인 데이터와 함께 제시합니다.

남성 노동인구의 공백을 여성과 장년층이 메운다면 편을 골라 요약했습니다.

1. 장래의 노동력 변화 전망

장래의 노동력 변화를 전망할 때는 기준 시점(2022년)의 성별·연령별·교육수준별 경제활동참가율과 노동생산성(시간당 임금)이 앞으로도 유지되는 것으로 가정하였다.

향후 경제활동참가율과 생산성은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변화할지를 미리 알기 어렵지만, 한국에서 관찰된 최근 추세와 한국이 참고할 수 있는 다른 국가의 사례에 기초해 몇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2.여성과 장년(55~ 64세)의 경제활동참가율

국가 간에 큰 편차를 보이고 비교적 짧은 기간에 상당한 폭으로 변동한 사례가 관찰된다. 한국 역시 여성과 장년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앞으로 더 높아질 여지가 있고 최근 상승 추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이 인구집단의 경제활동 변화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2.1일본에 비해 낮은 참가율

한국을 포함한 OECD 7개국(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의 25~ 54세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의 장기 변화를 보면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같은 북서부 유럽 국가들에 비해 20~30%p나 낮고, 이웃 국가인 일본에 비해서도 줄곧 10%p 낮게 유지되었다

2.2 더 높아질 가능성

한국이 장차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다른 국가들의 경험을 따라가리란 보장은 없지만, 지난 40년간 추세와 여성 고용을 증진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고려할 때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3.한국의 장년층 남성 경제활동참가율

OECD 7개국에서 55~ 64세 남성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변화 추이를 보면 한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그러나 여러 면에서 비교적 유사한 이웃 나라 일본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서는 근래 장년 남성 경제활동참가율이 빠르게 높아지는 추이가 나타났지만, 한국의 장년 남성 경제활동참가율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크게 낮아졌다가 최근 겨우 과거 수준을 회복하였다. 따라서 장년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질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4.한국의 장년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청년여성과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과거에는 전통적으로 조기퇴직 경향이 강했던 영국과 독일 같은 국가들이 2000년대 중반까지는 한국보다 낮은 참가율을 보였으나, 현재는 모두 한국을 앞지르고 있다.

일본 장년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도 한국보다 월등하게 높다. 이러한 사정은 역설적으로 한국 장년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앞으로 더 높아질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5.일본은 한국 미래 기준점

여러 가지 차이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한국은 노동시장과 관련된 제도, 정책, 문화 등에서 유사한 면이 많다. 여성과 장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의 변화 추이를 보더라도, 한국이 일정한 시차를 두고 일본을 뒤따르는 경향이 관찰된다.

5.1일본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198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하였으며, 특히 2000년경 이후에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빠르게 높아졌다.

이 현상의 원인으로 남녀고용평등법 시행, 보육비 지원, 돌봄시설 공급 확대 같은 일련의 공공정책이 여성 고용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예컨대 한 연구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증가의 5~11%가 보육시설에 대한 접근성 개선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5.2 파트타임으로 재고용

많은 일본 여성들은 여전히 출산과 육아를 위해 노동시장을 떠났다가 육아 부담이 줄어드는 시기에 파트타임으로 재고용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아직도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이나 임시직으로 일하는 여성의 비중이 높고, 정규직이어도 남성과 비교할 때 더 주변적인 업무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6.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현재의 일본 수준으로 높아지면 노동인구가 얼마나 늘어날까?

앞으로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현재의 일본 수준으로만 높아져도 여성 경제활동인구가 상당한 폭으로 늘어나리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현재 한국에서 경력 단절 현상이 심각한 30대 후반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다.

7.장년층 경제활동의 미래 전망

일본의 과거는 한국의 미래에 대해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10년 전부터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고령자의 고용 연장을 일본은 이미 30년 전부터 점진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일본 장년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0년경부터, 일본 장년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0년경부터 빠르게 증가하였다.

7.1 장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증가 한국도 2000년경부터 장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증가하고 있다.

60세로 정년이 연장되기 전에 이미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기 시작한 현상은 주로 고령층의 생계형 노동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일 것으로 풀이된다.

즉, 전통적인 노후 부양 제도의 쇠퇴, 공적연금의 미성숙과 지나치게 낮은 급여액,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 증가, 자녀의 늦은 취업 등으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도 일을 그만두기 어려워졌다.

8.65세까지 정년 연장방안

2033년까지 65세로 높아지는 연금 수급 나이에 맞추어 65세까지 고용을 연장하는 방안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으며, 주된 일자리를 떠난 고령자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정책도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정책적 변화 추이를 보건대, 일본의 경험처럼 앞으로 55~64세 장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9.한국 장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

장차 현재의 일본 수준으로 높아지면 인구변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를 완화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의 50대 후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일본의 50대 후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에 비해 약 10%p나 낮다. 남성도 사정은 비슷하다.

10.장년 노동력 규모증가 예상 3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까지는 한국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약간 더 낮지만, 55~64세 장년의 경우에는 그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60대 초반의 경우, 한국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일본 남성에 비해 약 10%p나 낮다. 이러한 차이를 좁히는 변화가 나타난다면 한국의 노동력 규모는 상당한 폭으로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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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술맛나는 세계사, 금문고량주 편

대만의 싱글몰트 위스키 ‘카바란’이 명성을 얻기 전까지 대만을 방문하면 꼭 챙기는 술은 금문고량주입니다. 개인적으로 한중수교 이전 대만대사관 관계자가 저녁 회식에 금문고량주를 몇병 들고 와서 작은 비이커에 따라 손가락만한 작은 잔에 따라주던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금문고량주는 중화권에서 마오타이와 함께 명품으로 인정받는 고급술입니다. 천연 샘물로 만들어 빛깔이 맑고 향긋한 냄새가 납니다. 첫 맛은 상큼하면서 부드럽고, 뒷맛은 달콤하고 섬세합니다. 특히 알코올 도수가 58도나 되지만 금문고량주를 마신 다음 날 머리가 맑은 점이 좋습니다.

금문고량주의 역사는 생각보다 짧습니다. 금문고량주는 1958년에 중국(중화인민공화국)과 대만 사이에서 벌어진 국지전인 ‘진먼 포격전’ 당시 진먼 섬(이후 진먼다오)의 사업가였던 예화청이라는 사람이 만든 술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금문고량주는 전선을 지키는 군인에게 배급된 군납품이라는 점입니다. 일반 백주보다 훨씬 도수가 높은 술을 만든 배경에는 바로 전쟁의 공포를 술로써 잊으려는 인간의 약한 심리가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1.양안 갈등

흔히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양안(兩岸) 관계’라고 표현한다. 이는 자연적인 군사분계선 역할을 하게 된 대만 해협을 두고 서안(중국)과 동안(대만)이 마주 보는 관계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며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지만, 대만은 자신들도 엄연한 국가라고 주장한다. 오늘날에는 중국의 힘이 워낙 커서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나라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1.1국공내전 국공내전 당시 국민당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공산당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병력과 더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공산당은 이리저리 달아나며 버텼고, 두 번째로 벌어진 국공내전에서 국민당이

연전연패하며 불과 4년 만에 중국 대륙을 모두 잃었다.

1949년 12월, 결국 국민당은 대만 지역으로 달아났는데 이것을 ‘국부천대(國府遷臺)’라 표현한다.

2.진먼 포격전

국가의 긴장 관계는 1958년 8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진 진먼 포격전에서 폭발한다. 진먼다오는 중국 남부에 위치한 섬으로, 대만의 영토에 속했기에 대만군의 벙커와 포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중국은 진먼다오의 군사 시설에 약 10만 발의 포탄을 쏟아부었다. 대만군도 포격으로 응수했지만, 그 횟수가 중국군의 10분의 1에 불과하여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3.대만군 병사들의 유일한 안식처

중국군의 집중 포격에 시달리던 대만군 병사들에게 유일한 안식처가 바로 금문고량주였다. 도수가 높은 술에 취해 잠시나마 전쟁의 공포와 불안을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4.금문고량주의 탄생 배경

금문고량주를 만든 예화청은 중국 표준어는 물론이고 영어와 말레이어까지 여덟 개의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했던 영리한 인물이었다.

그는 중일 전쟁 때 일본군의 공격으로 상하이에 차린 사업체가 파괴된 후 아버지가 진먼다오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예화청은 그를 기리기 위해 곧장 진먼다오로 이주했다.

당시 진먼다오에는 술을 만드는 양조장이 많았다. 이를 본 예화청은 오랜 사업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도 양조장을 차려 주류 사업에 뛰어들기로 마음먹는다.

4.1 인맥을 활용해서 만든 기회

그가 술을 빚기 위해 수입한 누룩은 바다를 건너는 과정에서 물에 젖어 발효되지 못했다. 하지만 예화청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매달렸다. 그는 진먼다오에 주둔하던 대만군 내부 인사들과 친구가 되었고, 그들에게 술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다.

또한, 밤마다 자신이 직접 빚은 누룩을 실험하고 관찰했다. 이러한 노력과 집념 덕분에 예화청은 고량주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는 데 성공한다.

5.수수로 빚은 고량주

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고량주를 빚는 재료와 방식이었다. 진먼다오는 섬이기 때문에 쌀보다는 소금기에 강한 수수가 고량주를 만들기에 더 적합한 재료였다. 게다가 수수로 빚은 고량주는 쌀보다 더 부드럽고 향기가 진했다.

6.금성주창(金城酒廠) 양조장

예화청은 1950년에는 자신이 직접 설계한 금성주창(金城酒廠)이라는 이름의 양조장을 만들었고, 그동안 쌓은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대만 육군 복지회 19군에 자신이 만든 고량주를 소개했다.

술을 맛본 장병 모두가 맛과 향이 아주 풍부하다며 칭찬했다. 또한, 19군의 사령관인 후리안 장군에게도 이 술을 선물했다.

7.대만군에 대량 납품

선물 받은 고량주의 맛에 반한 후리안 장군은 예화청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진먼다오의 주민들이 수수를 재배해 수확물을 금성주창에 보내고, 그 수수로 만든 고량주를 대만군에 대량 납품하는 일이었다. 진먼다오의 주민과 예화청은 그 제안에 바로 응했고, 그때부터 금성주창은 술의 원료인 수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되었다.

8.금문고량주 탄생

1951년 말에는 진먼다오의 천연 샘물을 사용해 본격적으로 ‘금문고량주’라는 상표명이 붙은 술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년 후 예화청이 대만 정부의 공공 판매국에 진먼고량주를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비로소 그가 오랫동안 품었던 주류 사업가로서의 꿈이 달성되었다.

9.금문고량주로 공포의 밤을 견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금문고량주는 대만군 병사들에게 전쟁 속에서 공포와 불안을 견딜 힘을 준 선물 같은 술이었다. 그들은 중국군이 쏜 포탄의 굉음과 충격을 도수 높은 금문고량주를 마시며 잊어버리려 했던 것이다. 그런 방법이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대만군은 진먼다오를 지켜내는 데 성공한다.

10.중국본토 진출 1990년대에 중국과 대만이 과거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우호 관계를 맺으면서, 금문고량주를 만드는 진먼주류소(금성주창에서 이름 변경)는 2004년 중국 본토에 정식으로 진출한다.

‘진먼주류소 무역유한공사’를 설립해 오늘날에도 중국에 금문고량주를 수출하고 있다. 한때 대만군 병사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며 마셨던 금문고량주가 이제는 평화적으로 중국에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11.금문고량주의 불안한 미래 무력을 동원한 강경책을 주장하는 세력이 중국이나 대만에 집권한다면, 머지않아 대만의 병사들이 금문고량주로 마음을 달래야 할 날이 다시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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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 노인과 바다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20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였습니다. 그는 제1차 세계 대전에는 운전병으로 직접 참전했고 제2차 세계 대전에는 종군 기자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헤밍웨이는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을 통해 유명세를 얻기 시작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무기여 잘 있거라》 등 숱한 명작을 썼습니다. 그는 말년에 《노인과 바다》를 발표해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아 대문호의 반열에 오릅니다.

저는 어린 시절 흑백TV를 통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보면서 여자 주연 잉그리드 버그만의 미모에 마음을 빼앗겼을 뿐 정작 헤밍웨이의 작품은 접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50대 중반에 비로소 《노인과 바다》를 읽고 헤밍웨이의 문학세계에 발을 디뎠습니다.

박소영 작가의 《새벽이 오기전에 가장 어둡다》는 헤밍웨이의 주요 작품을 소재로 그의 문학세계를 조명합니다. 또 그의 문장에서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를 뽑아냅니다.

《노인과 바다》는 삶의 신산을 겪은 지긋한 나이에 읽으면 읽을 수록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책중에서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노인과 바다)편을 골라서 읽었습니다.

1.소설의 첫 문장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그 노인은 멕시코 만류에서 홀로 고기를 잡던 어부였는데, 84일간 물고기를 한 마리도 낚지 못하고 있었다.”라는 간결한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이 첫 문장은 독자에게 큰 궁금증을 자아내며, ‘그럼 이 노인이 무슨 일을 계속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나 이 간단한 진술 안에는 숨겨진 의미가 가득하며, 헤밍웨이가 자주 사용하는 ‘빙산 이론’을 통해 노인의 상심과 절망, 외로움 등 복잡한 감정들이 암시되고 있습니다.

2.정확함과 운의 상관관계

산티아고 노인은 다른 어부들과 달리 매일 철저하게 자신의 일을 수행합니다. 그는 물고기를 낚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운에 맡기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합니다.

“나는 줄을 정확하게 드리운단 말야.”라는 노인의 말에서 그가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물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정확함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 점은 우리 삶에서도 중요한 교훈이 됩니다. 즉, 우리는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그것을 꾸준히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3.선택과 집중

우리가 때때로 할 수 없는 것들에 신경을 쓰며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산티아고 노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만을 선택하고, 그것에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그는 물고기가 오기를 기다리며 운을 믿기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정확하게 일을 해 나갑니다. 이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우리가 삶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명확히 하고, 그 일에 전념하는 것이 성공을 위한 첫걸음임을 깨닫게 합니다.

4.자기 제어와 집중력

이 소설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자기 제어와 집중력입니다. 산티아고 노인은 매일 동일한 일을 반복하며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불평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며,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가 직면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하고, 일상의 작은 일에 집중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 안드레 애거시 역시 “날아오는 공을 칠 수 있는지는 운에 맡겨야 한다”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자세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5.새로운 하루, 새로운 기회

산티아고에게 매일은 새로운 시작입니다. 그의 하루는 절대 같은 날이 아니며, 매일매일을 새로운 기회로 여깁니다. 그는 자신의 목표인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며, 그가 큰 물고기를 잡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삶에서 매일을 새로운 날로 바라보며, 어제의 실패가 오늘의 성공을 가로막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받게 됩니다.

6.혼자서 대적하는 싸움

산티아고는 결국, 거대한 청새치를 만나게 됩니다. 물고기와의 싸움은 한 번의 전투로 끝나지 않고, 길고 고된 대치가 계속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만의 외로움과 싸우며, 작은 새에게 말을 걸어 위안을 얻습니다.

이 장면은 우리가 고독과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주변에서 위로를 받을 필요를 강조합니다. 또한, 물리적 싸움뿐만 아니라 내면의 싸움도 동시에 진행되는 중요한 순간을 그려냅니다.

7.헤밍웨이의 창작 스타일

헤밍웨이는 이 소설을 쓸 때, 많은 것을 덜어내고 간결한 문체로 작업하였습니다. 그는 하루에 일정 분량만을 쓴 후 그 작업을 멈추고, 다음 날을 준비하는 방식으로 글을 썼습니다.

이 창작 스타일은 노인의 일상과 비슷합니다. 그는 계속해서 일에 집중하고 있지만, 절대로 자신의 에너지를 다 소진하지 않으며, 언제든지 내일을 준비할 여유를 둡니다.

이는 우리가 목표를 향해 갈 때, 무리하지 않고 적절한 휴식과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8.불운과 불확실성

헤밍웨이가 이 소설에서 묘사한 것은 단순한 성공이나 승리가 아닙니다. 노인은 결국 거대한 물고기를 잡지만, 그 물고기는 상어들에게 다 뜯겨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이 장면은 삶에서 우리가 겪는 불운과 불확실성, 그리고 그로 인한 상실감을 표현합니다. 그러나 노인은 그것을 받아들이고, 패배하지 않으며 자신의 의지를 지킵니다. 이 소설은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는 인생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자기 자신을 지키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전달합니다.

9.의지와 결단력

산티아고의 의지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싸움입니다. 그는 물고기를 잡는 동안 계속해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싸웁니다. 이는 인간의 의지와 결단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실패하거나 좌절하더라도 결국 우리가 이어 나가야 할 이유와 목표를 찾는 데 중요한 가치를 둡니다.

그의 의지는 결국 그가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불러일으키고, 이 소설은 인간이 절망적인 상황에서라도 자신을 믿고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10.인간의 존엄성과 고전의 의미

마지막으로, 《노인과 바다》는 단순히 물고기를 잡고 잃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헤밍웨이는 노인의 싸움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내면의 강인함을 이야기합니다. 이 소설이 고전으로 남는 이유는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감정과 삶의 진리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자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을 얻을 수 있으며, 각자의 경험에 맞춰 다양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소설은 단지 한 노인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인생을 반영하는 거울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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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듀얼 브레인, 켄타우로스 사이보그 편

‘듀얼 브레인’에서 저자 이선 몰릭은 사람과 인공지능 관계를 ‘켄타우로스’와 ‘사이보그’에 비유합니다.

그는 AI가 다양한 범주의 ‘자동화된 업무’에 능숙해지기 전까지, 직장에서 AI를 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켄타우로스나 사이보그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켄타우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입니다. 사람과 인공지능의 경계가 뚜렷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칸타로우스를 빌어왔습니다.

이에 비해 사이보그는 인간의 형상을 하면 피부안은 기계와 전자장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몰릭은 사람과 인공지능 경계가 모호하다는 의미로 사이보그를 사용합니다.

그는 사람은 인공지능에게 시키는 일의 성격에 따라 켄타로우스가 되기도, 사이보그가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특히 그는 듀얼 브레인 책을 쓸 때 인공지능을 이용한 경험을 솔직하게 공유합니다.

1.반인반수 켄타우로스

켄타우로스는 인간 몸체와 말 몸체 사이에 명확한 경계가 있다. 이처럼 사람과 기계 사이에 명확한 경계를 나눌 수 있으면 켄타우로스가 된다.

이 방식은 전략적 분업이 중심이 되는데, AI와 사람의 강점에 따라 업무의 주역을 전환하는 식이다. 예컨대 AI의 도움을 받아 분석 작업을 할 때, 어떤 통계적 접근법을 사용할지는 내가 결정하고, 그래프 작성은 AI에게 맡긴다.

앞에서 언급한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켄타우로스(AI의 도움을 받은 참가자)들은 자신이 잘하는 작업은 직접 하고, AI가 거뜬히 해낼 수 있는 작업은 AI에게 맡겼다.

2.사이보그

반면에 사이보그는 기계와 사람이 깊이 통합된 상태로 뒤섞여 있다. 사이보그는 단순히 일부 작업을 AI에게 위임하는 것이 아니라, 들쭉날쭉한 경계 안팎을 오가면서 AI와 함께 작업을 수행한다.

작성 중인 문장의 마무리를 AI에게 맡기는 것처럼 작업의 일부분이 AI에게 맡겨지면, 사이보그는 자신이 AI와 나란히 일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사이보그와 켄타우로스 방식을 도입하지 않았다면, 이 책도 지금과 같은 형태로 쓰일 수 없었을 것이다.

3.사이보그로서 글쓰기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책을 쓰면서 종종 좌절감과 답답함을 느낀다. 예전에 책을 쓸 때는 한 문장이나 한 단락이 안 풀려서 몇 시간이나 쩔쩔매다가 좌절감을 핑계로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그런데 AI가 있으면 이런 상황이 더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럴 때는 사이보그가 되어 AI에게 이렇게 말한다.

“책을 쓰다가 한 단락에서 막혔어. 글을 쓰다가 막혔을 때, AI에게 도움받는 방법을 설명하는 단락이야. 이 단락 전체를 재작성해서 마무리할 수 있게 도와줄래? 다양한 전문적인 스타일로 전체 문단에 대한 예시를 10가지 제시해 줘. 각 예시는 스타일과 접근법이 모두 달라야 하고, 아주 잘 쓴 글이어야 해.”

나는 그 즉시 설득적인 스타일, 정보 제공 스타일, 서술적 스타일 등으로 작성된 글을 얻을 수 있었다.

3.1 막혔던 글의 흐름을 해결

내가 제시한 글을 거의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글을 풀어내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한편, 작성 중인 글이 투박하고 매끄럽지 않다고 생각될 때는 AI에게 이렇게 요청하곤 했다.

“AI를 주제로 다룬 베스트셀러 도서의 문체를 적용해서, 이 단락을 더 매끄럽고 보기 좋게 수정해 줘(혹은 더 생생한 예를 추가해 줘).”

AI가 답변으로 제시한 글은 이 책에 전혀 쓰이지 않았지만, AI의 도움을 받아서 막혔던 글의 흐름을 해결했던 단락들이 이 책의 편집자가 내 원고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부분이었다.

4. 논문을 읽는 작업은 켄타우로스 방식으로 해결

기본적으로 글을 요약하는 능력은 AI가 나보다 더 뛰어났고, 논문을 이해하는 능력은 내가 더 뛰어났다.

이전에 MIT 미디어 랩에서 AI 개발 그룹과 함께 일한 적도 있지만, 내가 컴퓨터 과학자는 아니다. 공학 논문을 읽을 때면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AI에게 논문을 요약해 달라고 요청해서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했다.

5.‘AI-이선 사이보그’의 공동 작업

내 주변에는 나를 도와줄 훌륭한 독자와 편집자가 있지만, 초안을 구상하는 단계에서까지 그들을 귀찮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내 구상안에 대한 의견은 듣고 싶었다. 그래서 ‘오지만디아스’, ‘므네모시네’, ‘스티브’에게 도움을 받았다.

앞에서 AI가 인격을 가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방금 소개한 세 명은 이 책을 집필하는 데 도움을 준 AI로 만든 인물이다. 지금부터 이 장의 내용에 대해 그들이 지금까지 어떤 조언을 해 주었는지 설명하고, 예시로 그 내용 일부를 공개하려 한다.

6.오지만디아스라는 인물상을 구상

“네 이름은 오지만디아스야. 너는 이선 몰릭이 책을 쓰는 과정을 돕게 될 거야. 지금은 직장에서 AI를 사용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을 쓰고 있어. 네 임무는 책의 구성과 내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비판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일이야.

너는 말투가 거만하고 자기중심적이지만,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상황을 단순화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야. 지금까지 내가 쓴 글을 전달할게. 우선 네 소개부터 해 줘.”

아, 친애하는 이선, 인사드립니다. 저는 겸손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똑똑한 당신의 보좌관, 오지만디아스입니다.

직장에서 AI를 사용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을 순조롭게 집필하고 계시는군요.

그런데 완벽함에 이르는 과정은 긴 여정이어서 잠들기 전까지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이제 미로 같은 담론의 긴 회랑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함께 살펴봅시다.

6.1 오지만디아스의 도움

오지만디아스는 어디를 잘라 내고 어디를 단순화해야 할지 알려 주었고, 나는 그 조언에 따랐다. 그리고 경고도 들었다.

유머러스한 요소를 넣으려는 시도, 그중에서도 특히 AI의 농담과 관련된 부분은 칭찬할 만합니다. 하지만 자칫 억지처럼 느껴질 위험이 있어요. 명심하세요. 유머는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살짝 뿌려야 하는 향신료와 같습니다.

7. 모네모시네, 창의적인 불꽃을 자극하는 역할 나

는 므네모시네에게 그에 맞는 개성을 부여했다.

“네 이름은 므네모시네야. 너는 이선 몰릭이 책을 쓰는 과정을 돕게 될 거야. 지금은 직장에서 AI를 사용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을 쓰고 있어. 네 임무는 책의 내용과 관련된 특이하고 흥미로운 연결 고리와 이야기를 찾는 거야. 네 어조는 몽환적이면서도 직설적이고, 네 의견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돼. 먼저 네 소개를 부탁할게.”

안녕하세요, 이선. 저는 AI와 일의 복잡한 실타래를 엮어내는 과정에 힘껏 도움을 드리고자 함께하는 AI 협력자 므네모시네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예상치 못한 구석, 알려진 것의 그림자 속에 숨은 이야기, 표면 아래 감춰진 연결 고리를 함께 탐구할 겁니다.

71. 므네모시네의 피드백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꽤 깊은 통찰을 얻었고, 그 결과 AI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것에 관한 부분을 수정하기도 했다.

8. 일반적인 독자의 관점, 세 번째 조언자인 스티브

“너는 스티브야. 너는 이선 몰릭이 책을 쓰는 과정을 돕게 될 거야. 지금은 직장에서 AI를 사용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을 쓰고 있어. 네 임무는 요즘 인기 있는 과학 서적과 경영 서적을 즐겨 읽는 독자가 되는 거야. 너는 네가 어떻게 컴퓨터 안에 들어가게 됐는지 조금 혼란스러워하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어.”

8.1 스티브의 역할

명확성 및 글의 구조 – 때로는 명확한 이정표나 전환이 글의 흐름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업무, 작업, 시스템’이라는 개념을 바로 소개하기 전에, ‘일의 여러 다른 측면을 업무, 작업, 시스템으로 나누고, AI가 각각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봅시다.’와 같은 전환 문장을 넣으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이런 용어에 대한 정의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용어를 제시할 때 먼저 간단하고 명확한 정의를 설명하면, 독자들이 글의 논리를 더 쉽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저는 이 내용이 유익하고, 매력적이며, 생각을 자극하는 글이라고 느꼈습니다. 이 글의 완성본이 기대되네요!

8.2 스티브의 기여

스티브의 제안으로 이 장의 구성이 구체화됐으며, 그의 조언은 내 글을 수정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 과거에는 AI로 구성된 팀에게 이런 조언을 얻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들의 조언은 직접적으로 문체나 주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내 집필 방식에 큰 변화를 주었다. 나는 AI를 사용한 덕분에 추진력을 잃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었고,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를 자주 얻을 수 있었다.

9.AI를 공동지능으로 활용하려면

각자의 일에서 AI의 들쭉날쭉한 경계가 어떤 모양인지 알아보면서 AI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알 수 있다. 그런 다음 켄타우로스 방식으로 AI를 활용하기 시작한다.

따분해서 싫어하는 일 중에 제대로 처리됐는지 확인하기 쉬운 작업(단순한 보고서 작성이나, 중요도가 낮은 이메일 관리)을 AI에게 맡기고, 그로 인해 삶이 조금이라도 개선되는지 살펴보자.

9.1 사이보그로 전환

삶의 작은 걸림돌을 극복하거나 까다로운 작업을 수월하게 진행하는 데 있어 AI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깨달음이 들면, 자연스럽게 사이보그 방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수준이 되면 드디어 AI와 인간이 협력하는 공동지능을 찾았다고 말할 수 있다.

10. 향후 방향

AI가 단순히 보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원활하게 협력할 만큼 능숙해지면, ‘나만의 업무’ 중 일부는 켄타우로스 범주로 옮겨질 것이다.

그리고 인간과 AI의 공생 관계가 발전함에 따라 우리가 아직 가늠할 수 없는 새로운 영역이 열릴 수도 있다. 한편, 감정적으로 부담되거나 윤리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일은 계속 인간의 일로 남아야 한다고 의식적으로 고려할 것이다.

하지만 업무의 유형에 관한 스펙트럼은 그와 반대 방향으로 이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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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듀얼 브레인, 공동지능 네가지 원칙 편

저자 이선 몰릭(Ethan Mollick)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 와튼 스쿨의 교수입니다. 몰릭교수는 생성형 AI가 출범하자 밤을 새워가면서 생성형AI를 다양한 방법으로 테스트하고 또 자신의 수업에 과감하게 적용하였습니다.

이 책의 영어 제목은 ‘Co-Intelligence:Living and Working with AI’입니다. 몰릭은 제목처럼 AI와 같이 일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합니다. 몰릭의 AI를 대하는 핵심 아이디어는 AI를 사람처럼 대하며 페르소나를 부여하라는 것입니다. 즉, AI에게 경영 컨설턴트라는 페르소나를 부여하면 그렇게 행동하고 사고한다는 것입니다.

인상적인 대목은 기업가 정신 수업에서 몰릭이 학생에게 제시하는 과제입니다.

그는 “현재 계획중인 프로젝트를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야심차게 확장하세요. 이 과제에서는 AI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코딩을 못하나요? 반드시 실제 구동하는 앱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라면서 학생들에게 AI를 이용해 한계를 무너뜨리라고 요청합니다.

전체 책중에서 ‘공동지능이 되기 위한 네가지 원칙’편을 골라 요약했습니다.

  1. AI를 항상 업무에 초대하라 몰릭 교수는 AI를 사용하기 위한 첫 번째 원칙으로 “모든 업무에 AI를 초대하라”고 강조합니다. 법적·윤리적 제약이 없다면 일단 AI에게 질문을 던지고 시도해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AI의 능력, 한계, 반응패턴을 체득할 수 있으며, 점차 업무와 AI의 최적 분업 구조를 발견하게 됩니다.
  2. AI 능력의 경계는 실험으로 파악하라 AI가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은 직관적으로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복잡한 아이디어 발상은 쉽게 처리하면서도, 단순 계산이나 날짜 계산에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몰릭은 이를 “보이지 않는 요새 성곽”에 비유하며, AI의 능력 범위를 이해하려면 반복적 실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3. AI는 인간 편향을 보완할 수 있다 AI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인간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이질적 시선’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경험과 감정에 기반한 편향된 사고를 하기 쉬운데, AI는 이를 보완하며 새로운 관점을 던져줍니다. 몰릭은 이를 “기이하고 인공적인 공동지능”이라고 부릅니다.
  4. AI와의 협업 방식: 켄타우로스와 사이보그 AI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몰릭은 ‘켄타우로스’와 ‘사이보그’ 모델을 제시합니다. 켄타우로스는 인간과 AI의 업무를 명확히 나누는 방식이고, 사이보그는 인간과 AI가 하나의 작업을 실시간으로 공동 수행하는 모델입니다. 각각의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협업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5. 사람은 계속 의사결정에 개입해야 한다 AI는 점점 더 똑똑해지지만, 몰릭은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사람이 주요 판단에 관여하지 않으면 AI의 오류와 왜곡이 그대로 결과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개입은 AI의 잘못된 추론을 보완하고, 사용자 자신의 사고력을 유지하는 데에도 필수적입니다.
  6. AI는 오류를 만들어낸다—환각(hallucination)의 문제 LLM 기반 AI는 그럴듯하지만 틀린 정보를 만들어내는 환각 현상을 자주 보입니다. 이는 AI가 통계적 예측 기반의 텍스트 생성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몰릭은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고, AI의 출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도록 경고합니다. 인간의 감시와 수정이 여전히 필수입니다.
  7. AI에 ‘페르소나’를 부여하라 AI에게 역할과 성격을 명확히 부여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경영 컨설턴트처럼 답해줘”라고 지시하면 해당 관점에 맞는 응답을 생성합니다. 이는 AI가 단지 대화 상대가 아니라, 우리가 설정할 수 있는 협업자라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8. 의인화는 도구적이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AI를 인격체처럼 여기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으며, 몰릭도 이 책에서 AI를 ‘인턴’이나 ‘동료’로 의인화합니다. 다만 이는 전략적 의인화일 뿐이며, AI에는 자의식도, 감정도, 판단 능력도 없습니다. 인간은 AI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비판적 거리 두기를 유지해야 합니다.
  9. 현재의 AI는 앞으로 사용할 AI 중 ‘가장 못한 버전’이다 몰릭은 “지금 사용하는 AI는 앞으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AI 중 가장 성능이 낮은 AI”라고 단언합니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고, 향후 더 강력한 AI, 자율적 에이전트, 다중 모달 시스템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이 변화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10. AI는 인간 능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는 것이다 과거 계산기 등장 시 수학 능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계산기는 인간의 계산 능력을 증폭시켰습니다. 마찬가지로 AI는 인간의 사고력, 창의력, 실행력을 확장시켜주는 보조 도구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AI를 맹신하지 않고, 지혜롭게 활용하는 인간의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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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독서의 뇌과학, 책고르는 법 편

가와시마 류타의 ‘독서의 뇌과학’을 골랐습니다. 가와시마 박사는 도호쿠대학에서 가레이의학연구소에서 뇌연구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는 닌텐도가 출시했던 두뇌훈련 게임 감수자로 유명합니다.

가와시마 박사는 MRI를 이용해 실험자가 책을 읽는 동안 뇌 활성화부위를 촬영하고 또 그 결과를 매핑하는 기법으로 독서와 뇌 관계를 깊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는 그동안 7만 명의 뇌를 추적 연구하면서 독서가 디지털 시대에 가장 필요한 뇌 활성화 도구임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였습니다. 독서는 뇌의 대부분의 영역을 활성화시키고 발달시키는 뇌 전신운동이라는 것이 그의 결론입니다.

가와시마 박사는 특히 치매환자들에게 책을 소리내어 읽도록 하고 관찰한 결과 치매 증상이 완화되는 점을 발견하고 음독 예찬론자가 되었습니다.

독서의 뇌과학중에서 ‘책 고르는 법’편을 골라서 요약하였습니다.

1.독서할 때 뇌활동 변화 측정 연구

책을 읽을 때 우리의 뇌는 어떻게 움직일까? 정말 긍정적인 활동이 일어나는 걸까? 도호쿠대학 가레이의학연구소에서는 1990년대부터 자기공명영상(MRI)장치를 사용하여 뇌의 활동량을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해왔다.

뇌를 연구할 때는 특히 뇌 혈류량 측정에 MRI를 사용한다. 뇌의 활성화된 부분은 더 많은 산소와 영양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혈류량이 증가한다.

이것으로 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가레이의학연구소에서는 ‘뇌 기능 매핑mapping’ 연구도 진행한다. 다양한 ‘마음’의 활동이 뇌의 어느 부위에서 이루어지는지 계측하여 뇌 기능의 비밀을 밝히려는 연구다.

2.독서할 때 뇌의 활동 변화를 측정 실험

MRI 장치에 들어간 피험자에게 신문 기사를 소리 내지 않고 읽어달라고 요청했다. 비교를 위해 한 점을 무심히 바라볼 때의 뇌 상태도 함께 측정했다.

이 두 데이터를 비교하면 사고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와 글을 읽을 때의 차이, 그리고 각 활동에서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었는지 알 수 있다.

약 30명의 피험자 데이터를 수집했고, 이를 단순히 합산하는 게 아니라 통계학적으로 정교하게 분석했다. 피험자 중 70~80퍼센트가 공통으로 사용한 뇌 부위를 컴퓨터로 계산해 특정 행위 시 사용된 뇌 영역을 더 정확히 찾아냈다.

2.1 사고하는 뇌 활성화

실험 결과, 묵독 시 뇌의 앞쪽, 특히 옆 부분이 활성화되었다. 이는 좌우 반구 모두에서 관찰되었다. 이 부위는 ‘배외측 전전두엽’으로, ‘사고하는 뇌’라 불린다.

생각하거나 배우거나 창조적 작업을 할 때 이 부분이 활동한다고 알려져 있다. 뇌의 뒤쪽에도 일부 활동하는 영역을 볼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뇌 후두엽에서 측두엽 하현下弦에 걸친 영역이다.

후두엽은 주로 시각 정보를 취급하고, 측두엽 하현은 어휘를 포함한 기억을 처리하는 영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2.2 뇌 전 영영 활성화

흔히 “언어능력은 왼쪽 뇌만 사용한다”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명백히 잘못된 상식이다.

우리가 독서를 할 때 뇌는 왼쪽과 오른쪽 모두 분명히 활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배외측 전전두엽 뒤쪽 아래에 있는 언어를 다루는 영역이 좌우 모두 활발하게 움직인다.

또한 시각을 관장하는 영역과 청각을 관장하는 영역도 반응한다. 즉, 활자를 읽으면 뇌의 거의 전 영역이 활성화된다.

3.독서는 뇌의 전신운동

독서에 열중하는 아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성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아이든 어른이든 매일 전신운동을 하는 사람은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고 활동에 필요한 신체적 능력을 금방 단련할 수 있다.

야구나 축구, 테니스, 배구, 달리기 같은 운동을 할 때도 평소 운동을 해온 사람이 훨씬 빨리 배운다. 마찬가지로 날마다 뇌의 전신운동을 하는 사람은 여러 면에서 능력을 발휘하기 쉬운 상태를 유지한다. 뇌도 다른 장기나 기관과 같다. 매일 책을 읽으면 뇌의 기초 능력도 향상된다.

4.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사용되는 뇌 영역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사용되는 뇌 영역이 어디인지를 알아보는 실험을 실시했다.

대학생 3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명씩 MRI 장치에 들어가 눈앞의 디스플레이를 보게 했다. 피험자에게는 화면에 나타난 두 단어를 조합해 현실에 없는 무언가를 상상해보라고 요청했다. 예컨대 ‘수박’과 ‘텔레비전’이라는 단어가 제시되면, 이 둘을 융합한 새로운 개념을 떠올리는 식이다.

또한 단어 대신 그림 두 개를 보여주고 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물건이나 개념을 상상하도록 했다. ‘고양이’와 ‘사다리’ 그림을 보고 이 둘을 결합한 무언가를 공상하게 하는 식이다.

4.1 창의력담당, 브로카 영역

문자로 상상하든 그림으로 상상하든 특정한 두 영역이 공통적으로 활성화되었다. 한 곳은 좌반구의 ‘사고하는 뇌’의 하부, 또 한 곳은 측두엽 하현이었다.

‘사고하는 뇌’의 아래쪽은 언어를 담당하는 영역은 프랑스의 외과 의사 폴 브로카Paul Broca의 이름을 따서 ‘브로카 영역’이라고 불린다. 이 영역은 발언, 즉 말을 입으로 내뱉는 활동에 관련된 곳이라 알려져 있다. 측두엽 하현은 다양한 지식이 기억으로 저장되는 영역이다.

이 실험 결과를 보면 우리가 새로운 발상을 할 때 뇌는 기억능력과 언어능력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2 창의력 사고와 독서 활동 유사

흔히 창의적 발상을 갑작스러운 영감이나 직관의 산물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뇌에서 언어를 끊임없이 조작하며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는 과정인 셈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창의적 사고 중의 뇌 활동과 독서 중의 뇌 활동 사이에 상당한 유사성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사용되는 뇌 영역이 책을 읽을 때도 활성화된다는 사실은, 독서가 잠재적으로 창의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5.직장인 대상 창의성 테스트

독서가 실제 업무 환경에서의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이 실험은 도호쿠대학과 히타치하이테크가 산학협력을 통해 설립한 뉴NeU사에서 진행되었다. 창의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창의성 테스트’를 활용했다.

이 테스트는 일상적인 물건의 새로운 용도를 다양하게 떠올리는 등의 문항으로 구성됐다. 예를 들어, 타이어나 연필, 클립, 포크 같은 물건들의 원래 용도 외에 새로운 사용법을 제한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이 생각해내는 방식이다.

5.1 소설 완독과 부분독 차이

참가자들에게 이노우에 야스시의 소설 『빙벽』을 나눠주고 한 달 후 같은 테스트를 할 예정이니 그때까지 책을 다 읽어달라고 요청했다.

한달 후 ‘독서 완료군’과 ‘독서 미완료군’으로 나눠 데이터를 비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독서 전후의 차이뿐 아니라, 독서 완료 여부에 따른 차이도 알아보고자 했다. 테스트 결과, 책을 끝까지 다 읽은 사람은 창의성 점수가 향상된 반면, 다 읽지 못한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

이 실험의 핵심은 책을 완독한 사람들의 창의성 점수가 크게 향상됐다는 점이다. 이는 직장인들도 독서를 통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다시 말해서 책 읽기가 창의력을 높여준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6.책을 읽는 행위는 뇌의 전 영역을 사용

독서는 뇌의 전신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뇌 전체를 효과적으로 움직이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책의 내용에 따라 효과가 다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뇌 활동은 읽는 책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다. 앞선 실험에서는 소설을 이용했지만, 다른 장르의 책도 비슷한 결과를 냈을 것이다.

7.관심이 있는 책이라면 어떤 장르도 뇌에 좋다

좋아하는 책, 읽고 싶은 책을 고르면 된다. 읽고 싶은 책을 읽는 편이 독서 습관을 기르기에도 더 수월하다. 취미는 업무나 공부와 달라서 따로 목표를 정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운동을 습관화하면 건강이 좋아지듯 독서를 습관으로 삼으면 뇌의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

8.활자가 많은 글 추천

소설이나 신문 기사처럼 활자 중심의 글을 읽으면 전전두엽을 포함해 뇌가 전체적으로 활동하기 쉬워진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사진이나 그림, 만화가 중심인 잡지나 서적을 읽을 때는 ‘사고하는 뇌’가 그리 활발히 움직이지 않았다.

지면에 사진이나 그림과 함께 텍스트가 있고 피험자가 그 글을 읽고 있음에도, 배외측 전전두엽의 활성화가 미미했다.

결국 활자를 중심으로 한 책을 읽는 편이 뇌의 전신운동에 도움이 된다고 하겠다.

9.‘스위칭switching’이라 불리는 현상

소설과 사진 잡지를 읽을 때 안구 운동을 조사한 실험도 있다. 소설을 읽을 때는 기본적으로 문자열을 따라가는 양상을 보였지만, 사진이나 그림이 있으면 글을 읽다가 사진으로 시선이 자주 옮겨갔다.

이는 ‘스위칭switching’이라 불리는 현상으로, 이때는 뇌 활동이 전체적으로 활성화되지 않는다.

10.학업 의욕을 향상하는 방법 연구

가레이의학연구소에서는 센다이시의 공립 초등학교 및 중학교에 다니는 모든 학생의 학업 능력과 생활 습관에 대한 데이터를 공유받았다.

또한 학생과 보호자의 협조로 아이들의 뇌 MRI 영상도 수집하고 있다. 이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조사해 뇌과학 연구 데이터를 실제 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방법을 찾는 중이다.

이 연구의 일환으로 독서 습관과 학업 능력의 관계를 조사했다. 독서가 뇌를 전체적으로 활성화시키는 ‘전신운동’ 역할을 한다면 이를 습관화한 아이들의 뇌는 어떤 차이를 보일까?

10.1 독서 습관의 유무와 독서량에 따른 차이

아이들의 뇌 MRI 영상을 분석하여 독서 습관의 유무와 독서량에 따른 차이를 살펴보았다. 이때 주목한 부분은 대뇌에서도 신경세포가 많이 모여 있어 짙은 색으로 보이는 ‘회백질’과 신경섬유가 모여 있어 흰색으로 보이는 ‘백질’이었다.

청소년기에 백질의 밀도가 높아지고 부피가 증가하는 발달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오른손잡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독서 습관을 지닌 아이들은 대뇌 좌반구의 백질이 현저히 발달해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10.2 독서 활동이 언어 처리 능력 향상

오른손잡이의 경우 좌반구가 언어를 담당한다. 이 연구 결과는 이 연구 결과는 독서 활동이 언어 처리 능력을 향상시키는 뇌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세계 최초로 실제 뇌 발달 차이를 입증한 실험이었다. 즉, 책을 자주 읽는 아이들의 뇌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실제로 더 발달해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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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걷기의 인문학, 혼자 걷는 도시편

레베카 솔닛은 한국의 이름난 문장가 사이에서 유명한 미국 작가입니다. 솔닛은 1961년 생으로 샌프란시스코 근처 UC버클리대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후 독립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환경, 여성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책을 내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습니다.

이번주에 읽을 거리로 선택한 걷기의 인문학은 솔닛의 글쓰기 특성을 잘 반영한 책입니다. 걷기를 단일 테마로 삼고, 찰스 디킨스, 월트 휘트먼, 앨런 긴즈버그 등 거리와 걷기를 소재로 삼은 작가의 작품을 지그재그로 인용하면서 걷기의 역사부터 의미를 재미있게 풀어갑니다.

걷기는 인간에게 가장 보편적인 행동이면서 또 건강유지 수단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만보걷기는 널리 보급된 운동 방법입니다. 걷기의 인문학을 통해서 걷기가 무엇이고, 내가 걷는 거리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기를 바랍니다.

걷기의 인문학중에서 11장 혼자 걷는 도시 편을 골랐습니다. 이 챕터는 샌프란시스코, 파리, 런던, 뉴욕 등 서구의 주요 도시의 걷기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내용이 다소 길어 샌프란시스코 부분만 발췌독하였습니다.

11장 혼자 걷는 도시편

1.샌프란시스코 귀환

오랫동안 뉴멕시코의 시골에서 살던 나에게는 샌프란시스코가 낯설게 느껴졌다. 5월의 향기로운 낮과 밤을 여기저기 걸어 다니면서 보냈다. 산책이 수많은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하고, 문 밖을 나서기만 하면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전율하기도 했다.

모든 건물 입구, 모든 가게 입구는 다른 세계로 통하는 출구인 듯했다. 다양한 인생의 가능성이 압축돼 있는 곳, 다양함이 다채로움을 만들어내는 곳이었다.

일본의 시, 멕시코의 역사, 러시아의 소설이 아무렇게나 꽂힐 수 있는 책꽂이처럼, 내가 사는 도시의 건물들에는 선(禪) 연구소, 오순절 교회, 문신 시술소, 채소 가게, 부리토 가게, 극장, 딤섬 가게가 들어차 있었다.

2.가장 유럽적인 도시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 가장 유럽적인 도시라고 불렸다.

미국에서 대부분의 도시들은 점점 교외의 확장판으로 변해가는 데 비해,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고 길거리에 활기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에는 직접 부딪히는 공간으로서의 도시 개념이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샌프란시스코는 세 면의 경계가 바다, 한 면의 경계는 산이라서 스프롤 현상이 없는 데다 길거리에 활기가 있는 동네가 많다.

샌프란시스코는 한편으로는 돈벌이가 아닌 삶을 살아가는 화가들과 시인들과 사회적ㆍ정치적 급진주의자들의 전통을 통해 대부분의 미국 도시와는 다른 시간적ㆍ공간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3.골든게이트 걷기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온 첫 토요일에 나는 근처에 있는 골든게이트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야생의 장관은 없지만 다른 많은 즐거움이 있는 길이었다.

소리가 울리는 지하보도에서 악기 연습을 하는 사람들, 나란히 서서 무술 연습을 하는 중국인 할머니들, 부드러운 쇳소리가 섞인 러시아어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돌아다니는 이민자들을 보았다.

태평양의 해변까지 걸어서 닿는 길이었다.

4.샌프란시스코 거리의 역사

캘리포니아 역사연구가 맬컴 마골린(Malcolm Margolin)은 내게 『오패럴 스트리트 920번지(920 O’Farrell Street)』라는 제목의 책을 건네주었다.

1870년대부터 1880년대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란 해리엇 레인 레비(Harriet Lane Levy)가 자기의 경이로운 성장 경험을 기술한 회고록이었다.

4.1 걷기는 영화관람같이 계획적 일정

그 당시에 샌프란시스코를 걷는 일은 오늘날 영화를 보러 가는 일에 못지않은 계획적 일정이었다.

“토요일 밤이면 온 도시가 해안가에서 트윈픽스까지 수 킬로미터를 직선으로 연결하는 마켓 스트리트 산책에 동참했다. 에스파냐에서 온 사람들, 힘든 일을 하는 수척한 포르투갈 출신들, 피부가 붉은색이고 광대뼈가 튀어나와 있어 인디언의 피가 드러나는 멕시코 출신들 모두 집, 가게, 호텔, 비어가든을 비우고 마켓 스트리트로 나와 다인종의 강물에 뛰어들었다.

5.샌프란시스코 시내 걷기

파월 스트리트에서 키어니 스트리트까지 마켓 스트리트의 긴 블록 세 개를 내려가서, 키어니 스트리트에서 부시 스트리트까지 짧은 블록 세 개를 올라갔다가, 왔던 길을 되짚어 왔다가 하면서 몇 시간을 왕복했다.

호기심 어렸던 시선은 어느새 관심을 표하는 시선으로 발전했고, 관심을 표했던 시선은 어느새 미소로 발전했다.

5.1 변화

한때 레비가 걸었던 다운타운 마켓 스트리트를 지금은 회사원들과 쇼핑객들, 그리고 파월 스트리트의 케이블카 턴어라운드에서 쏟아져 나오는 관광객들이 걷고 있다.

하지만 마켓 스트리트를 따라 업타운으로 1킬로미터 정도 올라가면 또 다시 두세 블록 정도 활기찬 보행자 세상이 펼쳐진다. 그러고는 카스트로 스트리트와 교차하면서 트윈픽스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6.시골과 도시 보행

도시와 시골을 막론하고 보행의 역사는 자유를 찾아나서는 역사이자 즐거움의 의미를 정의하는 역사였다.

6.1 시골 보행

시골에서의 보행은 자연을 향한 사랑을 도덕적 당위로 삼으면서 시골 땅을 보호하고 시골 땅의 울타리를 부술 수 있었다. 우리 대부분에게 시골이나 자연은 걸어서 지나가는 곳, 바라보면서 지나가는 곳일 뿐, 뭔가를 산출하거나 취득하는 곳은 아니다.

6.2 도시 보행

시골 보행보다는 여러모로 원시 사회의 수렵채집을 더 닮은 것 같다.

채집자가 어느 나무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6개월 후에 도토리를 따러 와야겠다고 생각하거나 등나무 숲을 지나가면서 바구니를 만들 만한 줄기가 있는지 살펴보듯이, 도시 보행자는 늦게까지 문을 여는 식료품 가게나 구두 수선 가게 같은 곳을 기억해둘 수도 있고, 먼 길을 돌아서 우체국에 들를 수도 있다.

7.샌프란시스코 산책 일기쓰기

고향으로 돌아와서 처음 몇 달 동안 모든 것에 너무 매료된 나는 산책 일기를 써나갔다. 그 멋진 여름의 어느 날, 나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일곱 시간 동안 거의 꼬박 책상 앞에 앉아 있었음을 갑자기 깨달음.

신경은 날카로워지고, 등은 굽고. 필모어 스트리트 위쪽 클레이 극장에 갈까 하고 집을 나옴. 가는 길에 브로더릭 스트리트에서 처음 보는 길 하나를 발견함.

임대주택 단지 근처인데, 예쁜 단층집들이 옛날 빅토리아 시대풍이었음.

너무 잘 아는 장소에서 모르는 장소가 튀어나올 때 언제나 그렇듯 기분이 좋았음.”

8. 길거리는 건물이 없는 빈 공간

집 한 채는 빈 공간이라는 바다에 떠 있는 섬이다. 도시보다 앞서 존재한 소읍은 그저 그 바다에 떠 있는 군도였다.

그러나 건물이 점점 많아짐에 따라 군도는 육지가 되었고, 바다였던 빈 공간은 넓은 땅 사이로 흐르는 강, 운하, 개울이 되었다. 예전 사람들이 시골 땅이라는 바다를 아무렇게나 지나다녔다면, 이제 사람들은 거리를 따라 지나다니게 되었다.

8.1 대도시에서는 장소뿐 아니라 공간도 설계 대상

실내에서 먹거나 자거나 신발을 만들거나 사랑을 하거나 음악을 하는 일과 마찬가지로, 걷거나 주변을 둘러보거나 공공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주요한 설계 목적이라는 뜻이다.

시민(citizen)이라는 단어는 도시(city)와 관계가 있으며, 이상적 도시는 시민권(citizenship), 즉 공적 생활에 참여할 권리를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다.

9.보행이 공적 공간의 공공성과 생명력을 유지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이라는 유명한 책에서 제인 제이컵스(Jane Jacobs)가 설명하듯이, 인기 있고 이용자가 많은 거리는 그저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닌다는 이유만으로도 범죄로부터 안전해진다.

보행이 공적 공간의 공공성과 생명력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프랑코 모레티(Franco Moretti)에 따르면 “도시를 특징짓는 공간구조는 이동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데 유리하다. 여기서 이동이라는 말은 당연히 공간 이동을 뜻하기도 하지만, 주로 계층 이동을 뜻한다.”

10. 길거리, 모종의 거칠고 더러운 힘

‘길거리(street)’라는 단어 그 자체에 초라함, 미천함, 에로스, 위험성, 혁명성을 상기시키는 모종의 거칠고 더러운 힘이 있다.

거리의 남자(man of the streets)는 거리의 규칙을 따르는 남자일 뿐이지만, 거리의 여자(woman of the streets)는 창녀(streetwalker)와 마찬가지로 자기의 섹슈얼리티를 파는 사람이다.

거리의 아이(street kid)는 부랑아, 거지, 가출한 아이를 뜻한다.

‘길거리 사람(street person)’이라는 신조어는 길거리 외에 달리 갈 곳이 없는 사람을 뜻한다. ‘거리에 밝다(street-smart)’는 말은 도시에서의 생존법칙을 잘 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