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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신 글로벌 전략]①디지털 공간 인식체계의 재검토

현재를 살아가는 장년은 그 어느 과거 세대보다도 인생의 황혼과 가을을 느낄 여유를 박탈 당한 세대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에서 기하급수적 폭발과 확장을 보여준 20세기를 걸어온 우리 세대는 삶을 지키기 위한 것이든 삶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든 길고 긴 길을 걷다가 막다른 골목에서 삶을 정리하는 때를 만났던 수많은 세대와는 다르게 21세기의 막다른 골목에서 멈추지 않고 길을 걷고 있다. 아니 길이 아니라 그리고 가로막던 길을 뚫고 들어가 어떤 공간을 만났고 이 공간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인류가 추구하던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감히 말하지만 그 공간은 또한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와 생명과 재산도 지배한다. 그리고 그 의미도 변경시킨다. 어쩌면 인류 마지막 공간에 우리는 이제야 들어서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것을 이름하여 디지털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인류는 디지털 공간을 삶의 거주지로 여기기 전에도 긴 역사의 시간을 더듬어 새로운 공간을 끊임없이 추구했다. 우주천체를 탐색했고, 지구를 구성하는 모든 자연의 구성요소의 미립세계도 파악했으며, 이를 추구하는 주체의 의식 속의 의식인 무의식을 탐구했다. 인류는 이런 탐구의 도정에서 명멸한 위대한 과학자의 길을 따라 공간의 확장에 도전하며 인류의 의식 확장에도 노력했다.

왜 인류는 아름다운 지구를 두고서도 새로운 공간을 추구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일까? 디지털 공간은 이제 인류의 상상력의 마지막 여정이 될 것인가?

디지털 세계를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은 공간 자체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고 있다는 코페르니쿠스적인 인식의 변화를 말하는 것이고, 이는 칸트가 2000여년간의 서양철학의 인식론적 전회를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라고 말한 맥락의 증강된 인식체계의 변화를 우리에게 요구하는 일이다. 말하자면 인식주체와 인식대상과의 관계성의 설정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고 이의 철학적 전개는 앞으로의 지식인들의 커다란 숙제이다.

디지털 공간은 애초에는 미미했다. 인류의 탄생과 진화의 초기에는 생명이 우연 발생했고 단세포에서 다세포 생물로 진화했듯이 디지털 공간도 시간을 먹어치우면서 형체를 갖추며 성장했다. 1969년 시작된 점과 점의 무작위 연결 네트워크가 1990년대 초 정보고속도로로 전환되기 시작하면서 면과 면의 연결을 시작하더니 다시 30년이 흘러 2020년대 초에는 이제 공간으로의 진화를 이루고 나아가 공간과 공간의 연결 또는 흡수합병을 전망하는 시대가 되었다. 초기 디지털 공간의 신인류를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소위 MZ 세대가 신인류의 시작일까?

인터넷 공간(세계), 디지털 공간(세계), 가상 세계(공간)라고 하더니 급기야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디지털 공간의 명칭이 탄생했다. 그럼 신인류는 메타즌(Metazen) 또는 메태즌(Metaizen)으로 부를 수 있을까?

디지털 연결이 디지털 공간을 이루는 역사의 길에 나의 인생의 길도 오롯이 겹친다. 그러니 우리의 삶은 역사적이다. 그렇지 않은가? 50여년이 흐른 지금 나의 회고는 심각한 반성에 빠져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디지털 공간의 기초를 너무 부실하게 만들었다는 회한과 그런 잘못에 얼마간의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는 의식이 온 몸을 흔들기도 한다.

우리는 디지털 공간에 무슨 오류를 가하였다는 것인가? 가장 중요한 오류는, 그리고 다른 수많은 오류를 야기한 근본 오류는 디지털 공간에 자유(自由)를 제대로 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디지털 공간에 신뢰(信賴)를 구축하지 못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근본 오류는 디지털 공간과 물리적 공간을 대등한 독립 공간이라는 인식보다는 전자를 후자의 종속적 지위 또는 수단적 지위로만 인식하였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런 오류는 비록 대한민국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위 인터넷 아키텍처 그리고 디지털 공간 아키텍처에 구성요소로 자리잡은 많은 글로벌 기술규범에 우리는 너무 무지했고 이를 디지털 공간에 반영하는 노력을 너무 게을리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오해와 실수가 이어졌고 세계적으로 앞선 디지털 인프라를 가졌다는 글로벌 평가에도 불구하고 은밀하고 조용히 그 디지털 산업 경쟁력이 침식되고 있는 것이다.

“전자주민증 도입 논란”, “인터넷실명제 도입 논란”, “공인인증서 폐지 논란”, “마이데이터 사업”은 대한민국 땅에 배회하는 디지털 유령이며, 우리의 새로운 공간 인식이 너무도 부족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우리의 반성과 대안 모색은 여기에서 출발하여야 하며, 그 귀결은 디지털 신뢰공간의 구축을 통한 대한민국의 “디지털 신 글로벌 전략”이 될 것이다.

/황철증 디지털신뢰공간연구소 소장 newdhjj@gmail.com

서울대 법대(학사) 및 행정대학원(석사), 미국 콜럼비아 법대 (석사), 고려대 정경대학원(박사)을 졸업했습니다.

행정고시 29회로 1986년 중앙공무원교육원과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에서 단기 훈련을 거친 후 정보통신부에서 공직을 시작하였습니다.

1 BH, 국무총리실, 국정원(사이버안전센터), NIA 등에서도 근무를 한 바 있으나 주로 정보통신부에서 잔뼈가 굵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끝으로 26년간의 공직을 마친 후 사회의 한 구석에서 꼼지락 거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온갖 분야의 독서와 사색으로 삶을 붙들고 있으면서, 일찌기 담당한 인터넷 정책에 관한 주제에도 여전히 많은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소위 디지털(인터넷) 아키텍처와 디지털(인터넷) 철학자로 스스로를 부르며 현대의 기술문명 역사의 흐름을 조망하는 것을 즐깁니다.

한편으로 이병주 소설가, 박이문 철학자, 최제우 동학창시자, 리처드 도킨스 진화생물학자, 움베르토 에코 기호학자 등 훌륭한 학자와 문인에게 지적 의식을 의탁하고 사는 자입니다.

이 글의 게재로 IT기자클럽의 디지털문명 칼럼니스트로 소박한 의무를 시작하는 셈입니다.

연락처는 newdhj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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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 김시덕의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한국인들은 한반도가 태생부터 ‘대륙과 해양 세력이 충돌하는 전략적 요충지’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자 김시덕은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메디치미디어)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한반도가 ‘역사적 요충지’로 부각되고, 지리적으로 전략적 가치가 상승한 것은 바로 임진왜란 때부터라고 말입니다.

임진왜란을 계기로 해양세력의 대륙 진출 교두보로서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가 환기되면서, 비로소 한반도는 대륙 세력과 교섭할 수 있는 카드를 갖게 됐습니다.

저자는 임진왜란 이전 까지 한반도 국가들은 압도적인 군사력(hard power)과 우월한 문화적 자원(soft power)을 지닌 한인 세력에 대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합니다.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10줄 요약

1. 역사적으로 16세기 중반까지,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바다보다 육지에 관심을 갖는 것이 현명한 생존 전략이었다.

바다에서 유일하게 군사적ㆍ정치적으로 경계해야 할 일본은 항해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국가의 존립을 위협할 만한 대규모 공격을 할 수 없었던 반면, 유라시아 동부 평원에는 기마 기술이 발달한 여러 세력이 있었다.고려와 조선은 대륙과 접한 북쪽에 군사력을 집중하고 해안에는 소규모의 간헐적 침략을 대비할 정도만 방어했다.

2.임진왜란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의미를 바꿔놓았다.

16세기의 한반도는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충돌한 장이었다. 대륙의 한인 세력으로서는 해양 세력 일본의 대륙 진출을 저지해야 하는 완충지였고, 일본이 대륙으로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거점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이른바 중원이라 불리는 중국 대륙에서 한인 국가와 북아시아 지역의 유목민ㆍ반(半)유목민이 충돌할 때마다 한반도에도 피해가 있었지만 정복지로서 고려되지는 않았다.

3. 임진왜란은 한반도가 유라시아 동부 지역에서 대륙과 해양 세력 간의 ‘지정학적 요충지’로 대두한 사건이었다. ​

임진왜란 당시 해양 세력인 일본은 대륙으로 나아가기 위해 한반도의 완전한 정복을 꾀했으며, 대륙의 한인 세력은 해양의 일본 세력을 막기 위한 완충지대로서 한반도를 이용했다. 임진왜란 이전의 한반도 국가들은 압도적인 군사력(hard power)과 우월한 문화적 자원(soft power)을 지닌 한인 세력에 대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

4. 임진왜란을 통해 20여만의 대군을 바다 건너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도요토미 히데요시 정권과, 내향적 외교로 조선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한 도쿠가와 이에야스 정권이 일본에 등장하면서, 한반도 국가는 비로소 대륙 세력과 교섭할 수 있는 카드를 갖게 되었다.

5. 각 시대와 지역은 서로 다른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어떤 특정 시기의 역사가 후대에 반복된다는 발상은 학문이 아닌 종교에 속한 것이다.

6.문순득은 유구왕국에 표류됐다. 유구 왕국은 중국 명청조와 조공 무역을 하면서 얻는 이익을 얻는 국가였다. 문순득 일행이 표착하자 유규에서는 체계적 시스템으로 이들을 대우했는데 외국인을 후대해 자기 나라가 국제무역을 위한 공정함과 신뢰를 잘 지키는 나라임을 외국에 보이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7.1802년 11월부터 1803년 8월까지 문순득 일행은 루손에 머물며 에스파냐 식민지였던 필리핀 루손 지역의 유럽 문물도 관찰할 수 있었다. 한반도 주민이 처음으로 필리핀에 방문한 것이었다.

8. 여러 나라 사람이 섞여 살면서 외국인도 자유롭게 상거래를 할 수 있는 루손의 경제적 풍토는, 상업이 천시 받고 외국인과의 교류가 거의 없던 조선 출신의 문순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9.유구왕국, 루손지역을 거쳐서 3년 만에  고향인 우이도에 도착한 문순득. 그는 제주에 표류한 루손 사람들이 여전히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부끄러워했다. 넓은 세계를 봐버린 문순득에게 조선이라는 나라는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10.이강회는 문순득에게 동해안을 누빈 체험을 들었다. 일반적인 조선 사람들에게는 땅끝의 유배지로 느껴졌을 터인 우이도가, 정약용으로 대표되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창문으로 기능한 것이다.

한반도 → 유구 → 필리핀 → 마카오 → 청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동해안의 남쪽 지역을 표류한 문순득과, 알래스카 → 캄차카 → 시베리아 → 이르쿠츠크 → 오호츠크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동해안의 북쪽 지역을 표류한 고다유. 문순득의 모험을 기록하고 후세에 전한 것은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실학자’ 정약전과, 그의 동생 정약용의 제자 이강회였다. 고다유의 모험을 기록한 것은 일본의 근대를 예비한 난학 연구자 가쓰라가와 호슈였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동아시아해양과대륙이맞서다 #북스 #김시덕 #임진왜란 #전략적요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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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백재현의 ‘1일 1페이지 그날 세계사 365’

백재현(리더스경제 대표)의 ‘1일 1페이지 그날 세계사 365’를 소개합니다.

매일 전 세계에서 뉴스가 쏟아져 나옵니다. 그 양이 아무리 많아도 종류는 딱 두 가지입니다. 현재 벌어지는 일과 과거(역사)입니다. 혹자는 여기에 미래도 붙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에 관한 뉴스도 실은 역사 경험으로 바탕으로 현재 이해관계를 담아 예측하는 것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짬뽕인 셈입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E.H.카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현재의 우리는 역사와 늘 호흡하며 삽니다.

백재현의 책은 생활속에서 매일 역사와 만나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달력이나 스마트폰에서 오늘 날짜를 확인하고 책을 해당 날짜를 펼치면 그 날 역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역사속의 오늘은 인류 역사로 들어가는 작은 출입문인 셈입니다. 마치 벽에 송곳으로 작은 구멍을 뚫어 벽 너머의 거대한 세상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10줄 서평

1.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365일 오늘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아침에 달력을 보고 나서, 식탁에 앉아 책을 펼치면 오늘과 인류의 역사가 바로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1월 16일 아침에 해당 날짜를 책에서 찾았습니다. 미국 금주법이 통과된 날입니다.

2.자신의 생일, 가족의 생일, 지인의 생일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3월 8일생 딸을 위해 해당 페이지를 찾았더니 세계 여성의 날 역사와 연결됐습니다. 1908년 뉴욕의 여성 섬유 노동자들이 참정권,노조결성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유엔이 1977년 이 날을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했고, 한국도 2018년 3월 8일을 법정 기념일로 지정했습니다.

3.한국 역사,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지구촌 역사를 골고루 담았습니다. 지구촌 시각에서 오늘의 역사를 만나도록 한 것입니다.

4.다양한 역사속 인물의 탄생과 죽음을 날짜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위대한 인물의 생일 또는 사망일이 대부분이지만, 히틀러나 괴벨스 같은 악명높은 인물의 생애도 살짝 보여줍니다.

5.역사 흐름을 크게 바뀐 변곡점이 언제인지를 보여줍니다. 바스티유 감옥 공격 등 혁명일 수도, 전화 PC 등 문명의 이기가 발명된 날일 수도 있습니다. 또 화산폭발,지진 등 끔찍한 자연재해가 발생한 날일 수 있습니다.

6.여성 주권, 소수의 인권, 억압된 계층의 해방에 헌신한, 잊혀진 영웅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흑인 인권 운동에 불을 붙였던 로자 파커스, 흑인 노예의 ‘모세’로 불리는 해리엇 터브먼의 생애를 담고 있습니다.

7.달 착륙, 베트남 통킹만 공격 등 교과서에서 많이 접했던 역사 사건일 수도, 잘 몰랐던 비극의 역사일 수도 있습니다. 12월 29일 ‘운디드니 학살 사건’은 미국의 인디언 학살의 참상을 보여줍니다.

8.역사 해석보다 과거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 그리고 사실 들 즉 ‘팩트 기록’에 충실합니다. 역사속 팩트가 현재의 독자에게 말을 걸어 인류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어떤 과제를 여전히 지니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9.책을 다 읽고 나서 부록에서 과거에서 최근에 이르는 시간 순서대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하루 하루 역사와 연결점을 찾은 다음, 전체 흐름을 연표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10.저자의 말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세계사에 대한 지식과 교양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유구한 역사 속에서 쌓인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와 대화를 나누는 귀중한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

이 책을 매일 1페이지씩 펼치고 읽다보면, 어느새 세계사 고수가 된 자신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건과 인물, 사실 너머에 남아 있는 역사적 직관과 통찰하는 눈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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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먼저 온 미래, 전문가의 권위가 추락할 때 편

장강명작가는 동아일보 기자생활을 하다가 문학상을 받으면서 소설가로 변신해 <한국이 싫어서> <댓글 부대> 등 여러 인기 작품을 썼습니다.

저는 <한국이 싫어서’>를 통해 장작가를 처음 만났고, 이어 <당선,합격, 계급> 논픽션(2018년 출간)을 몇해전에 읽었습니다. 이 책은 장작가가 문학상제도와 공무원시험제도가 지닌 문제점을 르포형식으로 파헤쳤습니다.

개인적으로 장작가가 소설이 아닌 논픽션 장르에 관심을 갖고 사회 문제를 발로 뛰면서 분석한 것을 높이 샀습니다. 미국, 일본의 출판 시장과 달리 한국에서는 논픽션이 돈이 안되기에 제대로 된 작품을 찾기가 정말 힘들기때문입니다.

장작가는 기자출신이라는 자신의 배경을 잘 활용하여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를 팩트를 통해 고발하는데

취재력과 글솜씨를 십분 발휘하였습니다.

<먼저 온 미래>도 소설이 아닌 논픽션입니다. 장작가가 알파고-이세돌 대국 이후 인공지능이 바둑계에 일으킨 변화를 직접 발로 뛰어 취재한 내용을 생생하고 담고 있습니다.

바둑계는 거대언어모델이 등장하기 전에 이미 인공지능에 의해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바둑이 프로야구처럼 대중적 분야가 아니어서 바둑계이외 사람들이 그 엄청난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장작가가 기록한 인공지능이 침투한 바둑계의 변화는 생성형 AI가 모든 인간의 삶에 침투하면서 일으키고 있는 변화를 의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바둑계의 인공지능 영향을 너무나 생생하고 현실감있게 묘사하고 분석했기에 다른 분야에서 일어날 변화를 예측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먼저 온 미래>중 ‘전문가의 권위가 추락할 때’편을 골라 10문단으로 요약했습니다.

1.경마 중계와 흡사

바둑계 안에서만 따져보더라도 바둑 팬들의 인식이 바뀌었고, 조심스럽게 다뤄지던 몇 가지 토템도 무너졌다. 예를 들어 바둑 중계를 보자. 다소 냉소적으로 말하자면, 바둑 중계는 인공지능이 도입된 이후 경마 중계와 흡사해졌다.

1.1 알파고 이전까지 바둑 중계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가장 답답했던 것은 ‘누가 얼마나 우세한지 알 수가 없다’라는 점이었다.

해설자가 ‘지금 어느 기사가 더 유리한 것 같습니다’ 같은 식으로 해설을 하기는 했다. 그러나 최고수들이 온 힘을 기울여 실력을 겨루는 난해한 대국에서는 진행자는 물론이고 해설자까지 대국자들의 수읽기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2.바둑 중계에 인공지능을 도입

바둑 중계에 인공지능을 도입하자 누가 몇 퍼센트 우세한지 정확하게, 그것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됐다. 바둑TV는 2019년부터 모든 대국 중계에 AI 형세판단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사들이 한 수를 둘 때마다 수치와 막대그래프로 기대 승률을 표시하는 방식이었다. 바둑TV는 돌바람, 미니고, 엘프고, 릴라제로 등 다양한 바둑 AI 프로그램들을 활용했다

2.1 실시간 관전기

“안국현 8단의 승리 확률이 5퍼센트까지 추락했다. 중국 국가대표팀에서 사용하는 최강의 바둑 인공지능 절예의 분석에서 탕웨이싱 9단(백)의 승리 확률이 95퍼센트까지 올라갔다.”

이 문장들이 ‘7번 말이 아직까지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3번 말이 치고 들어옵니다’라는 경마 중계방송 멘트와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를까?

3.바둑 중계가 더 나아졌다

인공지능 덕분에 바둑 중계가 더 나아졌다고, 객관적인 분석이 가능해졌고 덕분에 학습 기회도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남치형 교수는 “요즘 바둑TV를 보면 과거와 달리 볼만한 포인트들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안성문 바둑전문기자는 “방송하면서 ‘흑이 좀 나은 것 같다’라고 말했는데 제대로 계가하면 백이 우세해서 항의를 받는 식이죠. 예전 방송국에서는 아예 계가하는 아르바이트생을 따로 고용하기도 했어요. 저도 그런 아르바이트를 했죠.”

4.해설자의 역량 문제

이다혜 5단은 경마중계와 비슷해졌다는 비판에 대해, “그건 해설자의 역량에 달린 문제”라고 반박했다.

“AI 승률 그래프는 정말 필요해요. 예전에는 누가 유리한지 해설을 맡은 프로기사들이 알려줬는데 그게 정확한지 아닌지는 사실 모르는 거였죠.

스포츠 경기에는 스코어가 항상 있는데, 바둑도 스포츠로 간 마당에 누가 이기고 있는지는 당연히 알려줘야죠.”

4.1 박정상 9단은 자신의 해설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전에는 해설할 때 같이 바둑을 둔다는 느낌으로 대국자의 생각에 집중했죠. 지금은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추천수나 승률 변화를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하는 쪽으로 해설자의 역할이 바뀌었어요.”

5.관전문화의 변화

바둑 중계에 인공지능이 도입되자 관전 문화도 바뀌었다. 알파고 이전에는 바둑 팬들이 존경심을 품고 초일류 기사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수를 바라봤다.

오랜 고민 끝에 나온 심오한 수라 믿으며, 조금이라도 거기에 다가가고자 했다. 그런데 이제는 기사들이 둔 수를 AI 추천수와 비교할 수 있게 됐다. 팬들은 이제 그런 일을 집에서 자기 컴퓨터로, 실시간으로 할 수도 있다.

5.1 시청자의 정보 능력

알파고 이후에는 자신이 두는 바둑의 형세를 가장 모르는 사람이 바로 그 두 대국자다.

해설을 맡은 프로기사나 그 해설을 듣는 시청자들은 인공지능 덕분에 실시간 형세와 다음에 두어야 할 수를 훨씬 더 정확히 안다.

5.2 방구석 관전객’의 입김

조혜연 9단은 “‘방구석 관전객’들 입김이 너무 세요, ‘방구석 전문가’들이 너무 많아졌어요”라고 표현했다. “예전에는 프로기사들이 고유의 이론과 기풍을 존중받았는데, 지금은 난도질을 당합니다.

6.AI의 파워와 권위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자 신진서 9단도 그런 아쉬움을 토로했다. “예전에는 저 정도의 위치라면 제가 두는 수가 거의 정답이 돼야 했겠죠. 그런데 이제 AI가 그 수를 떡수라고 하면 중계를 보시는 분들은 ‘저 사람은 랭킹 1위인데도 저런 수를 두는구나’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죠.

6.1 “AI 승률 그래프만 봐요”

바둑 전문 방송 채널인 K바둑의 임원이기도 한 김효정 3단은 “시청자들이 AI 승률 그래프만 봐요”라며 아쉬워했다. “프로 시합이든 아마추어 시합이든 겨우 초중반인데 시청자들이 승률 그래프를 보면서 승부가 결정된 것처럼 생각해요.

7.해설자의 역할 변화

김효정 3단은 바둑 중계에 인공지능이 도입되며 해설자들이 자기 의견을 말하지 않게 된 점도 안타까워했다. “해설자들이 그냥 인공지능을 돌려보고 그걸 설명하죠. 그 설명을 누가 더 간결하게 잘하느냐의 경쟁이죠. 해설자가 자기 생각을 얘기하면 시청자들이 되게 싫어해요.”

8.정체성 혼란

정수현 9단은 칼럼에서 프로기사들이 바둑 기술의 전문가 지위를 잃으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고 썼다.

“전에는 프로기사라면 바둑계에서 선생님급으로 인정을 받았는데, 인공지능이 나온 뒤부터는 그러기 어렵잖아요. 바둑 해설자들도 고수들인데 중계를 하다가 ‘인공지능에게 한번 물어볼까요’라고 말할 때가 굉장히 많습니다.”

8.1 권위의 추락

《월간바둑》 기자와 편집장을 지내고, 현재 인터넷 바둑 서비스업체인 오로바둑 임원인 정용진 전무는 바둑 AI 프로그램으로 인해 바둑 중계와 해설의 깊이가 없어지고 해설자들도 개성을 잃었다고 비판한다.

이렇게 권위가 떨어지다 보니까 해설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자꾸 인공지능에게 의지하게 됩니다. 자기 목소리는 사라지고 ‘이 대목에서 인공지능은 이렇게 둬야 한다고 하네요’ 하는 식으로 얘기하게 되죠.”

9.”다른 분야에서도 일어날 것”

정수현 9단은 이런 현상이 다른 분야에서도 일어날 거라고 예상한다. 과거 사례들이 있으면 그 패턴을 인공지능이 분석해서 현 상황에 적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9.1경영, 사법, 회계, 정치도 AI의존 가능성

“프로들이 잘 모르면 인공지능에게 물어봐야겠죠. 예를 들어 경영 분야에서도 제일 중요한 건 의사결정 아니겠어요?

새로운 사업에 투자를 할 건지 말 건지, 이런 걸 최고경영자들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야겠죠.

사법이나 경제, 회계 이런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이 나오겠죠.

정치도 지금은 여당이랑 야당이 싸우지만 인공지능에게 물어서 ‘이렇게 하는 게 정책 효과가 높다’라고 빨리 답을 얻으면 그게 좋지 않겠어요?”

10.인공지능의 지배를 받는 걸까?

내가 운전을 할 때 늘 내비게이션이 제안하는 경로를 따라간다면, 나는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는 걸까, 내비게이션의 명령을 받는 걸까?

내비게이션이 제안하는 경로를 따르지 않고 내 마음대로 길을 선택할 수 있지만, 그때마다 시간과 연료를 그만큼 낭비하게 된다면 그때 나의 상황을 ‘내비게이션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 처벌을 받는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까?

내가 속한 조직이나 사회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매번 인공지능의 제안을 충실히 따른다면, 내가 속한 조직과 사회는 인공지능의 지배를 받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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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낯섦과 공존,변곡점의 시대,좋은 질문을 던진다

생성형 AI열풍이 조금 가라 앉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챗지피티5가 일반인공지능(AGI) 수준에 크게 못미치면서 인공지능 거품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챗지피티가 촉발한 인공지능 기술 개발 경쟁과 대중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이미 보통사람의 일상 생활에 깊숙하게 스며들었습니다. 늘 신기술에 호기심을 많은 한국인들은 챗지피티 유료 사용자수가 미국에 이어 2위에 이를 정도로 AI 활용에도 아주 적극적입니다.

AI 거품론이 고개를 들 이 시점, 우리는 AI 열풍에서 잠시 한 발 떨어져 그동안 사용경험을 바탕으로 질문을 던져야할지 모릅니다.

이노레드 김태원대표는 구글이 막 IPO하던 2006년에 토종 한국인으로서 구글에 입사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는 구글 입사 경험을 바탕으로 2009년 ‘젊은 구글러가 세상에 던지는 열정력’을 펴내 젊은 독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김대표는 20년 가까이 세계 첨단 기술 최전선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AI시대를 대하는 새로운 질문을 ‘낯섦과 공존’이라는 책에 담았습니다. 그는 책 제목처럼 AI라는 이전과 전혀 다른 흐름을 맞이한 우리가 AI와 공존하는 방법을 차분하면서 치열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낯섦과 공존>>중에서 첫번째 수업 ‘변곡점의 시대는 우리에게 좋은 질문을 던진다’편을 골라 읽고 10문단으로 요약하였습니다.

1.변화와 변곡점

어떤 변곡점들은 단순한 변화를 넘어 우리 존재의 근원을 향해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 변곡점의 시대는 우리에게 좋은 질문을 건네고 있습니다.

변화의 속도를 알기가 어렵습니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 변화의 속도를 가늠하고자 합니다. 구글에서 매일 발생하는 검색어중 무려 15%는 새롭게 창조된 검색어입니다. 세상이 매일 15%씩 새로운 관심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것입니다.

2.코로나 시대, 스마트워킹 검색량 급증

제게는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단어입니다.

코로나 시대 비즈니스 아이디어라는 단어 검색량이 폭증하였습니다. 가장 불확실한 2020년에 이 단어가 많이 검색되었습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늘어나고, 실제는 누군가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냅니다.

코로나 시대 일하는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스마트 워킹에 대한 검색량이 급증했습니다.

3.‘앞으로 어떤 직업이 사라질까요?’

변곡점들은 낯선 질문과 새로운 세계관을 갖도록 자극했습니다.

시골에서 자란 경험으로 인해 18년 동안 시골학교를 찾아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강의에서 질문이 거의 정해져있었습니다. ‘제일 좋은 직업이 뭐냐’, ‘구글 연봉이 얼마냐’,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모르겠어요’ 등.

(AI시대) 마침내 질문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앞으로 어떤 직업이 사라질까요?’ 입니다.

4.디지털 퍼스트에서 AI퍼스트까지

저는 2006년에 입사, 2024년까지 구글을 다녔습니다. 입사 당시 2006년는 ‘디지털 퍼스트 시대’였습니다. 그러다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모바일 퍼스트’ 시대가 열렸습니다. 2016년 ‘AI 퍼스트’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저는 당시 AI퍼스트가 마지막 변곡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이상 갈곳이 없어 보였습니다.

5.가장 인문학적인 시대

요즘 경험하는 AI는 알파고 시절에 느꼈던 것과 질적으로 전혀 다른 새로운 변곡점임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알파고 등장 시기에는 ‘이번 생은 괜찮겠지’ ‘내 직업은 우리 회사는 괜찮을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못했습니다.

5.1

삶의 의미, 일의 의미 검색량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금 AI는 깊이 있고 근본적이며 인문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가장 인문학적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역설적이기에 흥미롭습니다.

6.’왜 외우고 연구해야 하나’

2010년 무렵 영어 문법 교정 도구인 ‘그래머리’를 사용하면서 대학생때 이 기술을 사용해서 더 좋은 점수를 받았다면 공정할 수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최근 AI 스타트업 클루리(Cluely)와 관련된 논쟁은 그래머리를 사용하며 던진 질문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클루리는 회의나 면접에서 화면과 오디오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솔루션입니다.

6.1

창업자 로리 리는 이 솔루션을 아마존 입사 면접에서 사용했습니다. 그는 “몇초만에 AI 모델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데 왜 뭔가를 외우고 코드를 작성하고 연구를 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하였습니다. 로리 리는 클루리 사용으로 인해 아마존에서 불합격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는 “기술이 우리를 똑똑하게 만들 때마다 세상은 당황한다. 그러다 적응하고 잊어버리고 갑자기 그것이 정상화된다”고 말합니다. 너무나 과감한 선언입니다.

7.질문을 통한 세계관 확장

하지만 AI가 익숙했던 개념, 윤리, 문화를 재정의하는 속도를 고려하면 제 생각과 믿음이 변하는 속도가 세상의 변화를 못따라가지 않나 하는 조바심이 나기도 합니다.

기술은 도구가 아니라 문화다라는 세계관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변곡점의 시대는 우리에게 좋은 질문을 던집니다. 그 질문을 어떻게 마주하고 그 질문들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야 할까요?

8.미술관에서 얻은 통찰

국립 중앙박불관에서 열린 기획전을 보다가 전시장 한편에서 상영되던 짧은 영상속 한 문장에서 오랜 사유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템페라에서 유화 물감으로, 다시 튜브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재료가 변화하면서 그림도 변화합니다.”

템페라는 다양한 안료를 달걀 노른자에 섞은 물감 또는 그림 기법을 뜻하는데 유화 물감이 고안되기전까지 사용되었습니다. 유화물감은 템페라가 구현하지 못하는 색채와 질감을 표현할 수 있어 ‘아나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과 같은 충격’에 비유되었습니다.

9.페인트 튜브가 일으킨 혁신

19세기 미국 화가 존 랜드가 튜브에 유화물감을 넣는 방식을 고안했습니다. 이전에는 돼지 오붐같은 것에 물감을 보관했기에 사용 장소를 선택하는 제약이 있었습니다. 튜브물감이 등장하자 화가들은 공방을 벗어나 세상의 빛과 공기속으로 걸어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상주의는 이런 자유로 인해 탄생했습니다. 튜브 물감은 단순한 발명품을 넘어 ‘예술 혁명의 촉매제’였습니다.

10.AI시대와 페인트 튜브

과거의 방식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인상파 화가들이 미지의 세계로 과감하게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것인가?

AI시대는 우리에게 기존의 방식과 세계관을 재정의하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대를 상상하고 준비할 것은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기술앞에서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미래를 그려나갈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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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뉴욕은 교열중, Moby-Dick의 하이픈

<<뉴욕은 교열중>>은 미국을 대표하는 잡지중 하나인 뉴요커 교열 최고 책임자인 메리 노리스가 쓴 책입니다. 출간 연도는 2018년으로 챗지피티가 등장하기 전입니다. 챗지피티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은 여러 일자리를 빠른 속도로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언론 출판계에서는 교열 기자가 직격탄을 맞았고, 편집기자도 일자리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에서 교열기자의 에세이가 주는 느낌이 남다릅니다.

메리 노리스의 뉴요커에서 직책은 오케이어(OK’er)입니다. 말 그대로 원고가 인쇄되기 직전에 마지막 단계에서 책임지는 자리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병주작가의 <<행복어 사전>>속 주인공이 신문사 교열기자라는 점이 떠올랐습니다.

교열기자는 기자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외부에는 전혀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취재기자와 작가의 실수를 바로 잡고 또 미세한 터치를 통해 더 빛나게 만드는 조력자 역할을 묵묵히 맡습니다. 일반 독자가 접하는 명문장은 바로 교열기자의 재능과 노력이 그 안에 녹아 있는 것입니다.

매일 머리가 핑 돌 정도로 기술발전과 그로 인한 사회 변화 속도가 빠른 시대에 잠시 아날로그의 매력과 가치를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평생 남의 글을 보고 고치며 산 노리스가 자신의 펜으로 쏟아낸 입담과 유머가 보통이 아닙니다.

노리스의 책에서 허먼 멜빌의 <<모비딕 Moby-Dick>> 제목에 왜 하이픈(-)이 붙었는지를 조사한 대목으르 골라 읽었습니다.

1. 『모비딕Moby-Dick』에 있는 하이픈

문학에서 가장 신성한 하이픈은 『모비딕Moby-Dick』에 있는 하이픈이다. 인쇄물에서 이 책이 언급될 때마다 나는 궁금했다. 정작 그 고래에는 하이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왜 제목에 하이픈을 붙였을까?

나는 멜빌 전문가는 아니지만 내가 『모비딕』을 읽은 이후 멜빌은 계속 나를 곁따랐다. 난 영어를 전공해서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그 전까지 멜빌의 작품을 읽은 적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대학교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할 때까지, 내가 클리블랜드로 돌아와서 부모님과 같이 살며 의상업체에 다니던 해에 난 『모비딕』을 읽었다

1.1.“오, 시간, 체력, 돈과 인내!”

“오, 시간, 체력, 돈과 인내!”라는 표어가 마음에 쏙 들었다. 고래 분류법을 서술한 제32장 「고래학」의 맨 끝에 나오는 말이다.

큰코돌고래부터 향유고래, 긴수염고래, 혹등고래, 외뿔고래와 범고래를 거쳐 만세돌고래와 잿빛고래까지 살펴보는 “육중한 과업”을 수행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

2.멜빌의 흔적을 찾아서 나는 낸터컷미국 북동쪽 코드 곶 근해의 섬을 여행하는 동안 『모비딕』을 다시 읽었고, 『고래The Whale』의 작가 필립 호어 Philip Hoare가 주관하는 프로젝트에 초대받아 참여했을 때에는 대강 훑어봤다.

하루에 한 장씩, 매일 다른 사람이 낭독한 각 장을 미술품과 함께 온라인에 올리는 프로젝트였다. 한 장씩 맡은 낭독자 개개인의 음성과 열성 덕분에 이야기가 생기로웠다.

2.1

필립 호어는 멜빌과 연관된 명소, 특히 멜빌이 그 거대한 바다 생물을 연구한 곳을 빠짐없이 방문했었다. 그는 용연향 향유고래에서 얻은 향료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고, 고래의 뼈에 남아 있는 기름 냄새를 맡았으며, 프로빈스타운코드 곶 끝에 있는 휴양지 근해에서 고래 구경도 했다.

나는 그의 발길을 따라가 보기로 결심하고, 코드 곶으로 가는 길에 뉴베드퍼드에 들러 장미의 향기를 느꼈다

3.모비딕 탄생지, 애로헤드Arrowhead

나는 애로헤드로 갔다. 멜빌의 명저 제목에 박혀 있는 작살 같은 그 불멸의 하이픈에 대한 나의 궁금증을 애로헤드에서 당장 해소하리라는 기대를 품진 않았지만 그곳은 내가 탐색을 시작하기에 적당한 장소로 보였다.

3.1 애로헤드는 메인주 피츠필드 남쪽 홈스 로드 780번지에 있는 큼직한 노란 집이다. 그 앞에 향유고래 모양의 파란 표지판이 있다.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는 차량 진입로를 따라 질척한 주차장에 도착하니 그레이록 산이 눈에 들어왔다.

4.“Call Me Ishmael”

애로헤드에서 버크셔스 양식의 부속 건물─헛간, 차고─몇 채를 지나 본채로 갔는데, 정문이 마치 자동문처럼 열렸다. “전시회 보러 오셨어요?” 꼿꼿한 백발의 여인이 물었다.

책상 하나와 그 뒤편의 선반들에는 『모비딕』의 다양한 간행본과 머그잔, 고래 모양의 각종 상품, 옷걸이에 걸린 “Call Me Ishmael”『모비딕』의 첫 문장 티셔츠가 있었다.

5.멜빌의 서재

그는 나를 데리고 당대의 벨벳 드레스를 걸친 마네킹들이 있는 전시실 몇 개를 지나, 좌우 난간 사이로 “닫힘” 표지가 걸려 있는 계단 앞으로 갔다. 윌이라는 그 소년은 표지를 치우고 나를 계단 위로 안내했다. 나는 곧바로 멜빌의 서재에 들어섰다.

6.문학계의 고갱

멜빌은 뉴욕시티에서 태어났다. 그의 초기 저서 『타이피Typee』와 『오무Omoo』는 성공적이었고, 모두 원주민 소녀들과 식인종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는 문학계의 고갱 같았다. 초기 저서의 성공에 힘입은 그는 버크셔스로 이사해 집필을 계속했다.

7.『모비딕』의 흥행 실패

『모비딕』은 실패했다. 멜빌은 부양할 처자가 있었고 더구나 그의 처가에 빚을 지고 있었기에 피츠필드에 있던 그의 재산을 정리해서 맨해튼의 이스트 26번가에 위치한 집을 얻었다. 그의 처가 식구 중 한 사람이 저당권을 설정해놓은 건물이었다.

그는 계속 글을 썼지만 문학으로 다시 성공하지 못했다. 『빌리 버드』는 그의 사후에 출간됐다. 그의 유고를 그의 아내가 빵 상자에 보관해뒀다.

8.『멜빌: 그의 세계와 작품Melville: His World and Work』

나는 차 안에서 주차 공간을 확보하는 데 걸린 시간을 만회하려고 애쓰며 흰 고래의 하이픈을 다시 궁리하기 시작했다. 멜빌에 관한 방대한 전기가 몇 권 있는데, 나는 그중 출판과 관련된 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앤드루 델방코Andrew Delbanco의 책을 선택했다.

8.1

현재 『모비딕』의 원고는 남아 있지 않다. 델방코의 서술에 따르면 멜빌은 자신의 글이 사전에 유출되는 것을 무척 꺼려서 풀턴 거리에 있는 인쇄공에게 그 원고를 손수 전달했고 교정도 직접 했다. 이때가 1851년 8월이었다.

8.2

멜빌의 동생 앨런은 런던 소재 출판사에 편지를 보내, 나다니엘 호손(작가)의 헌사를 책에 추가하고, 책 제목을 ‘Whale’에서 ‘Moby-Dick’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또 “새로운 제목이 더 잘 팔리는 제목이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그는 새 제목에 하이픈을 붙였다.

9.『고래The Whale』로 먼저 출간

영국 간행본의 제목을 변경하기엔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1851년 9월, 미국 간행본이 나오기 두 달 전에 그 소설은 영국에서 『고래The Whale』로 출간됐다. 이를 출간한 영국 출판사는 주로 품위 유지, 종교적 양심, 혹은 민족주의에서 기인한 이유로 본문을 많이 고쳤고, 마지막 문장에서 이탤릭체를 쓰며, 퀴퀘그의 관에 의지한 이스마엘을 물에 띄워놓은 채 끝냈다.

허먼 멜빌은 이 줄 어디선가 손을 뗐다

10.하이픈 비밀 그동안 다양한 종류의 『모비딕』 간행본이 나왔는데, 노스웨스턴뉴베리 간행본을 참조한 라이브러리오브아메리카 간행본에 내가 찾던 정보가 들어 있었다. 그것은 1428쪽, 토마스 탠셀의 기록 중에 있었다.

“앨런 멜빌(허먼 멜빌의 동생)은 그의 편지에서 하이픈이 있는 “Moby-Dick”을 썼고, 이는 미국 간행본의 속표지와 소제목 페이지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하지만 본문에선 그 이름이 쓰인 수많은 경우 중에 딱 한 번만 하이픈이 붙는다.

노스웨스턴뉴베리의 편집자들은 19세기 중반 미국에서 간행된 책의 제목에 하이픈이 붙는 것은 관습적이었다고 주장하며 그 표제의 하이픈을 남겨둔다. 따라서 하이픈이 있는 형태는 그 저서를, 하이픈이 없는 것은 그 고래를 지칭한다.”

‘모비딕’에 하이픈을 넣은 사람은 교열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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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죽은 남편이 돌아왔다,아무도 믿지마라

딱딱한 과학기술서적, 경영서적을 읽다고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전자책 서점에서 무작위로 책을 고릅니다. 특히 리디셀렉트와 같은 정액제 서비스가 제공하는 전자책 풀에서 마음 내키는대로 책을 골라서 귀독서를 합니다.

이번 여름에 무작위로 고른 책은 제인도 작가의 ‘죽은 남편이 돌아왔다’입니다. 이 책은 2권짜리 미스테리물입니다. 제인도 작가의 프로필을 훑어 보니, 잡지사와 광고기획사에서 일하다가 생일 선물로 맥북을 선물받은 것을 계기로 작가의 길에 나섰다고 합니다.

책을 듣기 시작하자 마자 스토리의 빠른 전개에 빠져들었습니다. 이어 스토리 설정이 흥미를 끌었습니다. 부부싸움을 하다가 남편을 살해한 부동산 분양 컨설턴트 정효신과 정효신에 살해된 친구 박종대를 대신해 남편 행세를 하는 김재우가 각각의 관점에서 동일한 경험을 다르게 풀이하는 방식으로 스토리를 이끌어 갑니다.

결말이 뻔히 예측되는 스토리 구조이지만 서로 속이고 속는 과정의 심리묘사가 독자의 흥미를 끕니다. 한여름 무더위를 잊기에 적당한 미스테리물입니다.

두 권짜리를 모두 듣고나서 머리에 남는 키워드는 “아무도 믿지 마라”입니다. 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10문장을 뽑아봤습니다.

1.

(정효신은)경찰 뒤에 서 있는 보험조사원을 바라봤다. 그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빙긋 웃는다. 난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속았다! 저 늙은 능구렁이 같은 보험조사원에게 나는 속았다.

그는 처음부터 내가 박종대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바보같이 난, 경찰서 입구에서 만난 그의 말에 속아 경찰에게 동문서답을 했던 것이다.

2.

“뭐야? 알고 있었어? 일부러 날 속였던 거야?” 보험조사원을 죽일 듯 노려봤다. 손만 자유롭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를 한 대 치고 싶었다. 옆에서 나를 비웃는 남자의 웃음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아아아악.” 나는 분을 참을 수 없어 악을 쓰며 고함을 질러댔다. 이제 끝났다. 난 끝장난 것이다. 보험조사원은 나를 똑바로 보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무도 믿지 말라고요.”

3.

그녀와 손을 잡았다. 그녀는 사기꾼의 의도를 안 이상, 당하고 있을 사람은 아니었다. 머리를 쓸 줄 알았고 자신에게 유리한 거짓말에도 능숙했다. 나는 그녀를 충분히 이용했다. 그녀 또한 나를 잘 써먹었다. 그러나 정효신이 착각하는 게 하나 있었다.

난 보험사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움직이는 보험조사원이지, 정의를 구현하는 경찰이 아니라는 거다. 그녀는 이 차이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4.

정효신이 박종대를 실수로 죽였건 고의로 죽였건 그건 내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 일을 빌미로 보험 사기꾼들을 적발하는 게 내 목표였다. 그것을 위해 나는 경찰과 공조를 하고 한상호에게도 임난희의 정보를 넘겼다.

그런데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자신의 편이라 생각하고 날 너무 믿었다. 어쨌거나 그녀 덕분에 나는 김재우의 무리를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

5.

“같은 목적을 가지고 사기 치는 일당들이요. 어쩌면 사람이 더 있을 수도 있습니다. 조심하셔야 해요. 주변에 아무도 믿지 말고요.” 난 나에게 필주 씨를 조심하라는 오팀장이 떠올랐다.

6.

“솔직히 말씀해주세요. 저에게 중요한 문제라서 그래요. 팀장님께서 왜 필주 씨와 만나지 말라고 했는지, 믿지 말라고 했는지 궁금합니다.”

7.

“알겠습니다. 전달은 해놓도록 하죠. 하지만 너무 기대하지는 마십시오. 그리고 정효신 씨, 제가 누차 말씀드리자면 아무도 믿지 마십시오. 그게 이필주 씨라도요.”

8.

“두 사람의 얼굴이 확연히 다를 텐데, 정효신 씨는 김재우 씨를 보고 남편이라 믿었습니까? 의심하지 않았어요?” “당연히 의심했죠. 하지만 아무도 제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경찰까지도요.”

9.

“지금 그 말을, 나한테 믿으라는 건가?” 노기를 띤 한상호 사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그의 목소리가 VIP실 밖으로 새어 나갈까 걱정이 됐다. 하지만 일부러 그를 똑바로 바라본다.

믿지 않으셔도 상관 없어요. 재산을 잃는 건 제가 아니라 한 사장님이시니까요.

10.

“어디까지 아는 거야?” 그가 내 머리채를 잡아당기자 머리가 뽑힐 듯 아프다. 그러나 왠지 이 상황이 웃겼다. 5년 전, 여기서 죽은 남편, 아니 박종대와도 이렇게 싸웠는데. 악연은 반복된다는 말이 떠올랐다. 난 웃음을 터트린다.

“어디까지 아는 거냐고!” “네가 짐작하는 대로지. 다 알고 있어. 모두 다.” “뭐?” “여기서 박종대가 죽은 것까지도.” “종대를 죽인 건 너잖아!”

“당신 말을 누가 믿어줄까? 사기꾼 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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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중산층 경제학,AI와 양극화 편

근현대 민주주의는 권력을 1인1표 투표를 통해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것을 근간으로 삼습니다. 최고지도자도, 나를 대신해 이익을 추구해줄 국회의원, 지자체 단체장도 투표로 뽑습니다. 다수결에 의해 권력구조를 결정하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이른바 중간층 또는 스윙보터(Swing Voter)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좌와 우가 나눠 이념을 무기로 권력 쟁투를 벌일 때 스윙보터는 양쪽 모두를 대상으로 시시비비를 가려주고 또 권력 균형추를 맞춰주는 역할을 합니다. 21세기 미국 민주주의에서 스윙보터는 양당체제가 극한으로 대립하지 않도록 하는 완충제 역할을 충실히 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등장하면서 스윙보터의 역할은 급속도로 축소되었고 미국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퇴행을 가져왔습니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도 거의 유사하게 나타나 이른바 진영 정치가 한국 민주주의의 디폴트가 되었습니다.

민주주의에서 중간층 또는 스윙보터의 근간은 중산층입니다. 스윙보터의 쇠퇴는 경제적 중산층의 쇠퇴와 동전의 앞뒷면과 같습니다. 노영우 경제전문기자(경제학 박사)의 <<중산층 경제학>>은 한국의 중산층을 본격적으로 탐구합니다.

노기자는 저널리즘과 아카데미즘의 장점을 잘 활용하여 한국 중산층이 어떻게 변화했고, 현재 어떤 위기를 맞고 있는지를 구체적이면서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이 책에서 ‘AI가 가져올 양극화’편을 골라 10문단으로 요약하였습니다.

1.4차 산업혁명 취재 경험

2016년 1월 몹시 추운 날. 유럽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을 취재한 적이 있었다. 다보스포럼이 내놓은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의 이해’였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그때 당시엔 매우 생소했다. 이 용어는 당시 ‘인공지능을 통한 기술융합으로 생산을 포함한 사회시스템이 급속히 바뀌는 현상’으로 정의됐다.

1.1 그들이 세미나를 통해 토론 했던 것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였다. 포럼은 4차 산업혁명이 필연적으로 양극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양극화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다뤘다.취재를 하면서 앞으로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2.알파고-이세돌 대결 충격 2개월 뒤인 2016년 3월. 한국에서는 역사적인 바둑 대국이 열렸다.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알파고라는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이 대결해 4전 3승 1패로 알파고의 완벽한 승리였다.

이때부터 한국에서는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 열풍이 몰아쳤다.

2.1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열풍은 주로 이 혁명이 가져올 기술변화에 집중됐다. 4차 산업혁명이 소개된 계기가 알파고라는 기술을 통해서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다보스포럼이 제기한 4차 산업혁명과 양극화와 관련한 논의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기술변화 논의에 묻혔다.

2.2 양극화는 중산층의 몰락을 의미

기술변화가 몰고 올 양극화라는 화두는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양극화는 중산층의 몰락을 의미하고 중산층의 몰락은 경제사회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3.AI와 중산층의 붕괴 현상

AI 기술이 발전한다면 AI는 인류에게 축복이다. 하지만 사람이 적응하기 어려운 속도로 빨리 진행되는 AI의 발전은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그중 하나가 AI가 가져올 중산층의 붕괴 현상이다. AI가 가져올 중산층의 붕괴와 양극화 문제는 경제학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다.

3.1

경제의 두 축은 생산과 소비다. 먼저 생산 영역에서 AI 기술이 사람이 적응하는 속도보다 빨리 도입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예를 들어, 옷을 만들어 파는 A라는 회사는 종전에 재봉틀 10개와 사람 10명을 고용해 옷을 만들어왔다. 재봉틀과 사람은 완전히 보완적인 관계다.

3.2

한 사람이 2개까지 관리가 가능한 재봉틀이 등장하면 기업가는 근로자 5명을 해고하고 새 재봉틀 10개를 들여오는 결정을 하게 된다. 사람 1명이 재봉틀 2개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생산구조가 바뀌고 이런 방식이 도입되면 5명의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는다. 기업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기업주에게 근로자에 대한 자비를 바라는 것은 한계가 있다.

3.3

이제 재봉틀이 사람 없이도 옷을 만들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 가면 기업주는 AI재봉틀과 근로자를 놓고 선택의 문제에 놓이게 된다. AI재봉틀이 비용이 싸다면 대부분의 근로자를 해고하고 AI재봉틀 위주로 생산라인을 구성해 옷을 만들 수도 있게 된다.

3.4

근로자가 AI재봉틀로 대규모 교체되는 순간은 점진적으로 오지 않는다. 어느 한순간 기업의 결정에 따라 대량의 해고가 발생한다. 이때 사회 전체적으로 대규모 실업 문제가 대두된다. 재봉틀로 옷을 만드는 기업을 예로 들었지만 이런 상황은 모든 산업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다.

4.고학력 고소득 근로자 대체

실업이 발생하는 분야와 속도는 AI가 얼마나 빨리 노동을 대체할 것인지에 달려있다. 소프트웨어는 산업용 로봇보다는 고학력, 고임금 근로자를 대체했다. AI는 고학력 고소득 근로자를 대체하는 정도가 더 많아졌다. 학력이 높아질수록, 임금이 높아질수록 AI에 대한 노출 빈도가 높다는 얘기다.

5.AI는 중산층 직업부터 대체

AI는 반복되지 않는 노동과 스스로 판단해서 해야 하는 일을 대체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것이 과거 산업용 로봇이나 소프트웨어와 다른 점이다.

직업별로도 과거 신기술이 대체하는 것과 다르다. 의사, 한의사 등 전문직이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업으로 평가됐다.

다음이 건축가, 수의사, 회계사, 판검사, 간호사 등의 순이다. 모두가 우리 사회의 중산층 또는 중산층 이상이 갖고 있는 직업들이다.

6.구조적·항구적인 실업

AI가 인간 노동을 대체하면서 발생하는 실업은 단기적·마찰적 실업이 아닌 구조적·항구적인 실업이다. 일자리 자체가 없어져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거나 경기가 살아난다고 해서 새로 고용될 가능성이 없다.

특히 AI 실업의 최대 피해계층이 중산층이 될 것으로 보여 극심한 양극화라는 부작용을 더 안게 됐다.

7.독점이 일상화되는 시장

AI의 확산에 따른 중산층 붕괴 현상은 노동시장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물건을 판매하는 생산물 시장에서의 변화로도 중산층은 위협받고 있다.

7.1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하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가격이 책정된다. 이세돌 기사를 대신해서 알파고가 바둑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가정해보자. 알파고는 기계이기 때문에 바둑을 두 번 둔다고 해서 첫 번째 판보다 피로감이 더 크지 않다.

똑같이 전기만 제공해주면 바둑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바둑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도 비용이 늘어나지 않아 가격이 오를 이유가 없다.

7.2 생산 구조가 기계 중심으로 바뀌면 초기에 투자하는 자본의 비중은 높아지지만 물건을 더 많이 만든다고 해서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이를 감안하면 초기에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큰 기업들이 AI 기술을 도입하기에 용이하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창업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구조가 된다.

8.플랫폼 기업의 독점

플랫폼 시장은 대규모 투자와 마케팅을 감당한 기업들의 독과점 체제로 편성된다.소비자들이 이탈하려고 해도 유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다른 플랫폼은 이미 사라진 상태다. 시장은 독과점체제로 이용되고 소비자들의 부담은 조금씩 늘어난다.

8.1독점은 양극화 심화

생산물 시장의 독점화로 많은 경쟁기업들이 도태되는 것은 양극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아울러 독점 기업들의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중산층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9.중산층의 붕괴

AI경제가 가속화될 수록 개인들의 합리적인 결정이 경제 전체적으로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수도 있다. 가격 경쟁을 통해 특정 기업이 살아남고 다른 기업이 도태되는 것 역시 시장 경제의 자연스러운 원리에 따른 것이다.

9.1

그럼 AI가 득세하는 자본주의 경제는 소수의 독과점 기업과 소수의 근로자만이 살아남는 형태로 바뀔 수 있을까?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독점의 심화로 인해 시장의 수요가 대폭 줄어든다면 독점 기업은 대규모 손실을 입어 그동안 투자한 돈을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10.승자 없는 경쟁’의 현실화 생산자와 소비자가 각각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해온 결과 모두가 패자가 되는 ‘승자 없는 경쟁’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AI를 통한 기술개발과 이로 인한 중산층의 몰락이 가져오는 경제적인 디스토피아는 이런 과정에서 발생한다. 개인과 기업이라는 경제주체들의 합리적 선택의 결과가 경제 전체를 붕괴로 이끄는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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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천개의 뇌, 기계지능의 미래편

<<천개의 뇌>>저자 제프 호킨스는 미국의 신경과학자이자 컴퓨터 공학자입니다.

‘천 개의 뇌’가 의미하는 것은 우리의 뇌, 특히 신피질(neocortex)이 단일한 통제 센터가 아니라, 세계를 인식하고 지능을 창조하는 수많은 독립적인 단위인 ‘피질 기둥(cortical columns)’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호킨스의 이 이론은 오늘날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공지능 흐름에 주는 시사점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호킨스는 기계 지능을 만들때 인간의 감정을 담당하는 오래된 뇌 기능까지 만들려고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의 주요한 사고 영역인 신피질 기둥을 기계적으로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천개의 뇌>>중에서 ‘기계지능의 미래’ 편을 읽고 10문단으로 요약하였습니다.

1.기계 지능의 시대

나는 이번 세기에 어쩌면 향후 20~30년 사이에 우리가 남아 있는 장애물을 극복하고 기계 지능의 시대로 들어설 것이라고 확신한다.

기계 지능이 21세기에 미칠 영향이 컴퓨팅이 20세기에 미친 영향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정확하게 어떻게 펼쳐질지 예견하기는 불가능하다.

집적회로, 반도체 메모리, 인터넷 등 지난 컴퓨팅 가속화를 추진한 혁신들을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오래된 뇌와 새로운 뇌

하지만 천개의 뇌 이론은 경계들을 정의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뇌가 지능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이해하면 어떤 일이 가능하고 불가능한지를 알 수 있다.

우리의 뇌는 오래된 뇌와 새로운 뇌로 나뉘어 있다. 오래된 뇌는 감정, 생존과 생식 욕구, 선천적 행동을 만들어 낸다.

지능 기계를 만들때 사람 뇌의 모든 기능을 그대로 복제할 이유는 없다. 지능이 생겨나는 기관은 새로운 뇌인 신피질이므로 신피질과 비슷한 것이 필요하다.

3.세계 모형을 배우는 능력

지능은 시스템이 세계 모형을 배우는 능력이다. 그 결과로 생긴 모형 자체는 아무 가치도 감정도 목표도 없다. 목표와 가치는 그 모형을 사용하는 시스템이 제공한다.

지도를 연상해보라. 전쟁에 쓰이고 교역에 쓰일 것이다. 지도는 살인적이지도 평화롭지도 않고 그저 지도일 뿐이다.

3.1

신피질은 오래된 뇌보다 훨씬 크지만 피질 기둥이라는 비교적 작은 요소가 수많이 복제되어 만들어졌다. 피질 기둥을 만드는 법을 알아내면 기계속에 그것을 많이 집어 넣음으로써 지능 수준을 높이기가 수월하다.

4.지능 기계를 설계하는 비법_체화

지능 기계를 설계하는 비법은 체화, 오래된 뇌부분, 신피질 등 세부분에서 찾을 수있다.

우리는 움직임을 통해 배운다. 지능 기계는 센서와 그것을 움직이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것을 체화라고 한다. 오늘날 딥러닝 네트워크중 대부분은 체화가 없다. 체화가 없으면 배울 수 있는데 한계가 있다.

4.1센서

지능 기계에사용할 수 있는 센서 종류는 거의 무제한이다. 사람의 주요 감각은 시각과 촉각과 청각이다. 이것은 많은 감지기의 배열을 통해 일어난다. 지능 기계 역시 센서들의 배열이 필요하다. 사람의 지능에 가깝거나 능가하하는 기계는 우리처럼 훨씬 큰 센서 배열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지능 기계가 세계 모형을 배우려면 움직일 수 있는 감각 입력이 필요하다. 각각의 센서를 세계 속으 대상들에 대한 센서의 상대적 위치를 추적하는 기준틀과 연관지을 필요가 있다.

4.2 단백질 기계

미래에 특이한 체화를 가진 기계로서 지능 단백질 기계를 만들지 모른다. 개개 세포안에서 단백질을 이해하는 기계를 상상해보라. 의학분야에 엄청난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다.

4.3분산 뇌

특이한 체화의 또 다른 예는 분산 뇌다. 사람의 신피질에 15만개의 피질 기둥이 있는데 각자는 자신이 감지하는세계부분을 모형으로 만든다.

이 기둥들이 반드시 서로 옆에 있을 이유가 없다. 센서들과 모형들이 지구 전체나 태양계 전체에 물리적으로 분산되어 존재할 수있다.

5.지능 기계를 설계하는 비법_오래된 뇌의 등가물

오래된 뇌가 하는 일 중에 지능 기계에 꼭 필요한 몇가지가 있다. 첫째 기본적인 움직이다. 신피질이 직접 근육을 제어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떠올려보라. 신피질이 어떤 일을 하기를 원할 때 움직임을 더 직접적으로 제어하는 오래된 뇌부분으로 신호를 보낸다.

5.1안전 장치

안전은 지능 기계에 내장시켜야 할 또 다른 종류의 행동이다. 아이작 아시모프가 로봇공학 3원칙을 제안한 것처럼 안전규정이 있어야 한다. 지능 기계도 안전을 위해 내장된 행동이 있을 것이지만 완벽을 기하기 위해 이 개념을 포함시켜야 한다.

5.2목표와 동기

마지막으로 지능 기계는 목표와 동기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목표와 동기를 위한 특정 메커니즘을 설계하고 그것을 기계에서 체화된 부분에 집어넣어야 한다.

식욕, 사회적 목표 등 어떤 목표이든 아시모프의 첫 두원칙처럼 안전장치위에 세워져야 한다.

6.지능 기계를 설계하는 비법_신피질 등가물

6.1속도

실리콘으로 만든 신피질은 사람보다 100만배 빨리 생각하고 배울 잠재력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능 기계가 100만배 빨리 돌아가거나 지식을 그만큼 빨리 습득한다는 뜻은 아니다.

무거운 물질을 움직이는 속도에는 제약이 따른다. 화성에 로봇을 투입해 기지를 건설할 경우 사람을 투입한 것보다 몇배 빨라질 수 있어도 100만배까지 빠를 수는 없다.

6.2 수학문제 풀이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분야가 일부 있다.지능 기계는 수학문제를 인간 수학자보다 100만배 빠르게 풀 수 있다. 지능 웹크롤러의 학습속도는 링크를 따라가고 파일을 열면서 움직이는 속도에 제약을 받는다. 그 속도는 아주 빠를 수 있다.

6.3 용량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인공 뇌의 크기에는 한계가 없다. 피질 기둥을 1억5000만개를 가진 인공 신피질을 만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떤 이점이 있을까?

신피질의 일부 영역이 점점 커지면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어도 대단한 능력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영역을 더 많이 만들고 복잡한 방식으로 연결할 수 있다. 원숭이와 사람의 차이가 어느 정도 이 것에 해당된다.

6.4배선

우리 뇌의 부피중 상당 부분은 배선, 즉 신경세포들을 서로 연결하는 축삭과 가지돌기가 차지한다. 이때문에 에너지와 공간 면에서 상당히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뇌는 배선을 제한해야 한다. 태어날 때 신피질은 배선 과잉상태에 있는데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사용하지 않는 배선을 제거한다.

지능 기계는 배선에 제약이 없다. 뇌의 물리적 배선과 달리 소프트웨어는 가능한 연결을 모두 생겨나게 할 수 있다. 연결성에 발휘되는 이러한 유연성은 기계지능이 생물학적 지능에 비해 누릴 수 있는 큰 이점중의 하나다.

7.학습 대 클로닝

지능 기계를 복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지능 기계 역시 세계 모형을 배워야 하는데 클론을 통해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로봇의 경우 일단 능력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면, 동일한 로봇 수십대에 학습된 연결을 옮겨 손쉽게 클론을 만들 수 있다.

8.기계 지능의 미래 예측 불가능

기계 지능이 미래에 어떻게 사용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인터넷 프로토콜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이런 사회적 변화를 상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기계 지능도 비슷한 전환을 겪을 것이다.

9.사람이 하는 일 대체에 초점

현재 인공지능의 목표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로봇으로 대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지능의 척도로 사람과 비슷한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이런 태도는 이익보다 손해를 초래했다.

10.모두가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물론 지능 기계를 심해수리 작업 독성 폐기물 제거 노인간병 등 사람이 하는 일을 하는 일을 하게 하는데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기계 지능의 응용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기계 지능의 혜택에 대해 모두가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인류를 위험에 빠뜨릴 최대의 위협으로 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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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1책]너무 늦은 시간,길고 고통스러운 죽음 편

아이랜드출신 작가 클레어 키건의 문학세계를 영화를 통해 만났습니다.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오펜하이머 역을 맡았던 킬리언 머피가 주연을 맡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OTT를 통해 접하고 원작자인 클레어 키건이 누구인지 궁금하게 여겼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아일랜드 도시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석탄유통업을 하는 빌 펄롱(킬리언 머피)의 일상사를 쫓아가면서 느릿느릿하고 조용조용하게 흘러갑니다. 영화는 극적인 반전이나 감춰진 비밀같은 자극적인 요소도 거의 없지만 묵직한 울림을 줬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영화의 원작이 클레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 킬리언 머피와 원작자 클레어 키건이 모두 아일랜드출신이라는 점을 알았습니다.

키건의 소설 ‘맡겨진 아이’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만 먹고 있던 중에 ‘너무 늦은 시간’이 새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 소설집은 키건이 썼던 세 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입니다.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키건의 소설을 읽으면서 인도계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가 떠올랐습니다. 라히리가 인도계 미국인의 삶을 소설화했다면 키건은 아이랜드인 특유의 정서를 섬세한 문장으로 엮어냈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에서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편중에서 키건의 글솜씨를 맛볼 수 있는 문장을 골라봤습니다.

소설의 무대는 아일랜드의 애킬섬 하인리히 뵐 코티지(The Heinrich Böll Cottage)입니다.

하이인리 뵐은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독일작가입니다. 그는 애킬섬에 별장을 마련해 집필활동을 하면서 ‘아일랜드 일기’를 썼습니다. 아일랜드는 그 별장을 뵐코티지로 명명하고 문학가들이 이곳에서 집필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했습니다.

주인공은 뵐코티지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한적한 곳에서 작업에 몰두할 생각에 설레지만 독일인 교수라는 사람이 불쑥 전화하고 찾아와 그녀를 방해합니다.

주인공은 예의 바르게 그의 방문을 허락하고 케이크를 만들어 대접하지만 상대방은 고마워하기는커녕 많은 사람을 제치고 선정되었으면서 한가롭게 케이크나 만들고 바다에 들어가 놀기나 한다며 비난합니다.

1.

그녀가 마침내 애킬섬으로 가는 다리를 건넜을 때는 새벽 3시였다. 드디어 마을이 나왔다. 어부 협동조합, 철물점 겸 식료품점, 불그레한 석조 교회까지 모든 건물이 흐릿하게 타오르는 가로등 아래 문이 잠긴 채 고요했다.

그녀는 어두운 대로로 차를 계속 달렸다. 양옆에 키 큰 진달래 덤불이 난잡하게 자랐지만 꽃은 지고 없었다. 사람 하나, 불 밝힌 창문 하나 보이지 않았다

2.

오는 길에 두 번이나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잠깐 눈을 붙였지만 섬에 들어오자 정신이 말똥말똥해지고 온전히 살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해변으로 가파르게 떨어지는 칠흑같이 까만 길까지도 생기가 가득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높고 든든한 산과 헐벗은 언덕, 그리고 저 아래 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선명하고 기분 좋게 철썩이는 대서양의 존재를 느꼈다.

3.

그녀는 옷을 벗고 누워서 책으로 손을 뻗어 체호프 단편의 첫 문단을 읽었다. 좋은 문단이었지만 끝까지 읽으니 눈이 자꾸 감겨서 기분 좋게 불을 껐다. 내일은 온전히 그녀의 것이 되리라. 일하고 책을 읽고 도로 끝 해안까지 걸어가 볼 것이다 .

4. 하늘은 흐렸지만 곧 갤 듯했고 군데군데 파랗게 물들었다. 저 아래 바다에서 리본 같은 물이 투명한 파도를 만들더니 해안에 부딪쳐 조각조각 부서졌다. 그녀는 독서가, 일이 무척 간절했다. 며칠이고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일하면서 아무도 만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5.

그녀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빤히 바라보면서 왜 받았을까, 그쪽에서 전화번호를 왜 알려줬을까 생각했다. 여기 전화가 있다는 사실 자체에 잠시 화가 났다. 멋진 날로 시작해서 아직 멋진 날이었지만 뭔가 바뀌었다. 이제 약속이 생겼으므로 오늘 하루가 독일인의 방문을 향해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6.

그녀는 얼른 일어나서 뵐의 서재로 갔다. 안 쓰는 벽난로와 바다가 내다보이는 창문이 있는 작은 방이었다. 지금은 유명해진 일기를 썼다는 곳이 바로 이 방이지만 그것도 50년 전의 일이었다.

하인리히 뵐이 세상을 떠났고 유족이 이 집을 작가들을 위한 작업 공간으로 남겼다. 그리고 이제 그녀가 2주 동안 여기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녀는 천을 적셔서 책상을 닦고 공책과 사전, 종이, 만년필을 올려놓았다. 이제 커피만 있으면 된다

7.

도롯가에서 작고 통통한 암탉이 뭔가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서 목을 쭉 빼고 돌을 디디며 길을 따라 걸었다. 정말 예쁜 암탉이었다. 집을 나서기 전에 파우더라도 바른 것처럼 깃털 끝이 하얬다.

암탉이 풀로 뒤덮인 가장자리로 뛰어내리더니 왼쪽도 오른쪽도 보지 않고 달려서 도로를 건넌 다음 잠시 멈춰 날개를 다시 정리하고는 절벽을 향해 똑바로 질주했다.

8.

물이 갈비뼈까지 올라오자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뒤로 누워서 멀리 헤엄쳐 갔다. 바로 이 순간 자신이 인생에서 해야 할 일이 바로 이것이라고, 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녀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어느새 진정으로 믿지 않는 무언가를 향해 감사를 드리고 있었다.

9.

어제 사 온 빵과 함께 먹고 레드와인을 한 잔 마셨다. 다 먹은 다음에는 접시를 헹궈 치우고 불을 피우고 체호프의 단편을 다시 손에 들었다. 어떤 여자의 이야기였는데, 그녀의 약혼자는 일정한 직업이라 할 것도 없지만 음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

“술을 좀 드실 거죠?” 그녀가 말했다. “아니,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운전해야 합니다.” 그는 푸크시아를 보고 있었다. “그럼 차는요? 차랑 케이크는 드셔야죠.” “수고가 많으시네요.” “전혀 수고스럽지 않아요.” 그녀는 이 말이, 이 말을 하는 것이, 그가 그 말을 하게 만드는 것이 지겨웠다.

11.

“그러면 아름다운 지원자에게 기회를 줘야겠네요.” 그녀가 이렇게 말하고 웃었다. “그렇게 생각합니까?” 그가 얼굴을 찌푸리고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을 샅샅이 살피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가 말했다. “제 아내를 보셨어야 합니다. 내 아내는 아름다웠어요.”

12.

“온통…… 전문용어예요. 우리는 상관 안 해요. 우리는 글을 쓸 수가 없어서 그러는 건데, 그런데 당신은 작가라면서 하인리히 뵐의 집에서 케이크나 만들고 있군요.”

그녀가 숨을 들이마셨다. “뭐라고요?” “하인리히 뵐의 집에 와서 케이크나 만들고 옷도 안 입고 수영이나 한다고요!”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매년 찾아오는데, 항상 똑같아요. 대낮에 잠옷이나 입고 돌아다니고, 자전거 타고 술집이나 가고!”

13. 그 순간 그녀가 자기 소리를 들었다. 웃음을 터뜨렸던 것이다. “하인리히 뵐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면서!” 그가 외쳤다. “하인리히 뵐이 노벨문학상을 탄 것도 몰라요?”

“이제 그만 가셔야 할 것 같네요.” 그녀가 이렇게 말하고 대문으로 들어가 빗장을 세게 걸어 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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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Z 폴드7: 울트라 카메라 혁신, 폴더블과 만나다

[2025년 07월 24일]

갤럭시 Z 폴드7은 시리즈 역사상 가장 진화한 카메라를 탑재했습니다. Z 폴드 시리즈 최초로 2억 화소 메인 센서와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엘리트 AP를 탑재해 초고화소 촬영을 포함한 다양한 촬영 및 AI 프로세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갤럭시 Z 폴드7의 프로비주얼 엔진은 생성형 AI를 포함 총 160개 AI 기술을 탑재해 사진·영상 촬영부터 편집까지 전반적으로 개선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얇고 가벼운 Z 폴드로 누구나 손쉽게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갤럭시 Z 폴드7의 카메라 시스템에는 2억 화소 광각 카메라 센서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는 S25 울트라와 동일한 화소 수를 지닌 센서로, 섬세한 부분까지 풍부한 질감과 색감으로 표현하여 생동감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또한, 1,2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와 ‘듀얼 카메라 심도 보정’ 기능을 통해 촬영의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100도 전면 카메라의 넓어진 앵글로 단체 셀피 촬영이 더욱 편리해졌으며, 프로비주얼 엔진을 통해 어두운 환경에서도 선명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편집 기능을 통해 창의력을 펼칠 수 있으며, 인물사진 스튜디오와 다양한 필터를 활용하여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갤럭시 Z 폴드7은 사용자의 창의력을 높이고, 고품질 콘텐츠 제작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 제품은 단순한 스마트폰을 넘어, 촬영과 편집, 공유 등 모든 과정을 유연하게 지원하여 사용자의 창작 여정을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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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뚫은 열기… 강남을 달군 갤럭시 Z 폴드7 · Z 플립7 사전 개통 현장

2025년 7월 23일, 갤럭시 Z 폴드7과 Z 플립7의 사전 개통이 시작되었다.

‘갤럭시 언팩 2025’ 행사 후, 이들 제품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고객들은 사전 예약을 통해 제품을 픽업하고 개통을 완료했으며, 삼성 강남 매장은 이를 위해 아침부터 붐볐다. 이우송 씨를 포함한 고객들은 새로운 갤럭시를 만나며 설렘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또한, 박지윤 씨와 이정우 씨를 포함한 다른 고객들도 새로운 갤럭시를 선택하며 각자의 이유와 기대를 전했다. 픽업 고객들을 위한 특별한 혜택도 제공되었는데, 정품 액세서리 할인쿠폰과 다양한 쿠폰이 제공되었다.

또한, 게임 플레이존에서는 갤럭시 Z 폴드7으로 게임을 즐기거나 구글 제미나이 라이브를 통해 AI 체험을 할 수 있었으며, 경품 이벤트도 함께 진행되었다. 전국 230개 삼성스토어에서도 픽업 고객들을 위한 특별한 혜택이 제공되었다.

이처럼, 갤럭시 Z 폴드7과 Z 플립7을 만나는 고객들은 새로운 기기를 향한 기대와 설렘을 느꼈으며, 삼성 강남 매장에서는 이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와 이벤트가 마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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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박싱] “진짜 이렇게까지?” 역대급으로 진화한 ‘갤럭시 Z 폴드7’ 개봉기

[2025-07-22T08:00:18.000Z]
역대 갤럭시 Z 폴드 시리즈 중 가장 얇고 가볍다. 여기에 폴더블에 최적화된 One UI 8과 멀티모달 AI까지 더한, ‘울트라 경험’의 ‘갤럭시 Z 폴드7’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그 실물을 궁금해할 갤럭시 팬들을 위해 뉴스룸이 직접 언박싱해봤다.

처음 만난 순간, 눈앞에 펼쳐진 프리미엄 폴더블. 신제품을 처음 마주하는 언박싱의 순간은 언제나 설렘 가득하다. 고급스러운 블랙 색상의 패키지를 열자, 펼쳐져 있는 갤럭시 Z 폴드7이 눈에 띄었다. 제품을 꺼내 손에 쥔 순간 얇은 실루엣과 가벼움이 한 번에 느껴졌다.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블루 컬러가 영롱하게 변하는 시그니처 색상 ‘블루 쉐도우’는, 고급스러운 갤럭시만의 감성과 완벽히 어울렸다. 갤럭시 Z 폴드7은 시그니처 ‘블루 쉐도우’를 비롯하여 모던한 ‘실버 쉐도우’, 꾸준히 사랑받는 ‘제트블랙’ 총 3종으로 출시된다. ‘삼성닷컴’과 ‘삼성 강남’ 전용 ‘민트’ 컬러도 마련돼 있다.

[![삼성전자-모바일-갤럭시-Z-폴드7-언박싱-후면-트리플-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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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 트리플 카메라를 둘러싼 카메라 아일랜드는 제품 색상과 동일하게 적용돼, 일체감을 자아내는 디자인이 돋보였다.

[![삼성전자-모바일-갤럭시-Z-폴드-7-언박싱-카메라]

이번 제품의 카메라는 갤럭시 Z 시리즈 최초로 ‘2억 화소 광각 카메라’를 지원해 일상의 모든 순간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뿐만 아니라 향상된 ‘야간 사진·영상 촬영’, ‘100도 광각 셀피 카메라’ 등이 탑재돼 갤럭시 S 시리즈 울트라 모델에 버금가는 카메라 성능을 폴더블 폼팩터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폴더블 맞아?” 손끝에 닿는 슬림함*

갤럭시 Z 폴드7은 역대 시리즈 중 가장 얇은 폼팩터를 구현했습니다. 설계부터 소재 선택까지, 단 1mm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결과는 제품을 손에 쥔 순간 그 진가가 드러났습니다. 휴대하기 좋은 ‘한 손에 착 감기는’ 폴더블로 거듭난 갤럭시 Z 폴드7. 실제로 얼마나 얇은 수준인지 비교해 봤습니다.
[![삼성전자-모바일-갤럭시-Z-폴드-7-언박싱-두께]

접었을 때는 8.9mm로, 펼쳤을 때는 4.2mm로 얇은 수준이었습니다. 접으면 바(Bar)형 스마트폰처럼 직관적으로, 펼치면 갤럭시 중 가장 큰 화면으로 몰입도 있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모바일-갤럭시-Z-폴드-7-언박싱-화면비-비교]

“*대화면에서 더 똑똑해진 멀티모달 AI*”

이번 제품은 최신 안드로이드 16 기반의 One UI 8을 탑제해, 더 가까운 일상 속에서 멀티모달 AI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AI가 갤럭시 Z 폴드7의 멀티 윈도우 화면을 이해해 복잡한 맥락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어,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합니다.
– 예를 들어, 가방과 어울리는 색상을 추천받고 싶다면 멀티 윈도우를 활용해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화면을 펼치지 않아도 AI 에이전트를 호출해 궁금한 정보를 바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모바일-갤럭시-Z-폴드-7-언박싱-커버-스크린]

얇아지고 똑똑해진 갤럭시 Z 폴드7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습니다. 막 베일을 벗은 이 폴더블이 펼쳐갈 ‘울트라 경험’은 지금부터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