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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 신지은의 ‘누워서 과학먹기’

질문: 얼음이 녹으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이과: 당연히 물이 되겠지

문과: 봄이 오겠지

문과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복잡한 과학적 인과관계보다는 현상의 이면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누워서 과학 먹기』(페이스메이커)의 신지은 저자도 마찬가지다. 대학에서 경영을 전공하고, 아나운서로서 경제방송을 진행했던 뼛속까지 문과인이었다. 수학과 과학을 끔찍이도 싫어하고, 그에게 물리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매한가지인 존재였다. 그런 그가 과학에 눈을 뜬 건 2015년 아프리카 공식 과학 방송 ‘곽방TV’의 진행을 맡으면서부터다.

“2시간 동안 한 가지 과학 이슈를 풀어나가는 ‘생방송’에서, 젊은 ‘과학자들’ 사이에 앉아, 문과 대표로 과학 이야기를 ‘듣고’, 동시에 ‘진행’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 참 고역이었다.” 당연히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혹시나 잘못된 지식을 전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고, 그때부터 “그날그날의 방송 주제를 글로 써가며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도서관에 들러 일주일에 몇 권씩 닥치는 대로 관련 서적을 읽었다.”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그리고 이제는 고백한다. “과학은 내 인생을 바꿨다”라고, “과학과 인문학으로 갈린 세상이 아니라 이 둘이 합해져서 만들어내는 큰 가능성을 상상”하게 됐다고. 그 노력의 흔적들이 이 책에 담겼다.

#10줄 요약 #챕터2 물리, 이 세상은 보이지 않는 힘으로 가득하다

1. 달이 지구로 떨어지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뉴턴은 복잡한 사고실험을 거쳤다. 이른바 ‘뉴턴의 대포’라고 알려진 실험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뉴턴은 여기서 ‘누군가 높은 산에서 포탄을 빠르게 발사할수록 포탄이 더 멀리 나아가 땅에 떨어질 것’이라고 가정했다. 실험과 마찬가지로 달도 누군가 빠른 속도로 던졌다고 가정해보자. 달은 직선으로 쭈욱 나아가 지구를 떠나 저 먼 우주로 달려가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지구가 잡아당기는 통에 갈 만하면 당겨지고, 갈만하면 당겨져 달은 결국 지구를 돌게 된다. 지구 역시 돌고 있기 때문에 달과 지구가 부딪힐 일은 없다.

2. 빛이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지를 밝히는 과정은 그야말로 갈등의 연속이었다. 당대 최고의 과학자 아이작 뉴턴은 그의 저서 『광학』을 통해 빛이 운동하는 ‘입자’로 구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크리싀안 호이겐스라는 과학자는 빛이 입자가 아닌 ‘파동’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 논란을 잠재운 건 1800년대 초 토마스 영이란 영국 과학자의 ‘이중 슬릿 실험’이었다. 빛을 아주 얇게 구멍 낸 종이 2개에 통과시킨 결과, 그 뒤의 스크린에 서로 다른 밝기의 빛이 물결친 것이다. 뉴턴의 말대로 빛이 작은 입자들의 뭉침이었다면 나타날 수 없는 결과였다.

3. 태양이 너무나 무거운 나머지 태양계의 시공간은 태양을 중심으로 움푹 꺼져 있다. 빛의 속도인 초속 30만km로 직진하던 어린왕자의 편지는 태양 주위의 움푹한 공간을 만나면 마치 미끄럼틀에 몸을 맡기듯 공간을 그대로 타고 우리 눈에 도착한다. 그러니 이 사실을 모르고 들어온 방향을 향해 아무리 화살을 쏘다댄들 화살은 절대 그 별에 닿을 수 없다. 어린왕자는 다른 곳에서 애타게 우리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4. 그(아인슈타인)가 만든 복잡한 식에 따르면 우주 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에겐 시간의 팽창이 일어난다,. 시간이 더 천천히 간다는 것이다. 동시에 공간의 길이는 줄어든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 밀러 행성에서의 1시간이 지구에서 7년이었던 이유다. 복잡하게 느껴지는 특수상대성이론을 정리해보자면 유일한 절대시간과 공간이란 없다. 내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내 시공간은 달라진다.

5. 1919년 아서 에딩턴이 개기일식이 태양 빛이 가려진 틈을 타 태양 뒤에 있는 별빛을 관찰하는 데 성공한다. 만일 시공간에 휘어짐이 없어 빛이 직진으로 이동했다면 절대 우리 눈에 닿을 수 없는 별이었다. 마침내 우리가 찾던 어린왕자의 별이 태양 뒤에 있다는 걸 발견한 것이다.

6. 그(아인슈타인)는 시간을 유연하고, 늘어나기도 하며, 심지어 순서가 바뀌기도 하는 것으로 봤다. 그는 “연인과 함께 보내는 1시간은 1초로 느껴지겠지만 뜨거운 난로 위에 앉아 있는 1초는 1시간처럼 느껴질 것이다”라며 시간의 ‘상대성’을 강조했다. 아인슈타인은 ‘절대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표면에서, 달에서, 비행기에서 시간은 다 다르게 흐른다는 것이다.

7. 그렇다면 아직도 왜 우리는 시간 여행을 하지 못하는 걸까? 그(아서 에딩턴)는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른다’는 열역학 제2법칙을 예로 들어 엔트로피의 증가가 시간의 방향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세상은 엔트로피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우주는 에너지와 물질의 출입이 없기 때문에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 그는 이것을 절대 뒤로 돌릴 수 없는 ‘시간의 화살’이라고 했다.

8. 양자 역학이 얼마나 어려운지부터 설명해야겠다. 양자역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는 “양자 역학을 연구하면서 머리가 어지럽지 않은 사람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했다. 스티븐 호킹은 “슈뢰딩거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슈뢰딩거를 총으로 쏘고 싶다”는 과격한 표현을 쓰며 양자역학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9. 영화 ‘아이언맨’ 속의 ‘토니 스타크’가 가슴에 품고 다닌 아크 원자로는 현실에서 가능한 일일까. 태양의 핵융합을 지구상에서 태현하려면 온도가 1억℃는 되어야 한다고 한다. 1,500만℃이든 1억℃이든 아마 플라즈마가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었다면 상상도 하기 전에 우리 모두가 녹아버렸을 것이다. 결국 36.5℃의 체온을 가진 사람은 감내하기 힘든 게 ‘아크 원자로’란 말이다.

10. 빛이 ‘음굴절’하게 만드는 메타물질은 빛의 친척인 전자파나 음파 등 다른 파동들도 바꿔버릴 수 있다. 메타물질로는 전자파를 피해 가게 할 수도 있다. 메타물질을 천장에 발라 놓으면 층간 소음도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메타물질을 발라놓은 마스크를 쓰고 전화를 하면 지하철에서도 마음껏 통화할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악당이 메타물질을 뒤집어쓰고 내 옆에 와서 원고를 쓰고 있는 나를 훔쳐본다는 생각을 하면 소름도 끼친다.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

누워서 과학 먹기

신지은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84쪽 |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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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70세 유튜버 ‘밀라논나’의 슬기로운 노년생활 ‘, 밀라논나 이야기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1952년생 멋쟁이 할머니 장명숙. 그는 1952년 한국전쟁 중 지푸라기를 쌓아놓은 토방에서 태어나 ‘멋있어지겠다’는 일념으로 1978년 한국인 최초로 밀라노 패션 유학길에 오른 패셔니스트다. 1986년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의상 디자인을 맡았고, 페라가모와 막스마라 등 이탈리아의 핫한 디자인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했다.

이탈리아와의 우호 증진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에는 이탈리아 정부에서 명예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튜브(밀라논나) 크리에이터가 되어 새로운 삶을 누리고 있는데, 구독자가 90만명에 달한다. 밀라노의 할머니(논나)라는 뜻을 지닌 밀라논나, 그의 삶을 담은 책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김영사)가 최근 출간됐다.

책의 인기는 상당하다. 사전예약만 5500권 규모, 거센 반응에 장명숙씨는 “겁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걸 왜 썼어”라는 뾰족한 말이 나오진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인데, 평소 친근한 이미지를 고려하면 기우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70세의 할머니는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하지 않는다.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을 해내는지 놀랍다”며 오히려 “내가 조언을 구해야 할 지경”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삶에서 우러나는 경험은 전달하는데, 그 중 하나가 ‘우울할 땐 우울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조금의 우울도 허락하지 않는 태도는 마음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 하지만 언제까지 우울함에 빠져있을 수만은 없기에 언젠가 우울에서 빠져나올 때는 햇빛이 큰 도움이 된다고 ‘귀띔’한다. 책 이름에 ‘햇빛은 찬란하고’란 문구가 들어간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일찍 결혼해 두 아들의 엄마가 되고, 밀라노 유학길에 올라 정말이지 바쁜 삶을 살아오던 저자는 느지막이 나이듦의 여유를 기대했다. 하지만 현재의 삶은 평일엔 유튜브 촬영, 주말에는 글쓰기의 연속이다.

누군가는 욕심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원체 호기심 많은 성격 탓이기도 하고, 그런 부지런함의 목적이 누군가를 향한 도움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시간이 날 때마다 양육시설을 방문해 아이들과 청소년의 곁을 지킨다.

책 인세와 유튜브 수익은 모두 사회복지기관, 보육기관, 미혼모 지원단체에 기부된다. 저자는 “유튜브와 책 출간은 계획했던 게 아니라 덤이다. 덤으로 얻은 것이니 덤으로 드리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좀처럼 이런 말을 하지 않지만 좋은 일에 사용하는 것이니 ‘책을 많이 사달라’ ‘좋아요 구독 눌러 달라’고 말한다”고 설명한다.

책은 크게 ‘자존’ ‘충실’ ‘품위’ ‘책임’ 챕터로 나뉜다. 그 중 자존과 관련해서는 “남에게 보이는 삶을 살지 않는다. 내 삶의 기준은 나다. 남에게 초점을 맞추면 나는 없다. 나부터 만족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삼풍백화점 근무 당시 살아남았던 일화를 전하며 “그때 여러 동료를 잃었는데, 하루만 차이 났어(출근하지 않는 수요일에 사고 발생)도 나도 죽었을 것”이라며 “하루라는 게 찰나인데, 결국 오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늘이 어제가 되기 전에 오늘을 붙들고 살자”고 권면한다.

패셔니스트인 만큼 옷 잘 입는 법에 관해 참 많은 질문을 받는데, 이에 관해 “입고 싶은 대로 입으라. 다만 색깔만 좀 맞췄으면 한다”고 대답한다. “입고 싶은 대로 입고 사람들 반응이 별로고 부끄러우면 벗고, 으쓱하면 계속 입으면 된다”며 “이탈리아에서는 ‘어떻게 저렇게 입나’ 하는 패셔니스타들이 많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내가 입는 법은 이러하다. 먼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색깔을 맞춘다. 너무 요란하지 않게 색을 배합한다. 부담스럽지 않게, 편안하게, 형편에 맞게, 깔끔하게 옷을 차려입는다”며 “다만 상대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 편하게 느끼는 옷차림을 경계한다. 억지로 젊어 보이려는 옷차림은 피하고자 한다”고 전한다.

“쓸데없는 욕심을 버리고, 지금 이 순간을 만족하며 즐기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는 게 행복”이라는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말을 마음에 새기고 사는 저자는 머릿속이 복잡할 땐 온갖 멍을 때린다. “모닥불을 우두커니 바라보는 불멍, 숲을 가만히 응시하는 숲멍, 흐르는 물을 그저 쳐다보는 물멍,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소리멍” 거기에 햇살멍까지. 현실에 지친 당신에게 찬란한 햇빛과 귀한 인생을 소개하는 밀라논나멍 때리기를 권면한다.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

#북리뷰 #장명숙 #밀라논나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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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 서평] 제현주의 ‘돈이 먼저 움직인다’

임팩트 투자사 옐로우독의 제현주 대표가 쓴 책이다. 일찍이 기업 재무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그는 엑셀 프로그램 안에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놓고 이런저런 변화를 주어 그 결과를 확인하기를 즐겼다. 그런 과정 속에서 마치 ‘작은 조물주’가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어느날 문득 깨달았다. 엑셀 한 줄에 집어넣은 가정이 현실에서 큰 변화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구매 원가를 줄인다는 것은 구매부서의 누군가가 납품업체와 힘겨운 협상을 벌인다는 것을 의미했고, 서비스 가격을 올린다는 것은 콜센터 상담원들이 수만 고객의 엄청난 불만을 받아내는 것”을 뜻했다.

그 엄청난 무게감에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6년간 열 권에 이르는 책을 번역하며 공부에 공부를 거듭했다. 그리고 그 끝에 ‘임팩트 투자’를 전략으로 내세우는 현재 회사에서 일하게 됐다.

임팩트 투자는 “사회에 미치는 임팩트를 고려해 강하고도 긍정적인 임팩트를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는 투자”로 “요즘 유행한다는 ESG 투자의 가장 적극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6년의 공부, 4년의 실무 경험을 책에 담았다. “대체 임팩트 투자가 뭐냐” “그렇게 돈을 버는 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나름의 해답을 제시한다.

10줄 요약 _챕터14 거대한 기후 시장이 열린다

1. 파리협정에 따라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려면, 2050년까지는 탄소 배출 중립, 이른바 넷제로(net zero)에 도달해야 한다. 이는 경제, 사회 시스템 전반에 걸친 탈탄소화를 의미하며 시스템 전환에 필요한 비용은 2035년까지 매년 2조4000억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인류에게 던져진 엄청난 과제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 GDP의 2.5%에 해당하는 거대한 새 시장이 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2. 1.5도 억제 목표가 요구하는 넷제로에 2050년 이전에 도달하겠다고 선언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넷제로 선언은 대기 중 탄소 농도를 조금도 더 높이지 않겠다는 공언인데, 탄소 배출을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하므로,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도 남는 게 있으면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는 ‘네거티브 배출’을 시행해 총합으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2020년 9월에 발표된 보고서 ‘넷제로 가속화’에 따르면 1541개 기업이 넷제로 목표를 공약했다. 이들의 매출을 모두 합치면 11조4000억달러로 미국 GDP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3. 구글과 아마존은 각각 2030, 2040년까지 넷제로에 도달하겠다고 약속했고, 바스프, 지멘스, 슈나이더일렉트릭도 2030년을 결승선으로 잡았다. 세계 석유회사인 스페인의 렙솔을 시작으로, 석유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인 BP, 쉘, 토탈도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4. 소비자 역시 환경 의제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닐슨은 2015년 전 세계 60개국 3만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66%의 소비자가 지속 가능성이 높은 제품이라면 값을 더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밀레니얼 세대 중에는 무려 73%가 지속가능성이 높은 제품에 가격을 더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5. 기후기술 투자의 성장이 한때의 유행일지 모른다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2000년대 후반 환경을 깨끗하게 만드는 기술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각종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에너지원을 청정에너지로 교체하는 대체 기술인 ‘클린테크'(청정기술) 붐이 쓸쓸한 폐허를 남긴 전례 때문이다. 다만 그때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 변화 가능성을 높인다.

6. 먼저 첫째, 클린테크 붐 이후 10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대기 중 탄소 농도가 더 높아졌다. 그 결과 기후 위기가 더 가시화되고 있어 위기감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7. 둘째는 가시화된 기후 위기는 기후기술을 특정한 분야가 아니라 전 산업, 사회 전체에 걸쳐 요구되는 솔루션으로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는 화석연료 가격에 큰 영향을 받았지만, 최근 재생에너지 비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기후기술은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요구되는 탈탄소 솔루션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8. 셋째로 10년의 세월 동안 기술 발전이 이뤄지면서 석유화학계 및 고탄소 소재의 대체재 개발을 가능케 하는 바이오 엔지니어링 기반 기술의 비용이 현저히 낮아졌다. 또 센서 및 이미징 기술 역시 급속히 발전해 탄소 배출 모니터링이 용이해졌다.

9. 기후기술 시장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세상 곳곳에 있는 기후기술 기업들을 찾아 나서면서, 비관은 줄고 낙관은 늘었다. 치열함과 명민함, 책임감과 영리함을 갖춘 많은 창업자가 기후 변화라는 우리 세대의 난제에 몰두하고 있다.

10. 한국의 변화는 특히나 여전히 느리다. 2021년 6월 말을 기준으로 넷제로를 선언한 기업은 7곳에 불과하며, 기후기술 분야 역시 벤처캐피탈의 주요 투자 영역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적응하기 위한 근본적 변화를 선언한 기업은 드물지만 향후 5년간 한국 기업들의 기후 변화 대응의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빨라질 것이다.

책 정보

돈이 먼저 움직인다

제현주 지음 | 어크로스 | 272쪽 | 1만6,000원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

#10줄서평 #북스 #임팩트투자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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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서평]김재필의 ‘ESG 혁명이 온다’

ESG가 산업계 핫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합니다. 압축하면 ESG는 지구를 위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 이익을 추구하고, 법과 윤리를 지키는 경영을 하자는 것입니다.

ESG는 그리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속가능한 성장(SDG), 사회적 책임(CSR/CSV), 탄소 제로 등 그동안 등장했던 여러 개념을 합친 개념입니다.

세계 산업계가 올해 들어 ESG에 주목하는 것은 크게 돈과 규제 때문입니다.

먼저 블랙록같은 세계 최대 투자사가 ESG를 투자 기준으로 삼겠다고 선언하자 큰 손들이 블록록을 따라가면서 돈이 ESG테마에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규제 측면에서 EU와 미국이 탄소 국경세와 같은 강력한 규제를 법제화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국내 산업계는 ESG를 더 이상 때 되면 등장하는 기업 압박용이라고 여겨서는 안됩니다. 발등에 떨어진 불입니다. 또 선택 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수행해야할 필수 사항입니다.

‘ESG 혁명이 온다'(김재필)은 ESG를 쉽게 전달하는 입문서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그동안 학계, 투자업계, ESG리딩 업체 사이에서 공유된 ESG 내용을 이 책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 책중에서 ESG경영을 측정할 수 있도록 수치화한 ROESG 모델을 담은 5장 소개합니다.

10줄 요약 5장_ESG는 비용인가, 투자인가 편

1.경영자 입장에서 ESG를 도입할 때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은 비용으로 보느냐, 미래 가치 창출을 위한 투자로 보느냐이다. 일반적으로 ESG관련 지출은 대부분 비용으로 인식돼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친다.

장기적 관점에서 ESG 도입의 중요성은 인지하면서도 당장의 재무제표 상에는 그 효과가 바로 가시화되지 않기에 ESG 도입을 주저하는 CEO들이 적지 않다. 이런 허들을 해소하기 위해 ESG를 비용인 아닌 장래 기업 가치를 올리는 투자 요소로 인식해 수치화시키는 모델들이 개발되고 있다.

2.ROESG모델은 일본 제약사 에자이(Eisai)의 야나기 료헤이 전무가 고안 것으로 ESG 비용을 미래 투자로 간주해 이익에 반영시켜 ESG스코어를 산출하는 모델이다. (일본 경제신문 닛케이는 이 모델을 활용하여 2019년부터 ROESG 100대 기업 랭킹을 발표하고 있다.)

3.ROESG모델의 근간은 PBR이다. 기업 평가 지표로 이익대비 주가를 측정하는 PER(Price Earning Ratio)와 자산가치대비 주가를 표시하는 PBR(Price Book value Ratio)가 있다.

PBR이 1 미만이라면 기업의 장부 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의미로, 저평가된 기업으로 판단한다.

PBR이 1 이상이 되면 시장에서 주식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뜻이다. ROESG 모델에서는 고평가된 가치를 비재무적 자본, 즉 ESG 활동에 의한 가치로 해석을 한다.

4.야나기 료헤이는 에자이의 10년간 PBR 추이와 에자이의 ESG활동간 상관관계를 통계적 방법으로 분석했다. 이 결과 탄소배출 저감 활동, 연구개발비, 여성관리직 비율 증가 등이 PBR을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영업이익 계산시 비용으로 간주했던 인건비, 연구개발비 등을 미래 수익창출을 위한 투자로 간주할 수 있는 근거를 확인한 것이다.

5.야나기 료헤이는 ESG활동과 자기자본 이익률(ROE)에 대한 영향을 분석했다. 같은 자본을 사용해 더 많은 이익을 내면 당연히 좋다. 자본 1억원 회사가 1000만원 이익을 내면 ROE는 10%가 된다. 주주 입장에서는 ROE가 기업 익을 평가하는데 핵심 지표다.

ROESG모델은 ESG활동이 ROE상승에 있어 중요한 상관 관계가 있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공식을 구성한다. 즉 ROE에 ESG스코어를 곱해 수치를 산출한다.

6.ROESG모델에 사용하는 ESG 스코어는 아라베스크Arabesque,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 FTSE, MSCI, 로베코Robeco 등 5개 ESG 평가기관의 평가 점수를 이용하는데, 각 사의 상위 10% 기업을 만점(1점)으로 해서 10% 단위로 0.1점씩 감점해 5사의 점수를 평균한다. 상위에는 최대 30%의 프리미엄을 줘서 최고점을 1.3으로 한다.

ROE는 각 사 IR 데이터를 참고로 해 ROE의 3기 평균을 산출한다.

마지막으로 ESG 스코어와 ROE를 곱함으로써  ROESG 수치를 산출한다.

7.이 모델을 이용해 2019년에 주식 시가총액 300억 달러(약 3.2조 엔) 이상, 자기자본비율 20% 이상의 글로벌 기업 263사를 대상으로 ‘ROESG’를 조사해 100위권의 기업들을 발표했는데, 상위 30사의 90%가 유럽과 미국 기업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미국 기업은 ROE가 높고, 유럽 기업은 ESG 스코어가 높았다

8.1위는 93포인트를 받은 덴마크 제약기업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로 ROE가 79%로 높아 수익력과 지속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ESG 평가에서도 공장 소비전력의 77%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개발도상국의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인슐린을 제공하는 등 사회와 경제, 환경 모두를 배려하는 ‘Triple Bottom Line 경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 기업으로는 36위에 SK하이닉스, 79위에 삼성전자가 순위에 들었고, 일본 기업 중에서 순위가 가장 높은 기업은 56위에 오른 생활용품 제조회사 가오花王이다.

9.ROESG 모델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수치나 순위보다 측정되기 어려운 비재무적 ESG 활동을 정량화하고 기업의 이익과 연결시켜 이것이 비용이 아닌 미래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투자임을 보여주려고 했다는 점이다.

에자이의 1만여 개 이상의 ESG 데이터와 28년분의 PBR를 빅데이터 분석해 상관관계를 도출해내고, 이를 토대로 ROESG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ESG를 정량화하고 가시화하려는 노력들은 현재 다른 여러 평가기관들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10.기업들도 이제는 ESG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 ESG는 기부나 자선 활동이 아니다.  명확한 비전 하에 기업 가치를 높이는 투자임을 인식하고 전략적 방향에 맞게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가시화되고 측정 가능한 ESG추구로 자본 조달비용은 감소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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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서평]조원경의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EU(유럽연합)는 7월 14일 세계 최초로 탄소 국경세(CBAM) 도입을 공식화했습니다.

탄소 국경세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나라에서 만든 상품을 수입할 때 추가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징벌적 관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를 걱정하면서도 미온적으로 대응했던 국내 산업계가 탄소국경세 도입에 화들짝 놀라는 분위기입니다.

철강, 자동차, 화학 등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수출기업은 당장 탄소저감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적자를 감내해야 합니다.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조원경)은 탄소와 관련된 국내외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망과 연결된 그린 수소관련 최근 동향을 잘 담고 있습니다.

10줄 요약_제2장 수소경제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1.수소경제

GM의 한 임원은 2000년 5월 전미석유화학정유협회 연차총회에서 “우리의 장기적 비전은 수소경제”라고 발표했다. 수소의 염원은 과거를 거쳐 현재까지 상당한 속도로 항해한다.

수소경제란 수소를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국가 경제와 사회 전반, 국민생활에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고, 경제 성장과 친환경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경제 시스템을 말한다.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의 저서 『수소 혁명(The Hydrogen Economy)』을 처음 접했을 때 고개를 갸우뚱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2.기후변화/탄소세, 수소의 가치

MZ세대는 기후재앙이라는 대가를 혹독한 영수증으로 냉철하게 받아들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주역으로서 수소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 결과 수소는 산업, 운송, 전력 부문에서 다양하게 응용이 가능한 탈산소 해결책으로 부각되고 있다.

3.에너지원으로서 수소

1950년대에는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전기와 물을 생산하는 연료전지가 우주에서의 수소 사용을 위해 개발되었다. 1960년대에, 몇몇 과학자들은 물을 수소와 산소로 나누기 위해 태양 에너지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는데, 이는 훗날 연료전지로 탄생하게 된다

수소 양산 체제에서 경제성 확보가 중요하다. 비용측면에서 경제성과 편의성이 날로 좋아지면서 수소 활용이 각광을 받고 있다. 각국 정부가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민간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수소 경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4.수소의 특성

수소는 지구 표면에 산소와 규소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원소다. 또 우주에서 가장 흔한 것 중의 하나로 영원히 고갈되지 않는다.

아쉽게도 수소는 가장 가벼운 원소여서 가스로 존재하는 경우는 드물고, 지구 대기권에 극소량이 존재한다. 지각권에서는 대부분 물 분자나 석유, 가스 같은 탄화수소, 생명체의 구성 물질과 같은 유기화합물 상태로 존재한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로 수소를 만들고, 그 수소를 수소 연료 전지에 담아 두고 필요할 때 전기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수소에너지는 물에서 얻을 수 있어 자원의 제한이 없고, 연료로 사용된 후에는 물로 돌아가 생태학적으로 안정적이다.

5.수소연료전지 원리

한 번 사용하면 다시 쓸 수 없는 1차 전지나 전기차에 사용되면서 충전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2차 전지와 구별해서 연료 공급을 하면 전기를 지속적으로 생성하는 3차 전지가 수소연료전지다.

수소를 전기 생산에 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인공태양’이라고 불리는 핵융합 발전은 두 수소 원자핵을 합쳐 헬륨 원자핵으로 바꿀 때 생기는 에너지를 얻는 방법이다.

두번째 수소 연료전지 방법이다. 수소와 산소가 결합하기 위해서 수소는 자신의 전자를 버리고 양(+)이온이, 산소는 이 전자를 얻어서 음(-)이온이 돼야 한다. 그래야 서로 반대되는 전극을 가져 끌어당길 수 있다. 이렇게 전자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전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6.수소의 등급, 그린 수소가 핵심

색깔로 수소를 구분하는 이유는 생성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많이 발생하느냐를 구분하기 위해서다.

가장 많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브라운 수소’와 ‘그레이 수소’는 각각 화석연료인 석탄이나 천연가스로 만드는 수소다. 이런 수소를 생산하려면 온실가스 배출은 불가피하다.

그린 수소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를 지칭한다.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이 없다.

7.그린 수소 EU 현황

유럽위원회는 2020년 7월 유럽 기후중립을 위한 수소 전략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2030년까지 수소생성과 수전해장치에 420억 유로, 이 장치와 태양광 풍력발전 연결망을 구축하는데 3400억유로를 투입한다는 것이다. 이 전략의 중심은 그린 수소다.

적기에 사용이 어려운 재생에너지 전기로 그린 수소를 대량 생산해 이를 에너지망에 연결해 유럽 산업을 번성하겠다는 계획이다.

2020년 6월 10일 발표된 독일의 ‘국가 수소 전략’은 글로벌 수소경제 확산에 불을 지폈다. 독일은 수소경제 이행의 명분부터 실행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쏟아냈다.

8.일본, 중동 지역 그린 수소 전략

일본은 세계 최대 규모의 그린 수소 생산 시설인 후쿠시마 수소 에너지 연구단지(FH2R)를 완공했다.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만든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식으로 매 시간 1,200Nm3 사용 가능한 수소를 생산한다. 이는 하루에 수소자동차 약 560대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580조원을 들여 첨단 도시 네옴(NEOM)을 100%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 도시로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세계 최대 수소 생산 기지를 세우기로 했다.

9.수소연료전지의 장애물

연료전지가 화석연료를 완전히 대체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수소는 가연성이 있고 기체 상태에서는 저장이 어려워 저장 기술이 개선돼야 하고, 연료전지에 사용되는 촉매의 가격이 매우 비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러한 한계점을 돌파하기 위해 많은 연구자들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10.태양광 풍력 에너지원이 적은 한국의 수소 경제 선택

“우리나라는 풍력이나 태양광에적합한 국가가 아니다. 재생에너지에서 정제된 그린 수소 생산을 고려하고 있지만 그 규모가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나머지는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국가에서 수입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한국과 일본은 호주에서 충당할 수 있다.”(현대자동차 수소차 연구 임원)

그에 의하면 미래에는 결국 신재생 자원을 보유한 국가와 우수한 기술을 가진 국가가 협업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는 호주처럼 생산 여건이 좋은 국가에서 저렴하게 구매하고, 우리나라는 연료전지 시스템 기술을 개발해서 이것을 해외에 수출하면 된다.

<울산 수소도시 미래상>

대한민국 수소경제의 메카 울산시는 바람과 파도의 힘으로 생산한 에너지의 잉여 전력으로 수소를 만들어 지역 산업에 전기를 공급하고 수소 마을에 난방을 공급할 계획이다. 수소트램이 시민들의 발이 되고, 울산항을 오가는 선박을 수소연료전지로 운항하는 도시의 꿈은 현실이 된다.

울산은 수소를 생산·보관·수송·활용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소로 필요한 에너지를 마련하는 세계적인 ‘수소 도시’로 부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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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서평]윤영호의 ‘그러니까, 영국’

영국은 한국인에게 친숙한 나라입니다.

영국에 대해 아는 것을 말하라고 하면 너무 많아서 무엇을 먼저 말해야 할지 모를 정도입니다.

하지만 친숙한 것과 잘 아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특히 미디어나 책을 통해 접한 영국과 실제 영국 사회속에서 접한 영국은 다를 것입니다.

또 영국 사회 역시 새로운 상황을 맞아 변하고 있어 고정 프레임으로 영국의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윤영호의 ‘그러니까, 영국’은 최근에 나온 영국 관찰기입니다.

그래서 윤작가는 영국이 왜 브렉시트를 선택했는지, 로열 패밀리를 사랑하는지 등 외신에 자주 등장하는 영국의 이슈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려고 발로 뛰었습니다.

책을 읽으면 새로운 팩트나 관점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영국에 가족과 함께 살면서 직접 보고 듣고 겪은 팩트를 많이 담으려고 애쓴 점입니다.

예를 들어 윔블던 테니스 관람권을 사기 위해 가족과 함께 텐트를 치고 밤을 새우는 과정에서 만난 영국 이야기가 그러합니다.

10줄 요약_8장 스포츠와 게임, 영국민의 발명품

1.여름 두달을 영국에서 보낸다면 골프, 테니스,경마 등 세계적인 스포츠 경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그런 행사중 최고는 역시 브리티시 오픈골프대회(The Open)다.

브리티시 오픈 모든 일정을 관람하고 식사와 음료수를 제공받는 티켓중 1200만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 이 티켓은 가장 먼저 매진된다.

2.골프의 발상지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St. Andrews)다. 제임스2세의 골프 금지령을 해제한 스코틀랜드 제임스4세는 골프를 즐긴 최초의 왕이었고, 제임스4세의 손녀 메리 여왕은 골프를 즐긴 최초의 여성이었다.

이들은 모두 세인트앤드루스에서 골프를 즐겼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골퍼에게 성지와 같은 곳이다. 영국인들은 올드코스를 성배(Holy Grail)이라고 부른다.

3.세인트앤드루스에서 영국 지인과 골프를 쳐보니 골프장이라기 보다 동네 공원에 가까웠다. 주민들이 자유롭게 골프장을 가로 질러 해변으로 가고 자전거로 페어웨이를 가로질러 가는 모습이 흔하다. 역사와 자연 도시와 사람이 함께 하는 골프장이다.

프로 골퍼 보비 존스는 “자신의 인생에서 모든 것을 빼앗겨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의 경험만큼은 빼앗기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4.영국인의 테니스 사랑은 유별나다. 세계 최고의 테니스 대회가 열리는 윔블던은 런던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중 한 곳이다. 좋은 학교과 공원이 있고 시내 접근성도 뛰어나고 좋은 골프장과 테니스장이 많다. 윔블던 테니스대회 명칭은 ‘더 챔피언십’(The Championship)이다.

윔블던 관람권의 절반은 6개월전에 예약해야 하고 또 추첨을 통해 입장권이 배정된다. 절반은 현장에서 판매하기에 이틀전부터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데 큰 즐거움중의 하나다. 줄은 잘 관리되고 새치기 여지는 없고 낮에는 같이 줄 선 사람끼리 운동하고 음식을 나누기도 한다.

5.영국인들은 젠틀맨 이미지의 페더러를 전투적 이미지의 조코비치보다 더 좋아한다.

지인중 한명은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고 스포츠광이지만 테니스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 이유를 물으니 “그건 귀족 스포츠잖아!”라며 농담섞인 대답을 했다. 영국 사회의 특징을 잘 함축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6.박지성선수가 뛰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왜 리버풀을 꼭 꺾어야 했을까?

두 도시는 18~19세기 산업혁명 중심지로 같이 발전하는 도시였다. 맨체스터의 방직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 리버풀 항구를 통해 세계로 수출되었다.

후발 산업국가가 추격해오면서 맨체스터는 항구 사용료를 절감하기 위해 1885년 운하 건설을 추진했다. 이에 리버풀은 목숨 걸고 이 계획을 좌절시키려고 했다. 공동운명체였던 두 도시는 서로 잘 되는 꼴을 볼 수 없는 사이가 됐다.

7.운하를 놓고 두 도시의 싸움이 시작됐을 무렵에 두 도시에 각각 프로팀이 결성되었고, 잉글리시 축구 리그가 생겼다. 리그 초창기부터 맨유와 리버풀은 사생결단으로 축구를 했다. 그 경쟁을 통해 영국을 대표하는 구단이 되었다.

8.손흥민선수가 뛰는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장은 런던 북부의 낙후 지역에 있다.

토트넘 구단주 대니얼 레비는 1조 5000억원을 들여 2019년에 호텔 인테리어 수준의 최신식 경기장을 지었다. 낙후된 주변과 대비되는 곳이다.  케임브리지대학에서 토지경제학을 전공한 레비 회장이 거액을 투자 최신 경기장을 지으면서 주변 지역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예상했을 것이다.

9.매년 6월 중순에는 에스콧 경마장에서 로열 애스콧 행사가 열린다. 영국 왕실이 주관하는 이 대회는 격조가 있다. 푸른 초장에 건설된 경마장, 화려한 족보의 명마, 연미복과 각양각색의 모자, 계층간 경계, 그리고 여왕이 등장한다. 매년 참가하는 여왕이 탄 마차를 2미터앞에서 볼 수 있다.

10.모든 영국의 경마대회가 애스콧같이 격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리버풀의 에인트리 경마장에서 개최되는 그랜드내셔널 대회를 본다면 영국다운 것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40필의 경주마가 전속력으로 달리면서 나무 덤불을 서른 번 넘어야 한다. 터프하면서도 우아하다.

대회중에 기수와 말이 죽기도 한다. 그대로 대회는 멈추지 않는다. 인명경시나 동물 학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영국인은 보호와 안전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쟁도 흥분도 자유도 중요한 삶의 일부다. 그러다가 죽음이 오면 죽음은 문제의 끝이다. 모든 죽음을 다 풀어야 할 숙제라고 본다면 우리의 불행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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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줄서평]산제이 굽타의 ‘킵 샤프 늙지 않는 뇌’

인간의 평균 수명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50~60대에 해당하는 세대는 100세 시대를 불안하게 여깁니다.

오래 사는 것이 좋기는 한데 과연 제 발로 걷고 제 정신으로 살 수 있는지를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하드웨어(몸)은 멀쩡하나 소프트웨어(뇌)가 망가진 불균형을 우려합니다.

눈을 감는 순간까지 나의 정체성을 지켜, 나를 중심으로 맺은 관계와 기억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산제이 굽타의 ‘킵 샤프 늙지 않는 뇌’는 5060세대를 위한 뇌 단련 지침서입니다.

이 책의 출발점은 현대 뇌과학의 연구 성과입니다. 즉, 첨단 뇌과학이 뇌를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점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는 것입니다.

굽타는 신경과학 전문의이면서 특이하게 CNN에서 의학전문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합니다.

굽타가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뇌단련법은 매일 1시간 정도 땀 흘리면서 운동하고 외국어 등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학습하는 습관을 갖는 것입니다.

킵 샤프중에서 3장을 요약하였습니다.

3장 우리는 무너뜨리는 12가지 오해와 우리를 바로 세우는 5가지 기둥

뇌에 관한 12가지 오해를 벗어던지고 그 자리를 실용적 지식으로 메워보자. 이 정보는 뇌의 노화를 늦추고 오랫동안 뇌 건강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줄 것이다. 12가지 오해를 더티 더즌(dirty dozen)이라고 부른다.

오해1 | 뇌는 완전한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오해와 애증의 관계에 놓여 있다.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므로 싫어하지만 사람들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고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여지를 주기때문에 이 말을 좋아한다. 신경과학 분야는 새롭고 흥미로운 혁신으로 가득 차 있다.

오해 2 | 나이 들면 잘 잊어버린다

두 번째 오해는 부분적으로만 진실이다. 일부 인지 능력은 나이가 들면 쇠퇴하며, 특히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기억력 향상 전략을 사용하지 않으면 이러한 쇠퇴는 가속화된다.

오해 3 | 노년기에 치매는 피할 수 없다

지금쯤이면 세 번째 오해는 스스로 떨쳐낼 수 있어야 한다. 치매는 노화의 필연적인 결과가 아니다. 나이와 관련된 뇌의 변화는 질병으로 인한 뇌의 변화와 다르다. 나이와 관련한 뇌의 변화 속도는 충분히 늦출 수 있고, 질병으로 인한 뇌의 변화는 충분히 피할 수 있다.

오해 4 | 노인들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없다

배움은 어떤 나이에도 가능하며, 특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새로운 취미를 시도하는 등의 인지적 자극이 가해지는 활동에 참여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기억력은 역동적이라는 점, 그리고 뇌에 새로운 신경 세포의 성장(신경 생성)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뇌의 정보, 용량, 학습 강점이 지속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오해 5 | 한 언어를 완벽히 습득해야 다른 언어를 배울 수 있다

모국어와 다른 언어를 동시에 배우는 어린아이들은 두 언어를 혼동하지 않는다. 두 언어를 동시에 익히려면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나쁜 방법은 아니다.

뇌의 영역들은 충돌하지 않기 때문에 혼선이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2개 국어를 하는 아이들은 언어 구조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쉽게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자의식이 덜 발달되었기 때문이다.

오해 6 | 기억력 훈련을 받으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Part 2에서는 기억력 훈련법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 중 하나는 ‘사용하거나 잊어버리거나’로 근력 또는 전반적인 신체 건강을 유지하는 데 적용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기억력 훈련에 적용된다. 이 훈련은 여타의 장기 전략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오해 7 | 우리는 뇌의 10%만 활용하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이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가 뇌의 10%만 활용한다는 통념은 오랫동안 존재해왔으며, 이는 우리에게 개척되지 않은 방대한 양의 뇌 능력치가 남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뇌의 90%를 낭비하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뇌는 손이 많이 가는 신체 기관이다. 태아가 자라면서 뇌를 형성할 때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 뇌의 능력을 유지하는 데에도 아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나는 뇌를 일종의 동네라 생각한다. 주택, 상점 같은 중요한 구조물들은 끊임없이 사용되고, 이들은 뇌의 10~20% 정도를 차지한다. 나머지 80~90%는 이러한 주택과 상점을 연결하는 도로들이다. 도로가 없으면 정보가 필요한 곳으로 이동할 수 없다. 도로는 지속적으로 사용되지 않더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오해 8 | 학습 능력이나 지능은 성별에 따라 다르다

여성은 언어 능력에서 남성보다 뛰어나며 이는 특정 인지적 문제를 식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 스캔이 여성과 남성이 동일한 치매 단계에 있음을 보여줄 때에도 치매 초기 진단에 사용되는 표준 검사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다.

여성들은 뛰어난 언어 능력으로 증상을 숨길 수 있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진단받지 못하다가 인지 장애의 후기 단계에 이르러 언어 능력이 사라지면서 병증이 두드러진다.

물론 남성과 여성의 뇌는 기능의 다양성에 의한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하나가 다른 것보다 더 ‘뛰어나지는’ 않다.

오해 9 | 매일 십자말풀이를 하면 뇌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아홉 번째 오해는 십자말풀이를 하는 것이 뇌를 젊게 유지시켜줄 거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십자말풀이는 단어 찾기 능력(유창성)과 관련된 뇌의 일부분만을 자극한다. 이 부분은 뛰어난 단어 능력을 발휘하도록 도울 수 있으나 전반적인 측면에서 뇌를 똑똑하게 유지시켜주지는 않을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연구 결과가 십자말풀이를 하는 행위가 뇌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뇌를 똑똑하게 만들어준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분명한 점은 정신 건강을 활동적으로 유지하면 인지 능력 쇠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사람들에게는 십자말풀이가 정신 건강을 활동적으로 유지하는 일이 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오해 10 | 사람에 따라 ‘좌뇌’나 ‘우뇌’의 지배를 받는다

우리가 단순하게 좌뇌, 우뇌로 구분해 이야기해온 것과 달리 뇌의 ‘양면(오른쪽과 왼쪽)’은 복잡한 부호에 의존한다. ‘우뇌형’ 또는 ‘좌뇌형’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뇌형은 창조적, 예술적이며 좌뇌형은 기술적, 논리적이라는 말 또한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다양한 성격 유형을 구별하기 위해 좌뇌, 우뇌 아이디어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뇌 스캔 기술은 뇌의 두 반구가 함께 복잡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때는 좌뇌의 영역으로 간주되었던 언어 처리 능력이 이제는 뇌의 양쪽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왼쪽은 문법과 발음을, 오른쪽은 억양을 다룬다. 독서나 수학을 할 때도 뇌의 좌우 양쪽을 활용한다.

오해 11 | 사람은 5가지 감각만을 가지고 있다

5가지 감각은 보고(시각), 냄새 맡고(후각), 맛보고(미각), 느끼고(촉각), 듣는 것(청각)이다. 오감 이외에 단어 끝에 ‘셉트cept’가 붙는 다른 감각들도 있는데, 라틴어로 취하거나 받는다는 뜻이다.

셉트로 끝나는 6가지 감각(자기 수용 감각/평형감각/통각/온도 감각/시간 감각/내부 수용감각) 또한 뇌에서 처리되며 우리에게 외부 세계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오해 12 | 뇌세포는 타고나는 것이다/뇌의 배선은 고정적이다/뇌 손상은 영구적이다

뇌는 평생 가소성을 유지할 수 있고 우리의 경험에 반응해 스스로를 재배선할 수 있다. 또한 뇌는 적절한 상황에서 새로운 뇌세포를 생성할 수도 있다. 시각 장애인들은 시각을 처리하는 뇌의 한 부분을 뛰어난 청력에 활용할 수 있다.

바이올린 연주 배우기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연습하는 사람은 미세한 운동 조절을 담당하는 뇌 부분을 ‘재배선’한다.

1998년 마침내 스웨덴의 신경학자 피터 에릭손이 현재 널리 인용되고 있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해마 속에 지속적으로 보충되어 뇌의 신경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신경 줄기세포 저장소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적어도 한 번은 뇌의 특정 영역에서 발전을 경험할 뿐만 아니라 뇌를 재배선하고 물리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기술도 갖추고 있다.

이는 신경 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급성장으로 이어졌다. 신경 가소성이란 시냅스 연결을 형성하고 재구성하는 뇌의 능력을 말한다. 가소성이란 용어는 100여 년 전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1890년 저서 《심리학의 원리》에 처음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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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섭 등 6인의 ‘일본, 한국을 상상하다’

한국에서 일본은 늘 불편한 존재다. 일본은 늘 한반도를 침략하는 존재였다. 임진왜란에서 7년동안 한반도를 유린했고 결국 조선 왕조를 무너뜨리고 36년동안 침탈했다.식민지 지배는 침탈에 그치지 않고 민족 분단이라는 한반도 분쟁 구조를 잉태하여 현재적 고통의 원인을 제공했다. 그래서 한국인은 ‘역사속 일본’에 대해 원초적 적개심을 갖고 있다. 그 적개심은 한국인으로 태어나면 자동적으로 갖는 소셜  DNA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적개심은 국제사회에서 생존해야 하고 또 번영해야 하는 공동체의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주지 못한다. 원초적 적개심은 오히려 복잡다기한 현실 이슈를 더 꼬이게 만들고 해결의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들 수 있다. 강동국(나고야대 교수) 등 6명이 공동 저술한 ‘일본, 한국을 상상하다'(선인)는 일본 사회와 일본인은 한국과 한국인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대한 탐구 결과를 담고 있다.

6인의 필자는 1년 동안 도쿠가와 막부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본 사회의 상층부를 구성한 정치인과 지식인, 그리고 기층 서민이 갖는 대한 인식의 구조를 파헤쳤다. 또 그것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 그리고 인식 내용의 시대적 변화 추이를 검토했다. 이를 통해 오늘날 일본인들의 한반도 문제에 대해 잠재되거나 표현된 인식들의 구조와 한계를 규명했다.이 과정에서 필자들은 한국사회가 일본에 대해 흔히 갖고 있는 편견을 최대한 배제하고자 노력하였고 한다. 즉, 일본을 과대평가하거나 또는 필요 이상으로 과소평가하려는 한국의 지적 풍토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것이다.

대표 저자인 김호섭 중앙대 명예교수가 집필한 제 1장을 10줄로 요약하였다.

제 1장 한일 인식의 시대적 모습 편 10줄 요약

1.한국 뿐만 아니라 서구사회에서도 일본 사회 혹은 일본 문화를 집단적으로 균질한 동일체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일본 스스로가 단일 민족과 단일 문화라는 ‘단일성’과 함께 우월성을 자랑스럽게 대내외적으로 발산하기 때문이다. 재삼자 입장에서 그 주장을 그대로 믿는 경향이 생기기도 한다. 균질성의 강조에는 에도 시대 말기까지 존속된 봉건적, 지역적 분열을 천황 중심의 근대 국가 형성에 방해요소로 생각한 메이지 유신 엘리트들이 천황중심의 단일성을 의도적으로 강조하여 근대국가 형성의 사회문화적 조건으로 이용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

2.현실 세계에서 균질성 외부에 존재하는 다양한 소수는 환영받지 못한다. 소수자는 일본 사회 균질성에 대한 부정적 요소로서, 빛나는 우월성이라는 광택에 흠집을 내는 존재해서는 안되는 요소로 취급된다.

3.일본 유력 정치가는 일본의 코로나 전염사태가 서구에 비해 심하지 않은 이유를 일본의 민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회적 현상에 대한 일종의 문화적 설명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전염병 전파 정도는 민도가 아니라 전염병 예방 수칙을 사회적으로 얼마나 잘 지키느냐에 달려 있다.일본 대지진 사고 원인을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일본 문화의 습관에 뿌리가 있다”는 식으로 일본 고유의 문화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문화론은 대형 사고의 과학적 원인과 책임을 추궁하는데 방해요소다.

4.한일관계를 해석함에 있어서 음모론적 해석을 경계했다. 음모론이라는 블랙박스를 이용하여 설명하면 설명못할 대상은 없다. 민주화이후 학문적 양심에 근거한 일본 연구를 발표하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그래서 자기검열하는 경향이 있다. 용기있는 학자라면 소신에 따라 발표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들은 순수한 학문 활동을 하는 연구자에게 특별한 용기가 필요없는 세상을 염원한다.

5.‘임진왜란과 그에 대한 한일 양국의 기억’ 은 애매하다. 김시덕은 중세 일본 민중의 임진왜란과 그 전후의 일본인의 갖고 있었던 조선인식을 다루었다. 임진왜란의 결과는 조선, 일본, 명 모두 완전한 승리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이었고, 세 나라의 지배집단은 피지배 집단에 대해 전쟁 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어려웠다. 도쿠가와 막부는 국외적으로 전쟁에 책임을 져야 했으나,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행운으로 인해 침략전쟁과 무관함을 내세울 수 있었다.

6.제3장 ‘왜 메이지 유신은 성공하였는가’ 신상목은 동아시아 근대화는 본질적으로 서구화로서 국제적 문화접변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세계관의 전환은 메이지 유신 이전에 일본 엘리트 계층에서 태동한 점을 주목한다. 신정부 세력의 정치적 인위적 이니셔티브는 메이지유신 이전부터 엘리트 계층의 문화적 자발적 선택에 의해 점진적으로 형성되어 온 것이다. 산업혁명의 내재화 측면에 주목하면 도쿠가와 막부시대 이래 추진된 근대화 시책의 연장선상에 놓인 연속적인 과정이었다.

7.제4장 ‘근대 일본 외교의 무사상성’김종학은 일본 외교는 장기적 국가 목표나 바람직한 국제 질서에 대한 고민이 부재한 채 그 때 그때 국제 정세에 민감하게 순응하며 오로지 자국의 대외 팽창과 안보및 경제적 실리만을 추구한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조선식민지화도 치밀한 계획에 따른 것이 아니라, 1890년 이후 신제국주의가 전개되는 세계적 흐름에 낙후돼선 안된다는 초조함과 대세추종주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8.제5장 ‘근대 일본의 한국인식’ 강동국은 근대 일본 지식인들이 한국에 대해 가진 인식 내용과 그 한계를 분석한다. 일본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경험에 기초하여 한국의 주관적인 측면을 이해하면 충분할 것으로 가정하였다. 하지만 일본 나름의 한국 이해는 근본적인 몰이해로 점철되었다.후쿠자와 유키치의 한국 유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히토 히로부미는 의병을 몰이해했고, 헌병 통치 기간의총독부도 식민지 조선의 감정을 오해했다.

9.제6장 현대 한일 관계의 구조변화와 다이내미즘. 이원덕은 냉전이후 일본의 대한 인식과 전략 변화를 다룬다. 냉전체제아래에서 한일 관계는 미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전략의 큰 틀속에서 경제 협력과 안보적 차원의 공조를 유지하는 한편, 역사 민족문제 등 한일간 갈등요소는 억제되어 있었다.그러나 1990년 냉전체제가 붕괴되고 동북아시아 세력균형 관계 유동화되면서 한일관계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중국부상으로 인해 미국은 한일 관계를 결속시키는데 한계를 노출했다.한일 관계의 악화는 존재론적 문제라가 보다 인식론적 차원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전략적 관점이 무시되거나 전략적 사고의 영역이 점차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미소 대립속에서 유럽 국가가 유럽연합으로 간 것은 미중 양강에 끼어 있는 한일 관계의 미래비전을생각하는데 시사점을 준다.

10.제7장 ‘혐한과 한일관계의 장래’ 김호섭은  혐한의 배경을 분석한다. 첫째, 일본내 태평양 전쟁을 침략이 아니라 아시아 전체를 위해 서구세력에 대항한 전쟁이라는 역사수정주의가 혐한의 배경이다. 한국 경제성장으로 인해 일본 젊은이의 일자를 빼앗았다는 피해의식도 한 몫을 했다.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도 혐한 확산의 배경이다. 예를 들어 반일 기사가 인터넷에서 번역되어 대량 유포되면서 일본내 혐한 현상을 부추겼다.한국의 반일감정과 일본의 혐한 현상은 한일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면 자유민주적 가치와 민주주의라는 체제를 공유하며 체제격차가 줄었다는 점은 낙관론의 근거다.한일 양국 지도자는 과거사에 대한 역사 인식 차이를 외교분쟁으로 확대시키지 않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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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생애’

시오노씨는 ‘로마인 이야기’ ‘바다의 도시 이야기’ 등 이탈리 역사를 소재로 삼은 책으로 일본과 한국에서 두터운 독자층을 지닌 작가입니다. 이번에 그녀가 황제 프리드리히 2세를 이야기합니다.

시오노는 이번에 중세 시대의 한 인물을 소재로 중세가 고대와 어떻게 다르고 르네상스가 왜 일어나는지를 탐구합니다. 그 인물이 바로 신성로마제국의 프리드리히 2세입니다. 시오노는  ‘황제의 좌에 앉은 최초의 근대인’으로서 프리드리히의 생애를 탐구합니다.

한국의 문화적 배경속에서 유럽사를 접하는데 어려운 점중의 하나는 통치자의 복잡한 가계입니다. 유럽 각 지역의 왕실이 서로 혼맥으로 얽히면서, 역사서에서 이름만으로 그들의 뿌리와 관계를 머리속에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또 사방팔방 연결되어 있는 유럽의 지정학적 특징도 유럽사 공부에서 난관입니다. 마지막 허들은 종교 이슈입니다. 중세만 해도 카톨릭, 그리스정교, 이슬람이 서로 얽혀 갈등합니다.

시오노작가는 프리드리히2세 생애를 가까이서 또는 멀리서 조망하면서 유럽 황실의 복잡한 가계, 황제와 교황의 관계,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국제 정치 역학 관계를 잘 묘사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시칠리아, 풀리아, 카푸아, 나폴리, 로마 등 프리드리히2세의 활동 무대가 생생하게 머리속에 그려집니다.

책은 프리드리히2세가 독일계 신성로마 제국 하인리히 6세와 노르만계 시칠리아 왕녀 콘스탄체 사이에서 탄생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하인리히와 콘스탄체가 죽고 교황 후견아래 고아처럼 자란 프리드리히 2세는 마침내 1220년에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선출됩니다. 고난끝에 황제에 오른 뒤 중세 최고 권력인 교황과 맞서 그는 가슴에 품은 야망을 실행하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을 담은 3장을 10줄로 요약했습니다.

10줄 요약 3장 황제로서 편

1.그리스도교가 지배했던 시대였던 중세를 살았던 황제들에게는 로마에서 대관식을 올리는 것이 중요했다. 대관식은 교황이 초청해야 비로소 실현된다. 1220년 5월에 교황의 초대장이 도착했다. 9월 이탈리아로 들어온 프리드리히는 로마 교황에 튜턴 기사단 단장 헤르만을 파견했다.

프리드리히의 처지는 8년 전과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과거의 ‘풀리아의 소년’은 지금은 밀라노가 손댈 엄두도 내지 못하는 황제로 이탈리아로 돌아온 것이다. 열일곱 소년은 스물 다섯이 되어 있었다.

2.로마 대관식은 1220년 11월 20일에 거행되었다. 금실과 붉은 실 자수가 가득한 옷에 백마를 탄 모습으로 성베드로 대성당으로 나아갔다. 교황 호노리우스3세는 금색과 백색의 자수로 가득한 예복을 입은 모습이었다.프리드리히2세는 관을 쓰고 오른손에 검을, 왼손에 홀을 든 프리드리히는 장엄한 목소리로 맹세한다.

그리스도 교회의 수호자가 되겠다, 십자군 원정에 나가겠다. 이단자를 박멸하겠다고 맹세했다. 남편 뒤에 무릎을 꿇은 콘스탄체의 머리에도 황후의 관이 씌워졌다. 의식이 무사히 끝난 것이다.

3.프리드리히는 대관식 3일후 로마에서 2백킬로미터 떨어진 카푸아에서 볼로냐 대학의 로프레도 에피파니오 법학자를 만났다. 프리드리히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성직자가 아닌 탓에 발상이 유연한 법학자의 협력이 필요했다. 프리드리히는 남부 이탈리아와 시칠리아 섬을 합친 시칠리아 왕국의 재편성을 기획했다.

또 연방제가 아니라 중앙집권제를 그렸다. 제후에서 기득권을 빼앗아 군주에게 집중시키고 군주가 정한 법에 근거해 운영하는 국가를 실현하면 완력만이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4.시칠리아 왕국을 효율적으로 통치하려면 우수한 관리를 동원해야 했다. 고위관료부터 서기같은 하급 관료까지 갖추려면 엄청난 수의 관리를 필요로 했다. 13세기 초에 문장을 쓰고 법률에 정통한 사람들을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이탈리아 중부와 남부에 집중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교황청이라는 강력한 관료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볼로냐 대학이 창설된 것도 신학외에 교황청 관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독일에는 교황청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시기 독일에 전제 군주국가를 세우고 싶어도 군주가 생각하는 정책을 실행에 옮길 관료 확보까지 기대할 수 없었다.

5.프리드리히는 법학자 로프레도의 도움을 받아 카푸아 헌장을 발표하였다. 왕국의 통치는 법에 근거해 이뤄진다. 제후라 해도 왕이 설립한 재판소에 알리고 그 판단에 따른다. 이에 반하는 사람은 자산을 몰수할 뿐만 아니라 사형까지 각오해야 한다. 제후들이 거느린 영지도 1189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조사하고 만약 불법적인 수단으로 취득한 영지라면 프리드리히에 반환한 후 왕이 정당한 배려를 거쳐 분배한다. 1189년은 그의 외가인 노르만 왕조의 마지막 왕(루제로 2세의 손자인 굴리엘모 2세)이 죽은 해다.

6.독일인에게 풀리아(이탈리아 남부의 주)의 소년으로 불렸지만 프리드리히는 풀리아에 간 적이 없었다. 시칠리아에서 곧장 독일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당시 풀리아는 남부 이탈리아 전체를 뜻했다. 프리드리히는 3개월 순찰하다가 풀리아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황후 콘스탄체를 말라리아로 1222년6월 23일에 잃고 팔레르모로 달려간다. 프리드리히에게 최고의 반려자였던 콘스탄체는 팔레르모 대성당에 묻혔다.

7.시칠리아는 노르만 왕족, 정교를 믿는 그리스인, 이슬람을 믿는 아랍계가 공존했다. 공존의 원칙은 왕궁에서는 통했으나, 농촌에서는 달랐다. 수확량이 문제였다. 1221년 시칠리아의 농촌지대에 사는 이슬람교도들이 일제히 봉기했다. 프리드리히는 사라센을 풀리아 지방의 루체라로 이주시키고 종교 자유까지 주었다. 프리드리히는 이 방책으로 사라센 문제를 해결하였다.

8.프리드리히는 시칠리아 왕국을 방위할 해군력을 다시 부활시켰다. 해군 재건 임무를 엔리코라는 해적출신 인물에게 맡긴다. 당시 시칠리아는 해상방위를 제노바와 피사의 군사력에 의존하고 있었기때문이다.

9.프리드리히는 루체라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포자(Foggia)에 왕궁을 새로 지었다.

포자왕궁은 북유럽에서 볼 수 있는 장엄한 분위기의 차갑고 금욕적인 성이 아니었다. 넓고 개방적이며 물이 풍부하게 흐르고 나무들이 우거지고 꽃들이 만발하고 새가 지저귄다. 프리드리히는 포자왕궁을 자신의 꽤락을 위해서가 아니라 영빈관으로 활용했다. 포자는 성지 순례길 길목에 있었다.

하지만 8백년전에 존재했던 왕국은 입구 윗부분 반과 비문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프리드리히 사후 20년이 지나 교황청이 프랑스인 왕에게 철저한 파괴를 명했기 때문이다.

10.1224년 9월 29일 푸른 하늘 아래에서 장엄한 의식을 통해 프리드리히의 작품인 ‘나폴리 학문소’가 정식 문을 열었다. 제국이 모든 비용을 대고, 교과목 교수진 선정은 프리드리히의 생각에 따라 결정했다. 유럽 최초의 국립대학으로서 나폴리 대학이 출범한 것이다.

나폴리대는 아르테스 리베라레스(리버럴 아츠)를 가르쳤다. 특히 신학이나 교회법이 아니라 로마법을 가르쳤다. 나폴리대를 졸업한 토마스 아퀴나스는 중세 신학의 시조가 되었다. 나폴리대의 교훈은 ‘지식과 교육의 원천으로 돌아가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