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in종합

[스토리텔러]파친코 저자, 이민진

한국계 1.5세로서 제2의 제인 오스틴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이민진은 1968년 한국의 서울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 가족 이민으로 뉴욕 퀸즈에 정착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함경남도 원산, 어머니는 부산 출신이다. 그녀는 일곱 살에 미국으로 이민 가 미국인으로 살고 있지만 미국식 이름 대신 한국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이민진의 아버지는 한국에서 화장품회사 영업사원 출신이었는데 많은 이민자들처럼 전쟁의 공포 탓에 1970년대 중반 이민을 결행했다.

‘쥐가 나오는 방 한 칸짜리 아파트에서 다섯 식구가 살았던’ 가난한 기억을 가진 이민진은 일요일도 없이 일하는 부모의 뒷바라지를 받으며 성장했다. 이런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으로 예일대 역사학과와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한 이민진은 기업변호사로 일하며 한인 이민 사회의 성공 모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16세부터 B형간염 보균자였던 그녀는 간이 나빠져 잘나가던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고교 시절부터 재능을 보였던 글 쓰는 일로 복귀했다.

2004년 단편소설 〈행복의 축Axis of Happiness〉, 〈조국Motherland〉 등을 발표해 작가의 입지를 굳히기 시작했다.

2008년 첫 장편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Free Food for Millionaires》을 발표, 한국을 비롯하여 11개국에 번역 출판되었으며 전미 편집자들이 뽑은 올해의 책, 미국 픽션 부문 ‘비치상’, 신인작가를 위한 ‘내러티브상’ 등을 수상했다.

미국인으로 살고 있는 이민진의 소설적 뿌리는 이민을 토양으로 뻗어나간다. 일본계 미국인 남편을 만난 것이 자이니치에 대한 호기심을 직접 탐사할 기회를 제공했다. 남편이 2007년 도쿄의 금융회사에 근무하게 된 덕분에 그녀는 일본에서 4년간 살면서 소설 《파친코》의 뼈대를 세웠다.

이민진은 현재 미국 뉴욕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집필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소개_파친코

구상부터 탈고까지 30년이 걸린 대작!

차별받는 이민자의 투쟁적 삶을 일제강점기에서부터

장장 80년에 걸쳐 그려낸 재일 한국인의 가슴 아픈 역사!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자이니치들의

도전과 생존의 역사 《파친코》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이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소설 《파친코》는 내국인이면서 끝내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자이니치(재일동포)들의 처절한 생애를 깊이 있는 필체로 담아낸, 작가 이민진의 혼이 담긴 수작이다.

한국계 1.5세인 미국 작가 이민진이 자이니치, 즉 재일동포의 존재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생이었던 1989년, 일본에서 자이니치들을 만났던 개신교 선교사의 강연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상승 욕구가 강한 재미동포들과 달리 많은 자이니치들이 일본의 사회적, 경제적 사다리 아래쪽에서 신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민진은 그때부터 자이니치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일본에서 직접 만난 자이니치들의 복잡하고도 광활한 인생에 겸허해진 이민진은 그때까지 써온 원고를 모두 버리고 책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정체성과 인간의 가치에 관한 작가의 치열한 고민은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부산 영도의 기형아 훈이, 그의 딸 선자, 선자가 일본으로 건너가 낳은 아들 노아와 모자수, 그리고 모자수의 아들인 솔로몬에 이르는, 4대에 걸친 핏줄의 역사를 탄생시켰다.

이민진은 그 치열한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고향과 타향, 개인의 정체성이란 과연 무엇인지 질문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현란한 문체 대신 행간의 의미를 함축하며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서사에 녹아 전해진다.

발버둥 쳐도 헤어날 수 없는 ‘인생’이라는 이름의 굴레

《파친코》 속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각자의 한계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된 삶을 이어나간다.

삶은 모두에게나 고통이지만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들에게는 더더욱 가혹했다. 물론 그들은 조선에서도 평탄한 삶을 보내지는 못했다.

그들은 그저 자식만큼은 자신들보다 나은 대우를 받으며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보통 사람’들이었지만, 시대는 그들의 평범한 소원을 들어줄 만큼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가난한 집의 막내딸 양진은 돈을 받고 언청이에 절름발이인 훈이와 결혼한다.

“여자의 인생은 고생길”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그러한 인생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양진은 남편 훈이와 함께 하숙집을 운영해나가며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다.

그녀는 온갖 궂은일을 다 하면서 유일한 자식이자 정상인으로 태어난 딸 선자를 묵묵히 키워나간다. 부모의 살뜰한 보살핌과 사랑을 받고 자란 선자는 안타깝게도 엄마 나이 또래의 생선 중매상 한수에게 빠져 결국에는 한수가 유부남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 만다.

불행의 나락에 빠진 선자는 목사 이삭이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면서 구원을 받게 되고, 둘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이삭의 형 요셉 부부가 사는 일본의 오사카로 향한다.

일본에서 한수의 핏줄인 첫째 노아와 이삭의 핏줄인 둘째 모자수를 낳은 선자는 친정엄마인 양진처럼 여자로서의 인생은 잊어버린 채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삶을 고생스럽게 살아간다.

선자의 형님인 경희는 어쩌면 기구한 삶을 살아가는 양진과 선자보다도 더 힘든 인생을 사는 여자인지도 모른다.

경희는 불임으로 자신의 아이를 갖지 못하지만 남편에게 충실하며 가족들을 살뜰하게 보살핀다. 불의의 사고로 찾아온 불행 앞에서도 그 운명을 탓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수용한다.

《파친코》에 등장하는 세 여성은 강인한 어머니이자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며, 한편으로는 남편과 자식에게 헌신하는 전통적인 여성상이라는 굴레가 얼마나 한 여성의 삶을 안쓰럽게 만드는지도 보여준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비단 이 세 여성들만이 아니다.

선자의 남편인 이삭은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는 굴레에 묶여 있었고 경희의 남편 요셉은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남자라는 자신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선자의 소중한 두 아들인 노아와 모자수는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 이름을 가졌음에도 일본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경시당하고 차별받는 삶의 굴레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다만, 이 두 아이는 그러한 현실을 각자의 가치관에 근거해 다르게 받아들이고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노아는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환경을 극복하고자 공부에 파고들고, 모자수는 조선계 일본인에 대한 경멸과 괄시에 폭력적으로 대응한다.

그러나 일본 아이들보다 훨씬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착실하게 일하여 많은 돈을 벌어도 그들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시선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자이니치’라는 편견은 두 사람이 아무리 애쓰고 발버둥 쳐도 헤어 나올 수 없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하는 굴레였다.

진솔한 서사와 치열한 작가 정신의 승리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이어지는 긴 세월 동안,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들은 온갖 사건을 겪는다. 거기에는 사랑과 배신, 구원과 원망이 있으며 질투와 절망이 있었다.

그리고 인정받고자 하는 발악과 체념,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어선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뿌듯함이 있었다.

《파친코》에는 작가 자신이 미국에서 이민자로서 겪었던 감정과 성공한 삶을 살기 위해 했던 진솔한 노력이 잘 녹아 있다.

현실감 있고 민감한 이야기를 거시적인 배경과 굵은 플롯 구조로 풀어나간 《파친코》는 그렇기 때문에 대단한 흡입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미국 대표 매체 〈NPR〉은 “생생하고 흡입력 높은 《파친코》는 역사가 지우려고 하는 모습을 풍부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평하며 소설이라 믿기 힘들 만큼 현실적인 면모를 지녔다고 호평했다.

진부한 서사를 거부하고 정체성에 관해 치열하게 고민한 이민진의 작가 정신은 현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시대를 아우르는 대작 《파친코》를 만들어냈다.

선천적인 이유로 상처 받아야 하는 이들에 대한 분노와 슬픔에서 탄생한 소설 《파친코》는 뼈아픈 시대적 배경 속에서 차별받는 이민자들의 투쟁적 삶의 기록이며 유배와 차별에 관한 작품이다.

정체성에 관한 의문과 끊임없이 마주하면서, 필사적인 투쟁으로 힘겹게 얻은 승리를 통해 깊은 뿌리로 연결되어 하나가 되어가는 이야기 《파친코》.

미리 이 책을 만나보았던 세계의 다른 독자들에게 그러했듯이,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깊은 여운과 만족을 안겨줄 것이다.

Posted in종합

레이첼 카슨 ‘침묵의(silent) 봄’

세계 곳곳에서 꿀벌이 집단 실종되고 있습니다.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진 정확한 이유는 아직 판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꿀벌이 사라진다는 것은 더 이상 식물의 자연스런 수정도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벌이 아니라 이제 사람이 꽃가루를 옮겨 수정을 해야하는데, 과연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꿀벌이 사라지는 잔인한 봄은 새의 울음이 사라지는 ‘침묵의 봄’을 떠올리게 합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1962년 9월에 출판되었습니다. 생물학자인 카슨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였던 ‘바다 3부작’으로 이미 알려진 작가였습니다. 그녀의 두번째 책 ‘침묵의 봄’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견 중 하나”였던 DDT를 용감하게 고발했습니다. 카슨은 새가 울지 않는 미래의 봄날을 예상하여 당시 무분별하게 쓰이던 살충제 DDT의 위험성을 알렸습니다.

그동안 과학계가 이 위험을 전혀 모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3억 달러 규모’로 판매되고 있는 DDT의 위험을 공론화하는 것은 결단이 필요한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녀는 의무감에 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녀는 유방암과 투병하면서 ‘침묵의 봄’을 집필했습니다.

‘침묵의 봄’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어, 2년 만에 100만부 이상 판매되었습니다. 1963년 4월에는 1,500만 명의 시청자가 “레이첼 카슨의 고요한 봄” CBS TV 스페셜을 시청했습니다. 5월에는 케네디 대통령의 과학 자문 위원회가 살충제관련 보고서를 발표해, 살충제 사용을 보다 제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1970년 환경보호청이 설립되고, 1972년 마침내 DDT를 금지합니다. ‘침묵의 봄’은 전 세계적인 환경운동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당시 DDT는 마법 같은 과학의 성과로 간주되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화학회사 입장에서 DDT는 큰돈이 되는 비즈니스였습니다. 카슨이 DDT를 비판하자 화학회사들은 출판사를 고소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카슨을 화학이나 농학을 공부하지 않은 비전문가라고 비판하는 과학자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카슨을 히스테리한 공산주의자라고도 비난했습니다.

출판된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1964년 4월 14일, 카슨은 유방암으로 사망했습니다. 그런데, ‘카슨 죽이기’는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있습니다. 저개발국에서 DDT를 사용할 수가 없어 말라리아가 창궐했고, 결과적으로 카슨이 수 백만 명의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열대 지역의 많은 저개발 국가에서 DDT는 계속 합법적으로 사용되었고, 지금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DDT가 더 이상 예전처럼 효과적이지 않은 것입니다. 그 원인은 모기에게 DDT 내성이 생겼고, 아무리 강한 살충제를 써도 잘 죽지 않는 모기가 창궐했기 때문입니다.

Posted in강연후기

강희정_인도미술

이른바 동양에서 미술이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미술품이 수집되어 미술시장이 만들어지기 전 미술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날 미술품은 과거에는 종교적 또는 생활에 필요한 그저 필요가 있는 일상품 이었습니다. 이제 동양의 그 일상적 몸짓들을 아름다움으로, 격이 다른 미술품으로 강희정교수가 불러주고 있습니다.

이번 북토크에서는 그 중, 불교가 시작된 인도를 집중적으로 조명했습니다. 서양의 기독교미술에 상응하는 것이 불교미술이기 때문입니다. 인도의 경우 1-2세기부터 힌두교가 불교와 발 맞춰 발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속의 권력은 사원(스투파)과 탑, 불상같은 종교의 권위를 이용해 주민들을 통합해 갔습니다. 순수하지 않다고,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인도의 예술품이 독특한 아름다움을 표현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제대로 느꼈습니다. 특히 푸른 빛의 “비슈반타라 태자 본생도”에 시선이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귀한 푸른 빛, 왠지 모르게 매우 모던한 느낌때문이었습니다. 꼭 베를린 미술관에 가봐야겠다고 맘을 먹었습니다.

비슈반타라 태자 본생도, 키질 38굴 주실 천정, 30x27cm, 7세기, 인도 베를린미술관

인도의 대지의 여신이라 불리는 약시 (야크쉬니)는 풍만하고 요염했습니다. 여신조각은 신체의 비례 따위는 염두에 두지도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꺽인 다리의 관절이 오히려 묘하게 아름다울 뿐입니다. 이 조각도 역시 극도로 자유롭고 추상적입니다. 그래서 고전적이면서도모던하다고 느꼈습니다.

Posted in종합

1916년 4월 24일 부활절 반란이 시작되다.

영국 정부는 1801년 1월 아일랜드를 병합했다. 영국인은 부재지주로 아일랜드 토지를 차지했다. 감자가 전래된 후로 감자농사가 시작되어, 1800~1820년대엔 감자 농사는 주요 산업이 되었다. 상품상의 이유로 럼퍼라는 단일품종의 감자만 키우게 했고, 감자 잎마름병이 번져 아일랜드 들판의 감자가 모두 썩어 버렸다. 대기근으로 인구 6백만명의 아일랜드인 가운데 1백만명이 죽고, 1백만명이 미국은 물론 신대륙으로 이민을 떠났다.

1845~1849년 아일랜드 대기근은 토지와 독립이라는 두가지 이슈를 제기했다. 이후 평화적 자치요구와와 무장봉기가 맞서면서 독립의 길로 한발 한발 다가갔다.

1916년 4월 24일, 아일랜드 민족주의자들 이른바 부활절 반란을 일으켰다. 그들은 더블린의 중앙우체국 본부를 장악하고,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이들의 부활절 봉기(Easter Rising)는 영국군의 압도적인 무력에 의해 닷새만에 진압되었다.

그러나, 1921년 아일랜드의 32개 카운티 중 26개 카운티가 아일랜드 자유국을 선언하면서 마침내 독립을 쟁취했고, 1949년에 독립 공화국이 되었다. (다만 북동부 6개 카운티, 곧 북아일랜드는 영국의 일부로 남았다.) 

Posted in10줄서평

[10줄서평]팀 마샬의 ‘지리의 힘2’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왜 침공했고, 무엇을 얻으려고 하나?

이 질문에 역사 정치 경제적 관점에서 다양하게 답할 수 있다. ‘지리의 힘’저자 팀 마샬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지정학적 관점을 제시한다.

러시아 입장에서 ‘신이 우크라이나에 산맥을 펼쳤다면’ 프랑스와 독일의 러시아 침공이 억제됐을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EU에 가입하고 나토의 일원이 되면 러시아의 앞마당을 적대 세력에 내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류역사에서 모든 전쟁은 구체적인 이익에 의해 촉발되었다. 구체적인 이익의 핵심에는 잠재적 위협 제거와 교역망의 확대가 자리잡고 있다. 즉, 기득권을 적극적으로 지키려고 하거나 더 많은 이익 창출을 위해 전쟁을 하는 것이다.

팀 마샬은 ‘지리의 힘’을 통해 제국의 탄생과 지역 분쟁의 구조와 작동 메카니즘을 지리적 특성을 통해 명쾌하게 설파하였다. ‘지리의 힘2’는 오스트레일리아, 이란, 사우디 아라비아 그리스, 터키, 사헬 등 새로운 지역을 다뤘다. 특히 저궤도, 달 등 우주 공간까지 포함해 지정학적 연구 대상을 확장했다.

10줄요약_오스트레일리아, 지리적 위치와 면적이 강점이자 약점이 된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아무데도 아닌 곳의 한복판에 있다가, 매우 중요한 어딘가가 되더니, 이제는 중심 무대가 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오스트레일리아의 지정학적 조건

세계에서 6번째로 국토가 넓은 나라다. 사막부터 열대우림 눈덮힌 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후와 지형을 보여준다. 국토 70%는 아웃백(outback)이라고 알려진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다.

처음에 오스트레일리아에 이주한 유럽인들은 해안쪽에 모였는데 동부해안의 중간 지점인 브리즈먼에서 시작해 초승달 형태를 띠고 있다. 시드니, 캔버라, 멜버른을 거쳐 애들레이드로 내려가면서 해안을 빙 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2.해상 방위의 중요성

나라의 면적과 위치는 강점이자 약점이 된다. 외부의 침략에는 안전했지만 정치적 발전은 더딜 수 밖에 없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장거리 교역망이 필요하고 해상항로 지킬 수 있는 강력한 해군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방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외교 정책 국방 문제에 이르렀을 때 이 나라의 출발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된다. 지리적 조건의 제약을 받는 것이다.

3.봉쇄와 차단의 위험에 노출된 지정학적 조건

오스트레일리아의 지리적 조건은 침공하기 어렵게 만든다. 적이 북쪽에서 상륙해도 전체를 장악하기 어렵고, 3천2백킬로미터 떨어진 시드니까지 쳐들어가기도 어렵다.

그런데 봉쇄와 차단에 속수무책이 될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수출입 상품들이 북쪽의 해협을 드나들고 있어 말라카, 순다, 롬복해협을 봉쇄해 버릴 수 있다. 말라카 해협은 인도양에서 태평양으로 가는 최단거리 노선이다. 이 해협이 봉쇄된다면 오스트레일리아는 순식간에 에너지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방위전략은 북쪽 해협 봉쇄에 대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원유수송선을 호위할 용도로 전함 잠수함 원거리 해상 초계기를 확보해두고 있다.

4.미국 중심의 우방 전략

오스트레일리아는 해군력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는 것 못지 않게 동맹을 신중하게 고르는 등 외교력에도 힘을 모으고 있다. 이 나라 정부는 누가 해상 주도권을 쥐고 있는가에 늘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2차 대전은 영국간 군사 관계에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이 발발한 것을 기점으로 미국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1943년 15만명의 미국이 오스트레일리아에 배치되었고, 시드니와 퍼스에 미군함이 정박하기 시작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군사력 일부는 제공하고 미 해군은 국제 해상 항로를 열어두게 하면서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다. 그 대가로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걸프전 이라크 전쟁에 자국의 부대를 파견하였다.

미국은 다윈항에 기지를 설치하고 2천5백명의 해병대를 주둔시켜 오스트레일리아를 수호할 의지가 충분하다는 신호를 주고 있다.

5.중국의 부상

오스트레일리아에게 딜레마다 생겼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북쪽에 위치한 중국이 부상한 것이다. 중국 관광객 140만명이 방문하고 해외 유학생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수출 농산품의 3분1을 사들이고 있다. 철광석, 천연가스, 석탄, 금 등 천영자원의 주요 고객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의 큰 관심사는 영유권주장과 영향력 확장이어서 오스트레일리아의 이해와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6.중국의 남진 전략

중국은 남중국해의 80%가 지리적 역사적으로 자국에 속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본토에서 1천6백여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바위들에게 시멘트를 쏟아붓고 섬(인공섬)이라 부르며 그 위에 활주로를 건설하고 레이더와 미사일을 배치하고 있다.

중국은 파푸아뉴기니의 다루섬에 대규모 어업단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향후 중군 군함용 항만이 건설될 수도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입장에서 언제가 중국의 GDP와 군사비가 미국을 넘어서게 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중국의 이런 남중국해 군사행보는 전쟁이 발발할 경우 중국이 일본부터 필리핀까지 내려가는 제1열도선 밖을 타격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중국의 전략적 목표가)인도네시아 남부와 필리핀까지 포함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이 범위안에 반다해와 파푸아 뉴기니 해안까지 포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7.중국의 남태평양 전략

남태평양을 둘러싼 싸움도 시작되었다. 바누아투, 피지 등 태평양에 있는 여러 섬을 대상으로 중국과 원조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코로나19사태가 터지자 지원물자를 실은 항공기를 바누아투에 재빨리 보냈다.

중국의 기술력과 힘은 오스트레일리아를 넘어서고 있다. 중국 탄도 미사일의 사정거리 또한 오스트레일리아를 에워싼 바다조차 소용없게 만들어버렸다. 사이버 무기를 갖고 있다면 주요 기반 시설이 사이버 공격을 받으면 전 세계 어느 나라치고 심각한 피해를 입지 않을 나라가 없을 것이다.

8.중국 견제

오스트레일리아는 화웨이를 퇴출시키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모리슨 총리는 코로나 19 발원지 조사에 전 세계가 참여해주기를 요청했는데 중국은 이를 중국에 대한 공격으로 보았다.이에 중국은 오스트레일리아산 소고기 라벨을 문제삼으며 유통과 수입을 금지했다. 보리와 철광석을 걸고 넘어졌고, 오스트레일리아는 사이버 공격을 받고 배후로 중국을 의심하고 있다.

9.미일 동맹 강화 전략

오스트레일리아는 일본과 합동훈련 상호군사 방문 등 군사협력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쿼드는 동맹국 체제라기 보다 미국 인도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 4개 나라 해군이 태평양에서 협력하는 전략적 협의체라는 측면이 강하다. 늘 해상항로를 열어두고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데 힘을 합치는 것을 지향한다.

뉴질랜드, 한국 베트남가지 포괄해서 쿼드 플러스라는 구상까지 하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은 중국의 지리적 인접성때문에 조심스럽게 두드려 보고 있는 입장이다.

10.인도-태평양을 하나로 보는 새로운 시각

인도-태평양을 아프리카 동부해안부터 미국 서부해안까지 뻗어 있는 것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구식으로 여겨졌던 이 관점이 세상이 변하면서 다시 뜨고 있다.

서쪽으로 인도양을, 동쪽으로 태평양을 두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는 북쪽으로 중국이라는 거대한 세력을 두고 있다. 베이징과 건설적인 대화를 이끌어가고, 미국과는 방위를 비롯한 여러 고리를 유지하는데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지만 어쨌거나 힘든 경기를 치러야 할 것임이 분명하다.

Posted in그야말로 역사

미국, 격변의 1920년대

미국의 20년대는 극적인 사회적, 정치적 변화의 시기였습니다. 처음으로 도시에 사는 인구가 농촌인구 보다 많았습니다. 1920년에서 1929년 사이에 국가의 부가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경제성장 덕분에 소비의 시대가 시작됩니다. 전국적으로 체인점이 설립되었고, 동일한 포맷의 광고가 선전됩니다. 미국 전역에서 같은 물건을 사고,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춤을 추고, 같은 속어까지 사용했습니다. 많은 미국인들은 이 새롭고 도시적이며 때로는 요란한 ‘대중 문화’에 물들어갑니다. 특히 미국 대도시에 사는 소수의 젊은이들에게 1920년대는 그야말로 활활 타오르는 광란의 시기였습니다.

The New Woman

‘광란의 20대’의 상징은 플래퍼(Flapper)입니다. 재즈 시대의 자유분방하고 젊은 여성들과 그들의 문화를 지칭합니다. 젊은 여성들은 단발머리에 짧은 치마를 입었습니다. 그들은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여성스러움을 던져 버렸습니다. 이전 보다 성적으로 더 자유로워 졌습니다. 물론 여전히 일부였지만…

1920년 비준된 수정 헌법 19조에 근거해, 여성은 마침내 투표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모든 여성이 위협 없이 투표권을 완전히 행사할 수 있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렸습니다. 수 백만 명의 여성이 사무직으로 일했고, 스스로 번 돈으로 당당하게 소비할 수 있었습니다. 피임 장치가 만들어졌고, 자녀 수는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세탁기와 진공 청소기와 같은 새로운 가전제품으로 가사 노동에서 일부 벗어날 수 있습니다.

매스커뮤니케이션과 소비주의

1920년대 여유가 생긴 미국인들은 기성복이나 전기 냉장고와 같은 가전 제품에 구매했습니다. 특히 그들의 최애 아이템은 라디오였습니다. 미국 최초의 상업 라디오 방송국인 피츠버그의 KDKA는 1920년에 전파를 탔습니다. 3년 후 전국에 500개 이상의 방송국이 생겼습니다. 1920년대 말까지 1,200만 가구가 라디오를 소유했습니다. 사람들은 또한 영화를 즐겼습니다. 미국 인구의 4분의 3이 매주 영화관을 찾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1920년대의 가장 중요한 소비재는 자동차였습니다. 1924년 Ford Model T의 가격은 260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자동차 금용 덕분에 자동차는 곧 ‘저렴한 사치품’이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동차는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1929년 미국인 5명당 1대의 자동차가 도로에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자동차 경제가 탄생했습니다. 주유소, 모텔 같은 기업이 운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겨났습니다.

재즈 시대

자동차는 또한 젊은이들이 원하는 곳으로 가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주었습니다. 젊은이들은 음악을 즐기고, 춤을 추고 싶어했습니다. 재즈 밴드는 뉴욕, 시카고 등에서 인기리에 연주되었습니다. 라디오 방송국과 축음기 레코드(그 중 1927년에만 1억 대가 판매됨)로 미국 전역애 재즈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일부 나이든 사람들은 재즈 음악의 ‘저속함’과 ‘악덕’에 반대했습니다. 그래도 젊은 세대의 많은 사람들은 댄스 플로어에서 느끼는 자유를 사랑했습니다.

금지와 갈등의 시대

1920년대, 자유로워지기도 했지만 금지와 갈등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1919년에 비준된 수정 헌법 18조는 ‘술’의 제조 및 판매를 금지했습니다. 1920년 1월 16일 오전 12시에 미국의 모든 술집이 폐쇄되었고, 갱단에 의해 지하화 되었습니다. 시카고 갱단의 알카포네는 수백만 달러 규모의 사업을 장악했습니다. 알 카포네는 천 여명의 총잡이와 시카고 경찰의 절반에게 월급 또는 뇌물을 주었다고 합니다.

1920년대 대규모로 흑인들은 북부나 서부의 대도시로 이주합니다. 흑인들은 자동차, 철강, 조선 및 육류 포장 산업에서 일자리를 찾았습니다. 재즈와 블루스 음악, 할렘 르네상스 같은 흑인 문화의 가시성이 높아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정치적 권리와 시민권을 위해 싸웠습니다. 20세기 들어 처음으로, 1928년 시카고에서 흑인인 오스카 드 프리스트가 연방 하원의원으로 선출됩니다. 이에 반감을 가진 백인들은 1920년대에 남부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Ku Klux 클랜(KKK단)’ 에 합류했습니다. ㄱ

이렇듯, 1920년대는 미국의 경제와 삶, 인구구성(Demographic Shifts)이 크게 변화하는 시기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가 충돌하는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였습니다.

Posted in강연후기

이광표 ‘명품의 탄생’

이광표 교수는 익숙한 화가들의 미술사가 아니라 수집(가)의 미술사를 이야기합니다. 수집의 각도에서 보니 더 귀를 쫑끗하게 듣게 됩니다. 뭐랄까 더 역사적이고 현실적입니다.

그저 일상용품에 지나지 않았던 고려청자나 달항아리, 조각보는 어떻게 명품이 되었을까요? 이광표 교수는 누군가가 또는 어떤 사건이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흥미로운 사례가 많지만, 그 중 기업에 남는 것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화가 김환기는 18세기의 그냥 백자를 ‘달항아리’로 불러주었습니다. 그의 그림, 달이 뜬 하늘과 화실에 놓인 달항아리…. 더이상 말이 필요없습니다.

김환기 1957년작 `화실`(99.5x72.5㎝).   [사진 제공 = 서울옥션]

1932년 경주 영묘사 터에서 와당이 발견됐습니다. 연꽃 무늬 와당이 대부분이었는데, ‘여자의 웃는 얼굴’이 발견된 것입니다. 일단 매우 희귀했습니다. 7세기 경에 만들어졌는데도 파격적이고 모던까지 했습니다. 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첫눈에 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신라의 미소’라고 부르는 얼굴무늬 수막새 바로 그 와당입니다. 

미술애호가로 유명한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하는 대구미술관을 방문했습니다. RM은 추상화가 유영국의 1970년대 ‘산’ 연작 앞에서 인증 사진을 남겼습니다. 그 덕분에 개막 한 달 만에 2만명 넘는 관람객이 대구미술관에 다녀갔습니다. RM이 ‘사건’, ‘일’을 만들어냈습니다.

‘명품의 탄생’은 옆에 두고 있다가, 궁금할 때 마다 펼쳐보면 좋을 책입니다.

Posted in종합

계속 백신? 이젠 치료제?

이제 코로나 시대가 끝나가는가 싶다. 오미크론이 세계를 한 번 휩쓸고 지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고 싶다. 그런데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도 있고, 코로나 19가 풍토병으로 남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시점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백신접종 완료 후에도 새로운 변이를 계속 걱정해야 할까? 치료약을 개발하는데 왜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리는가? 다음 번 코로나가 또 올 것인가? 온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먼저 백신 접종을 완료해도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에 걸릴 수 있는 이유를 살펴보자. 화이저(Pfizer),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등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이 만든 백신들은 모두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막 단백질 즉 ‘스파이크’ 단백질을 타겟으로 개발되었다. 이 스파이크 단백질은 이름 그대로 삐죽삐죽 튀어나온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인체의 세포 표면에 있는 다른 단백질과 결합한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입하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입체 모델. 표면의 스파이크(돌기, 붉은색) 단백질을 호흡기 세포에 결합시켜 침투한다./미 CDC

백신 접종을 완료해도 오미크론에 감영되는 이유도 이 스파이크 단백질의 변이에 있다.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생기면 준비되었던 면역세포와 항체가 무력화 되는 것이다. 물론 스파이크 단백질이 완전히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백신접종은 감염 확률도 낮추고, 중증으로 가는 것도 예방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백신 개발이 어려웠던 경우가 있었다.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AIDS)을 일으키는 HIV,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그 사례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끊임없는 변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변이을 통해 면역 체계를 피해가기 때문에, 백신접종으로 코로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 이들은 아마도 풍토병과 계절병의 원인 제공자로 인류와 계속 같이 할 동반자(?)로 봐야 한다.

다시 말하면 백신으로는 충분한 예방이 불가능하다. 코로나의 경우 변이 종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고, 새로운 동물 유래 바이러스가 다시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럼 우리의 해법은 무엇인가?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해법은 바로 HIV의 경우에서 찾을 수 있다. 한때는 걸리면 바로 사망으로 이어지던 ‘에이즈’는 이제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간주된다. 관리의 방법도 당뇨나 고혈압과 유사하게 치료제를 장기 복용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HIV는 막 단백질 외에도 다양하고 독특한 단백질을 만들어 숙주 세포 내에서 새로운 바이러스를 생산한다. 이 중 효소 기능을 가진 단백질을 대상으로 억제제가 다수 개발되었다. 일반적으로 효소 단백질은 막 단백질에 비하면 변이에 취약하다. 즉 변이가 효소의 기능을 망가뜨려 바이러스의 복제와 생성 과정이 저해되는 것이다. 때문에 변이를 통해 억제제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막 단백질의 변이는 겉모습만 바꾸는 성형 수술 같아 변이가 바이러스의 복제와 생성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오히려 앞에서 밝힌 대로 면역체계를 피해가는 장점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효소 단백질의 변이는 생존에 필수적인 장기를 이식하는 것과 같아 변이가 어렵고 변이가 어려우면 약의 효과를 피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효소 단백질의 특성을 이용하여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었다.

특히 여러 종의 약을 병용하여, 여러 효소 단백질을 동시에 억제하면 간혹 생기는 변이를 통해 내성이 생기는 것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바이러스에게도 동시에 생기는 여러 변이는 지나친 부담인 것이다. 심장, 폐, 간, 신장 이식 수술을 한번에 받는 것이 견디기 힘들지 않겠는가? 이렇게 여러 약을 동시에 쓰는 것을 칵테일 요법이라고 한다. 여러가지의 술, 과즙, 색소 등을 섞어 만드는 혼성주를 통칭하는 칵테일에서 유래된 용어이다.

다시 코로나 19로 돌아가 보자. 풍토병으로 자리잡을, 변이에 능한 이 바이러스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결국은 HIV의 경우와 같이 치료제가 답이 될 것이다. 팬데믹 시작과 함께 여러 제약회사에서 약 개발이 시작되었고 임상에서 쓰이는 약이 이미 다수 나온 상태다. 다만 백신보다 늦은 등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지 못했던 것뿐이다.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화이자(Pfizer)사의 팍스로비드는 실은 기적적으로 빨리 출시된 약이다. 일반적으로 임상 시험을 포함해 치료제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다행히 화이자는 이미 치료제 후보 물질을 가지고 있었다. 2003년 전세계를 공포에 빠트렸던 사스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개발되었던 다수의 후보 물질이다. 사스 바이러스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기 때문에 후보 물질 중 하나였던 팍스로비드가 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팍스로비드’ 는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효소 단백질을 억제할 수 있다. 이는 에이즈의 치료제와 같은 원리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코로나 19가 팍스로비드에 내성을 보이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즉 타겟 단백질의 변이는 코로나 19의 복제 기능을 억제해 바이러스 부하를 현저히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설사 변이를 통해 팍스로비드에 내성이 생긴다 하더라도 계속 개발되고 있는 여러 약의 칵테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에볼라와 인플루엔자, 그리고 코로나 20을 포함한 모든 바이러스 질병을 같은 논리와 작전으로 접근하여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런 세상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자연을 통제하겠다는 인간의 오만은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올 수도 있다. 그래서 조심스럽기만 하다.

Posted in종합

1204년 4월 12일,십자군 콘스탄티노플을 공격하다.

십자군전쟁은 11세기 말부터 약 2세기에 걸친 종교전쟁이었다. 카톨릭 교도가 이슬람에게서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한… 초기에는 본래의 목적, 예루살렘의 지배권을 두고 카톨릭 진영과 이슬람 진영은 치열한 각축을 벌였다.

초반의 숭고한 대의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질됐다. 장거리 원정대를 보내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했고, 비용을 부담하는 세력이 원정의 성격을 결정했다.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한 십자군의 4차 원정이 특히 그러했다.

1201년 이집트를 공략할 4차 십자군 원정부대 3만여 명을 모집하고, 베네치아가 준비한 500척의 선박으로 이동하는 계획이 수립됐다. 베네치아가 당시 유럽에서 가장 부유했던 무역도시였기 때문에 이른바 물주역할을 했다. 그런데 예상인원의 3분의 1만이 베네치아에 모였고,이들은 베네치아에 약속한 비용을 낼 능력이 없었다. 베네치아는 대신 헝가리의 항구도시 차라를 공격할 것을 요구했고, 십자군은 성공했다. 교황은 같은 카톨릭을 공격한 십자군 모두를 파문했다.

마침 권력투쟁 중이었던 비잔틴(동로마) 황제는 용병으로 십자군을 불러들였다. 허나 제국의 내분으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그러자 십자군은 바로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켰고, 도시에 대한 약탈과 살육이 사흘 동안 이어졌다. 이때 약탈된 재산은 십자군과 베네치아가 나누어 챙겼다. 베네치아는 원정의 결과로 경쟁도시인 제노바를 제치고 지중해 무역의 주도권을 가지게 되었다.

Posted in종합

[스토리텔러]지정학 전도사, 팀 마셜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한 외교 전문가이자 국제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터키 특파원과 외교부 출입기자, 영국 스카이뉴스 채널에서 외교 관련 기사 편집을 맡았으며, 그 전에는 영국 BBC와 LBC/IRN 라디오에서 일했다.

발칸 전쟁과 코소보 내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 리비아와 이집트 등을 휩쓴 ‘아랍의 봄’ 혁명의 현장에서 보도를 했으며, 1991년 걸프 전쟁 때 스카이뉴스 특파원으로서 ‘여섯 시간 연속 생방송’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금까지 취재를 위해 방문한 나라만 40개국이다.

《타임스》, 《선데이 타임스》, 《가디언》, 《인디펜던트》,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 여러 신문에 글을 썼으며, 저널리스트와 정치인, 시사 전문가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TheWhatandtheWhy.com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그의 블로그 ‘포린 매터스Foreign Matters’는 우수 정치 저술에 주는 상인 오웰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이자 미국, 영국, 독일, 한국 등 20여 개국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지리의 힘》은 세계사를 결정한 주요 요소 중 하나인 지정학을 바탕으로 경제 전쟁, 세계의 분열, 영유권 분쟁, 빈부 격차 등을 살펴보며 지리에 대한 핵심적인 통찰력을 제시했다.

그가 이번에는 ‘깃발’에 눈길을 돌린다. 수천 년 동안 깃발은 인류의 꿈과 희망을 상징했다.

사람들은 깃발을 흔들고, 태우고, 들고 행진하며 자신의 감정을 투여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건다.

이 책은 9.11테러 이후 세계무역센터 폐허 위에 성조기를 꽂은 미국, 그 성조기를 저주하고 화형시키는 중동, ‘심판의 날’을 위해 옥상에서 수백 개의 검은 깃발을 날린 IS, 해양 약탈의 역사가 담긴 해적 깃발, 세계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으로 깃발조차 만들지 않았던 중국, 전 세계적인 스포츠인 월드컵의 축구공에 자신들 국기를 새기지 말라며 항의한 사우디 등 110여 개 깃발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추적한다.

이 책은 단순히 깃발에 담긴 상징만 살펴보지 않는다.

천 조각 하나가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을 시각적으로 사로잡아 한 나라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열정을 발동시키며, 깊이 존경하게 만들고, 공동체를 통합시킬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나아가 깃발에 담긴 갖가지 사례들로 적나라한 인간의 열망, 권력 다툼의 민낯까지 드러낸다. 이제 슬픔, 용기, 영웅주의, 반항을 불러일으키는 상징, 집단적인 인내와 노력의 혼합체인 이 깃발들을 반갑게 맞이할 때다.

저서소개_지리의 힘2

전 세계 30개국 출간, 150만부 판매

뉴욕 타임스, 선데이 타임스, 슈피겔 베스트셀러인 <지리의 힘> 제2탄

세상은 정신없이 돌아가지만 지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지리는 우리의 발목을 잡기도, 우리 편이 돼주기도 한다.

우리의 수많은 선택은 우리가 서 있는 곳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지리적 요인은 지금도 이 세계를 요동치게 만든다.

이념은 스쳐 지나가도 지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그동안 세상은 정신없이 돌아가면서 엄청난 속도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지리는 그 어떤 변동도 없이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 미국과 소련이 세계를 이끌어가던 20세기 중반의 냉전체제가 종식되면서 이념 전쟁도 종식되는 등 급격한 변화를 겪었지만 지리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즉, “이념은 스쳐 지나가도 지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한 나라나 국제 정세에는 개개의 지도자들의 성향과 이념, 기술 말고도 여러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그 영향은 일시적이다.

하지만 세대가 바뀌어도 힌두쿠시 산맥과 히말라야 산맥이 만들어낸 물리적 장애물, 우기에서 비롯된 난관들, 천연자원이나 식량 자원에 대한 제한적인 접근 등은 피할 수가 없다. 결국 이념은 스쳐 지나가도 지리적 요소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 남는다.

모든 나라의 이야기는 그 <위치>에서 시작된다

전편인 『지리의 힘』과 마찬가지로 이번 책 또한 산, 강, 바다 등을 조망하고 지정학적 현실에 대한 이해를 구체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리는 인간이 할 수 있거나 할 수 없는 것을 제한하는 주요한 요소다. 물론 정치인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지리는 그보다 더 많은 것을 한다. 현재와 미래에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은 그들의 물리적 배경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어느 나라든 그들의 이야기는 이웃 나라들, 바닷길, 천연자원 등과 관련된 그 〈위치〉에서 시작된다.

미국과 소련의 양대 강국 시대에서 벗어나 새로운 열강들이 등장하는 21세기

미국과 소련이 전 세계를 지배했던 냉전시대는 이제 아득한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지금 우리는 새롭게 등장하는 열강들이 서로 대립하는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수많은 주연 배우들은 물론 단역 배우들까지도 서로 밀치며 중앙 무대로 들어서기 위해 혈투를 벌인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대기권 위의 달과 그 너머까지에 대해서도 권리를 주장하는 나라들이 등장하면서 지정

학적 드라마는 지구 영역 바깥으로까지 튀어 나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미래를 구성할 힘을 가진 또 다른 선수들에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저 멀리 남쪽 끝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시작해 우리 머리 위 저 높은 곳 우주까지

전작이 러시아, 중국, 미국, 유럽, 중동, 아프리카, 인도와 파키스탄, 일본과 한국, 라틴 아메리카, 북극 등 지정학적 거대 블록에 초점을 맞추면서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면, 이번 책에서는 다극화 체제로 전환된 세계에서 광범위한 파급력을 몰고 올 지역들을 다루고 있다.

그 중에서 특히 현재 지정학적 갈등을 겪고 있는 지역에서 21세기에 발생한 사건과 분쟁들을 다루고 있다.

세계화, 반세계화, 코로나19, 테크놀로지와 기후변화 등은 하나같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적이 없었고 이 책에서도 주요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들 요소들이 지리와 합쳐지면서 우리 시대의 분쟁과 갈등은 아직도 끊이질 않고 있다.

지리적 요인은 지금도 이 세계를 요동치게 만든다

중동 지역에서는 광활한 요새인 이란과 그 숙적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페르시아만을 마주한 채 맞서고 있다.

태평양 남쪽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가 우리 시대 최강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자리매김하려고 애쓰고 있다.

지중해에서는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그리스와 터키 간의 뿌리 깊은 갈등이 당장 내일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보인다.

이집트 농부들은 아직도 에티오피아에 물을 의존하고 있다. 아테네 북부에 있는 산은 여전히 유럽과의 교역에 발목을 잡고 있다. 사람들이 현안에 대해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리가 숙명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겠으나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

제국들은 부상했다가 쓰러진다. 동맹들은 손을 잡았다가 놓기도 한다.

히틀러가 꿈꾸던 천년 제국은 고작 10년을 웃돌았다. 따라서 다가오는 시대에 어떤 식으로 〈힘의 균형〉이 바뀔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경제적, 지정학적 공룡들이 여전히 국제 정세를 부여잡고 뒤흔들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EU의 각 나라들, 또 인도처럼 급속히 성장하는 경제 강국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보다 작은 나라들이라고 간과할 수는 없다. 지정학은 동맹을 끌어들이며, 끊임없이 요동치는 현 세계 질서에서 강대국들은 반대편 못지않게 그들 편에 설 약소국들이 필요하다.

지리는 <양날의 검>이다. 지리는 적이자 동맹이 될 수 있다.

지리적 위치와 면적이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 되는 <오스트레일리아>,

종교를 앞세워 전 세계와 기싸움을 하며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신의 과업을 수행하는 <이란>,

석유로 부를 쌓았지만 석유시대의 종말을 대비해야 하는 <사우디아라비아>,

통합 왕국을 이루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지만 지리 때문에 유럽에 대한 소속감이 덜한 <영국>,

고대부터 현재까지 지정학적 화약고가 되어왔던 <그리스>,

오스만 제국의 부활을 꿈꾸지만 이웃 나라들과 끊임없이 충돌하며 민주주의로 가려다 이슬람 사회로 방향을 틀고 있는 <터키>,

그래도 지리가 최고의 동맹이자 성공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에티오피아>,

한번도 지리가 그들 편에 선 적이 없는 <스페인>,

그리고 향후 최첨단 무기들의 격전장이 될 위험이 있는 <우주>.

이들 지역 모두는 지리가 적이 되는 곳이고, 지리가 가장 가까운 동맹이 될 수 있는 지역이다.

30여 개의 지도와 함께 살펴보는 세계 주요 지역의 지정학적 현실

특히 저자는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30여 개의 지도를 통해 경제 전쟁, 세계의 분열, 영유권 분쟁, 해상 항로를 두고 벌이는 탐욕과 경쟁 등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지도와 함께 현재의 지정학적 갈등의 원인을 살펴보면서 결국 모든 것은 <지리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세계사를 결정한 주요 요소 중 하나인 지리에 대한 핵심적인 통찰력을 제시하고 있다.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