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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레고트리, 이태원 상륙

정용창 조선비즈 인턴기자 mycitystory.korea@gmail.com

재미 조각가 제이 문(Jaye Moon, 한국명 문재원)이 이태원에서 길거리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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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뉴욕에서 진행된 문 작가의 ‘레고트리’ 전시

문 작가는 올 초 뉴욕에서 진행된 레고트리 전시에 이어 이태원에도 레고 블럭으로 만든 구조물을 설치한다. 주요 전시장은 용산구청 앞, 이태원로 일대가 될 예정이다. 11월 28일부터 일주일간 설치한 후 12월 7일부터 정식 전시를 시작한다. 또한 제작·전시 과정이 모두 공개되기 때문에 작품 탄생 과정을 시민들이 볼 수 있다.

문 작가는 “한국에서 전시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뉴욕과는 전혀 다른 이태원에서 사람들이 작품에 어떻게 반응할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라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그는 예정된 장소가 작품 설치에 적합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구청 앞에는 키 큰 가로수들이 많아 작품을 설치하기 힘들고, 이태원로에는 노점이 많아 설치할 장소를 확보하기 힘들다. 문 작가는 “계속 이태원을 돌아다니며 좋은 위치를 찾고 있다”며 “나무의 높이, 모양 등 고려할 점이 많지만 몇 군데 괜찮은 곳을 골랐다”고 말했다.

1990년에 미국으로 건너간 문 작가는 ‘공간’이라는 테마로 꾸준히 창작활동을 해왔다. 그는 서랍장, 여행가방 안을 레고 블럭으로 꾸미는 등 익숙한 공간을 재해석했다. 주목할 부분은 거의 모든 작품들이 ‘문’을 통해 외부와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문 작가는 “문을 달면 내가 만든 공간이 구체화 된다.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문을 통해 안쪽의 공간을 실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뉴욕에서 ‘레고트리’를 만들면서 문 작가의 공간은 한층 넓어졌다. 레고 블럭으로 만든 글자판과 가로수에 걸린 ‘레고 하우스’에도 어김없이 문이 달려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작품의 문을 열어보는 등 시민들의 손이 닿으면서 작품은 작가의 손을 떠나 새롭게 만들어졌다.

시민들이 블럭을 떼 가기도 하지만 문 작가는 개의치 않았다. 문 작가는 “작품을 설치한 순간 내 손을 떠나간 것이다. 작품이 변형됐다는 것은 사람들이 그만큼 관심을 가져 줬다는 것이다.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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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이 촬영해 올린 사진들을 통해 뉴욕의 레고트리가 변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somewhere better than this place’라는 작품에는 누군가 문을 살짝 열고 동전들을 넣어두었으며, 레고 하우스에는 새집이 얹혀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났다.

이번 전시는 이태원 백해영 갤러리의 사회공헌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문 작가와 백해영 갤러리의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은 홈페이지 www.paikhygallery.com 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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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100배 즐기기

전준범 조선비즈 인턴기자 mycitystory.korea@gmail.com

대한민국 대통령이 사는 청와대를 엿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청와대는 매주 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청와대 관람을 제공하고 있다. 둘째주와 넷째주 토요일의 경우 10인 이하의 개인이나 가족에 한해 추가 관람을 제공한다. 관람료를 따로 지불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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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관람 코스 및 소요시간 /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

관람을 위해선 하루 총 4회(10시, 11시, 14시, 15시)의 관람시간 중 원하는 시간을 택해 온라인 사전예약(http://www.president.go.kr/)을 하면 된다. 혹서기 기간(7월 1일~9월 19일)엔 오후 관람이 15시와 16시로 변경된다.

단 사전 예약의 경우 관람 희망 20일 전까지만 예약이 가능하고 일일 관람 인원이 200명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관람을 원할 경우 미리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관람은 춘추관 옆에 위치한 홍보관을 시작으로 녹지원, 구본관터, 본관, 영빈관, 칠궁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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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궁

특히 청와대 내부는 아니지만 관람 코스에 포함된 칠궁(七宮)은 각별히 눈 여겨 볼 만하다. 이곳은 일반 관람은 허용 안되고 청와대 관람을 한 관광객 중 선택한 사람에 한해 입장이 가능하다.

칠궁은 청와대 서남쪽에 자리잡은 사당으로 조선시대 왕이나 왕으로 추존된 이의 생모인 7명 후궁의 신주를 모신 곳이다. 왕의 어머니임에도 왕비가 아니었기에 종묘에 모시지 못하는 이들의 한을 달래는 곳인 셈이다.

육상궁(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 연우궁(추존된 왕 진종의 생모 정빈 이씨), 덕안궁(영친왕의 생모 순헌귀비 엄씨), 경우궁(순조의 생모 수빈 박씨), 선희궁(사도세자의 생모 영빈 이씨), 대빈궁(경종의 생모 희빈 장씨), 저경궁(추존된 왕 원종의 생모 인빈 김씨) 등이 해당된다.

칠궁은 1968년 1·21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 일반인 관람이 금지됐다가 지난 2001년 말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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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장행사 중 집총제식 시범 장면

사전예약을 하더라도 20일 간 대기해야 하는 청와대 내부 관람이 길게 느껴진다면 청와대 외부 분수대 광장에서 펼쳐지는 정례 의장행사를 추천한다.

의장행사는 혹서기와 혹한기를 제외한 4월~6월과 10월~11월에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1시간동안 실시된다. 국방부 소속 의장대와 군악대 인원 260여명이 참가한다.

한편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한시간동안 진행되던 경찰악대 연주는 4월부터 10월까지만 열리기 때문에 11월에 접어든 현재는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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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알리는 청와대 사랑채

전준범 조선비즈 인턴기자 mycitystory.korea@gmail.com

◆ 가을을 머금은 효자로

6일 경복궁역 4번 출구로 나와 청와대 방면 효자로에 진입했다. 은행나무가 길 양 옆으로 뻗은 노란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가을비 흩뿌린 바닥 위에 점점이 내려 앉은 은행잎을 밟자 가을이 새삼 실감나 벅차오르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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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걸어볼까 잠시 고민하다 이내 오밀조밀 모인 식당과 담벼락이 매력적인 효자동쪽 길을 택했다. 휴가를 내 이곳에 들렀다는 회사원 이미현씨(29)는 “시내에 위치해 약속 잡기가 편하고 분위기도 조용한 편이라 자주 찾아온다”며 “양쪽 길의 분위기가 달라 올 때마다 번갈아 걷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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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게 뻗은 길을 걸어 목적지인 청와대 사랑채에 이르는 동안 마음의 여유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북적이는 경복궁 너머 삼청동과 달리 여전히 한적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길가엔 식상한 대형 프랜차이즈 간판 대신 터줏대감 같은 식당들이 버티고 있었다.

이 곳은 청와대 진입로인 까닭에 군데군데 사복 차림의 경찰들이 서 있다. 초행길엔 이들 때문에 발길이 멈칫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 없다. 관광객 진입을 통제하기 위한 요원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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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티 내지 않는 ‘자연스러움’은 이 길의 큰 매력이다. 페인트가 벗겨진 벽을 억지로 다시 칠하지 않고 되려 그 속에 나뭇가지를 그려 넣은 이름 모를 예술가의 솜씨가 이 자연스러움의 절정이다.

이 매력은 낭만에 목 말라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주말만 되면 커다란 카메라를 둘러매고 이 곳을 찾게 만든다. 사진을 전공한다는 장진환씨(30)는 “효자로와 이 근방은 내가 자주 찾는 출사(出寫)지다”라며 “인근의 삼청동이나 부암동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어 촬영도 한결 수월하다”고 말했다.

◆ 청와대의 손님맞이

효자로 끄트머리 분수대광장에 다다르니 청와대 사랑채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 1996년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을 개조해 ‘효자동 사랑방’이란 이름의 청와대 홍보관으로 활용했다. 이후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2010년 초 현재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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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사랑(舍廊)’은 바깥주인(남편)이 외부손님을 접대하던 공간이었다. 농민이나 중류층의 민가엔 별도의 사랑을 두지 않거나 두더라도 안채와 멀지 않은 곳에 설치했다. 상류 계층의 집엔 독립된 규모의 사랑채가 존재해 집주인의 권위를 간접적으로 과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겸재 정선(1676~1759)이 그린 북원수회도(北園壽會圖)에 등장하는 사랑채 역시 이광적의 과거급제 6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기로회(耆老會·퇴직 선비들의 친목 모임)를 여는 공간으로 화려하게 묘사되고 있다.

웅장한 청와대 사랑채의 문턱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 이유는 아마도 예로부터 사랑채가 품어 온 권위의 역사와 현대판 권위의 상징인 청와대의 조합 때문일 것이다. 혹은 겸손한 효자로길 끄트머리에 위치한 세련된 사랑채의 자태가 불편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 세련된 현대판 사랑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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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랑채의 외관은 청담동 등에 있을 법한 예술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외벽엔 2000년대 들어 폭발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글라스 커튼 월(Glass Curtain Wall)’ 양식(유리외벽)이 일부분 적용된 모습이다. 급증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최첨단’ 대한민국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미국인 제리씨(Gerry, 47)는 “세련된 외관이 IT 강국인 한국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부는 두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대한민국의 발자취와 자랑거리, 서울 소개와 관광명소 정보 등으로 채워진 1층에는 대한민국관, 서울홍보관, 기념품점, 까페 등이 위치해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청와대, 전현직 대통령, 경호실 등이 소개돼 있다.

그러나 풍성한 정보 전달보다 감각적인 이미지 연출에 더 신경 쓴 모습이 아쉽다. 제리씨는 “넓은 공간에 비해 자료양은 부족하다”며 “한국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방문한 외국인은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요 전시관별 소개다.

(1) 대한민국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대표적 이미지를 비롯해 국호, 국기, 국어, 국토 등의 전반적인 소개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세계 속의 한국의 문화유산(불국사, 석굴암, 경주 역사유적지구, 창덕궁,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수원화성,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 조선왕릉 등)과 전통문화(한글, 한식, 한복, 한지, 한옥, 한국음악 등), 국립공원 정보가 디지털 박물관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2) 서울홍보관

서울 홍보관에서는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서울의 야경을 통해 주요 광장과 박물관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서울을 대표하는 상징물을 홀로그램으로 구현해 입체적인 관람이 가능하도록 했다. 외국인들을 위해 가 볼 만한 곳, 맛집, 한강, 축제 등의 실용적인 정보도 제공된다.

(3) 청와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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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관에는 청와대의 변천사와 전현직 대통령의 취임식, 외교활동, 사진 및 영상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미디어 월 등이 마련돼 있다. 그 밖에 대통령 경호처 소개와 활동 영상을 비롯해 경호차량, 의장대사열 등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관광객이 직접 청와대를 체험할 수 있는 ‘청와대 체험존’의 인기가 좋다. ‘청와대 시뮬레이션’은 관광객이 스크린 앞에 서서 제자리 걸음을 하면 스크린 속 화면이 움직이면서 청와대 내부를 산책할 수 있게 구현한 장치다. 또 관공객들은 대통령 집무실을 그대로 재현해 낸 공간에서 기념촬영을 할 수 있다.

(4) 글로벌리더십관

2010년 11월 개최된 G20서울정상회담을 기념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정상회의 당시 상영한 한국 홍보영상과 관련 행사 영상을 감상할 수 있고, 회의장을 그대로 복원한 공간에선 당시의 회담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청와대 사랑채는 매주 월요일 휴관이다.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고, 입장은 오후 5시 30분까지 가능하다. 특별 전시나 기타 이용정보는 홈페이지(http://www.cwdsarangchae.kr/) 또는 대표전화(02-723-0300)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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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에 수채화를 담다

정원정 조선비즈 인턴기자 mycitystory.korea@gmail.com

인왕산의 출발점이자 북악산의 끝자락에 이어지는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만날 수 있다. 작고 수수한 언덕은 그의 시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닮았다.

서울 도심 속 이렇게 자연경관이 멋들어진 곳이 있을까 싶을 만큼 아름다운 이 곳은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장소다.

자연의 선물로 가득한 시인의 언덕을 110% 즐기기 위해 사진 촬영하기 좋은 장소 베스트 3곳을 소개한다.

① 문학관에서 언덕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난 ‘북악산’

윤동주 문학관에서 올라오는 계단을 따라 언덕의 초입에 들어서면 북악산과 이어지는 서울의 모습에 시선을 빼앗긴다. 청와대와 종로, 광화문, 그리고 남산까지. 흐린 날은 안개낀 채로 아름답고, 맑은 날은 반짝이는 햇빛에 눈부신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사진 찍는 각도를 조금씩 바꿔가며 촬영하면 각각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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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망향대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서울’

향긋한 풀내음을 맡으며 언덕 길을 따라 걸으면 그 끝에 ‘망향대’가 있다. 고향인 북간도 명동촌을 그리워하는 시인의 마음을 담은 곳이다. 망향대에서 북쪽을 바라보며 맞는 바람은 고향에 계신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다.

작은 계단 두어개를 올라서면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인왕산과 북악산에 둘러싸인 서울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이 곳에서 북쪽을 바라보며 한 컷 찍으면 누구나 멋진 서울 풍경을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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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이색적인 사진을 원한다면, ‘성곽 틈 사이’로 바라본 인왕산

여기저기서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도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다면, 성곽 틈새로 바라 본 울긋불긋한 인왕산을 찍길 권한다. 성곽이 액자가 된 고혹적인 수채화 한 점을 렌즈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틈새에 얼기설기 붙은 넝쿨과 나뭇잎이 자연미를 더한다. 잎새에 이는 바람도 절절한 시로 풀어냈던 시인처럼 작은 틈 하나 놓치지 않고 관찰하면서 그와 함께 호흡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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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언덕’ 과거 이야기

유은재 조선비즈 인턴기자 mycitystory.korea@gmail.com

–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서 서울의 역사를 기억하다

– 사라진 청운시민아파트, 그 위에 들어 선 시인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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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언덕에서 내려다 본 서울시내의 모습

서울은 참으로 변화무쌍한 도시다. 헐어지고 세워지는 콘크리트 더미가 만들어내는 도시의 변화를 통해 역사를 엿보는 것 또한 재미다.

청운동 ‘시인의 언덕’ 역시 세월에 따라 모습을 바꿔왔다. 지금은 시인의 언덕이라 불리며 도심 속 공원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과거를 살펴보면 사연이 많은 언덕이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시인의 언덕은 ‘청운 시민 아파트’의 자리였고 50여년 전에는 북한 특수부대가 침입하는 등 분위기가 삼엄했었다. 그보다도 더 이전인 조선왕조 500년 동안은 궁이 내려다 보여 일반인들의 왕래가 일부 제한됐었다.

◆ 조선왕조 때 일반인 왕래 제한돼..

시인의 언덕에 올라서면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운데 남산타워를 중심으로 왼쪽 눈 끝에는 동대문 두산타워가 걸리고 오른쪽 눈 끝에는 세종로가 걸린다. 백성들이 이곳에 서서 왕궁을 훤히 내려다보는 것을 꺼린 조선시대 왕들의 염려가 그럴법하다.

실제로 500여년전 조선시대 왕들은 왕궁이 훤히 내려다보인 다는 이유로 시인의 언덕에 백성이 함부로 발길을 들일 수 없게 했다. 1503년 연산군은 인왕산에 자리 잡고 있던 사찰과 민가를 모조리 철거했다. 왕궁이 훤히 들여다 보이기 때문이었다. 연산군은 인왕산 입구에 경수조를 설치해 함부로 산에 오르는 것을 금했다.

조선시대 뿐 아니라 현대에 와서도 이 곳은 발걸음이 제한된 곳이었다.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인 1968년 1월 21일, 북한 특수부대 소속 무장공비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 근처까지 침입했다. 이들은 시인의 언덕 세검정 자하문에서 발각됐고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최규식 종로경찰서장이 순직했고 그의 동상이 자하문 앞에 세워져 있다. 시인의 언덕에 오르면 동상을 통해 그를 만날 볼 수 있다.

2012년, 금기된 공간이던 시인의 언덕이 시민에게 돌아왔다. 단풍 든 가을 산 보다 화려한 색상의 등산복을 입은 이들이 가을 인왕산을 찾고 시인의 언덕에서 쉬어간다. 하지만 여전히 이곳에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조선시대 성곽을 따라 내려오면 최규식 서장의 동상이 우두커니 서있고 그 뒤로 보초를 선 어린 군인들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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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자락은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성 안을 지키는 요새의 역할을 하고 있다. 조선시대 성곽(좌)과 최규식 서장 동상(우)

◆개발 열풍에 휩싸여 청운시민아파트 건설되기도..

50여년 전 대한민국이 개발 열풍에 휩싸였을 때 시인의 언덕 또한 시대적 흐름을 같이했다.

1968년 12월 ’69 시민아파트 기본건립계획’이 발표됐는데, 실제로 다음해인 1969년에는 서울에만 406개 동, 1만5840가구 분의 시민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건설됐다. 그야말로 거센 개발 열풍이었다. 이 때 ‘시인의 언덕’이 위치한 인왕산 중턱에는 청운시민아파트가 들어섰다.

이후 청운시민아파트는 2007년 철거돼 공원으로 바뀌었다. 공원이 들어선지도 벌써 5년째인 이곳에서 이제 아파트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인근 옥인동에서 40년을 거주한 한 부부는 “매일같이 이곳으로 산책을 온다”며 “낡은 청운시민아파트가 산 중턱에 있을 때는 미관 상 보기 좋지 않았는데 공원으로 바뀌어 훨씬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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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윤동주와 함께 걷다

정원정 조선비즈 인턴기자 mycitystory.korea@gmail.com

밤새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니 어느새 그쳐 주변은 고요했다. 발 아래 빗물을 머금은 흙은 향긋한 풀내음을 냈다. 언덕배기로 오르는 나무 계단은 물에 젖어 고즈넉한 멋이 있었다.

인왕산 자락 청운공원에 위치한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오를 때면 풀벌레 소리, 바람 소리 하나 놓칠까 숨 죽이게 된다. 이 곳에서 거닐고 또 별을 세어 봤을 그의 마음을 느끼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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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와 청운동의 인연은 그가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에 재학하던 193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재학 시절, 그는 학교 후배이자 문우(文友)였던 정병욱과 함께 종로 누상동에 있던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생활을 시작했다.

정병욱의 회고에 의하면 두 사람은 늘 아침 식사 전 산책 삼아 집 뒤편 인왕산을 오르곤 했다. 청년 시절의 윤동주는 매일 아침 인왕산에 올라 시정(詩情)을 다듬었다.

‘새로운 길’부터 ‘별 헤는 밤’, ‘자화상’, ‘쉽게 씌여진 시(詩)’ 등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사랑 받는 그의 대표작들이 이 곳에서 완성됐다.

시인의 언덕에 올라서서 북악산과 인왕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치열하게 고민하며 시상을 다듬고 또 다듬던 청년 윤동주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2009년 조성돼 종로구가 관리하고 있는 ‘시인의 언덕’에는 청년 시인 윤동주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가 마련돼있다.

안내 표지판을 따라 올라가면 화려하진 않지만 깨끗하고 수수한 시인의 성정(性情)을 닮은 언덕이 펼쳐진다. 서울 성곽을 따라 걸으면서 인왕산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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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을 품듯 주변을 둘러싼 나무 울타리에서는 시인의 주옥같은 시들을 만날 수 있다. ‘길’, ‘코스모스’, ‘고추밭’, ‘눈’, ‘서시’, ‘자화상’, ‘별헤는 밤’ 등 시인의 대표작들이 새겨져 있다. 울타리를 따라 걸으며 시 한 소절 읊고 아름다운 경치를 한 번 바라보면 그와 함께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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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을 재촉하다 보면 시인을 기리는 ‘서시비’와 수십년 동안 언덕을 지켜온 적송들을 만날 수 있다. ‘별헤는 음악회’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리는 야외 무대도 있다. ‘서시정’도 눈에 띈다. 시인의 시에서 이름을 딴 서시정은 누구나 쉬어갈 수 있게 만든 작은 정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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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날씨에도 시인의 언덕에는 많은 사람이 찾아 왔다. 단체 관람을 왔다는 김정철씨(55)는 “북악산도 보이고 인왕산도 보인다. 서울에도 이렇게 공기 좋고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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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라고 자랑스레 말하기엔 부족한 면도 있었다. 이 동네에서 50년 넘게 거주한 오민탁씨(61)는 “매일 이 곳에 산책하러 오지만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라는 것 말곤 잘 모른다”며 “윤동주라는 시인에 대해서는 이름 정도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동주 시인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언덕이지만 그에 대해 무지한 방문객의 관심을 촉구할만한 요소는 다소 부족했다.

외국인을 위한 영문 안내판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러시아에서 여행 온 니콜라이씨(22)는 “인왕산에서 북악산으로 넘어가는 코스에 이 언덕이 위치해 들렀을 뿐이다”며 “윤동주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의 순결한 정신과 섬세한 서정을 아는 사람만 느낄 수 있단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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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우물, 윤동주 문학관을 찾다

유은재 조선비즈 인턴기자 mycitystory.korea@gmail.com

윤동주 시인은 연희전문학교 문과 재학시절 종로구 누상동에 있는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하며 종종 인왕산에 올라 시정을 다듬곤 했다. 그 당시 주옥같은 작품 ‘별헤는 밤’, ‘자화상’, ‘쉽게 씨워진 시(詩)’ 등이 탄생했다. 이런 인연으로 종로구는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해 지난 7월 25일 윤동주 문학관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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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윤동주문학관의 야외전경.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해 만들었다

윤동주 문학관은 건물에서 부터 시인의 느낌이 난다. 청운동 윤동주 문학관 소개 책자에서는 이 곳을 ‘물살에 압력을 가하는 가압장처럼 영혼의 물길을 정비해주는 영혼의 가압장’ 이라고 표현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중략)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 <별헤는 밤> 中

윤동주 문학관 자체를 시적으로 표현한 건축가 이소진 아뜰리에 리옹 서울 대표는 “윤동주 문학관’을 계획하면서 가장 신경쓴 부분은 기존건물(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이 갖고 있던 특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용도를 바꾸는 것이었다”며 “가압장 건물과 자연경관의 소박한 분위기 간의 조화를 가장 많이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윤동주 시인 역시 소박한 느낌을 가지고 있어 설계하는 내내 시인의 겸손하고 소박한 느낌을 잊지 않게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가압장의 느낌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 이유는 지역주민들이 지난 45년간 가압장에 가지고 있던 기억을 존중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가압장의 소박한 이미지, 높은 층, 연계된 물탱크들의 비례, 물자국, 울림, 빛은 억지로 만들 수 없는 건축학적인 가치가 충분히 있다”며 “두 개의 물탱크는 시인의 시 세계와 안타까운 시인의 마지막 순간을 충분히 상징적으로 표현한다”고 말했다.

윤동주 문학관의 진면목은 ‘열린 우물'(제2전시실)을 통해 ‘닫힌 우물'(제3전시실)로 넘어갈 때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윤동주 시인의 사진자료와 친필원고를 전시한 ‘시인채’에서 쇠문을 열고 들어가면 압도적인 깊이감의 외딴 공간 ‘열린우물’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관람객은 하늘이 뻥 뚫린 5미터 깊이의 우물에 덩그러니 던져진다. 이곳은 용도 폐기된 가압장의 물탱크를 개조한 곳이다. 변색된 벽면이 물의 흔적을 느끼게 해준다. 야외인지 실내인지 규정할 수 없는 모호한 공간이다.

이 곳을 지나 도착한 곳은 ‘닫힌 우물’. 닫힌 우물에서 관람객은 시인의 일생과 시를 짧은 영상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사다리가 있었을 벽면 위로 작게 뚫린 구멍을 통해 빛이 새어 나온다. 빛은 영상이 시작되면서 암전된다. 거친 벽면 위로 보여지는 영상은 관람객을 윤동주의 시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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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문을 열고 나가면 탱크를 개조한 5미터 깊이의 전시관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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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팝니다”..부암동 카페거리

“고생 끝에 낙이 옵니다. 조금 만 더 올라 가세요.”

“여기가 커피프린스 나왔던 곳입니다.”

경복궁 역 3번 출구에서 녹색 버스를 타고 네 정거장을 지나 자하문 터널 입구에서 내리면 뒤편으로 북악산 꼭대기를 향한 가파른 출발 지점이 보인다.

시작부터 경사지다. 60도에 달하는 비탈길은 비가 내린 날이면 금방이라도 미끄러질 것 같아 허리를 앞으로 숙이며 걸어갈 수 밖에 없다.

두 번의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우측으로 꺾으면 ‘동양방아간’이 나온다. 이제부터 부암동 카페 거리 투어가 시작된다.

산 자락 아래부터 시작하는 이 길은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게 잘 정비돼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진정한 ‘고진감래’의 맛을 보기 위해서는 운동화를 신고 가벼운 차림으로 걸을 것을 추천한다. 산세 경치보다 활력소가 되는 ‘고진감래’벽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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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메시지를 주는 지도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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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찍으며 드라마 속 추억을 떠올리는 중국 관광객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한성이(이선균役)네 집으로 알려진 ‘산모퉁이카페’는 목인박물관장이 수장고와 작업실로 사용하던 곳이었다. 2007년 드라마 촬영지로 사용하게 되면서 카페 겸 갤러리가 됐다.

카페 2층으로 올라가자 중국에서 관광 온 두 여성이 사진을 찍으며, 5년 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의 장면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상하이에서 친구와 자유여행으로 왔다는 천쉬링씨(28)는 “드라마 속 배경이 너무 예뻐서 꼭 와보고 싶었다”고 했다. 한바오메이(28)씨 역시 “이곳에서 전화기를 들고 노래를 부르던 한성이의 모습에 반했었다”며 “여기 오니까 드라마 속 장면들이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산모퉁이카페 2층 창가에서는 북악산의 아름다운 경치가 훤히 보인다. 그곳 선반 위에는 전화기 한 대가 놓여있다. 수화기를 들면 드라마 속 한성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드라마를 보고 방문한 손님들은 이 또한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부산에서 온 최윤희씨(32)는 “작은 소품에도 드라마를 떠올리게 하는 장치들이 있어 구경거리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 부암동 일대는 내이름은 김삼순, 찬란한 유산 등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이야기를 녹인 장소들이 새로운 관광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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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문에 깃든 ‘광해’의 역사

허미연 조선비즈 인턴기자 mycitystory.korea@gmail.com

“천장에 봉황 그림 보이시죠?”

부암동에서 골목길 해설사로 활동 중인 김병애(65)씨는 창의문 입구 천장에 그려진 봉황 그림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창의문 바깥 쪽 지형이 지네 형상을 갖고 있어 지금도 그 쪽을 ‘지네골’이라고 부른다”며 “과거에는 지네의 독기(毒氣)가 창의문을 통하는 것이 궁궐과 왕조에 나쁜 기운을 준다고 해서 지네의 천적 격인 닭, 봉황을 그려 넣은 것” 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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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겸재 정선의 그림 ‘창의문’과 창의문 천장에 있는 봉황 그림

이어 김 씨는 영화 광해를 주제로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서인 세력이 광해군의 패륜행위와 외교정책에 불만을 품고, 군을 동원해 바로 이곳 창의문을 부수고 창덕궁으로 달려갔다고 한다”며 창의문에 얽힌 역사적 사건을 설명했다.

창의문은 ‘김신조 사건’으로 불리는 1·21사태와도 연관이 있다. 파주 파평산을 시작으로 우이령, 북악산을 넘어 1968년 1월 21일 세검정고개까지 접근한 북한 무장공비 김신조 일당 31명은 바로 ‘창의문’을 통해 청와대에 있는 박정희 대통령을 기습할 계획이었다. 이들은 경찰 검문 중 총격전을 벌이다 29명은 죽고 1명은 북한으로 도주, 현재 목사로 활동 중인 김신조 만이 유일하게 생존했다.

한편, 올해 5월부터 종로구 골목길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 씨는 “가을이라 많은 사람들이 성곽길 걷기에 참여한다”며 “사람들을 만나 도심에 있는 우리 역사의 자취들을 알려줄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길이 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코스별로 볼거리도 많고 자연 경관도 좋아서 아이들과 함께 와서 우리 역사를 보다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창의문 주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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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대문과 사소문

사대문(四大門)은 숭례문, 흥인지문, 돈의문, 숙정문

사소문(四小門)은 소의문, 광희문, 혜화문, 창의문

◆ 북악산코스 와룡공원∼숙정문∼촛대바위∼곡장∼청운대∼1·21사태소나무∼백악마루∼창의문

◆ 인왕산코스 창의문∼윤동주 시인의 언덕∼인왕산 정상∼경교장∼돈의문 터∼배재학당∼숭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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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년 역사, 살아 숨 쉬는 창의문

– 서울 4소문(四小門) 중 유일하게 옛 모습 간직하고 있어

허미연 조선비즈 인턴기자 mycitystory.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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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운동에 위치한 창의문

6일 아침 부슬부슬 내리는 가을비가 창의문 주변의 운치를 더했다.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은 창의문을 우산삼아 비를 피하기도 했다. 인왕산 가는 길에 들렸다는 홍진숙(62)씨는 “종종 이 곳을 온다”며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길을 걷다 보면 마치 서울을 떠나 교외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창의문은 ‘만남의 장소’ 역할도 하고 있었다. 교복을 입고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소녀들은 어느덧 예순을 넘은 나이가 돼 창의문 일대를 함께 걸으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있었다. 공영자씨와 이애희(65)씨 등 9명은 “친구가 가이드 해 준다고 창의문 앞에서 모이자고 해서 여기서 동창회 모임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여재천(51)씨 일행은 직장 야유회 겸 성곽길을 걸으려고 창의문에 모였다. 그는 “요즘은 예전처럼 힘든 코스를 택하기 보다는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코스를 찾는다”며 “가을 바람도 쐬고, 단풍 떨어지는 것도 보면서 하늘 공원 쪽으로 가려고 한다”고 했다.

창의문은 돈의문(서대문)과 숙정문(북대문) 사이에 있어 ‘북소문(北小門)’, 이곳의 계곡 이름을 따 ‘자하문’이라고도 불린다. 서울 4소문(四小門) 중 유일하게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역사적으로도 유서가 깊다. 창의문은 1396년(태조5년) 서울 성곽을 쌓을 때 세워진 사소문 중 하나로 북한과 양주 방면으로 통하는 교통로였다. 하지만 1416년 이곳 통행이 왕조에 불리하다는 풍수지리설이 제기돼 문을 걸어 잠궜다가 이후 1506년(중종1년) 다시 열었다. 1623년 인조반정 때는 능양군(인조)을 비롯한 의군들이 이 문을 부수고 궁 안에 들어가 반정에 성공하기도 했다.